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

 

"이게 나라냐?" 하고 광장에서 외치던 겨울을 보내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비정상적인 상황이 하나하나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어 기쁜 요즘입니다. 이번에는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의 사망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질병에 의한 자연사가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한 사망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죠.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 도중 박근혜 정권의 충견이었던 경찰의 물대포 직사가 원인이 되어 돌아가신 것이 너무도 분명한 사건이었습니다.


출처 - 뉴시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서울대병원의 주치의 백선하 교수는 백남기 농민의 사망을 지킨 3년 차 전공의에게 사인을 병사로 기재하라고 지시하고는 국정감사에서도 백남기 농민의 유족이 적극적 치료를 원치 않아 치료를 시행하지 못해 사망 종류를 병사로 기록했다고 재차 주장했죠. 

 

당시에도 대한의사협회 지침에 따라 외인사로 기록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으며, 심지어 대한의사협회의 지침을 만든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도 외인사로 적었어야 했다고 쐐기를 박았죠. 하지만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는 사망진단서 작성이 주치의 고유 권한이라며 끝까지 우겼습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권 차원에서 서울대병원 주치의에게 유·무형의 압력이 있었거나 백선하 교수 스스로 곡학아세한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출처 - 매일경제


하지만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자연의 순리처럼 박근혜가 탄핵당하고 구속된 후 정권이 바뀌자 비정상적이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유족과 시민단체의 이의 제기에 서울대병원은 의료윤리위원회를 통해 백선하 교수가 진단서 작성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하고 백선하 교수와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전공의에게 정정을 권고했다고 하죠. 하지만 백선하 교수는 끝내 권고를 거부했고 직접 사망을 보고 진단서를 쓴 전공의의 동의하에 사망진단서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사망진단서 변경으로 백남기 농민의 직접 사인은 심폐정지에서 급성신부전으로 변경됐습니다. 기존에는 급성경막하출혈에 따른 급성신부전에 의해 심폐정지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번에 수정된 사망진단서에서는 중간 사인을 패혈증으로 적시하고 패혈증의 선행사인으로 외상성경막하출혈을 지목했습니다. 사실상 뇌출혈을 일으킨 직접적 사망원인이 경찰의 물대포라고 인정한 겁니다. 이와 동시에 서울대병원은 사인 정정이 너무 늦어진 데 대해 백도라지 씨를 비롯한 유족들에게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는 사망진단서 정정은 당연한 일이며 늦게나마 정정이 이뤄져 다행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족들은 그동안 사망신고를 할 경우 사인이 기존 진단서대로 병사로 굳어질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여 고인의 사망신고조차 못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는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와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의 사죄와 당시 병원장과 안종범 경제수석의 사적 만남 등을 철저히 조사해 밝혀야 한다는 주장을 밝히는 한편 함께해준 국민의 힘으로 승리했다며 도움을 준 모든 국민의 성원에 감사의 뜻을 보냈습니다.


출처 - 중도일보


표창원 의원의 "만시지탄이지만, 고맙습니다"라는 메시지나 은수미 의원의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일제히 '늦었지만 진실이 바로 잡혀 다행'이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적폐의 아성인 자유한국당은 사인 변경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국민은 거의 없다는 해괴한 소리를 해서 국민의 공분을 샀죠.

 

출처 - 한겨레


당연하지만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벌어진 민중 시위를 살인 진압한 경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대포를 쏜 장본인인 경찰은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유족과 시민단체들의 줄기찬 사과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던 경찰 측은 지난 16일 이칠성 경찰청장이 처음으로 직접 나서서 사과의 뜻을 표명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이칠성 경찰청장은 "그동안 민주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생을 마감한 박종철, 이한열 등 희생자를 비롯해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유명을 달리한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 및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찰의 공권력은 어떤 경우일지라도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절제된 가운데 행사돼야 한다"면서 "경찰의 지나친 공권력 행사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앞으로 일반 집회시위현장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을 것이며 사용 요건을 최대한 엄격하게 제한하겠다" "이는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법제화함으로써 철저하게 지켜나갈 것"을 약속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게 나라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촛불개혁 10대 과제에 포함했던 사건 진상 재규명 조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유족 측에는 그동안 국가의 폭력으로 고통받은 데에 대한 합당한 배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경찰 쪽에서는 책임자 문책과 처벌이 뒤따라야 합니다. 아울러 조사 와중에 박근혜 정권 차원의 외압이나 회유가 있었다면 명명백백히 밝혀 다시는 시민의 억울한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못을 박아야 할 것입니다.

 

생가비행은 고 백남기 농민이 살인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고 있을 상태 때부터 박근혜 정부에 책임을 물었습니다. 아울러 국민을 짓밟고 소통을 단절한 권력자의 말로가 어떠했는지를 묻고 성찰을 촉구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올렸습니다.

 

 

백남기 농민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에게 국가의 존재 이유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광장에서 생각비행은 청소년들에게 사회의 문제를 고민하게 하는 책을 기획했습니다. 인생, 삶의 태도, 사회와 국가 등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자유롭게 키워나가도록 도와주는 책 말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에 플라톤은 자신이 사랑했던 조국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점령당하고, 망가지는 민주정치를 봐야 했으며, 우매한 아테네 시민의 손에 존경하는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죽임을 당하는 모습마저 목도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올바름이란 무엇일까?"
"올바르게 사는 것이 행복할까, 아니면 올바르지 않게 사는 것이 행복할까?"
"올바름이 국가에서는 어떻게 생기는 걸까?"

 

플라톤은 지중해 주변 국가들 돌아다니며 많은 철학자, 수학자, 성직자 등을 만나고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며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기록했습니다. 그 책이 바로 《국가》입니다.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습니다. 


혼란한 아테네의 정치를 개혁하려고 했던 이유, 어떤 사람에게 나라의 통치를 맡겨야 하는가, 그런 통치자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바람직한 ‘이상 국가’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왜 철인(哲人)이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플라톤은 《국가》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이 ‘국가 혹은 올바름에 대하여’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죠.

 
생각비행이 광장에서 기획한 책, 《플라톤, 이게 나라다!》를 읽으면 당대의 고민을 삶으로 풀어낸 플라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그리스의 정치, 사회의 문제를 지금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실과 비교하여 생각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 이게 나라다!》는 서양철학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어렵게만 생각해서 잘 읽히지 않는 고전인《국가》를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플라톤의 고민을 이 시대에 풀어내는 청소년이 늘어난다면, 다가오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요?

 

출처 - 뉴시스

 

질문이 느낌표가 될 때까지 최고의 사상가들과 우리 청소년들이 함께 고민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울러 고 백남기 농민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 시대의 청소년들이 가슴 깊이 간직하길 바랍니다.

 

"지옥은 텅 비었고, 모든 악마들이 여기에 있도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희곡 〈템페스트〉에 쓴 구절입니다. '1% 대 99%'라는 구호가 상징하는 자본주의의 불평등한 현실을 월스트리트의 실상 폭로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책,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의 제목이 바로 이 구절을 빌려 쓴 것이기도 합니다. 셰익스피어가 쓴 구절을 우리 사회에 적용한다면 이 글의 제목 "지옥은 텅 비었고, 모든 악마들이 헬조선에 있도다"가 될 겁니다. 어떻습니까? 실제로 그러하지 않습니까?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경찰이 직사한 살인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1년여 동안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농민이 지난 25일 숨졌습니다. 억울한 죽음 자체가 참담한 일인데, 더 잔악한 일은 그다음부터였습니다. 국가공권력에 의해 명백히 살인을 당한 분에게 대통령이 사과하고 배상을 말해도 늦을 이때, 박근혜 정부의 선택지는 다름 아닌 독재정권 시대에 횡행하던 시체 탈취와 강제 부검이었으니까요.


지난 25일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자마자 경찰은 서울대병원을 압수수색하고 법원에 부검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했죠. 하지만 재청구 끝에 28일 법원의 부검 영장을 발부받습니다. 법원은 부검 방법과 장소에 관해 유족의 의사를 반영할 것을 전제로 영장을 발부했다는 핑계를 달았지만, 유가족과의 합의가 아닌 협의만으로도 영장을 집행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경찰이 독재 시대처럼 대부대를 이끌고 강제 집행으로 시체를 탈취할 조건을 갖춰준 것입니다.


출처 - SBS


당연한 얘기지만 유가족은 백남기 농민의 부검을 명백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시위 당시 CCTV 화면과 다른 증거들을 봐도 경찰이 직사한 살인물대포에 의해 발생한 뇌출혈이 그동안의 투병과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임이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경찰이 이토록 집요하게 강제로까지 부검을 집행하겠다는 것은, 독재 시대 때처럼 어떻게든 법의학적 원인을 만들어 고인이 물대포가 아닌 지병으로 숨졌다는 소리를 하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는 핑계가 저들에겐 절실한 겁니다. 악마가 따로 없습니다.


외신은 평화로운 장례식을 왜 수백 명의 경찰이 감시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국가공권력에 의해 사망한 사람의 장례식을 국가공권력이 감시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도 안 되고 말도 안 되는 처사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8일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 소식과 관련해 경찰의 물대포 사용에 대해서는 독립된 기관에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진상조사를 통해 가해자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하고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키아이 유엔보고관은 유가족이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한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이 땅의 악마들을 제외하고는 백남기 농민의 부검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서울지방법원 판결문에 경찰이 직사살수로 백남기 씨에게 뇌진탕을 입게 했고 응급차량에까지 직사살수를 해 이때의 경찰의 시위 진압은 의도적이든 조작적이든 실수든 그게 뭐든 간에 위법한 것이었다고 명시하는 법적 판단이 이미 나왔기 때문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게다가 경찰은 살수차 운용 지침을 위반한 당사자이므로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직사살수할 때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야 한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최루액 혼합살수도 경고살수 없이 처음부터 섞어 쓴 것 또한 지침 위반이었습니다. 살수차 사용 중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 즉시 구호조치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한다는 지침을 지키긴커녕 구호하러 온 응급차량에까지 직사살수한 것이 영상자료로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경찰이 법과 지침을 어겨 공권력을 남용해 무고한 시민을 죽인 것이 너무나 명백합니다.


출처 - 뉴스타파


출처 - 이데일리


지금까지 다양한 정권에서 무고한 시민이 시위 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왔습니다. 하지만 독재정권의 후예인 노태우 정부 때도 내무부 장관을 경질했고, 하다못해 이명박 정부조차 대통령이 사과하고 경찰청장 내정자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찰청장이 사과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평화로이 고인을 보내드려야 할 장례식장을 되레 경찰들로 봉쇄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이 헬조선임은 명백합니다. 헬정치로 무고한 시민을 죽이기 때문입니다. 지옥에 있어야 할 악마들이 헬조선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법원이 부검 영장을 발부하자 백남기 농민의 딸인 백도라지와 백민주화 씨 등 유족 대표는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이들의 손이 다시 아버지에게 닿게 할 수 없다"고 하며 사인이 명확한 만큼 부검은 필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막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아버지를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식 된 도리로 아버지를 고이 보내드려야 할 이때 경찰과 언론의 괴롭힘에 대응해야 하는 유가족들의 비통한 마음이 애처로울 따름입니다.

출처 -민중의소리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오마이뉴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야간이라 영장집행이 어렵다며 29일 중 영장 집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입구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며 대응할 예정입니다. 장례식장 앞에서는 촛불문화제가 이어지고 있으며 조문객 행렬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야당은 백남기 특검을 추진할 태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유가족의 안위가 우선입니다. 딸들이 아버지의 장례식을 무사히 치르기를 두 손 모아 바라야 할 정도로 대한민국이 망가졌다는 현실이 참으로 슬픕니다. 다시 한 번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은 뒤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농민이 바로 어제(25일) 1시 58분에 사망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측은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없는 가운데에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번 백남기 농민 청문회를 통해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있으니 이는 당연한 요구입니다. 

 

백남기 농민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박근혜 정권은 책임을 통감하고 무조건적인 사과부터 해야 할 텐데도, 이제 와 사망 원인을 가리겠다며 망자의 부검을 거론하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백남기 농민의 기막힌 죽음을 계기로 더는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시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출처 - 한겨레

 

 

생각비행은 그간 여러 번의 기사를 통해 김영란법의 의의와 우리 사회에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를 소개해왔는데요, 오늘은 김영란법 시행을 이틀 앞두고 그간 의견이 분분했던 이 법이 우리 사회에 이미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습을 살펴볼까 합니다.

 

김영란법 국회 본회의 통과, 그 의미와 향방
http://ideas0419.com/541

 

김영란법으로 경제 위축? 말도 안 되는 소리!
http://ideas0419.com/636

 

김영란법으로 저녁이 있는 삶 이루자
http://ideas0419.com/653 

 

일전에 저희는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한들 국민 경제에 아무런 이상이 없고, 이를 불안하게 여기는 이들은 걸릴 구석이 많은 사람과 그 주변에서 꿀을 빨던 이들뿐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 농어촌 다 죽는다"고 경제 단체와 일부 언론이 앓는 소릴 하던 와중에 추석 연휴가 지났습니다. 과연 이번 추석 연휴에 김영란법 때문에 우리 농어촌이 폭삭 주저앉았을까요?

출처 - 경향신문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올 추석 명절에 지역 백화점들의 선물세트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김영란법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지역 백화점들의 선물 세트 매출 신장세가 지난해 추석 대목보다 10퍼센트 이상 높아졌을 정도입니다. 추석 연휴를 앞둔 2주간 각 백화점에는 선물세트 판매와 배송 과정에 김영란법 시행에 관련된 문의가 잇따르긴 했습니다. 이 선물 때문에 상대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지, 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등을 궁금히 여겼기 때문입니다.


출처 - SBS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5만 원 이하 저가 선물세트 비율이 늘었고, 10만 원 이상 고가 선물 세트가 감소했습니다. 갤러리아 백화점의 경우 추석 선물 세트 판매 실적이 지난해 대비 10퍼센트 늘었는데, 그중 5만 원 미만 선물 세트의 비중이 지난해 대비 47퍼센트나 급증했다고 합니다. 백화점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5만 원 이하 저가 선물세트 구성비가 높은 대형 할인점들도 지난해와 비슷한 매출고를 올렸습니다. 사람들이 김영란법을 의식하긴 했지만 법의 한도 안에서 선물하면 문제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실제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입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경제가 위축된다고 하던 이들은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출처 - 더팩트


부산의 특산품인 고급 어묵과 통영 멸치, 기장 미역, 보령 김 등 지역 농어촌 특산물은 김영란법 수혜 품목으로 꼽힐 정도라 김영란법이 농어촌 경제를 망치기는커녕 지역 특산물 특수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대구신문


대표적인 지역 기업들이 모인 대구에서도 김영란법이 시행돼도 기업 매출과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며 기업경영에 오히려 긍정적일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기업 124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이 시행되어도 기업 경영에는 변화가 없거나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87.1퍼센트에 달했고,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12.9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청탁 금지법을 통해 사회 투명성이 더 높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출처 - JTBC



김영란법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공무원들과 그들을 대상으로 한 사람들일 겁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이미 적응하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가 몰려 있는 세종시에서 공무원들이 즐겨 찾는 한우 전문점들은 식사 가격을 김영란법의 규제를 받지 않도록 낮추기 위해 손님이 직접 고기를 굽도록 하는 셀프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소갈비와 돼지갈비를 섞어 내놓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경찰청 앞 참치횟집은 아예 2만 9000원짜리 김영란 메뉴를 선보였습니다. 한 술집은 1인당 4900원만 내면 생맥주와 와인을 무제한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하며 김영란법 시행 기념 이벤트로 명명해 김영란법이 마케팅 요소로 활용될 수도 있음을 보였습니다.


출처 - 서울경제


김영란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열린 고위당정청협의에는 9000원짜리 죽 세트가 등장했습니다. 기존처럼 호텔 케이터링으로는 3만 원을 못 맞추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예행연습인 터라 총리실 공무원이 죽을 배달해 끓이고 과일을 직접 깎아 대접하는 서툰 촌극이 연출되긴 했지만 말이죠.  

 

이 때문에 김영란법에는 3만 원까지 허용하지만 실질적 정부 공식 행사의 식대 상한선이 1만 원 이하로 정해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이런저런 잡음과 서툰 구석이 있겠지만 이것이 옳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길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바로잡아 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공무원들은 김영란법에 관한 한 할 말이 없을 겁니다.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니까요. 최근 5년간 발생한 현직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가 4만 건을 넘은 데다 그마저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음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뇌물 수수, 횡령 및 배임 등 그 죄목도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런데도 솜방망이 처벌만 이뤄지다 보니 공무원의 부패와 비리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구조적 모순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이런 악순환을 28일부터 정식 시행되는 김영란법이 끊어내길 기대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대접하는 것, 대접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풍토는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자기 밥과 차는 자기가 사서 먹읍시다. 먹고 마시고 흥청망청해야 일이 돌아가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2차-3차로 이어지는 불필요한 접대 문화를 근절하고 일찍 집에 들어가 각자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립시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그렇게 변해가는 게 마땅합니다. 그런 변화가 곧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집니다.

 

김영란법에 대한 개념을 잡지 못한 분들을 위해 사례를 통해 김영란법을 쉽게 설명하는 자료를 소개해드립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김영란법 풀어드립니다 - 저촉 피할 '3단계' 행동은? : https://youtu.be/kZg8qpjCY_c


김영란법 풀어드립니다 - 영화 속 장면, 이제는? : https://youtu.be/zsFuM4g_7SI

 

2010년 1월 거센 눈보라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보도를 해 큰 관심을 받았던 박대기 기자를 기억하십니까? 2013년 9월에는 박 기자가 트위터에 남긴 말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국내언론은 다 거짓말이니까 진실을 알려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던 어머니의 말씀이 그를 언론인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출처 - 트위터


헬조선, 개성공단 폐쇄,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필리버스터 등등 한국 사회의 이상 징후를 드러내는 사회적 현상에 관해 언론과 방송은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왜곡된 사실을 반복 재생산하는 일도 허다합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언론과 방송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마저 '선거구 획정 처리'를 위한 거대 양당의 야합으로 그 빛을 잃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생각비행은 수차례 한국의 상황을 외신을 통해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관련 기사: 박근혜를 비판한 세계 주요 외신 보도, 박근혜 대통령, 그 입 다물라!, 외신을 통해 살펴보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시간이 갈수록 국내 언론과 방송 환경이 피폐해지다보니 국내 상황을 외신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관해 관심이 더 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필리버스터 정국을 외신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뉴욕타임스》― 로켓은 북한이 쐈는데 왜 남한 국민을 터나?



모처럼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장을 선사한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정국을 미국 《뉴욕타임스》가 상세히 전했습니다. 은수미, 정청래 의원의 필리버스터 기록은 물론 집단 필리버스터로는 이미 세계 최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내용까지 포함해서요. 아울러 《뉴욕타임스》는 한국 야당 의원들이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되는 정부의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으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출처 - 뉴욕타임스


특히 독재자 박정희와 그간 민간인 불법 사찰 등 무수한 정치 개입을 일삼았던 국정원을 소개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권력 남용을 제재할 대책도 없이 국정원에 더 많은 권한을 주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한 정청래 의원의 필리버스터 중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북한인데 왜 국정원은 한국 국민의 휴대폰을 조사하려 하는가? 로켓을 발사한 것은 북한인데 왜 국정원은 한국 국민의 은행계좌를 추적하려고 하는가?"라는 발언을 직접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가디언》과 무디스 ― 개성공단 폐쇄는 한국경제 적신호 될 것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폐쇄를 기습적으로 발표하고, 증거도 없이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흘러들어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우리나라 124개 기업과 많은 협력업체가 도산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가디언》은 한국은 개성공단을 폐쇄함으로써 김정은 손에 놀아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기습적인 남한 정부의 결정은 합의를 파기한 것이기 때문에 외교적인 문제가 될 수 있고, 손해 액수로 따져도 한국 경제가 입을 타격이 북한보다 훨씬 크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출처 - 가디언


국내 전문가 의견뿐 아니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2월 13일 무디스는 개성공단의 폐쇄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시켜 한국의 국가 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사고만 치고 뒷수습을 하지 않는 무능한 박근혜 정부는 무디스의 발표와는 정반대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및 경제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무디스가 보고서 제목과 본문에 부정적(Negative)이라는 표현을 강조했음에도 말입니다. 

 

무디스의 보고서를 직접 찾아보거나 해외 언론의 분석을 신경 쓰지 않고 정부 발표 받아쓰기에 바쁜 국내 언론 기사만 보신 분들은 별문제 없다고 착각하고 계시겠죠. 박대기 기자 어머니의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가디언》은 기사에서 "2016년은 이미 후에 한국의 역사책에서 기억되고 후회될 새로운 날짜들을 추가하는 우울한 겨울을 맞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UN과 국제앰네스티 ―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유 위축되었다


UN과 국제앰네스티 등 세계 주요 기관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표현, 집회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 1월 20일부터 29일까지 용산참사, 밀양 송전탑, 강정마을, 세월호 유가족, 백남기 씨 가족 등 시민사회 각계 관계자를 두루 만나 한국의 집회, 결사의 자유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를 1월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표했습니다. 

 

마이나 키아이 유엔 특별보고관은 "(2015년 민중총궐기의) 백남기 씨 사례에서 보듯 물대포는 심각한 신체 부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물대포와 차벽을 과도한 무력과 함께 사용할 경우 경찰과 시위대 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평화로운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점진적으로 뒷걸음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견 제기를 억누르는 북한의 방식은 우리가 피해야 할 대표적 사례"라고 질타했습니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식이 북한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한 겁니다.

 



출처 - 국제앰네스티


유엔만이 아닙니다. 국제앰네스티는 2015년 세계인권상황 연례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서 표현, 결사, 집회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인권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국가보안법,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이주노동자 노조 등록 지연 등의 사례 수집, 분석한 결과라고 합니다. 앰네스티 또한 민중총궐기 당시 백남기 씨에게 물대포를 쏜 사례를 구체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인 EIU가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에 의하면 2015년도 한국은 민주주의 수준 평가에서 이전까지 지키고 있던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미흡한 민주주의로 단계'로 하락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선거 과정' 점수의 폭락이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명박 정권하에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 국정원의 합작으로 이뤄진 대선 부정 개입 때문입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 들어 민주주의는 물론 정치, 외교, 경제에 이르기까지 지속적 퇴행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 외신을 통해 꾸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 헬조선을 말하다


 

한국 사회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단어인 '헬조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이른바 고학력 백수에 해당하는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지난해 기준 334만 6000명에 달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3.1절 기념식에서 "하루라도 빨리 노동 개혁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정부의 '노동 개악'은 대기업의 쉬운 해고를 위한 것임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죠. 박근혜 정부 들어 중산층 붕괴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소득을 올리는 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고, 전세와 월세는 폭등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도 나아지는 것이 없고, 사회안전망은 나날이 약해지는 형국이지요.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젊은 세대가 처한 현실을 다양하게 분석하는 기사에서 '헬조선 현상'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한국은 금수저와 흙수저로 계급이 나뉜 나라이고, 젊은층의 3분의 2가 비정규직인 흙수저들에겐 답도 미래도 없다고 말입니다. 이와 더불어 페이스북 그룹, 온라인 사이트 등에 헬조선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실행하는 한국 세태를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한겨레

 

어떠십니까? 권력에 장악된 국내 주요 언론, 방송이 떠들어대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덕분에 안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주말이면 경칩입니다. 하지만 우리네 삶은 한동안 겨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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