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 19일(금) 저녁 8시 벙커1에서 '과학으로 사람 되자'라는 주제로 열린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북콘서트에 참여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운 날씨였지만 많은 분이 오셔서 과학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셨습니다. 요즘 폭발적인 흥행세로 역대 외화 흥행 3위에 오른 영화 <인터스텔라>를 빼놓고 과학 이야기를 할 수는 없겠죠?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파토 원종우 지음, 생각비행 출간)

 

원종우 작가도 북콘서트 서두를 <인터스텔라> 흥행과 영화의 과학적 배경에 관한 이야기로 열었습니다. 오늘은 지난주에 있었던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북콘서트 내용에 영화 <인터스텔라> 이야기를 섞어서 들려드리겠습니다.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북콘서트 현장

 

영화 <인터스텔라>가 1000만 관객 동원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로써 <다크나이트 트릴로지> <인셉션> <메멘토> 등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한국 최대 흥행 영화가 되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가족영화로서 감동적인 면모에 아이맥스로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웅장한 우주의 스펙터클이 흥행의 주된 성공 요인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인터스텔라>의 폭발적인 흥행세 이면에는 이 영화가 일종의 과학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을 몇몇 언론이 내놓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인터스텔라>를 만들면서 저명한 물리학자인 킵 손에게 자문하면서 영화 역사상 가장 물리학 이론에 부합하는 웜홀과 커블랙홀을 영상화했다고 자부했습니다.


출처 – 인터스텔라 누리집


영화의 이론적 배경을 자문한 물리학자 킵 손 역시 인터스텔라를 만들며 블랙홀과 웜홀에 관한 새 논문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할 정도였습니다. 한술 더 떠 <인터스텔라>의 시나리오를 맡은 조너선 놀런(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동생)은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4년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공부했다고 하여 숱한 화제를 남겼습니다.

 

세계의 석학들과 유수의 대학 커리큘럼 인증을 받았다고 생각해서인지(?) 한국의 학부모님들이 <인터스텔라>라는 영화를 자녀들에게 일종의 과학 교재로 활용하는 분위기가 있는 듯합니다. 얼마 전 《머니투데이》는 [저자를 만났습니다]라는 기획기사에서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원종우 작가가 말하는 '과학대중화'라는 주제로 "900만명 본 인터스텔라 공부하는 과학? 트렌드로 그치지 않게"라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거기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일각에선 인터스텔라 광풍이 '교육열'을 자극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영화를 통해 우주과학에 대해 알게 되면 수능 또는 학교수업을 이해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컸다는 것이다. 입시와 연결된 과학문화는 그 학생이 사회로 진출함과 동시에 의미를 상실하게 될지 모른다. 이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원 작가의 생각은 다르다.

 

"아시다시피 요즈음은 '공부가 되는 고전문학', '공부가 되는 톨스토이' 이런 식으로 입시를 깔고 들어오죠. 지금은 설령 입시를 보고 접근했다고 할지라도 이런 것들이 체화되면 나중에는 이런 문제에 대한 각성으로 이어질 거라고 믿어요. 교육열 때문에 또는 수능 때문에 온다고 해도 야단칠 필요가 없다고 봐요. 과학도 마찬가지죠. 제대로 전달만 된다면 그 문제는 스스로 해결 될 테니까요. 제대로 전달이 안 되니까 수능으로 밖에 안 가는 거죠."

 

원 작가는 과학의 대중화를 심도 깊게 생각할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과학은 인문학의 대중화 과정보다 더 앞으로 나아갔으면 해요. 트렌드로 그쳐선 안 되고 좀 더 내실 있고 뿌리 깊게 박힐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교육열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우리나라에서 <인터스텔라> 영화가 흥행하는 상황을 조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영화가 물리학적 지식을 흥미롭게 펼쳐놓았다 한들 그 기본적인 배경을 이해하기란 어렵습니다. 따라서 그 배경이 되는 지식을 공부하지 않고서 <인터스텔라>라는 영화 한 편으로 우주의 신비를 파악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이런 의미에서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 과학 토크쇼 <과학같은 소리하네>, 과학책을 자세히 분석해주는 팟캐스트 <과학책이 있는 저녁>을 통해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원종우 작가의 책과 강연을 통해 <인터스텔라>의 배경이 되는 과학 지식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안에 담긴 내용과 <인터스텔라> 영화 내용을 엮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 인터스텔라 다음TV팟


* <인터스텔라>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유의하세요.



조너선 놀런이 캘텍으로 간 이유


앞서 <인터스텔라>의 시나리오를 맡은 조너선 놀런이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4년간 강의를 들으며 공부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것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해서 말이지요. 그런데 왜 다른 이론이 아닌 상대성이론이었을까요? 그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거슬러 올라오면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중력이 뭔지 잘 모르고 산다. 어린 시절부터 수천 번은 더 읽고 들은 용어이긴 하지만 말이다. (...)  이처럼 중력은 미약한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중력은 전자기력보다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배 약하다. (...) 중력이 얼마나 미미한 힘인지 이로써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력이 전자기력, 약력, 강력 같은 힘에 비해 월등한 강점이 있다. 일단 물질의 성분에 관계없이 모아서 덩어리로 만들기만 하면 무조건 커진다. (...) 다음으로 중력은 멀리까지 전달된다. 전자기력도 중력처럼 멀리 가긴 하지만 천체의 운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힘'으로서의 역할은 중력과 비교할 수 없다. 강력이니 약력이니 하는 힘은 미시 세계에서 작용할 뿐이다. (...) 여기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중력의 기묘한 특징이 드러난다. 중력은 다른 것에서 만들어낼 수 없다. (...) 다른 한편으로 중력은 막을 수 없다. 이쯤에서 우리가 중력의 신비를 제대로 파헤치려면 반드시 하나의 이론을 통과해야 한다. 바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다.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2. 중력의 실체를 찾아서 중

 

질량이 거의 무한대로 큰 블랙홀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중력을 알아야 하고, <인터스텔라> 마지막 장면에서 쿠퍼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딸 머피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던 이유가 우주의 모든 힘 중 가장 멀리 가고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중력의 기묘한 힘 때문이란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영화를 보는 재미가 배가됩니다. 그리고 이 중력의 신비를 파헤치려면 반드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알아야 합니다. 그 때문에 조너선 놀런이 4년간 대학에서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한 것입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4년간의 중력 수업이 <인터스텔라>의 클라이맥스부터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의 얼개를 만들어주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군요.

 

북콘서트에서 원종우 작가가 상대성이론을 주요하게 설명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에서 원종우 작가는 "1915년에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이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중심 개념 중 하나는 중력의 힘과 일상적인 운동에서의 가속도가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과학 용어로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같다고 하고, 바로 이것이 일반상대성이론의 기본개념인 등가원리"라고 합니다. 복잡한 것 같으니 다음 동영상을 보시죠. 난해한 상대성이론이 GPS같이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출처 - 다음TV팟

 


담요 한 장으로 블랙홀 만들기

 

<인터스텔라>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한다면 영화 역사상 가장 물리학 이론에 충실하게 재현했다는 블랙홀의 묘사일 겁니다. 거의 무한대의 중력으로 모든 것을 끌어들여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하는 무시무시한 검은 구멍 말입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블랙홀이란 게 왜 생기는지, 그리고 블랙홀의 중력이 왜 그렇게 큰지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출처 – 인터스텔라 홈페이지


그런 블랙홀을 실생활에서 우리가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담요 귀퉁이를 당기고 있다고 하자. 이 상태에서 담요는 대체로 평평하다.

 

 

이제 그 위에 묵직한 볼링공을 하나 얹어보자. 그러면 당연히 공의 무게만큼 주변이 아래로 푹 꺼지게 된다. 이 상태에서 몇 가지 실험을 해보자. 비슷한 크기의 볼링공을 그 옆에 하나 더 얹는다면 어떻게 될까? 담요 위의 곡면이 크게 바뀌면서 두 볼링공이 대략 비슷한 거리를 움직여 쿵 하고 가운데서 부닥칠 것이다. 이번에는 볼링공 가까이에 훨씬 가벼운 당구공을 얹으면 어떨까? 볼링공은 별로 움직이지 않고 당구공이 또르르 굴러 볼링공에 부닥칠 것이다. 아주 가벼운 탁구공을 올려놓는다면? 볼링공은 조금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탁구공이 볼링공을 향해 굴러떨어진다.

 

 

(...) 지구 중력 때문에 무거운 공 주변의 담요가 휘었고, 가벼운 공들은 그 '구부러진 면'을 따라 굴러떨어지는 것인데 마치 볼링공에 끌리는 것처럼 보인다.

 

 

(...) 이런 원리는 달이 지구를 돌고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과 본질적으로 똑같다. 담요 실험에는 마찰력 때문에 조금 돌다가 중심을 향해 떨어지지만, 우주처럼 방해물이 없는 공간에서는 사실상 무한정 회전하게 된다.

 

이번엔 엄청나게 큰 납덩어리를 가져와 담요 위에 놓는다고 하자. 우리가 담요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 담요에 아주 깊고 큰 굴곡이 생기면서 볼링공, 당구공 등이 전부 납덩어리 쪽으로 굴러떨어진다.

 - 담요의 섬유가 파손되면서 아래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 결국 담요가 찢어져 커다란 구멍이 뚫린다. 이제 주변으로 무엇을 굴리든 다 구멍으로 떨어져 내린다.

 - 담요의 구멍과 그 안쪽은 이전의 법칙이 더는 통용되지 않는 다른 세상이다.


방금 우리는 2차원의 담요 우주에 블랙홀을 생성했다. 우주와 천체 사이에서 중력은 담요 실험이 보여주는 바와 아주 비슷하게 작용한다. 질량이 있는 물체는 주변 공간을 저 담요처럼 휘게 한다. 담요는 2차원 평면이고 실제 우주는 3차원 공간이기 때문에 똑같지는 않으나 원리적으로는 대략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2. 중력의 실체를 찾아서 중

 

왜 지구를 비롯한 별들이 태양 주위를 도는지, 왜 블랙홀의 질량이 무한대에 가까운지, 그리고 왜 블랙홀 주변에서는 모든 것이 왜곡되고 빨려드는지 담요 한 장의 예를 통해 간단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블랙홀 근처의 별에서 시간이 느리게 가는 이유는?



출처 – 인터스텔라 누리집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가장 헷갈리면서도 기묘한 장면은 산만 한 파도가 치는 별, 그리고 주인공인 쿠퍼보다 나이를 빨리 먹는 딸 머피와 연관된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블랙홀 주변에서는 시간적으로도 기묘한 일들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블랙홀을 향해 자유낙하를 시도한다고 하면 떨어지는 사람은 시간 간격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 채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 블랙홀 표면에 도달하게 됩니다. 살아 있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밖에서 바라보는 관찰자 입장에서는 떨어지는 사람이 블랙홀에 접근하면 할수록 점점 떨어지는 속도가 느려지다가 블랙홀 표면에 이르면 완전히 멈춘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이는 관찰자와 시간의 흐름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인데요, 따라서 <인터스텔라>처럼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아빠와 딸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죠.

 

일단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가능하다. 물리학적 방법으로는 로켓 같은 비행체를 타고 아주 빠르게 움직이면 된다. 광속에 가까울수록, 긴 시간을 움직일수록 더욱 빠르게 미래로 갈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늦게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사람 바깥의 세상, 즉 지구의 시간은 그만큼 빨리 흘러간다. 한편 비물리학적 방법으로 안전하게 할 수만 있다면 사람을 오랫동안 동면 상태로 두고 깨어나게 하면 미래로의 시간여행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식이라면 현재로 되돌아오는 건 불가능하다.

 

(...) 그럼 다른 방법은 없을까? 있다. 바로 웜홀이다. 중력을 설명하면서 잠깐 언급했듯이 입구는 블랙홀과 같은 대신 반대편에 화이트홀이라는 게 있어서 들어간 걸 토해낸다. 그렇게 나오면 다른 시공간에 있게 되는데 만약 이걸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과연 웜홀이 존재하는지 확실하지 않고, 존재한다 한들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을 버틸 물체가 있을 리 만무하다. 게다가 웜홀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려 들 때 필요한 과학이론, 엔지니어링 기술, 에너지 등을 감안한다면 그저 막막할 뿐이다.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4. 시간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중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에서 설명하는 시간여행 방법이 모두 혼합되어 인터스텔라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빠른 로켓, 동면, 상대성이론, 웜홀과 블랙홀까지 말이죠.


출처 – 인터스텔라 유튜브

 

 

블랙홀의 초거대 중력 문제는 특수한 형태의 회전하는 블랙홀의 경우 해결될 수 있다. 이런 블랙홀을 제안자의 이름을 따 커블랙홀(Kerr Black Hole)이라고 하는데, 중력이 무한대인 특이점이 점이 아닌 링 모양이기 때문에 이걸 따라 들어가면 원심력과 상쇄되어 편안하게 진입할 수 있다고 한다. 만일 이게 웜홀로 연결된 경우라면 다른 시공간에서 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혹은 다른 우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물리법칙이 다를 가능성이 커 살아남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중력이 수백 배 강하게 작용하는 우주로 튀어나온다고 하자. 그러면 세상의 경이를 살펴보기는커녕 1초도 안 돼 짜부라지고 만다.)

 

커블랙홀에 붙은 웜홀을 발견했다 한들 과거로 가려면 반대쪽 출구, 즉 화이트홀을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이쪽 블랙홀 입구에서 멀어지게 했다가 다시 가깝게 오도록 해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작업인데, 다른 문제는 이 방법은 화이트홀 쪽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도록 만드는 것이어서 작업이 시작된 지점까지만 과거로 돌아올 수 있고 그 이전으로는 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4. 시간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중

 

인듀어런스호가 지구를 떠나 다른 은하계로 갈 때 웜홀을 통했고, 쿠퍼는 마지막에 커블랙홀로 뛰어들어 다른 시공간에서 5차원의 존재들과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실제 물리학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출처 – 인터스텔라 다음TV팟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북콘서트를 마무리하면서 원종우 작가는 "결국 희망은 과학에 있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광대한 우주 속에서 인간이란 보잘것없는 존재이지만 우리가 과학의 눈을 통해 우주의 질서를 논하고 장엄한 천체의 운행을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우리 자신의 존재를 성찰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인터스텔라>에서 인간은 광대한 우주로 눈을 돌렸으나 결국 돌아온 곳은 가족의 곁이었죠. 학창시절 골머리를 썩이던 어려운 물리학 이론을 <인터스텔라>와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로 엮어서 풀어보니 재미있지 않나요?

 

우리가 사는 동안 우주의 진실을 모두 알지는 못하더라도, 오늘보다는 내일 조금씩 가까워짐을 느낀다면 우리는 의미 없이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이치를 깨닫게 됩니다. 그 느낌은 단순한 신비감이나 경이감을 넘어 우리의 삶에 깊은 위안을 주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북콘서트에서 다 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와 <인터스텔라>의 배경이 되는 과학 지식이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에 담겨 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저희가 출간한 책이어서가 아니라 "현대과학, 인문학, SF를 통섭하는 재미"라는 부제가 괜히 달린 것이 아님을 아시게 될 테니까요.



생각비행이 펴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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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북콘서트 행사가 바로 오늘입니다. 인기 팟캐스트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 공개 토크쇼 <과학같은 소리하네>, 그리고 최근 새로 시작한 팟캐스트 <과학책이 있는 저녁>으로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저자(파토 원종우)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인터스텔라>에 담긴 다양한 과학적 지식의 배경이 궁금하신가요? 현대과학, 인문학, SF를 통섭하는 재미있는 강연에서 그 답을 제시합니다. 아울러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입니다. 오늘 저녁 8시 벙커원에서 뵙겠습니다.

 

* 행사 당일이라 신청 절차 없이 바로 오시면 됩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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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 상상력을 과시하며 1000만 관객 동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터스텔라>. 인기가 어찌나 많은지 요즘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며 허니버터칩을 먹는 게 한국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올 정도입니다. 오늘은 우주적 상상력의 즐거움을 주는 영화와 달리 노동자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애환을 그려낸 영화 <카트>입니다.

 

<카트>는 대형마트 비정규직과 정규직 직원들이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뒤 노조를 결성해 사용자 측의 횡포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입니다. 2007년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을 전후로 벌어진 이랜드 리테일 소속 유통업체 계산원 노동자들의 투쟁을 극적으로 재구성했지요. 당시 상암 월드컵경기장역 근처를 지나가 본 분이라면 홈에버 앞에서 연일 벌어지던 파업 투쟁을 기억하실 겁니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마트 비정규직의 파업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에 이 영화는 아주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출처 – 카트 누리집



영화 카트의 실화, 2007년 이랜드 홈에버 사태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영화 카트의 모티브는 2007년 이랜드 홈에버 사태였습니다. 당시 이랜드 그룹은 2년 이상 근무한 상시고용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 홈에버의 계산원 등 비정규직을 포함해 계열사 근로자의 700여 명을 해고합니다. 이 중에는 계약 기간이 끝나지도 않은 근로자도 많았습니다. 이랜드 그룹은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고 그들의 일을 외주 용역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해고된 노동자들은 사용자 측의 불합리한 조처에 반발하며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있는 홈에버를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희생 끝에 마무리되어 노동자가 계산대로 돌아가기까지 이 사태는 510일이나 이어졌습니다.


출처 - 프레시안


비정규직보호법은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하는 경우 무기 계약 근로자로 전환하도록 법으로 보증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정규직 전환을 막기 위해 이 법을 악용해 노동자를 고용한 뒤 2년이 되기 전에 해고를 일삼는 작태를 보여왔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고용 불안이 본격화된 출발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현명한 직장 생활을 위한 노동법 사용 설명서》의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 2년인 경우에, 이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계약 만료 없이 계속 근무하게 되면 입사일로부터 2년이 되는 바로 다음 날부터 더 이상 기간제 근로자가 아닙니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상당 기간' 더 근무를 해야만 갱신이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법이 명확하게 '2년'을 정해놨기 때문입니다. 만약 2년이 넘은 며칠 후 회사에서 계약 만료를 통보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 해지'가 아니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것과 같습니다.


《현명한 직장 생활을 위한 노동법 사용 설명서》 105쪽

14.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재계약 없이 계속 일하고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이처럼 계약 기간에서 하루만 넘어도 근로자의 신분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탐욕적인 기업들은 기를 쓰고 2년 안에 해고하려고 열을 올리는 이유가 됩니다.



억울하지 않으려면... 아는 것이 힘!


영화 <카트>에서 태영이는 수학여행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급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오히려 따귀를 맞습니다. 태영이의 여자친구가 분을 참지 못하고 편의점 유리문을 깨자 편의점 사장을 포함해 세 명이 경찰서로 끌려갑니다. 급히 경찰서를 찾은 태영이의 엄마(선희)가 아들에게 묻습니다. 왜 그랬느냐고. 그때 태영이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억울해서..."


사실 그 심정은 마트에서 파업 중이던 선희가 싸우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그저 계속 일하게 해달라고, 우리를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아라고 하는 소박한 바람뿐이었는데, 이토록 냉혹한 현실과 마주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분기탱천해 편의점 사장한테서 아들의 급료를 기어이 받아낸 선희는 아들에게 돈을 건네며 힘들게 번 돈이니 네가 받아 쓸 권리가 있다고 얘기해줍니다.
 

출처 – 카트 누리집


사실 이런 상황은 영화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도 노동법을 잘 모르는 사회 초년생한테서 이른바 '열정페이'라며 뜯어먹는 나쁜 어른이 너무 많지 않습니까? 애초에 억울할 일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가장 좋겠지만, 당장 현실이 바뀌지는 않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역시 '아는 게 힘'입니다. 노동법을 안다면 아르바이트든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쓰셔야 합니다.
 

2.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 조항

근로계약에서 정한 임금이 '최저임금'에 모자랄 수 있습니다. 주로 급여 수준이 적은 경비직, 생산직, 일용직, 아르바이트생의 경우에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에 의해 매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되고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로 이듬해 적용됩니다. 근로계약에서 정한 임금이 그 해 최저임금보다 적으면 사용자는 그 차액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현명한 직장 생활을 위한 노동법 사용 설명서》 82쪽

07. 근로계약서에서 무엇을 살펴봐야 하나요? 중 <근로계약서에 있더라도 효력이 없는 규정들>


근로계약서를 썼더라도 악덕 사장이 네가 서명한 계약서니 지키라고 강요하더라도 효력이 없는 규정에 관한 내용은 잠자코 넘어가지 마세요. 최저 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임금으로 지급했다면 사장의 잘못입니다. 아르바이트비와 별도로 법에 따라 처벌받게 할 수도 있으니 당당하게 나가시기 바랍니다.


출처 – 카트 누리집


이는 비정규직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너무 만연해 있어 무심코 넘어가곤 하는데 원래 같은 일을 하는 근로자라면 정규직/비정규직에 따라 급여를 차별할 수 없습니다.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일명 '비정규직 보호법')에서는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 등 근로조건에 정규직과 차별을 둘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정규직 차별이 있다면 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신청하고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이때 차별에 대한 입증 책임을 '사용자'가 지도록 해서 사용자가 차별이 없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차별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명한 직장 생활을 위한 노동법 사용 설명서》 353쪽

55. 비정규직이면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해도 월급이 적은 건가요?


다만 이 경우 법적 표현이 미비해 현실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나 노무사 등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빈번합니다. 따라서 비슷한 상황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을 때는 가급적 함께 행동하는 편이 좋습니다. 노동위원회에 차별신청을 할 때에는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대표자를 선정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은 노동조합을 만들기도 어렵고, 차별 시정의 문제에서는 정규직 노조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시정이 됨으로써 혜택을 볼 수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충분히 논의한 후 신중하게 진행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단독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 향후에 있을 상황을 충분히 예측하고 진행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뭉치면 강하다! 

노동조합이라는 하나의 대안


아이 급식비와 수학여행비를 버는 선희, 싱글맘 혜미, 면접만 50번 넘게 떨어진 취업 준비생 미진, 나이가 들었어도 안락한 생활을 꿈꾸기 힘든 순례... 영화 <카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뭉쳐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노동조합이 뭔지 노동법이 뭔지 몰랐던 사람들이 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점차 변화되는 모습을 포착합니다. 노조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영화 <카트>에서처럼 또는 뉴스에서 흔히 보이는 장면처럼 노사 간 충돌이 생길 때 노동자의 연대를 막는 공권력 행사가 비일비재하니까요.


출처 – 카트 누리집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해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합니다. 불이익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해고, 퇴직 강요, 전보, 대기발령 등 신분적인 불이익 대우가 있고 차별적 승급, 강등, 각종 수당의 차별적 지급 등을 통한 경제적 불이익 대우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형태의 정신적 불이익이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방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하면 노동위원회에 권리를 침해받은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하면 구제명령을 내리는데 구제명령의 내용은 각 신청 취지에 따라 다릅니다.

 

노동조합이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정당한' 활동이어야 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정당한 쟁의행위(파업 등) 중에는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고 현행법 외에는 노동조합법 위반을 이유로 구속되지 않습니다. 정당한 쟁의행위에 참여한 것을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취급을 할 수 없고, 파업으로 중단된 업무를 대체근로자나 파견근로자를 통해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명한 직장 생활을 위한 노동법 사용 설명서》 441~443쪽

73.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 불이익이 있나요?


그렇지만 영화 <카트>가 잘 그려내듯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라도 현실에서 무력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정권이 정책 차원에서 노조를 핍박하는 경우 더더욱 어렵습니다. 준법투쟁조차 불법으로 낙인을 찍어 기소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영화 <카트>에서도 공권력이 투입되어 마트를 점거했던 근로자를 모조리 연행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출처 – 카트 누리집



준법투쟁은 겉으로는 파업이나 시간 외 근로 거부나 연차휴가 사용 등 근로자에게 법이 보장한 정당한 권리를 집단적으로 행사하거나 작업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입니다. 이런 집단행동으로 인해 근로 제공의 양이나 질이 평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실상 노무 정지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파업이나 태업을 하지 않고도 사업 운영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준법투쟁으로 생긴 피해를 본 사용자들은 이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불법쟁의에 대한 다양한 제재 조치를 취해 노동조합의 준법투쟁을 막으려 합니다.


준법투쟁이 불법인지 아닌지는 일단 준법투쟁이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쟁의행위는 파업, 태업 등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입니다. 준법투쟁의 불법 여부를 놓고 많은 법적 분쟁이 발생해왔습니다.


《현명한 직장 생활을 위한 노동법 사용 설명서》 448쪽

77. 준법투쟁이 왜 불법인가요?


 

지난 12월 2일 《매일노동뉴스》가 보도한 <파업노동자 대상 손해배상 청구액 10년 새 9배 증가> 기사는 가히 충격적입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노조에 청구된 손해배상 규모가 10년 전인 2004년 51개 사업장 575억원에서 올해는 17개 사업장 1천691억6천만원으로 대폭 늘었"으며 "2004년에는 사업장당 평균 손배청구액이 평균 11억3천만원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그 규모가 사업장당 99억5천만원으로 9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파업 한 번 했다가 하나의 사업장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떠안아야 하는 배상 규모가 약 100억 원에 달한다니 기가 막힙니다.


근래 정당한 파업에도 기업들이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현실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평생토록 일해도 갚을 수 없는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는 기업의 속내가 달리 있겠습니까? 기업의 요구에 불응하는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막고 노조의 단합을 와해하려는 심보에 불과하지요. 따라서 기업 차원에서 시도하는 막대한 규모의 배상청구는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세력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미국의 법조계는 기업의 부당한 소송을 조기 각하하거나 약식판단으로 기각하고 소송 비용을 제소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법리적 판단을 발전시켰습니다. 2010년 현재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27개 주에 전략적 봉쇄소송 규제법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까운 대한민국에서 <카트>의 마지막 장면(비정규 노동자의 근무 복귀)은 510일을 투쟁한 끝에 노조 지도부가 희생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뤄진 사실입니다.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였던 셈이죠.



'중규직'이라는 웃기고도 슬픈 현실,

연대만이 현실을 변화시킬 원동력!


2014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영화보다도 가혹합니다. 며칠 전 박근혜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중규직'을 신설하겠다고 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보호되고 있는 귀족 노조인 정규직의 권리를 빼앗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는 영화 <카트>의 모티브가 된 이랜드 홈에버 사태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 정규직 대리인 동준은 양심의 가책을 받지만 대부분의 정규직은 나랑 상관없는 비정규직의 일이라며 처음에는 무시합니다. 하지만 곧 사측의 진짜 의도는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정규직까지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한 후 마트 자체를 팔아넘기려는 속셈임을 알게 되죠. 이로써 남의 일이 아니게 된 정규직들도 노조를 만들어 비정규직 노조와 힘을 합칩니다. 사측의 설득에 떠밀려 복직한 직원들과 마트 밖에서 싸우고 있던 직원들이 함께 카트를 밀며 사측과 공권력에 맞서는 장면은 그런 의미에서 상징적인 연대입니다.


출처 – 카트 누리집


이 영화를 보고 문재인 의원은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든 참여정부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보호와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려는 뜻에서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었는데, 막상 법이 시행됐을 때 사용자들이 외주용역이나 사내하청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작태를 막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말이죠.

 

비정규직 문제를 악화시키고 이제 정규직마저 망가뜨리려는 이명박근혜 정부 사람들이 과연 문재인 의원처럼 생각을 돌이킬 날이 올까요? 그날이 오게 하려면 우리는 연대해야 합니다. 비정규직도, 노동조합도, 파업도 유별나거나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의 범위를 따로 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원은 민법 제35조(법인의 불법행위능력)를 유추 적용해 불법파업에 대한 노조의 민사적 책임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국 파업의 정당성을 가리는 기준인 파업 주체·목적·방법(수단)·절차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불법파업이 되어 그에 따른 민사적 책임을 면하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노동자들의 권리행사와 노동 삼권을 억압할 목적으로 제기되는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법리를 마련해가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갈 길이 멀지만 하나하나 바꿔야 합니다. 이를 위한 연대만이 현실을 바꿀 동력입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책


Posted by 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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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촤다니엘 2014/12/19 0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큰 공감 하고 갑니다.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미래가 더욱 어두워지는것 같습니다... 아는것이 힘인 만큼 많은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노동법은 숙지하고 있어야 불이익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