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해직자의 대명사였던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해임된 김장겸 사장의 후임으로 MBC의 새 사장에 취임했습니다. 임기는 해임된 김장겸 전 MBC 사장의 잔여 임기인 2020년까지입니다.

 

지난 2012년 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돌입했을 때 이를 응원하는 '으랏차차 MBC' 콘서트가 있었는데요, 그 자리에 최승호 PD도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50여 명이 넘는 시사교양 PD 중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경위서를 안 쓴 이가 별로 없다. 현 정부는 4대강의 보를 막듯이 언로를 막았다"고 MBC 내부의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생각비행은 2012년 으랏차차 MBC 콘서트 현장을 사진 위주로 소개하는 기사(사진으로 보는 '으랏차차 MBC' 공연 참관기)에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겠다는 MBC 노조원들의 약속을 믿습니다. 끝까지 투쟁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바랍니다"라는 글로 마무리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승호 MBC 사장은 MBC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이던 〈PD수첩〉의 책임 PD로 활동했으며 〈경찰청 사람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3김 시대〉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시사 프로그램들을 연출한 바 있습니다. 2010년 〈PD수첩〉 제작진으로서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다루는 방송을 준비했다가 경영진과 갈등을 빚었고, 2012년 파업 참여를 이유로 해직되고 말았죠. 

 

해직된 후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PD와 앵커로 활동하며 탐사보도에 집중해 굵직한 뉴스들을 발굴해내는 한편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파헤친 〈자백〉과 이명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을 고발한 〈공범자들〉로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어 큰 반향을 얻기도 했습니다. 특히 MBC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지난 7일 〈공범자들〉로 제17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올해의 비전상을 수상해 뜻깊은 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5년을 훌쩍 넘는 세월이 흐르긴 했지만 해직되었던 최승호 PD가 MBC 신임 사장이 되어 돌아왔으니 그야말로 사필귀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최승호 사장은 MBC가 너무 긴 세월 동안 어려운 과정을 겪었고 국민들게 많은 실망을 끼쳐드렸는데 이제 다시 국민에게 돌아가게 되었다며, 다시 국민의 신뢰를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이 모든 외압을 막는 방패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구성원이 받을 수 있는 압력을 막아내고 스스로는 이거 보도해라 저거 보도해라는 얘기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남녀 평등 고용 문제에 있어서도 여성 인사를 늘리기 위해 신입사원 채용 때도 반드시 여성 면접관이 참여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MBC노조와 언론시민단체들은 최승호 사장 취임에 환영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하지만 최승호 MBC 사장 선정을 놓고 자유한국당은 MBC가 이제 공영방송이 아닌 노영방송이 됐다고 비난했습니다. 지금껏 MBC를 망가뜨리는 데 일조한 그들이 노영방송이 되었다고까지 하는 걸 보니 MBC의 경영에 노조가 적극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더욱 기대하게 됩니다. 사실 이번에 보궐이사로 선임된 이진순 이사도 최승호 PD는 너무 정부에 비판적이지 않겠느냐는 비판이 있다는 내용을 페이스북까지 소개했을 정도로, 최승호 신임 사장은 상식과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어떤 정파나 인물에 휘둘리지 않고 탐사보도의 본령인 자율성을 보장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언론의 본질적 역할이 바로 거기에서 시작되니까요.

 

출처 - 미디어오늘


"문화방송 노사는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의 해고를 무효로 하고 2017년 12월8일자로 전원 복귀시킨다."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은 8일 오전 '해고자 복직 노사 공동선언'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최 사장은 "신동호 아나운서는 11명의 아나운서들이 떠나가도록 만들고, 열 몇 명의 아나운서들이 부당 전보되도록 하는 데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가 합당한 절차를 거쳐서 충분히 조사하고 책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배현진 뉴스데스크 앵커와 관련해서도 "보도본부에서 새로운 앵커 체제를 마련하리라고 본다"고 밝혀 앵커 교체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최승호 MBC 사장은 《뉴스타파》가 계속될 것이라 말힌 바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KBS를 그만두고 온 기자들이 중추이기 때문이겠죠. 독립언론으로서 《뉴스타파》의 소명이 계속되겠지만, 한편으로 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KBS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승호 사장 취임을 계기로, 정권 눈치 보지 않고 탐사보도로 사회문제를 고발했던 과거의 MBC가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낚싯배 추돌 사고의 마지막 실종자 2명의 시신이 모두 발견되었습니다. 지난 5일 오전 사고 지점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인 선창1호 선장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12시경에 승선객이었던 이모 씨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시신을 거둔 유가족은 얼굴과 지문 확인으로 신원을 확인하고는 오열했습니다. 이번 사고 역시 부주의와 안이함이 낳은 비극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해경은 낚싯배 선창1호에 불법 개조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급유선인 명진15호가 충돌한 것이 사고의 명백한 원인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해경은 충격 부분에 대해 페인트 등 미세 증거물을 채취할 예정이며 수면 아래 부분에 충격 부분이 있는지도 판단할 예정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TV

 

급유선 명진15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낚싯배를 발견하고도 감속이나 항로변경을 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당일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파고가 높았습니다. 급유선의 선장은 해경 조사에서 충돌 직전에 낚싯배를 봤다면서도 알아서 피해갈 줄 알았다고 밝혔죠. 사고 시간대에 선장은 당직 근무자로 급유선 조타실에서 조타기를 잡고 있었으나 또 다른 당직 근무자인 갑판원은 선내 식당을 간다며 조타실을 비워 근무 상황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기상 악화로 인한 시야 확보 부족이 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는 가운데 당직자의 안이한 판단과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파악됩니다. 휴일에 출항한 지 5분이 지날 무렵 급유선과 충돌한 선창1호는 겨울 바다에 전복되고 말았습니다. 승객 22명 중 15명이 사망하고 7명만이 생존한 큰 사고였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의 충격을 떠올리게 합니다. 

 

급유선과 부딪힐 당시 충격으로 선창1호 선실에 있던 낚시 승객들은 미처 탈출을 못 하고 기절했다가 갑자기 물을 먹는 바람에 사망자가 많았습니다. 절반인 11명이 선내에서 시신 상태로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이번 사고의 미수습자가 없다는 점이 유가족에게는 그나마 위안이 되는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해상 사고의 구조 과정에서 해경은 여전한 문제를 드러내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았습니다. 세월호 때보다는 신속하게 대응했으나 여전히 우왕좌왕하는 허술한 구조 체계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해경은 사고 시간을 세 차례 변경하더니 구조대 충동명령 시간도 변경했습니다. 배가 없어서 해경 인천구조대는 육지로 출동을 했고 선수 쪽에 있다고 신고가 되었는데도 잠수요원은 선미부터 들어갔습니다. 생존자가 위치 정보를 줬는데도 거기가 어디냐고 묻기 바빴습니다.

 

출처 - KBS

 

해상 구조를 위한 거시적인 해결 과제도 지목되었습니다. 출동 지시를 받은 직원 3명이 보트 계류 장소로 바로 출동했으나 주위에 민간선박 7척이 계류돼 있어 이를 치우는 데 13분이 걸렸습니다. 어선들이 밀물과 썰물 때 쓸려가지 않도록 서로 밧줄로 묶어놓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구조를 위한 출동이 늦어졌습니다. 화재 진화를 위해 출동한 소방차가 불법주차된 자동차들 때문에 화재 현장에 들어갈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일이 바다에서 일어난 셈입니다.

 

출처 - KBS

 

해상사고 시 초기 대응의 최일선에 있는 해경 파출소는 전국에 95곳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구조보트 전용 계류장이 있는 곳은 전남 여수와 경북 포항 등 23곳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나머지 72곳은 민간이나 지자체의 계류장을 빌려 쓰고 있는 현실입니다. 추가로 13곳에 계류장을 마련할 예산이 확보됐지만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출처 - 한겨레


세월호 참사 때와는 달리 청와대의 지시와 사과가 신속했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첫 보고 뒤 7시간이나 지나서야 첫 발언을 하고 당시 청와대가 상황보고 일지를 조작했던 것에 반해 문재인 대통령은 첫 보고 뒤 56분 만에 현장 지휘관을 중심으로 구조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고 2시간 만에 국가위기관리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재난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이기 때문이죠.

 

출처 - 연합뉴스 


사고 대처 상황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페이스북 등 모든 채널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했습니다. 반면 세월호 당시 박근혜의 7시간은 지금도 미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고 하루 만인 지난 4일 오후 낚싯배 사고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했습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 국가의 책임이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책임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시 유체이탈하여 정부를 질타하더니 한 달도 넘은 시점에 주위에 떠밀려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해서 질타를 받았죠.

출처 - 경향신문

 

탄핵 인용 당시 헌법재판소는 보충의견서에 박근혜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위반을 분명히 짚었습니다. "국가최고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여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1년 전 겨울의 투쟁을 통해 나쁜 유산의 싹을 잘랐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사회 변화로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이번 낚싯배 사고를 교훈 삼아 해상 구조 체계를 점검하고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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