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은 텅 비었고, 모든 악마들이 헬조선에 있도다

"지옥은 텅 비었고, 모든 악마들이 여기에 있도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희곡 〈템페스트〉에 쓴 구절입니다. '1% 대 99%'라는 구호가 상징하는 자본주의의 불평등한 현실을 월스트리트의 실상 폭로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책,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의 제목이 바로 이 구절을 빌려 쓴 것이기도 합니다. 셰익스피어가 쓴 구절을 우리 사회에 적용한다면 이 글의 제목 "지옥은 텅 비었고, 모든 악마들이 헬조선에 있도다"가 될 겁니다. 어떻습니까? 실제로 그러하지 않습니까?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경찰이 직사한 살인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1년여 동안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농민이 지난 25일 숨졌습니다. 억울한 죽음 자체가 참담한 일인데, 더 잔악한 일은 그다음부터였습니다. 국가공권력에 의해 명백히 살인을 당한 분에게 대통령이 사과하고 배상을 말해도 늦을 이때, 박근혜 정부의 선택지는 다름 아닌 독재정권 시대에 횡행하던 시체 탈취와 강제 부검이었으니까요.


지난 25일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자마자 경찰은 서울대병원을 압수수색하고 법원에 부검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했죠. 하지만 재청구 끝에 28일 법원의 부검 영장을 발부받습니다. 법원은 부검 방법과 장소에 관해 유족의 의사를 반영할 것을 전제로 영장을 발부했다는 핑계를 달았지만, 유가족과의 합의가 아닌 협의만으로도 영장을 집행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경찰이 독재 시대처럼 대부대를 이끌고 강제 집행으로 시체를 탈취할 조건을 갖춰준 것입니다.


출처 - SBS


당연한 얘기지만 유가족은 백남기 농민의 부검을 명백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시위 당시 CCTV 화면과 다른 증거들을 봐도 경찰이 직사한 살인물대포에 의해 발생한 뇌출혈이 그동안의 투병과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임이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경찰이 이토록 집요하게 강제로까지 부검을 집행하겠다는 것은, 독재 시대 때처럼 어떻게든 법의학적 원인을 만들어 고인이 물대포가 아닌 지병으로 숨졌다는 소리를 하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는 핑계가 저들에겐 절실한 겁니다. 악마가 따로 없습니다.


외신은 평화로운 장례식을 왜 수백 명의 경찰이 감시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국가공권력에 의해 사망한 사람의 장례식을 국가공권력이 감시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도 안 되고 말도 안 되는 처사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8일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 소식과 관련해 경찰의 물대포 사용에 대해서는 독립된 기관에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진상조사를 통해 가해자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하고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키아이 유엔보고관은 유가족이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한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이 땅의 악마들을 제외하고는 백남기 농민의 부검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서울지방법원 판결문에 경찰이 직사살수로 백남기 씨에게 뇌진탕을 입게 했고 응급차량에까지 직사살수를 해 이때의 경찰의 시위 진압은 의도적이든 조작적이든 실수든 그게 뭐든 간에 위법한 것이었다고 명시하는 법적 판단이 이미 나왔기 때문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게다가 경찰은 살수차 운용 지침을 위반한 당사자이므로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직사살수할 때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야 한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최루액 혼합살수도 경고살수 없이 처음부터 섞어 쓴 것 또한 지침 위반이었습니다. 살수차 사용 중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 즉시 구호조치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한다는 지침을 지키긴커녕 구호하러 온 응급차량에까지 직사살수한 것이 영상자료로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경찰이 법과 지침을 어겨 공권력을 남용해 무고한 시민을 죽인 것이 너무나 명백합니다.


출처 - 뉴스타파


출처 - 이데일리


지금까지 다양한 정권에서 무고한 시민이 시위 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왔습니다. 하지만 독재정권의 후예인 노태우 정부 때도 내무부 장관을 경질했고, 하다못해 이명박 정부조차 대통령이 사과하고 경찰청장 내정자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찰청장이 사과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평화로이 고인을 보내드려야 할 장례식장을 되레 경찰들로 봉쇄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이 헬조선임은 명백합니다. 헬정치로 무고한 시민을 죽이기 때문입니다. 지옥에 있어야 할 악마들이 헬조선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법원이 부검 영장을 발부하자 백남기 농민의 딸인 백도라지와 백민주화 씨 등 유족 대표는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이들의 손이 다시 아버지에게 닿게 할 수 없다"고 하며 사인이 명확한 만큼 부검은 필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막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아버지를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식 된 도리로 아버지를 고이 보내드려야 할 이때 경찰과 언론의 괴롭힘에 대응해야 하는 유가족들의 비통한 마음이 애처로울 따름입니다.

출처 -민중의소리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오마이뉴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야간이라 영장집행이 어렵다며 29일 중 영장 집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입구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며 대응할 예정입니다. 장례식장 앞에서는 촛불문화제가 이어지고 있으며 조문객 행렬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야당은 백남기 특검을 추진할 태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유가족의 안위가 우선입니다. 딸들이 아버지의 장례식을 무사히 치르기를 두 손 모아 바라야 할 정도로 대한민국이 망가졌다는 현실이 참으로 슬픕니다. 다시 한 번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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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앞두고 이미 긍정적인 효과 나타나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은 뒤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농민이 바로 어제(25일) 1시 58분에 사망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측은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없는 가운데에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번 백남기 농민 청문회를 통해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있으니 이는 당연한 요구입니다. 

 

백남기 농민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박근혜 정권은 책임을 통감하고 무조건적인 사과부터 해야 할 텐데도, 이제 와 사망 원인을 가리겠다며 망자의 부검을 거론하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백남기 농민의 기막힌 죽음을 계기로 더는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시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출처 - 한겨레

 

 

생각비행은 그간 여러 번의 기사를 통해 김영란법의 의의와 우리 사회에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를 소개해왔는데요, 오늘은 김영란법 시행을 이틀 앞두고 그간 의견이 분분했던 이 법이 우리 사회에 이미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습을 살펴볼까 합니다.

 

김영란법 국회 본회의 통과, 그 의미와 향방
http://ideas0419.com/541

 

김영란법으로 경제 위축? 말도 안 되는 소리!
http://ideas0419.com/636

 

김영란법으로 저녁이 있는 삶 이루자
http://ideas0419.com/653 

 

일전에 저희는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한들 국민 경제에 아무런 이상이 없고, 이를 불안하게 여기는 이들은 걸릴 구석이 많은 사람과 그 주변에서 꿀을 빨던 이들뿐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 농어촌 다 죽는다"고 경제 단체와 일부 언론이 앓는 소릴 하던 와중에 추석 연휴가 지났습니다. 과연 이번 추석 연휴에 김영란법 때문에 우리 농어촌이 폭삭 주저앉았을까요?

출처 - 경향신문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올 추석 명절에 지역 백화점들의 선물세트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김영란법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지역 백화점들의 선물 세트 매출 신장세가 지난해 추석 대목보다 10퍼센트 이상 높아졌을 정도입니다. 추석 연휴를 앞둔 2주간 각 백화점에는 선물세트 판매와 배송 과정에 김영란법 시행에 관련된 문의가 잇따르긴 했습니다. 이 선물 때문에 상대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지, 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등을 궁금히 여겼기 때문입니다.


출처 - SBS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5만 원 이하 저가 선물세트 비율이 늘었고, 10만 원 이상 고가 선물 세트가 감소했습니다. 갤러리아 백화점의 경우 추석 선물 세트 판매 실적이 지난해 대비 10퍼센트 늘었는데, 그중 5만 원 미만 선물 세트의 비중이 지난해 대비 47퍼센트나 급증했다고 합니다. 백화점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5만 원 이하 저가 선물세트 구성비가 높은 대형 할인점들도 지난해와 비슷한 매출고를 올렸습니다. 사람들이 김영란법을 의식하긴 했지만 법의 한도 안에서 선물하면 문제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실제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입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경제가 위축된다고 하던 이들은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출처 - 더팩트


부산의 특산품인 고급 어묵과 통영 멸치, 기장 미역, 보령 김 등 지역 농어촌 특산물은 김영란법 수혜 품목으로 꼽힐 정도라 김영란법이 농어촌 경제를 망치기는커녕 지역 특산물 특수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대구신문


대표적인 지역 기업들이 모인 대구에서도 김영란법이 시행돼도 기업 매출과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며 기업경영에 오히려 긍정적일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기업 124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이 시행되어도 기업 경영에는 변화가 없거나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87.1퍼센트에 달했고,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12.9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청탁 금지법을 통해 사회 투명성이 더 높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출처 - JTBC



김영란법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공무원들과 그들을 대상으로 한 사람들일 겁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이미 적응하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가 몰려 있는 세종시에서 공무원들이 즐겨 찾는 한우 전문점들은 식사 가격을 김영란법의 규제를 받지 않도록 낮추기 위해 손님이 직접 고기를 굽도록 하는 셀프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소갈비와 돼지갈비를 섞어 내놓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경찰청 앞 참치횟집은 아예 2만 9000원짜리 김영란 메뉴를 선보였습니다. 한 술집은 1인당 4900원만 내면 생맥주와 와인을 무제한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하며 김영란법 시행 기념 이벤트로 명명해 김영란법이 마케팅 요소로 활용될 수도 있음을 보였습니다.


출처 - 서울경제


김영란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열린 고위당정청협의에는 9000원짜리 죽 세트가 등장했습니다. 기존처럼 호텔 케이터링으로는 3만 원을 못 맞추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예행연습인 터라 총리실 공무원이 죽을 배달해 끓이고 과일을 직접 깎아 대접하는 서툰 촌극이 연출되긴 했지만 말이죠.  

 

이 때문에 김영란법에는 3만 원까지 허용하지만 실질적 정부 공식 행사의 식대 상한선이 1만 원 이하로 정해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이런저런 잡음과 서툰 구석이 있겠지만 이것이 옳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길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바로잡아 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공무원들은 김영란법에 관한 한 할 말이 없을 겁니다.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니까요. 최근 5년간 발생한 현직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가 4만 건을 넘은 데다 그마저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음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뇌물 수수, 횡령 및 배임 등 그 죄목도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런데도 솜방망이 처벌만 이뤄지다 보니 공무원의 부패와 비리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구조적 모순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이런 악순환을 28일부터 정식 시행되는 김영란법이 끊어내길 기대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대접하는 것, 대접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풍토는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자기 밥과 차는 자기가 사서 먹읍시다. 먹고 마시고 흥청망청해야 일이 돌아가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2차-3차로 이어지는 불필요한 접대 문화를 근절하고 일찍 집에 들어가 각자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립시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그렇게 변해가는 게 마땅합니다. 그런 변화가 곧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집니다.

 

김영란법에 대한 개념을 잡지 못한 분들을 위해 사례를 통해 김영란법을 쉽게 설명하는 자료를 소개해드립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김영란법 풀어드립니다 - 저촉 피할 '3단계' 행동은? : https://youtu.be/kZg8qpjCY_c


김영란법 풀어드립니다 - 영화 속 장면, 이제는? : https://youtu.be/zsFuM4g_7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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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경주 지진 대응, 세월호 참사의 재래였다

411회. 지난 9월 12일 역대 최고급이라는 진도 5.8의 경주 지진이 발생한 이후 일어난 여진 횟수입니다. 특히 12일 지진 후 추석 연휴 직전까지 무려 308회의 여진이 이어져 추석 연휴에 사람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이제 한반도는 지진 안전 국가가 아닌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지진 피해까지 매번 벌어지는 위기의 국면에 사람들은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목숨을 건 사투를 혹자들은 '박근혜 리스크'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시스템 없이 주먹구구로 생사람 잡다가 그때가 지나면 잊어버리고 다시 재발하는 형태는 한국의 고질병이긴 했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 병폐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울산 지진을 겪은 이후 이번 경주 지진 때는 뭔가 대응이 달랐을까요?


출처 - 뉴스1


천만의 말씀입니다. 오히려 세월호 참사의 재래였습니다. 이번 경주 지진 당시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한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사상 한반도에서 가장 강한 지진이 일어난 지난 12일 대구 경북 지역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야간자율학습 중이었습니다. 매뉴얼에 따르면 지진이 일어났을 때 선생님들은 신속하게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내보내 건물 붕괴 등에 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능이란 괴물 앞에서는 지진도 문제가 되지 못하는 걸까요? 지진에 무서워 아우성치는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며 공부하라고 교실에 가둬두기 바빴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그때의 공포를 아이들은 인터넷과 SNS에 쏟아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아이들의 환경은 바뀐 게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아우성과 학부모들의 안부 전화가 빗발치자 대구시교육청이 야간자율학습 중단 조처를 한 건 오후 9시가 훨씬 넘어서였습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한편 지진 발생 시 가장 먼저 정보를 전파하고 사람들을 안심시켜야 할 국민안전처와 기상청 누리집은 다운되어 아무것도 표시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다음 날인 13일 국민안전처의 대처는 그야말로 상식 밖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누리집이 다운된 것과 늑장 대응에 대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이 자기들에게 불리한 '유언비어' 차단에 급급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첫 지진 발생 후 2시간 47분이 지나서야 나왔습니다. 국민안전처가 추가 지진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시물을 올렸으나 여진은 300번이 넘게 일어났죠. 더구나 기상청은 13일 여진이 계속 중이나 지진은 사실상 종료라는 공식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를 믿고 풍성한 명절을 보내길 바란다"는 말을 했을 때 이승만 전 대통령이 생각났습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한강철교를 끊고 도망가면서 국민에게는 "정부를 믿고 동요하지 말라"고 했죠. 



출처 – 연합뉴스


정부의 거짓말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생각비행은 지난 5월 지진 우려가 있는 경상도 단층 지역에 방사능폐기물처리장과 원전 등 위험 시설이 빼곡하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에너지 전환의 시급성을 말씀드린 바 있죠.

 

울산 지진의 경고, 에너지 전환이 시급하다!:

http://ideas0419.com/645


이번 경주 지진으로 방폐장과 원전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5년 전에 이 지역 양산 단층을 활성단층으로 결론 내고도 그동안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2012년 양산단층대를 지진 활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활성단층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당연히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은 채 되레 이 지역에 원전을 2개나 더 짓도록 허용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를 원자폭탄을 경상도 지역에 설치한 셈인데요. 온갖 비리가 터져도 바보 같을 정도로 콘크리트 지지를 해준 지역에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겁니다. 이건 사드 배치보다도 더한 짓입니다. 실제로 지난 12일 역대 최대 강진으로 월성 원전은 일주일째 A급 비상단계가 발효되어 수동 정지했습니다. 더구나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진 발생 시 위기 경보 발령에 대한 매뉴얼이 애매해 역대 최대 강진으로 원전이 위험에 처한 상황인데도 1시간이 지나서야 B급 비상 발령을 내렸습니다. 회의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답니다. 이 정도로 무능한 정부이다 보니 대체 뭘 믿고 원자폭탄 옆에 사느냐는 자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역대 최고급 강진과 여진으로 건축물 내진설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데 지난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가 국토해양부에서 추진하던 내진설계 규제개혁 방안을 중단시켰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층 이하 신축 건축물까지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려고 했는데, 비용이 드는 규제라며 대통령 직속 규개위가 철회시켰습니다. 건설사들의 배를 불려주려고 내진설계를 없애버린 것이죠. 


출처 - 파이낸셜뉴스


사실 우리나라 건축물들의 내진설계 비율은 기가 찰 정도입니다. 서울시에서는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을 할 수 있게 해놓았는데요.

 

건축물 내진설계 여부 확인(서울특별시):

http://goodhousing.eseoul.go.kr/SeoulEqk/02_selfdiagnosis/step_1.jsp


굳이 살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전국 건축물 중 불과 7퍼센트만이, 그중에서도 개인주택은 단 3퍼센트만이 내진설계가 돼 있으니까요. 센 지진이 일어나면 우리나라 건물은 그냥 다 무너진다고 보면 됩니다. 심지어 지진 재해 시 대피소 역할을 하는 학교의 내진설계율이 15.8퍼센트 수준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지진 앞에서 우리는 무대책인 셈입니다. 일본 대지진 정도의 강진이 닥치면 그냥 손 놓고 죽는 수밖에 없게 생겼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각자도생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SNS에 재해 시 생존배낭 꾸리는 법 같은 정보가 떠돌더니 이젠 지진 선진국인 일본의 지진대응 매뉴얼에 대한 관심이 치솟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진대응 매뉴얼은 실질적인 대책 대신 "감동적인 휴먼스토리 발굴하라"는 식의 자기네 치부 가리기에 급급한 내용만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JTBC



추석을 앞두고 지지율 상승을 위해 경주 지진 문제를 무시하고 북의 핵실험 이슈만 띄우던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경주 지진이 북한 특수부대의 땅굴부대가 경주 지하로 내려와 한 지하 핵실험 때문이라는 찌라시 정보가 추석 연휴에 나돌기도 했죠. 이런 유언비어 유포자나 잡을 일이지 박근혜 정부는 대체 뭐하는 겁니까? 아, 박근혜 정권이 보기에는 이런 것이야말로 감동적인 휴먼스토리겠군요.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일본 도쿄도는 대도시 강진 등의 재해에 대비한 방재 책자, 《도쿄방재》를 한국어판도 만들어 배포하고 있습니다. 재난 대응 시스템이 '재난 자체'인 박근혜 정부를 믿지 마시고 일본에서 만든 정보라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도쿄도 홈페이지

 

방재 책자 《도쿄방재》:

http://www.metro.tokyo.jp/KOREAN/GUIDE/BOSAI/


사상 유례없는 지진의 진앙인 경주와 인근 경상도 지역은 물론 진동을 감지할 수 있었던 서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이러다 대지진이 오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도 400번이 넘은 여진이 일어나자 두려움은 전국적인 공포감으로 확산하는 중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본 정부 기구인 지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진 권위자 히라타 나오시 도쿄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0년 내 한국에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관측 최대치인 진도 7.0(한국 기준으로는 진도 10~12)의 지진이 와도 금방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내진설계를 해 현재 건축물의 80퍼센트 이상이 이 기준을 충족한다고 합니다. 그는 한국이 내진설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자연이 보낸 울산과 경주 지진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제 지진 재해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적어도 앞으로 지을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실질적인 방재교육부터 시작해야 함이 마땅합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으라 하지 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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