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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국정농단 촛불집회 당시 쿠데타 모의한 기무사와 군

by 생각비행 2019. 10. 23.

국정농단 당시 군이 촛불시위를 계엄령으로 진압하려 했다는 소식은 이전에 생각비행에서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촛불집회 당시 쿠데타 검토한 기무사, 이대로 괜찮은가?) 그런데 이번에 추가로 공개된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두고 파문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21세기에 군이 노골적으로 쿠데타를 모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해 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이 공개됐을 때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군이 계엄령을 검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당시 기무사 대령은 이 문건에 대해 조사를 지시한 국방장관에게 항명했고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위수령과 계엄령 모두를 검토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출처 - 뉴시스


하지만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21일 추가로 공개한 기무사 원본 문건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보면 기무사 대령이 항명까지 한 변명이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기무사의 변명과 달리 위수령 얘기는 나오지도 않고 계엄령 추진 계획만 총망라되어 있기 때문이죠. 계획은 매우 구체적이고 노골적입니다. 이 문건에서는 국정농단 당시 촛불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이 압도적인 비율도 탄핵을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라고 왜곡하고 있으며, 진보를 종북으로 적시하기까지 했습니다. 종북을 진압하여 국가비상사태 조기 안정화를 위해 비상계엄 선포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니까 위수령이나 경비계엄은 애초에 고려 대상도 아니었고 군의 머릿속엔 5.16이나 12.12처럼 전국 비상계엄만 있었던 겁니다. 


출처 - 뉴시스


이 계엄 계획은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졌으며 정부부처 간 협의 시 대북 상황과 시국 안정화 논의로 위장하라고 지시하고 있고 언론에 미리 나가면 계엄의 성패와 직결된다는 상세한 내용까지 들어 있습니다. 이를 위한 여론 조작 계획까지 마련해뒀습니다. 보수 언론이 계엄 선포 필요성에 대해 나팔을 불면 경제단체가 동조하도록 하고 정부부처가 먼저 군의 개입을 요청하는 모양새를 만든다고 썼습니다. 이때 보수언론을 통원해 촛불시위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이를 문체부와 방통위가 담당한다고 통제 주체까지 지정해뒀습니다.


출처 - MBC


이런 시나리오로 계엄이 선포되면 기무사는 자기들이 주도하는 강력한 권한의 합수부를 설치해 군 내부의 반계엄 세력을 색출, 처리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정부부처가 계엄에 부정적일 경우 24개 정부부처에 장교 48명을 계엄협조관으로 파견해 사실상 통제를 강요하겠다는 속내를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보도검열단을 조직해 계엄에 유해한 보도를 금지하고 시위대의 사기를 꺾는 내용을 확대보도하며 각 인터넷 포털과 SNS를 차단하는 조치까지 준비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이 계엄 시나리오를 위해 투입될 병력은 기계화사단 4개, 기갑여단 2개, 특전여단 3개입니다. 병력 수로만 4만 8000명의 계엄군을 서울 시내에 배치하겠다는 겁니다. 그 병력들은 광화문, 여의도, 신촌, 대학로, 서울대 등을 점령 및 진압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한강다리 10개와 톨게이트 3곳, 주요 간선도로 통제 계획도 세운 상태였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국회가 계엄을 해제하는 걸 막기 위해 반정부 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하고 국회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의결 정족수 미달을 유도한다고까지 적혀 있습니다. 이를 보면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를 주축으로 한 군은 문자 그대로 쿠데타를 모의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시민들과 시민들의 대변자인 국회의원을 비롯해 정부부처까지 총칼로 찍어 누르고 대한민국의 시계를 30년 전 군사독재 시절로 돌려놓겠다는 의지의 발로였죠.


출처 - SBS


더 끔찍한 것은 이 반란군의 쿠데타 계획을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당시 NSC 의장인 황교안이 NSC를 개최했는데, 이번에 공개된 문서 중 기무사가 군사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작성한 문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황교안은 "계엄령의 계자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펄쩍 뛰었는데요, 만약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기무사의 쿠데타 획책을 몰랐다면 실로 무능했다는 소리고, 알았다면 황교안 역시 박근혜에 버금가는 국정농단의 주범이 되겠죠.


출처 - MBC



검찰이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수사결과로 공표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1년 전 계엄 문건을 수사했던 군, 검 합동수사단이 21일 폭로된 계엄령 문건도 이미 확보해서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고 수사를 맡았던 사람은 중앙지검장 소속 노만석 부장검사였습니다. 검찰은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해외 도피해서 수사를 더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수사의 결론을 내리지 않고 중단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금도 조현천은 도피 중이고 수사는 흐지부지 상태입니다. 표창장 위조 의혹 관련 수사에 동원할 검찰의 수사력과 정보력을 이 반란군들의 쿠데타 모의에 쏟았다라면 결과가 어떠했을까 싶어 쓴웃음이 나오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기무사는 용렬하게도 2017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바로 다음 날 관련 문서의 제목을 바꿔 훈련계획 문서인 것처럼 위장하고 비밀문서로 등재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작년에 공개된 문서는 쿠데타를 위한 핵심적인 내용을 모두 삭제한 은폐용 문서였을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군이 보수 세력을 동원해 21세기에 대한민국에서 획책하려는 계획을 실제로 세웠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힙니다. 쿠데타를 모의한 반란군 세력은 색출하여 처벌함이 마땅합니다. 군사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쟁취한 대한민국의 군은 문민통제를 받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이 당연한 상식이 언제라도 독재를 꿈꾸는 세력에 의해 깨질지 모른다는 공포를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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