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봄이 왔습니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며 마음 졸이던 겨울이 갔습니다. 지난 10일(금)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에 상식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며 8:0 전원일치로 탄핵을 인용해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했습니다. 파면의 효력은 즉각 발동됩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며칠을 뭉개다가 지난 주말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습니다. 한 줌 남은 친박과 탄기국의 보잘것없는 마중 속에서 말이지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에 묻어난 미소는 세월호 참사로 300여 명이 희생되었을 당시 보였던 미소와 같았습니다.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이 있던 날, 헌재 판결 불복으로 격해진 시위에서 자신을 옹호하던 사람이 3명이나 죽었는데도 청와대를 떠나 사저로 돌아가는 내내 웃음을 보인 겁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택으로 돌아가며 발표한 변을 보면 박근혜와 그 추종자들은 여전히 자기들만의 세상속에서 살고 있는 듯합니다. '자신이 모두 안고 가겠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말을 남겨 많은 언론이 헌재의 판결에 불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사실 이 대국민 메시지마저도 대독해서 박근혜가 직접 작성한 건인지는 확인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한줌 남은 친박도 '정신승리'를 꽤하긴 마찬가집니다. 대표 친박 인사인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근혜가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며 역사적 판결은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출처 - JTBC


진짜 민심을 살펴볼까요? 5:3으로 탄핵이 기각될 거라고 믿고 5단 케이크를 준비하고 있었다던 박근혜와 추종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국민의 뜻은 너무나 분명했습니다. MBN과 매일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탄핵 결정에 승복한다는 답변이 92퍼센트, 불복한다가 6퍼센트였고, 탄핵 인용을 잘한 결정이라는 답변이 86퍼센트, 잘못한 결정이라는 답변이 12퍼센트로 나왔습니다. 어용 언론들에 의해 마치 국론이 둘로 분열되고 있는 것처럼 떠들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의 뜻은 박근혜는 탄핵당함이 마땅하고 탄핵당하여 잘됐다는 겁니다.


출처 - SBS


SBS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검찰 수사와 관련해 국민의 68.4퍼센트가 지금 당장 박근혜를 수사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61.2퍼센트의 국민이 박근혜를 구속수사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전 국민의 3분의 2 이상인 압도적인 다수가 박근혜를 지금 당장 구속해서 수사해야 한다고 답한 겁니다. 이는 전 세대에 걸쳐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을 당장 단죄해야만 우리나라에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은 삼성동 자택으로 자리를 옮겨 농성으로 헌법에 도전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과연 제정신인지 의심스럽습니다. 탄핵 판결을 내린 헌재의 결정에 불복할 방법은 없습니다. 헌법 재판은 법원 재판과 달리 단심제이고 헌재법에도 이미 심판을 거친 동일한 사건은 다시 심판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탄핵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출처 - JTBC


지난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세종시 수도 이전에 대해 8:1로 위헌 결정을 내리자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법치주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며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헌법에 대해 도발하고 체제를 부정한다면 나라는 근본부터 흔들리고 말 것입니다"라고까지 말한 장본인이죠.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김현희 저, 생각비행 출간)

 

일전에 저희는 '박적박',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 즉 박근혜의 모든 생각은 자신이 이전에 했던 말로 부정하고 반박할 수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디스하는 것만은 잊지 않는 일관성을 유지하는군요. 그런 일관성과 꼼꼼함은 MB를 많이 닮았습니다.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하는 일에 일관성을 지켰다면 헌법 사상 탄핵당한 첫 대통령이라는 치욕을 받을 일은 없었을 텐데요. 국민을 받드는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을 죽이는 권력과 자본의 노예가 된 자의 결말이 어떤 모습인지 다시 한 번 역사에 똑똑히 남겼습니다. 촛불집회 현장에 늘 세월호 유가족이 있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아픔을 기억하고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할 시점입니다. 


출처 - 스페셜경제


탄핵당한 이후 행동을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추종했던 이들마저 등을 돌릴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과정은 단 하나입니다. 특검에서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하루빨리 검찰 수사가 진행되어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벌을 받는 것뿐입니다. 오늘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21일 9시 30분 검찰청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공식 통보했습니다. 진실은 밝히고 박근혜는 감옥으로 보내야겠죠.

출처 - 경향신문

 

아직도 박근혜를 뒤따라 국민을 기만하고 억압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이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내보내려면 탄핵으로 열린 조기 대선 정국 속에서 더 고민해야 합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입니다.

 

'청와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해도 되나'


혹시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조·중·동의 사설을 생각하시는 거라면 반만 맞았습니다. 과거 보수 언론은 실제로 그런 논조를 유지했으니까요. 그런데 위 사설 제목은 지난 3월 11일 《조선일보》가 청와대를 비판한 발언입니다. 《조선일보》가 웬일인가 싶겠지만 《동아일보》를 비롯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최근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총선 개입 정황에 대해 비판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는 말 한마디 때문에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 심판과 직무 정지를 당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 2016년 현재 선거판은 참으로 기가 막히는 형국입니다.

 

 

대구-부산 찍으며 총선 개입해도 박근혜는 무사?


세월호가 침몰하건 메르스가 창궐하건 콘크리트 같은 지지율을 확인했기 때문일까요? 청와대는 이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구, 16일 부산으로 총선 직전 두 번의 지방행을 강행했습니다. 청와대가 '아무리 경제 행보라고 말씀드려도 그렇게 안 받아주시니까 참 답답하다'며 볼멘소릴 했지만, 국정원 대선 개입으로 재미 본 사람들의 얘기가 통할 리 없겠죠. 누가 그런 말을 들어줍니까? 거짓말도 좀 성의있게 해야 속아줄 것 아닙니까?

 

출처 - 한겨레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대구국제섬유박람회, 스포츠 문화산업진흥대회 등 한 시간 단위로 대구 지역 곳곳을 이잡듯이 훑고 다녔습니다. 여태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청와대가 관여하여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정도의 급이 되는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특정 지역을 속속들이 누비고 다니는 이례적인 풍경을 연출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새누리당과 자신의 텃밭인 대구와 영남 표심에 영향을 끼치려는 속내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출처 - 한겨레

 
대구 북구 엑스코에는 태극기를 흔드는 박근혜 서포터즈까지 등장했습니다. 한마디로 가관입니다. 그런데 이날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3명은 주변을 서성이기만 했습니다. "예비후보들이 대통령과 인사를 하는 것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나중에 그 사진을 선거에 활용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채증 작업을 하러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의 행보가 선거판세에 영향을 줄지 채증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라면 이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개입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소린데, 어째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청와대에 선거 개입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지 않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알아서 기고 있는 건가요?

출처 - 동아일보


성완종 리스트, 진박 논란, 살생부, 3.15 비박 학살 등 4.13 총선과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그동안의 거취를 보면 정청래 의원 말마따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잣대를 적용했다면 탄핵을 당해도 10번은 당했어야' 맞습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처럼 불법 개입을 해서라도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려는 이유는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걱정하기 때문일 겁니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 등으로 위기 상황에서 국가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고, 경제 상황은 과거 IMF 위기 직전과 마찬가지니,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면 식물 대통령이 될 게 너무나 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 총선의 노림수는 한 발 더 나아가 퇴임 이후 정치 세력화를 겨냥한 것이기도 할 겁니다. 만에 하나라도 야당이 집권하게 되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철창과 콩밥뿐이라는 걸 모르진 않을 테니까요.

 

 

새누리당 공천? '박천'이라는 자조까지 나오는 상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누리당 내에서도 공천을 받으려면 박근혜 대통령 마음에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재오, 진영, 조해진 등 이른바 비박, 유승민계 의원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장관을 지낸 사람들조차 대통령 단 한 사람의 마음에 들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한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박근혜는 이제 독재 시대, 일제강점기 넘어 우리나라의 역사를 신라 시대 성골, 진골, 육두품 시절로 되돌리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지냈던 유승민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진영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습니다. 그 밖의 많은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정치판, 참 희한하게 돌아갑니다.

출처 - 동아일보


그 와중에 "우리가 남이가" 정신이 빛난 대목도 있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마약 사위 사건 변호를 맡았던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초록은 동색이니까요. 최 전 지검장은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중앙지검 관련 사건을 다수 맡아 전관예우 논란이 일었는데 김무성 대표 마약 사위 건도 여기 포함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마약 사위는 상습 마약범으로 구속까지 되었지만 집행유예를 받았죠. 보통 최소 징역 4년 이상을 받는 범죄인데도 말입니다. 권력을 이용해 마약 범죄범마저 돌봐준 덕분에 의원 배지를 달게 되었으니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아니겠습니까? 이번 총선 공천에서 이런 유의 권력형 비리, 보은 인사가 한둘이 아닙니다.

 

새누리당의 자중지란은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소수 권력을 가진 자의 마음에 들었느냐 못 들었느냐 하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한겨레

 

총선은 국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리자를 뽑는 중요한 민주주의 절차입니다. 당연히 정당은 국민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해 후보로 추천해야 합니다. 사리사욕을 꿈꾸고 권력자에게 잘 보이는 간신을 줄 세우는 것이어선 안 될 일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누구에게 깨끗한 한 표를 줄지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정치판이 너무 더럽습니다. 국민이 심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유체이탈 화법의 일인자, 이명박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유명했습니다. 민생을 챙기지 않고 자화자찬을 일삼고, 대통령을 겨냥한 국민의 개혁 요구에는 마치 딴 사람 이야기인 것처럼 이야기하기 일쑤였죠. 몸과 정신이 따로 놀았으니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습니까? 측근들은 MB의 발언을 '마시지'하느라 바빴습니다.

 

재임 기간 내내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며 국민을 도탄에 빠트린 당사자인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회고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국민의 방송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한 페이지에 평균해서 거짓말이 다섯 개 정도 나온다고 하니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쓴 기록물이라기보다는 거짓말 백과사전으로 기네스북에 오를지도 모를 일입니다.

 

출처 - 한겨레

 

이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거짓말은 4대강 사업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시간》에서 가장 많은 거짓말과 왜곡이 난무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치적 반대자와 4대강 사업 피해 농민들마저 가차 없이 공격했습니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 협상과 촛불집회에 관한 내용이나 자원외교 등에 관해서도 사실 왜곡과 거짓말로 일관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의 부실함에 대한 책임을 노무현 정권의 이면 협상 탓이라며 책임을 떠넘겼지만, 정작 수차례의 구두 약속으로 협상의 여지를 좁힌 이는 그 자신이었습니다. 해외 자원 투자로 말미암아 천문학적인 부실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이 전 대통령은 그 일을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며 자원외교에 들인 비용마저 선물로 둔갑시켰습니다.

 

《뉴스타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 이렇게 평가합니다. "재임 중 초라한 경제성적표를 짜깁기해 자기 자랑에 혈안이 된 자칭 경제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과장과 위선이 가득"하다고 말입니다. 유체이탈 화법의 일인자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답다고나 할까요?

 

 

외계어 구사의 일인자, 박근혜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 때문에 국민의 성화가 끊일 날이 없었고 측근들은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을 '마사지'하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을 능가합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소통이 불가능한 외계어를 구사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측근들마저 그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어 '마사지'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불통과는 차원이 다른 불통이라고 해야 할까요.

 

메르스 사태가 일파만파로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외계어에 대한 비판도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같은 한국 사람이지만 이해가 불가능한 비문과 오류투성이의 대통령의 화법 때문에 최근 페이스북에는 '박근혜 번역기'라는 페이지까지 등장했습니다. 대통령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겠다며 번역기까지 만든 일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 아닌가 합니다. 

 

 

박근혜 번역기 페이지 

 

출처 - 한겨레

 

외계어를 구사하는 대통령 때문에 정치권에 산재한 일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폭풍전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두 가지 사안은 '국회법'과 '황교안 총리 인준' 문제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사실 이러한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그대로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에 불과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발언한 내용을 막으려고 자신과 싸움을 하고 있는 웃기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외계어를 남발하면서 말이지요. 오늘은 이 웃지 못할 현실을 좀 더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거부권 운운하는 국회법 개정안, 17년 전 박근혜가 발의한 것


여야가 합의한 수정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권 행사 방침을 시사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여당에서조차 반발이 일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팩트TV


그런데 17년 전 김대중 대통령 취임 원년 당시 야당(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수정 국회법 개정안보다 훨씬 강력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2015년 현재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삼권분립 운운하며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부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며 반대 논리를 내세우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일을 한 셈입니다.

 

출처 - 한겨레


17년 전 박근혜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보면 행정부는 국회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국회 의견에 대한 정부의 수용 의무를 명확하게 강제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엄살을 부리는 국회법 개정안은 그 강제성이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어 해석에 따라 의견이 나뉠 정도로 과거의 개정안에 비하면 훨씬 약한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높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일 뿐입니다.



박근혜에게 인사 파국으로 돌아온 인사청문회법 부메랑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행보가 이중잣대의 역풍으로 되돌아온 일은 또 있습니다. 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양산한 인사청문회법입니다. 최근 공안 검사 출신인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과 연관된 무수한 비리 의혹이 드러났습니다. 청문회장에서는 며칠 전까지 법무부 장관이었던 사람이 세법을 잘 몰라 탈세했다는 웃기지도 않는 촌극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시사in


황교안 총리 후보자의 청문회가 끝났지만, 과연 그가 제대로 된 총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안대희, 문창극, 이완구 등등 박근혜 대통령의 간택을 받아 총리에 도전한 사람은 여럿 있었지만, 속된 말로 탈탈 털리고 물러나기 바빴으니까요. 대통령 임기의 절반이 지나는 시점까지 국정 공백이 빚어지고 후임자가 없어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정홍원 총리가 계속 유임되는 건 아닐까 하는 농담마저 떠돌았습니다. 대부분의 총리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국민의 불신이 커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신상털기,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유체이탈 화법의 최고 경지에 해당하는 발언입니다. 왜냐하면 인사청문회를 강화한 법을 만들어낸 게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기 때문이지요.


2005년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 의원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 시스템을 비판하며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전 국무위원과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위원장, 방송위원장 등으로 확대하고 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해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면서 댄 이유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였습니다. 박근혜 대표는 인사청문회가 공직자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자신이 한 일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남 탓하듯 하며 외계어를 구사하고 있으니 참 구제할 길이 없는 듯합니다.

 

2005년 당시 열린우리당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약한다며 반대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따끔한 예언을 남겼습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문화제에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 혼란을 비판하면서 이를 밝힌 바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지는 인사 참극을 완벽하게 예측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유튜브


자신이 발의한 법에 따라 만들어진 인사 시스템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들만 깨알같이 골라서 대한민국의 총리 자리에 앉히겠다고 용을 쓰면서 이제 와 남 탓만 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외계어가 아니면 대체 무엇입니까?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는 그렇게 부정부패한 자들밖에 없는지 참 의아합니다.



남은 임기 내내 이어질 박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과 외계어

이에 대한 소통법: 과거 발언을 그대로 돌려주기


자기가 한 일도 기억하지 못하고 남 탓만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 소통은커녕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를 남발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은 임기 내내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국민이 할 일은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과거에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대처 실패로 수많은 국민을 사지로 내몰고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을 조장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10여 년 전 그가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면 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민중의 소리


다음번엔 제대로 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읍시다. 최소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남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는 사람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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