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주년인 올해 광복절 기념식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이명박근혜 정권의 역사 왜곡에 대항해 쐐기를 박았습니다.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라고 언급한 것이죠.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 있었던 1919년을 대한민국의 건국절로 본 것인데요. 이는 대한민국 헌법에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천명을 바탕으로 한 당연한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1948년 건국을 견강부회해 1919년을 건국이라고 삼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반발했습니다. 1948년 건국과 1919년 건국 의지를 밝힌 것은 다른 말이라는 겁니다. 지난해 탄핵당하기 전 박근혜는 광복절 기념식에서 2016년은 광복 71주년이 아닌 건국 68주년이라는 발언을 해 건국절 논란을 일으킨 바 있었죠. 그런데 혁신위원장이란 사람이 아직도 그 얘기를 그대로 하는 걸 보면 박근혜가 탄핵당했어도 자유한국당의 혁신을 참으로 멀고 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의 말은 조목조목 따져보면 결국 자기모순을 드러내는 것밖에 안 됩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던 시절 했던 모든 말을 과거 박근혜의 말로 반박할 수 있었던 '박적박'의 재탕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른바 뉴라이트에서 주장하고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극우파들이 주장하는 1948년 건국설은 그들이 재평가하자고 노래를 부르는 이승만조차 확실하게 말이 안 된다고 남겨놓은 문서가 있습니다.


출처 - JTBC


이승만을 기념하는 우당기념관의 유물인 1919년 건국 통보문만 봐도 알 수 있죠. 이는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이 일왕에게 보낸 문건으로, 대한민국이 독립국임을 일본에 알리는 문서입니다. 1919년 4월 23일 한국이 완전히 조직된 자주통치국가가 됐음을 일왕에게 공식적으로 통보하라는 한국민의 명령을 받고 이 문서를 보내니 일본은 대한민국이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주권국가임을 공식 인정하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조약상 약속들은 무효라고 쓰여 있습니다. 또한 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임시 의정원 기록에도 1919년 첫 회기를 대한민국 원년이라고 뚜렷하게 기록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이는 이승만이 대통령에 취임한 1948년 기록에도 드러납니다. 1948년 7월 24일 취임식에서 이승만은 "대한민국 30년 7월 24일 대한민국 대통령 이승만"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 9월 1일 나온 최초의 관보에도 대한민국 30년 9월 1일이라고 쓰여 있으니 대한민국 정부 첫 공식 기록으로도 대한민국의 원년은 1919년이라고 밝힌 셈입니다. 뉴라이트가 국부로 떠받드는 이승만도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이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는데, 1948년을 건국절이라고 하는 이들은 대체 무슨 논리를 내세우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제헌 헌법 전문을 보면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했고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했다고 명백히 쓰여 있습니다. 1919년이 대한민국의 건립한 해이고, 1948년은 대한민국을 재건한 해라고 말이죠.


문서와 기록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극우파들은 국민, 영토, 주권이라는 국가의 3요소가 갖춰지지 않았으니 1919년은 건국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런 논리는 다른 나라의 예를 봐도 맞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국가가 국가의 3요소를 한꺼번에 갖춘 상태로 시작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기 때문입니다.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국가의 경우, 정부 수립을 선포하고 무장투쟁을 통해 독립을 획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 자체도 국제법적인 의미에서 건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글로벌이코노믹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미국만 해도 그렇죠. 미국이 영국에 독립을 선언한 1776년에 미국은 영토와 주권이 없었습니다. "대표 없는 곳에 과세 없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생각해 보시죠. 독립 선언 후 영국과의 전쟁, 프랑스와의 연합 등 여러 투쟁을 통해 7년 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로부터 6년 뒤에 정부가 수립되었고 이때가 되어서야 조지 워싱턴이 미합중국 초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독립선언일을 건국 시점으로 삼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이견이 없습니다. 자유한국당이나 뉴라이트의 논리대로라면 미국은 근거 없이 13년이나 건국일을 당겨쓰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말이 되는 얘깁니까? 시위 때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같이 들고나와 미국이 혈맹이네 미국 말을 들어야 하네, 하는 극우파들은 스스로 이승만뿐 아니라 미국까지 근본 없는 나라로 격하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렇듯 극우 세력의 건국절 논란은 자기모순으로 가득 찬,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둔 얄팍한 속셈을 드러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친일의 역사는 만천하에 드러나 더는 감춰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2년 남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생각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대로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고달프다는 인식부터 혁파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못다 했던 친일 청산과 더불어 독립유공자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해드리는 것이 마땅합니다. 2년 후 광복절에는 건국절 논란처럼 우스운 얘기가 아니라 다음 100년을 내다보는 건설적인 토론이 벌어지길 기대합니다. 그동안 건국절 논란이 일 때마다 논의했던 생각비행 기사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병우 민정수석부터 새로 임명한 장관들까지, 박근혜식 인사의 참상은 여론의 질타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목불인견입니다. 국내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잘하는 행동이 있죠. 해외 순방을 핑계로 도피하는 겁니다. 이번엔 러시아, 중국, 라오스 순방을 떠났는데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안 새겠습니까? 러시아와 중국에서 주먹구구식 외교를 펼치다 훈계에 가까운 얘기까지 듣는 낯 뜨거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출처 - 고발뉴스


지난 2일 러시아 및 중국 순방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조건부 사드 배치론'이라고 할 논리를 펼쳤습니다. 북핵 때문에 사드가 생겼으니 그 위협이 사라지면 그때 가서 철수시키면 된다는 얘기였죠. 한국 내 사드 배치를 일관되고 강력하게 반대해온 중국과 러시아와의 정상 회담을 앞두고 승부수를 던진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빈약한 승부수가 통할 리 없죠.


지난 3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년휘호를 구해 딸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물했습니다. 극동 러시아 개발에 한국이 투자를 좀 해달라는 우회적인 마음의 표시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한반도 핵 문제는 동북아의 전반적인 군사 정치의 긴장 완화라는 틀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면서 군사 대립 수준을 저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쳐 사실상 사드 배치 반대의 뜻을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속내는, 한국은 어차피 전시작전권도 없고 사드 결정권 또한 미국이 가졌으니 미국이랑 얘기하겠다, 그러니 너희와는 경제 얘기나 하겠다는 것일 테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이미 오바마 대통령 면전에서 한국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또 말하면 잔소리라고 생각했겠죠. 박근혜 정부는 처음부터 중국, 러시아를 설득할 방법을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외교를 펼치니 무슨 성과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외교가 아니라 외유라는 대중의 질타를 피해갈 수 없는 겁니다.


출처 - 고발뉴스


러시아에서 까인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에 가선 더한 훈계(?)를 듣습니다. 지난 5일 중국 항저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김구 선생의 항일 투쟁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며 1930년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항저우에서 3년간 활동했다는 사실을 꺼냈습니다. 이어 한국의 지도자인 김구 선생이 저장성에서 투쟁하다 일제에 체포될 위기에 처했을 때 중국이 김구 선생을 보호하도록 짜이칭 별장에 피난시켰음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김구 선생의 아들인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이 1996년에 아버지가 나라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항저우 인근 저장성 하이옌을 찾았을 때 '음수사원 한중우의(飮水思原 韓中友誼)'라는 글을 남겼다는 사실도 언급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음수사원은 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시진핑 주석의 의도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한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한 중국의 과거를 언급함으로써 한중 관계의 근원과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광복절 축사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건국절 타령을 한 박근혜 대통령 면전에서 중국이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왔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은 주제 파악 좀 하라는 얘기를 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 나라의 근원이 뭔지 생각은 하고 사느냐'는 뜻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친일파 만주군 장교인 박정희의 딸이란 걸 모를 리 없는 시진핑 주석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에 대해 설파한 것은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출처 - 뉴스타운


다른 건 몰라도 외교는 잘한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꼴사나운 외교 성과가 만천하게 공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유체 이탈 화법을 쓰는 불통의 아이콘이 다른 나라에서 쓴소리 좀 들었다고 바뀔 리 없죠. 박근혜 대통령은 항저우 현지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경규 환경부 장관 및 김재형 대법관을 전자 결재로 임명했습니다. 모두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를 통해 부적격 판정된 사람들이었죠. 

 

출처 - 경향신문

 

급한 일도 아닐 뿐더러 우병우표 부적격 장관들을 해외에서 굳이 원격으로 임명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국회도 우습고 국민을 개·돼지로 생각한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1년 생활비가 5억이라는 문화부 장관이 연수입 1000만 원으로 버텨야 하는 예술인들을 위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헐값 전세에 부동산 투기로 땅을 우습게 보는 농림부 장관은 또 어떻고요?

 

과연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은 어디까지일까요? 민생 문제 해결에 몰두해도 아쉬울 판에 중국, 러시아와 마찰을 빚고 국민의 뜻에 반하는 장관을 앉혔으니 대한민국의 앞날이 참으로 불투명합니다.

 

71주년 광복절을 맞아 대표적인 국민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뜻깊은 이야기를 전해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과 그의 가족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재조명한 겁니다. 미국과 상해 등지에서 타향살이를 하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만 살았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인생은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한편 독립운동가의 가족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잘 모르고 살았던 우리에게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출처 - MBC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이번 8월 15일은 광복 71주년이 아닌 건국 68주년이라는 의미가 더 중요했나 봅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시작된 날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부터 논란이 된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의 침략 만행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위로조차 생략하면서 건국절을 언급했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했습니다.


출처 - JTBC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새누리당의 대표가 됨으로써 모처럼 청와대와 밀월 관계로 돌아갔죠. 그래서 그런지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절 타령에 추임새를 넣기 바빴습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한 것은 역사를 사실 그대로 적시한 것이라며 진영 논리로 대한민국의 건국 논리를 훼손하지 말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왔으며, 친박의 입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건국절 문제는 중대한 문제라며 국회 5분 발언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죠.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한술 더 떠서 8월 15일을 건국절로 만들도록 법제화 작업에 들어갈 것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출처 - JTBC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새누리당의 건국절 타령은 애초에 말이 안 됩니다. 광복절 대신 건국절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대한민국이란 나라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죠. 대한민국 헌법은 첫머리부터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이는 현재의 대한민국이 조선 왕조가 망한 이후 1919년 일제강점에 맞서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전국민적인 운동인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나라라는 천명입니다. 국가의 기초인 헌법에 따라 3.1운동일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기념일로 삼겠다면 그럴 수 있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1948년 8월 15일을 건국기념일로 삼겠다는 논리에는 3.1운동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현재의 대한민국과 상관없는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욕망이 숨어 있습니다. 1948년 이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온갖 패악질을 한 친일파들의 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니 역사의 죄인들이 꿀릴 게 없는 세상이 되는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아버지가 만주국 장교 출신이었던 박근혜 대통령부터 그 이하 정권의 수뇌부와 사회지도층들에 얼마나 많은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포진해 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동원해 71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흔적을 지우려고 하나 싶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 때문에 야당과 광복회를 비롯해 독립운동과 연관된 역사 단체들은 건국절 법제화는 친일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절 경축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며 비난했고, 이종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임시정부를 비롯해 항일 독립운동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일제 관동군에 복무한 아버지 때문이냐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항일 독립운동가 단체인 광복회는 독립운동을 폄하하고 선열 모두를 모독하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망론이라며 비판했습니다. 건국절 운운할 거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처음 쓴 1919년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생일로 정하면 되지 않는가 하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등 20개 단체와 역사학계 원로 20여 명은 건국절 논란에 대해 항일시대 선열들의 독립운동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건국과 관련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일침을 놓았습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이라고 주장하고 광복절 대신 국경일로 지정해 기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1945년 8월 15일 이후 3년 동안 건국운동에 참여한 사람, 즉 반민족 행위자인 친일파라 할지라도 건국공로자가 되는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또한 김구 선생처럼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치고 해방 이후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면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참여하지 않은 유수한 독립운동가들 모두가 반국가사범이 되고 만다면서 건국절 주장은 친일파들의 역사 세탁이 그 본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무한도전〉에 등장해 우리에게 역사의 교훈과 큰 감명을 준 도산 안창호 선생과 그 가족 역시 대한민국과 전혀 상관없는 중국인, 미국인이 되어버리고 만다면, 이게 말이 되는 얘깁니까?



이번 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건국절 논란을 야기함과 더불어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감옥에서 순국했다고 발언해 비웃음을 사기도 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기초적인 사실조차 점검하지 않았다니 직접 읽은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경축사 원고를 작성하고 점검했을 주변 인물들 역시 역사에 무지하기 짝이 없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그네들의 뿌리를 생각하면 그게 중요했겠습니까?

 

지난 5월 케이블 방송 온스타일 라이브 '채널 AOA'에 출연한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가 안중근 의사를 몰라 역사 인식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며 대중의 지탄을 받은 일이 있었죠. 하지만 일각에선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 활동을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옳은 이야기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른 나이에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여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의 욕망과 전인격적인 교육보다 춤과 노래 위주의 경쟁적인 스타 양성 시스템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의 저자 김용택 선생님은 학생들이 순치의 대상,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당당한 권리의 주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오늘날 교육 위기는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니며 신자유주의 시대의 교육은 자본의 입맛에 맞는 인간을 양성하려 한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우리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민주적인 인간을 양성하기를 거부하고 국정교과서로 충성스러운 국민을 양성하려고 했던 가슴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왜 오늘날 학교에서는 평생을 노동자로 살아갈 아이들에게 노동 3권조차 가르치지 않는 걸까? 지금이야말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건만, 학교는 학생들에게 민주의식, 정치의식을 길러주기보다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자본과 정치가 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법전은 교육의 중립성을 보장하지만, 현실은 국정교과서를 부활시켜 5.16 군사쿠데타와 10월 유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이를 위해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부역한 친일세력과 유신의 후예, 전두환 정권 일당 그리고 이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무리가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겉으로는 ‘보수’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학교교육을 통해 비판의식이 거세된 인간, 자본의 논리에 순응하는 인간을 길러내는 모리배일 뿐이다. 또한 이들은 자기네 생각과 다른 이들을 공존 대상이 아닌 제거 대상으로 간주한다. 입만 열면 종북타령이요, 흑백논리 혹은 냉전논리를 꺼내는 이유도 비판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과거를 감추려는 세력과 매판자본, 이들과 하나가 된 수구언론, 권력에 빌붙는 대형교회 지도자, 권세를 바라며 곡학아세하는 지식인…. 이 모두가 학교에서 역사의식과 비판의식을 갖춘 민주적 시민을 양성하기를 원치 않는다.

 

_《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 중에서

 

출처 - JTBC


박근혜 정부의 역사 왜곡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지금도 큰 반발을 받고 있지만, 이네들은 초등학교 아이들 교과서에 이미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일이라고 슬쩍 바꿔 써넣었습니다. 지난 3월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으로 발행된 국정 교과서인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는 박정희 유신을 정당화하고 위안부 용어와 사진을 삭제해 극우 편향성 논란을 일으켰죠. 교육계가 발견한 오류만 해도 124군데가 넘었습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국정 운영과 달리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는 일에는 참으로 기민하게 행동하고 있는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명박 정부 때 잃어버린 10년 운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박근혜 정부는 대체 어디까지 역사를 퇴행시키고 싶은 걸까요? 자기네가 떵떵거리던 일제강점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가 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교육의 기본은 진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잊어서는 안 될 일을 기억하고 후대에 물려주는 일, 변화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시국이 어수선할 때일수록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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