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내려가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추운 겨울 광장에서 외치던 이 한마디가 드디어 실현되고 있습니다. 2017년 3월 23일 1073일 동안 바닷속에 가만히 잠들어 있던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1000일이 넘는 시간을 차가운 바닷속에서 보낸 세월호를 꺼내는 데에는 만 이틀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인양 결정은 박근혜 탄핵 5시간 만에 결정됐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세월호 선체는 바지선의 유압 장비로 시간당 3미터씩 끌어올렸습니다. 2.4미터 높이까지 끌어올린 뒤에는 세월호를 바지선에 고정하는 작업이 진행됐죠. 목표했던 13미터까지 끌어올려야 반잠수식 선박에 세월호를 옮겨싣는 2단계 작업에 들어가게 되지만, 인양 과정에서 세월호 선체가 흔들린 데다 바지선 두 척 사이가 좁아져 세월호 환풍구와 바지선 도르래가 부딪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방금 속보를 보니 2시께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대기 중인 반잠수식 선박으로 세월호가 이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2척의 잭킹바지선이 와이어로 세월호를 묶어 한 덩어리가 돼 5대의 예인선에 이끌려 반잠수식 선박 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하는군요. 천만다행입니다.

출처 - 뉴스토마토


고은, 조정래 등 문인들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세월호가 1000일이 넘도록 바다 밑에 가만히 있어야 했던 이유가 대체 뭐냐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사실 세월호 인양은 업체 선정 당시부터 잡음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시도한 세월호 인양 방식은 상하이 샐비지가 제안했던 방식이 아닙니다. 상하이 샐비지가 제안했던 방식이 실패로 끝나 다른 회사들이 제안했던 방식으로 선회하면서 시간과 돈을 허비했죠. 당시 입찰에 실패한 업체는 기술평가도면에서 1위였고, 이번에 이뤄진 인양 방식으로 세월호를 인양하겠다고 제안했는데도 최종 낙찰은 해수부가 고집한 상하이 샐비지로 선정되어 의구심을 자아냈습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인양이 미뤄진 이유로 정부의 부실한 사전조사와 판단착오를 꼽습니다.


출처 – 추적 60분


사실 지난해 9월 30일 기한 만료를 주장하는 정부에 의해 강제로 해산된 세월호 특조위, 그에 대한 보수단체의 비난과 방해공작 뒤에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이런 사실을 잘 알 수 있었죠.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을 감추기에도 바빴지만, 유가족에게 약속한 인양에도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겁니다. 아니, 사실은 인양을 막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쓴 것이죠.  


출처 - 노컷뉴스


일부 보수언론은 세월호 인양에 든 예산 1000억이란 돈에 집착하며 박근혜가 탄핵당한 지금에도 마치 유가족들 때문에 나랏돈 1000억이 샌다는 식의 프레임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박근혜와 똑같은, 인면수심의 종자들입니다. 나랏돈 낭비가 걱정이라면 박근혜가 탄핵당한 마당에 박정희 기념사업이나 폐기하라고 주문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구미시를 중심으로 짜인 전국의 각종 박정희 기념사업 예산이 1873억 원입니다. 탄신제, 추모제 같은 굿판들에 쓰인 예산이 세월호 인양 비용의 거의 2배에 달합니다. 보수언론이나 일베의 프레임대로라면 나랏돈을 좀 먹는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이 아니라 박정희의 유가족인 박근혜와 그 일당들인 셈입니다.


출처 - JTBC


박근혜 탄핵 후 구속과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가 진짜 싸움인 것처럼,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도 인양 이후부터가 진짜 싸움입니다. 4월 초 인양은 예고돼 왔지만 참사 원인과 진실을 어떻게 규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의나 계획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작성한 인양 관련 기본 방침에 선박 자체는 아무 의미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는 애초부터 관심 밖이었죠. 대법원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조사 결과인 '조타 미숙'을 인정하지 않기도 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여전히 미궁 속입니다. 자로의 <세월X> 다큐의 경우 정부의 침몰 원인 전체를 부정했죠. 과적이나 조타 미숙 급변침 등의 원인이 아니라 '외력'이 작용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세월호 선체의 정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해수부는 제대로 된 선체 조사 계획은 마련치 않고 대형 선박 참사에 대한 조사 경험도 없는 산하 기관에 선체 조사를 맡기겠다는 한마디뿐이었습니다.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국회가 나서자 21일에서야 선체 조사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죠.


출처 - 경인일보


아직 9명의 미수습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이를 밝히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지난 22일 오후 6시 38분께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 단구사거리에서 세월호 리본 모양의 구름이 촬영됐습니다. 자연적인 구름인지 비행 항적에 의한 것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의 순간을 보며 하늘나라에 있는 아이들이 화답한 것이 아닌가 싶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그 날까지 함께 힘을 내야겠습니다.

 

지난 1월 12일, 안산 단원고에서 눈물의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학생과 교사 등 262명이 희생되어 2000년대 최악의 사건으로 한국 역사에 기록될 세월호 참사. 해가 두 번 바뀌어 살아남은 사람들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지만 아직 배에 희생자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세월호 참사의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 아이들과 유족들의 억울함도 풀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생존 학생들이 졸업할 정도로 시간이 지난 지금, 세월호 참사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요?


출처 – 서울신문



망언만 무성했던 세월호 청문회

 

생각비행은 지난 연말 피해자들의 뒤통수를 치듯 한일 양국 간 졸속으로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말씀드리며 박근혜 정부가 과연 세월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아니 최소한 방해는 하지 않을지 우려된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예상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진상 규명은 커녕 이를 수습할 의지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밝혀지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뿐입니다.


출처 – 세월호 유가족방송 416 TV 유튜브


지난해 12월 14일에 열린 세월호 참사 특조위 1차 청문회 당시 구조에 나섰던 해경이 유족들 앞에서 배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철이 없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아 탈출하지 못했다는 망언을 해 큰 분노를 샀습니다. 그 외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로 일관했습니다.


그들로서는 기억이 나면 큰일 나긴 할 겁니다. 《미디어오늘》의 취재 결과를 보면 당일 구조 임무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해경123정은 현장 도착 직후부터 사진과 영상을 카톡으로 보내느라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청와대는 세월호 승객을 구조해야 할 골든타임에 해경 핫라인 등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진과 영상 자료를 보내라며 최소한 7차례 이상 독촉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청와대는 다른 일 하지 말고 영상부터 띄우라고 독촉하기도 했습니다.


10시 25분의 핫라인 통화에선 다음과 같은 지시가 내려진다. 


청와대: 오케이, 그다음에 영상시스템 몇 분 남았어요?

해경: 거의 10분정도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청와대: 예.

해경: 10분 이내에 도착할 거 같습니다.

청와대: 거 지시해가지고 가는대로 영상바로 띄우라고 하세요. 다른 거 하지 말고 영상부터 바로 띄우라고 하세요.

해경: 예.


[단독] 해경 세월호 현장 도착해서 한 일은 청와대에 카톡 전송


구조하러 간 해경에게 구조보다 먼저 영상부터 띄우라고 했으니 박근혜 정부의 일 처리가 얼마나 엉망진창이었는지 잘 드러납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한 사진과 영상 자료를 요구하던 청와대는 정작 구조를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고, 구조를 위한 지원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보고를 받아야 할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은 지금도 오리무중입니다.



해수부 공무원이 세월호 유족 고발하라고 사주했다


사태 예방과 수습에 놀랍도록 무능했던 박근혜 정부는 이후 세월호 참사를 국민의 기억에서 지우는 데는 기가 막힌 조직력과 행동력을 선보입니다.

 

출처 - KBS


세월호 참사 보도가 어느 순간부터 TV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들지 않으셨나요? 청와대에서 직접 개입해 세월호 보도를 막은 사실이 폭로되었습니다. 그것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망언으로 논란을 낳았던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이 폭로한 것입니다. 청와대가 길환영 KBS 사장을 통해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해경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가 KBS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습니다. 과연 청와대의 이런 개입과 조작이 KBS에 국한된 것이었을까요?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열렬히 지지하며 전범기를 꺼내 들기까지 한 홍위병들처럼 세월호 416연대 내에 보수단체 회원이 암약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 유가족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몰래 가입해 동향을 살피고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확산시켜온 것이죠. 이들은 416연대 내에서 활동하며 흠이 될 법한 발언이나 행동을 스파이처럼 훔쳐 듣고는 이를 보고서로 만들어 박근혜 정부 쪽에 보고해왔다고 합니다. 외부든 내부든 세월호 특조위를 흠집 내려는 정보 유출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죠.

 

출처 - 미디어오늘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이 보수단체와 결탁해 특조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해온 사실이 폭로되었다는 겁니다. 세월호 특조위에 파견된 해양수산부의 3급 공무원이 세월호 유족에 대한 고발과 특조위 해체 주장을 해온 보수단체와 결탁한 정황이 드러난 것인데요, 당시 해수부 공무원은 보수단체 대표에게 세월호 유가족 중 홍모 씨를 왜 고발하지 않느냐며 "다 조국을 위하는 일이니 홍씨를 재차 고발해 달라"고 사주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사주로 인해 유족인 홍 씨는 대통령 명예훼손과 국가보안법으로 고소를 당했죠.

 

이는 일반 공무원 몇몇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인 특조위 활동 방해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들의 '최고 존엄'을 위해서는 아이를 잃고 슬퍼하는 엄마조차 빨갱이로 몰아 고소하기까지 했으니, 박근혜 정부는 무능할 뿐 아니라 사악하기조차 합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결국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26일 광화문광장에서 해수부의 세월호 유가족 핍박 사주와 특조위 조사활동 방해에 대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주한 해수부 공무원과 직원을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릅니다.

 

출처 - 뉴시스


같은 날 오후 한강에서 125톤 규모의 유람선이 운항 도중 가라앉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승객과 승무원 등 11명은 무사히 구조됐지만 영동대교 부근에 가라앉은 유람선은 아직 예인되지 못했고 침몰 원인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크고 작은 선박 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젠 서울 한복판에서 유람선이 가라앉는 일마저 생겼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출처 - 다음 영화

 

얼마 전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의 1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를 본 관객수가 3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저희도 이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만, 사실 독립영화의 특성상 1만 관객을 동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나쁜 나라》의 흥행은 경이적인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영화에 소개된 《나쁜 나라》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2014년 4월, 진도 앞바다에서 생중계된 세월호 침몰사건은 304명의 희생자가 속해 있는 가족들에게 평생 지고 가야 할 상처를 안겨줬다. 그중에서도 단원고 학생들의 유가족들은 자식 잃은 슬픔을 가눌 틈도 없이 국회에서, 광화문에서,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 앞에서 노숙 투쟁을 해야만 했다. 그들의 질문은 단 하나, 내 아이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것. 하지만 그 진실은 1년이 지나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평생 ‘유가족’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마주친 국가의 민낯, 그리고 뼈아픈 성찰의 시간을 그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투쟁 1년의 기록.

 

지난 30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나쁜 나라》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토론토 사람들'이 노스욕 시청 대회의실을 빌려 무료 공동체 상영을 한 것이고 합니다. 해외에서 세 번째로 열린 상영회였는데, 250여 명의 관객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세월호 진실 규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영화 상영 후 요크 대학교에서 온 현지 학생은 "그런 사고가 일어났는데 어떻게 바로 조사를 들어가지 않았는지, 가족들이 어떻게 저렇게 해야 하는지 여기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지요.


세월호 인양은 7~9월로 예정돼 있는 데 반해 특조위의 활동기한은 6월까지입니다. 특별법 7조 1항에 따르면 위원회의 의결로 한 차례 활동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대체 얼마나 무능하길래, 혹은 대체 무엇이 밝혀지는 게 그렇게 두려워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이렇게까지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걸까요?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습니다.

 

참사 열흘 동안 구조자 0명, 이것이 국가인가?
 
실망과 분노를 넘어서 이젠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함이 만천하에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서방국가에서는 국가적 비극에 이렇게 늑장대응을 하고도 신용과 지위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하며 세월호 참사를 수습할 총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비판했습니다.

무능하다면 하다못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품위라도 지켜야 하건만 박근혜 대통령과 휘하 정부 관료들은 그 기대마저도 저버렸습니다. 속칭 유체이탈 화법으로 자신을 구름 위의 존재로 묘사하며 총책임자의 자리에서 탈출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이란 시스템 붕괴와 궤를 같이합니다.

출처 - 한겨레21

사고 이튿날, 박근혜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이런 말을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을 해서, 책임질 사람은 모두 엄벌토록 할 것이다." 많은 언론은 이 발언을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 발언의 핵심은 다른 데 있었다. 이 결정적 발언으로 대통령은, '시스템의 최종 책임자'에서 '구름 위의 심판자'로 자신을 옮겨놓았다. 시스템이 무너져내리는 가운데, 최종 책임자는 자신의 책임을 말하는 대신 '책임질 사람에 대한 색출 의지'를 과시하는 단죄자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차지했다. 침몰하는 시스템에서, 대통령은 그렇게 가장 먼저 '탈출'했다.


세월호 선장이 먼저 책임의 자리에서 탈출하자 무능하고 부패한 관료들도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자 아들은 세월호 유가족과 대한민국 국민이 미개하다는 발언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서남수 교육부장관의 수행원이 유가족에게 "교육부장관님 오십니다"라는 귓속말을 전해 장관에 대한 예우를 바라는 뉘앙스를 남겨 뭇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뿐 아니라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절망감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유가족 앞에서 의약품을 밀치고 태연히 컵라면을 먹어 분노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기가 막힌 건 교육부장관의 예의 없는 행동을 두고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닌데' 하며 두둔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틀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며 "국가 안보조직은 근원부터 발본 색출해서 제거하고, 민간 안보 그룹은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한 유한식 새누리당 세종시장 후보, 사고 초기에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올린 뜬금없는 자작시 짓기 같은 행태를 보면 중앙 관료와 지자체 관료의 무능함과 무개념은 도가 지나치다 못해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개인의 무능, 무개념만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수습보다 여론 통제에 급급한 박근혜 정부

《가디언》을 비롯하여 CNN 등 해외 주요 언론도 세월호 참사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외신조차 정부의 무능함에 쓴소리를 하는 지적이 거슬렸는지 정부가 외신에 정치적 외압을 행사한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출처 - 참세상

해외 외교공관이 정부의 세월호 재난 대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기록한 재독 동포 언론인에게 사실상의 정치적 외압을 넣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독 한국대사관 소속 독일문화원 윤종석 원장은 최근 "한국인들의 분노(Die Wut der Suedkoreaner)"란 제목의 글을 독일 일간지 <차이트(Zeit)>에 기고한 재독 언론인 정옥희 씨에게 박근혜 대통령 관련 대목을 정정해 달라는 연락을 취했다.


이런 압력의 행사 대상은 외신만이 아닙니다. 국내 전문가들의 입막음에도 정부가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드러날 정부의 무능과 부패의 현실이 두려워서였겠지요.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 활발히 참여했던 교수들이 이렇게 한 날 한 시에 입을 닫은 배경에 대해 A 교수에게 물어봤다. 그는 정부가 통제에 나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 저곳에서 압력이 들어온다. 주로 정보 부처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정보 부처라고 표현했지만 맥락상 국정원으로 해석된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조금이라도 안 좋은 말이 나가면 그걸 누가 말했는지 찾아낸다"고 했다. "찾아낸다"에 말은 국정원의 정보활동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도 여러차례 당했다며 "학교에 어떤 식으로든 찔러서 압력을 넣는다"고 귀뜸하기도 했다. 군사정권 시절에서나 있었던 보도통제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얘기다.


정부의 통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모임조차 경찰이 통제하고 나섰습니다. 유가족의 청와대 행진을 가로막은 정권의 충견다운 행위라고 해석해야 할까요?

출처 - 오마이뉴스
 

이들 단체는 지난 20일부터 매일 오후 7시 동화면세점 앞에서 '세월호 무사생환 염원 시민촛불' 행사를 열어왔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한 행진 구간이 교통량이 매우 많은 도로교통법상 '주요 도로'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행진이 불가능하다"며 이날 오전 금지 통고했다. 이에 이들 단체는 "교통정체와 상관없는 인도 행진을 막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야간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 조항에 대해 최근 헌법재판소가 한정 위헌 결정을 내린 것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안전행정부는 한술 더 떠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서울시 분향소는 사회적 합의가 덜 되어 시기상조라며 분향소 세우는 것을 사실상 막고 있습니다.

24일 <이데일리> 조사 결과 안전행정부는 전국은커녕 1000만 명이 거주하는 서울시 합동분향소에 대해서도 구체적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 김항섭 안전행정부 사회통합지원과장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여건이 안 됐다고 생각해 관망 중이다. 아직은 합동분향소에 대해 구체적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고, 아직 실종자 가족 중 실종자가 사망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되면 설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안행부 눈치를 보고 있다. 오형철 서울시 행정국 총무과장은 "안행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대로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는데, 아직 그런 방침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서울시는 안행부가 설치하겠다면 적극 나설 계획이다.


참 답답할 노릇입니다. 합동분향소 통제는, 부도덕하게 세워진 정권의 무능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마당에 세월호 참사 수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형성될까 두려워서일 겁니다. 하여간 국민의 안전보다 정권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즉각적인 조치를 마다치 않는 이들이 대한민국의 안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러니 국민이 안녕할 수 있겠습니까?

개인정보 인권,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 등에는 아랑곳없이 그저 박근혜 대통령의 기분만 생각하는 정부 관료들의 후안무치한 태도로 말미암아, 앞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서 밝혀졌다시피 그들이 민주주의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으며 국민의 권리에 얼마나 무개념한지를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수습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연이어 드러나는 정부의 무능함, 서서히 짙어지는 의구심

정부의 무능과 부패의 커넥션이 세월호 수습 과정에서 민낯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드러난 사실이 너무 많아 오히려 정리하기조차 힘들 지경입니다. 그중에 가장 어이없었던 것은 해경이 고용해 특혜 의혹이 제기된 구조업체 언딘이 사실상 이번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과 계약된 곳이라는 사실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침몰한 세월호의 수색작업에서 특혜를 받는다는 의혹이 일던 민간 구조업체가 사고 책임 해운사의 계약업체인 사실이 24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드러났다. 그동안 세월호 수색작업에 자원한 민간잠수사들은 해경 등 사고대책본부 측이 자신들의 수색작업을 막고 있다며 지난 22일부터 수차례 항의해왔다. 이들은 "정부와 계약한 언딘 마린 인터스트리(UMI·Undine Marine industries)라는 특정 민간업체를 제외하면 민간잠수사는 작업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난 17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수색작업에 투입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CBS의 단독 취재결과 언딘 측은 정부 측이 아닌, 침몰된 세월호의 선주이자 현재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이날 CBS기자와 만나 "언딘은 해군이나 해경이 아니라, 선사와 계약을 맺은 업체"라고 공식 확인했다.


자원하여 온 민간 잠수사들을 배제하고 해경이 언딘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와중에 실상 그들이 청해진해운에 고용된 업체였음이 확인되자 세월호 유족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반 시민도 상식적인 선에서 언딘과 청해진해운, 해경과 해군, 사고대책본부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유착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느낄 만한 상황입니다.
이런 심각성을 예견했는지 지난 21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세월호 참사 현장 상황에 대한 정보 공유나 브리핑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한 번 도와주소"라는 문자를 보내기 바빴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청와대 출입 기자에게 "한 번 도와주소"라며 정부비판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정현 수석은 지난 21일 오후 "한 번 도와주소. 국가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제 삼는 것은 조금 뒤에 얼마든지 가능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다. 세월호 침몰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국정 목표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조짐이 보이자 홍보수석이 이 같은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서남수 장관의 황제라면 사건에 대해 '계란 넣어 먹은 것도 아닌데 웬 호들갑이냐'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보낸 문자였다고 합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일보다 이 정권을 향한 비판 목소리를 틀어막는 데 더 큰 관심이 있어 보입니다.

하나의 예로, 두 달 전에 세월호의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준 한국선급의 홈페이지에서 높으신 분들의 경력이 삭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낙하산으로 온 해양수산부 인맥과 '해피아'가 봐주기를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는 겁니다.
 

"고위 간부들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자 경력을 감추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한국선급 측에 이유를 물었지만 뚜렷한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한국선급의 안전검사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고위 인사들의 경력 소개가 사라져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선급은 주요 해양 사고가 발생하면 선박안전대책위원회를 소집해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해야 하지만 2011년 발생한 주요 사고 7건 중 6건에 대해 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은 것으로 해수부 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게임 셧다운제'라는 악법을 만드는 데 앞장서 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한 신의진 의원도 세월호 참사에서 개념을 상실한 국회의원 명단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팽목항 현장응급의료소를 둘러보더니 현장응급의료소를 깨버리라는 망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뉴시스는 23일 신의진 의원이 이날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현장응급의료소를 둘러본 뒤 함께 온 새누리당 관계자에게 "안산은 잘 되는데 현장응급의료소는 잘 안된다"면서 "말해서 깨버리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의진 의원은 방문을 마친 뒤 뉴시스 취재진이 해당 발언의 의미를 묻자 자리를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온 새누리당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조용히 온 것이다. 현장응급의료소가 잘 안 되는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 점차 잘 되고 있다.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뉴시스는 전했다. 현장에 나온 의료진은 신의진 의원의 이러한 지적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와서 한마디 던지고 가는데 당황스럽다"면서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적인 참사 앞에서 관료, 국회의원, 공공기관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망언을 쏟아내며 자신들의 무능함을 드러냄은 물론 인간이 지녀야 할 품위조차 망각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참사 수습 와중에 규제 완화로 잇속 챙기는 파렴치한 정부

박근혜 정부 들어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며 행정안전부를 엄청난 예산을 들여 안전행정부로 바꿔놓고서 불량식품 때려잡기에 여념이 없더니 정작 시급을 다투는 참사를 목전에 두고 진짜 안전을 위한 예산은 전체의 4퍼센트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안전행정부의 올해 예산은 40조 3000억 원, 지방 교부금 등을 제외하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4조 5000억 원가량입니다. 이 가운데 안전 분야 예산은 1700억 원으로 가용예산의 4%에도 못 미칩니다. 이마저도 세월호 사고 같은 재난과는 무관한 도로 환경 개선 예산이 46%를 차지합니다."


예산 문제만이 아닙니다. 법규도 미쳐 돌아가긴 마찬가지입니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해양수산부는 선박 안전 규제를 대거 완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해양수산부가 추진 중인 '손톱 밑 가시' 규제 폐지·완화에 선박안전 관련 규제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지만 선원과 여객의 안전은 뒤로 밀릴 우려가 크다.


이와 함께 중요한 이슈들이 세월호와 더불어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부터 대선 개입 사건, 장애인의 날에 최루액을 뿌린 정부 문제 등 말입니다. 그 와중에 정부는 코레일 운임 인상안을 통과시켰고, 새누리당은 날치기를 위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추진했습니다. 4월 건보료 폭탄도 돌아왔고요.

출처 - 슬로우뉴스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 사고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그 부조리와 악행, 그것으로 빚어지는 슬픔과 고통의 크기는 다를지언정,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고, 우리의 무관심을 숙주 삼아 그 악의 열매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점에선 다르지 않습니다.


사건으로 사건을 돌려막는 행태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장도리 만평이 잘 지적했듯이, 이명박 정부의 탐욕과 박근혜 정부의 무능이 합해져 터진 참사가 세월호 사건입니다.

출처-경향신문

정부 말만 앵무새처럼 받아쓰는 주류 언론의 행태

국민의 비판 여론 때문에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초기의 취재 경쟁과 잔인한 보도는 조금 누그러졌지만, 이제는 언론과 방송이 국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방기한 채 정부의 말만 받아 나르고 있습니다. 주류 언론의 무능한 정부 보도자료 받아쓰기는 그 도가 지나쳐 종편 JTBC가 민족 정론처럼 보이게 만들고, 파파라치였던 《디스패치》가 탐사보도의 본산인 것처럼 보이는 기현상마저 낳았습니다. 

언론 불신이 극에 달한 국민은 비주류 언론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습니다.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는 현장 상황과 명백히 다른 기사를 뿌리고 있는 《연합뉴스》 기자를 향해 분노의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연합뉴스 기자에게 일침을 가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24일 "'물살 거세지기 전에…' 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9일째인 24일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바다 위와 수중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수색 작업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같은 날 실종자 가족들과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 해경관계자 등 정부합동구조당국이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진행중인 대화현장 생중계를 맡았던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는 방송 도중 연합뉴스 기자에게 버럭 화를 냈다.


 
"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이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나도 내 나라를 버립니다."

자식과 배우자와 가족을 잃은 유족은 싸늘한 주검 앞에서 오열합니다. 그들의 분노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부끄러움을 낱낱이 드러냅니다. 자식 잃은 한 부모의 절규 안에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치부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내가 참  못난 부모구나, 자식을 죽인 부모구나. 이 나라에서는 나 정도 부모여서는 안 돼요. 대한민국에서 내 자식 지키려면 최소한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국회의원 정도는 돼야 해요. 이 사회는 나 같은 사람은 자식을 죽일 수밖에 없는 사회에요.

저 동정 받을 사람 아니에요. 나 60평짜리 아파트 살아요. 대학교에서 영문학 전공했고, 입시학원 원장이고 시의원 친구도 있어요. 이 사회에서 어디 내놔도 창피할 사람 아니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내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저주스러워요. 우리 딸 나오길 기다리는 한 시간 한 시간이 피를 말려요.

박근혜 대통령이 와서 잠수부 500명을 투입했네 해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내 자식을 놓을 수가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리면 또 거짓말이에요. 그렇게 날이 지나서 애들 다 죽었어요.

부모들이 오보에 놀아난다는 식으로 보도해요. 정부는 정말 잘하는데 부모들이 조바심이 난다고요. 290명 넘게 갇혀있었는데 한 명도 못 구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구조하겠다는 의지도 없이 구조한다고 발표한 걸 그대로 받아서 방송에서는 열심히 구조하고 있다고 거짓보도 했어요.

다 정리하고 떠날 거에요. 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이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나도 내 나라를 버립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말씀입니다. 이 지옥 같은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그 대답 역시 윗글을 쓰신 어머님께서 해주셨습니다.
 

제가 30대 때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어요. 사연 들으면서 많이 울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뒤로 제가 한 일이 없는 거에요. 10년마다 사고가 나는 나라에서 제도를 바꾸려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아서 제가 똑같은 일을 겪었어요. 지금 SNS하면서 울고만 있는 젊은 사람들, 10년 뒤에 부모 되면 저처럼 돼요. 봉사하든 데모하든 뭐든 해야 돼요.


뜻하지 않은 사고로 목숨을 잃은 분들과 유가족을 위해 애도합시다. 그리고 잊지 맙시다. 꽃다운 나이에 떠난 우리의 아이들을, 깊은 슬픔에 빠진 유가족을. 그리고 이 모든 참사를 만들어낸 개인과 조직이 뒤엉킨 추악한 부정의 시스템을 낱낱이 밝혀 깨뜨립시다. 반드시 행동으로 보여줍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