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오늘은 신간 《키워드 오덕학―자생형 한국산 2세대 오덕의 현재 기록》을 소개합니다. 덕후 또는 오덕은 ‘특정 분야의 정보나 관련 상품,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유래해 이미 오래 전부터 생명력을 얻고 있는 한국식 표현이지요. 우리의 오덕 문화는 일본의 영향을 받았으되, 그 말이 쓰이는 맥락은 태반이 혼란스럽거나 혼동되거나 심지어는 적잖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의 ‘오덕’은 일본의 ‘오타쿠’와는 또 다른 맥락성을 지니고 자생해가고 있는 중인데요. 《키워드 오덕학》은 ‘웹툰(WEBTOON)/오타쿠/코스프레/야오이 그리고 BL/OSMU(ONE SOURCE MULTI USE)/기록과 통계/백합(百合)/모에(萌)/지역 캐릭터/짤방/병맛/츤데레에서 얀데레까지/서브컬처(subculture)’에 이르는 총 13가지 키워드(열쇳말)를 통해 오덕 문화가 우리네 현실과 닿아 있는 접점이 무엇인지 상세히 살펴봅니다. 한마디로 《키워드 오덕학》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의 ‘오덕 문화’를 충실히 소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덕후'의 어원이라 할 수 있는 '오타쿠'(おたく)는 일본에서도 멸칭으로 시작되었다. 칼럼니스트 나카모리 아키오는 《만화 브릿코》 1983년 6월호부터 실은 칼럼 〈'오타쿠' 연구〉에서 오타쿠를 '안경에 파묻혀 영양실조 걸린 하얀 돼지 같은데' '엄마가 사준 옷 차려입고' '세기말적으로 어두컴컴하다가 만화 행사장에선 잔뜩 모여 활개 치는' '남창 같은 구석이 있어 여자를 사귈 수 없을 것 같은 놈들'이라고 묘사했다. 명색이 연구란 말을 제목에 달아놓은 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감상적 악담을 쏟아낸 까닭에 연재가 중단되긴 했으나 이 칼럼은 '오타쿠'라는 용어의 정립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다 1989년 미야자키 츠토무가 도쿄·사이타마 연속 여아유괴 살인 행각을 벌이자 일본 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일본 경찰은 처음으로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을 동원해 범인을 검거했다. 그런데 그의 집에서 5763개의 비디오테이프가 발견되고, 그 안에 호러 영화와 로리콘 성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언론은 '오타쿠=잠정적 범죄자'란 부정적인 인식을 유포하기에 이른다. 미야자키 츠토무는 '롤리타 콤플렉스 살인귀'라고 불렸다. 이 때문에 한동안 일본에서 오타쿠는 시각 기호로 창작된 캐릭터에 집착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범죄 예비군 정도로 인식되었다. 2008년까지 NHK는 오타쿠를 금지어나 다름없는 방송 문제 용어로 구분하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후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재정립되고 그들이 심취한 산업의 규모가 재조명되면서 인문학적 연구가 거듭되고 있다. 이로써 오타쿠는 '꽂히는 취향에 일정 이상으로 몰입하는 사람'을 뜻하는 표현으로 일반화하는 지리멸렬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한때 일본의 신어사전은 오타쿠를 '만화, 애니, 비디오게임, 아이돌 등 허구성 강한 세계관을 좋아하는 이들을 일컫는다'라고 정의한 바 있지만, 현재 오타쿠의 관심 대상은 철도나 밀리터리, 성우, 특정 인물 등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우리의 덕후 문화, 어디까지 왔나?

 

'덕후' 또는 '오덕'은 '특정 분야의 정보나 관련 상품,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유래해 오랜 시간을 거쳐 생명력을 얻고 있던 한국식 표현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을 넘어 다수의 일반 한국 대중 사이에서 '오덕'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건 TV 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tvN, 2009. 3. 31~2013. 11. 26)였다. 2010년 1월 27일자 〈화성인 바이러스〉 프로그램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안는 베개(끌어안고 잘 수 있는 등신대 베개)를 들고 나와 "이 캐릭터와 혼인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출연자를 소개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조롱처럼 돌아다니던 '안여돼'(안경 여드름 돼지)형 인물이 화성인(=상식 밖 인물)의 대표주자 '덕후'의 표상으로 정립되는 순간이었다. '오덕' '덕후' 부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대중에게 고정된 것이다.

 

이를 보면 한국의 '오덕' 또한 일본 ‘오타쿠’의 전철을 밟은 듯하지만, '오덕 문화'는 거기에 머무르고 있지만은 않았다. 웹툰이 상업적 정립 10년을 넘긴 2013년을 거치며 미끼 상품에서 벗어나 콘텐츠와 상품으로서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덕후 문화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향유층과 함께 나이를 먹기 시작했다. 문화 코드란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 정의되던 범위 바깥으로 확장하며 경계를 무너뜨리고 급기야 멸칭마저도 유희화하는 현상을 겪게 마련이고 그러지 못하는 문화는 역설적으로 박제화하거나 사멸하는데, 오덕 문화는 다행스럽게도 확장되기 시작했다.


근래 화제를 모은 TV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능력자들〉(MBC, 2015. 11. 13~2016. 9. 8)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인류는 덕후들의 능력으로 인해 진화되었다" "당신의 덕심이 바로 당신의 능력이다"(프로그램 소개 중에서)라며 '덕후'를 별다른 주석문 하나 없이 전면에 내세웠다. 재밌는 건 〈능력자들〉이라는 프로그램의 제목 자체다. 말 그대로 덕후를 '능력자'로 지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여기서 한술 더 떠 "개개인의 전문성이 나라의 경쟁력이 된다"라고까지 피력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의 등장 정도로 여길 수도 있겠으나, 어떤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변화로 비치는 현상 이었다. 여기서 어떤 사람들이란 바로 덕후들,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V 미디어가 '능력자' 이전에 '화성인'으로 분류했던 이들을 의미한다.


아스카(〈신세기 에반게리온〉 여주인공 가운데 한 명)를 향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 연예인과 〈도라에몽〉에 미쳐 사는 몸짱 훈남 연예인처럼 사회적 인지도와 실력을 갖춘 그럴싸한 오덕층의 출현은 스스로를 덕이라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일반 대중에게는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라? 우와? 세상에?' 하며 놀라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다는 생각에 도달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들이 '사회성 결여' 같은 비상식적 면모와 거리가 멀다는 점도 인지하게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 모두는 어느 무언가에는 '덕'이다. '덕질'이 즐거운 유희가 되는 시점에 '오덕·덕후=안여돼' 프레임은 힘을 잃게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창궐하던 사방천지의 덕질 놀이가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TV라는 절대적 대중문화 살포 도구(!)에까지 침투하고 있다. '오덕' '덕후' '덕질'이라는 말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나 〈능력자들〉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능력자들〉에 출연한 이들은 겉보기에 멀쩡하고 자기 일에도 충실했다. 더구나 관심 대상을 향한 애정과 노력은 실제 해당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조차 혀를 내두르다 못해 "너 이쪽으로 와라"라며 취업 제안을 즉석에서 받을 만큼 전문성마저 갖추고 있었다. 오덕들의 노력과 지식은 '덕질'이라는 범주 안에 놓이지 않아 왔을 뿐 덕후 문화가 애먼 논란 속에 정체를 겪고 있던 시기부터 이미 쌓이고 있었던 것들이다. 우리 시대의 흐름이 이들이 쌓아온 면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칭찬할 수 있는 데까진 온 것이다.


 

오덕 문화가 우리네 현실과 닿아 있는 접점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오덕 문화가 새로운 경제 동력이 되고 있다. 이들이 몰입하는 분야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게임 같은 콘텐츠 시장이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이면 이 분야만 약 1700억 달러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오타쿠 시장의 규모를 알려주는 단적인 자료가 있다. 2004년 8월 24일 노무라종합연구소(野村総合研究所)가 발표한 〈마니아 소비층은 애니메이션, 만화 등 주요 5개 분야에서 2,900억 엔 시장—오타쿠층의 시장 규모 추계와 실태에 관한 조사〉라는 보도자료를 보면 '애니메이션/만화/게임/아이돌/조립PC' 다섯 개 분야에 걸친 오타쿠들의 소비 시장 규모는 2900억 엔(약 2조 9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콘텐츠 관련 네 개 분야, 즉 애니메이션, 아이돌, 만화, 게임 산업 전체의 시장 규모는 약 2조 30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오타쿠 소비층이 금액 기준 11퍼센트를 차지했다. 이처럼 오타쿠는 구매 의욕이 높을 뿐 아니라 커뮤니티 형성의 핵심, 차세대 기술 혁신의 장, 신상품 실험 대상으로서의 가치도 높아 산업 관점에서 기대되는 역할이 큰 모집단이라 할 수 있다. 오타쿠든 한국화한 오덕이든, 이들에게 통하는 코어한 부분을 이용하려면 이들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오덕들의 문화와 역할은 일본의 오타쿠들과는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되 다르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더욱 달라질 것이다. 이 때문에 《키워드 오덕학》의 저자는 '오덕'을 '오타쿠'와 단순 동의어로 놓고 용어를 해설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오덕 문화가 우리네 현실과 닿아 있는 접점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려 노력했다. 이 책의 특징은 일본에서 유래한 '바닥 문화'를 파고드는 차원이라기보다 우리나라에서 오덕 문화와 개념들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제목이 《키워드 오타쿠학》이 아닌 《키워드 오덕학》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우리에겐 우리에게 맞는 '오덕' 담론이 필요하다. 아울러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 책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은이 

 

서찬휘
본명 임채진. 1979년생. 1998년 이후 지면과 형식을 가리지 않고 만화 이야기를 해온 만화 칼럼니스트. 자생한 한국산 2세대 오덕으로 한국 오덕 문화의 흐름과 성격을 역사라는 맥락 안에서 꾸준히 탐색하고 정리해왔다. 만화, 애니, 성우, 애니송, 라이트노블 등을 덕질하다 현재는 만화를 중심으로 정착 중. 만화 정보 웹진 《만화인manhwain.com》 운영을 비롯해 대학 강의, 인터뷰, 팟캐스트 진행, 전시 기획, 세미나 기획 및 진행, 캘리그래피 등 만화와 연관성 있는 일들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차례

 

들어가며 _자생형 한국산 2세대 오덕의 현재 기록

 

01. 웹툰(WEBTOON)
‘MADE IN KOREA’ 만화 형식 웹툰의 정립 과정과 대외 브랜드화 현황에 관하여

-생각할 거리들

 

02. 오타쿠
‘화성인’에서 ‘능력자’까지, ‘덕후’의 즐거운 위상 변화

-생각할 거리들

 

03. 코스프레
불분명한 유래 집착과 일본 콤플렉스를 넘어서

-생각할 거리들

 

04. 야오이 그리고 BL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섹슈얼리티 판타지

-생각할 거리들

 

05. OSMU(ONE SOURCE MULTI USE)
똑바로 서지 못한 원 소스, 멀티 유즈가 무시한다

-생각할 거리들

 

06. 기록과 통계
한국 만화가 진정 튼튼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

-생각할 거리들

 

07. 백합(百合)
소녀(여성) 간의 우정과 유대에 천착한 판타지 픽션

-생각할 거리들

 

08. 모에(萌)
극단적으로 부품화한 취향 코드와 언캐니밸리

-생각할 거리들

 

09. 지역 캐릭터
한국에서 ‘쿠마몬 성공신화’를 바라고 싶다면

-생각할 거리들

 

10. 짤방
이미지 속 맥락의 만화적 재해석

-생각할 거리들

 

11. 병맛
조롱을 내재화한 이 시대의 산물

-생각할 거리들

 

12. 츤데레에서 얀데레까지
상반된 마음의 간극을 부품화하다

-생각할 거리들

 

13. 서브컬처(subculture)
오타쿠 컬처? 문화콘텐츠?

-생각할 거리들

 

마무리하며 

 

 

지난번 기사(세계가 인정한 우리의 기록유산)에서 세계기록유산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아울러 한국이 보유한 세계기록유산의 일부를 소개했습니다. 오늘은 지난번에 다 알려드리지 못했던 유산을 마저 설명해드리고, 현재 우리가 남기는 일상의 기록이 세계적인 기록유산으로 채택된 사례를 아울러 소개하겠습니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기록물


5. 직지심체요절 (2001년 등재)

	 5.18 광주민주화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기록,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기억, 문화유산, 복합유산, 세계가 인정한 우리의 기록유산, 세계기록유산 등재기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기록물, 세계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 세계유산, 승정원일기, 오대산, 유네스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일성록, 자연유산, 적상산, 정족산,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의궤, 탁월한 보편적 가치, 태백산, 화성성역의궤, 훈민정음, 훈민정음 해례본, 5.18 민주화운동 기록,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개인 기록,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기록물 관리법, 기록물 폐기, 소소한 기록

직지심체요절(출처: 위키피디아)

《직지심체요절》의 정확한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입니다. 백운화상이 75세이던 고려 공민왕 21(1372)년에 노안을 무릅쓰고, 불교적 깨달음과 안목을 자각하게 하고 불교적인 가르침과 그 맥을 계승하고자 저술한 기록물입니다. 《직지심체요절》은 백운화상의 제자 석찬과 달담이 비구니 묘덕의 시주를 받아 청주 흥덕사에서 1377년 7월에 금속활자로 인쇄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직지심체요절》의 원본은 한국이 아닌 프랑스에 있습니다. 조선시대 고종 때 주한 불란서대리공사로 서울에서 근무한 바 있는 꼴랭 드 쁠랑시(Collin de Plancy)가 수집해 프랑스로 가져간 것을 골동품 수집가였던 앙리 베베르(Henry Vever)가 경매에서 구입했습니다. 앙리 베베르가 사망하자 그의 유언에 따라 직지는 프랑스국립도서관으로 이관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원래 《직지심체요절》은 상·하 2권으로 되어 있으나, 현존하는 것은 하권뿐입니다. 그나마 39장이어야 할 내용 중 첫장은 유실되고 2장부터 39장까지 총 38장만이 보존되어 있다는군요.

《직지심체요절》이 주목받은 이유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인쇄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직지를 인쇄했던 흥덕사의 창건 연대와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직지심체요절》 하권 간기에 고려 우왕 3년(1377)에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책을 인쇄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어, 독일 구텐베르그의 활판인쇄술보다 무려 70여 년이나 앞선 것으로 증명되었습니다.

6. 팔만대장경판 (2007년 등재)


	 5.18 광주민주화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기록,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기억, 문화유산, 복합유산, 세계가 인정한 우리의 기록유산, 세계기록유산 등재기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기록물, 세계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 세계유산, 승정원일기, 오대산, 유네스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일성록, 자연유산, 적상산, 정족산,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의궤, 탁월한 보편적 가치, 태백산, 화성성역의궤, 훈민정음, 훈민정음 해례본, 5.18 민주화운동 기록,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개인 기록,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기록물 관리법, 기록물 폐기, 소소한 기록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출처: 위키피디아)

고려대장경판(대장경[大藏經]은 불교의 교조 석가모니가 일생동안 설법한 경전과 계율,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해 후대의 사람들이 첨부한 논서, 주석서, 이론서를 집대성한 불교경전의 총서를 의미한다)은 13세기 고려시대에 만든 것으로 8만 1258장의 목판에 대장경을 새긴, 아시아 전역에서는 유일하게 완벽한 형태로 현존하는 판본자료입니다. 고려대장경판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정확하고 가장 완벽한 불교 대장경판으로 산스크리트어에서 한역된 불교대장경의 원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고려대장경판은 인도 및 중앙아시아 언어로 된 경전, 계율, 논서, 교리 및 불교와 관련된 역사적 기록물을 집대성하여 한역한 내용과 더불어 중국어가 원문인 일부 문헌을 선정하여 수록하고 있습니다.

고려대장경판은 이미 사라진 초기 목판제작술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는 한편 고려시대의 정치, 문화, 사상의 흐름과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역사 기록물이기도 합니다. 경판 표면에는 옻을 칠하여 글자의 새김이 760년이 지나도록 생생한 상태로 남아 지금까지도 인쇄가 가능하다고 하니 그 기술이 실로 대단하지 않습니까?

《고려대장경》은 당대 동아시아 지역에 존재하던 모든 불교 경전의 내용을 집대성한 가장 방대한 문헌으로 동아시아 지역 당대 최고의 경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시대의 송나라 대장경을 비롯하여 그 이전에 중국 및 일본에서 제작된 경전과 비교해 볼 때 학술적 내용 및 품질 관리에 투입된 심오한 노력은 오늘날과 비교해도 놀라운 수준이라고 합니다.

7. 동의보감 (2009년 등재)

	 5.18 광주민주화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기록,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기억, 문화유산, 복합유산, 세계가 인정한 우리의 기록유산, 세계기록유산 등재기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기록물, 세계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 세계유산, 승정원일기, 오대산, 유네스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일성록, 자연유산, 적상산, 정족산,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의궤, 탁월한 보편적 가치, 태백산, 화성성역의궤, 훈민정음, 훈민정음 해례본, 5.18 민주화운동 기록,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개인 기록,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기록물 관리법, 기록물 폐기, 소소한 기록

동의보감(출처 : 위키피디아)

《동의보감》은 많은 분이 아시리라 믿습니다. 드라마 허준을 통해 《동의보감》을 들어보신 분도 많으실 테고요. 《동의보감》은 1613년 한국에서 집필된 의학적인 지식과 치료기술에 관한 백과사전으로, 선조의 지시로 여러 의학 전문가들과 문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허준이 편찬했습니다.

《동의보감》은 동아시아 의학의 발전뿐 아니라, 사회 보건 개념의 확립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19세기까지는 유래가 없었던 예방의학과 국가적 의료 행위의 기본이라고 하는 공공 보건정책에 대한 관념을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고 합니다. 또한 실용성을 주요하게 여겨 쉽게 구할 수 있는 약물 재료를 바탕으로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한다는 '양생'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이러한 우수성 때문에 《동의보감》은 2009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의학전문가들은 《동의보감》이 질병 치료와 관련해 정신적·심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동양의학의 ‘총체적 접근법’을 담고 있어, 단순한 기술적인 가치를 넘어 사회적·철학적 가치도 인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초간본 《동의보감》의 보존 상태가 이상적이라는 점도 높이 평가되었다고 하는군요.

8. 일성록 (2011년 등재)

	 5.18 광주민주화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기록,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기억, 문화유산, 복합유산, 세계가 인정한 우리의 기록유산, 세계기록유산 등재기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기록물, 세계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 세계유산, 승정원일기, 오대산, 유네스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일성록, 자연유산, 적상산, 정족산,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의궤, 탁월한 보편적 가치, 태백산, 화성성역의궤, 훈민정음, 훈민정음 해례본, 5.18 민주화운동 기록,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개인 기록,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기록물 관리법, 기록물 폐기, 소소한 기록

일성록(출처 : 문화재청)

《일성록》은 조선 영조 즉위 36년인 1760년부터 1910년까지의 국정 전반을 기록한 왕의 일기로 총 3243책으로 그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원래 《일성록》은 정조가 세손 시절의 일상생활과 학업 성과를 기록한 《존현각일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즉위 이후에는 규장각 각신(직원)들이 날마다 정사를 기록하는 공식적인 국정 기록이 되었다고 합니다. 《일성록》은 왕이 국정을 반성하려는 목적으로 집필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많지 않은 기록물이라고 합니다.

《일성록》은 조선 후기의 역사 기록뿐 아니라 18세기~20세기 사이 동서양의 정치 및 문화 교류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어서 세계사적으로 사료적 우수성과 중요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일례로 그 당시 동아시아 국가들은 서양의 과학과 기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 《일성록》은 당시 과학과 기술이 어떻게 국내에 전파되었는지에 관한 상세한 기록을 담고 있어 동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사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한 《일성록》은 19세기 서양의 제국주의적 팽창 과정과 그에 따른 충돌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어 그 당시 국제질서 연구에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며, 서민의 청원서와 이와 관련된 여러 조치를 포함하고 있어 18세기 하류 계층의 변화가 국제적인 현상이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일성록》은 편찬 목적, 구성 방식, 내용 면에서 독특한 성격을 보입니다. 근대 이전 역사 기록물은 주로 과거 사건을 다루는 반면 《일성록》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동시대의 기록을 담고 있으며 국가를 통치하는 데 참고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으로 편찬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성록》은 사건을 정돈되게 기록하고 있으며 참고용으로 주석을 달고 있는데요, 이는 조선시대의 다른 역사 기록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하들의 상소문, 외교문서 등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과 원본으로서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현 시대의 기록이 세계기록유산으로 인정되다

9.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앞서 8건의 세계기록유산으로 우리 조상이 기록을 남기는 일에 얼마나 철저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하루하루의 기록을 남김으로써 후세에 도움을 주고, 현실정치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의 선조가 남긴 기록유산은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변용할 수 있는 역사적 사료요, 우리의 현재와 과거 사이에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일성록》과 함께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이런 기록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도 있었고, 국내 일부 우익단체는 등재 반대 청원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김황식 총리가 국회에서 답변한 "이미 역사적 심판이 내려진 것인 만큼 그런(우익단체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심사하는 국제자문위원회(IAC)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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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18 기념재단)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의 발발과 군사정권의 진압, 이후 진상 규명과 보상 등의 과정과 관련해 정부, 국회, 시민, 단체 그리고 미국 정부 등에서 생산한 방대한 자료를 포함하고 있는 기록물입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아시아 여러 나라의 민주화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민주화 과정에서 진상규명 및 피해자 대상 보상 사례를 이끌어내어 여러 나라에 좋은 선례가 되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세계의 학자들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과거 청산에서 가장 모범이 되는 사례라고 말했을 정도죠. 다른 국가의 과거 청산 작업이 단편적으로 이뤄진 반면 5.18민주화운동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 회복, 피해 보상, 기념사업의 5대 원칙이 모두 관철되었기 때문입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은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첫째, 공공기관에서 생산한 문서로 정부의 행정 문서, 군 사법기관의 수사 재판 기록 등입니다. 둘째, 5.18광주민주화운동 기간에 각종 단체가 작성한 문건과 개인이 기록한 일기, 기자들의 취재수첩 등입니다. 셋째,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종료된 후,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회와 법원 등에서 생산된 자료, 주한미국대사관과 미국 국무성과 국방부 사이에 오고간 전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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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관련 개인 기록물. 개인이 작성한 기록, 일기장, 신문 스크랩 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는 예를 보여주었다(출처 :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


여기에서 생각비행은 둘째 종류에 해당하는 개인의 기록물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에는 앞서 소개한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에 포함되지 않는 자료가 있으니, 이것이 바로 개인이 작성한 기록물입니다. 올해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등재 심사를 받을 때 국가기록물과 함께 제시된 기록물은 어느 시민의 일기, 신문 스크랩북, 그리고 한 여고생의 일기였습니다. 이런 개인의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 기록물은 자신이 본 현재의 상황을 여과하지 않고 기록했다는 사실입니다. 《일성록》이 영조, 정조의 시기를 빠짐없이 기록하여 국정에 도움을 주었던 것과 같이, 5.18광주민주화운동 개인 기록물 또한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상황을 각자의 시선으로 빠짐없이 기록했고, 당시 발간된 신문을 스크랩하여 모은 귀중한 사료입니다. 우리는 바로 이런 기록을 토대로 신문과 방송이 날조한 어이없는 기록이 아닌, 광주 시민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사실을 왜곡 없이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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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진도군에 거주한 조영춘 할아버지의 가계부. (출처 : 연합뉴스)


세계기록유산까지는 아니어도 개인 기록이 귀중한 사료로 인정되는 사례는 또 있습니다. 1957년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54년간 가계부를 쓴 80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는데요, 조영춘 할아버지는 낮에는 농사일을 하고 밤이면 가계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들고나는 돈의 목록을 아주 꼼꼼히 적어놓은 할아버지의 가계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선 할아버지의 가계부를 분석하면 한국의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된다고 합니다. 1957년과 비교하면 쌀값은 47배 오른 것으로 확인되었고, 강아지는 200배, 소주는 154배 오른 것으로 각각 확인되었습니다. 이처럼 오랜 시간 기록한 할아버지의 가계부는 한국 농촌 가구의 서민 물가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는 기초자료일 뿐 아니라 역사적인 사료적 가치가 뛰어난 소중한 기록물이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덕분에 1세기가 지난 후의 후손이 1950년대 후반부터 2011년도의 물가를 알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렇듯 여러분이 작성하는 일기, 편지, 트위터나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남기는 글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기록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후대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이나 감정, 그리고 사회의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둘 적어서 남긴다면, 그런 기록이 모여 후대에 의미 있는 문화콘텐츠가 되지 않을까요?

기록의 가치를 훼손하는 이명박 정부의 어이없는 행태


지금껏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조상은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후세에 큰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 결과 훌륭한 기록문화유산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선조의 기록정신을 잘 계승하고 있을까요? 어이없게도 지난 2010년 7월, 정부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개정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 내용의 주요 골자는 "보존기간 1년에서 3년 이하 기록물 평가 및 폐기 시 기록물평가심의회의 심의를 생략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현재 정부기록물은 중요도에 따라 보존기간이 1·3·5·10·30년·준영구·영구 등 7단계로 나뉩니다. 모든 기록물을 폐기할 땐 ▲생산부서 의견 조회 ▲기록물 관리 전문요원 심사 ▲기록물평가심의회의(외부 전문가 2명 포함) 심의 등 세 단계를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보존연한이 3년인 기록물을 무조건 폐기하는 게 아니라 심의를 거쳐 결정하게끔 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에서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준비한 저의는 무엇일까요? 같은 시기에 터졌던 민간인 사찰 논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10년 6월, 《PD수첩》은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자윤리지원관실에서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내용의 탐사보도를 방영한 바 있습니다. 전직 은행원이었던 김종익 씨는 명예퇴직 후 사업체의 대표로 있었는데요, 2008년 인터넷에 떠도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링크했다는 이유로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의 조사를 받아 사업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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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을 손쉽게 폐기할 수 있다면 당연히 진실도 왜곡될 수 있다. (사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의 사찰에 대한 내용은 기록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공직자윤리지원관실에서 경찰서로 직접 수사 의뢰 공문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만약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어 자의적인 폐기가 가능해진다면, 이런 진실을 밝힐 기록조차 쉽게 사라지는 것입니다. 김종익 씨와 같은 억울한 사람이 더 많이 생기겠죠.

이처럼 기록물의 자의적 폐기는 후대에 엉뚱한 결과를 남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가기록관리위 출신의 한 인사는 “보존기한이 지나도 더 남겨둬야 할 기록물들이 많은데 공무원들이 입맛대로 문서를 폐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시행령 개정을 비판했습니다. 다행히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개정은 철회되었습니다만, 역사의 기록을 함부로 폐기하려는 일부 권력층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큰 위기감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기사에서 《조선왕조실록》만 보더라도 실록의 근간이 되는 사초는 왕이라도 건드릴 수 없었으며, 실록을 편찬한 사람들의 이름을 남겨 실록 저술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화성성역의궤》는 몇 명의 인부와 몇 개의 돌을 썼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한 기록을 빠짐없이 남겨놓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기록정신을 남긴 선조의 마음가짐을 후대에 올바르게 전하고, 기록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이들과 맞서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를 튼튼하게 하는 힘이 되리라고 봅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 5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제10차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의 일성록(日省錄)》(국보 153호)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등재명: 인권기록유산- 1980년 5월 18일 군사정권에 대항해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항쟁 관련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등재되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총 9건의 세계 문화유산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은 기록을 꼼꼼히 남기고 이를 후대에 전하기 위한 작업에 힘을 쏟았습니다. 이번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일성록》은 1752년 조선 영조 28년부터 경술국치가 일어난 1910년 순종 4년까지 국왕의 동정과 국정 제반 사항을 기록한 일기체 형식의 연대기입니다. 《일성록》은 《조선왕조실록》과는 달리 후대 임금이 열람하고 참조할 수 있어 국정 운영에 도움을 주는 소중한 자료였습니다. 실록 편찬 시 참고하는 사초의 경우 취사선택과 첨삭이 이루어진 반면 《일성록》은 하루하루의 일을 있는 그대로 기록했기 때문에 기록유산으로서 사료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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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성역의궤 - 출처 : 네이트 한국학


이뿐이 아닙니다. 200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나 강탈된 지 145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儀軌)의 사료적 가치는 실로 대단합니다. 화성이 무너진다 해도 다시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온갖 정보를 수록한 《화성성역의궤》,  왕실의 전통과 의식을 언제든 참고하고 재연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기록을 담은 외규장각 의궤는 세계인들이 보고 깜짝놀라는 훌륭한 문화유산입니다.

생각비행은 몇 차례 주말비행 소식에서 145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외규장각 의궤 전시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책을 펴내는 출판사로서 기록 유산에 관한 내용을 독자들께 좀 더 자세히 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오늘은 과연 세계기록문화유산은 무엇이고, 어떻게 등재되는지,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등을 찬찬히 소개하려 합니다. 그리고 이런 찬란한 유산을 남긴 우리 조상의 지혜와 꼼꼼한 기록정신을 되새겨보고,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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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상징

일반적으로 '유산'이라고 하면 대부분 금전적인 것들을 떠올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유산의 형태는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평원, 이집트의 피라미드, 호주의 산호초, 남미의 바로크 성당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이 인류의 유산입니다. 한국에는 아시다시피 해인사장경판전, 창덕궁,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조선왕릉 등이 유명한 문화유산이죠. 이처럼 자연과 문화, 혹은 정신적 유산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 되는 소중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유산’이라는 개념은 곳곳에 산재한 유산이 특정 소재지와 상관없이 모든 인류에게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존하고 후대에 제대로 물려주자는 의도에서 나왔습니다.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유네스코가 발굴 및 보호, 보존하고자 1972년 세계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 약칭 ‘세계유산협약’)을 채택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으려면 세계유산 협약이 규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녀야 하는데, 특성에 따라 자연유산, 문화유산, 복합유산으로 분류합니다.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세계유산의 정의

◎ 문화유산
   - 기념물 : 기념물, 건축물, 기념 조각 및 회화, 고고 유물 및 구조물, 금석문, 혈거 유적지 및 혼합유적지 가운데 역사, 예술, 학문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유산
   - 건조물군: 독립되었거나 또는 이어져있는 구조물들로서 역사상, 미술상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유산
   - 유적지: 인공의 소산 또는 인공과 자연의 결합의 소산 및 고고 유적을 포함한 구역에서 역사상, 관상상, 민족학상 또는 인류학상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유산

◎ 자연유산
   - 무기적 또는 생물학적 생성물들로부터 이룩된 자연의 기념물로서 관상상 또는 과학상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것.
   - 지질학적 및 지문학(地文學)적 생성물과 이와 함께 위협에 처해 있는 동물 및 생물의 종의 생식지 및 자생지로서 특히 일정구역에서 과학상, 보존상, 미관상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것
   - 과학, 보존, 자연미의 시각에서 볼 때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주는 정확히 드러난 자연지역이나 자연유적지

◎ 복합유산
   -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징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


세계기록유산 등재기준

그렇다면 오늘 소개할 세계기록유산의 등재기준은 무엇일까요? 유네스코에 따르면 세계기록유산은 영향력, 시간, 장소, 인물, 주제, 형태, 사회적 가치, 보존 상태, 희귀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다고 하는데요, 기록유산은 일국 문화의 경계를 넘어 세계의 역사에 중요한 영향력을 끼쳐 그 중요성을 인정할만하거나 인류 역사의 특정한 시점에서 세계를 이해하는데 두드러지게 이바지한 경우 선정한다고 합니다. 또한 전 세계 역사와 문화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 및 인물들의 삶과 업적에 관련된 기록유산도 있습니다. 향후 기록문화의 중요한 표본이 된 경우, 예를 들면 야자수 나뭇잎 원고와 금박으로 기록된 원고, 근대 미디어 등과 같은 매체로 된 기록유산도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프랑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가 그러한 사례에 해당합니다).

이와 더불어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 회의는 세계기록유산을 아래와 같은 주요 기준을 통해 선정합니다.

★ 주요기준

영향력(Influence): 기록유산이 일국 문화의 경계를 넘어 세계의 역사에 중요한 영향력을 끼쳐 세계적인 중요성을 갖는 경우 ex) 세계 역사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 정치, 종교 서적 등.

시간(Time): 국제적인 일의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현저하게 반영하거나 인류 역사의 특정한 시점에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두드러지게 이바지한 경우 ex) 초기 영화산업의 자료 유산, 독립운동 또는 특정한 시점과 장소의 관습 등과 관련된 내용.

장소(Place): 기록유산이 세계 역사와 문화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던 특정 장소(locality)와 지역(region)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 ex)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기간 동안에 전 세계 여러 지역의 특별히 중요한 장소와 관련되거나, 전 세계 역사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정치, 사회 종교 운동의 태동을 목격하고 있는 기록유산.

사람(People): 전 세계 역사와 문화에 현저한 기여를 했던 개인 및 사람들의 삶과 업적과 특별한 관련을 갖는 경우.
       대상/주제(Subject/Theme): 세계 역사와 문화의 중요한 주제를 현저하게 다룬 경우.
       ex)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도서관에 있는 Radziwill Chronicle (편년사)사업.
     
       형태 및 스타일(Form and Style): 형태와 스타일에서 중요한 표본이 된 경우.
       ex) 야자수 나뭇잎 원고와 금박으로 써진 원고, 근대 미디어 등.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하나의 민족 문화를 초월하는 사회적, 문화적 또는 정신적으로 두드러진 가치가 있는 경우.

★ 이차적인 기준(등록보조기준)
     - 원상태로의 보존(Integrity): 특별히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경우.
     - 희귀성(Rarity): 독특하고 특별히 진귀한 경우.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기록물

2011년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기록물은 총 238건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등록물을 자랑하는 나라는 독일입니다. 무려 13건이 등록된 독일이죠. 그 다음으로 오스트리아가 12건, 러시아가 11건으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 9건을 등록한 나라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세계기록유산 등록건수를 자랑합니다. 그 다음으로 중국이 7건으로 뒤따릅니다. 과연 세계가 기록유산으로 인정한 한국의 기록물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2회에 걸쳐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을 소개하려 합니다. 오늘은 먼저 조선시대에 간행된 4건의 기록유산을 소개하겠습니다.

1. 훈민정음 (1997년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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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 - 출처 : 위키피디아

오늘날 우리가 쓰는 말과 글자는 '한글'입니다. 조선왕조 4대 임금인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낸 훌륭한 문화유산이죠. 하지만 이러한 훌륭한 문화유산도 한때는 어디서부터 기원하여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모르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해례는 보기를 들어서 풀이한다는 뜻)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한글의 기원에 대해선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1940년 안동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어 간송 전형필은 사재를 털이 그 당시 엄청난 가격으로 이를 입수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도 높게 평가했던 전형필은 한국전쟁 때 이 책을 품에서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잘 정도였다죠.

《훈민정음 해례본》은 전권 33장, 1책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정인지 등이 세종의 명을 받아 설명한 한문 해설서이고, 거기에 해례가 붙어 있어서 해례본이라고 부릅니다. 이 책에는 세종대왕의 서문(흔히 이야기하는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그리고 훈민정음 음가 및 운용법을 밝힌 예의편이 제자해, 초성해, 중성해, 종성해, 합자해, 용자해 순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사실 세계의 많은 민족이 고유 언어를 표기하는 문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글처럼 일정한 시기에 특정한 사람이 독창적으로 문자를 만들고 한 국가의 공용문자로 사용하게 한 일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새로이 만든 문자에 대한 해설을 책으로 출판한 일은 정말로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지요. 세계 언어학자들은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온 문자를 창제한 원리, 문자 사용에 대한 이론적 정연함과 엄정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유네스코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을 뿐 아니라 문맹 퇴치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세종대왕상'을 주고 있습니다.

2. 조선왕조실록 (1997년 등재)

	 세계가 인정한 우리의 기록유산, 기록, 기억,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일성록, 5.18 광주민주화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화성성역의궤, 자연유산, 문화유산, 복합유산, 유네스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세계유산, 세계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 탁월한 보편적 가치, 세계기록유산 등재기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기록물, 훈민정음, 훈민정음 해례본, 조선왕조실록, 정족산, 태백산, 적상산, 오대산,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의궤

조선왕조실록 - 출처 : 네이트 한국학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왕조의 시조인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472년간(1392~1863)의 역사를 시간 순서에 따라 편년체로 기록한 관찬사서입니다. 총 1893권 888책으로 되어 있는 방대한 양의 역사서이자 조선시대 당시 정치, 외교, 군사, 제도, 법률, 경제, 산업, 교통, 통신, 사회, 풍속, 미술, 공예, 종교 등 각 방면의 역사적 사실을 망라하고 있는,  세계적으로 그 유례가 없는 귀중한 역사적 기록물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초 자료 작성에서 실제 편술까지의 편수 간행작업을 직접하였던 사관은 관직의 독립성과 기술에 대한 비밀성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았습니다. 특히 기초 자료 가운데 사초의 경우, 사관들이 국가의 모든 회의에 빠짐없이 참가하여 왕과 신하들이 국사를 논의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사실대로 기록하는 동시에 그 잘잘못 및 인물에 대한 평가, 그리고 기밀사무 등을 직필(빠짐없이 그대로 씀)했다고 합니다. 사초는 사관 외에는 아무도 볼 수 없었으며, 심지어 왕까지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은 특별히 설치한 사고(史庫)에 보관했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실록들이 소실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재출간하거나 보수하여, 20세기초까지 정족산, 태백산, 적상산, 오대산 네 곳의 사고에 각각 1부씩 보관했습니다. 정족산, 태백산 사고본은 1910년 일제가 당시 경성제국대학으로 이관했다가 광복 후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그대로 소장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대산 사고본은 1913년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관동대지진으로 소실되어 47책만 남아있었는데요. 지난 2006년 한국으로 환수되었습니다. 적상산본은 구황궁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다가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가져가 현재 김일성종합대학이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의 사료적 가치는 매우 큽니다. 25대 군주의 실록이며 472년간의 역사를 수록한 것이기에 한 왕조의 역사적 기록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산입니다. 또한 실록 안에 수록된 내용은 정치, 사회, 예술 등을 포괄학 있어서 백과전서적 실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점은 《조선왕조실록》이 역사기술에 있어서 진실성과 신빙성이 높은 역사 기록물이라는 사실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사관에 대한 독립이 완벽하게 지켜졌고, 비밀 보장이 철저하여 조선시대를 거의 사실대로 볼 수 있는 훌륭한 역사서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디지털화하여 그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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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승정원일기 (2001년 등재)

	 세계가 인정한 우리의 기록유산, 기록, 기억,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일성록, 5.18 광주민주화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화성성역의궤, 자연유산, 문화유산, 복합유산, 유네스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세계유산, 세계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 탁월한 보편적 가치, 세계기록유산 등재기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기록물, 훈민정음, 훈민정음 해례본, 조선왕조실록, 정족산, 태백산, 적상산, 오대산,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의궤

승정원일기 - 출처 : 네이트 한국학

승정원은 조선 정종대에 창설된 기관으로 국가의 모든 기밀을 취급하는 국왕의 비서실과 같은 곳입니다. 《승정원일기》는 1623년(인조1) 3월부터 1894년(고종31) 6월까지 272년간 승정원에서 처리한 국정 기록과 승선원, 궁내부, 비서감, 규장각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1910년(융희 4)까지의 기록으로 총 3243책으로 된 기록물입니다.

《승정원일기》는 조선왕조 최대의 기밀 기록인 동시에 그 사료적 가치는 《조선왕조실록》《일성록》《비변사등록》과 비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을 편찰할 때 기초 자료로 이용되기도 했기 때문에 실록보다 더 사실에 가까운 자료로 평가됩니다. 원본이 단 1부밖에 없어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죠.

《승정원일기》의 내용은 국정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사실의 기록으로 啓稟(계품 - 임금에게 아뢰는 내용), 傳旨(전지 - 임금이 관청이나 관리에게 내리는 내용), 請牌(청패 - 임금이 급히 만나야 할 신하가 있을 경우, 승정원에 명하여 패를 써서 입궐하게 하던 제도를 패초라고 하는데, 이것을 임금에게 청하는 것), 請推(청추 - 공무상 잘못이나 죄과가 있는 벼슬아치에 대하여 추문하고 고찰할 것을 청함), 呈辭(정사 - 관원이 사정으로 말미암아 임금에게 사직, 휴직, 휴가 등을 청하는 것), 上疏(상소 - 신하가 왕에게 글로서 자신의 뜻을 전하는 것), 宣諭(선유 - 임금의 가르침과 타이름을 백성들에게 널리 공포 하는 것), 傳敎(전교 - 종교를 널리 전도 하는 것) 등에 관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책의 기록 방식은 한 달을 기준으로 책머리에 월간 경연상황, 내전의 동향을 기록하고 다음으로 승정원의 관리 및 당직자의 표시와 출근실태를 표시하고 마지막에 승정원의 업무현황, 왕 및 내전의 문안, 승정원의 인사관계 등의 내용을 실었습니다.

《승정원일기》는 《중국 25사》(역대 중국 역사서 - 3386책, 약 4000만 자)나 《조선왕조실록》(888책, 5400만 자)보다 더 방대한 세계 최대의 연대 기록물(총 3243책, 글자 수 2억 4250만 자)이자 당대의 정치·경제·국방·사회·문화 등에 대한 생생한 역사를 그대로 기록한 조선시대 1차 사료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재 《승정원일기》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디지털화한 상태이며 인터넷을 통해 그 내용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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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선왕조의궤 (2007년 등재)

	 세계가 인정한 우리의 기록유산, 기록, 기억,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일성록, 5.18 광주민주화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화성성역의궤, 자연유산, 문화유산, 복합유산, 유네스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세계유산, 세계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 탁월한 보편적 가치, 세계기록유산 등재기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기록물, 훈민정음, 훈민정음 해례본, 조선왕조실록, 정족산, 태백산, 적상산, 오대산,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의궤

위판조성도감의궤 - 출처 : 네이트 한국학

'의궤'는 조선왕조에서 유교적 원리에 입각한 국가 의례를 중심으로 국가의 중요 행사를 행사 진행 시점에서 당시 사용된 문서를 정해진 격식에 의해 정리하여 작성한 기록물입니다. 같은 유교문화권인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는 의궤의 체계적인 편찬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의궤는 조선시대 600여 년에 걸쳐(1392-1910) 왕실의 주요 행사, 즉 결혼식, 장례식, 연회, 사신영접뿐 아니라, 건축물·왕릉의 조성과 왕실문화활동 등에 대한 기록을 그림으로 남겨놓아 600여 년의 생활상을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희소성이 있습니다.

총 3895여 권의 방대한 분량에 달하는 의궤는 왕실의 주요한 의식이 시기별,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어 조선왕조 의식의 변화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문화를 비교연구하고 이해할 수 있는 풍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반차도, 도설 등 행사 모습을 묘사한 시각 콘텐츠는 오늘날의 영상자료처럼 당시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생동감 있게 보여줍니다. 예컨대 정조의 능행도(陵幸圖)는 전 여정을 15.4미터에 달하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시각중심 visual-oriented)의 기록유산은 뛰어난 미술장인과 사관의 공동작업을 통해서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가치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의궤는 장기간에 걸쳐 조선왕조의 주요 의식을 많은 양의 그림과 글로 체계적으로 담고 있으며, 이러한 유형은 동서양 전 세계를 통틀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뛰어난 기록유산의 가치(outstanding value of documentary heritage)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기록도 훌륭한 기록유산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남기는 기록들도 후대에 세계기록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며 웃으실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은 이미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에 병원치료기록, 국회 회의록, 피해자 보상자료 외에 시민의 기록과 증언, 시민이 생산한 성명서, 선언문, 취재수첩, 일기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가 날로 힘을 얻는 이 시대에 기록이란 국가나 언론기관만 남기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남기는 모든 글도 훌륭한 기록물입니다. 한 시대의 궤적을 꿰뚫는 가장 생생한 기록을 지금 여러분이 만들고 계신 겁니다. 다음번 기사에 개인이 남긴 일상의 기록이 훌륭한 문화적 유산이 될 수 있음을 더 자세히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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