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2일과 26일 서울에서만 100만, 140만의 촛불이 모였습니다. 사상 최대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과 함께 참여하며 뿌듯하셨죠? 현장에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방송으로 보신 분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 SNS에서 유명세에 오른 '장수풍뎅이 연구회'나 '민주묘총' 같은 재기 넘치는 깃발들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궁금하실 겁니다. 각종 유인물은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 조직된 힘으로 제작되는 것이 많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사비를 지출해 만들어서 나눠주는 분도 많습니다. TV에서 그런 분들이 소개되기도 했죠.


출처 - KBS


1000만 원이면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큰 금액입니다. 그런데도 시위에 나오시는 분들에게 나눠줄 피켓과 수건 등을 자비로 만들어 나눠주시다니 참 대단한 분들이십니다. 부패한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로 어려운 이때 그나마 생활 경제가 유지되는 건 이런 소시민들의 의지와 노력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시위가 일어나면 새누리당과 우익 언론들은 경제를 좀 먹는다며 시위 중지를 종용했고, 언론은 시위 때문에 매출에 지장이 많다는 자영업자의 볼멘소리를 인터뷰 장면으로 내보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박근혜 퇴진을 위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거리로 나온 사상 최대 인파가 운집한 촛불시위를 경험하신 분들은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얘긴지 실감하셨을 겁니다. LED 촛불과 양초를 파는 사람들부터 먹거리와 음료를 파는 노점, 편의점, 음식점, 카페에 이르기까지 광화문 일대 가게의 재료가 동이 날 정도로 사람들이 미어터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셨을 테니까요.


출처 - 유튜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100만 명이 모였다면 물을 먹어도 더 많이 먹고 음식을 먹어도 더 많이 먹을 텐데 장사가 안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이승환, 전인권 등 유명 가수들의 노래와 함께하는 촛불시위는 시쳇말로 '서울 하야 페스티벌'이라고도 불립니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심각한 정국이지만 촛불시위 현장은 마치 축제의 현장과도 같습니다. 국내외 유수 록 페스티벌이라도 100만 명의 관객을 모으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록 페스티벌은 경제를 살리는 관광 산업이고 시위는 경제 민폐라니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죠.


출처 - 헤럴드경제


11월 광화문 주말 상권은 아주 좋았습니다. 촛불이 지나간 자리에는 민주주의와 함께 매출이 는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으니까요. 광화문, 시청 앞 등은 다양한 공기관과 기업이 모인 대표적인 주중 상권입니다. 주말에는 몇몇 장소를 제외하곤 문을 닫을 정도로 장사가 안되죠. 그런데 이번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 덕분에 광화문, 시청 등지의 카페, 편의점, 숙박업소, 식당 등의 매출은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GS25는 지난 12일 100만 촛불을 들었을 때 시청과 광화문 인근 20개 점포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매출이 2~3배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매출이 117.5퍼센트 높았다고 합니다. 노점에서 파는 따뜻한 음료와 핫팩은 일찌감치 완판되었죠.


출처 - 중앙일보


주말마다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KTX와 버스를 대절해 올라오는 지방 상경객 덕분에 대중교통 수단은 매진이 속출합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시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바로 내려갈 수도 없으니 숙박도 해야 합니다. 실제 촛불시위가 계속되는 11월 주말마다 광화문과 시청 등지의 숙박업소들은 특급호텔부터 작은 모텔에 이르기까지 휴가철과 비슷하게 빈방 구하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광화문 광장, 시청 광장과 가까운 특급 호텔은 시위로 인해 예약을 취소한 외국인 투숙객들 대신 시위에 참여했거나 역사의 순간을 가족 단위로 눈에 담기 위해 온 국민으로 꽉 찼습니다. 서울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더 플라자 호텔은 800만 원짜리 스위트룸을 제외한 410개 객실이 꽉 찼고, 광화문 광장에 가까운 포시즌스 호텔은 가장 저렴한 객실이 40만 원이 넘는 5성급 호텔이지만 평소보다 객실 이용률이 30퍼센트 이상 뛰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촛불의 경제학'이라고 할 만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은 분명히 좋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국격을 너무나 떨어뜨린 탓에 어떤 심각한 상황이 닥칠지 모를 정도입니다. 중국의 한한령 때문에 이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고요. 그러니 현재의 경제적 문제는 이명박근혜 정부의 무능함과 부패 때문이지 촛불시위 때문이 아닙니다. 시위는 오히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현장 실물 경제를 돌리는 이벤트로서 톡톡히 기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위 현장 부근의 차량 흐름이 오히려 더 좋아졌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출처 - 조선일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글로벌 큰손들은 대기업에 최순실이 연루된 게 사실이라면 한국 투자를 줄일 생각이라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대기업과 박근혜 최순실과의 뇌물과 특혜가 사실이 될 경우, 세계의 대형 연기금들이 투자 제외 대상으로 분류하는 부정부패 기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큰 연기금들은 자체적인 기준을 쓰기도 하지만 유엔의 책임 투자 원칙(PRI) 약정서에 서명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기엔 뇌물 등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기업엔 투자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들어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2006년 만들어진 이 유엔 PRI에 서명한 연기금, 국부펀드 등 이른바 자산 소유자들이 굴리는 돈은 무려 16조 600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2경 원에 달합니다. 안 그래도 외화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경제를 생각하면 이런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선 깨끗한 경영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시위를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빨리 퇴진해야 하며 최순실을 비롯해 국가 경제와 품격을 좀먹은 부역자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고 마땅히 처벌하는 한편 그들이 쌓은 부를 환수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경제 회복과 국가 재건의 시작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으로 웃기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연일 외신에 회자하다가 《월스트리트저널》 지국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다룰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그가 다룬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남한의 대통령이 마스크를 쓴 자기 나라 시위자를 IS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진짜로요."



출처 - 트위터


언론인으로서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비유였으면 맨 뒤에 농담이 아니라 '진짜'라는 말까지 덧붙였을까요? 일국의 대통령이 저런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 같아 그랬을 겁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의 행태를 보노라면 외신 입장에선 남한과 북한을 구별할 수 없을 지경이니까요.



시위하는 국민을 테러리스트에 비유하는

박근혜 대통령, 과연 제정신인가?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농민인 백남기 씨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직사했습니다. 백 씨는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태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도덕적으로는 유감이나 법적으로는 사과할 수 없다는 유체이탈화법을 구사하며 책임을 면피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하지만 그마저도 지난 24일 긴급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민중총궐기를 불법 폭력 사태로 규정하며 쐐기를 박아버렸습니다.

출처 - 한겨레


출처 - 고발뉴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백 씨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복면 시위를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S도 지금 얼굴을 감추고 그렇게 하고 있지 않으냐며 시위에 나선 국민을 IS 테러리스트에 비유했습니다. 사실상 복면 착용 금지법을 강조한 겁니다.


복면 착용 금지법 같은 게 만들어지면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겠지요. 지난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자신의 발언으로 반박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08년 국회의원 박근혜는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폭력시위를 해서는 안 되지만, 이렇게 시위를 하는 건 국민들이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에 거리로 나와 정부에 항의를 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왜 과거의 자신과 싸우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거 자신이 했던 발언이 '종북'적 발언이어서 그런 걸까요? 뭐, 지금도 외계어에 가까운 언어를 구사하기에 별도의 번역기가 필요한 분인 만큼, 그의 정신세계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개 출판사에서 직접 하기엔 벅찬 일 같군요.

 

《부시의 정신분석》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서민적이고 소탈했던 대통령인 동시에 가장 강경하고 완고한 대통령이기도 했던 조지 W. 부시. 그가 취임 이후 벌인 일련의 자기 모순적이고 과대 환상적인 행위들은 '정신분석'이라는 특별한 주제의 대상이 되는 데 부족함이 없었죠.  

 

이 책은 신앙심이 깊었던 사람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라크를 폭격하고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즐거워하며 자축할 수 있는지, 어떻게 대통령이 거짓 구실로 군인들을 전장에 보내놓고 자기 집무실 책상 밑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우스갯소리나 늘어놓았는지, 그 이유를 선명하게 밝혀줍니다.

 

일국의 대통령의 정신을 분석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워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우리 사회에 《박근혜의 정신분석》 같은 책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집필 중인 분이 계시면 생각비행으로 꼭 연락해주세요.

 

 

국민이 뿔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IS 테러리스트 발언으로 수많은 국민의 비난이 인터넷을 뒤덮었습니다.




출처 – 고발뉴스 트위터


이 밖에도 "복면시위 못 하게 할 거면 복면가왕부터 폐지시켜라"는 등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비웃음이 넘쳐났습니다. 신문 만평 역시 이번 사안을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테러방지법은 시위진압법인가?


국민의 분노에 아랑곳없이 정부와 새누리당은 테러 방지 종합대책을 논의했습니다. 테러방지법 제정과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감청 허용, 특정 금융거래 정보 보고 및 이용 등과 테러 관련 예산 증액 방안들이었죠.

 

출처 - 한겨레


지금도 잊히지 않는 9.11 테러로부터 시작해 얼마 전 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상대로 벌어지는 테러는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우리나라도 테러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타이밍과 전담기관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작부터 터진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 민간인 사찰 의혹,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국정원의 RCS 해킹 프로그램 구매 등 일련의 사건이 증명하듯 국민을 기만하고 통제하려 할 뿐 아니라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테러방지법은 사실상 국정원을 유신 시절 무한 권력의 안기부로 되돌려놓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호시탐탐 통과시킬 기회를 노리겠지요.


테러방지법에는 테러조직 구성 시 최고 사형, 가담 시 중형 선고와 같은 극형이 수두룩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민중총궐기 대회 같은 시위를 정부가 도심 테러로 규정한다면 어떤 참극이 벌어지게 될까요? 복면 쓴 시위자를 IS 테러리스트에 비유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볼 때 1980년 군부에 의해 주도된 학살이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아 섬뜩합니다.

 

출처 - 일요신문


박근혜 대통령은 시위자를 향해 물대포를 직사한 불법 진압의 책임을 논하지도 않고, 사경을 헤매는 국민을 눈앞에 두고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경찰청장 문책 및 처벌 등 응당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조치를 무엇 하나 하지 않고 있습니다. 되레 10만 명이 넘는 국민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그들을 탄압할 방책을 궁리 중입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정통성마저 무시하려는 마당에 국민이 대수겠습니까? 아버지처럼 밟아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요. 

 

하지만 국민은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독재로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한 권력자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아버지를 교훈 삼아 성찰하기 바랍니다. 그 입 다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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