우스갯소리로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번쯤 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warning.or.kr.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불법 유해 사이트 경고 페이지입니다. 지금 당신은 대한민국이 정한 불법 불순 정보에 접근하려고 했다는 경고입니다. 죄목을 살펴보니 무시무시합니다. 안보위해 행위, 도박, 음란, 불법 약품 판매, 불법 마약류 판매 등등 영화에나 나옴 직한 죄목이 즐비합니다.

 

출처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그런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warning.or.kr이 근거 없이 사이트들을 차단하여 표현의 자유와 자유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창조경제' 했더니 접속 차단으로 물 먹이는 방심위


국내 만화 산업의  대세는 만화책이 아닌 웹툰입니다. 드라마로 제작되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미생>을 비롯해 다양한 장으로 뻗어 나가는 웹툰의 기세는 대단합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 대표적인 유료웹툰 서비스인 레진코믹스의 독자들은 지난 3월 26일 황당한 경험을 해야 했습니다. 연재만화를 보러 접속했는데 warning.or.kr.로 차단되었다는 화면이 보였기 때문이죠.

 

독자들은 물론 레진코믹스조차 왜 차단되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warning.or.kr.만 망연히 바라봐야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접속 차단 이유는 실로 간단했습니다. 음란물 신고가 들어왔다고 방심위가 순식간에 접속 차단 조치를 했던 겁니다. 청소년 접근 제한 조처 없이 일부 콘텐츠가 음란물에 해당했기 때문이라고 방심위가 밝힌 내용은 사실 억지에 가깝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우선 레진코믹스는 방심위로부터 어떤 경고나 문제 지적을 받은 일도 없었습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률 규정대로 성인물은 아이핀이나 이동통신사 인증을 받아야 볼 수 있게 처리되어 있었습니다. 방심위는 '전가의 보도'처럼 항상 드는 핑계를 내세웠습니다.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 세상에 청소년이 존재하는 한, 성인을 위한 콘텐츠는 만들어서도 향유해서도 안 된다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레진코믹스는 시작한 첫해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해 현재 회원수 700만 명에 매출액 100억이 넘는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공짜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던 웹툰을 당당히 돈 받고 봐야 하는 프리미엄 문화 콘텐츠로 전환시켜 만화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창조경제의 우수 사례라며 레진코믹스에 대한민국인터넷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여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박근혜 정부의 방심위는 레진코믹스 사이트에 무통보 접속 차단이라는 철퇴를 가했습니다. '창조경제'라는 용어 자체가 우스운 개념이긴 합니다만, 레진코믹스 차단 사례를 보면 대체 창조경제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출처 - MBC


이용자들의 항의와 만화라는 예술 분야의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언론이 요동치자 방심위는 하루만에 접속 차단을 철회합니다. 차단할 땐 음란물이어서 차단했다더니 철회하면서는 사무처가 격무에 시달리다보니 관행적으로 일처리를 하다 실수했다고 변명했습니다. 이는 애초부터 문화에 대한 식견 없이 보수적이고 관성적으로 일처리를 할 뿐, 제대로 콘텐츠나 사이트 등을 심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 고백에 지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차단 앱으로 청소년을 보호하겠다고?


지난 16일부터 방송통신위원회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라 청소년은 스마트폰에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청소년이 차단 앱을 지우거나 하면 보호자에게 통보되게 하는 방안까지 강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신사마다 서비스가 난립하고 있는데다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아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출처 – 오늘의 유머


한 통신사의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 서비스에 달린 평들을 보면 유머에 가까운 해프닝이 즐비합니다.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가 부모에게 스팸 문자처럼 통보된다면, 이는 문제 해결은커녕 청소년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가족들에게 스트레스만 더하는 사회적 낭비가 아닐까 합니다.



문제는 검열의 일상화!

 

레진코믹스와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 서비스 사례의 가장 큰 문제는 검열이 일상화되고 내재화된다는 겁니다.

 

출처 - 슬로우뉴스


현재 방심위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warning.or.kr은 패킷 감시로 작동된다고 합니다. 이는 주요 인터넷 사업자의 망 중간에 커다란 국가감시망을 설치하고 통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국가의 감청 시스템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우리가 인터넷 주소창에 어떤 내용을 입력하고 웹브라우저를 통해 무엇이 오가고 있는지 마음만 먹으면 정부는 언제든 감시하고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가 되니까요.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 서비스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본질적으로 청소년이 쓰는 카톡, 문자, 페북 등 모든 일상을 감시하고 있다는 얘기니까요. 그 주체는 정부와 부모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프라이버시를 제한당하며 자란 아이들이 과연 다른 이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할 수 있을까요?


국가와 부모들이 청소년 유해정보를 걸러내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겠지만, 그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살인적인 입시 경쟁을 없애고 세대간 대화와 교류를 늘리는 일입니다. 더 우선적인 일을 방기한 채 청소년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는 지나친 편의주의요 권리침해가 될 뿐입니다. 

 

레진코믹스 사이트 차단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문제되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 이미지만 수정을 요구하고 이에 따르지 않는다면 법에 따라 처벌하면 그만인 사례였습니다. 그런데 마치 공권력의 맛을 보라는 듯 사이트 전체를 무통보 차단해버렸습니다. 더구나 차단된 시간 동안 기업과 이용자들이 본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운운하며 그렇게 지키고 싶어 하는 기업의 이익조차 침해하고 있는 셈입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을 향해 공권력은 차벽, 최루액, 물대포, 무차별 채증 등으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와 통행의 자유를 제한했을 뿐 아니라 인터넷 감시와 심의를 통해서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검열을 일상화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택했던 수많은 시민의 결단이 이를 방증합니다. 점차 일상으로 파고드는 검열에 익숙해지다 보면 검열을 내재화하여 활동과 표현을 스스로 위축시킵니다. 자기 검열에 빠져드는 거죠. 실생활과 인터넷 공간 양쪽에서 국민을 입맛대로 길들이려는 정부와 공권력 행사를 이대로 좌시해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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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가진 사람에게 망각은 어렵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유명한 콜롬비아의 대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말입니다. 동시에 지난 17일 콜롬비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함께한 만찬에서 꺼낸 말이기도 하지요. 꺼낸 말은 의미 있지만, 장소가 잘못되어 영혼 없는 발언에 그쳤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말을 도피성/외유성 남미 방문대신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와 19일 4.19 혁명 55주년 기념식에서 국민에게 사죄하면서 이 말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사죄할 마음은커녕 거짓말로 일관하면서 국민에게 폭력을 가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세월호 1주년을 피하기 위해 급조된 남미 순방길

 

출처 - 연합뉴스

 

국빈으로 방문하는 것처럼 홍보했던 남미 4개국 순방길의 첫 방문국인 콜롬비아는 페루, 칠레, 브라질처럼 국빈방문이 아닌 공식방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콜롬비아에서 와주십사 해서 간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가겠다고 먼저 얘기를 꺼내 콜롬비아의 허락을 받은 셈입니다.



세월호 1주기 범국민 추모제와 4.19 기념식이 예정된 상황이었으니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내 일정을 마치고 나머지 3개국만 방문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신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박근혜 대통령은 유족들이 없는 팽목항에 나타나 깜짝쇼를 벌이고는, 성완종 리스트로 식물총리가 된 이완구 총리를 버려두고 뭔가 켕기는 게 있는 사람처럼 일부러 잡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시급히 출국했습니다. 이게 도피성 순방이 아니라면 대체 뭘까요?


 

추모 행사가 불법 집회? 헌법을 무시한 경찰의 불법 대응이 문제!

 

출처 - 참여연대


세월호 1주기 추모제와 헌화, 유가족과의 만남 등이 예정된 시청 광장과 광화문 광장은 지난 16일부터 경찰에 의해 도심 속 섬이 되었습니다. 지난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기 위해 수많은 시민이 시위를 벌였을 때 등장한 '명박산성'처럼 이번엔 '근혜차벽'이 도로나 지하철역은 물론 광화문으로 통하는 골목마저 모조리 막아버렸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불통'과 대한민국 시민을 향한 정부의 의지가 그대로 드러내는 상징적인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세훨호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의 만남을 통제한 대한민국 경찰(사진-생각비행)

 

경찰은 "불법집회로 변질된 세월호 1주기에 참여한 군중을 막기 위해서"라고 변명했습니다만, 경찰의 차벽부터가 완벽한 과잉진압의 결과물이자 불법 그 자체입니다.

 

출처 - 슬로우뉴스


경찰의 차벽 설치는 2011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한 사안입니다. 경찰 버스로 차벽을 설치해 시민들의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평화 시위를 막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교수는 경찰 차벽은 위헌임과 동시에 경찰직무집행법 위반이기도 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법령상으로 경찰버스는 사람의 통행을 가로막거나 집회 현장을 봉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경찰 장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경찰 차벽이 급박하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쓰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지난 주말 세월호 추모 시위는 불법 폭력 시위로 변질되어 차벽 사용이 불가피했다고 변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조차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출처 - 미디어스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는 평화롭게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추모제 이전부터 치밀하게 차벽을 계획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추모제 행사 후 헌화하기 위해 움직이는 동선을 미리 차단해 시민이 유가족과 만나지 못하게 하려던 것이었죠. 애초부터 경찰은 계획된 의도로 불법을 사전모의한 셈입니다.

 

출처 - 고발뉴스


경찰의 불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를 그리워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을 향해 경찰은 물대포를 사용했습니다. 또한 물대포의 물마저 불법으로 조달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는 경찰이 소화전의 물을 살수차에 불법 주입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트위터에 올린 후 경찰에 항의했습니다. 해당 관할인 종로소방서는 소화전 이용을 사전에 허가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사과하기는커녕 이상호 기자를 체포했습니다. 기자마저 체포하는 마당에 경찰이 시민에게 무력을 행사하지 않을 리 없죠. 

 

출처 - 미디어스


경찰은 불법으로 도로와 인도를 점거하여 시민의 통행권을 제한한 다음 이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들을 향해 최루액과 물대포를 쏘며 과잉대응했습니다. 언론과 방송을 통해 경찰이 광화문 일대의 교통 CCTV의 외부 송출을 9시간 이상 차단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참고: '세월호 집회 충돌' 그날 주변 CCTV 중단..왜? )

 

지난 17일과 18일 격렬했던 집회 현장에서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의 개인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어불성설입니다.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 채증을 남발하며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통행의 자유를 유린하는 경찰이 시민의 개인 정보 공개를 막기 위해 CCTV 외부 송출을 차단했다니, 그걸 누가 믿겠습니까?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입니다. 외부 송출을 꺼놓은 동안 경찰이 이를 시위대를 감시하는 목적으로 활용했음이 명백합니다. 지난해에도 경찰이 고속도로 CCTV로 집회 참가자들을 몰래 촬영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지난 18일 경찰은 광화문 부근에서 세월호 유가족 21명 등 100명이 넘는 참가자를 연행했습니다. 헌법부터 경찰직무법까지 어긴 자기네의 불법 행위를 눈 감은 채 말입니다.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한 시기에 벌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정치권의 혼란, 평화시위마저 불법으로 규정하고 진압하는 경찰의 행태는 4.19 혁명 당시의 시대 상황을 방불케 합니다. 또한 꼭 1년 전 자본주의의 민낯을 목격한 세월호 참사 그날을 방불케 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재래입니다. 대한민국호의 선장은 혼자 도망치고 경찰은 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책임자를 보호하는 데 안달입니다. 정치권은 세월호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형국입니다. '기레기 언론'은 얼마나 달라졌나요? 시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까?

 

 

 

다양한 방법으로 뜻을 전하는 시민들(사진-생각비행)

 

4.19 혁명의 그날 시민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도록 방기한 위정자들을 좌시해선 안 됩니다. 4월 16일 꽃보다 아름다운 아이들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의 슬픔을 짓밟는 인면수심의 괴물들을 그냥 두면 안 됩니다. 신동엽 시인은 <4월은 갈아엎는 달>이라는 시에서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 그날이 오기까지는, 四月은 갈아엎는 달 / 그날이 오기까지는, 四月은 일어서는 달"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에게 '그날'은 아직 멀었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습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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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어제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 추모제가 있었습니다. 생각비행은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했습니다. 딱 1년 전 온 국민을 비탄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가 있었습니다. 시기적으로 맞물린 2014년 6.4 지방선거 때 수많은 후보자가 너나 할 것 없이 '안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외쳤습니다. 그로부터 1년,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나요? 

 

선거철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며 생활정치의 변화를 기대하건만, 그 희망은 번번이 빗나갑니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왜 우리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 걸까요? 지난 6.4 지방선거를 지켜보면서 든 의문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고민을 담은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생각비행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엮은 《유모차 밀고 선거 나온 여자》입니다.

 

이 책은 2014년에 있었던 6.4 지방선거에 서울시 용산구 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꼴등으로 낙마한 두 아이 엄마의 좌충우돌 선거 도전기입니다. 예상치 못한 계기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선거일기를 훔쳐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한 선거 무경험자가 한데 모여 옥신각신하며 추진했던 선거운동, 조직도 없이 초보 티를 팍팍 내며 오락가락했던 선거운영 등을 솔직하게 풀어낸 체험기는 반면교사로 삼을 요소가 다분합니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로 평범한 삶을 살던 저자의 선거 도전기는 한국 정치판의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후보자가 지방선거를 치르는 사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리와 책임을 절감하는 시민으로 성장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지점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참여하는 시민이 민주주의의 대안입니다. '할 수 없다' '될 수 없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다'라는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더 많은 시민이 삶을 변화시킬 정치에 도전해야 합니다!

 

 

유모차 밀고 선거 나온 여자

두 아이 엄마의 좌충우돌 지방선거 도전기


▸분야: 정치·사회  ▸지은이: 서정원  ▸판형: 신국판 변형(140*200)
▸쪽수: 216쪽  ▸가격: 13,500원
▸ISBN: 978-89-94502-33-5 (03300)

 

"참여하는 시민이 대안이다!"

 

 

번갯불에 콩 굽듯 하루 만에 구의원 후보가 되다!

 

선거철이 되면 누군가는 표를 달라고 호소한다. 유권자들은 투표하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판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날이 갈수록 정치가 현실과 유리되고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민주주의는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있고, 우리가 던진 표가 기득권의 세를 불리는 형태로 끝나는 경험을 되풀이한 탓에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마저 급증하는 추세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정치에 무관심하고 직업적인 정치꾼을 혐오하던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정치판에 뛰어들겠다는 남편 대신 가정의 평화를 지키고자 엉겁결에 6.4 지방선거 구의원 후보가 된다. ‘어떻게 하루 만에 구의원 후보가 될 수 있겠느냐’는 얕은 생각이 화(?)를 불렀다.

 

마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하루 만에 구의원 후보로 등록을 마친 저자는 남편을 원망했다. ‘내가 왜 저 사람과 결혼해서 이 고생을 하는 것인가?’ 하지만 돌이켜보면 선거 후보로 ‘출마’해서 당사자로서 선거운동을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면, 멀찌감치 서서 고고한 척하며 정치인이 되려는 사람들을 야망의 노예라고 손가락질하고 있었을지 모를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했다고 고백한다.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정치가(statesman)가 아닌 정치꾼(politician)에 대한 혐오는 비단 저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목적 없이 방향을 잃고 달려가는 기차처럼 권력을 향하는 정치 풍토에 대한 불만과 그로 인한 무관심은 대한민국 사회를 대변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거철이 돌아오면 철새 정치인들이 표를 구걸하듯이, 유권자 역시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마치 인기스타 뽑듯이 툭 던지고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과연 이런 방식의 민주주의가 우리의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낙선으로 끝난 선거, 과연 무엇을 남겼나?

 

6.4 지방선거의 낙선 경험을 통해 저자는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후보자로서 발로 뛴 선거 경험은 자신이 사는 동네와 지역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풍경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구의원 후보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 보지 못했을 풍경, 가지 않았을 장소, 경험하지 못했을 처지를 몸소 겪었다.

 
물론 시작은 누군가의 한 표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쪽방촌에도 가고, 술 취한 사람에게 머리 숙여 인사도 했다. 부끄러운 것도 없이 길에서 사람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며 자신에게 표를 달라고 외쳤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이 서서히 마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예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을 귀가 열린 것이다.


선거판에서 만난 유권자의 태도는 무척 다양했다. 유권자 중에는 기호 1번이 아니어서 찍지 않겠다거나, 돈을 쓰지 않으면 선거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충고하는 이도 있었다. 어떤 교회 청년은 정치 혐오증을 강하게 드러냈고, 다른 누군가는 구의원 후보로 나왔으니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여성 유권자들이 오히려 여성 후보로 나온 이를 냉대하는 태도에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유권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들의 필요를 절감했고, 각자의 관심사와 추구하는 지향점을 통해 마을과 지역의 필요를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선거 무경험자가 뛰어들기엔 현실 정치의 벽이 너무 높았다.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기탁금 제도도 문제이거니와 부작용 많은 선거비용 처리 방식, 후보자를 검증하기 어려운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 등을 파악하게 되었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고 저자는 낙선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이야기는 삶과 맞닿아 있는 생활정치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과 우리 사회에 대해 주인 의식을 갖자고 말한다. 우리의 관심만이 우리 마을,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우리는 시민이다. 시민은 권리와 책임이 있는 주체다.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떳떳하게 누리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가꿀 책임이 있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할 수 없다’ ‘될 수 없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다’고 하는 패배감을 극복하고, 더 많은 시민이 삶을 변화시킬 정치에 도전하기 바란다고.

 

저자는 비록 낙선했지만 변화를 꿈꾸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애쓰고자 도전하는 시민들의 당선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우리에게 옹골찬 도전기를 남겼다.

 

지은이  서정원


대전에서 태어나 청주에서 자랐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던 중 태극권 동아리에서 ‘심오한 채식주의자’ 남편을 만나 결혼해 티라노킹 로봇이 되고 싶어 하는 5살 큰 아들과 먼지떨이를 좋아하는 2살 작은 아들과 함께 용산구 효창동에 살고 있습니다.

 

두 아들이 마을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14년 6.4 지방선거에 용산구의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가 꼴등으로 낙선했습니다. 선거 출마는 남편에게 등 떠밀려 엉겁결에 이뤄진 일이었지만, 민주사회의 관찰자에서 권리와 책임을 통감하는 시민으로 거듭나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2012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엄마학생들의 모임인 서울대부모학생조합 맘인스누Mom in SNU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공동체, 조직화, 시민사회, 여성운동, 풀뿌리 운동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차례

 

프롤로그 | 유모차 밀고 지방선거를 경험하다

 

1 삐뚤빼뚤 선거일기

번갯불에 콩 굽듯 하루 만에 후보 등록하기 | 우리 집 거실은 선거사무소 | 선거 실무를 위한 속성 과외를 받다 | 막막한 공약 세우기 | 못 말리는 남편의 선거 공약 바꿔치기 | 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하다 | 땡볕에 유모차 몰고 시작한 선거운동 | 엄마가 오셔서 한시름 놓다 | 나를 울컥하게 만든 때 묻은 손 |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부부의 메뚜기 유세 | 용산장애인연대와 공약이행협약을 맺다 | 동네 어르신들의 호출 | 기특하고 고마운 후배 | 선거에서 이기고 싶어지다 | 쪽방촌 주민의 기본권과 음모론 | 교육감 후보들 덕분에 좋은 엄마를 꿈꾸다 | 장서 갈등에 끼인 자의 고단함 | 체력 방전, 기댈 곳이 필요하다 | 분노 속에 마친 선거운동 | 내가 나를 찍다니! | 낙선 결과 받아들이기 | 낙선사례로 선거 후유증 털기

 

2 옥신각신 선거운동

선거구 유권자를 다각도로 분석하라 | 공약은 유권자의 생애 주기별 필요에 맞춰 세우라 | 부디 내 홍보물을 반면교사 삼으시길! | 이거 하나는 잘한 듯~ SNS와 블로그를 이용한 온라인 홍보 | 동선은 최소화, 체력 안배는 필수! | 돈 주고는 얻지 못했을 빛나는 내 선거운동원들

 

3 오락가락 선거운영

탄탄한 조직 없이는 선거 못 이긴다 | 부족한 선거 비용은 후원 펀드로

 

4 들쭉날쭉 선거제도

피선거권 제한하는 기탁금 제도 | 부작용 많은 선거비용 처리 방식 | 후보자 검증 못 하는 현행 선거제도 | 무소속 후보 추천장 검증도 허술 | 재개표 하고 싶으면 800만 원 내야 한다고?

 

5 티격태격 유권자들

앞집 택시 기사 할아버지에게 외면당하다 | 빨간당 입당 권유한 “무조건 1번” 할아버지 | 돈 안 쓰면 떨어진다고 낙선 예언한 할아버지 | 청파동 ‘교회 청년’의 정치 혐오 | 후암동 술 취한 아저씨는 정말 투표했을까 | 효창동 근육질 아저씨와 운동권 생각 | 청파동 스쿠터 사내가 준 교훈 | 여성 후보에 냉담한 여성 유권자들

 

에필로그 | 우리 사회를 바꿀 후보자의 당선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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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비행이 펴낸 책


Posted by 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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