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직장 안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일명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적용 대상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로 거의 대부분의 업체가 포함됩니다. 원래 금지되어 있던 폭행과 폭언, 협박 등은 물론이고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돼 있지 않은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아예 일을 시키지 않는 것도 괴롭힘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음주 강요 역시 괴롭힘에 포함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실 이런 종류의 직장 내 괴롭힘은 유형에 따라 형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 또는 기존의 근로기준법으로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위한 법을 명시적으로 나타낸 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 내에서 괴롭힘이 끊이지 않고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7년 국가인원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생활 중 자신의 존엄성이 침해되거나 적대적, 위협적, 모욕적 업무 환경이 조성되었음을 한 번 이상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직장인이 73.3%에 달했습니다. 지금 출근해 자리에 앉아 계신 분들은 26.7%에 해당하는 사람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다고 대답한 게 더 신기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주 1회 이상 괴롭힘을 당한다고 응답한 직장인만 해도 25%가 넘었으니 직장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괴롭힘 방지법이 필요했던 건 당연합니다.


출처 - JTBC


이번에 개정된 법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매뉴얼에 따르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첫째, 직장 내 관계 또는 지위의 우위를 이용했는지, 둘째,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지, 셋째,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 환경을 악화시켰는지가 핵심입니다.


출처 - 매일경제


예를 들어 생각하자면 뉴스에 주로 나오곤 했던 일명 '태움'이나, 회식에서 음주, 흡연 강요 그리고 회식 참석 강요 등의 행위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커피나 담배 심부름도 당연히 포함되고 외모 평가나 사생활 관련 질문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외모 평가나 사생활 관련 질문은 직장 내 성희롱에 포함될 수도 있는 문제이니 더욱 주의해야겠죠. 업무와 상관없이 택배를 받아달라거나 허드렛일을 반복적으로 시키는 등 사적 지시를 반복하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하지만 애매한 사례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근무 시간 외에 업무 지시를 한 광고회사 상사의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일을 수주하여 처리해야 하는 광고업 특성상 마감시간과 업무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는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폭언을 하는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업종의 경우도 고객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내 괴롭힘 신고가 불가능하죠.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이런 고객의 행위를 예방하고 직원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각 직장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측인 임원 등 고위직은 이제 부하 직원들 무서워 업무지시도 제대로 못 하겠다며 엄살을 부립니다. 반면 직원들은 이제야 좀 숨 쉬며 일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를 보입니다. 이번 법개정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누가 봐도 하면 안 되는 일들이라 이를 문제 삼는다면 당연히 엄살이고 위법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회사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포장하고 있다면 사용자 측이 시대에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임직원의 단합을 꼭 회식으로 꾀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이런 일이 실제로 업무 성과에 연관이 되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출처 - 인쿠르트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의 취지는 간명하게 말해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지 말라는 상식적인 소리를 직장에 한정해 다시 한번 규제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 걱정부터 하는 사람이라면 비정상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법제도의 미비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법안 가이드라인에 등장하는 특별한 사정이나 사회통념 같은 모호한 표현이 사안 별로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안 하는지 안 그래도 애매모호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한편 과태료가 500만 원에 지나지 않아 아예 돈으로 덮어버리고 넘어가겠다는 식의 막무가내 업체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죠.


출처 - 연합뉴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자마자 첫 진정은 언론계에서 나왔습니다. MBC인데요, 2016년~2017년 입사 후 계약만료로 퇴사했다가 법원 판단으로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인정받은 아나운서들이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에 근거해 MBC를 상대로 노동부에 진정을 냈습니다. 이들은 MBC가 일을 거의 주지 않고 사내 네트워크 접속도 차단된 상태로 기존 아나운서 공간과 격리된 별개의 공간으로 출근하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MBC


이 아나운서들의 문제가 박근혜 정권 당시 MBC 파업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 좀 애매합니다. 박근혜 시절 MBC 파업을 정치 파업이라며 그 구성원들을 괴롭히고 불법 해고된 아나운서들을 대신할 사람이 필요해 당시 MBC 경영진이 들인 계약직 아나운서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MBC 파업 당시 노조를 탈퇴하고 뉴스데스크 앵커 자리를 꿰찬 배신의 아이콘이자 한때 MBC의 흑막이자 실세로 불렸던 배현진은 이 진정이 나오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죄는 부메랑처럼 돌아간다며 부끄러운 줄 모르는 소릴하기도 했죠. 현재 그는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홍준표의 홍카콜라 제작진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이번에 진정을 제기한 계약직들의 경우 파업 당시 경영진에게 자신들의 목줄이 걸려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손 치더라도 여기에 숟가락을 올리려는 배현진을 비롯한 과거 MBC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부역한 치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10년 동안 신나게 불법해고하다가 이제 와서 자신들이 불리해지니 불법해고 당했다고 구제해달라니,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자기네가 10년 동안 망가뜨렸던 노동 시장이 바로 잡히려는 조짐이 보이자마자 바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그 법을 써먹으려고 달려드는 모습은 좋게 보기가 힘듭니다. 마치 급우들을 괴롭히던 일진이 근신 처분을 받고 한 반에 격리되어 있었는데, 학칙이 개정되자마자 이를 들먹이며 격리 처분을 받았던 자신들이 차별받은 것이라고 외치는 꼴과 같습니다.

 

출처 - 인쿠르트

 

물론 법은 법입니다.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해야 합니다. 현재 개정된 근로기준법인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에 의하면 현재 MBC가 하고 있던 정황은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할 개연성이 상당히 큰 것이 사실입니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지는 말아야죠.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의 제대로 된 시행으로 직장인들이 '워라밸'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MBC에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고 신임 이사진이 구성되어 첫 이사회를 하자마자 달려간 곳은 세월호합동분향소였습니다. 최승호 사장 이하 본부장 등 7명은 분향대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무거운 표정으로 304명의 희생자께 헌화했는데 최승호 사장은 방명록에 “MBC의 잘못을 사죄드립니다”라고 남겼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출처 - 미디어오늘


세월호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희대의 방송 참사를 일으킨 것이 이명박근혜 정권의 적폐들로 가득 찼던 MBC였기 때문입니다. 이후로도 그들의 세월호 참사 왜곡 및 유가족 헐뜯기는 차마 언론이라고 할 수 없는 지경이었죠. 그 언론장악의 희생자였던 최승호 PD가 MBC의 사장이 되었으니 MBC를 근본부터 쇄신하기 위한 첫 행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명박근혜 정권이 끝나고 그 적폐들이 해임되어 파업도 끝이 났지만 MBC 전임 사장들이 싸질러놓은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정권의 폐부를 찌르는 유능한 언론인들은 어이없는 이유를 대며 자르더니 기자라고 불러도 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경력기자라는 사람들을 헐레벌떡 채용해 언론인으로서의 비판의식도 균형감각도 찾아볼 수 없는 이명박근혜 정권 비호 뉴스들만 쏟아냈습니다. 한때 뉴스의 대명사였던 MBC 뉴스데스크는 언론으로서의 신뢰도와 시청률 모두 최하위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언론사의 얼굴인 뉴스가 이 정도였으니 기타 제작현장은 말할 것도 없을 정도였죠.


출처 - 뉴스1


MBC는 최승호 신임 사장에 이어 부사장에 변창립 아나운서 등 각 본부장에 대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조직도 개편하여 보도본부 내에 탐사보도부를 신설하고 이명박근혜 정권의 눈엣가시라 해체됐던 교양제작국을 시사교양본부로 격상해 다시 만들었습니다. 또 뉴스콘텐츠센터를 설치해 영상취재부의 기능을 부활시켰고 프로그램 제작본부는 사장 직속 조직으로 개편했습니다.


출처 - MBC


한편 MBC 최승호 사장은 MBC재건위원회를 통해 MBC 정상화와 인적 쇄신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MBC의 얼굴이었던 〈뉴스데스크〉에 먹칠을 한 배현진 아나운서는 8일부로 교체되었고, 십수 명에 이르는 아나운서들이 떠나가도록 만들고 이와 맞먹는 숫자의 아나운서들이 부당 전보되도록 만든 책임이 큰 신동호 아나운서에게도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같은 8일 이용마 기자를 비롯해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 6명은 모두 MBC로 돌아왔습니다. MBC 구성원들은 레드카펫을 깔고 그들의 복직을 우레와 같은 박수로 반겼습니다. 부당 해직 기간에 병을 얻은 이용마 기자가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안타까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한편 전임 안광한 사장이 만든 MBC의 유배지인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와 신사업개발센터는 사라졌습니다. 이에 따라 정권에 거슬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거나 파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유배지 등 비제작 부서로 밀려났던 기자, PD 등이 제작부서로 속속 돌아오고 있습니다. MBC가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선'과 '제작 능력'을 갖춘 이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환골탈태가 시작되나 봅니다.


그런데 MBC에 남아 있는 적폐들은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장겸 전 MBC 사장 체제에서 선임된 문화방송 이사들이 억대 규모의 특별퇴직위로금을 주지 않으면 사퇴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MBC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죠. 정권의 비호가 사라졌으니 돈이라도 챙겨야겠다는 심보입니다. 1인당 3억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어 총 20억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명박 정부 당시 소말리아 해적단에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이 치료를 받고 내지 않은 치료비를 국가가 대신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오늘(14일) 아침 보건복지부가 밝혔습니다. 석 선장의 치료비는 모두 2억 5500만 원이었는데 국민건강보험에서 낸 8800만 원을 뺀 1억 6700만 원을 받지 못해 아주대병원은 이를 결손 처분한 바 있습니다. 석 선장을 아덴만의 영웅으로 칭송하며 자기 칭찬에 바빴던 이명박과 정부가 이를 나 몰라라 한 겁니다. 이명박 정부는 석 선장이 소속된 삼호해운이 경영난으로 파산하면서 내지 못한 치료비를 모른 체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정부 홍보는 할 대로 다하고서는 정작 영웅에게는 도움의 손길을 뻗지 않은 겁니다. 수십조를 4대강에 퍼붓고 자원외교로 탕진할 시간은 있었어도 국민을 살릴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한 겁니다. 박근혜와 박근혜 정부는 더 노골적이었죠.

 

      출처 - MBC 〈PD수첩〉

 

지난 12일 〈PD수첩〉은 'MBC 몰락, 7년의 기록'이란 제목으로 7년간 MBC에서 벌어진 일들을 파헤쳤습니다. 아울러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을 공개했습니다. 이 문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 당시 국정원이 MBC를 장악하기 위해 작성한 시나리오였습니다. 문건의 내용에 따라 정권에 불리한 의제와 이슈를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들은 퇴출 대상이 되었습니다.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백종문, 박상후 등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채워진 MBC가 이명박근혜 시절 동안 몰락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사필귀정이라 할까요. 이명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였던 언론장악이 오랜 시간 동안 치열한 투쟁을 거친 지금에 이르러 제자리로 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저질러버린 잘못이 산재해 있어 단숨에 정상화되기는 어렵겠지만 공중파에서 제대로 된 언론의 모습을 볼 날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처 - 한겨레

 

호전되어 가는 MBC를 보며 KBS가 못내 안타까웠는데 이제 돌파구가 보입니다. 방통위는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업무추진비 유용 혐의가 적발된 강규형 KBS 이사에게 해임 사전 통보를 하고 해임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이 1명의 자리만 바뀐다면 KBS 노조가 요구하는 고대영 사장 해임이 가능한 상황이라서 KBS 파업 사태도 종지부가 찍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참 언론으로 다시 태어날 MBC와 KBS를 응원합니다.

 

MBC 해직자의 대명사였던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해임된 김장겸 사장의 후임으로 MBC의 새 사장에 취임했습니다. 임기는 해임된 김장겸 전 MBC 사장의 잔여 임기인 2020년까지입니다.

 

지난 2012년 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돌입했을 때 이를 응원하는 '으랏차차 MBC' 콘서트가 있었는데요, 그 자리에 최승호 PD도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50여 명이 넘는 시사교양 PD 중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경위서를 안 쓴 이가 별로 없다. 현 정부는 4대강의 보를 막듯이 언로를 막았다"고 MBC 내부의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생각비행은 2012년 으랏차차 MBC 콘서트 현장을 사진 위주로 소개하는 기사(사진으로 보는 '으랏차차 MBC' 공연 참관기)에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겠다는 MBC 노조원들의 약속을 믿습니다. 끝까지 투쟁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바랍니다"라는 글로 마무리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승호 MBC 사장은 MBC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이던 〈PD수첩〉의 책임 PD로 활동했으며 〈경찰청 사람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3김 시대〉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시사 프로그램들을 연출한 바 있습니다. 2010년 〈PD수첩〉 제작진으로서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다루는 방송을 준비했다가 경영진과 갈등을 빚었고, 2012년 파업 참여를 이유로 해직되고 말았죠. 

 

해직된 후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PD와 앵커로 활동하며 탐사보도에 집중해 굵직한 뉴스들을 발굴해내는 한편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파헤친 〈자백〉과 이명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을 고발한 〈공범자들〉로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어 큰 반향을 얻기도 했습니다. 특히 MBC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지난 7일 〈공범자들〉로 제17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올해의 비전상을 수상해 뜻깊은 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5년을 훌쩍 넘는 세월이 흐르긴 했지만 해직되었던 최승호 PD가 MBC 신임 사장이 되어 돌아왔으니 그야말로 사필귀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최승호 사장은 MBC가 너무 긴 세월 동안 어려운 과정을 겪었고 국민들게 많은 실망을 끼쳐드렸는데 이제 다시 국민에게 돌아가게 되었다며, 다시 국민의 신뢰를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이 모든 외압을 막는 방패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구성원이 받을 수 있는 압력을 막아내고 스스로는 이거 보도해라 저거 보도해라는 얘기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남녀 평등 고용 문제에 있어서도 여성 인사를 늘리기 위해 신입사원 채용 때도 반드시 여성 면접관이 참여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MBC노조와 언론시민단체들은 최승호 사장 취임에 환영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하지만 최승호 MBC 사장 선정을 놓고 자유한국당은 MBC가 이제 공영방송이 아닌 노영방송이 됐다고 비난했습니다. 지금껏 MBC를 망가뜨리는 데 일조한 그들이 노영방송이 되었다고까지 하는 걸 보니 MBC의 경영에 노조가 적극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더욱 기대하게 됩니다. 사실 이번에 보궐이사로 선임된 이진순 이사도 최승호 PD는 너무 정부에 비판적이지 않겠느냐는 비판이 있다는 내용을 페이스북까지 소개했을 정도로, 최승호 신임 사장은 상식과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어떤 정파나 인물에 휘둘리지 않고 탐사보도의 본령인 자율성을 보장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언론의 본질적 역할이 바로 거기에서 시작되니까요.

 

출처 - 미디어오늘


"문화방송 노사는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의 해고를 무효로 하고 2017년 12월8일자로 전원 복귀시킨다."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은 8일 오전 '해고자 복직 노사 공동선언'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최 사장은 "신동호 아나운서는 11명의 아나운서들이 떠나가도록 만들고, 열 몇 명의 아나운서들이 부당 전보되도록 하는 데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가 합당한 절차를 거쳐서 충분히 조사하고 책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배현진 뉴스데스크 앵커와 관련해서도 "보도본부에서 새로운 앵커 체제를 마련하리라고 본다"고 밝혀 앵커 교체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최승호 MBC 사장은 《뉴스타파》가 계속될 것이라 말힌 바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KBS를 그만두고 온 기자들이 중추이기 때문이겠죠. 독립언론으로서 《뉴스타파》의 소명이 계속되겠지만, 한편으로 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KBS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승호 사장 취임을 계기로, 정권 눈치 보지 않고 탐사보도로 사회문제를 고발했던 과거의 MBC가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TV에서 공짜로 나오는 다큐멘터리도 안 보는데 누가 극장에서 돈 주고 보느냐며 찬밥 신세였던 다큐멘터리가 요즘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MBC 〈PD수첩〉 출신으로 해고당한 《뉴스타파》의 최승호 감독이 이명박근혜의 공영방송 장악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이 수십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세를 과시하는가 하면,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기획제작하고 자타칭 이명박 전문기자인 《시사in》의 주진우 기자가 이명박의 검은 돈을 추적해온 필사의 5년을 담은 〈저수지 게임〉도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흥행의 물꼬를 튼 건 〈공범자들〉입니다. 이명박근혜의 공영방송 장악으로 해고된 《뉴스타파》의 최승호 감독이 간첩 조작 사건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작품입니다. 지난 10년간 MBC, KBS, YTN이 이명박과 그 공범자들로 인해 얼마나 처절하게 망가져버렸는지를 고발한 작품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자백〉에서 김기춘을 추궁하는 통쾌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최승호 감독이 이번에는 방송장악의 주범인 이명박을 만나 추궁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방송 정상화 여론에 힘입어 현재 MBC와 KBS는 총파업투쟁을 벌이며 지난 10년의 망령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중이죠.


출처 – 유튜브


지난 9월 1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종걸, 표창원 의원이 이명박의 비자금 농협 210억에 대한 수사촉구 발언을 하며 인용한 〈저수지 게임〉도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기획제작한 다큐멘터리 3부작 중 이명박근혜의 선거 부정을 다룬 〈더 플랜〉에 이은 두 번째 작품입니다. 지난 10년간 이명박 털기에 혈안이 된 주진우 기자가 뉴욕, 토론토, 케이만 군도 등 해외를 넘나들며 이명박의 검은돈을 추적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인데, 스타일리시한 애니메이션과 빠른 편집이 《딴지일보》 답게 보는 재미까지 더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주진우 기자는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저수지를 찾아라》라는 책도 낸 바 있죠.


출처 - 고발뉴스


지금도 회자되는 가객 김광석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개봉했습니다. 그런데 감독이 〈다이빙벨〉을 만든 이상호 감독입니다. 〈김광석〉은 가수 김광석의 음악에 대한 다큐가 아닙니다. 세대를 막론하고 널리 사랑받아온 김광석의 죽음과 관련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집중 조명하고 있는 다큐입니다. 어쩌면 타살일지도 모른다는 음모론에 초점을 모은 영화죠.


출처 – 다음 영화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의 질주에는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지난겨울 촛불로 광장을 메우고 박근혜를 탄핵시켜 국정농단을 단죄했던 시민들이 이 세상을 좀 더 정확하고 깊이 알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자료에 대한 관심으로 시야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민주주의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필요로 하니까요. 때로는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공범자들〉을 내놓은 최승호 감독은 차기작으로 이명박의 4대강을 정조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블록버스터와 스크린 독과점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한국 영화계가 다양한 다큐멘터리 영화들로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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