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한 발언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지난 13일 오전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2013년 박근혜를 아베와 함께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귀태 후손들이라 지칭한 홍익표 의원은 사과와 함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바 있죠. 민주당은 물의를 일으킨 나 원내대표에게 사과와 아울러 당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사실 이번 국회 내에서 한 연설 내용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출처 - 보배드림 베스트글

 

나 원내대표는 일본 자위대 기념행사에 참여한 자신을 친일파라고 비난한 시민을 고발한 바 있죠. 그런 본인이 정작 연일 망언을 쏟아내고도 버티고 있어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근래 도를 넘은 나경원의 망언은 자신의 불안한 존재감을 어떻게든 타개하고자 하는 시도에 불과합니다. 자유한국당 내 나경원 리더십 한계론을 극복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계산적인 행동인 셈이죠. 보수의 연합을 꾀하여 살아남겠다는 의지의 발로라고 할까요?


출처 - 한국일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패착입니다. 국회 윤리위에 제소되었고, 여당은 물론 나머지 야당에게도 맹공격을 받고 있으니까요.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것도 한 이유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나 원내대표의 입장 때문입니다. 지난 11일 나경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딱 하나, 대통령 마음대로 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고 싶은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이 내용인 담긴 선거법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려놓을 경우 "의원직 총사퇴를 적극 검토하겠다"라는 무책임한 말도 내뱉었죠. 패스트트랙은 신속처리안건으로서 교섭단체 간 이견으로 법안 심사가 지연될 경우 소관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최대 330일 후 본회의에 법안을 자동 상정하는 제도입니다. 당파 싸움에 찌든 국회를 어떻게든 돌려보겠다는 취지의 제도인 셈이죠. 그러나 '패스트'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거의 1년이 걸리는 제도입니다.

 

출처 - YTN 

 

지난 3월 11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나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담긴 선거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거세게 반대하자 여야 4당의 비판이 자유한국당으로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들은 패스트트랙에 올려 이참에 자한당 의원 총사퇴 좀 보자며 벼르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여야 5당의 합의를 깨고 비례대표 의석을 없애 국회 의석을 270석으로 감축하자는 개편안마저 들이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성난 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원내각제 개헌 없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나경원은 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사람인데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게 바로 이런 경우일 겁니다.


출처 - 노무현재단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나경원의 주장은 헌법의 기본 정신을 잊었거나 무시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고칠레오〉에 출연한 박주민 의원의 말대로 나경원이 주장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정수의 무한확대와 극심한 다당제를 초래하며, 의원정수는 300석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불문의 헌법 정신에 반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제헌헌법에는 남쪽 인구가 대략 2000만 명 정도 되기에 국회의원은 200명 이상 돼야 한다는 표현이 있죠. 적어도 인구 10만 명 당 국회의원 1명은 둬야 한다고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헌법 정신에 따르면 인구가 증가할수록 국회의원 정수도 따라서 늘어나는 게 맞습니다. 또한 최소 200명이라는 하한 규정은 있지만 상한 규정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나경원의 비례대표제 폐지 발언과 의원수 축소 주장은 헌법 정신과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무시 혹은 무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출처 - 한국일보


심상정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는 자유한국당의 선거제 개혁안은 선거제도 개혁에 어깃장을 놓기 위한 청개구리 안"이라며 패스트트랙을 빨리 하라고 등 떠미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패스트트랙 강행 시 자유한국당이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한 바에 대해 심 위원장은 "밀린 숙제하라고 하니까 자퇴서 내는 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당의 비례대표 폐지안은 헌법 위반이기도 합니다. 헌법 41조 3항에 비례대표제의 입법 명령 조항이 뻔히 있는데 사법고시를 본 판사 출신 나경원이 누더기 선거제도 개혁안을 들이밀고 있으니 헌법을 잊은 걸까요? 아니면 무시하는 걸까요? 

 

출처 - 노컷뉴스


대통령제를 유지한 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법을 개정하면 대통령 독재국가가 된다는 나 원내대표의 주장도 사실과 다릅니다. 프랑스 정치학자 뒤베르제에 의하면 1위만 뽑는 선거제도에선 유권자들이 사표를 의식해 소수정당을 뽑지 않게 되면서 양당제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했습니다. 나경원과 자한당의 주장과 반대로 현재 선거법으로는 여대야소 국회에서 대통령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출처 - 녹색당

 

지난해 여야 5당이 합의한 선거제도 개편 역시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자는 취지를 담아 논의된 것이었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소수정당이 국회에 진입하는 문턱이 낮아지게 돼 다당제로 이어집니다. 양극화된 정치 지형을 개선하고 대통령과 여당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을 막으려면 하루빨리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폐지하는 것을 전 세계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다는 나경원의 주장 역시 거짓입니다. OECD 가입국 중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않는 곳은 5개 나라뿐입니다. 31개 국가는 비례대표제를 전면 도입하거나 한국이나 일본처럼 부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직 도입하지 않은 5개국 내에서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결국 나경원과 자한당이 주장하는 비례대표 폐지와 제출한 선거제도 개편안은 헌법을 무시하며 비례대표 의원을 없애버리고 영남 위주의 지역구 의원을 늘려 자신들의 배만 불리겠다는 의지 표명에 불과합니다. 나경원의 망언과 자한당의 누더기 법안 제출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머지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혁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선거제도의 핵심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이 사표가 되지 않고 국회 구성에 정확히 반영되게 하는 것이겠죠. 조속히 선거제도를 개혁하여 내년 총선부터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는 정당 구성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2019년도 대한민국 예산은 470조 5000억 원입니다. 올해 예산보다 약 41조 원가량 증가했습니다. 이는 9.7% 증가한 수치로 내년도 경제 성장전망률 4.4%의 두 배 수준입니다. 특히 보건, 복지, 고용 분야의 예산이 크게 증가될 예정이라고 하죠. 이렇게 큰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정하는 역할은 국회의 몫입니다. 국민의 대리인으로 선출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한국경제


내년 예산 470조 5000억 원을 국회의원 300명으로 나누면 국회의원 한 명당 1조 6000억 원의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셈입니다. 또한 2018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수가 5164만 명이니 국회의원 한 명이 국민 17만 명을 대표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체 1조 원은 어느 정도나 되는 돈일까요? 단군 할아버지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60만 원씩 쓰고도 원금 1조 원이 그대로 남을 정도의 돈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의문이 듭니다. 국회의원 1명의 역할이 너무 큰 것 아닌가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과연 국회의원은 몇 명이 적당한 걸까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부분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바로 대한민국의 선거제도입니다.


출처 – 한라일보


대한민국은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 병립제를 선거제도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소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투표가 간단하고 명확합니다. 하지만 군소정당이나 무소속에 매우 불리한 제도죠. 1등만을 뽑기 때문에 49.9% 득표한 후보가 50.1% 득표한 후보를 이길 수 없습니다. 두 후보 모두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은 건데도 말입니다. 


비례대표제는 이런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보완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각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비율을 국회 의원을 구성할 때 반영하겠다는 것이니까요. 소수 정당의 대표성을 보장하고 사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 제도에도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적은 득표율로도 의석을 차지할 수 있어 선거 직전 급조된 군소 정당이 비례대표제를 악용해 당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선거제도로는 상황에 따라 특정 정당이 유권자의 실제 지지율보다 훨씬 적은 의석을 갖게 될 수도 있고, 훨씬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대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당 득표율은 합쳐서 약 60%였지만, 실제로는 국회 의석의 8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니까 유권자의 정당 지지율이 의석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겁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비례대표에게 할당된 국회 의석이 300석 중 15%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국이 채택한 선거 방식인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에서 오는 이런 한계를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요? 최근 노란조끼 시위가 한창인 프랑스는 결선투표제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당선 조건으로 일정한 득표율을 충족해야 합니다. 만일 이를 충족하는 후보가 없으면 상위 후보 몇 명을 추린 다음 다시 투표(결선 투표)를 해서 최종 당선자를 뽑는 방식입니다. 결선투표제의 장점은 아주 명확합니다. 당선자가 확실한 대표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결선투표제에서 당선된 사람은 전체 투표자 과반의 지지를 얻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출처 – 허프포스트


지구 반대편에 있는 호주는 선호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투표자가 투표 용지에 후보자 전원의 선호 순위를 적어 그 순위를 당선자 결정에 반영하는 제도입니다. 선호 1순위 후보자를 집계하고 여기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최저득표자를 탈락시킨 뒤 각 표에서 최저득표자보다 낮은 선호 순위로 기표된 후보의 순위를 한 단계씩 올려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이를 반복합니다. 투표는 한 번 이뤄지지만 재투표가 즉석에서 시행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과반 득표라는 결선투표제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유권자 개인의 선호도를 보다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발전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주 외에 이탈리아, 벨기에, 뉴질랜드, 미국 몇 개 주에서도 선호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아주 흥미로운 점은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이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선호투표제를 채택한 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노무현 후보가 단숨에 지지율을 끌어올려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죠. 


출처 - SBS


이 외에도 다양한 선거제도가 있습니다. 후보자에게 복수로 투표할 수 있는 승인투표제, 한 선거구에서 대표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2~5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 등 전 세계 여러 나라는 다양한 선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정치 구도를 가진 나라는 없습니다. 어떤 나라의 선거제도가 좋아 보인다고 무작정 한국에 적용해 시행할 수는 없습니다. 요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로 국회가 뜨겁습니다. 야 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원외 정당인 노동당, 민중당, 녹색당 등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처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제도이길래 이렇게 많은 정당이 도입을 촉구하고 있을까요? 내일 자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4.13 총선 개표 방송을 보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분이 많으실 테지요. 뜻밖의 총선 결과에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어지간하면 개헌선 못 돼도 과반이라고 기고만장하던 새누리당은 참패했습니다. 반면 19대 의석이나마 유지하면 성공이라던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이 되었습니다. 국민의당은 '천하삼분지계'에 성공하며 약진했습니다. 정의당의 심상정과 노회찬은 금의환향했습니다. 

 

거대 양당의 공천 갈등이 이번 선거의 화두였습니다. 일여다야의 구조 속에 청와대까지 총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설문조사 결과는 번번이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측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습니다. 역시 민심은 무섭습니다. 20대 총선 결과로 우리나라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출처 - 노컷뉴스



새누리당 참패, 콘크리트 지지층 붕괴


이번 총선 내내 새누리당은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습니다. 정권을 잡은 집권당인 데다 단독으로 원내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견고한 지지를 받은 제1당이었죠. 레임덕이라는 불안 요소를 타개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새누리당을 돕기 위해 탄핵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노골적인 총선 개입을 마다치 않았습니다. 보수 언론들은 연일 북한의 동향을 퍼트리고 탈북자 문제를 다루며 북풍 몰이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모든 게 이전 선거판의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방심은 가장 큰 적이었습니다. 총선 참패 후 나오는 수많은 조롱은 그간 함부로 내뱉은 새누리당의 오만함의 결과일 겁니다.


출처 – 시사in

출처 – 뷰스&뉴스

출처 - 아주경제

출처 - 트위터


이번 총선에서는 북풍이 통하지 않는 중도층이 선거 판세를 움직였습니다. 총선 국면 전후로 이어진 대북 이슈에도 과거와 같은 보수 세력 결집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북한 핵실험,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폐쇄, 탈북자 집단 망명 등 주목할 만한 북풍 이슈가 연이어 터졌지만 국민은 이에 대해 염증을 느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강경 일변도인 대북 제재가 국민의 공감을 얻는 데 완전히 실패한 결과입니다.


중도층의 관심은 경제와 안전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보수의 아이콘이 집권하고 있고 과반이 넘는 원내 1당인 새누리당이 그 뒤를 받치고 있으면서도 경제는 계속 곤두박질쳤고, 사회적인 참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집권당에 과반 정당이라는 카드를 양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둘 중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무능하거나 악하거나.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이 둘에 다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으실 테지요. 어느 쪽이든 중도층은 손을 들어줄 일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출처 - 문화일보


특히나 이번 총선에선 진박, 친박, 비박 등이 갈리는 추한 공천 경쟁과 충성 경쟁 속에서 콘크리트 지지층인 영남권조차 등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놀랍게도 이번 총선의 평균 투표율은 영남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는 새누리당이 꼴 보기 싫고 그렇다고 갑자기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주긴 그러니 투표를 포기하는 것으로 성난 민심을 표현한 보수 지지자가 많았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제3의 선택지로 국민의당까지 등장하니 새누리당에 실망한 지지층이 국민의당으로 이동하는 결과 또한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박근혜 대통령과 TK의 총본산인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영남의 주요 선거구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 후보가 대거 당선되며 콘크리트 같았던 보수 지지층인 낙동강 벨트도 끊어졌죠. 여권 지지자는 투표 포기로, 야권 지지자는 적극적 사전투표로 각각 정권 심판에 마음을 모은 결과,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겁니다.


4.13 총선 결과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레임덕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차기 대권 주자인 김무성은 새누리당 대표직을 사퇴했습니다. 그는 공천 당시 살생부, 옥쇄파동 등으로 재기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았습니다. 공천 학살로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된 이한구 등 친박 인사들도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겠죠.

 

반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내친 유승민 의원은 TK의 텃밭인 대구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습니다.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 다음 날부터 비대위 체제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에도 세대교체와 권력이동의 돌풍이 불 예정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선전과 국민의당의 약진, 20년 만에 제3당 등장


더불어민주당 스스로 놀랄 정도로 총선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현상 유지만 해도 감지덕지였는데 뜻밖에 원내 1당이 되는 승리를 거뒀으니까요. 중간에 잡음이 많았지만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자 경제통인 김종인 영입과 그의 당 운영이 주효했다고 말합니다. 우클릭이라는 비난을 받긴 했으나 새누리당의 안보 이슈 쟁점화를 노련하게 피했고, 경제 이슈에 전력한 결과 중도 보수층을 흡수해 원내 제1당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죠. 아무튼 더불어민주당의 선전으로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면이 연출됐습니다.



출처 - 아주뉴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국민의당의 약진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중진들과 안철수 대표의 약발이 다 떨어진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감돈 적도 있었으나 호남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일부 보수층의 지지도 흡수했습니다. 특히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에서는 더불어민주당보다도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죠. 경제와 안보 문제에서 경우에 따라 편을 달리한 전략이 이번 선거에서는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중도 보수가 향방을 가른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건 안철수와 국민의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민의당이 약진한 결과 국회는 20년 만에 양당 정치의 틀을 깨고 3당 정치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의 지지를 거의 상실한 대신 대구를 포함한 영남과 수도권 지역에서 폭넓은 지지를 끌어내며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으로 진출하게 된 셈이고, 국민의당은 존립 자체가 위협받던 당에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주요 정당으로 발돋움하게 됐습니다.



지역정치 소멸하나? '국회 삼국지'의 시작


20대 총선에서 특기할 만한 사실은 지난 40년 동안 선거 때마다 지긋지긋하게 되풀이되던 지역주의가 상당히 해체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대구와 부산 등 야권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던 보수의 아성이 붕괴했고 강남 벨트의 한 축도 무너졌습니다.

 

호남과 야권 주류의 결합이 처음으로 사실상 와해되었으나 야권 주류가 수도권 압승을 발판으로 원내 1당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이번 총선에선 여에서 야로 간 사람, 야에서 여로 간 사람 등 상호 교체가 많았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종북세력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노동운동 출신 야권 인사가 울산에서 당선된 걸 보면 이제 한국 정치도 단순한 지역 구도와 북풍 공작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소통의 정치가 시작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20대 국회에서는 어느 당이든 다른 당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출처 - 헤럴드경제


각 당은 이번 총선 결과 앞에 겸허해야 할 것입니다. 민심은 곧 천심이니까요. 새누리당은 참패를 맛봤지만 이번 총선 결과를 더 상세히 분석해봐야 합니다. 야권통합이 되지 않아 3자 구도여서 어부지리로 당선된 곳만 33곳이 넘으니까요. 만일 야권 연대가 이뤄졌더라면 압도적으로 야권 후보가 당선됐을 곳들입니다. 이런 지역을 모두 잃었다면 새누리당은 90석도 안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었습니다. 

 

국민은 그동안 안하무인으로 유신 독재로 회귀하려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엄중한 경고를 보낸 셈입니다. 이제 새누리당이 해야 할 일은 청와대 바라기에서 벗어나 대통령의 독재를 견제하는 국회 본연의 자세를 되찾는 것이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총선 결과 앞에서 겸허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새누리당보다 잘해서가 아니라 새누리당은 아니어야 하기 때문에 원내 1당이 된 셈이니까요. 여기서 기고만장해 국민의 뜻을 거스르다가는 제2의 열린우리당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으로 성난 민심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인 원내 1당이 되었던 열린우리당은 기고만장하다 호남권의 역풍을 맞고 소멸하여 민주당에 흡수되고 말았죠.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이 TK의 아성을 깨고 전국적으로 고른 득표를 하여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한 것일 수도 있지만, 호남이란 기반을 잃어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국민의당은 기뻐하기에 앞서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호남권의 지지가 없었다면 당은 소멸하고 말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민의를 벗어나는 우클릭은 자신의 존립 기반을 없애는 일임을 알아야 합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20대 총선이 끝나고 내년이면 대선 정국입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박근혜 정부의 독재도 필연적인 레임덕과 더불어 서서히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3당을 주축으로 하는 국회 삼국지라는 결과를 내어준 국민의 의중을 읽고 각 당은 제대로 된 소통으로 시원한 정치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 혐오가 기승을 부리고 이전투구의 다툼 속에서 꿈도 희망도 없는 대선을 치르게 될 테니까요.

 

출처 - 경향신문

 

여야를 막론하고 3당은 세월호특별법과 특검 수용, 테러방지법 폐기, 노동개악 4법 폐기, 청년 고용 및 경제 문제 해결 등등, 국민이 원하는 문제부터 하나하나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합니다.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은 정신 차리고 자신의 의무를 잘 감당하기 바랍니다. 점점 더 성숙해지는 국민이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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