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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청와대의 핵심 업무는 언론 통제, 살인 방조, 개돼지 사육?

by 생각비행 2016. 7. 15.

민중을 향해 개, 돼지란 말을 서슴지 않고 망언과 막말을 일삼으면서, 언론의 정당한 발언과 문제 제기에는 재갈을 물리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박근혜 정권의 사람들이죠.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압박한 전화 통화 내용의 녹취록이 지난달 30일 공개되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이정현 의원은 지난 4.23 총선에서 전라도에서 유일하게 새누리당 의원으로 당선되어 유명세를 치른 사람이죠.


출처 - 미디어오늘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2년 넘게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사건 당시 그저 박근혜 대통령의 안색을 살피기에만 바빴던 이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또다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청와대 홍보수석이란 작자가 공영방송인 KBS의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방송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며 사실상 지시와 다름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모습을 보면 이명박 정권 때부터 길든 MBC 이후 우리나라 언론이 정부의 통제에 얼마나 길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2014년 4월 300여 명의 생명이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닷속으로 잠기던 그날, 참사를 수습했어야 할 곳은 자신들이 재난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발뺌하고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더니 뒷구멍으로는 비판하는 언론과 여론을 통제하기 바빴습니다.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말 중 핵심 대목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출처 - JTBC


"하필이면 또 세상에 KBS를 오늘 봤네."


박근혜 대통령이 KBS에서 한 세월호 참사 보도를 보고 뭔가 언짢은 소릴 했고, 그게 부리나케 이정현 홍보수석에게 보고가 되어,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이정현 홍보수석은 KBS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앞으로 대통령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보도를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겁니다.

 

세월호 참사 수습을 이 정도로 재빨리 했다면 2년이 넘도록 사회 문제로 비화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BBK 사건을 주어가 없다는 핑계로 빠져나갔지만, 이번에 공개된 통화 내용에 주어가 없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겠죠. '창조'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권답게 뭔가 창조적인 변명을 찾아야 할 겁니다.


출처 - 노컷뉴스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던 보도지침이 박근혜 정부에 이르러 30년 만에 부활하여 현재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이번 녹취 공개를 설득한 사람이 김주언 전 KBS 이사로 드러났죠. 1986년 《한국일보》 기자였던 그는 전두환 정부의 보도지침 584건을 월간 《말》에 폭로한 당사자였습니다. 30년이 지난 시점에 그가 또다시 보도지침 문제로 등장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겁니다.

 

한편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녹취록으로 남아 있지는 않으나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기에 정권을 뒤흔들었던 윤창중 성추행 파문과 관련해서도 보도 지시가 내려왔다고 폭로했습니다. 당시 KBS 사장은 '내일부터 윤창중 사건 속보를 첫 번째로 다루지 말라'고 지시하고 이정현 당시 정무수석도 전화를 걸어 '대통령 방미 성과를 잘 다뤄달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외교적 의전 중에 성추행을 일으킨 국제적 망신 대신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 외교를 더 중요하게 다뤄달라고 했으니 개념 없는 것도 이 정도면 도를 넘었습니다. 이게 보도통제가 아니라면 대체 뭐가 보도통제란 말인가요? 군사독재 시절처럼 강제로 방송사 통폐합이라도 되는 게 아니라면 입도 뻥긋하지 말라는 걸까요?


출처 - 미디어오늘


비판 여론을 의식한 이정현 의원은 홍보수석으로서 언론에 협조를 구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변명했지만 언론들이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경향신문》《한겨레》는 물론이고 대표적인 보수지인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조차 비판 기사를 실었으니까요. 

 

《중앙일보》는 "아직도 청와대가 공영방송 뉴스 제작에 개입한다"고 하고 《동아일보》는 "청와대의 KBS '세월호 보도‘ 간섭은 경계수위 넘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보도통제를 당한 KBS에선 6월 30일부터 3일 동안 이와 관련한 보도를 볼 수 없었습니다. 당사자인데도 의도적으로 입을 닫은 모양새를 볼 때 청와대의 보도통제가 그만큼 강했다는 얘기겠죠.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이정현 의원의 어투가 읍소이다 보니 생긴 오해라고 감싸는 반면 야당은 노골적인 독재정권의 보도통제라며 청문회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11일 검찰은 세월호 보도 개입에 관해 고발장을 접수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서에서 수사 중이라고 합니다. 방송법 제4조 2항에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법률에 의하지 않고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KBS 보도본부 33기 기자들은 어지럽게 돌아가는 상황을 비판하는 뜻에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보도통제의 심각성을 유머로 맞받아친 이른바 세로 드립이 빛나는 성명이었죠.

 

KBS 보도본부 33기 성명 전문

 

박통각하 우국충정, 몰라주니 서운하네

주 7회도 모자라니 밤낮으로 틀어보세

민심처럼 시청률은 하늘 높이 치솟는데

은혜마저 몰라주니 이내 마음 섭섭하네


까치 울음 찾아온 듯 전화소리 반갑구나

면목 없단 부탁인데 어찌그리 매몰찬가

서로 사맛디아니해도 녹음버튼 웬말인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정상화를 하자는데 뒷조사가 웬일인가

현명하다! 그의 판단, 고매하네 우리 기사

은갈매기 한쌍처럼 집중원투 정답구나


왜란으로 나라뺏긴 비상시국 아닐진데

안팎으로 시끄럽네 국론분열 머리아파

까닭없이 까지말고 월급날을 기다리세


북한소식 궁금한데, 너희들은 안물안궁?

한시라도 못 전하면 혓바닥에 바늘 돋아

보고말았네, 하필 오늘! (박통께서) 좋아하네

도탄빠진 조선민족 구할 길은 통일대박!


그리자! 소설보다 실감나는 처참한 북조선을!

만들자, 질릴 때까지 북핵위기 또 수공위기!

좀비처럼 죽지않고 대대손손 보도하세!

해치지마 욕하지마 아프지마 박통 박통 잠보.

(에헤라! 세상 사람들아, 가로로만 읽자꾸나)


KBS 기자들의 성명을 '세로'로 읽으면 놀라운 내용이 나온다(허핑턴포스트)

 

 

출처 - 뉴스1


2014년 5월 청와대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박근혜 정권 퇴진 교사 선언을 올린 교사와 교사선언 탄압 중단 2차 교사 선언을 올리고 이를 신문에 대국민호소문으로 발표한 교사들에게 검찰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교사직을 상실하게 하는 실형을 구형했습니다. 그 수가 자그마치 30여 명에 이릅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전교조 법외노조 중단을 촉구했다는 이유로 국가 권력이 나서서 교사직을 박탈한 겁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졌지만 정식 기소되어 유죄를 다툰 일은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유일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교육부 고위 공무원은 민중을 개, 돼지 취급했으나 잘해야 파면으로 끝나지만, 일선 교사들은 학생들의 무고한 죽음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진실을 규명하라고 했을 뿐인데도 실형을 받는 현실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일까요?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 때 퇴선 유도 지시를 안 했다고 구설에 오른 해경 책임자를 지난 11일자로 승진까지 시켰습니다. '헬조선'이라는 말로도 대한민국의 현실을 표현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권 이후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올해 130개국 중 70위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중국의 통제를 받는 홍콩보다도 밑이며 탄자니아보다 한 단계 위일 뿐인 이 처참한 현실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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