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박근혜를 비판한 세계 주요 외신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에 똥칠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말씀드린 적 있는데요,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 또한 이에 버금가는 광속 행보를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김무성 대표는 연말을 맞아 봉사활동을 하던 중 함께 연탄을 나르던 나이지리아 출신 유학생에게 "니는 연탄 색깔하고 얼굴 색깔이 똑같네"라는 발언을 해서 파문을 일으켰죠.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출처 - 채널A

 

로이터통신 특파원인 제임스 피어슨은 자기 트위터에 인종차별적인 김무성 대표의 발언을 전하며 "정말 어이가 없다"며 그는 한국의 "트럼프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에 유학 중인 한 학생은 영국이었다면 사임하라는 여론이 폭발했을 거고 실제 사임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김무성 대표의 인종차별 발언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막말과 망언의 총본산인 새누리당 대표답게 무수한 망언을 자랑하는 인물이죠. 2015년이 저물어가는 시점에 그의 과거 망언록을 한번 살펴보려 합니다. 우리나라 현 여당의 대표가 쏟아낸 무수한 망언을 돌아보면 과연 그가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될 법한 정치인인지, 또한 그가 대표 자리를 맡고 있는 새누리당의 실체 또한 고스란히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김무성, 망언의 대백과사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망언은 한두 가지가 아니며 그 분야가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일단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는 새누리당 대표다운 역사 왜곡 측면의 망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87년 6월 항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여러분은 잘못 알고 있다"라는 망언으로 야권과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기 부정을 감추기 위해 자살하지 않았느냐는 발언으로 민주당의 큰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민주주의나 법치를 나몰라라 한다는 점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무척 닮은 점이 있습니다. "중간층이 이쪽도 저쪽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면 우리에게 유리할 수 있다"며 국민이 투표를 포기하게 해야 새누리당이 유리하다는 발언을 했으니까요. 사실 이 정도면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하겠죠. 최근에 그의 입에서 나온 "촛불집회,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복면 뒤에 숨은 IS 척결에 나선 것처럼 우리도 복면 뒤에 숨은 시위대 척결에 나서야" 같은 망언을 보면, 한때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거나 "건강한 당청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그의 말이 새빨간 거짓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망언으로 유명한 이들은 하나같이 한 입으로 두 말하기 바쁘죠.


김무성 대표의 망언은 지역주의와 색깔론을 비켜가지 않습니다. 국정교과서와 관련해선 "우리나라 역사학자의 90%가 좌파"라며 색칠 놀이에 바빴고, "전국이 강남만큼 수준 높으면 선거가 필요 없다"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무의미하게 보는 발언을 겸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역을 띄워주었죠.


노동에 대한 그의 생각 역시 저열하기 짝이 없습니다. 부당하고 열악한 아르바이트 처우 개선을 호소하는 청년들을 향해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라. 방법이 없다"고 나몰라라 했고, "쇠파이프 휘두르는 파업만 없었으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었을 것"이라며 자신들의 경제 정책 실패를 노조에 떠넘겼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김무성 대표의 수준 낮은 언론관 또한 유명합니다. 국민의 눈과 귀인 언론을 '졸로 보기' 때문이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대선 전에 입수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뷰스앤뉴스》 기자에 대해 "그놈은 나쁜 놈이다. 그 새끼 따라 하면 안 된다. 그놈은 새누리당을 파괴하려고 나타난 놈이다. 언론으로서 옳지 못해, 나쁜 놈이야"라는 폭언을 쏟아내면서 다른 기자들을 향해 "하고 가까이하지 마. 가까이하면 내가 기사 안 준다. 기사 잘 써야 돼. 기사 엉터리로 쓰면 나한테 두드려 맞는다"며 나중에는 '기자 생명, 인간쓰레기'를 운운하기까지 했습니다.


기자 생명조차 우습게 여기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여성을 폄훼하는 발언으로도 유명합니다. "대통령 유고 시 여성 총리에게 국방을 맡길 수 있겠나" "아기 많이 낳는 순서대로 (여성) 비례 공천을 줘야 하지 않나" 같은 말은 그의 근본적인 사고의 저열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마약 먹은 사위를 감싸는 등 제 식구의 비리를 감싸기 위해 쏟아낸 무수한 말을 제외하고 대중이 기억하는 망언을 대충 추려낸 것이 이 정도입니다. 이 망언들은 그가 평생토록 한 것이 아니라 최근 2~3년 사이에 뱉어낸 것들이라는 사실이 더 충격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작자가 여권의 대선 유력 후보이자 차기 대선 지지율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같이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분노조절장애 '개저씨'가 안 되려면?


앞서 언급한 로이터 통신 특파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망언을 전하면서 그를 미국 공화당 대선 예비 후보인 트럼프에 비유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도널드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 비하, 무슬림 입국 금지 등의 극단적인 인종차별 발언과 비상식적인 망언으로 미국을 넘어 국제사회의 격한 비난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비상식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습니다.

 

"나에게 1달러를 적선하지 않으면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

 

미국에서조차 이런 웃지 못할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망언을 쏟아내고 '비상식을 정상화'하려는 이들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미친 세상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별명이 '무대'라고 하지요. '무성 대장'의 줄임말인데, 이는 강한 이미지의 보스를 뜻한다고 합니다. 

 

별명에 걸맞은 마초라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망언의 대상을 자기보다 약한 상대가 아니라 강한 상대로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납작 엎드리고 빌기 바쁜 이미지에서 벗어나야겠지요. 그럴 배포도 없다면 속칭 헬조선의 흔한 분노조절장애 '개저씨'에 불과할 뿐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출처 - 디씨위키

 

출처 - 경향신문


김무성 대표, 국격 떨어지는 지질한 뉴스로 외신에 오르내리지 말고 좀 제대로 된 정치를 펼치기 바랍니다.

 

새누리당 대표이자 현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김무성. 그의 친일파 부친에 대한 핑계 대기가 갈수록 가관입니다. 지난 29일 김무성 대표는 친일파 부친인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이 지은 포항시 영흥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이곳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졸업한 곳이기도 한데요, 일제강점기에 황국신민화 교육을 하던 학교였죠. 여기서 김무성 대표는 드디어 전가의 보도를 꺼냈습니다. 바로 색깔론입니다. "요새 좌파들에 의해 아버지가 친일파로 매도당하는데 내가 정치 안 했으면 이런 일 없는데, 아버지가 그런 매도를 당하는 게 마음이 많이 아프다"라며 마치 무고한 사람을 좌파들이 친일파로 몰고 있다는 듯 얘길 했습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입니다. 

 


출처 - SBS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부친의 친일행적 공식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이자 전 전남방직 회장인 김용주가 친일파였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습니다.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이지요. 친일과 독재로 점철된 김무성의 가계도는 이미 인터넷에 까발려져 있는 상태입니다. 김무성 대표도 이에 관해서는 그간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간혹 오해가 있다는 정도의 발언을 했을 뿐이죠.

 

출처 - 미디어오늘


그런데 광복 70주년인 지난 8월 15일, 김무성 대표가 출간한 부친 김용주의 평전 《강을 건너는 산》 때문에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감히 극일을 이겨낸 망국의 한이란 제목을 붙이며 친일 행적을 애국으로 미화했기 때문이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정교과서 추진 이전부터 일명 뉴라이트 일베 교과서로 불린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비호하는 한편 한국 사학계 전체를 좌파로 규정한 장본인이었죠. 이 때문에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한 민족문제연구소는 역사 왜곡을 바로 잡고자 검증에 착수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그리고 민족문제연구소의 조사 결과 김무성 대표의 부친인 김용주 회장은 《친일인명사전》 개정판에 실릴 만큼 확실한 친일파라는 사실이 증명됩니다. 일제의 운동과 징병을 선전, 독려하고 비행기를 헌납하는 등 빼도 박도 못 할 친일 행적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출처 - SBS


친일파의 후손이라고 해도 연좌제를 적용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하지만 우선 친일파의 후손들이 선조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했을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대한민국 역사 앞에서 사죄해야 할 당사자인 김무성 대표는 오히려 광복 70주년에 친일 행위자의 후손으로서 친일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을 했을 뿐 아니라 친일 행적을 부인, 왜곡했으며, 친일청산운동을 평소 여러모로 방해해왔습니다. 그의 행적은 친일파인 부친만큼이나 악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위 자료가 설명하다시피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기준으로 보면 김용주는 수록되고도 남을 인물이라며 앞선 사전에서 빠진 이유는 자료를 보강하고 신중을 기하기 위해 보류했던 사람이지 제외한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자리 앞에선 아비도 없나? 김무성 대표, 김용주가 선친 아니라며 유체이탈


민족문제연구소의 자료를 통해 친일파의 후손임이 명백해지자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처럼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합니다. 아버지가 《친일인명사전》에 없다며 친일 논란을 일축하더니, 기자들 앞에서 아버지가 독립군에게 비밀 독립자금을 주고 그랬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비밀로 줬기 때문에 증명하지는 못한다죠? 

 

출처 - 헤럴드경제


그러더니 급기야 김용주가 자기 아버지가 아니라는 발언까지 합니다. 김용주라는 동명이인이 《친일인명사전》에 3명 있는데 자기 아버지가 아니란 거죠. 권력과 자리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대선 후보가 되는데 먹구름 낄세라 아무리 친일파라지만 이젠 자기 아비조차 부인합니다. 과연 김무성 대표가 말하는 김용주라는 인물이 그저 동명이인일 뿐일까요?

출처 - 국민일보


김무성 대표가 자신의 부친을 혼동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동명이인 친일파 중 한 명인 김용주는 출생연도부터 확연하게 차이가 나 사실 혼동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는 김무성 대표의 부친보다 15살이나 어립니다. 김무성 대표의 부친인 김용주는 일제강점기 《동아일보》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1940년 경상북도 도회의원으로서 내선일체 교육을 강조해 일본과 조선이 하나라고 역설했습니다. 출생연도와 도회의원 이력 등이 김용주 평전에 실린 약력과도 일치합니다. 《아사히 신문》 기록에는 일본군 징병제 참여를 독려하는 광고에도 등장합니다. "자식이 야스쿠니 신사에 신으로 받들어 모셔질 영광을 인식하자!"는 지극히 친일파다운 발언도 민족문제연구소에 의해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출처 - JTBC


한편 15살 어린 김용주는 1941년 박정희처럼 항일조직을 때려잡던 만주군 간도특설대에 입대한 사람입니다. 1943년엔 훈장까지 받았다고 하는군요. 동명이인 중에 어느 쪽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이라 한들 친일파임이 틀림없습니다. 

 

출처 - JTBC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자기 부친에게 유리한 증거들만 침소봉대하여 해명자료를 내놓고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물타기로 친일 논란을 넘기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모든 일에 공과 과가 있다는 주장은 박정희의 친일 행적만 나오면 들먹이는 논리와 똑 닮았네요.



친일, 독재 미화를 위한 국정교과서 중지하라!


청산리 대첩을 이끈 김좌진 장군의 손자인 김경민 광복회 문화위원장은 지금의 시대 상황이 나라를 빼앗겼을 때와 같다며 통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는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마찬가지라며 할아버지인 김좌진 장군에게 부끄러운 역사 왜곡은 안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일본이 역사 왜곡을 하는 것만도 통탄스러운데 우리나라 스스로 나서서 역사를 왜곡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권력에 눈이 멀어 '장군의 손녀'를 자칭하는 주제에 새누리당의 국정교과서 만들기 선봉장으로 나선 김을동 의원은 참으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지금 같아서는 정치깡패였던 아버지 김두한만도 못 한 꼴 아닙니까?

 

출처 - TV조선

 

출처 - 경향신문

이번 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 주범들의 면면을 보면 그 의도는 분명합니다. 권력과 돈을 가진 자신들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인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지우기 위해 자신들의 시각을 정통으로 삼아 이전 역사를 철저히 왜곡하고 끝내 지워버리겠다는 심산이죠. 안타깝게도 반민특위가 친일 청산에 성공하지 못한 결과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무리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더 좌시할 수 없습니다. 친일 독재 미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친일파의 후손이 대통령이 되는 부끄러운 일을 또 반복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최근 국회 다수당의 대표를 청와대 참모가 정면 공격하는 정치판의 모양새를 보노라면 정당 민주화의 역풍이 참으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을 필두로 한 청와대의 정치 개입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내쫓을 때 침묵했던 김무성 대표는 결국 화를 자초한 꼴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충돌 양상이 정치판의 핫이슈가 되고 있어 진보정치의 움직임은 언론과 방송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형국입니다.

 

이는 2015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을 때부터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당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이었건만, 보수진영은 헌재가 정의를 구현했다며 일제히 쾌재를 불렀고, 진보진영은 몸을 사리며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았습니다. 심지어 진보진영의 한편에서는 차라리 이참에 도려내는 편이 더 낫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진보정치의 실패에 대한 지지자들의 원망이 적지 않은 이때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 몸담았던 네 명의 실무자가 반성과 성찰의 기록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는 진보정치 실패의 원인을 수구세력의 전례 없는 공안탄압 탓으로 돌리기보다 내부의 문제에서 찾기 위한 통렬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합니다. 현실정치에서 적지 않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신을 긍정적이고 진취적 사고의 담지자로 진보적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한 뼈저린 후회를 바탕으로 삼아 진보정치의 한 시대가 지나가는 흐름을 담아낸 것이죠.

 

오래전부터 한국 정치의 세대교체와 세력교체를 주장하던 진보정치의 한 축이 정당해산이라는 엄청난 사건으로 사라지면서 진보정치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때입니다. 많은 것이 모호하지만,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부터 정리해봐야 합니다. 진보정치의 전진과 좌절을 경험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로 달리 무엇을 더 찾을 수 있을까요?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

반성과 성찰의 기록

 

▸분야: 정치·사회  ▸지은이: 신석진, 김정엽, 이상민, 안창민  ▸판형: 신국판(152*225)

▸쪽수: 312  ▸가격: 16,000원  ▸ISBN 978-89-94502-46-5 (03320)

 

 

통합진보당에 대한 사법적 살인, 무엇을 남겼나?

 

이 책은 통합진보당의 ‘실패’를 자인한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면서 민주주의가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도륙되고 있는 지금, 이들의 실패를 특정 정당이 아닌 민주주의의 실패라고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충분히 많다. 대한민국의 폐색 상황을 ‘헬조선’과 ‘죽창’이라는 유행어가 단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는 지금,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는 진보가 정작 무엇인지, 또 진보정치가 어떻게 새로 시작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이고 진솔하게 얘기해준다. 참혹하고 아름다운,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는 멋들어진 좌우명을 누군가가 독차지해야 한다면, 그것은 진정 이들의 것이다.
―장정일(작가)

 

 

진보정치, 반성과 성찰의 기록

 

한때 20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보내준 표를 받은 정당이 공중분해 됐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사법적 살인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문을 남겨야 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엔 진보정치 실패에 대한 지지자들의 원망이 적지 않다. 아니, 오히려 진보정치가 그 전에 이미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인지, 통합진보당의 해산이 야기한 정치적․사회적 여파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최근 몇 년에 걸친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극적인 ‘흥망성쇠’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경험한 저자들은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인 2015년 봄에 작은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6개월간 이어진 토론의 결과를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반성과 성찰의 기록》이란 책으로 엮어냈다.


많은 사람이 통합진보당의 해산에는 수구세력의 전례 없는 공안탄압이라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진보정치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우호적 여론이나 민주주의라는 대의에 입각해 통합진보당을 지원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실패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고로 이 책은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치가 실패한 책임이 당사자들에게 있다는 시각에서 출발해 그것이 무엇인지 밝혀보려는 치열한 노력의 산물인 셈이다.


저자들은 현실정치에서 적지 않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왜 스스로를 긍정적이고 진취적 사고의 담지자로 진보적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했는가 하는 뼈저린 후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이 책에 담아냈다.

 


진보정치의 한 시대가 갔다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밀어낸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누가 새로운 것이고 누가 낡은 것이냐의 문제만이 남는다. 이 책의 저자들을 비롯해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일한 사람들은, 새로운 존재가 자신들이라고 믿었다.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하며 희생을 결단한 것도, 진보정치에 대한 헌신을 결심한 것도 그런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곤혹스러움은 믿음의 바탕이 흔들리는 데서 왔다. 수많은 이의 눈물과 땀이 어린 진보정치 15년 역사의 좌절은 단지 헌법재판소의 판결 때문만은 아니었다.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부와의 대결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진정한 패배는, 그들에게 믿음의 원천이 되어주었던 ‘국민’의 냉담함에서 기인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억압을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통합진보당을 옹호해주지 않았다. 진보진영의 한편에서는 차라리 이참에 도려내는 편이 더 낫다는 말까지 나왔다.


진보는 오래전부터 한국 정치의 세대교체와 세력교체를 주장했다. 저자들은 교체의 ‘주체’가 자신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교체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도전은 때로 실패할 수 있고, 그때에도 미래에 대한 낙관으로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낙관을 만들어가는 근거인 ‘새로움’에서, 자신들이 제외됐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진보정치를 위한 치열한 노력이 좌절되면서, 한 시대가 같이 마감됐다. 저자들이 떠나보낸 시대는 단지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역사만은 아니다. 혁명을 꿈꾸던 독재시대에 해오던 생각과 이론, 습성, 관성도 함께 떠밀려 가고 있다. ‘운동의 힘’으로 고난을 견뎌왔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과거의 준거가 낡은 것의 표상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완전히 밀려간 존재로 끝날지, 새로운 시대의 한자리를 다시 맡을 수 있을지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많은 것이 모호하지만,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부터 정리해야 한다.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는 ‘운동의 관성’과 제도 정치에 진입한 ‘대중 정당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과 모순을 일으켰던 통합진보당의 속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쓴 저자들은 진보정당 15년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의 시기를 남들과는 다소 다른 위치에서 지켜봤다. 합당과 분당, 그리고 정당 해산에 이르는 역사적 과정에 필요한 실무를 처리한 당사자로서 치열한 현장의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의 경험과 반성과 성찰은 진보정치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남차가 되어준다. 진보정치에 진지한 각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 이들이 기록한 반성과 성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신석진
지난 7년간 이정희 대표를 가까이에서 보좌해왔다. 국회의원 보좌관, 대표 비서실장,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다. 직함은 달랐지만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학생운동과 통일운동을 했고, 이정희 대표를 만나기 전엔 인천 남동공단에서 공장 노동자로,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부위원장으로, 당 기관지 《진보정치》 편집장으로 일했다. 
 
김정엽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을 하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정희 의원 보좌관을 했다. 금융정책과 경제정책, 재정정책 등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보좌 업무를 했다. 19대 국회에서는 이석기 의원 보좌관이었다. 덕분에 통합진보당의 문제적 인물 두 사람을 연속해서 보좌한 특이한 경력을 갖게 됐다. 이 책의 기획과 목차 구성을 맡았다. 
 
이상민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에서 일하다 18대 국회에서 이정희 의원의 정책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민주노동당과 인연을 맺었다. 그전까지 진보신당 당원이었다. 19대 국회에서는 김재연 의원 보좌관과 통합진보당 정책전문위원을 지냈다. 우리나라 조세제도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진보적 조세정책 개발, 재벌지배구조 문제점과 개선방안 모색이 그의 전문 분야다. 
 
안창민
유일하게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은 평당원 출신이다. 학생 시절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에서 활동했고 이후 오래도록 직장생활과 개인사업을 했다. 그는 한 포털사이트에 1000권이 넘는 책의 서평을 올린 독서광이기도 하다. 지금도 직장생활을 하는 안창민은 부득이 가명을 썼다. 해산된 진보당 출신이 느끼는 사회적 낙인의 여파가 여전한 탓이다.

 

 

차례

 

추천사 |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
서문 | 진보정치의 한 시대가 갔다

 


1장 다수파의 원죄, 패권주의
당권파는 억울하다? | 민주주의, 진보진영도 내면화해야 한다 | 당내 이견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 참여당은 ‘개조’ 대상이었나? | 진성당원제의 딜레마 | 패권주의, 제도적 해법으로 가능한가? | 솔직해야 해법이 나온다

 

2장 진보의 멍에, 종북주의
종북공세는 ‘현재진행형’ | 북에 대한 입장 표명, 거부할 수 있나? | ‘종북’의 이념으로 정치하는 것이 가능한가? | ‘반북 진보’ vs. ‘종북 진보’ | 북한 ‘3대 쟁점’, 해명 불가능한가?

 

3장 운동의 가치, 운동의 관성
‘이념 논쟁’, 관행을 극복하자 | ‘정통’과 ‘이단’의 이분법 | 일사불란함의 전제, 자유롭고 개방적인 토론의 힘 | 전민항쟁의 향수 | 의회주의, 합법주의 비판의 두 측면 | 진보는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

 

4장 진보 혁신의 고정관념
운동과 정치의 이분법이 불편한 이유 | 성숙한 진보, 온건한 진보 | 진보의 급진성을 이제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 이제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만 남았나? | 자주는 시대착오적 담론인가? | 정말로 ‘노동중심성’이 문제일까? | 노동운동 위기 진단 10년, 뭘 했는가? | 진보정치 원조 논쟁 | 보편적 복지는 절대선인가 | 반복되는 평가, 빈약한 실행

 

5장 경제정책, 이념에서 현실로
보수와 진보의 뒤바뀐 경제철학 | 재벌 문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 | 진보도 성장을 말해야 한다 | 부유세 논쟁-성찰하면서 정책 만들기 | 증세 논쟁-디테일이 중요하다 | 기회비용 없는 정책은 없다

 

6장 2016년 총선 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
2016년 총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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