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가 62년 만에 폐지되었습니다. 지난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간통죄를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일이 국민의 기본권인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형법 241조인 간통죄 관련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었습니다. 이 때문에 위헌 결정 직후 콘돔 제조 회사의 주가가 치솟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사회 일각에선 가족 해체와 성적 문란 등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간통죄에 대해 우리 사회는 시대별로 어떻게 인식했는지 그 궤적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간통죄, 4번의 합헌 1번의 위헌


1953년에 제정된 간통죄는 형법 241조로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간통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법 조항입니다. 간통한 상대인 제3자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고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정해져 있어 꽤 엄중한 처벌인 셈이었죠. 한마디로 결혼했으면서 바람을 피운 자와 그 상대는 걸리기만 하면 국가가 나서서 감옥에 처넣겠다는 거였죠. 성적인 문제에 매우 엄격한 한국 사회다운 법률이었으며 처음에는 나름대로 순기능도 있었다고 합니다.

 

195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바람은 남자가 피우는 것이었고 돈이나 권력이 있으면 첩 한둘쯤은 거느리는 게 당연하다고까지 생각했으니, 그 당시에는 간통죄가 그나마 여성을 보호하고 가족제도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간통죄는 금방 악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간통죄 사례는 가족 유지나 여성 보호 기능보다 흥신소와 변호사 검찰 등의 주 수입원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심지어는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불법 흥신소를 소개해주는 식으로 간통죄 적발이 일종의 기업화되는 촌극까지 벌어졌습니다. 또한 역으로 간통죄를 빌미로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괴롭히는 사례마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와 함께 성적으로 개방되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간통죄는 개인의 권리를 국가가 침해하는 행위라는 인식이 대두하기 시작합니다. 변화된 사회 분위기에 맞지 않고 악용되고 있으며 간통죄가 있다고 해서 간통이 실질적으로 줄어들지 않으니 그 법적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로 말미암아 1990년대 들어 간통죄가 위헌이라는 신청이 줄곧 제기되었습니다. 1990년 첫 헌법재판소 판정은 6 대 3으로 합헌 결정이었습니다. 합헌 다수 의견은 성도덕과 혼인제도, 가족생활, 부부 간 성적 성실의무 등을 위해 간통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때도 사회 상황과 국민 인식이 변화해 간통죄의 규범력이 약해졌음을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위헌 소수 의견은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둔 것은 지나친 처벌이며 사생활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1993년 두 번째 헌법재판소 판정은 1990년 합헌 판정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변경할 사정이 없다고 본 겁니다.


2001년 세 번째 헌법재판소 판정은 8 대 1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합헌 판정을 했습니다. 다만 합헌 다수 의견도 이 이후에는 간통죄 폐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세계적으로 간통죄가 폐지되는 추세였고 개인의 내밀한 문제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건 부적절하며 협박이나 위자료 받기의 수단으로 간통죄가 악용되는 사례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형벌적 억지 기능마저 유명무실해져 가정이나 여성 보호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회적 인식이 작용했습니다. 위헌 소수 의견은 간통은 윤리적 비난의 대상이지 국가가 개입해 형벌로 다스릴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2008년 네 번째 헌법재판소 판정은 처음으로 위헌 의견이 합헌 의견보다 많아졌습니다. 합헌 4, 헌법불합치 1, 위헌 4로 말이죠. 합헌, 위헌 의견 모두 이전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점점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가는 만큼 헌법재판관들의 의견 비율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 다섯 번째 헌법재판소 판정에서 간통죄는 2 대 7로 위헌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이로써 드디어 국가가 개인의 성 생활을 법으로 처벌하는 간통죄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프랑스는 224년 전 간통죄 폐지, 한국은 1992년부터 폐지 시도


간통죄는 성 문제에 엄격한 유교권과 이슬람권 등 극소수 국가에만 남아 있는 처벌 규정이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 법무부는 1992년 형법개정안에서 간통죄를 삭제해 세계 추세에 따라가려 했으나 실제 개정 때는 삭제안이 반영되지 못해 존속되었죠.

출처 - 연합뉴스


프랑스는 프랑스대혁명 때인 1791년에 간통죄가 폐지되었습니다. 한때 되살아났던 간통죄는 1975년 형법 개정 시 완전 폐지됩니다.


독일은 6개월 이하 징역에 처하는 간통죄가 있었으나 1969년 형법 개정에서 이를 삭제했습니다.


덴마크 1930년, 스웨덴 1937년, 노르웨이 1972년 등 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었습니다. 우간다 헌법재판소도 2007년 부인만 처벌하도록 한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죠.


같은 유교권 국가인 일본은 1947년에 간통죄를 폐지했으며, 중국 역시 협박을 동원해 현역 군인의 부인과 간통한 경우를 제외하고 단순 간통은 처벌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간통죄가 폐지되었으니 이제 대만 정도만 간통죄를 인정하는 셈입니다.


간통죄 위헌에 따른 후속 조처 뒤따라야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남에 따라 그동안 간통죄로 기소되었거나 사법처리된 이들에 대한 소급 적용 여부가 중요해졌습니다. 일단 간통죄로 처벌받았던 사람 모두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개정된 헌재법에 따라 합헌 결정 다음 날부터 소급 실효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2008년 10월 31일부터 행해진 간통 행위는 죄가 되지 않으며 이미 처벌받은 사람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수감되었거나 실형을 산 이들은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은 5466명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합헌 결정 이후로 간통죄 실형 선고를 받은 사례가 거의 없고 구속 기소된 사람은 22명에 불과해 형사보상 대상은 아무리 많아야 수백 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는군요. 

 

판결이 나와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으나 형사보상금은 구금 기간을 기준으로 하루당 많으면 20만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혹자의 걱정처럼 이번 간통죄 위헌 결정으로 갑자기 대한민국 사회가 성적으로 문란해지거나 국가 재정이 고갈될 우려가 있다거나 세상이 뒤집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합헌 결정이 있었던 2008년 10월 30일까지 간통죄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들은 재심 청구 대상에 해당 되지 않으므로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수는 있습니다.

출처 - JTBC


간통죄 존치 입장이든 폐지 입장이든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간통죄가 폐지되어도 불륜은 죄가 됩니다. 간통죄가 폐지되었다고 해서 불륜을 장려하거나 바람 핀 게 죄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간통죄는 사라지더라도 일부일처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혼인 상대에 대한 순결과 성실의 의무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840조는 이혼 청구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로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만일 간통을 하면 감옥에 가둔다고 해서 혼인 상대에 대한 순결과 성실의 의무를 지키고, 감옥에 안 가둔다고 해서 의무를 저버린다면 그 사회의 결혼제는 의미를 상실한 게 아닐까요? 예전부터 간통죄의 문제점은 바람 핀 사람을 국가 권력이 잡아서 가뒀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바람 핀 행위 자체는 간통죄가 폐지된다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행위이며 민사소송 등을 통해 위자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직 법령 정비가 되지 않았지만 간통죄가 없어지면 민사소송을 통해 불륜을 저지른 당사자가 배우자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나 손해 배상액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간통죄가 없어져도 처벌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죠.

출처 - 경남신문


문제는 이런 법령 정비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이혼에 대해 바람 핀 책임자는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有責主義)를 택하고 있는데 간통죄가 폐지되면 자연스럽게 파탄주의(破綻主義)로 흐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파탄주의 원칙에 의하면 불륜을 저지를 정도면 이미 혼인관계는 파탄났다고 보고 누구든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여지껏 유책주의를 택해 법이 나서서 최대한 결혼을 유지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이제는 결혼관계가 파탄난 것 같으면 갈라설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게 될 겁니다. 사실 현실적으로도 이미 그렇지요. 하지만 여기서 하나의 문제는 바람 핀 당사자가 재산을 빼돌린 뒤 이혼을 청구하는 적반하장의 사례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할 법적 조처가 필요합니다.

 

이제 간통죄 대신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어야 되는 만큼 손해배상액과 위자료 같은 금전적인 책임을 더 무겁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정말로 사회 윤리에 관심이 있다면 이에 대한 입법부터 서둘러 애먼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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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 차라리 붕괴해버리고 새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청년이 다수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KBS) : http://news.kbs.co.kr/news/NewsList.do?SEARCH_MENU_CODE=0849&



KBS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에서 청년들의 충격적인 현 상황이 인용되었습니다. 지난 9일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이 주최한 '한국인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란 토론회에서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바라는 미래상이 무엇이냐'라는 설문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라고 응답한 청년은 23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붕괴, 새로운 시작'이라고 답한 청년은 두 배에 가까운 42퍼센트나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노력한들 성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 모조리 붕괴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것 외에는 답이 안 보인다는 인식이 청년 대다수의 저변에 깔렸습니다. 살인적인 스펙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도 여태까지는 경쟁을 견뎌내기만 하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리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현실이 전혀 그렇지 못하기에 이제는 모든 걸 놓아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이투데이


앞선 설문 결과를 두고 6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분들은 고도성장기에 열심히 하기만 하면 적어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 땅의 청년들은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성공회대 대학원 김연아 박사의 논문인 <비정규직의 직업이동 연구>에도 나왔듯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가 자라서 또한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대물림되는 비정규직


부모가 비정규직이면 자녀도 비정규직일 가능성은 무려 77.78퍼센트, 정규직일 가능성은 21.6퍼센트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정규직의 사정이 그리 나은 편도 아닙니다. 논문을 보면 부모가 정규직이어도 자녀가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67.8퍼센트, 정규직일 가능성은 27.4퍼센트였습니다. 이를 보면 한국 사회가 지위 이동의 기회가 균등하지 않고, 빈곤의 세습 구조가 이미 굳어졌이 드러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부모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지금 같은 경제구조에서는 자녀가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지금과 같은 정책하에서 가면 갈수록 더 안 좋아질 겁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청년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하는데, 이명박근혜 정권의 기조는 한결같이 반대로 가고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2년 비정규직을 4년 비정규직으로 연장해주겠다는 이른바 '장그래법' 따위의 말을 내뱉을 리는 만무하니까요.

출처 - 경향신문


지금 세상에선 기성세대가 흔히 청년에게 요구하는 노력과 야망, 진취성 등을 갖춰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야말로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가 되고 맙니다. 청년들의 비관적인 인식이 현실에 더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은 사회 구조가 차라리 모조리 붕괴된 이후 새 출발을 하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것일 테니까요. 아쉬운 위로일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나마 일본의 상황과 비교하면 우리 청년들은 새 출발에 대한 인식이라도 남아 있어 불행 중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포기하면 편해, 일본의 사토리 세대


고도성장기 때부터 이런 말이 있었죠. 일본의 현재는 한국의 10년 후다. 실제로 고령화 문제뿐 아니라 청년 문제에 있어서도 한국은 일본을 뒤따르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청년들을 대표하는 말은 '사토리 세대'입니다. 희망이 없기에 행복하다는 그들은 고령화 위주의 정책 때문에 사회안전망에서도 소외되었고, 잃어버린 20년으로 인한 경기 불황 때문에 비정규 계약직으로 내몰려 철저한 빈곤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경제력이 없다 보니 아무것도 탐내지 않는, 자신의 욕망마저 거세해버린 일종의 득도 상태에 내몰려 있습니다. 

 

일본 청년 세대의 연봉은 15년 새 4000만 원대에서 3000만 원대로 대폭 줄었으나 청년의 생활 만족도는 오히려 50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올랐다고 합니다. 버블 경기 때 모두가 욕망에 가득 차 있을 때는 아무리 벌어도 공허하더니 이젠 사회, 경제 등 현실적인 문제로 욕망을 거세할 수밖에 없게 되니 오히려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는 기형적인 심리 상태에 다다른 겁니다.

출처 - JTBC


이렇다 보니 오히려 비상이 걸린 쪽은 정부와 기업입니다. 고령화로 점점 줄어드는 인구 구조, 청년층의 경제력 상실 같은 이유 때문이죠. 당장 일본 자동차 내수 산업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돈이 없는 청년들은 자동차를 사지도 않을 뿐더러 자동차를 몰고 싶다는 욕망마저 희박합니다. 실제로 20대 운전자 비중이 10여 년 새 반토막이 났습니다. 최근에는 운전면허조차 따지 않으려 해서 자동차 기업들이 운전면허를 따기를 권하는 캠페인성 광고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만혼을 넘어 일본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 자체에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비정규 계약직을 전전하다 보니 돈이 없어서 이성을 못 만나고,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으니 혼자만의 소소한 즐거움에 천착해 초식남 수준을 넘어 절식남이 되었습니다. 실제 일본은 50세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인구 비율이 30년 전에는 단 2.6퍼센트였으나 현재는 무려 20.1퍼센트로 8배가 증가했습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이지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청년 세대의 암울한 현실 앞에서 일본 경제는 물론이고 나라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현재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6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 대비 64퍼센트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신규 취업 청년 5명 중 1명은 1년 이하 단기 계약직이며, 이렇게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청년 중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청년은 고작 11퍼센트에 불과합니다. 한국도 일본처럼 청년을 죽여서 기업을 먹여 살리는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청년층에 과감히 투자하고 그들을 구제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합니다. 지난번 세계 금융위기로 위기에 봉착했던 그리스와 아이슬란드의 흥망성쇠를 보면 답은 자명합니다. 그리스와 아이슬란드는 세계 금융위기 이전 저금리 시대에 무작정 돈을 끌어와 묻지마 투자로 단기적인 호황을 누렸으나 2008년 금융위기가 도래하자 순식간에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그리스는 우리나라가 흔히 그랬듯 은행과 대기업을 살리기 위해 세금 재정을 모조리 끌어모아 퍼부었고 국민들의 복지를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습니다. 특히 청년층의 육아와 교육 예산은 최우선 삭감 대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청년층은 졸지에 복지도 줄고 은행과 대기업의 빚마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처지로 몰락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러분이 잘 아시는 대로입니다. 그리스는 –3.3퍼센트의 최악의 경기침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현재 유로존 탈퇴라는 도박을 걸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나라 경제가 피폐해졌습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아이슬란드도 처음에는 부실 대기업과 은행을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집에서 가지고 나온 냄비와 솥을 두드리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부실 대기업과 은행은 자기들의 탐욕으로 묻지마 투기를 하다 그렇게 된 것이니 그들 스스로 책임지도록 그냥 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무책임함을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준다면 이는 미래 세대인 청년들을 죽이는 일이고 나아가 나라를 죽이는 일이라고요. 정부는 IMF 원조를 못 받을 수 있다며 국민을 협박했지만 국민들은 청년 세대의 미래를 빚더미로 몰아넣느니 차라리 그편이 더 낫다고 했습니다.

 

결국 성난 민심에 총리가 물러나고 부실 은행과 대기업, 연루된 정치가 등 90여 명이 금융위기의 책임을 물어 기소되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경제위기에 오히려 청년과 복지를 대폭 확대합니다. 이로써 사회보장 지출이 금융위기 전보다 36퍼센트나 늘어났습니다. 예산은 법인세와 부유세로 충당했습니다. 이렇게 강화된 사회안전망 덕분에 아이슬란드 청년들은 직업훈련과 재취업의 기회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고, 그 활력이 아이슬란드 경제 자체를 일으키는 기적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현재 아이슬란드는 유럽 평균을 뛰어넘는 3.5퍼센트라는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반면 실업률은 절반인 4.9퍼센트로 저조합니다.


그리스와 아이슬란드는 똑같은 위기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사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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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대변인 하면서 지금까지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았지만 지금도 너희 선배들 나하고 진짜 형제처럼 산다. 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 주고 나, 언론인... 지금 이래 살아요. 40년 된 인연으로 이렇게 삽니다. 언론인 대 공직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인간적으로 친하게 되니까...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 주고 총장도 만들어 주고...."


싸구려 조폭 영화의 대사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무총리 후보라는 사람이 언론인들과 식사하면서 내뱉은 말입니다. 지난 28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는 《중앙일보》 《한국일보》 《경향신문》 《문화일보》 등 중앙 일간지 기자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자기 자랑을 시작합니다. 전화 한 통에 종편 프로그램 패널이 바뀌었으며 언론사 인사에 개입한 내용까지 자랑스럽게 떠들었습니다. 자기 말 한마디면 당사자는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죽는다고 말이죠.


 

출처 - 미디어오늘


이쯤 되면 언론 마피아의 보스 행세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인들을 앞에 두고 이런 이야기를 꺼냈으니 일종의 압박성 발언을 한 셈입니다. 흠이 있더라도 덮어달라는 부탁은 말이 좋아 부탁이지 식사 자리에서 꺼낸 압박성 발언은 당장 투기 의혹 기사를 내리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관련 기사를 쓰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습니다. 

 



위 내용은 당시 식사 자리에 있던 《한국일보》 기자가 녹취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일보》 정치부 데스크는 이 녹취내용을 기사화하지 않습니다. 그냥 사장될 뻔한 녹취록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김경협 의원실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완구 총리 후보의 발언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때 이완구 후보는 자신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녹취록이 존재하면 공개해보라고 으름장을 놓았으나 KBS 보도와 새정치민주연합을 통해 녹취록 내용이 공개되자 꼬리를 말고 기억에 없다며 발뺌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이후 녹취록 내용이 추가 공개되면서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목적의 김영란법을 이완구 총리 후보가 막고 있었다는 사실도 폭로됩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언론인들이 여태까지 받아먹던 콩고물을 못 받아먹게 될 거라면서 말이죠.


 





출처 - JTBC


KBS 뉴스9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과 추가 공개된 녹취록 때문에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당연합니다. 행정부의 제2인자가 되려는 사람이 언론을 직접적으로 통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이지요. 정상적인 나라라면 검찰이 바로 수사에 들어가야 할 만한 일대 사건입니다. 공개된 녹취록 내용을 의식해서인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청문회가 시작되자 언론 통제 의혹에 대해 통렬하게 사과한다며 엎드렸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이런 과정에서 언론들의 대응도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우선 애초에 녹취록 내용을 기사화하지 않은 《한국일보》 데스크의 문제가 큽니다. 녹취한 기자는 편집국에 사실을 보고했으나 데스크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언론관에 문제가 있으나 사적 자리였으니 보도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다른 매체의 기자와 데스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종편 등 수구언론은 기자의 녹취 사실과 이를 야당에 건넨 것 자체가 언론 윤리에 어긋난다며 물고 늘어졌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언론 윤리 운운하는 언론의 모습은 스스로 정권의 충견이라는 자기고백에 다름아닙니다. 비리 의혹이 불거진 국무총리 후보가 청문회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한 발언을 사적 발언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보셨겠지만 취재원은 절대 쓰지 말라면서 정보를 넘겨주기도 하고 혼잣말이라며 보도 자제 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적 자리에서 한 발언이 정국을 흔들고 보도된 경우가 허다합니다. "우리가 남이가"로 지역 차별 논란을 불러온 초원 복집 사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녹취 역시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이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을 떠나 식사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 공적인 영역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라면 기사화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것이 기자의, 언론의 윤리가 아닐까요? 자주 출입하는 곳이니까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는 식으로 슬쩍 넘어가려는 건 언론이 취할 태도가 아닙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금까지 드러난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비리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송대 석좌교수 재직 당시 1시간 짜리 특강을 6번 하고 5500만 원을 받은, 이른바 황제 특강만 해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닌데, 병역 비리 의혹이나 부동산 투기도 어느새 기본 옵션이 된 것 같습니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차남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은 점이 추가로 지적되는 등 박근혜 정권만큼이나 총리 후보자 개인도 비리와 의혹의 백화점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행정부의 제2인자가 되려는 사람이 언론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려고 하고, 실제로 통제해왔다는 사실은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겠지요. 이명박 정권이 언론에 재갈을 물린 것도 모자라 실질적인 압력으로 언론을 통제하는 사람이 행정부에서 공개적으로 권력을 휘두른다면 대체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 지 누구도 모릅니다.

출처 - 미디어스


언론의 자성과는 별개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치명적인 외압 의혹 앞에 자진 사퇴함이 마땅합니다. 그리고 밝혀진 발언들을 토대로 그가 얼마나 어떻게 언론을 통제하고 있었는지 제대로 된 조사에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사퇴 의사를 밝혔던 정홍원 총리는 되돌이 인사로 놀랍게도 거의 1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안대희, 문창극에 이어 이번 이완구까지 하나같이 비리와 구설에 올라 교체할 총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홍원 총리의 사퇴를 유임으로 처리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정도 우습기 짝이 없지만, 이렇게나 인재가 없는 박근혜 정권의 무능함은 역사에 길이 남을 코미디가 아닌가 합니다. 이러다가 정홍원 총리의 임기가 박근혜 대통령보다 길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책


Posted by 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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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5/02/12 05: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리 백화점.... 참 가관입니다.
    이런 후안무치한 인간을 추천한 대통령이나 이런 짓을 한 인간이 국무총리를 하겠다는 뻔뻔함이나...
    왜 우리나라에는 나쁜 짓한 사람들이 출세하고 존경 받을까? 이제는 이런 인간을 만들어 준 권력에 기생해 잇권을 챙기는 사람들도 가려내야 합니다.
    이완구가 만든 대학이나 총장이 과연 누군지 얼굴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 Favicon of http://ideas0419.com BlogIcon 생각비행 2015/02/13 1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께서 책에 쓰신 "철학이 없는 사회는 합리성을 배척한다. 원칙이나 합리성이 실종된 사회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봉건성이 판을 치게 된다"는 내용이 생각납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투표가 16일 이뤄질 것 같습니다.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표결을 강행할 조짐입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반된 민심을 고려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철학 부재'가 대한민국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답답한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