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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by 생각비행 2015. 2. 13.

한국의 미래, 차라리 붕괴해버리고 새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청년이 다수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KBS) : http://news.kbs.co.kr/news/NewsList.do?SEARCH_MENU_CODE=0849&



KBS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에서 청년들의 충격적인 현 상황이 인용되었습니다. 지난 9일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이 주최한 '한국인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란 토론회에서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바라는 미래상이 무엇이냐'라는 설문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라고 응답한 청년은 23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붕괴, 새로운 시작'이라고 답한 청년은 두 배에 가까운 42퍼센트나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노력한들 성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 모조리 붕괴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것 외에는 답이 안 보인다는 인식이 청년 대다수의 저변에 깔렸습니다. 살인적인 스펙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도 여태까지는 경쟁을 견뎌내기만 하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리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현실이 전혀 그렇지 못하기에 이제는 모든 걸 놓아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이투데이


앞선 설문 결과를 두고 6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분들은 고도성장기에 열심히 하기만 하면 적어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 땅의 청년들은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성공회대 대학원 김연아 박사의 논문인 <비정규직의 직업이동 연구>에도 나왔듯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가 자라서 또한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대물림되는 비정규직


부모가 비정규직이면 자녀도 비정규직일 가능성은 무려 77.78퍼센트, 정규직일 가능성은 21.6퍼센트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정규직의 사정이 그리 나은 편도 아닙니다. 논문을 보면 부모가 정규직이어도 자녀가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67.8퍼센트, 정규직일 가능성은 27.4퍼센트였습니다. 이를 보면 한국 사회가 지위 이동의 기회가 균등하지 않고, 빈곤의 세습 구조가 이미 굳어졌이 드러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부모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지금 같은 경제구조에서는 자녀가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지금과 같은 정책하에서 가면 갈수록 더 안 좋아질 겁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청년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하는데, 이명박근혜 정권의 기조는 한결같이 반대로 가고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2년 비정규직을 4년 비정규직으로 연장해주겠다는 이른바 '장그래법' 따위의 말을 내뱉을 리는 만무하니까요.

출처 - 경향신문


지금 세상에선 기성세대가 흔히 청년에게 요구하는 노력과 야망, 진취성 등을 갖춰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야말로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가 되고 맙니다. 청년들의 비관적인 인식이 현실에 더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은 사회 구조가 차라리 모조리 붕괴된 이후 새 출발을 하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것일 테니까요. 아쉬운 위로일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나마 일본의 상황과 비교하면 우리 청년들은 새 출발에 대한 인식이라도 남아 있어 불행 중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포기하면 편해, 일본의 사토리 세대


고도성장기 때부터 이런 말이 있었죠. 일본의 현재는 한국의 10년 후다. 실제로 고령화 문제뿐 아니라 청년 문제에 있어서도 한국은 일본을 뒤따르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청년들을 대표하는 말은 '사토리 세대'입니다. 희망이 없기에 행복하다는 그들은 고령화 위주의 정책 때문에 사회안전망에서도 소외되었고, 잃어버린 20년으로 인한 경기 불황 때문에 비정규 계약직으로 내몰려 철저한 빈곤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경제력이 없다 보니 아무것도 탐내지 않는, 자신의 욕망마저 거세해버린 일종의 득도 상태에 내몰려 있습니다. 

 

일본 청년 세대의 연봉은 15년 새 4000만 원대에서 3000만 원대로 대폭 줄었으나 청년의 생활 만족도는 오히려 50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올랐다고 합니다. 버블 경기 때 모두가 욕망에 가득 차 있을 때는 아무리 벌어도 공허하더니 이젠 사회, 경제 등 현실적인 문제로 욕망을 거세할 수밖에 없게 되니 오히려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는 기형적인 심리 상태에 다다른 겁니다.

출처 - JTBC


이렇다 보니 오히려 비상이 걸린 쪽은 정부와 기업입니다. 고령화로 점점 줄어드는 인구 구조, 청년층의 경제력 상실 같은 이유 때문이죠. 당장 일본 자동차 내수 산업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돈이 없는 청년들은 자동차를 사지도 않을 뿐더러 자동차를 몰고 싶다는 욕망마저 희박합니다. 실제로 20대 운전자 비중이 10여 년 새 반토막이 났습니다. 최근에는 운전면허조차 따지 않으려 해서 자동차 기업들이 운전면허를 따기를 권하는 캠페인성 광고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만혼을 넘어 일본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 자체에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비정규 계약직을 전전하다 보니 돈이 없어서 이성을 못 만나고,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으니 혼자만의 소소한 즐거움에 천착해 초식남 수준을 넘어 절식남이 되었습니다. 실제 일본은 50세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인구 비율이 30년 전에는 단 2.6퍼센트였으나 현재는 무려 20.1퍼센트로 8배가 증가했습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이지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청년 세대의 암울한 현실 앞에서 일본 경제는 물론이고 나라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현재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6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 대비 64퍼센트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신규 취업 청년 5명 중 1명은 1년 이하 단기 계약직이며, 이렇게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청년 중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청년은 고작 11퍼센트에 불과합니다. 한국도 일본처럼 청년을 죽여서 기업을 먹여 살리는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청년층에 과감히 투자하고 그들을 구제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합니다. 지난번 세계 금융위기로 위기에 봉착했던 그리스와 아이슬란드의 흥망성쇠를 보면 답은 자명합니다. 그리스와 아이슬란드는 세계 금융위기 이전 저금리 시대에 무작정 돈을 끌어와 묻지마 투자로 단기적인 호황을 누렸으나 2008년 금융위기가 도래하자 순식간에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그리스는 우리나라가 흔히 그랬듯 은행과 대기업을 살리기 위해 세금 재정을 모조리 끌어모아 퍼부었고 국민들의 복지를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습니다. 특히 청년층의 육아와 교육 예산은 최우선 삭감 대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청년층은 졸지에 복지도 줄고 은행과 대기업의 빚마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처지로 몰락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러분이 잘 아시는 대로입니다. 그리스는 –3.3퍼센트의 최악의 경기침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현재 유로존 탈퇴라는 도박을 걸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나라 경제가 피폐해졌습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아이슬란드도 처음에는 부실 대기업과 은행을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집에서 가지고 나온 냄비와 솥을 두드리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부실 대기업과 은행은 자기들의 탐욕으로 묻지마 투기를 하다 그렇게 된 것이니 그들 스스로 책임지도록 그냥 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무책임함을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준다면 이는 미래 세대인 청년들을 죽이는 일이고 나아가 나라를 죽이는 일이라고요. 정부는 IMF 원조를 못 받을 수 있다며 국민을 협박했지만 국민들은 청년 세대의 미래를 빚더미로 몰아넣느니 차라리 그편이 더 낫다고 했습니다.

 

결국 성난 민심에 총리가 물러나고 부실 은행과 대기업, 연루된 정치가 등 90여 명이 금융위기의 책임을 물어 기소되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경제위기에 오히려 청년과 복지를 대폭 확대합니다. 이로써 사회보장 지출이 금융위기 전보다 36퍼센트나 늘어났습니다. 예산은 법인세와 부유세로 충당했습니다. 이렇게 강화된 사회안전망 덕분에 아이슬란드 청년들은 직업훈련과 재취업의 기회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고, 그 활력이 아이슬란드 경제 자체를 일으키는 기적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현재 아이슬란드는 유럽 평균을 뛰어넘는 3.5퍼센트라는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반면 실업률은 절반인 4.9퍼센트로 저조합니다.


그리스와 아이슬란드는 똑같은 위기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사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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