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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비트코인, 이더리움... 무엇이고 어떤 영향을 끼칠까?

by 생각비행 2017. 6. 21.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 질문에 대해 "로또 번호를 알아두겠다" "상장될 때 삼성전자 주식을 사두겠다" "IMF 직전에 재산을 현금화하고 건물을 사두겠다" 등이 사람들의 흔한 댓글입니다. 일확천금의 타이밍을 노리겠다는 생각이 보편적인 생각이겠죠. 그런데 같은 질문에 대해 조금 생소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으로 되돌아가 비트코인을 채굴하여 쟁여놓겠다" "2015년으로 되돌아가 이더리움에 투자하겠다" 같은 댓글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뉴스에 자주 오르내려 이름은 들어봤지만 누군가에게 설명할 정도로 잘 아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실물이 아닌 가상화폐입니다. 암호화폐라고도 하며 최근 10년간 금융·경제 분야에서 논란과 관심의 핵심 중 하나였습니다. '이것을 과연 화폐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실물 경제에서 사용 가능한가' 등의 논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투기 세력이 생길 정도로 급속히 현실 경제의 한 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화폐를 대체해나가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 유튜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는 '해시 함수'라는 컴퓨터 수학적인 알고리즘을 통해 화폐를 생성하고 거래 내역을 검증합니다. 이 때문에 '인터넷 뱅킹'이나 '사이버 머니'와 비슷한 건가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나 그 근본은 상당히 다릅니다. 

 

출처 - 동아일보

 

 

비트코인은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로서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고 개인이나 사기업이 '채굴'을 통해 돈을 만들어냅니다.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고 거래 기록을 남기기 위해 '블록체인'이라는 일종의 공공 거래 장부를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본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해킹해 위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비트코인 이후에 나온 이더리움은 현재 2위의 가상화폐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거래 내용뿐 아니라 계약서, SNS, 이메일, 전자투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출처 - 유튜브


기존의 가상화폐와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화폐라는 점에 있습니다. '도토리' '네이버 캐쉬' '페이스북 크레딧' '초코' 등은 가상화폐지만 한국은행의 원화로 교환되거나 교환가치가 일정한 전자화폐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죠. 하지만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는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P2P로 빠르고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며, 그 생성이 암호화된 수학적 알고리즘을 컴퓨터로 풀어내는 것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예를 들어 비트코인 개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가 짜놓은 함수에 따라 향후 100년간 발행될 화폐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2100만 개까지만 발행되는데요, 2015년 현재 1500만 개 정도가 발행되었으니 600만 개 정도가 남은 셈입니다. 개인이 됐든 기관이 됐든 정부가 됐든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로 암호화 문제를 풀면 비트코인이 일정량 만들어지도록 보장되어 있습니다. 이를 채굴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이 달러라는 기축통화로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현 세상을 금본위제로 되돌려놓을 미래의 황금으로 취급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많은 컴퓨터가 문제를 풀수록 문제의 난도가 높아져 전체 비트코인 시스템의 보안성이 한층 강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2100만 개로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은 보통 4년 주기로 반감기를 갖습니다. 채굴을 계속하다 보면 한정된 양에 따라 보상이 반감하는 것으로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이죠.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반으로 줄고, 그렇기에 자본과 기술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더 달려들어 채굴을 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생성 함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집니다. 

 

출처 - 전자신문

 

2009년 비트코인이 생긴 직후에는 비효율적이긴 해도 똑똑한 사람이 달려들어 종이와 연필로 풀려면 풀 수는 있는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양자 컴퓨터라도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개인은 물론 국가의 슈퍼컴퓨터도 풀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2016년 말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연산력은 20080812.13페타플롭스라고 합니다. '페타플롭스'는 보통 슈퍼컴퓨터처럼 처리량과 처리속도의 단위가 일반 PC와는 다른 컴퓨터에 쓰이는 단위입니다. 현재 전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의 연산능력을 모두 합해도 363페타플롭스입니다. 그러니 전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를 전부 합한 것의 5만 5000배에 달하는 연산능력 네트워크인 셈이죠. 보안 수준과 문제 풀기는 나날이 어려워지고, 그렇기에 그 가치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의 '골드러시'라고나 할까요?


출처 - 중앙일보


2010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비트코인으로 이뤄진 첫 거래가 있었습니다. 비트코인을 달러로 환전하지 않고 비트코인 송금만으로 현실의 물건을 살 수 있는지 궁금했던 한 사람이 비트코인 1만 개로 피자 두 판을 샀습니다. 당시 피자 두 판은 30달러 정도였으나 비트코인 1만 개는 40달러(4만 원) 정도의 시세였다고 합니다. 비트코인으로 시도하는 첫 거래 기념으로 웃돈을 주고 피자값을 계산한 건데요. 그런데 그 피자를 산 비트코인 1만 개가 3달 뒤에는 600달러, 연말이 되니 2600달러가 되더니 이듬해 4월에는 1만 8000달러가 되어 있었고, 급등한 비트코인의 가치 때문에 2017년 초 기준으로는 낮춰 잡아도 10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피자를 샀던 이 시기에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10만 원어치 샀다면 10년도 안 된 지금 1600억 원이 되어 있다는 소립니다. 후발 주자인 이더리움 역시 지난 1월 1일 8.52달러였으나 반년 만에 250달러를 돌파해 가치가 2839퍼센트 수직상승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경제


어마어마한 가치에 눈독 들인 투기 세력이 몰리고 있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변동성이 굉장히 높은 투자상품이 되었습니다.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하루 거래 대금이 이미 1조 원을 넘고 있습니다. 코스닥 시장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1600년대 네덜란드 튤립 사재기처럼 거품이 되어 투자자들이 자칫 하루아침에 깡통차게 될 위험성도 커지고 있죠. 비트코인 커뮤니티에는 중국계 환치기 세력까지 한국 가상화폐 시장에 대량 유입됐다는 루머가 돌고 있을 정도라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짧은 기간에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출처 - CBS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손쓰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애초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은 중앙은행 없이 전 세계에 분산된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화폐다 보니, 일단 이 가상화폐가 법적으로 증권인지 재화인지에 대한 기본적 정의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겁니다. 게다가 어느 나라 정부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규제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 역설적으로 그 나라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공식 화폐의 지위를 획득했다는 것으로 여겨져 투기 세력이 더 몰리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가 '지대추구행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죠.


겨우 20년 만에 인터넷이 없던 시절을 까마득히 잊고 지내고, 10년 만에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실물 경제를 움직이는 가상화폐까지 등장한 세상입니다. 최근 인구에 회자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를 어떤 세계로 이끌어 갈까요? 기대와 걱정이 맞물리는 세상입니다. '모르는 게 약이다'는 말이 더는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기술을 잘 통제하지 않는다면, 기술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삶을 피할 수 없습니다. 집단지성의 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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