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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메르스 정국과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

by 생각비행 2015. 6. 3.

대한민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 정국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와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하자 이에 따른 확산 사태를 우려하면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는 여론이 거셉니다. 야당은 메르스 확산 사태를 세월호 참사와 비교하면서 컨트롤타워 부재를 지적하는 등 대여공세 소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여당은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하면서도 정부의 방침에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6월 임시국회의 주요 현안을 사회 불안 상황이 집어삼킬 수도 있음을 감안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디플레이션 조짐까지 보이는데 자칫 메르스가 악화되면 세월호 충격보다 훨씬 더 크게 경제에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출처 - 시사인

 

성완종 리스트 수사, 용두사미로 끝나나?

 

'메르스 대란'의 상황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모습입니다. 초동 대처 실패, 참담한 사후 대처, 방역체계의 구멍, 당국의 무능, 불안감에 떠는 국민... 세월호 참사와 닮아도 너무 닮았습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방역체계의 허점이 계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초기의 대응 실패를 덮으려는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와 불투명한 정보 공개는 국민의 불안과 불신만 가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얼마 전까지 정계를 뒤흔들던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국민의 관심사에서 점차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근 검찰은 2012년 18대 대선 자금 의혹과 관련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 바 있습니다.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지휘하는 검찰 특별수사팀이 지난달 29일 대선 자금 의혹의 단초로 여겨졌던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수석부대변인을 지낸 김 모 씨의 자택을 긴급 압수 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이동식 저장장치, 개인서류 등을 확보하고, 김 씨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을 통보했지요.

 

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성완종 리스트가 여전히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제외한, 리스트 속 남은 6명에게 서면질의와 자료제출요청서를 보내는 시점에 사실상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검찰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를 소환 조사하고 불구속 기소 방침을 정한 뒤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서가 없어 난항이라거나 이쯤에서 수사를 멈춰야 할 형편이라는 말만 흘러나오고 있었죠. 

 

4.29 재보선 결과의 후폭풍 또한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1야당 내부에 잠재되어 있던 계파 간 갈등으로 촉발된 문재인 대표 흔들기는 도를 넘어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어수선한 정국에 대한민국 사회를 강타한 메르스 대란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 수사를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어내는 거대한 태풍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검찰은 얼마 전 성 전 회장의 로비 내역이 담긴 '비밀장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경남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증거인멸 조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며 "현재까지 상상가능한 모든 곳을 다 수색했지만 비밀장부나 그에 준하는 자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요. 검찰이 비밀장부의 존재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4월 12일 특별수사팀을 꾸려 성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선 지 49일 만입니다.

 

4.29 재보선 전에는 성완종 리스트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여권 또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틈에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자 이제는 대놓고 뭉개기 전략을 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말만 무성하고 성과가 없었던 2010년 이명박 정부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가 이 시점에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홍준표 경남지사를 주민소환하려는 움직임

 

그나마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통해 홍준표 경남지사가 받은 1억 원은 사실상 공천헌금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성 전 회장이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 원을 건넨 시점은 2011년 5~6월,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홍준표는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홍준표 의원의 공보특보를 지냈던 성 전 회장은 이를 연결고리로 접촉해 1억 원을 건넸고, 이를 바탕으로 그해 7월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 대표가 되었습니다. 당 대표는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지요. 정황이 분명해지자 검찰은 지난달 8일 홍준표 경남지사를 소환하기에 이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에 이어 무상급식 중단 사태로 말미암아 홍준표 경남지사는 전국적인 비난을 받았고 지역주민의 성토에서 하루도 빠질 날이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그의 정치적 입지는 점점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무상급식 중단 사태 이후 수면 아래서 뜨겁게 논의되던 주민소환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올라 구체적인 실행 논의에 접어들었습니다. 주민소환은 주민투표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 지방공직자를 해임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큰 문제가 있으니 뽑아준 주민의 권한으로 끌어내리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릅니다.



만만찮은 주민소환 투표,

재보궐선거보다도 높은 투표율 필요해


우리나라는 소환투표에 대한 규정이 없다가 2006년 주민소환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2007년부터 시행 중입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주민은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지방의회의원을 소환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홍준표 경남지사를 대상으로 놓고 보자면 현실적으로 주민소환 시행 요건이 만만찮습니다. 우선 선출직 공무원이 반대파나 여론에 과도하게 끌려다니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취임 후 1년 동안, 임기 종료 1년 이내일 때는 소환할 수 없습니다. 2014년 취임한 홍준표 경남지사는 오는 7월부터 소환이 가능합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


일반적인 주민투표와 달리 지방의회는 아무 권리가 없고 오로지 주민 서명만으로 주민소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주민소환투표 청구인의 대표자가 도 선관위에 신청하면, 선관위가 내준 서명 용지에 120일 이내에 서명을 받아와야 합니다. 아무나 서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경상남도 내의 만 19살 이상 주민 총수의 10퍼센트 이상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18개 시, 군 중 적어도 3분의 1 이상인 6개 이상 시, 군에서 각각 전체 투표 청구권자의 10000분의 5 이상, 1000분의 10 이하 안의 범위에서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현 경상남도 인구로 보자면 총 26만 7744명 이상의 서명을 도내에서 골고루 받아야만 주민소환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투표율이 전체 투표권자의 33.4퍼센트를 넘지 않으면 투표 자체가 무효 처리됩니다. 투표율이 33.4퍼센트를 넘기고 동시에 도지사 소환 찬성 의견이 과반이면 주민소환에 성공해 도지사는 파면됩니다.


이렇게 요약한 개요만 봐도 절차와 요건이 까다롭죠? 33.4퍼센트라는 투표율은 지난해 재보궐선거 투표율인 32.9퍼센트보다도 높습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실제로 주민소환되기 위해서는 최소 89만 2481명의 경남도민이 투표해야만 합니다. 현실적으로 주민소환이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죠.

 

출처 - 경남도민일보


2007년 도입된 주민소환 제도는 주민 스스로 선출직 지방공직자를 끌어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국에서 이뤄진 주민소환투표 8건 가운데 6건은 투표율을 만족시키지 못해 개표조차 못 하고 부결되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첫 주민소환 투표였던 2007년 하남시 사례는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었고, 2009년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으로 주민소환된 제주도지사 역시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었죠. 

 

전국적인 대선과 총선의 투표율조차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경남 지역 내에서 투표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홍 지사의 지지층이 조직적으로 투표장에 가지 않고, 조직적인 방해를 일삼는다면 투표율 미달로 개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주민소환이 부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만 이번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의 경우 전국적인 이슈로서 관심을 받은 데다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통해 많은 지역주민의 역린을 건드린 상태인 만큼 상대적으로 최초의 주민소환 성공 사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성명현 경남진보연합 집행위원장은 "주민소환 포기는 홍 지사 심판을 접고 그에게 끌려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가 현실적인 우려 때문에 주민소환을 하지 않기로 한다면 그에 따른 대안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방해공작에 나서는 경남도의회


사회적으로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추진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경남도의회가 토론회 장소 대관을 해주지 않아 논란을 빚었습니다. 경남도의회는 지난 4월 29일 대회의실에서 열 예정이었던 주민소환 추진 및 무상급식 중재안 관련 학부모 토론회 장소의 사용을 거부했습니다. 해당 자치 단체의 도 의원이 참여하기로 되어 있던 토론회인 만큼 경남도의회가 홍준표 경남지사를 지키기 위한 조직적인 의정 활동 방해 공작이 아닌가 하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불의한 방법으로 지위를 얻은 사람을 주민의 손에 의해 단죄할 수 있음을 보일 때입니다. 경남에서 주민소환을 위해 힘쓰고 계신 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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