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의 삶을 그려낸 영화 <명량>이 1500만 관객을 넘어 한국 영화 흥행 역사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생각비행은 일전에 이순신 장군께 진짜로 본받아야 할 리더십은 극한의 난전 속에서도 지휘관이 최전선에서 솔선수범하며 최대한 병사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참 군인의 면모를 뒤따라야 할 군이 온갖 비리와 봐주기, 사건·사고로 추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터진 윤 일병 살인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국민은 군을 향한 신뢰를 거뒀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어디다 팔아먹었는지조차 모를 인면수심의 군을 과연 어떻게,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성인 남성에게 군역의 의무를 부과한 대한민국은 장병의 안전을 책임져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군은 병사들의 무사귀환을 책임지기는커녕 군 복무 중 사망한 장병과 유가족을 또 한 번 죽이는 법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출처 - 이데일리



군 의문사 시신 화장 법안 추진, 증거 인멸 위한 초석인가?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어 사람들의 실소를 자아냈습니다. 국방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정부 보고 자료로 '장기 미인수 영현처리 육군 추진 계획'이라는 것을 마련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장기 미인수 시신에 대해 강제 화장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복무 중이던 군인이 사망하면 군은 수사를 통해 이유를 밝히고 유가족에게 알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때 유가족이 그 수사 결과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밝히면 군 의문사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현재 군은 수사 결과와 다른 이유로 숨졌다는 입증 책임을 수사당국이 아닌 유족이 지게 하고 있습니다. 군 조직은 문제 발생 시 부대가 해체되거나 고인과 같이 복무한 병사나 간부가 뿔뿔이 흩어지거나 하는 문제가 있고,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내부고발의 피해를 두려워해 사전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무엇보다 군 내 수사는 국가 안보를 빌미로 매우 폐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보 접근에도 제한이 많습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지금까지 진실이 규명되지 못하고 수사가 종결되지도 않은 채 의문사 상태로 군 안치소에 상당한 유골이 모셔져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유골은 43년, 시신 상태로 냉동고에 15년간 계신 분도 있습니다. 그 긴 시간을 유가족은 지옥 같은 삶을 살았겠죠.



군의 폐쇄성을 해체할 대안이 필요한 때


성인 남성 대부분이 군역을 마친 이 나라에서 최근 군대 내 문제로 드러나는 수사 결과를 그대로 믿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군의 추잡한 면모가 세상에 고스란히 드러난 윤 일병 살인사건의 경우도 국방부가 처음 발표한 공식 수사 결과에 따르면 회식 중 취식으로 인한 기도 폐쇄가 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윤 일병은 구타와 가혹행위 때문에 사망한 사실이 밝혀졌죠.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치사사건의 경우처럼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군사독재 시절의 경찰 발표와 오늘날 군의 발표가 대체 어떻게 다른 건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 한겨레


대한민국의 군대 내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군은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어주기는커녕 증거 인멸을 법제화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법령 개정 3년 이상 인수 거부 시 화장.' 이 내용만 보면 무연고 시신을 화장하겠다는 내용 같지만, 지금처럼 군 의문사 문제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는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유족의 의지에 반해 시신을 화장함으로써 증거를 인멸하겠다는 논리에 불과합니다. 

 

지금도 군은 사건이 터져 수사가 진행되면 유족을 회유하고 협박해 시신을 속히 화장하게 합니다. 고인을 화장하면 순직 처리하여 국가유공자로 지정해주겠다는 꼬드김에 넘어가 유골만 남은 유족의 억울함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바로 그런 유골이 43년째 남아 있다는 겁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의 폭로로 여론이 나빠지자 다급해진 국방부는 처음엔 유가족의 동의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시행 전 관련 방법을 유가족에게 고지하고 6개월 전에 유가족에게 통보하는 식으로 처리하겠다며 발을 뺐습니다. 고지와 통보는 모두 일방적인 행위일 뿐입니다. 유가족에게 기약 없는 통보 편지만 달랑 보내놓고 국방부가 마음대로 시신을 화장해버릴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국방부의 발표 내용 어디에도 명시적으로 유가족의 허가와 동의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더구나 기가 막힌 건 이런 인면수심의 법안을 국회가 아닌 국방부 훈령 개정을 통해 처리하려고 준비 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도무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법안이라 국회에서는 통과되기가 어려울 것 같으니 국방부 안에서 몰래 해치우려고 했겠지요. 이 법안의 의원 입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명시된 백군기 의원은 국방부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적은 있지만 법안 발의를 추진한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여 유족 동의 없이 이런 법안이 추진되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결국 국방부의 해명이 궁색해졌습니다. 정부가 민감한 법률 개정을 추진할 때 흔히 쓰던 꼼수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나 봅니다. 

 

이번 사건은 군의 폐쇄성을 국가 안보라며 방치했을 때 인간성이 과연 얼마나 좀 먹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출처 - 이데일리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이 사실로 드러나고, 22사단 고성 GOP 총기 난사 사건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 군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이후 군인 신분의 자살자가 갑자기 늘어나더니 급기야 윤 일병 살인사건으로 군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맞았습니다. 여기에 김광진 의원이 국방부가 군 의문사 사병의 시신을 강제 화장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자 국방부는 아연실색해서 군 의문사 입증 책임을 일부 정부가 지겠다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여론을 잠재우려는 심보인지 아니면 물러설 곳이 없는 군의 상황과 그간 끊임없이 진실을 규명하라고 요구해왔던 의문사 유족들의 노력이 맞물려 결실을 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현재 군 의문사 사건으로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시신은 18구, 유골은 133구라고 합니다. 이분들이 편안히 영면하실 날은 언제쯤 올까요? 대한민국 군대에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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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의 역사는 뿌리 깊습니다. 과거 왕권과 종교의 권위에 도전하는 책을 금서로 지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음란과 폭력을 통제한다는 미명하에 이뤄지는 검열에 이르기까지 검열은 지배자의 통치 수단으로 이용된 측면이 다분합니다. 권력에 의해 자행되는 이런 검열이 일상화되면 피통치자는 검열의 '끝판왕'이라고 할 자기 검열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속칭 '알아서 기게 되는' 거죠. 이런 상황은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검열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비화합니다. 생각비행은 검열의 헤게모니를 쥐고 표현의 자유를 억합하려는 국가와 정부의 문제를 줄곧 비판적인 시각에서 다뤄왔습니다. 

 

다시 기억해야 할 5.18 광주민주화운동, 신군부의 독재와 언론·방송의 굴종사
http://www.ideas0419.com/145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사회 변화의 씨앗 있다
http://www.ideas0419.com/192

 

정보조작 의혹으로 살펴보는 SNS 심의의 허구성
http://www.ideas0419.com/280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며 표현의 자유를 다시 돌아보다
http://www.ideas0419.com/354

 

<천안함 프로젝트>,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http://www.ideas0419.com/448

 

삼일절에 돌아보는 헌법의 근본정신
http://www.ideas0419.com/456

 

증거 조작 시대에 꼭 봐야 할 영화 5편
http://www.ideas0419.com/459 

 

안타깝게도 2014년 현재 광주에서 예술가의 작품을 검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출처 – 광주 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박근혜 비판을 금지하다


민주화의 상징 도시 광주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광주 비엔날레는 올해로 20돌을 맞은 현대설치미술전시회입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생긴 비엔날레로 국제적 위상도 매우 높습니다. 올해 9월 5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이 행사에 17개 나라, 49명의 작가가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광주비엔날레가 올해 그간 쌓아온 위상을 일거에 허물어버리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비엔날레 창설 20돌을 맞아 광주 5.18 정신을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로 특별전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비엔날레 측이 정치적인 이유에서 특정 예술 작품의 수정을 지시하고, 그 수정본조차 전시를 거부한 일이 사건의 발단입니다. 문제 작품은 민중미술가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입니다.


출처 - 뉴시스


광주비엔날레가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을 거부한 이유를 보면 기가 막힙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박근혜 대통령을 작품에서 허수아비로 표현했기 때문인데요, <세월오월>은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이 등장하게 된 원인을 되짚어 올라가 결국 518 광주에 닿는 작품입니다.

 

작품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김기춘 비서실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문창극 총리 후보자,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수많은 정치인이 등장합니다. 광주 비엔날레 측은 박정희로 보이는 군사독재 정권과 김기춘에 의해 조종되는 허수아비로 묘사된 박근혜 대통령 부분을 수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홍 작가는 고민 끝에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형상화한 내용을 닭으로 수정합니다.
 

출처 - 한국일보


그러나 광주비엔날레 측은 홍 작가의 작품 전시를 유보했고, 보수단체들은 홍 화백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에 이릅니다. 홍 화백은 "세월호를 들어 올려서 아이들을 탈출시켜 우리 품 안에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림의 주제도 못되고 부제일 뿐이다. 세월호 사건은 단순한 침몰 사고가 아니라 학살사고이고 그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에 있다고 생각해 그림으로 기록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림 수정으로 작품이 담고 있는 원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작가의 작업에 간섭하지 않겠다며 취소 결정을 뒤집고 비엔날레 재단이 결정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서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하지만 비엔날레 재단은 결국 <세월오월> 작품의 전시 유보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세월오월>은 특별전 장소인 광주시립미술관에 걸리지도 못한 채 특별전 개막식이 열렸습니다.

 

특별전을 총괄해온 책임 큐레이터는 <세월오월> 전시 유보가 자신이 불참한 가운데 강행된 결정이라며 개막식에 앞서 사퇴를 표명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항변하면서 말입니다. 애초 계획된 특별전 개막식은 5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고, 20년 전통의 광주비엔날레는 5.18 정신을 세계에 알리기는커녕 그 정신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세계 작가들의 공동 대응, <세월오월>의 전시를 허하라!


지난 8일 특별전 개막식장 바깥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세월오월> 작품의 게릴라 전시가 기획되었습니다. 홍성담 작가를 포함한 다른 작가들이 <세월오월> 작품의 수정된 그림을 4배 크기로 확대한 프린팅을 가지고 외부에 전시하는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려 했으나 사복경찰 50여 명이 동원되어 이를 막는 소란이 일었습니다. 이후 홍 작가의 거주지를 사복경찰이 감시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사태가 점점 커지자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습니다.
 

출처 - 광주일보


이윤엽, 홍성민, 정영창 작가는 지난 11일 오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 1980년 그 후’에 출품했던 자신들의 작품을 자진 철거했습니다. 작가들은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검열에 항의하면서 이 작품을 전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출처 - 광주일보


광주비엔날레 보이코트 움직임에 국제적인 반향이 일고 있습니다. 일본 오키나와 미술계가 출품작의 철회 의사를 밝히며 홍 작가의 <세월오월> 작품 전시를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오키나와 미술계는, 예술은 정치의 관점이 아닌 인간의 생명과 존엄의 문제로 제안하는 행위이므로 예술 작품은 정치의 힘으로 막을 수 없으며, 그렇지 못하다면 비엔날레의 이념이 무너진 것이니 참여할 의미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독일 판화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오키나와 미술계가 대여해주었기 때문에 오키나와 미술계가 전시를 철회할 경우 광주비엔날레는 국제적인 망신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태는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 측이 박근혜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벌어진 촌극에 가깝습니다. <세월오월> 작품 중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풍자는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광주민주항쟁으로부터 이어진 민주정신이 세월호 참사로부터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다는 승화와 치유가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입니다. 

 

설사 홍 작가의 작품 주제가 직접적인 박근혜 비판이라 할지라도 정치권이나 행정력이 예술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장소가 아니라 예술적 표현의 극한을 맛볼 수 있어야 할 예술전시회장에서 이번과 같은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권력의 검열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드러나는 지표가 아닌가 합니다. 눈치를 보고 몸을 사려야만 무사할 수 있다는 자기 검열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이 얼마나 무서운 일입니까? 다른 곳도 아닌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가 독재자의 딸을 무서워하며 알아서 기다니 참혹한 심정입니다.

 

 

박근혜 정부, "자유 없는 민주주의"를 꿈꾸는가?


 

출처 - 한겨레


작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월간 《현대문학》이 원로소설가 이제하와 정찬, 서정인의 소설 연재를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중단시킨 것이죠. 그러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유신을 부정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문학에 이어 이번에는 미술 다음에는 어떤 예술이 권력 앞에 굴복하고 자기 검열을 하게 될까요? 독재자의 그늘에서 비롯된 박근혜 정권의 어둠이 우리 사회에서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예술계의 연대와 시민의 관심과 비판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종북몰이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자유 없는 민주주의"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닙니다. 2013년 12월 16일 국회 세미나실에서 열린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 2차 사례발표'에 참석한 유종성 교수(미국 UC샌디에고)는,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요소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한다고 해도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은 자유 없는 민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통령 선거 부정 의혹, 부정 당선 의혹, 국정원과 국방부가 연류된 부정 선거와 댓글 조작 의혹, 이를 수사하던 검찰의 수장을 혼외아들 문제로 찍어낸 의혹, 국가정보원의 유오성 간첩조작사건 등을 바라보면 과연 한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가 단순한 선박 침몰 사고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퇴행과 깊은 연관 관계가 있으며, 총제적인 구조 실패가 독재 국가에서나 나타날 법한 정권의 경직성 때문이라는 비판적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제(8월 12일) 《경향신문》에 홍성담 작가를 인텨뷰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내 그림 '수장고'라는 감옥에 가두지 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인터뷰 내용을 발췌해 전달하는 것으로 이번 기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왜 이런 작품을 구상했나.

“올 1월부터 ‘광주 정신과 관련한 전시회를 하는 데 걸개그림을 그려 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수차례 거절해 왔다. 그런 와중에 세월호가 침몰했다. 내 작업실이 안산에 있는데 단원고 2학년생 2명을 아르바이트로 써 왔다. 이 중 한 명도 숨졌다. 사고 이후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며 나흘을 보냈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자본주의와 부패한 관료, 국민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국가 시스템이 세월호 사건을 만들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세월호와 5·18은 국가 폭력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작품을 결정했다.”

 

-박 대통령 풍자 장면은 꼭 필요했나.

“세월호 침몰로 304명이 죽거나 실종됐지만 정부는 아무것도 못 했다.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박 대통령에게서 유신의 그림자를 봤다. 대통령은 유신의 어두운 그림자들의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사건이 발생한 정치적 원인은 반드시 밝혀서 증언하고 기록해야 한다. 역사적 사건에 대해 시각적으로 기록할 임무와 의무가 민중미술가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광주시는 ‘시의 예산이 지원됐는데 정치적 내용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에서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전체 제작비는 1억원 정도 들었다. 작품은 기획 단계부터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광주 정신은 저항 정신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세력들에게 저항하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광주 정신을 알리겠다는 전시회에서 이런 정도의 권력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도 못 한다면 광주 정신은 집어치워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전시가 불가능하다면 작품은 작가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시는 미술관 수장고에 넣어 둔 채 감옥살이를 시키고 있다. 세상에 빛을 못 보게 하려는 술수다. 광주시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너무 부끄럽다. 윤장현 시장이 책임지고 담대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생각비행이 펴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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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의 흥행이 심상치 않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가장 역동적이었던 전투 명량해전을 영화화한 <명량>은 이순신 장군이 12척으로 왜선 330척을 물리친 영웅담입니다. 전 세계 해전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인데요, 영화 <명량>도 한국 영화사의 신기록들을 차례차례 격파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인 68만 2772명을 기록하더니 개봉 이틀 만에 최단 기간 100만 돌파 기록을 세웠습니다. 개봉 5일차에는 역대 최고 1일 스코어인 125만 3633명을 기록하며 최단 기간 400만을 돌파했고, 6일 차에는 500만, 개봉 8일 차에는 최단 기간 관객 700만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최고 흥행 기록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를 물리치고 전인미답의 경지인 1500만 관객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때문인지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도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명량>을 관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명량>은 영화적인 면과 진짜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교훈의 면에서 논란이 있는데요. 생각비행은 이 시국에 영화 <명량>을 통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이순신 장군이 남긴 진짜 교훈을 살펴보려 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12척 대 330척의 해전에서 진짜 본받아야 할 점


이순신 장군은 세종대왕과 함께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위인 중의 위인이며 영웅 중의 영웅입니다. 흔히 영국의 넬슨 제독과 비교되곤 합니다. 하지만 넬슨은 국가의 지원을 넉넉히 받으며 수많은 전공을 세웠고 사생활에 추문이 많았습니다. 반면 이순신 장군은 영화 <명량>의 시작 부분에서 드러나다시피 국가의 지원은커녕 임금과 권력자들로부터 고문과 모함을 받아 백의종군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순신 장군은 한결같이 백성을 위하고 군인의 본분에 충실하여 청렴한 사생활로 인격자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참으로 비교할 데 없는 인류의 귀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수많은 업적 중에서도 명량대첩은 가히 백미라고 할 텐데요. 이순신 장군이 모함을 당한 사이, 무능하기 짝이 없는 원균은 칠천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친히 키운 당대 최강의 조선 해군을 모조리 말아먹었습니다. 그렇기에 복귀한 이순신에게는 칠천량에서 퇴각해온 12척 외에는 싸울 배가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도망쳐온 배와 군졸들만으로 수십 배에 달하는 왜선을 물리쳤다니 이순신 장군의 지략과 용맹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하지만 이런 이순신의 위용이 우리 사회에서는 왜곡되어 쓰이는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오늘날 위정자들은 한국 사람으로서 이순신 장군을 본받으려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감내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식으로 활용하곤 하는데요, 한마디로 말해 위에서 하는 말에 일절 불평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이런 억지는 역사가 꽤 깊어 영조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순신은 간과(干戈)가 극렬한 가운데에서도 능히 전선을 만들었었는데 옹진이 아무리 피폐되었다고 해도 돈 4백 냥을 마련하지 못하여 이런 청을 한단 말인가? 수신은 추고하고 스스로 마련하여 배를 만들게 하라.

_영조실록(1744년 2월 20일)


이는 당시 황해 수사 박문수가 경비정을 만들 예산이 부족하다고 예산 지원을 요청하자 영조가 내린 답변이라고 합니다. 이순신은 달랑 12척으로 330척을 이겼는데 겨우 돈 400냥을 스스로 마련하지 못하느냐는 핀잔입니다. 그 유명한 암행어사 박문수조차 이순신과 비교되며 무시당했던 거죠. 하지만 과연 이것이 옳은 비교일까요?


생각비행은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진짜로 본받아야 할 점은 대장선의 희생자가 단 2명뿐이었다는 사실이라고 봅니다. 영화 <명량>에서 보이다시피 실제 역사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은 홀로 1~2시간을 왜선들과 싸웁니다. 그런데 《난중일기》의 기록에 보면 난전을 치르고도 대장선의 사망자가 단 2명이었고 부상자도 고작 3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12척으로 330척을 패퇴시킨 것만 해도 대단하지만 희생자 수가 극히 적다는 사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입니다. 조선 수군의 12척은 모두 무사했지만 왜선은 침몰한 배의 수만 31척입니다. 이 수치는 최소한 그렇다는 이야기니 실제로는 전과가 더욱 컸겠죠.





출처 - 다음 영화


열세를 뒤집는 위대한 승리 때문에 우리가 간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순신 장군의 해전의 위대한 점 중 하나는 아군의 희생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한산대첩 직후 벌어진 안골포 해전에서는 단 한 명의 조선 수군도 죽지 않았지만 왜군은 42척이 침몰하고 3960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는 마지막 노량해전에서조차 조선수군은 전사자가 10명에 그친 데 반해 왜군은 200여 척이 침몰하고 사상자가 2~3만 명에 달했습니다. 이러니 당시 왜군이 이순신이란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었다는 이야기를 납득할 만합니다.



출처 - EnCyber.com


승리를 가능하게 했던 요인 중 하나는 철저한 훈련과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왜군에 비해 압도적인 해상 전력을 갖췄다는 점입니다. 조선 해군의 주력인 판옥선은 왜선보다 크고 단단했으며, 이순신 장군이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서 만든 화포는 근대적인 함대 포격전이 가능할 정도였다고 하죠. 여기에 훈련으로 갖춰진 빠른 기동력과 이순신 장군의 지략이 합쳐지니 일기당천이라고 할 만합니다. 영화 <명량>에서는 대장선의 백병전이 나와 희생자가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포격전 위주로 전투하는 이순신 장군의 함대에 왜선이 달라붙기도 힘들었을 겁니다. 영화의 백병전은 어디까지나 극적인 긴장감을 위한 상상이지요.


이순신 장군이 항상 죽을 각오로 전투에 임한 결과 수군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 <명량>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진짜 교훈은 책임 있는 자는 아무런 준비 없이 병사를 사지로 내몰지 않고, 자신이 죽음을 각오하되 부하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진짜 리더십이 아닐까요?



신상필벌의 이순신 리더십, 하지만 후손들은?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또 하나의 리더십은 엄정한 군율에 기반을 둔 신상필벌이었습니다. 영화 <명량>에서도 잘 묘사되었듯이 군율을 어지럽히면 반드시 벌을 주었고, 그 죄가 중하면 가차 없이 처벌했습니다. 물론 공을 세우면 반드시 상으로 치하했지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순신 스스로 실천했습니다. 그렇기에 백성과 군졸은 이순신 장군을 신뢰했고, 이를 바탕으로 훈련으로 축적한 경험 덕분에 혹독한 전투 상황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겠지요.




출처 - 다음 영화


영화 <명량>을 보면 명량대첩이 승리로 끝난 후 노꾼들끼리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걸 알까?” “모르면 호로새끼들이지!” 하고 주고받는 대사가 나옵니다. 과연 우리는 이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를 필두로 사회 전반을 돌아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상필벌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지도층이 서로 봐주기에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서울시 강서구 재력가 송모씨 '로비장부'에 이름이 오른 정모 검사의 금품수수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용돈'이라며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대가와 관련해 인정할만한 부분이 없다. 장부 말미에 용돈, 세배돈, 순수 용돈이라고 기재돼 있다"면서 "300만원은 추석용돈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檢 "검사 금품수수 인정되지만 용돈이다" (아시아경제)


사회 정의를 위해 공평무사해야 할 검찰이, 이미 로비 장부에 뇌물을 받았다고 기재되어 있는 검사가 받은 돈을 뇌물이 아닌 용돈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그 검사를 처벌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제 식구 감싸기에 지나지 않는 이런 행태를 두고 비난이 들끓고 있습니다. 신상필벌은커녕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덮고 넘어가는 것이 오늘날 지도층의 모습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지켜낸 나라의 후손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8월 8일 현재 세월호 유가족은 25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 한겨레


실제 역사는 아니지만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이렇게 말합니다. “충(忠)은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라고요. 오늘날 지도층은 영화 <명량>을 아전인수 하지 말고 이순신 장군이 역사에 남긴 진짜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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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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