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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스마트폰, 아이패드도 TV 수신료 내라고?

by 생각비행 2016. 7. 4.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집에 TV가 없냐는 질문을 받아보신 분이 계실 겁니다. TV 수신료가 0원이라 확인차 전화하는 것인데, 이때 집에 TV가 있다고 대답하면 TV 수신료를 물게 됩니다. 요즘은 TV로 공중파를 보지 않고 IPTV로 관련 콘텐츠를 보는 분이 많이 계시죠. 그러니 TV가 있다고 무조건 TV 수신료를 내야 한다는 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의식 못 하고 있다가 이런 일이 생기면 문득 우리가 공짜로 보는 것 같은 TV 방송도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TV 수신료는 공영방송인 KBS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국민에게 걷는 일종의 세금입니다. MBC, SBS, KBS2 등의 지상파는 광고수익을 거두기 때문에 수신료가 없지만 KBS1은 광고가 없고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이유로 수신료를 받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공짜라고 착각하게 되는 이유는 이 TV 수신료 2500원이 전기요금에 합산되어 일괄 청구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전력이 7~8퍼센트 정도의 징수 수수료를 받고 위탁 운영하는 중이죠. 


출처 - 경향신문


이 TV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자는 움직임도 적잖이 있었습니다. KBS가 '땡전 뉴스'를 남발하던 시절에는 주로 정치적 이유로 거부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전두환 정권 말년이던 1986년 대대적인 방송시청료 납부거부운동이 벌어져 1984년 1148억 원이던 시청료가 1988년에는 785억 원까지 급감한 적도 있죠. 사정이 이렇자 정부는 결국 1994년 방송법 시행령을 근거로 TV 수신료를 지금처럼 전기요금에 통합하여 고지합니다. 이로 인해 납부율이 98퍼센트까지 치솟죠. 이후로도 TV 수신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이 연이어졌지만 모두 KBS가 승소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이렇게 TV 수신료를 강제로 일괄 징수하는 나라는 세계에 한국과 터키 정도밖에 없습니다. 영국 BBC나 일본 NHK는 일일이 TV 수신 여부를 검사하여 TV 수신료만 따로 직접 징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진짜 우리나라 TV 수신료는 요금이 아니라 세금에 더 가까운 셈이죠.


문제는 요즘입니다. 옛날에는 사실상 KBS와 MBC 두 채널 이외에는 보고 싶어도 볼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지상파만 보는 사람이 오히려 드문 셈이니까요. 게다가 KBS의 수신료 수입은 더 짭짤해졌습니다. 1인 가구가 늘다 보니 인구는 줄었어도 TV 수신료 부과 대상이 늘었기 때문이죠. 전기 요금에 합산되어 나오는 TV 수신료라는 항목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TV 수신료의 부조리함을 아는 분들 가운데 집에 TV가 없다며 TV 수신료 부과 중지를 요청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IPTV의 보급으로 스마트폰 화면으로 방송 콘텐츠를 보는 사람이 급격히 늘고 TV로 방송 콘텐츠를 보는 사람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죠. 방송 환경은 이렇게 급변했지만 KBS는 배짱 튕기며 공무원처럼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며 TV 수신료 부과 중지를 하기 힘들게 만듭니다.


출처 - 전자신문


TV 수신료 부과 기준이 구시대적이라는 점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수신료 부과는 TV를 보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TV를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합니다. TV의 기준은 안테나를 연결할 수 있는 튜너가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하지만 요즘 누가 안테나 세워서 TV를 봅니까? 

 

생전 지상파 한 번 안 봤더라도 TV를 가지고 있기만 하면 수신료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컴퓨터 모니터에 TV 수신카드를 달아 온종일 지상파를 봐도 이 사람은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TV가 아니라 컴퓨터이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수신료 이중부과 논란이 나오기도 합니다.

 

요즘은 IPTV를 대다수 가정이 사용하고 있죠. 물론 이에 따른 월 이용료를 냅니다. 그런데 IPTV 이용료와 별도로 TV 수신료는 전기 요금에 합산되어 청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의미에선 지상파 요금을 두 번 내는 셈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TV 수신료를 시청 서비스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공영방송을 위한 공적부담금이라고 판시했습니다. 공적부담금이므로 별도의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러니 TV 수신료가 정말 세금과 다름없는 셈입니다. 

 

하지만 지금 KBS가 준조세 성격의 공적부담금을 받아 운영하면서 과연 정치적 중립성과 공영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땡전 뉴스 시절과 다를 바 없이 박통 찬양 및 물타기 뉴스만 하고 있는데 말이죠.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세월호 보도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모든 걸 증명해주지 않습니까?   

출처 - 경향신문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일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이제 모바일 IT기기에도 수신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도 TV 수신료를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KBS 수신료가 국민의 반발로 35년간 동결돼 광고수입이 급감하고 제작비 상승 및 차세대 초고화질 방송 투자를 위해 더 많이 걷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현행 2500원인 TV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려고 시도 중이죠.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요? KBS 수신료 수입은 2008년 5468억 원에서 2014년 6080억 원으로 11.2퍼센트나 증가했습니다.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인 가구의 증가 등의 사회적 요인으로 전체 보유 TV 대수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모바일 IT기기에까지 TV 수신료를 부과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KBS가 돈 뜯어낼 구석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가 아닐까요?

 

논란이 커지자 방송통신위원회는 모바일 기기에 수신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전혀 논의한 바 없다며 발을 뺐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자주 하는 특유의 간보기를 따라 한 걸까요?


출처 - 헤럴드경제


사회의 변화에 따라 집에서 지상파를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DMB 기능을 쓰지 않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유튜브를 관련 콘텐츠를 보거나 따로 결제하는 VOD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개인 이용자가 유료로 가입해도 광고를 봐야 하는 마당에 쓰지도 보지도 않는 방송을 위해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에 TV 수신료를 물리려 하다니, 행정편의주의도 정도껏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KBS가 BBC 수준으로 격조 높은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영상물을 만들고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한 뉴스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헌재의 판시대로 공적부담금이라는 명목으로 사회를 위해 못 낼 이유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자기네가 꼭 해야 할 의무는 방기한 채 돈만 뜯어가겠다고 하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차라리 집에서 TV를 치워버리는 게 답이 아닌가 싶군요. TV 수신료 내기가 너무 아깝다 싶은 분들은 다음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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