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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주취감형 폐지 청원, 음주가 범죄의 핑계가 되어선 안 된다!

by 생각비행 2017. 12. 7.

조두순의 출소가 3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란에 조두순을 재심하라는 청원과 함께 주취감형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게시되었습니다. 조두순의 범행은 무기징역에 해당하나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감안해 징역 15년에서 징역 12년으로 형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조두순 사건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당시 판결문에서 "술에 취해서 변별력이 없고"라는 점이 제일 화가 난다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그래선지 주취감형 폐지 청원은 한 달 만에 21만 명이 넘는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아 청와대 조국 수석이 이에 대해 답변했습니다. 국민의 법 감정은 이해하지만 법으로 선고가 내려진 조두순의 출소를 막을 방법은 없으니 전자발찌 등 사후 감시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음주감형 조항을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건 법을 만드는 국회의 몫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SBS


그동안 주취감형과 관련해서는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19대 국회에서는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지르면 형을 줄여주지 못하게 하고 상습 만취 범행은 형량을 2배로 늘리는 법안 등이 발의되었으나 모두 폐기되었죠. 우리 형법의 대원칙인 분별 능력이 없다면 잘못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형법 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 또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표현은 감경해줄 수도 있다가 아니라 감경해야만 한다는 의미입니다. 만취 상태로 심신미약 상태라면 감경을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판사들은 설정된 법 안에서 선고를 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법이 국민의 법감정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범죄자들이 만취 상태를 자신의 범죄 행위를 방어하는 단골 변명거리로 악용하고 있습니다. 조두순뿐 아니라 2011년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납치 후 성폭행 및 살해한 오원춘도, 2010년 서울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도 술을 핑계로 댔습니다. 이외에도 셀 수 없는 범죄자가 술을 핑계로 감형을 받았습니다.


조두순 사건이 너무 끔찍해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성폭력 범죄에는 술로 인해 감형하지 않을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2015년 기준으로 성폭력 피의자의 30퍼센트가 술에 취한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고, 살인은 34퍼센트, 상해는 42퍼센트, 방화는 45퍼센트의 피의자가 술에 취한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많은 범죄자가 술을 핑계로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피해 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미국, 영국, 독일과 같은 선진국은 주취를 감형의 근거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음주가 범죄의 변명이 될 수 없다는 원칙으로 만취자를 처벌하는 법을 세우고 있죠. 이처럼 음주의 폐해 중 하나인 음주운전 처벌을 놓고도 우리 사회와 법감정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조두순 사건처럼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크림빵 뺑소니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2015년 1월 10일 새벽, 충북 청주에서 만삭의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서 귀가하던 강모 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운전자는 뺑소니를 했습니다. 이 때문에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란 이름으로 언론과 방송에 보도되었죠. 신혼이던 강씨의 사연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안타깝게 여겨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곧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었고, 이에 심리적 압박을 느낀 운전자 허모 씨는 뺑소니 후 19일 만에 자수했습니다. 그는 당시 소주 4병을 마시고 운전했다고 자백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선고 결과는 국민의 상식과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음주운전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해 신체적, 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입니다. 이를 의식한 법원이 2016년부터 양형 기준을 조금 올리긴 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법감정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입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위 표를 보시면 음주운전 중 뺑소니 사고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차량용 블랙박스, CCTV 등 사고 상황을 입증하는 관련 장비가 보편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음주운전 후 뺑소니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피해자의 삶이 피폐해지는 안타까운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전력이 있는 사람이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을 경우 일본은 징역 22년, 미국은 징역 15년을 선고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3년 정도가 대부분이고 최고 형량이 4년 6개월에 불과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TV


더불어민주당의 신창현 의원은 지난 4일 술에 취해 강력범죄 등을 저지른 사람이 술에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감형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일명 조두순법입니다. 스스로 술을 마셨다면 더는 음주를 심신장애의 범주에 넣지 않도록 하여 모든 경우에 감형을 막는 개정안입니다.

 

연말입니다. 송년회다 뭐다 해서 술을 핑계로 하는 범죄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사건 피해자들과 국민의 사법 정의감을 훼손하는 주취감형 조항을 없애고 가중처벌하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더는 술이 범죄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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