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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도서비행

[김대중 대통령을 추모하며 - 사랑의 승자 8] 도덕성 결핍

by 생각비행 2011. 9. 23.
도덕성 결핍

정치에서의 도덕과 윤리의 구현이 되지 않고는 우리나라는 앞으로 더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할 게 분명하다.


오 기자 돈 문제와 관련해서 깨끗하지 않다는 말이 많습니다. 인정하지 않으시겠지만.

김대중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이 도는지, 그런 말을 하는지……. 내가 직접 챙기는 일이 있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기도 하지만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오 기자 여당에선 기자들에게 여름 휴가비를 돌렸습니다. 민주당은 그런 계획이 없는지요? 그렇게 하면 기자들 입은 막을 수 있을 텐데요.

김대중 오 기자도 받았습니까?

오 기자 저는 국회 출입 3진인데 1진인 선배가 받아서 가져다주더라고요. 어떻게 돌려줘야 할지 몰라서 그냥, 받았습니다.

김대중 그 돈으로 휴가는 잘 다녀오셨습니까?

오 기자 아직 휴가는 못 갔고요. 술만 진탕 마셨습니다.

김대중 기자들이 그런 돈 받지 않겠다고 ‘기자실천강령’인가 하는 걸 종종 지면에 발표하던데. 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인지…….

오 기자 죄송합니다. 여당에서 나온 돈이니 세금 돌려받는 셈 치고 무심코 써버렸는데……. 다음부턴 안 받겠습니다.


흔히‘내 양심을 떳떳하게 살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결코 완전한 삶의 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영혼은 육체의 불가결의 일부입니다. 정신과 물질은 서로 불가결인 것입니다.


동교동 자택에서 김대중 씨 인터뷰 사진을 찍고 나오려는데 비서 한 명이 볼펜 하나를 선물했다. 안 받으려 하니 싼 거라 하며 권해서 받았다. 시중 가격이 2000원 정도 하는 볼펜이었다.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문구가 박힌 볼펜을 아버지께 드렸다. 얼마 후 한 신문사 1면에 YS의 시계와 DJ의 볼펜이 대서특필되었다. 선물을 돌린 것으로 선거법 위반이라는 내용이었다.

고가의 시계와 2000원 정도의 볼펜은 누가 봐도 다르며, 뿌려진 물량 또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시계가 많았다. YS는 대통령이 된 다음 뿌리다 남은 그 시계를 청와대 방문객에게 선물로 나눠주었다. 양비론의 실례. 양쪽을 싸잡아 비판하는 양비론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한쪽 편들기가 되는 일이 잦다. 더욱이 큰 잘못을 저지른 쪽을 두둔하는 꼴이 되기도 한다. 신문사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양비론의 악용이다. 독자, 즉 국민만 속는다.

5년 뒤 대통령 후보로 김대중 씨가 다시 나왔을 때 민주당에서는 예전과 달리 촌지를 뿌리곤 했다고 한다. 촌지 같은 것 받지 말라고 해서 나는 그날 이후 일절 안 받았는데. ‘도대체 왜 촌지를 뿌리는 거야?’ 하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무척 실망스러웠다. 기자들이 어디서 뭘 얻어먹고 왔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화가 치밀었다. 그 일은 비서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떠넘길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는 다른 당보다 삼성으로부터 훨씬 적게(10분의 1이라고 했던 걸로 안다) 받았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나 또한 ‘다른 정치인과 같소이다.’ 하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아니, ‘나를 다른 정치인과 같게 봐주시오.’ 하는 말과 진배없다. 이건 양비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요, 윤리의 문제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논하기 전에 주었느냐 안 주었느냐,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 하는 원초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권 때마다 등장하는 측근 비리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인사의 비리 의혹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1억 원 안팎의 금품을 받고 구명 로비설에 휘말린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비서관, 철도차량과 선박 기자재를 제조하는 SLS그룹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수십억 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의 '권력형 측근 게이트'가 레임덕에 빠진 이명박 정권에서도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우선은 철저한 조사로 사건의 진위를 가리고 법적 조처를 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PD수첩>을 어이없게 몰아세운 전력이 있는 검찰은 그간의 실추된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에 관해 모든 수사역량을 동원하여 실체적인 진실을 밝혀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비리가 없다고 자부했던 이명박 정권. 하지만 핵심 측근 3명이 재판 중이고 1명은 유죄를 받았으며, 1명은 수사 중이다. 또 다른 1명은 의혹이 일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명방 정부가 과연 깨끗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 경향신문)


정권 초기부터 도덕성과 거리가 멀었던 이명박 정권은 권력 핵심부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습니다. 세간에 떠도는 비리 의혹이 많았던 만큼 청와대는 간접적으로 이번 수사를 방해하거나 외압을 행사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그 실체가 드러나 전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사실 그간 역대 정권에서 권력형 비리가 없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때마다 언론의 대응방식이 달랐으나 이번에는 진실을 보도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 없기 바랍니다. 글 말미 오동명 기자의 지적처럼 이런 문제는 "양비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요, 윤리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도덕'과 '윤리'의 잣대로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진행할 때 권력형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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