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앞두고 수사 주체를 서울중앙지검으로 단일화했습니다. 그동안 검찰은 다스 관련 의혹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을 중점 수사해왔는데요, 이명박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으로부터 다스, 도곡동 땅, 이상은의 지분이 이명박의 차명재산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병모를 비롯해 이명박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여러 인사가 이미 검찰에 의해 구속되었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여기에 더해 검찰은 청계재단 소유 영포빌딩 관리인의 차량에서 다스의 실소유 관계를 입증할 외장 하드디스크를 압수하는 등 이명박이 다스의 실소유주임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또한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명박의 지시에 따라 다스의 소송비용을 삼성이 대신 냈다는 진술을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와 상반되기는 하지만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삼성이 먼저 다스의 미국 소송 대금을 대신 내겠다고 접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엎어치나 메치나 삼성의 돈이 이명박에게 흘러 들어간 것만은 분명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게다가 소송비용 40억 중 10억 원은 이명박 측이 따로 내놓으라고 요구한 정황도 포착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이명박이 다스를 거쳐 삼성한테서 뇌물을 수수한 결정적 증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검찰은 삼성이 다스의 소송비를 대납해주는 등의 뇌물의 대가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특별사면이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명박은 연일 대책회의를 열고 있습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어떻게 할지, 아예 선제적으로 자진출두하면 어떨지 일신의 안위를 위한 유불리를 따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 참모에는 검찰 출신 법조인이 여럿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검찰의 허를 찌르겠다는 의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이명박이 몰릴 대로 몰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자진출두까지 거론할 정도로 말입니다. 내부에서도 다스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강경일변도로만 나오는 게 자기들도 이상하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다스 문제는 이명박의 핵심측근 몇몇만 정확한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물론 기뻐만 할 단계는 아닙니다. '다스가 이명박의 것'이라는 수사 결과가 명시적으로 나오면 2007~2008년 검찰과 정호영 특검이 내놓은 다스와 이명박은 무관하다는 결론이 완전히 뒤집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수사 중인 검찰 전담 수사팀도 다스 비자금 120억 원은 다스 여직원의 개인 비리로 거듭 확인했고, 따라서 정호영 전 특검도 무혐의로 결론을 냈습니다. 하지만 추가 비자금과 뇌물 관련 여죄가 드러났으니 관련 수사는 계속하겠다는 모호한 결과를 내놨는데요. 이 때문에 검찰의 꼬리 자르기 내지는 자기 식구 감싸기가 또 발동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호영 특검은 당시 120억 횡령에 대해 언론 발표에서 멋대로 빼고 발표했고, 검찰에 수사 자료를 제대로 넘겨주지도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는데도 무혐의를 받았기 때문이죠.


출처 – JTBC 유튜브


여기에는 삼성이 얽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또 삼성입니다. 2008년 삼성 특검이었던 조준웅이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조준웅 특검은 이건희를 구속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이건희의 범죄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라 지금 잣대로 판결할 수 없고 배임과 탈세는 개인적 탐욕으로 저지른 게 아니니 일반인들과 똑같은 법 적용을 할 수 없다는 해괴망측한 발표였습니다. 당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상식에 어긋난 삼성 봐주기 판결이라며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건 그다음입니다. 2009년 이건희가 이명박에게 1인 사면을 받자 고작 한 달 뒤 특검이었던 조준웅의 아들이 삼성전자 과장으로 덜컥 입사한 것이죠. 승진도 아니고 과장으로 입사입니다. 특출난 수상 경력이나 커리어가 있느냐고요? 아뇨. 서울법대를 나왔지만 10년 동안 사시에 떨어진 장수생이 경력의 전부였습니다. 그런 사람이 삼성전자의 과장으로 입사를 한다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얘긴지는 취준생들이 더 잘 알 겁니다.



출처 - KBS


이명박근혜의 국정농단과 적폐청산의 끝판왕이 어째서 '삼성'이라고 하는지 이제 잘 아실 겁니다. 이건희와 이재용 삼성 오너 일가에 대한 단죄 없이는 이 모든 일이 끝나지 않습니다. 3월 이명박에 대한 소환과 조사가 시작되면 반드시 삼성에 대한 수사도 다시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적폐청산으로 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피고인 최순실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였던 국정농단 사태의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내려진 1심 판결입니다. 2016년 11월 20일 재판에 넘겨진 지 450일 만인 2018년 2월 13일 서울지방법원에서 내려진 1심 선고인데요. 1심 공판 횟수만 무려 114회, 긴 기다림의 시간만큼이나 주문 낭독에만 2시간 30분이 걸리는 대장정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박근혜와 함께 "이게 나라냐?"라는 소리가 나오게 만든 죗값은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 그리고 추징금 72억 원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1심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결했습니다. 검찰은 최순실을 재판에 넘기면서 무려 19개나 되는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핵심은 뇌물수수였지요. 최순실이 삼성에서 받은 돈 가운데 약 73억 원을 뇌물로 판단했습니다. 1심 법원은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가 탔던 말도 소유권이 삼성이 아닌 최순실에게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최순실이 K스포츠 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받은 돈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삼성의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죠.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이는 얼마 전에 있었던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판결과 앞뒤가 잘 맞지 않습니다. 삼성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그에 대한 뇌물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공통되지만 뇌물 액수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2심 재판부는 뇌물 공여를 깎고 또 깎아 36억 원만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최순실의 1심 재판부가 최순실이 이재용에게 받았다고 인정한 뇌물 액수는 그 두 배인 72억 원입니다. 주는 사람은 36억을 줬는데 받은 사람은 두 배인 72억을 받았다니, 이게 무슨 무슨 오병이어의 기적도 아니고 어떻게 두 배로 뻥튀기가 됩니까?


출처 - 연합뉴스


재판부끼리의 판단이 이렇게 달랐던 지점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에서 도드라졌습니다. 이재용 2심 재판부는 안종범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지만, 최순실 1심 재판부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그런 대화를 했다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정황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재용 2심 재판부는 안종범 업무수첩을 간접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약 36억 원만이 유죄로 인정되었으니 이 또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안종범 업무수첩은 그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1, 2심, 이화여대 입시 비리사건 1, 2심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됐고, 1심 진행 중인 최순실, 장시호, 차은택, 박근혜 재판부들도 증거로 채택한 바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재판부가 나머지를 다 죽이더라도 어떻게든 삼성만큼은 구하려고 한 결사적인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삼성 공화국이란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며, 국정농단 사태의 끝판왕은 박근혜도 최순실도 아닌 삼성과 이재용을 비롯한 오너 일가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이번 최순실의 1심 판결로 롯데의 신동빈 회장은 구속되었습니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건넨 돈은 뇌물로 봤기 때문입니다. 면세점 사업을 위해 박근혜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거로 판단했습니다. 감옥에 갇힌 신동빈은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있을까요? 글쎄요. 아마도 롯데가 삼성 정도의 취급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해 칼을 갈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지난 이재용 판결과 이번 최순실 판결을 비교한다면 정의가 구현된 판결이라기보다는 롯데가 삼성만큼 부와 권력이 있었으면 또 유유히 빠져나갔으리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결국 이는 재벌 봐주기식 판결을 한 사법부의 실책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최순실 역시 대기업을 압박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으로 후원금을 받아낸 행위는 모두 유죄 판결이 났습니다. 이외에도 증거인멸 교사 혐의, 하나은행 직권 남용 권리 행사 방해 등등 모두 유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최순실과 박근혜의 공모관계도 인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전 대통령도 1심에서 형량이 남았을 뿐 유죄는 확정된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앞으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마지막 대법원이, 최순실은 2심이, 박근혜는 1심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재판은 끝난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랬다저랬다 하는 판결로 사법부는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이미 큰 흠을 남겼습니다. 문자 그대로 '국가를 말아먹으려고 했던 시도'에 비하자면 징역 20년도 낮습니다. 우리는 풀려난 이재용과 삼성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지막 대법원에서 삼성과 이재용이 단죄될 때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한창입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평양으로 돌아갔습니다. 감동적인 순간이 많았는데요, 이런 와중에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생각비행은 채용비리로 만연한 한국 사회에 대해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고위층 아들딸 중에 뽑을 사람을 정해놓고, 취직이 절실해서 열심히 준비한 취준생들을 들러리로 세운 강원랜드나 우리은행 등의 문제 말입니다. 다른 직업군보다도 정직하고 깨끗해야 할 공공기관과 금융업계가 그 첫발을 내딛는 취업 관문에서부터 더러운 청탁과 비리로 점철되어 있었죠.


출처 - 미디어오늘

 


특히 강원랜드는 합격자 전원이 취업 청탁자였다는 충격적인 채용비리가 드러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주요하게 청탁을 받아주고 압력을 넣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자유한국당의 권성동 의원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국회의원 직함으로 청탁을 받고 강원랜드에 압력을 넣은 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안미현 검사의 폭로에 의하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이 사건을 맡았던 안 검사는 채용비리와 관련해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 수사사건을 인계받은 지 두 달 만인 지난해 4월에 수사가 덜 됐는데 당시 최종원 춘천지검장에게서 사건을 종결하라는 지시를 갑자기 받았다고 합니다. 결과가 불구속, 구속으로 결정되지 않고 열린 상태였는데 최종원 춘천지검장이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을 만나고 온 바로 다음 날 불구속하는 거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하죠. 이후 검찰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을 불구속기소 하는 선에서 사건을 덮었습니다.


출처 - JTBC


이 과정에서 당시 권성동 의원과 모 고검장,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의 측근 사이에 많은 전화 통화가 오가는 등 개입 정황이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또한 수사팀과 춘천지검 지휘부에서 안미현 검사에게 일방적으로 증거목록을 삭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박근혜 시절 임명된 국회 법사위원장, 전직 검찰총장, 지방검찰청장 등 중앙부터 지방까지 수직적으로 연루된 권력형 외압이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한 고강도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출처 - 머니S


비리를 저지른 권성동 법사위원장과 전 검찰총장 등에서는 부정하고 있습니다만 강원랜드 채용 비리에 연루된 정황은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아 채용 비리는 지역 국회의원의 힘으로 저지르고, 수사 외압은 법사위원장의 지위를 악용해 저지른 것이 아닐까 국민들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사람이 법사위원장이라니 수많은 민생 현안과 권력형 비리를 단죄할 법안들이 법사위를 통과 못 하고 계류되어 있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법사위가 모든 법에 대한 최종 관문이기 때문이죠. 자유한국당의 태업으로 권성동 위원장을 필두로 한 법사위는 국회의 '상원' 역할을 하며 780개의 법안을 계류시키는 등 정국을 어지럽혔습니다. 이렇게 늦어지는 법 개정으로 인해 삼성 이재용같이 그 그물코로 빠져나오는 재벌 미꾸라지들이 생기는 것이겠죠.

출처 - 경향신문


2월 임시국회는 시작한 지 7일 만에 파행을 맞았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시작한 여야 기 싸움 때문이었습니다. 민생법안 처리를 제1 목표라고 외치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권성동 한국당 의원의 법사위원장직 사퇴를 촉구하며 법사위 보이콧을 선언하며 퇴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사과를 요구하며 각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국회가 멈춰버렸습니다.

 

그런데 강원랜드 수사외압 논란이 여야 대치 국면으로 확대되면서 '5.18진상규명특별법'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1980년 당시 군이 헬기를 이용해 광주시민들을 사격했으며 당시 육해공군의 합동 작전을 통해 광주 시민들을 상대로 사격을 가하는 등 무력 강경진압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특조위의 결과 발표로 진상규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 사퇴문제를 둘러싼 여당과 야당 간 힘겨루기로 20일과 28일로 예정된 본회의 전까지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낙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출처 - JTBC

'5·18진상규명특별법'은 여야 간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불의의 세력이 권력을 찬탈한 뒤 중화기를 동원해 시민들을 무참하게 학살한 게 1980년 광주 5월의 실체입니다. 그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자를 온전히 심판하는 것은 정의와 상식의 문제입니다.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를 들어 번번이 특별법 처리를 무산시켜온 자유한국당은 불의의 세력을 비호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들만의 커넥션을 국민의 관심으로 끝장내고 국회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6.13 지방선거용 공직선거법 개정안, 아동수당법, 기초연금법 등 각종 민생법안이 통과되도록 관심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구속되고 다소 잠잠해지나 싶었던 검찰 내부 적폐가 다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뿐 아니라 검찰 조직 내 성폭력, 성추행 사건이 여검사들의 폭로에 의해 수면 위로 드러난 겁니다. 한국 최고의 권력 중 하나이자 법조계 최고의 엘리트로 인정받는 검사마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폭력의 대상이 되어 고통받고 차별받는 현실이 알려졌습니다.


출처 – JTBC


첫발은 통영지청의 현직 검사 서지현이 뗐습니다. 서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안태근 전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었습니다.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인 안태근이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등의 강제추행을 한 사실을 밝힌 것이었죠. 서 검사는 이에 반발하여 당시 소속청을 통해 사과받는 선에서 정리하기로 했으나 그 후 어떤 연락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 뒤로 서 검사는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 발령을 받았는데 그 배후에 안태근 검찰국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성추행 사실을 당시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앞장서서 덮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죠.


출처 - SBS


서 검사의 뒤를 이은 폭로자는 임은정 검사였습니다. 임 검사는 15년 전 직속 상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임 검사는 검찰 내부 게시판에 2003년 경주지청에서 성추행당한 상황을 '지옥 생존기'라는 표현으로 상세히 설명했는데요, 직속 상사인 부장검사가 회식을 마치고 집에 데려다주겠다면서 성추행을 하고 집 안으로 떠밀고 들어가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임 검사가 이 문제를 같이 근무하던 선배 검사에게 상의하자 되레 자신에게 사표를 쓰라면서 알려지면 너만 손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죠. 결국 당시 지청장에게 찾아가 고소도 불사하겠다고 한 뒤에야 겨우 사표를 받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편 임 검사는 2005년에는 성매매 전담 부장검사가 2차로 성매매까지 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감찰조차 없었음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직장 내 차가운 눈초리와 상사 뒤통수 치는 꽃뱀이라는 멸칭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두 검사의 용기에 힘입어 다른 여검사들이 피해 사실을 잇달아 폭로하면서 미온적으로 대처하던 대검찰청은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구성하고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루 이틀 사이에 손바닥처럼 입장을 뒤집은 법무부와 검찰에 대한 낮은 신뢰도로 내부 수사가 제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습니다. 더구나 조사단장으로 임명된 여검사가 성추행과 성매매를 하는 남자 검사들을 두둔하며 덮기 급급했던 사람이었다는 진술이 나와 피해자들이 조사를 거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죠.


출처 – JTBC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일 서지현 검사와 임은정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에 성추행 진상조사를 위한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습니다. 임 검사는 거시적 안목에서 정의로운 검찰을 당장 꿈꾸기에는 난망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뭘 잘못했는지 깨닫고 부끄러움을 알아주시면 하는 것을 검찰 수뇌부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찰 내부에 대한 자정 작용이 되어야 할 이번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출처 - JTBC


검찰 조직 내 성범죄 피해 사실에 대한 폭로가 문화계의 미투(#Me Too)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최영미 시인은 JTBC에 출연하여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폭로했습니다. 〈괴물〉이란 시는 한 유명 원로 시인을 지칭하고 있었는데요, 최 시인은 내가 데뷔할 때부터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대한민국 도처에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면서 해당 원로 시인이 '괴물'임을 시사했습니다.

 

출처 - JTBC

 

아울러 문단 내 성폭력이 일상화되어 있었으며, 여성 문인이 권력을 지닌 남성 문인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뒤에 복수의 대상이 된다고도 밝혔습니다. 문단의 메이저 그룹 출판사에서 펴내는 잡지 등의 편집위원으로 있는 남성 문인들이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여성) 문인에게 원고 청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런 피해 당사자들은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도 어렵고, 하소연할 곳도 없어 작가로서 생명이 거의 끝난다는 최 시인의 이야기는 문화계에 만연한 성폭력 실태를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출처 - Psychology Today

 

최근 사회 곳곳에서 제기되는 미투 운동을 혹시 불편한 시선으로 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소설가 공선옥의 <시대의 기미>라는 칼럼을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그럼에도 아랑곳없이 세상은 조금씩 변해왔다는 것을, 느낀다. ‘차마 그 이름을, 그 얼굴을 밝히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시대는 이제 먼 과거의 일이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시대는 다시는 올 수가 없게 되었기를 나는 바란다. 그것이 무엇이든,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그 이름을, 그 얼굴을 당당히 드러내고 발언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가 되기를.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돌아가는데 미투 운동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를 다시 2차 가해하고 조롱하고 따돌리는 행태, 나아가 성별 권력 관계를 재생산하는 구조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합니다. 은평녹색당에서 기획한 강의가 이런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출처 - 은평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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