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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위안부 문제 합의한 윤병세 장관의 망령된 대리 조문

by 생각비행 2017. 4. 5.

동백꽃 이순덕 할머니께서 지난 4월 4일 오전 7시 30분께 노환으로 별세하셨습니다. 향년 100세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중 최고령이었던 분이시죠. 이순덕 할머니는 16살 때인 1934년에 좋은 옷과 쌀밥을 준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에 의해 만주로 끌려가 고초를 당하다 해방 후 사람들에 섞여 귀국하셨다고 합니다.


출처 - 중앙일보


고 이순덕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역사에서 의미가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를 이끌어낸 이른바 관부 재판의 마지막 원고였다는 점입니다. 관부 재판은 1992년 12월 일본 시모노세키에 있는 야마구치 지방재판소에 위안부 피해자 3명과 근로정신대 피해자 7명이 원고가 되어 약 9년에 걸쳐 진행된 재판을 말합니다. 일본 법원 소재지였던 시모노세키의 한문 표기에서 '관' 자를 따고 피해자들이 거주하던 부산에서 '부'를 따서 '관부' 재판이라고 부른 겁니다. 이 재판을 위해 한국은 물론 진실을 규명하려는 일본 시민단체들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그 결과 1998년 4월 사상 최초로 일본 사법부는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물어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불할 것을 판결했습니다. 정확히는 행위 자체보다 입법부작위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인데요. 일본국 헌법 해석상 국회에 침략전쟁 피해자에 대한 전후보상 입법 제정의무가 있는데 이를 태만히 하여 원고인 위안부 및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각한 고통을 받도록 방치했다는 것입니다. 야마구치 지방법원은 이는 여성차별, 민족차별 및 헌정질서에서 허락지 않는 방치상황이기 때문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간접적이나마 일본 사법부가 처음으로 일본 정부의 전쟁범죄 책임과 그에 대한 입법 및 사법 조치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판결이어서 의미가 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1심 판결은 3년 후인 2001년 3월 일본 정부의 항소로 진행된 2심 재판에서 뒤집힙니다. 일본 정부의 작심한 항소와 압력으로 히로시마 고등법원이 1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든 역사에서 지우려는 일본 정부의 작태가 이 재판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출처 – 미디어몽구 트위터


이후 아베 정부의 극우 일변도 행보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박근혜 정부가 매국적이고 치욕적인 위안부 합의에 동조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회복은 더 힘들어지게 되었죠. 이런 마당에 외교부 윤병세 장관은 이순덕 할머니의 빈소를 찾지도 않았으면서 직원(정병원 외교부 동북아 국장)으로 하여금 대리로 조객록에 이름을 남기게 해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상황에 따라 윤 장관 대신 국장이 조문한다"며 "이번 경우도 정 국장이 장관 보고를 거친 뒤 대신 조의금을 전달했으며 이 할머니의 유족에게도 미리 알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직접 장례식장에 갈 수 없는 상황일 때 지인에게 조의금을 전달하여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상주와 유가족을 위문하는 것은 관례이긴 합니다. 하지만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역사의 오점인 위안부 합의를 한 외교부의 수장이 아닙니까? 굴욕적인 합의의 내용을 왜곡해 발표하기까지 했습니다. 외교부는 역사적인 합의를 이뤄낸 것처럼 호도했지만, 실상은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출연하기만 하면 위안부 문제가 최종 해결되는 것으로 명시돼 있었습니다. 애초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반성을 요구할 생각 자체가 없었음이 명백히 드러난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한 외교부 인사들은 이런 황당한 합의로 일본의 사과를 받아냈다고 주장하니, 이들이 과연 제정신인 인간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병세 장관이 진심으로 이순덕 할머니의 죽음을 애도할 마음이 있다면 장례식장에 와서 잘못된 합의를 한 과오를 뉘우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더 늦지 않게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마땅한 일입니다. 그럴 마음도 없는 사람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장례식에 대리 조문으로 마음을 쓴 것처럼 이름을 올리니 사람들이 곱게 보지 않는 겁니다. 인두겁을 쓰고 이따위 작태를 보이는 이가 외교부 장관이라니 박근혜 정부의 인사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두르게 되는군요.


출처 – 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 페이스북


이순덕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날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한국으로 복귀했습니다. 《교도통신》은 주한 일본대사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소녀상 문제 해결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지난 3일 기자들에게 "앞으로도 소녀상 문제(이전)와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도록 요구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정권 이행기를 맞아 정보수집에 더욱 힘쏟고 차기 정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치욕적인 위안부 합의 이후 1년이 조금 더 흐른 사이에 벌써 9분의 피해자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분 중 남은 생존자는 38분뿐입니다.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날로 뻔뻔해지는 일본의 대응에 맞서 차기 정부는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하고 피해자분들이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으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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