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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세월호 잠수사의 죽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by 생각비행 2016. 6. 23.

세월호 참사의 비극은 어디까지일까요. 지난 17일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 김관홍 씨가 고양시 비닐하우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CCTV 분석 결과 밤일인 대리운전을 마치고 비닐하우스로 귀가한 김 씨는 혼자 술을 마셨고 1시간 반 뒤 바닥에 쓰러져 유명을 달리했다고 합니다. 그는 쓰러지기 전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냈고 현장에서 약통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그가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수색을 위해 자원했던 김관홍 씨는 그로 인해 잠수병을 앓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박근혜 정부와 해경은 헌신적인 민간 잠수사들을 사지로 내몬 것도 모자라 2014년 12월 이후 모든 병원 지원을 끊었습니다. 이듬해 1월 언론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자 2월 한 달간 한시적으로 추가 지급했을 뿐 그 이후로는 각종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잠수사들이 병원비를 직접 부담해야 했습니다. 2015년 12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1차 청문회'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민간 잠수사 전광근 씨는 7월 10일 이후로 정부에서 누구 하나 심리치료 등을 받으라고 전화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잠수를 못 하게 된 김관홍 씨는 비닐하우스에 살며 꽃을 키워 내다 팔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JTBC


숨진 김관홍 잠수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심해작업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선체 수색에 나서 25구의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작업 중 물살에 휘말려 의식을 잃었지만 응급치료만 받고 사흘 만에 현장으로 다시 달려갔습니다. 이로 인해 생긴 잠수병으로 생업을 박탈당하고도 4.16 세월호 참사 특조위 청문회에 출석하여 세월호 사건의 진상 규명 활동에도 힘썼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빚더미와 트라우마였습니다. 청문회 자리에서 "앞으로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라"던 김관홍 잠수사의 절규가 참으로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 피해자가 사망자들과 유족들이라면, 생업을 팽개치고 자원해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간접적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수습하지 못하고 방기한 일을 의인들의 희생으로 그나마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9.11 테러 생존자는 물론 사건 수습에 참여한 경찰관, 소방관, 응급구조요원뿐 아니라 목격자들까지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테러 발생 10년 후까지 피해자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보고서를 만들고 심리치료에만 3조 원이 넘는 비용을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체계는 물론 담당 부서조차 없고 관련 예산도 2억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직접적 피해자들만 소극적으로 지원할 뿐, 민간 잠수사 같은 간접적 피해자들은 지원 대상에 끼지도 못합니다.


출처 - 팩트TV


국민의 분노는 지난 총선 여소야대 정국으로 표출되었고, 야 3당은 뒤늦었지만 세월호 참사 피해지원특별법 개정안 입법 공조에 나섰습니다. 민간 잠수사 같은 분들까지 적용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 범위를 확장하고, 배상금 및 위로지원금 신청 시기 제한을 삭제하며 의료지원 기한을 정해놓은 현재의 법을 피해자들이 나을 때까지로 개정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또한 세월호 구조 수습 활동으로 사망하거나 부상한 사람들을 의사상자로 지정하고 기간제 교사의 순직도 인정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진실의 인양을 상징하는 세월호 인양 도중 선체가 찢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인양이 연기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일정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커졌습니다. 해수부는 세월호 선수 들기 과정에서 기상 악화로 선체 일부가 훼손돼 손상 부위에 보강재를 설치한 후 인양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혀, 7월 말로 예정되었던 세월호 인양 공정이 8월 이후로 지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겐 공유하지 않고 언론에만 공개해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활동에서 피해자들을 배제하더니 이젠 진상규명에서도 유족들을 배제하고 있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든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끝내려고 한다는 겁니다.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에 6월 말로 특조위 활동이 종료된다고 통보하고 특조위 정원도 20퍼센트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방적인 통보에 유족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해수부는 특조위의 세월호 선체 조사를 허용키로 했는데요, 세월호 선수 들기 작업 지연으로 선체 인양이 빨라도 8월 이후로 미뤄지는 상황과 정리 작업에만 3개월이 걸리는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선체 조사는 연말이나 돼야 가능할 듯합니다. 하지만 특조위 활동이 오는 9월 30일 만료될 예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특조위가 세월호 선체를 조사하는 일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선심 쓰는 척하면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정을 계획했던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구조작업이 왜 지지부진했는지,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의 실체는 무엇인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월호와 연관된 수많은 진실이 은폐되어 있습니다.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유족들의 절규를 외면하면서 어떻게든 덮어버리려는 박근혜 정부의 사악함은 참으로 목불인견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과 유족들 그리고 민간 잠수사들을 비롯한 많은 의인을 위해서라도 세월호 잠수사의 죽음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됩니다. 야 3당은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연장과 권한 강화를 위해서 힘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진실 규명을 위한 시민의 관심과 연대가 더욱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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