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쉴 수 없다. 제발, 목에 무릎이…"


지난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이 무릎으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짓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망 전 마지막으로 눈을 감은 채 "어머니.."를 외쳤다고 하죠. "숨을 쉴 수 없다"고 토로했던 플로이드의 호소는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에 숨 막혀 하는 흑인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슬로건이 되었습니다. 

 

연합뉴스

 

당시 백인 경찰은 플로이드의 목을 8분 46초 동안 짓눌렀고 현장에 응급 의료진이 도착한 후 1분이 지날 때까지 풀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도착한 구급차가 영구차가 되었죠. 목을 짓눌린 플로이드가 의식을 잃자, 당시 한 목격자가 "그에게서 떨어지라"라며 백인 경찰을 향해 소리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경찰은 플로이드를 풀어주기는커녕 목격자를 노려보며 위협하듯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명백히 인종차별에 기반해 공권력을 휘두른 살인 동영상이 미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격분한 시민들이 미국 전역에서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출처 – AFP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플로이드가 사망한 다음 날 목을 짓누른 경찰과 보고만 있던 경찰까지 4명을 해고했습니다. 하지만 검사는 주범 한 명만 3급 살인인 우발적 살인으로 기소해 흑인들의 분노에 불을 댕겼습니다. 며칠 후 플로이드 유족의 요청으로 부검을 진행한 부검의는 목과 등 압박으로 인한 질식이 뇌로 향하는 혈류를 부족하게 해서 사망한 것이라며, 이 사건을 백인 경찰에 의한 살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출처 -  Chad Davis / 위키미디어 공용


부검으로 경찰의 대응이 사실상 살인 행위였음이 명백해지자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습니다. 미네소타주는 뒤늦게 나머지 백인 경찰 3명을 포함해 가해자 4명에게 2급 살인 공모 및 2급 우발적 살인에 대한 공모 혐의를 새로 적용했습니다. 3급 살인은 살해 의도 증거가 없지만 매우 위험한 행위를 저질렀을 때 적용되지만 1, 2급 살인은 살해 의도가 있다는 증거가 있을 때 적용됩니다. 1급은 살해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범행했을 때, 2급은 우발적일 때 적용됩니다. 3급 살인의 경우 최고 형량이 15년이지만 2급 살인의 경우 최대 40년형이 구형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플로이드 사건의 경우 영상과 부검 결과가 말해주듯이 1급 살인으로 봐야 하며 미네소타주법이 아닌 미국 전체의 국가적 사안을 다루는 연방법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종차별에 기반해 공권력을 자행한 백인이 흑인에게 증오범죄를 저지른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거죠.


출처 - 연합뉴스


흑인만이 아니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양식 있는 미국 시민들은 75개 이상의 도시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뜻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무릎으로 목 누르기 체포 행위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5년간 이런 식의 대응으로 인해 44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드러났죠. 그리고 피해자의 60%가 흑인이었습니다. 심지어 14세 소년이나 단지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목 누르기를 당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이런 체포 방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만, 미니애폴리스 경찰국 정책 매뉴얼에는 이 행위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그동안 자행된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재인식하게 했습니다.


출처 - 트위터


플로이드 사건으로 시작된 시위는 미국 내 인종차별 현실에 대한 분노 표출과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고 고발하는 의미의 시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집회는 대체로 평화로웠지만 일부 도시에서는 폭력 사태와 약탈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사건 전체의 의미를 조망하지 않고 지나치게 약탈과 방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기사들에 주목해서는 안 됩니다. 플로이드 사건으로 시작된 시위는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이뤄졌습니다. 폭력이나 약탈이 벌어진 곳이라고 보도된 곳에서 오히려 백인들이 날뛰거나 프락치인 경찰이 시위를 선동하다가 발각된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백인들이 약탈하는 상점 앞에서 이를 저지하는 흑인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또한 좌초된 백인 경찰을 나서서 보호하는 흑인 시위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뉴스1


비무장 평화시위 중이었던 시민의 안전을 무시하고 사람들을 차로 밀어버리는 뉴욕 순찰차 영상은 전 세계로 퍼져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리고 일부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자신의 유튜브에 '플로이드 챌린지'라면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장면을 희화화하는 악마적인 행태마저 보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민낯입니다.


출처 - 뉴스1


물론 백인이라고 나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경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루이스빌에서는 경찰로부터 흑인 시위대를 지키려고 거리에 나선 백인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캔자스, 산타크루즈, 플린트, 캘리포니아에서는 경찰청장이 직접 시위대 앞에 무릎을 꿇고 플로이드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인종차별에 맞서 인권을 지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겠죠.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시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지지를 업고 대통령이 된 트럼프였습니다. 비정상적인 코로나19 대응으로 줄곧 비판의 대상이었던 그는, 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의 근본을 훼손했습니다. 내전에 준하는 사회 갈등이 발생했을 때는 국민을 통합하려고 노력해야 할 텐데, 트럼프는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심화시키는 원흉이 되고 있습니다. 정당한 분노를 드러내는 시위대를 ‘폭도’와 ‘깡패’로 규정하고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을 시작한다"라는 저열한 언어로 시민을 위협했죠.


출처 - 연합뉴스


온갖 폭력적인 언어로 시민들을 비난하던 트럼프는 시위대가 백악관 앞으로 모여들자 졸렬하게 지하 벙커로 피신해 비웃음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시에나 띄울 블랙호크 전투 헬기를 출동시키고 최루액을 뿌리는 등 폭압적인 진압으로 시위대를 짓밟고 있죠.


출처 - 뉴스1


기본적인 상식조차 망각한 트럼프의 행보에 지쳐버렸는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공화당조차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전 합참의장 등 미군 장성들도 우리의 적은 시민이 아니라면서 트럼프 정부의 대응에 경고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특히 지난 2일 부시 전 대통령은 플로이드 피살 사건이 미국 내 인종차별 관련 정책의 충격적 실패를 반영하고 있다며 시위대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으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백악관 앞 광장에서 시위대를 몰아낸 것은 미국이란 국가의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지 부시의 이전 행적을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입니다만, 조지 부시한테서 훈계를 들어야 하는 트럼프는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인물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시위는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영국, 독일, 덴마크 등 미국 대사관 앞에서 수많은 시민이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느냐고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독일의 한 축구 선수는 득점 후 유니폼을 걷어 올리며 ‘플로이드에게 정의를’이라는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6일 오후 4시 시청역 5번 출구 앞에서 주한 미국 대사관 앞까지 침묵 행진을 하자는 뜻이 퍼지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이른바 '선진국'의 민낯이 드러나는 가운데 수없이 많은 무고한 생명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시국에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에 맞서는 시위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시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존엄한 생명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인권의 개념을 고민하게 되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한인 상가 약탈에 초점을 맞춰 이번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한인 상가 약탈이라는 '팩트'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차별과 혐오는 지금 우리의 현실에도 존재합니다. 비극의 역사를 끝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조지 플로이드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해야 합니다. 아울러 큰 진실을 보는 혜안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21세기 백주대낮에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나치 깃발을 나부끼며 길거리를 행진하고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차로 치어 죽였습니다. 나치가 창궐했던 독일에서 벌어진 일이냐고요? 아닙니다. 독일에서는 지난주에도 나치식 경례를 했던 술취한 미국 관광객이 독일 사람들로부터 극심한 비난을 받고 경찰에 체포된 바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나치와 관련된 모든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죠. 나치 깃발을 나부끼며 행진한 폭동은 믿을 수 없게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싸우다 20만 명의 전사자를 남긴 나라, 미국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출처 - news2share


미국 버지니아주 샬럿츠빌에서는 지난 11일 밤부터 백인 우월주의자를 비롯한 6000명의 극우단체가 대규모 시위를 열어 나치 깃발과 남부연합기를 들고 폭력 시위를 저질렀습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이에 맞선 항의 시위대를 향해 차로 돌진해 1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을 입는 말 그대로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백인 극우 민병대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 시위대를 보호하겠다며 소총 등 개인 화기를 들고 거리를 활보했습니다. 이 폭동으로 3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부상하면서 버지니아주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죠.


출처 - news2share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샬럿츠빌 폭동은 남북전쟁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당시 남부연합군 사령관 로버트 E. 리 장군 동상 철거 문제가 원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샬러츠빌 시의회가 인종주의의 상징물이라며 리 장군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하자,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잇달아 열기 시작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알 수 있다시피 리 장군은 남부 최고의 영웅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만, 한편으로 남북전쟁의 원인인 노예제와 인종차별을 상징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출처 - 문화일보


괜히 리 장군 동상을 들쑤셔서 이 사달이 났다고 주장하는 한심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다면 철거에 반대하는 청원이나 서명운동을 하면 될 일이지 나치 깃발을 들고 나와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을 하겠다는 것은 적반하장도 유분수 아닐까요? 애초에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원인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총기난사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2015년 백인 우월주의자가 흑인 교회에 총기를 난사해 흑인 9명이 사망한 찰스턴 총격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의 유산인 남부연합기 퇴출 운동 및 남부연합군 장군들의 동상 철거 요구가 광범위하게 벌어졌죠. 민주화가 이루어지면 독재자의 동상이 철거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듯, 노예제가 인류 사회에 용납될 수 없는 일이 되었는데, 그 세력을 위해 부역한 자들의 상징물이 남아 있어서는 안 될 일이죠. 하지만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긴 양 적반하장 식으로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출처 – news2share


물론 이 폭동의 불을 댕긴 원인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었습니다. 대선 때부터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일삼던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들은 점령군이 된 양 날뛰기 시작했죠. 대표적인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의 대표를 지낸 극우 컬럼니스트인 데이빗 듀크는 지난 12일 "우리는 나라를 되찾기로 결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선 기간에 한 약속을 이행하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는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나는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I think there is blame on both sides)."라며 KKK와 나치가 일으킨 폭동과 이를 막기 위해 시위에 나선 인권단체 등 선량한 사람들을 마치 똑같은 잘못을 한 것처럼 비난했습니다.

출처 - 뉴스1


이 때문에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과 증오는 미국의 가치가 아니라며 맞불집회가 곳곳에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종주의자들의 폭동이 미국과 세계에 안긴 충격을 없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출처 – news2share


이민자를 반대하는 영국 극우정당의 전 대표조차 "21세기 미국에서 나치식 경례를 목격하다니 믿기 어렵다"며 경악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극우파의 막가파식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오랫동안 FBI의 표적이었던 KKK의 부활보다 우후죽순으로 튀어나온 젊은 나치 추종자들의 폭동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그들의 할아버지 세대가 20만 명이나 죽어가며 나치로부터 지켜낸 나라입니다. 하원의원을 지냈고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한 군인은 "난 73년 전에 나치와 싸우려 입대했고 지금도 그래야만 한다면 다시 그럴 것이다"라며 "증오와 편견, 파시즘이 이 나라에 자리 잡으면 아 안 된다"며 이번 폭동에 대해 탄식했습니다.


출처 - 미주중앙일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이후 미국은 확실히 전체적으로 사회가 망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국정농단에 몰두하던 박근혜를 본 이후라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집니다. 역사적 퇴행에 대해 우리는 그 해결책을 알고 있으며, 실제로 이뤄냈습니다. 미국 시민들도 이성적인 판단으로 이번 사태를 잘 봉합하길 바랍니다. 트럼프 정권이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려 전쟁이라도 시작하려 하기 전에 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9일 충격적인 영상이 전 세계로 전파되었습니다. 항공기에서 한 남자가 거칠게 끌어내려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을 이륙해 테네시 루이빌로 가려던 유나이티드 항공 기내에서 4개 좌석이 초과 예약되어 내릴 자원자를 받았으나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승무원이 무작위로 4명을 뽑아 내리도록 명령했습니다. 그중 1명인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다오 씨는 다음 날 자신을 기다리는 환자 때문에 내릴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자 유나이티드 항공은 공항 경찰 3명을 동원해 다오 씨를 강제로 끌어내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오 씨는 앞니 2개를 잃었고 코뼈가 부러져 피를 흘렸으며 뇌진탕 증세까지 보였다고 하죠.


출처 - 한겨레


일명 유나이티드 오버부킹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사태는 인종차별이라며 전 세계의 비난을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승객을 내리게 해야 했던 원인은 초과 예약이 아니라 자기네 승무원을 그 공항으로 보내려고 뒤늦게 비행기에 탑승시키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4명을 무작위로 뽑았다고 하는데 어째서 동양인만 내리게 된 걸까요? 오바마 대통령에게까지 검둥이라는 욕을 할 정도로 인종차별이 만연한 시카고 경찰이 내릴 승객이 백인 남성 의사였더라도 그렇게 폭력을 행사하며 강제로 끌어냈을까요? 초반에 다오 씨가 반항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하던 유나이티드 항공은, 인종차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쳐 주식 폭락으로 수천억이 증발하고 미국 셀럽들과 중국의 보이콧 등 전 세계적인 반발 움직임이 포착되자 다급히 사과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습니다.


출처 - 인터풋볼


이것이 21세기 미국의 현실입니다. 동양인으로서 한국인이 당하는 차별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2월 한국계 미국인인 서다인 씨는 친구들과 빅베어 마운틴으로 여행을 갔다가 인종차별을 당했습니다. 공유 숙박의 대명사인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잡았는데 여행 당일 호스트가 일방적으로 숙박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강한 눈보라와 번개 경보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다급했는데 호스트는 서다인 씨를 동양인이라는 지극히 인종차별적인 이유로 숙박을 거부했습니다. 호스트는 당신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한 사람이라도 방을 내주지 않겠다면서 그건 당신이 동양인이기 때문이라고 조롱까지 했다고 하죠. 이에 대해 서다인 씨가 신고하겠다고 하자 호스트는 "신고해라. 이게 우리에게 트럼프가 있는 이유다"라며 재차 조롱했다고 하죠.


유타이티드 항공 사건과 에어비앤비 사건은 미국 시민권자라도 동양인처럼 보인다는 이유 때문에 인종차별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트럼프가 집권하게 된 배후에 이처럼 만연한 미국 내 인종차별이 있음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인종차별이 트럼프가 대통령인 미국에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선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겪게 되는 인종차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미국은 인종의 용광로라 불릴 정도로 다인종 사회라 갈등이 심하다고 한다면, 한국은 지나친 단일민족 신화의 영향 때문에 다른 인종을 배척하거나 무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출처 - 조선일보




콜롬비아 남편-한국인 아내로 살아가기의 힘겨움(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21473533



얼마 전 부산에서 멘도사 부부가 겪은 황당한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콜롬비아인 남편 멘도사(44) 씨와 한국인 부인 신진영(36) 씨 부부가 쇼핑몰 주차장에서 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소리를 질러 구해줬는데 함께 있던 할아버지가 고마움을 표현하기는커녕 왜 남의 일에 참견하느냐며 윽박을 지르더니 급기야 멘도사 씨를 밀쳐 쓰러뜨렸습니다. 이 장면을 촬영하던 부인 신씨의 슈대폰을 빼앗은 아이 엄마는 멘도사 부부에게 욕까지 했습니다. 경찰을 불러 일단 서에 갔으나 거기서도 할아버지의 인종차별적 욕설이 계속되었고 이를 제지해달라는 멘도사 씨의 요구가 있었으나 경찰관은 적극적으로 할아버지를 만류하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멘도사 씨의 게시글이 SNS에서 한국 체류 외국인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얻은 덕분에 그나마 할아버지와 경찰서장이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이는 정말 반성했기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다문화센터에 실제로 다문화는 없어 김치·한국어 전수 한국문화센터 불과"(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21454659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광주대 욤비 토나 교수도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이 굉장히 심하다고 꼬집습니다. 그는 콩고 2차 내전 중 정권 비리를 공개하려다 투옥되었다가 탈출한 후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가족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가 거리를 지나면 "진짜 새까매" "흑형"이란 말을 듣는 건 예삿일이고, 공장에서 일할 땐 "흑인 힘 세고 일 많이 해" 같은 소릴 들었는데, 정작 자신은 힘도 별로 안 세서 피부색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는 한국 사회가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한국의 다문화센터, 다문화학교가 실제로는 다문화가 아닌 한국문화센터라고 꼬집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말 배우고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려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니 이게 무슨 다문화냐는 겁니다.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피부색에 따른 편견이 문제 의식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할 정도로 깊숙이 박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얘깁니다.


출처 - 국민일보


이는 인종차별이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어제의 피해자가 오늘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오늘의 가해자가 내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앞선 사례만 봐도 한국인인 우리가 미국에선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반대로 한국에선 외국인을 차별하는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종차별을 하지 않으려면 미처 신경쓰지 못한 편견으로 평상시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하겠지만, 제도적인 장치인 차별금지법 같은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인종차별금지법안 통과 시도가 3번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되었죠. 대한민국은 유엔 인종차별 조약에 서명했으나 국내 법이 없어 인종차별 사례를 구체적으로 처벌할 법적인 근거가 없는 이상한 상태입니다. 

 

출처 - 한국일보

 

한국 법무부는 2016년 6월 30일 기준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200만 1828명을 기록해 전체 인구의 3.9퍼센트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 외국인 수는 2007년 100만 명을 넘어선 이래 9년 만에 2배로 뛰었습니다. 2021년 국내 체류 외국인은 30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5.82퍼센트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국인 200만 시대, 차기 정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문화를 가지고 공존할 수 있도록 이 부분도 소흘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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