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지난 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에서 엄수되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빈소를 찾아 발인을 함께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는 불참했습니다. 그런데 29일부터는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순방을 나간다고 합니다. 감기로 골골 앓는 소리나 하던 박 대통령이 힘이 어떻게 다시 솟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23일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5분 만에 조문을 마친 후 방명록조차 적지 않고 떠났습니다. 사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악연이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독재자를 타도한 민주 투사와 타도 대상이었던 독재자의 딸 사이니까요. 이 때문인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과가 재조명되며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들이 도드라지고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김영삼의 검정 교과서를 다시 국정교과서로 후퇴시키고 있는 박근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공과가 크고 확연히 구분되는 대통령도 없을 겁니다. 대표적인 공이라면 정치적 라이벌이자 민주화의 동지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더불어 박정희 시절부터 군부 독재와 싸우면서 결국 군부에서 민간으로 선거를 통해 정권 이양을 쟁취해낸 장본인이라는 점이겠죠. 군부 독재의 대표적 세력인 하나회를 숙청하고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금융실명제를 도입한 것 역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대 치적일 겁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치적은 역사 바로 세우기였습니다. 친일의 잔재인 중앙청을 폭파해 한때 90퍼센트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그답게 당시까지 '혁명'이라 불리던 박정희의 '5.16'을 군사정변, 쿠데타로 명확히 규정했으며, 광주 학살을 자행했던 전두환과 노태우 신군부 세력을 법정에 세워 사형을 구형하게 한 장본인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전 역사의 잘못을 정정하여 역사교과서에 기록한 사람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입니다. 역사교과서에 박정희와 군부세력이 사회적 무질서와 혼란을 구실로 군사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잡게 되었다고 적어넣게 한 사람이죠.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국정교과서 체제를 지금의 검인정 체제로 바꾼 사람이기도 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민주주의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이뤄진 검인정 체제를 독재정권 시절의 국정교과서로 퇴행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복면을 쓰고 시위하면 안 된다는 '복면금지법'을 밀어붙이면서 정작 국정교과서 필진은 철저히 복면 속에 숨겨두고 있습니다.



유체이탈화법과는 다른 김영삼의 어록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노년에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을 일삼기도 했지만, 민주투사 시절엔 수많은 명언을 쏟아낸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어 번역기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의 유체이탈화법의 극치를 보여주는 박근혜 대통령과는 사뭇 다릅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직설적으로 돌직구를 던지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한테서 '칠푼이' '독재자의 딸' 등의 소리를 들었으니 싫어할 법도 합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커터칼에 얼굴을 베이는 테러를 당했을 때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입원한 박근혜를 찾아 건넨 말이 "나도 (당신 아버지 박정희에게) 초산 테러를 당한 적이 있는데..."였다고 하지요. 이런 일화에서 드러나듯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어록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출처 - 허핑턴포스트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가장 유명한 말인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때문에 나왔습니다. 박정희의 긴급조치로 구속도 당하고 YH무역 사건으로 가택 연금을 당하기도 했으며,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을 종식해줄 것을 직설적으로 언급한 탓에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국회의원 제명을 당하게 됩니다. 1979년 국회의원에서 제명되자 한 말이 바로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였습니다.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치인의 거듭된 망언에 대해 "이번 기회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돌직구 발언을 해 '버르장머리'를 대체 어떻게 통역해야 할지 통역자를 난감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정치 슬로건처럼 등장한 '대도무문(大道無門)'과 함께 사람들 뇌리에 각인된 명언 중 하나일 겁니다.



IMF보다 더 큰 잘못, 3당 야합


하지만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앞선 업적이 IMF 외환위기로 일순간에 날아갔습니다.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악재도 잇따랐죠. 아들 관리를 잘못해 비리에 연루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곤란함은 순전히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수십 년 군사독재의 적폐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IMF 외환위기보다 3당 야합이 더 큰 잘못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1990년 당시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은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야당인 통일민주당과 신민주공화당과 합당으로 민주자유당(민자당)을 출범시킨 것을 말하는데요. 이는 민주화운동의 투사가 신군부와 유신 세력의 잔당들과 한몸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정권을 잡기 위한 선택이었다고는 해도 그 폐해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3당 야합에 반대하며 등장한 새로운 인물이 바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죠.


부마항쟁으로 한때 민주화의 성지라 칭송받던 지역이 3당 야합으로 인해 지역주의의 늪에 빠져 수구세력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보수 대연합'이 만든 지역주의 구도는 선거 때마다 민주주의 세력의 발목을 잡게 되었죠. 민자당은 신한국당, 한나라당 그리고 새누리당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따져보니 살아 있는 대통령은 이제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밖에 없군요. 전두환과 노태우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와 권리를 박탈했으니까요. 민주화를 위해 희생했던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고단한 삶을 산 분들이니 편히 쉬셔야 하겠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 남은 우리는 폭압적인 정부에 맞서 다시 민주화를 논해야 한다는 현실에 한숨이 나옵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어록 중 몇 가지를 기억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같이 고민했으면 합니다.

 

한국에는 통치가 있을 뿐이고 정치가 없다. 정치가 없는 곳에 민주주의는 없다.

-1973년 9월 24일, 국회 대정부질문, 김대중 납치 사건 진상규명 촉구하며


대도무문(大道無門), 정직하게 나가면 문은 열립니다. 권모술수나 속임수가 잠시 통할지는 몰라도 결국은 정직이 이깁니다.

-1979년 6월 4일, 동아일보 인터뷰. 5·30 신민당 총재 재선 직후

 
순교의 언덕, 절두산을 바라보는 이 국회의사당에서 나의 목을 자른 공화당 정권의 폭거는 저 절두산이 준 역사의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

-1979년 10월 4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에서 제명되고


군정을 학실히(확실히) 종식시키겠습니다.

-1987년 대선 유세에서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이 고통이 되도록 하겠다.

-1993년 신경제계획 민간위원과의 조찬에서 부동산실명제를 소개하면서

 

국민 여러분의 참담한 심경과 허탈감, 정부에 대한 질책과 비판의 소리를 들으면서 대통령으로서 부덕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관련 대국민 특별담화에서

 

이번 기회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1995년 한·중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당시 일본 총무상이 “식민지 시절 좋은 일도 있었다”고 한 망언을 겨냥해 일본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정상에 오르면 반드시 내려갈 때도 생각해야 한다.

-1997년 LA다저스 박찬호 선수 가족 초청 오찬에서

 
국민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1999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회동에서


그렇게 (화해했다고) 봐도 좋다. 이제 그럴 때가 온 것도 아니냐.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일 전 문병 뒤 ‘화해한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쉽고도 안타깝다. 나라의 큰 거목이 쓰러졌다고 생각한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쿠데타 세력이 제일 나쁘다고 생각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긴급조치로 국민들을 괴롭혔던 것을 다 잊어버린 것 같다.

-2010년 5월 취임 인사차 들른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전두환이는 왜 불렀노? 대통령도 아니데이. 죽어도 국립묘지도 못 간다.

-2010년 8·15 때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자신과 전두환 전 대통령을 함께 초대하자

 

사자도 아니다. 칠푼이다. 별 것 아닐 것.

-2012년 7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김문수 경기지사가 김영삼 대통령을 예방해 "이번에는 토끼(김문수)가 사자(박근혜)를 잡는 격"이라고 하자 박근혜 의원을 비난하면서.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을 해서는 안 된다. 역사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비판하며

출처 - 레몬 박기자의 카메라 여행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으로 웃기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연일 외신에 회자하다가 《월스트리트저널》 지국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다룰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그가 다룬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남한의 대통령이 마스크를 쓴 자기 나라 시위자를 IS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진짜로요."



출처 - 트위터


언론인으로서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비유였으면 맨 뒤에 농담이 아니라 '진짜'라는 말까지 덧붙였을까요? 일국의 대통령이 저런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 같아 그랬을 겁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의 행태를 보노라면 외신 입장에선 남한과 북한을 구별할 수 없을 지경이니까요.



시위하는 국민을 테러리스트에 비유하는

박근혜 대통령, 과연 제정신인가?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농민인 백남기 씨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직사했습니다. 백 씨는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태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도덕적으로는 유감이나 법적으로는 사과할 수 없다는 유체이탈화법을 구사하며 책임을 면피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하지만 그마저도 지난 24일 긴급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민중총궐기를 불법 폭력 사태로 규정하며 쐐기를 박아버렸습니다.

출처 - 한겨레


출처 - 고발뉴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백 씨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복면 시위를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S도 지금 얼굴을 감추고 그렇게 하고 있지 않으냐며 시위에 나선 국민을 IS 테러리스트에 비유했습니다. 사실상 복면 착용 금지법을 강조한 겁니다.


복면 착용 금지법 같은 게 만들어지면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겠지요. 지난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자신의 발언으로 반박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08년 국회의원 박근혜는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폭력시위를 해서는 안 되지만, 이렇게 시위를 하는 건 국민들이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에 거리로 나와 정부에 항의를 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왜 과거의 자신과 싸우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거 자신이 했던 발언이 '종북'적 발언이어서 그런 걸까요? 뭐, 지금도 외계어에 가까운 언어를 구사하기에 별도의 번역기가 필요한 분인 만큼, 그의 정신세계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개 출판사에서 직접 하기엔 벅찬 일 같군요.

 

《부시의 정신분석》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서민적이고 소탈했던 대통령인 동시에 가장 강경하고 완고한 대통령이기도 했던 조지 W. 부시. 그가 취임 이후 벌인 일련의 자기 모순적이고 과대 환상적인 행위들은 '정신분석'이라는 특별한 주제의 대상이 되는 데 부족함이 없었죠.  

 

이 책은 신앙심이 깊었던 사람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라크를 폭격하고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즐거워하며 자축할 수 있는지, 어떻게 대통령이 거짓 구실로 군인들을 전장에 보내놓고 자기 집무실 책상 밑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우스갯소리나 늘어놓았는지, 그 이유를 선명하게 밝혀줍니다.

 

일국의 대통령의 정신을 분석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워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우리 사회에 《박근혜의 정신분석》 같은 책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집필 중인 분이 계시면 생각비행으로 꼭 연락해주세요.

 

 

국민이 뿔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IS 테러리스트 발언으로 수많은 국민의 비난이 인터넷을 뒤덮었습니다.




출처 – 고발뉴스 트위터


이 밖에도 "복면시위 못 하게 할 거면 복면가왕부터 폐지시켜라"는 등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비웃음이 넘쳐났습니다. 신문 만평 역시 이번 사안을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테러방지법은 시위진압법인가?


국민의 분노에 아랑곳없이 정부와 새누리당은 테러 방지 종합대책을 논의했습니다. 테러방지법 제정과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감청 허용, 특정 금융거래 정보 보고 및 이용 등과 테러 관련 예산 증액 방안들이었죠.

 

출처 - 한겨레


지금도 잊히지 않는 9.11 테러로부터 시작해 얼마 전 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상대로 벌어지는 테러는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우리나라도 테러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타이밍과 전담기관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작부터 터진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 민간인 사찰 의혹,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국정원의 RCS 해킹 프로그램 구매 등 일련의 사건이 증명하듯 국민을 기만하고 통제하려 할 뿐 아니라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테러방지법은 사실상 국정원을 유신 시절 무한 권력의 안기부로 되돌려놓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호시탐탐 통과시킬 기회를 노리겠지요.


테러방지법에는 테러조직 구성 시 최고 사형, 가담 시 중형 선고와 같은 극형이 수두룩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민중총궐기 대회 같은 시위를 정부가 도심 테러로 규정한다면 어떤 참극이 벌어지게 될까요? 복면 쓴 시위자를 IS 테러리스트에 비유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볼 때 1980년 군부에 의해 주도된 학살이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아 섬뜩합니다.

 

출처 - 일요신문


박근혜 대통령은 시위자를 향해 물대포를 직사한 불법 진압의 책임을 논하지도 않고, 사경을 헤매는 국민을 눈앞에 두고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경찰청장 문책 및 처벌 등 응당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조치를 무엇 하나 하지 않고 있습니다. 되레 10만 명이 넘는 국민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그들을 탄압할 방책을 궁리 중입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정통성마저 무시하려는 마당에 국민이 대수겠습니까? 아버지처럼 밟아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요. 

 

하지만 국민은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독재로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한 권력자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아버지를 교훈 삼아 성찰하기 바랍니다. 그 입 다물고 말입니다.


지난 2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한일정상회담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정상회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이후 2년 9개월 동안 한일정상회담을 거부해왔는데요, 일본의 역사적인 책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정상회담을 거부하겠다는 명분 때문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위안부' 문제의 연내 해결을 못 박으려는 듯 강경한 모습을 내비쳤죠. 

 

사람들은 독재자이자 친일파였던 아버지 박정희의 뒤를 이은 대통령으로서 조심함과 동시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인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본에 강경한 요구를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에 주목하는 분도 많으셨을 텐데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근혜 정부와 대통령은 역시나 이번 정상회담 이후에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였습니다.

 

출처 - 아이뉴스24

 

 

위안부 할머니 생활비 지원 중단 통보한 박근혜 정부

 

표리부동한 박근혜 정부의 파렴치함은 한일정상회담 직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일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듯 위세를 떨던 박근혜 정부가 뒤로는 생존해 계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활비를 끊으려고 획책했기 때문이지요.

 

《경향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보건복지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지방자치단체들이 매월 지급해오고 있는 생활지원금이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복지사업과 중복된다며 지자체에 지원 중단을 통보했다고 합니다.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법에 따라 1인당 월 104만 원을 지급하고 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지자체는 재정 여건에 따라 20~85만 원을 추가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할머니들이 고령인 데다 일본군 '위안부' 후유증으로 정부 지원금 대부분을 병원비와 약값으로 사용하고 계시기 때문에 사실상 지원금으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정부가 따로 의료 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어서 지금껏 지자체가 추가로 지원을 조금씩이나마 했던 것도 바로 이런 실질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극히 공무원적인 탁상행정으로, 지원금이 중복되니 중단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이게 과연 '위안부' 문제를 연내 해결하겠다던 정부의 발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박근혜 정부는 언어도단을 일삼으며 국정화 교과서를 옹호하는 보수단체에는 매년 2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히 할머니 한 분께 들어가는 100만 원 남짓한 돈이 아깝다고 끊어버리겠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나눔의 집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유희남 할머니는 "(정부가) 어차피 우리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거 빨리 죽기를 바라는가 보구먼. 할 말이 없다"며 비통한 심정을 전했습니다. 시민사회가 분기탱천한 것은 물론입니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화들짝 놀란 새누리당은 서둘러 이 일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한일정상회담을 치르고 총선도 다가오는 마당에 혹여 흙탕물이 튈까 걱정한 거겠죠. 박근혜 정부는 늘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왔습니다. 일단 찔러서 간을 본 이후 역풍이 세면 없었던 일로 치부하고, 반발이 덜할 것 같으면 찍어누르는 식이죠.

 

 

박근혜 대통령, 애초에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가 있었는가?

 

이렇게 앞뒤가 다른 박근혜 정부의 행태를 보면 과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 의심스러워집니다. 그저 또 한 번의 패션쇼 외교에 그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일정상회담을 치르고 3일 만에 청와대는 '위안부' 문제에서 발을 빼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4일 '위안부' 문제를 연내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5일 청와대는 일본은 합의 문안에 충실한 것이라며 양국 간 이견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2년 9개월 동안 한일정상회담을 거부해온 명분뿐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연내 해결을 천명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너무나 다른 청와대의 발표는 대통령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발언이 거짓이었고, 그간 정치적인 쇼를 했을 뿐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11일 한일정상회담 이후 첫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협의가 개최되었지만, 빈손으로 마무리된 것을 보면 한일 양국 간 정상회담은 빈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출처 - 팩트TV

 

결국 일본 쪽에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에 의하면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2일 한일정상회담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위안부' 배상 문제도 이미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법적 문제가 종결되었다고 발언했다죠. 다만 인도적 관점에서 민간 차원의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만 밝혔다고 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한일 청구권 협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가 맺은 굴욕적인 협정이었죠.

 

굴욕적인 한일협정으로 정당한 배상과 사과의 길을 혼탁하게 만든 당사자의 후손이 과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망치지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친일인명사전》은 반대한민국적? 친일파 후손들의 적반하장

 

이런 상황이다 보니 친일파의 후손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국정교과서 논란의 후폭풍으로 《친일인명사전》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는데요. 서울시 교육청이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다음 달부터 학교 현장에 보급하기로 했으나 청와대, 교육부와 국정교과서를 추진해온 새누리당은 이에 반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이르기까지 친일파의 후손다운 대응 방식입니다. 

 

오히려그들은 감히 《친일인명사전》을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는 것을 '반대한민국적, 반교육적'이라며 비난하는 적반하장의 극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친일 전력이 있는 수구 대표 신문인 《조선일보》는 사설까지 동원하여 《친일인명사전》을 막기 위해 보수단체와 학부모들이 나서줄 것을 선동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전 회장인 방응모는 《친일인명사전》뿐 아니라 고등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빼도 박도 못 하는 친일파임을 판결받은 바 있습니다. 박정희, 방응모에 이어 《친일인명사전》 개정판에 이름을 새로 올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아버지 김용주에 이르기까지 친일파의 후손들로서는, 이 책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두루 읽힐 상황을 어떻게든 막고 싶을 겁니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여 반대 여론이 훨씬 높은 국정교과서 문제 국면에서 그들의 변명이 군색해질 테니까요.

 

출처 - 한국일보

 

하지만 내년에는 경기도 모든 중고교에 《친일인명사전》이 보급됩니다. 서울시교육청에 이어 두 번째인데요. 이미 비치된 곳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학교에 《친일인명사전》 비치를 위한 예산을 지원한다고 경기도교육청이 밝혔습니다. 《친일인명사전》을 통해 학생들이 정확하고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하여 비판적인 의식을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친일파와 독재의 후손들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이렇게 시끄러운 와중에 수능을 치른 수험생 여러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학교 도서관에 《친일인명사전》이 비치되어 있다면 한번 찬찬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며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는 무리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 왜 지금 세상이 이렇게 시끄럽게 되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삼포세대, 오포세대, 칠포세대, 헬조선 등등 갖가지 말들이 꽁꽁 얼어붙은 청년들의 취업 현실을 반영하는 가운데 지난달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이 22.9퍼센트로 정부의 공식 실업률 11.1퍼센트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체감 실업률은 정부 공식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잠재 취업가능자도 포함하기 때문에 현실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고자 청년들은 갖가지 '노오오오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은 예전보다 더 많은 스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는 박근혜 정부가 야기한 국정교과서 파문과 아울러 해괴한 스펙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바로 청년들의 '정치 성향'이라는 평가잣대입니다. 정치 성향이 어떻게 취업하려는 청년들의 스펙이 될 수 있느냐고요? 글쎄요. 정부와 기업의 시각은 다른 듯합니다.

 

출처 - 국민일보



국정교과서 찬반을 물은 아모레퍼시픽


주식시장에서 일명 황제주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 지난 4월에는 1주에 무려 400만 원을 넘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취업 대상자의 채용 면접에서 국정교과서 찬반을 물어 물의를 일으킨 것이죠.


출처 - YTN

 

한 면접 당사자가 자신의 SNS에 공개한 바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형 인턴 채용 2차 면접에서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면서 강한 의지를 표하신 국정교과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면접자는 솔직한 의견을 말해도 되는지 면접관에게 물어본 후 국정교과서는 사실상 바람직한 결정이라 할 수 없다며 역사를 보는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면접관은 "그래서 국정교과서 찬성이에요 반대예요?"라고 직무와 전혀 관계없는 국정교과서 문제에 대한 답변을 종용했다고 합니다. 면접자는 국민들이 비판과 견제의 시각으로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는데, 결국 채용에서 탈락했다고 합니다. 1차 면접에서 언변이 우수하다고 호평받은 인재였는데도 말이지요. 파문이 확산하자 아모레퍼시픽은 부사장 명의로 해명 자료와 함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분개한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에 들어갔습니다.

 


'정치 신념'을 개인 정보로 수집하려다 역풍 맞은 SK


국내 최대 통신사 SK의 앱스토어인 T스토어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최근 개인정보 취급방침을 개정하면서 이용자의 사상과 신념, 노동조합, 정당의 가입, 탈퇴, 정치적 견해 등에 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해 큰 논란을 야기했습니다. 명목상으로는 T스토어의 추천서비스를 좀 더 정교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하는데요, 현재 우리나라 상황상 굉장히 민감한 정보를 별생각 없이 수집하려다 역풍을 맞은 셈입니다. SK플래닛의 개인정보 취급방침 개정안에는 이용자의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유전정보, 범죄경력자료에 해당하는 정보 등도 포함되어 있어, 인터넷 빅브러더를 꿈꾸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출처 – 블로터


민감한 개인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일개 기업이 수집하려는 행위도 무시무시하지만, 요즘 같은 정치 상황에서 수집된 정보를 개인 사찰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끔찍합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미 국정원을 필두로 한 개인 사찰이 비일비재하며 카카오톡 이용자의 정보를 국가기관이 마구잡이식으로 수집 또는 요구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까요.

 

논란과 반발이 정치권으로 번지려 하자 SK플래닛은 이 서비스와 동의절차를 하루 만에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행정고시, 최종면접에서 사상검증까지


취업에 몰리고 몰린 끝에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맨 청년이 부지기수입니다. 그중에서도 행정고시는 공부를 통한 성공담의 꽃일 겁니다. 그런데 스펙을 가장해 사기업이 취업 준비생의 정치 성향을 파악하고 사상을 검증했던 행태가 공무원 시험에서조차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달 말 5급 행정고시 최종 면접에서 국정교과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나왔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울러 공무원으로서 종북세력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답변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답니다. 더구나 행정고시 최종 면접에는 한강의 기적, 비약적 경제발전, 새마을운동을 찬양해야만 하는 문제들을 제시했다고 하는데요, 면접 참가자들이 최종면접 동안 사상 검증을 당하는 줄 알았다고 성토할 정도였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최종면접은 당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상 옳다고 생각하는 쪽보다는 문제를 낸 정부 쪽 입맛에 맞춰 답변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됩니다. 국정교과서에 반대하고 새마을운동을 비판하는 '좌편향'된 사람들은 이전에 아무리 우수한 성적을 거뒀더라도 최종면접에서 탈락시키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굳센 의지가 드러난 꼴입니다.


최종면접 참가자들은 올해부터 면접 때 사상을 검증해서 애국 보수우익 아니면 다 떨어뜨리려고 하는 것 같다며 불만과 불안을 쏟아냈습니다.



먹고살고 싶으면 알아서 기라고 겁박하는 박근혜 정부의 비열함


이뿐이 아닙니다. 세월호 관련 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이 문제가 되어 저축은행 면접에서 탈락한 청년, 야당 지지자이면서도 스펙을 위해 새누리당 산하 단체에 가입한 청년의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헬조선은 취업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치적 성향과 신념조차 내팽개쳐야 하는 현실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면접 문제로 사상을 검증하라는 정책이 정부에서 직접 내려오지는 않았겠지요. 기업들이 박근헤 정부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긴 결과일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지성과 비판정신의 소유자를 뽑아봐야 대들기만 하고 피곤할 테니 노예근성에 물든, 알아서 기는 취업 대상자를 뽑는 수단으로 사상 검증이라는 잣대를 들이댔을 가능성이 큽니다. 

 

박근혜 정부의 소통 부재와 권위주의가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지점이 바로 여깁니다. 박근혜 정부의 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기업들이 알아서 조심하는 가운데, 취업 준비생들은 살길을 찾아 자기 신념을 배신하고 자존심마저 버려야 하는 분위기가 조장되는 것이죠. 안 그래도 치열한 취업 전쟁에서 정치적 성향이 '스펙'이 되거나 최종 면접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잣대가 된다면 그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참으로 악랄하고 비열한 방법입니다. 취업의 문 앞에서 신념과 자존심마저 저버리는 사람들이 양산되는 사회라면 어떤 희망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어떻게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관철할 수 있을까요?

 

 

독립, 하셨습니까?

 

우리는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꿈꿉니다. 하지만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오롯이 자신의 인생을 살거나 자신의 포부를 이루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요. 비단 젊은이만이 아니라 50대, 아니 은퇴 이후 세대까지도 '독립'이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생각비행은 무언가로부터 독립을 꿈꾸는 분들을 격려하고 좋은 예를 소개하기 위해  《독립, 하셨습니까》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백댄서(연습생), 연예기획사 아르바이트, 할인마트 판매직, 잡지사 리포터, 시민단체, 사보 취재 기자 등을 거치며 이 땅의 젊은이와 비슷한 고민의 시기를 거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경제적인 독립보다 더 중요한 '삶의 독립'을 선택했습니다. 틈틈이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면서 '자본'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자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죠.

 

《독립, 하셨습니까》는 꿈을 꾸며 자기만의 길을 낸 9명의 대상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삶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저자 자신이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고단한 삶을 견디면서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꿈꾸었기에,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그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9명의 인터뷰이의 삶을 정리하는 과정은 스스로 성찰하며 성장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고백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삶의 여정에서 '무엇이 될까'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의사, 변호사, 회계사, 교수 등의 직업에서는 특정한 삶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직업을 나타내는 명사가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하는 '형용구'에서 그의 인생, 신념, 지향점을 파악하기 때문이지요.

 

9명의 인터뷰이의 삶이 담긴 《독립, 하셨습니까》는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무언가로부터 '독립'을 꿈꾸며 삶을 개척하려는 이 땅의 존재들을 위한 응원가로 봐도 무방할 겁니다. 열정으로 자신만의 길을 내는 것은 이미 누군가 걸어간 길을 가는 것에 비해 몇 배는 힘든 여정입니다. 하지만 그 길 끝에 '실패'가 아닌 '행복'이 기다리고 있음을 저자가 만난 9인의 삶이 오롯이 증명합니다.

 

 

더 나은 삶을 향한 여행, 공동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한 경쟁에 내몰리는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삶과 새로운 접근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대안적 삶을 생각하는 공동체는 취업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삶을 선물합니다. 공동체는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사회에서 새로운 삶의 양식을 고민하게 할 뿐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키우는 근간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공동체는 사회의 병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선구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점차 사라져 가는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태도와 가치를 함양하는 교육장이기도 하지요. 

《더 나은 삶을 향한 여행, 공동체》는 공동체의 역사와 발전사, 다양한 공동체의 철학과 이념, 두 저자가 공동체를 시작하면서 체험한 공동체의 실제 모습, 세계 유수의 공동체를 방문하면서 느낀 다양한 경험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기에, 공동체를 이루려는 사람들이 고민하는 많은 문제의 해결점을 제시해줍니다. 내용의 충실함이나 깊이로 보나 이 책은 공동체를 안내하는 데 있어 고전의 반열에 듭니다.

 

이 책은 이 땅에 좋은 공동체가 더 많이 생겨나고, 더 많이 가꾸어지길 바라는 사람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은혜공동체'는 약 80명 정도의 구성원이 경희대 서울캠퍼스 근처에서 함께 살아가는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공동체를 이뤄 사회적 연대를 실천하며 살다 보니 다른 공동체의 삶에도 점차 관심이 생겼고 다양한 자료를 함께 공부하던 와중에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10년 전에 출간된 한국어판은 절판된 지 오래였습니다. 

 

이에 은혜공동체 구성원들의 제안으로 번역자 황대권과 출판사 생각비행이 뜻을 모아, 우리 사회에 행복한 공간이 더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정식으로 재출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누구 하나라도 욕심을 냈다면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예전 책의 내용을 새롭게 다듬는 작업, 현재 시점에서 각종 공동체의 현황과 추천 자료 등을 보완하는 작업은 공동체의 힘이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공동체는 처음엔 자급자족하는 단순한 삶에 대한 열망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 서서히 사회 환경과 구성원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점차 유기농 관련 사업에서부터 컴퓨터 사업과 같은 첨단 사업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게 되지요. 이때 중요한 건 공동체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기성 사회와 교류하고 적응하는 ‘균형 감각’입니다. 공동체라면 막연히 주류 사회에서 이탈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공동체는 자생력을 갖기도, 오래 지속되기도 어렵습니다.

 

공동체는 더 나은 삶을 구상하고 창조하는 힘을 기르는 곳입니다. 공동체가 그 역할을 잘 감당한다면 우리는 익숙한 세상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세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월트 디즈니가 했던 멋진 말처럼 "상상력으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Imagineers)"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공동체적 가치를 배움으로써 우리는 창조적 의지의 공동체로, 스스로 치유가 가능한 세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열망과 헌신의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생각비행은 독립을 꿈꾸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여러분을 응원하며 사회에 필요한 책을 열심히 펴내면서 함께하겠습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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