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선량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10년 전 그날 무엇을 하다가 세월호 참사 뉴스를 접했는지,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할 정도로 큰 충격을 남긴 사건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사흘 앞둔 주말에 곳곳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지난 13일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침몰 해역에서는 단원고 희생자 조은화, 허다윤 학생의 유가족과 불교계 스님들이 선상 추모제를 열었습니다. 두 학생은 세월호 선체가 인양된 2017년 봄 육상에서 시작된 수색 끝에 뼛조각이 되어 부모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족을 잃은 애통한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선상 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은 지금까지 뼛조각조차 찾지 못한 단원고의 남현철, 박영인 학생, 그리고 양승진 교사, 일반인 승객 권재근, 권혁규 부자, 이렇게 5명의 미수습자를 위해서도 기도를 올렸습니다. 시신의 일부라도 찾아 미수습자의 가족들이 '그래도 돌아왔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작은 위로라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이들은 제례와 기도를 마친 후 세월호 침몰 해점을 표시하는 노란색 부표 주변에 국화를 띄워 애도했다고 하죠. 세월호 선체를 인양 후 보존하고 있는 목포에서는 지난 14일 종교계의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천주교 산정동 성당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미사가 봉헌된 것입니다.

 

출처 - 세월호 참사 10주기 광주추진위원회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광주·전남 곳곳에서도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광주추진위원회는 지난 12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 시민분향소를 마련했습니다. 추모객들은 16일까지 이곳에서 분향·묵념·노란 리본에 추모 메시지 전하기 등으로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 오마이TV

 

지난 13일 오후 서울에서는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라는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변영주 영화감독이 사회를 맡고 예술인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4000여 명이 모였습니다. 참사 피해자들과 각종 사회단체, 시민들이 모여 노란 리본이라는 주제로 자유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뉴시스

 

자유발언이 끝나자 주최 측과 시민들은 "사참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권고 이행 점검하고 추가 조치 보장하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하라" 하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안전한 사회를 요구하는 목소리였죠. 이 자리에 함께한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역시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에는 정부가 없었고, 10년 전 세월호 참사 때도 정부는 없었다"며 "22대 국회가 이태원참사특별법 제정,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을 최우선 검토, 이행하는 모습으로 국회의 퇴행을 속죄하라"고 호소했습니다. 사회적 참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나오질 않는 상황을 비판하면서 말입니다.

 

출처 - 시사in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 진실 규명에 대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세월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고요. 제주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이 배·보상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해 국가조사기구인 사참위가 이를 직권재심의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를 이미 정부에 한 상황이었는데, 지난 9일 해양수산부 산하 '4·16 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심의위)가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거부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른 결정이 잘못됐거나 명백한 하자가 없다고 밝힌 겁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참사 생존자라는 특성을 간과한 결정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생존자들은 트라우마로 정상적 삶을 회복하지 못하고, 전문가의 신체감정 결과도 최소 2028년까지 후유장해가 남아있을 것이라는 점이 확인됐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출처 - MBC

 

특히 참사 트라우마로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지만 '세월호 피해자'에 포함되지도 못한 민간 잠수사들의 상황을 보면 더 안타깝습니다. 참사 당시 시신 수습에 나선 민간 잠수사가 20여 명에 이르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잠들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수년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그렇다고 합니다. 참사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이 더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당시 자원 봉사자로 현장에 투입됐다는 이유로 참사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치료 지원을 받으려면 매번 세월호 참사와의 관련성을 의사에게 인증받아야만 한다고 하죠. 세월호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하다 생긴 트라우마를 치료받을 때마다 도리어 증세를 악화시키는 일을 상기해야만 국가가 치료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니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상황인가요? 이 때문에 아예 치료를 포기한 잠수사도 있다고 하죠.

 

출처 - MBC

 

세월호 피해자로 포함된 유족과 생존자들에 대한 치료 지원도 4월 15일로 종료됩니다. '4·16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령 19조에 의료지원금 지급 기간을 '2024년 4월 15일까지 발생한 비용으로 한정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원 기한을 폐지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번 국회 임기 내 통과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조차 10년이라는 숫자는 굉장히 인위적으로 못 박은 기간이라고 인정합니다. 사람마다 재난 후 놓인 상황이나 회복의 정도에 굉장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 기준을 두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면서 말이죠. 그런데 왜 의료지원금 지급 기한이 '10년'으로 한정된 것일까요? 박근혜 정부는 애초 시행령을 만들면서 의료비용을 1년만 보장하도록 했습니다. 2015년 3월 29일 시행령 효력이 발생한 이후 2016년 3월 28일까지 발생한 비용으로 한정해 의료비를 지원했는데, 유가족 요청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의료지원금 지급이 '10년'으로 연장된 것입니다.

 

출처 - CBS노컷뉴스

지난 2022년 9월 사참위는 총 3년 6개월의 공식 활동을 종료하면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54건의 권고를 내놓았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 권고까지 합하면 총 80건에 달한다고 하죠. 사참위는 특별법에 따라 중대 참사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마무리한 최초의 독립기구입니다. 사참위 권고를 받은 국가기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권고 내용을 이행해야 하고, '권고내용의 이행내역'을 매년 국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9월 국회에 제출된 <사참위 권고 이행 현황>을 보면 이행된 것은 단 1개 분야(해양재난 수색구조 체계 개선)에 불과해, 이행률이 8.3%에 그쳤다고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4.16 연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시길 바랍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출처 - 한겨레

출처 - MBC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포함한 안녕을 지키기 위해 성립되었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것조차 하지 못한다면 국가가 존재할 의미가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하는 지금 우리 사회는 무엇이 바뀌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바꿔내야 할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오늘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일입니다. 2024년 4월 5일(금)부터 6일(토)까지 이틀간입니다. 투표 가능 시간은 양일 모두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코로나 정국에 치렀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선거는 날씨도 좋고 마스크도 끼지 않아도 되니 한결 편안한 환경인 셈입니다.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늘 그렇듯 신분증만 지참하시면 전국 어디서든 가까운 사전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실 수 있습니다. 신분증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전투표는 두 가지만 구분하면 됩니다. 관내 투표인지, 관외 투표인지 말이죠. 투표자 본인의 주소지에서 투표할 경우 관내 유권자로서 본 투표일처럼 투표용지만 받아 기표한 다음 투표함에 넣으시면 됩니다.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본인의 주소지 이외의 지역에서 사전투표를 하는 유권자는 투표용지와 함께 원래의 선거구 지역으로 투표용지를 보낼 회송용 우편봉투를 함께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에 사는 유권자가 타 지역으로 가는 길에 서울역이나 인천공항처럼 마포구가 아닌 지역에서 투표를 하게 될 경우, 투표용지에 기표를 한 다음 함께 받은 회송용 우편봉투에 투표용지를 넣고 잘 봉해 투표함에 넣어야 합니다. 밀봉이 안 되어 용지가 밖으로 나오면 기권 처리될 수 있습니다.

 

사전 투표소 검색 : http://info.nec.go.kr/bizcommon/popup/popup_search_prevoteForm.xhtml?electionId=0020240410

사전투표소 현황 : http://info.nec.go.kr/electioninfo/electionInfo_report.xhtml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투표소 현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합니다.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안내도 하고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참고하세요. 카카오맵이나 네이버 지도 등 스마트폰 지도 앱에서 '사전투표소'로 검색하면 바로 위치가 뜨게 되어 있으니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후보자 명부 : http://info.nec.go.kr/electioninfo/electionInfo_report.xhtml

후보자/정당 정책 확인하기 : https://policy.nec.go.kr/

 

혹시 아직 누굴 뽑을지 정하지 못하셨거나 바빠서 공약을 읽어보지 못하셨다면 후보자 명부, 정당 정책, 후보자 정책 등 정보도 제공하고 있으니 사전투표소로 가는 길에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총선은 투표용지가 두 장입니다. 하나는 지역구 후보를 선택하는 투표용지이고, 다른 하나는 비례대표 정당을 선택하는 투표용지입니다. 이번 총선에 무려 38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습니다. 이 때문에 투표용지 길이가 50cm가 넘어 역대 선거에서 가장 긴 투표용지라고 할 정도죠. 그러니 잘 확인하여 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시길 바랍니다. 잘못 기표하거나 지지하는 당의 이름을 헷갈리면 억울하니까요. 또한 기표소 안에서 인증숏을 찍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니 투표 인증숏은 투표소 밖에서만 찍겠다고 생각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출처 – MBC

 

먼저 끝난 해외동포들의 사전투표인 재외투표가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재외 선거율은 62.8%로 역대 최고치였습니다. 이전 총선인 2020년 21대 재외투표율이 코로나 상황으로 23.8%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무려 세 배 가까이 치솟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팬데믹 상황이 아니었던 2016년 20대 총선 재외투표율 41.4%와 비교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투표율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해외에서는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2~3시간 운전해서 가야만 하는 곳도 많았습니다. 태국 푸켓에서 재외투표소가 있는 방콕까지 무려 800km를 이동해 소중한 권리를 행사한 가족의 사연이 한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서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면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투표를 하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엄중히 보는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지요. 어느 때보다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이기 때문에 한 표의 가치가 더 빛나는 것 같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유권자의 터전과 우리나라를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선거입니다. 주말에 외출하는 길이라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다음 홀가분하게 떠나시는 편이 어떨까 합니다.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을 생각하며 현명하게 한 표 행사하시길 바랍니다.

지난 2014년 7월,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KBS <다큐 3일>이 제작 중이던 '세월호 유족' 관련 아이템이 기획제작국장과 부장의 지시로 중단된 일이 있었습니다. 10년이 지나 2024년 4월 18일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방영할 예정이던 KBS <다큐 인사이트> 다큐멘터리가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작이 중단되는 일이 또 발생했습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10년 전 <다큐 3일> 제작진은 세월호 유족 대표단이 국회와 광화문에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모습을 담은 내용을 취재해 방송할 예정이었습니다. 당시 기획제작국장은 '국회의 농성 상황을 취재 방송하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목적성을 띄게 되므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고, 담당 부장은 세월호 유족을 이익집단으로 보고 자기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농성을 하고 있다며 농성하는 유족을 취재하면 균형감과 공정성을 상실한다는 이유를 들어 제작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출처 - MBC

 

'이익 집단'이란 표현은 10년이 지나 윤석열 정부가 세월호 유족을 바라보는 관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10.29 참사 유가족을 대하는 자세에도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죠. 사고로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을 억누를 길 없는 유족을 이익집단으로 매도하는 인면수심의 정부는 세상 모든 다큐를 선동과 날조의 온상으로 보나 봅니다.

 

출처 - MBC

 

이번 <다큐 인사이트> 제작 중단 이유가 기가 막히기 때문입니다.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니까요. 올해 총선은 4월 10일입니다. 방영 예정일은 4월 18일이었고요. 이에 대해 제작진이 항의하자 "자신(제작본부장)은 총선 전후로 한두 달은 영향권이라고 본다"라고 답했다고 하죠. 윤석열 정부가 입맛에 맞지 않는 다큐멘터리를 배제하는 타당한 논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저 '세월호'라는 소재 자체가 싫다는 불순한 의도밖에는 읽히지 않습니다.

 

출처 - 4.16연대

 

방영이 연기된 <다큐 인사이트> 제작진이 준비하던 '세월호 10주기 방송-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제)'는 섭외가 80%, 촬영이 40% 이상 준비된 상황이었다고 하죠. 그런데 KBS는 세월호 생존자 기획만 다루기보다 천안함 피격사건, 대구지하철 참사, 씨랜드 화재, 삼풍백화점 등과 같은 다른 재난과 엮은 PTSD 시리즈를 제작하려고 6월 이후 방송하는 것으로 연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기획된 다큐멘터리를 왜 다른 기획으로 바꾸려고 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제작진조차 방영 연기 지시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뻔히 보이는 수작을 마주한 출연자들이 출연할 리 없겠죠. 40% 촬영을 마친 세월호 10주기 KBS <다큐 인사이트> 다큐멘터리는 결국 묻히게 됐습니다. 현 정권이 보기 불편한 세월호라는 소재를 피하려고 다큐멘터리 기획을 뒤틀고 방영을 연기하며 훼방을 놓던 이들은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을 퍽이나 반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출처 - 4.16연대

 

이번 편성 변경을 지시한 제작본부장은 박민 KBS 사장 부임 이후 임명됐습니다. 박민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를 대폭 물갈이했죠. 이 과정에서 각종 문제가 터졌습니다. 갑작스러운 편성 취소로 시사토크 프로그램이 예능 및 드라마 재방송으로 대체되기도 했고, 진행자 교체가 사전에 고지되지 않은 탓에 시청자는 물론 당사자들도 방송 전날 혹은 당일에 하차 소식을 들어야 했죠. 

 

출처 - JTBC

 

국영방송인 KBS가 설 연휴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진행한 특별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을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고 칭하며 사건을 축소하려 하자 숱한 시청자의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윤석열 정권 앞에서 아부하는 국영방송의 '윤비어천가'가 참으로 낯 뜨겁습니다.

 

출처 -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 

 

지난 2월 28일 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KBS 본관 앞에서 세월호 10주기 다큐 방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KBS 박민 사장 사퇴와 4월 방영을 촉구하는 구호가 이어졌습니다. KBS는 총선과 관계없이 원래 기획대로 <다큐 인사이트> 다큐를 제작해 애초 예정한 때 방송하고, 재난에 따른 PTSD 다큐멘터리는 따로 제작해 방송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KBS는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마저 무산시켰습니다.

출처 - 박순찬

 

공방위는 방송의 공익성이 훼손되거나 제작·보도 책임자와 실무자 사이 갈등이 불거진 경우 이를 중재하는 노사 협의체죠. 이제원 제작1본부장이 공방위 참석을 거부하여 2월 29일에 열릴 예정이던 임시공방위가 무산됐습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는 사 쪽이 단체협약과 편성규약을 또다시 정면 위반했다며 반발했습니다. 자, 이쯤 되면 누가 총선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습니까? KBS는 윤석열 정권의 눈치를 보며 다시 '기레기' 소리를 들으려 합니까? 더 큰 비판에 직면하기 전에 공영방송의 품격을 속히 되찾길 바랍니다. 아울러 우리는 총선을 앞두고 공권력을 휘두르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정의의 철퇴를 내릴 때입니다.

지난 2월 5일 이재용 회장은 삼성그룹 불법승계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밝히며 이재용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했던 '국정농단 사건'과 얽혀 앞서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판이한 결과입니다. 생각비행은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다룬 바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삼성으로 인한 국민연금 3000억 손실, 누가 책임지나? : https://ideas0419.com/569 

이재용 집행유예 - 재벌의 3.5 법칙은 아직도 통하는가 : 
https://ideas0419.com/801 

진정성 없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 앞으로 삼성은? : 
https://ideas0419.com/1058 

다시 삼성공화국으로,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 
https://ideas0419.com/1209 

삼성 미래전략실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삼성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와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시세 조종 등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이재용 회장은 이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아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기소된 19개 혐의에 대해 결과적으로 죄다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출처 - MBC

 

검찰은 이재용 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 등이 그룹 승계 계획안 '프로젝트 G'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했고 이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봤습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각각 0.32주와 1주로 합병 비율을 결의했습니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만 약 23%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사의 대주주인 구조였기에 제일모직 주식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면 이재용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그만큼 커져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상황이었죠.

출처 - 참여연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물산 주주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합병에 반대할 만했습니다. 삼성물산 매출액이 제일모직보다 5.6배 많고 자산총계는 3.1배나 더 큰데도 제일모직의 가치가 너무 크게 책정됐으니까요. 국민연금도 반대할 명분이 충분했는데 당시 이재용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연금에 외압을 가해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국정농단 특검 수사로 확인된 사실입니다. 이 사건에 연루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한 결과로 최대 1658억 원의 손해를 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결국 이 합병은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S)까지 초래했습니다. 합병 당시 옛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 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상설중재재판소에 ISDS를 제기했고 일부 승소했습니다. 2023년 6월 20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1조 원의 배상을 요구한 데 대해 청구액의 7%인 69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핵심 쟁점이었던 정부의 부당 개입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가 패소한 셈이죠. 우리 정부는 5년간 법률비용과 이자를 포함해 1300억 원가량을 지급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처 - 뉴시스

 

이쯤에서 지난 2월 5일 삼성그룹 불법승계 1심 재판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 판결에서 대법원이 판시한 승계작업과 청탁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라며 그 승계작업과 청탁의 결과물이 구체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판결한) 대법원은 '승계작업'을 '최소 비용의 지배권 강화'로 정의하면서 그러한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러한 승계작업은 그에 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행위와 제공되는 이익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고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을 뿐이다. 즉 대법원 및 그 하급심에서는 이 사건 합병에 대한 청탁의 대가를 인정하지 않고, 단지 포괄뇌물죄에서 포괄적 직무관련성에 대응하는 수준의 가변적이고 추상적 개념으로서의 승계 작업이 인정되었을 뿐이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출처 - 참여연대

 

또 재판부는 대통령의 부당 개입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왜곡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 근거로 한국 정부가 엘리엇과의 ISDS 소송에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들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자신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표결하였다는 입장을 밝힌 점, 2022년 11월 삼성물산 주주 7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한 1심 판결에서 법원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행위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의결권 행사를 좌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을 들었습니다. 법조계라는 같은 업계 종사자가 판결에 사용한 용어 정의를 다시 해가면서 앞선 판결을 뒤집은 건 차치하고 국민연금 의사결정이 왜곡된 게 아니라면 당시 유죄받은 사람들은 재심이라도 받아야 하는 걸까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엘리엇이 제기한 ISDS 소송을 법무부에서 진행했는데요, 1심 재판부가 무죄 판결의 근거로 든 '국민연금의 합당한 판단'이 ISDS 소송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그런데 이재용 회장의 '불법 합병' 판결에서는 무죄의 근거로 활용됐으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출처 - SBS

 

결국 검찰은 삼성그룹 불법승계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항소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증거판단, 사실인정 및 법리 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사실인정 및 법령 해석을 통일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항소한다고요.

 

출처 - 경향신문

 

참여연대는 "제1심의 무죄 판결은 재벌들이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해 함부로 그룹회사를 합병해도 된다는 괴이한 선례를 남김으로써, 재벌 봐주기의 대명사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사회정의와 법치주의에 반하는 이번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규탄했습니다. 남은 2심, 3심이 어떻게 진행될지 국민이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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