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해외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 탑승 유람선이 전복되어 큰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세월호 참사 5주기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또다시 이런 선박 사고가 일어나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허브레아니호' 유람선을 타고 단체 관광 중이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현지 시각 지난 29일 밤 9시 15분께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뒤따라오던 크루즈 선박 '바이킹 시긴호'에 들이받힌 뒤 빠른 속도로 침몰했습니다.

 

출처 - YTN

 

탑승인원 35명 중 헝가리인 승무원 2명을 제외하면 33명 전원이 한국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까지 발표된 바에 의하면 7명은 바로 구조되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7명은 사망했고 실종이 19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헝가리인 승무원 2명의 생사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헝가리 국영방송 MTI에 의하면 작은 유람선이 대형 크루즈 선박에 들이받힌 것이 원인으로 거론되었습니다. 당시 다리 밑 물살이 거센 가운데 일렬로 이동하던 배들이 교량 아래서 순간 왼쪽으로 밀렸고, 쫓아오던 대형 크루즈선이 교각을 피하고자 갑자기 선회하면서 앞서가던 허블레아니호를 덮치며 사고가 발생했다는 거죠. 사고 지점인 다뉴브강에는 10여 척의 배가 수시로 교행했는데 사고 직후 배들이 뒤엉키며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를 눈앞에서 목격한 부다페스트 현지 교민을 인터뷰한 MBC 보도에 따르면, 배가 두 동강이 나 큰 배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합니다.

 


출처 - MBC

 

날씨도 문제였습니다. 사고 당일 밤 많은 비가 내려 물살이 빨랐기 때문에 피해 유람선이 빠른 속도로 운항하던 대형 선박에 추돌당해 크게 파손되면서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강풍이 불면 강이라도 파도가 생기고 폭우로 유속이 빨라지면 운항하는 선장이 사고에 대처하기 힘들어집니다. 실제로 탑승객 중 한 명은 사고 지점에서 3.2km나 떠내려간 곳에서 구조되었다고 하죠. 당시 현장은 유속이 빠르고 폭우로 유량이 늘어난 상태였고 배들이 충돌하고 가라앉아 소용돌이가 곳곳에 일어났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원인으로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배에 타고 있다가 글을 올린 한 한국인 관광객은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안 씌워줬다고 전했습니다. MBC와 인터뷰한 석태상 씨도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을 못 봤다고 했습니다. 전 유람선이 다 입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또한 날씨가 안 좋아도 강 수위가 크게 올라가지 않는 한 유람선 운행은 계속했다고 전했습니다. 유람선 탑승객에게 비상시 안전규칙을 설명해주지 않고 악천후에 운항을 취소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또한 폭이 좁은 강에 매일 수천 척의 선박이 무리하게 운항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출처 - 연합뉴스TV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선 여행업 안전가이드 규정을 근거로 여행사가 관광객들이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했는지 확인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요, 선박 전문가에 따르면 나라별로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사고가 난 허블레아니호 정도 크기의 작은 유람선에선 승객들에게 구명조끼 착용 의무는 없습니다. 이는 국내 법령도 마찬가지죠. 항공과 해운 분야는 공통된 기준을 통용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관련 규정이 대동소이합니다. 구명조끼 착용이 의무는 아니지만 허블레아니호 비치 상황과 관련 안내 여부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구명조끼가 비치조차 되어 있지 않았고 여행사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책임에 고려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선 외교부가 선박 내 비치가 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지난 30일 언론 브리핑에서 밝힌 바 있죠.

 

출처 - 연합뉴스TV

 

사고 당시 구조된 관광객은 갑판에 나와 있어 수영을 해서 빠져나온 사람이 대부분이고, 아래층에 있던 탑승객 상당수는 침몰하는 유람선 밖으로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현장을 목격한 석태상 씨도 갑판에 있던 몇 분이 떨어졌고 한순간에 떠내려갔다고 했습니다. 유속이 너무 빨라서 현장에서 구조하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하류 쪽 다리에 큰 배들이 정박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두 명을 받아서 앰뷸런스로 실어갔다고 하죠.


출처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0일 "이미 조치를 취하고 있겠지만 실종자 구조, 수색 작업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가용한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서 헝가리 당국과 협력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하며 구조 인원, 장비를 최대한 빨리 투입해 사고 수습과 조치에 최선을 다하라고도 당부했습니다. 이에 소방청 구조대 2개 팀을 1차 신속대응팀으로 급파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상황관리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정부는 신속히 대응했으나 문제는 언론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 전원 구조 오보를 내기도 했고, 사람이 죽었는데 유족이 받을 보험금을 운운하던 5년 전 기레기들의 행태를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일부 기레기들은 이번에도 보험금 타령이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망자 여행자 보험 보험금 최대 1억원'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습니다. 게다가 그 기사의 태그에는 깨알처럼 여행자보험, 헝가리, 사망자 여행자보험, 헝가리 유람선, 배상책임보험 보험금이라는 단어들을 나열하고 있었고요. 금수만도 못하다는 표현은 아마 이럴 때 쓰는 거겠죠. 구조 활동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실종자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해도 모자랄 판국 아닙니까? 최소한의 직업윤리가 있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텐데 말이죠. 국민들의 노도와 같은 비판이 일자 한 시간여 만에 제목을 바꾸긴 했습니다만 태그는 그대로입니다. 사람의 목숨조차 돈으로 환산하는 저열한 기레기 근성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군요.

 

출처 - 고발뉴스

 

변상욱 YTN 앵커(전 CBS 대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이 참사에 또 보험금 소식부터 쓰는 기자들은 참 답답하다. 그걸 내보내는 데스크는 원망스럽다. 더구나 두 기사를 대조해 보면 '나타났다'를 '확인됐다'로 바꿔 썼을 뿐 그대로 복사해 붙인 기사다. 그렇게 기자한들 뭘 이루겠는가"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눈앞이 깜깜해지는 참사를 마주한 실종자 가족들과 유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구조되신 분들이 건강에 이상 없이 무사히 귀국하시길 바랍니다.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이 명확히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세월호 5주기, 헝가리 유람선 참사를 보면 안전한 사회를 이루기가 요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태국 치앙라이 탐루엉 동굴에 17일간 갇혔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해 세계의 축하를 받은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과 코치가 지난 18일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태국 치앙라이 매사이의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클럽에 소속된 선수들과 코치는 자신들의 팀 유니폼을 차려입고 등장했습니다. 자신들을 구조한 태국 네이비실 대원들과 치료를 담당한 의사 등과 함께 축구공을 차는 모습으로 건강을 증명했고, 밝은 얼굴로 동굴 고립 당시 상황을 풀어놓았습니다. 한 소년은 동굴에 갇혔을 때 집에 가서 엄마에게 꾸중을 들을까 봐 겁났다고 말해 그 순진함에 사람들이 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모두 무사히 구조되어 웃는 얼굴로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건 당시만 해도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고 이들을 구조할 수 있을지 세계의 걱정이 집중되던 사건이었죠. 지난 6월 23일 선수 가운데 한 명의 생일파티를 위해 탐루엉 동굴에 들어갔다가 갑작스러운 폭우로 동굴 내 수로에 물이 불어나면서 이들은 밖으로 나올 수 없었습니다. 동굴 앞에서 팀원들이 타고 다니던 자전거와 가방, 축구화 등을 발견한 태국 당국은 이튿날부터 수색에 나섰습니다. 아이들과 코치는 실종 열흘째인 지난 2일 영국 잠수전문가들에 의해 동굴 안쪽 깊숙한 에어포켓 공간에서 생존이 확인됐던 바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아이들의 생존을 확인한 태국 당국은 전 세계와 공조를 통해 이들의 구조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아이들의 생존을 확인한 사람이 영국 잠수 전문가들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 공군 구조대원 30명을 비롯한 동굴 잠수 및 구조 분야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전문가들을 불러모았습니다. 한편 이 아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태국 정부는 통상 외교관에게만 부여하는 면책특권을 약속하며 세계에서 전문가들을 초빙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동굴 잠수 및 구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호주의 의사 해리스와 2명의 보조 인력을 초청했는데요, 그들이 임무에 최선을 다했지만 일이 잘못됐을 경우 명시적으로 보호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에 응한 해리스는 4km가 넘는 구간을 잠수해 들어가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했고, 그의 진단 결과는 생존자들의 구조 시기와 순위를 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쓰였습니다. 태국 당국은 동굴 곳곳에 고인 물을 빼내는 한편 아이들에게 수영과 잠수장비 이용법을 가르친 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3일에 걸쳐 안전하게 전원을 구조하는 쾌거를 올렸습니다. 


출처 - 뉴시스


동굴에서 종유석에 맺힌 물만 먹고 살아 2kg 정도 체중이 줄고 기력이 없긴 했지만 아이들의 생명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하죠. 이는 당시 아이들과 같이 갇혔던 엑까뽄 코치가 아이들을 잘 돌보며 살아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엑까뽄 코치는 음식물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굶은 채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이 때문에 발견 당시 건강 상태가 가장 나빴던 것으로 알려졌죠. 살신성인하며 아이들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돌본 엑까뽄 코치는 아이들이 모두 무사히 구조된 다음 마지막으로 동굴을 나왔습니다. 이런 미담 때문인지 엑까뽄 코치는 태국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런 그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무국적 난민이 되었다는 사실이 또 한 번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죠.


출처 - JTBC

 

태국 동굴에 갇힌 유소년 축구팀을 무사히 구조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습니다. 정부의 빠른 대처, 적확한 판단을 내린 전문가, 사건 현장에서 아이들을 돌본 코치의 살신성인 등을 보면 세월호 참사와는 거의 정반대일 정도로 훌륭한 대응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일 법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가 초동 대응과 구조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며 국가가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여 만에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겁니다.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고 피해를 키운 정부와 해경, 무리한 증·개축을 한 청해진 해운, 사고 당시 단원고 학생들을 버려두고 제일 먼저 달아난 선원들과 선장 같은 탐욕스러운 어른들, 제대로 된 대처와 피해 보상을 등한시했던 정치권과 공권력 등등, 이 모든 대응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태국 정부와 사회, 그리고 언론은 동굴에 갇힌 아이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침착함을 유지했습니다. 구조에 관계없는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고, 감정적인 보도가 이뤄지지 않도록 정보를 통제했습니다. 태국 정부는 구조 작업 과정에서 구조대원 1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차분함을 유지했습니다. 나롱싹 오소따나꼰 치앙라이주 주지사는 실종사건 도중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하지만 태국 정부는 현장 책임자였던 그에게 계속 지휘권을 부여하며 구조 과정을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그는 다국적 구조팀을 지휘하는 책임자로서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태국 정부는 순조롭게 구조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구조된 아이들의 이름조차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소년들의 가족이 겪을 수도 있는 감정적인 동요나 혼선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출처 - 뉴스1

 

소년들의 가족들도 구조 순서를 일절 묻지 않는 성숙한 자세로 구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동굴 속에 갇힌 태국 소년 중 한 명인 나이트의 가족을 취재한 AFP는 그의 생환을 기원하며 생일 파티를 열 수 있기를 기도하는 나이트의 동생의 목소리를 소개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오빠가 살아 돌아올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냉장고 안에 둔 케이크를 버리지 않았다." 나이트라는 별명을 가진 소년은 실종 당일인 지난 6월 23일 17세 생일을 맞았다고 하죠. 가족들은 구조 작업이 성과 없이 흘러갈 때도 그가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출처 - phonphotchanan jitasa

 

태국 치앙라이주 정부는 과도한 대중의 관심이 아이들에게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18일 열린 인터뷰 이후 아이들은 물론 가족들 또한 언론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생환자와 가족의 생활을 방해하는 경우 아동보호법에 따라 기소될 수 있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깔끔한 마무리입니다.

 

출처 - MBC

 

하지만 우리는 어땠습니까? 생각비행은 세월호 참사 당시와 그 이후 구조 과정에서 드러난 언론과 방송의 보도 행태를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주류 언론이라는 기사를 통해 질타한 바 있는데요, 권력과 자본에 굴복한 언론과 방송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사고 당시부터 오보를 속출하고 감정적이고 선정적인 보도 경쟁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어둡게 했습니다.

 

출처 - MBC

 

JTBC는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특보를 전하며 생존 학생과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끔찍한 일을 겪은 당사자에게 절대적 안정이 중요한 순간에 피해생존자를 생방송으로 인터뷰한 것부터가 잘못이었습니다. 문제가 지적되자 JTBC 측은 이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인터뷰를 시도한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취재행위였습니다. 한편 공영방송 MBC는 세월호 희생자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단원고 학생들의 여행자보험을 들먹이며 사고 피해자들이 받을 보험금을 소개하는 어처구니없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그러고도 MBC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죠. 

 

출처 - 아이엠피터

 

일부 언론과 방송은 피해생존자들에게 세월호 내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요구하기도 하는 등 재난보도 준칙을 어기는 행위로 질타를 받았습니다. KBS는 박근혜 정권의 눈치를 보며 권력에 굴복하여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기레기(기자+쓰레기) 취급을 받았고, KBS와 MBC 내부에서 정권과 권력에 항의하며 진실을 전하려 했던 기자들과 PD들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반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4월 17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세월호 사건을 취재하는 언론들의 무분별한 취재경쟁을 중단하고 취재와 보도에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이 재해보도준칙에 입학하여 다음의 원칙을 준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 신속한 보도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 감정적, 선정적 어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 피해 상황을 반복, 중복하여 보도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 피해 상황을 전달하는 것보다 구조대책 및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보도에 주력해야 한다.
- 보도는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내용이어야 하며, 피해자와 유족, 피해생존자의 명예, 사생활, 심리적 안정을 보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 피해생존 청소년과 아동에 대한 취재는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 공익에 상당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피해자와 유족, 피해생존자를 담은 근접촬영 화면의 사용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4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겨우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는 형국입니다. 태국 동굴소년 구조와 세월호 구조, 과연 무엇이 달랐을까요?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은 달라졌을까요? 두 사건의 교훈을 곱씹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MBC에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고 신임 이사진이 구성되어 첫 이사회를 하자마자 달려간 곳은 세월호합동분향소였습니다. 최승호 사장 이하 본부장 등 7명은 분향대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무거운 표정으로 304명의 희생자께 헌화했는데 최승호 사장은 방명록에 “MBC의 잘못을 사죄드립니다”라고 남겼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출처 - 미디어오늘


세월호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희대의 방송 참사를 일으킨 것이 이명박근혜 정권의 적폐들로 가득 찼던 MBC였기 때문입니다. 이후로도 그들의 세월호 참사 왜곡 및 유가족 헐뜯기는 차마 언론이라고 할 수 없는 지경이었죠. 그 언론장악의 희생자였던 최승호 PD가 MBC의 사장이 되었으니 MBC를 근본부터 쇄신하기 위한 첫 행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명박근혜 정권이 끝나고 그 적폐들이 해임되어 파업도 끝이 났지만 MBC 전임 사장들이 싸질러놓은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정권의 폐부를 찌르는 유능한 언론인들은 어이없는 이유를 대며 자르더니 기자라고 불러도 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경력기자라는 사람들을 헐레벌떡 채용해 언론인으로서의 비판의식도 균형감각도 찾아볼 수 없는 이명박근혜 정권 비호 뉴스들만 쏟아냈습니다. 한때 뉴스의 대명사였던 MBC 뉴스데스크는 언론으로서의 신뢰도와 시청률 모두 최하위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언론사의 얼굴인 뉴스가 이 정도였으니 기타 제작현장은 말할 것도 없을 정도였죠.


출처 - 뉴스1


MBC는 최승호 신임 사장에 이어 부사장에 변창립 아나운서 등 각 본부장에 대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조직도 개편하여 보도본부 내에 탐사보도부를 신설하고 이명박근혜 정권의 눈엣가시라 해체됐던 교양제작국을 시사교양본부로 격상해 다시 만들었습니다. 또 뉴스콘텐츠센터를 설치해 영상취재부의 기능을 부활시켰고 프로그램 제작본부는 사장 직속 조직으로 개편했습니다.


출처 - MBC


한편 MBC 최승호 사장은 MBC재건위원회를 통해 MBC 정상화와 인적 쇄신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MBC의 얼굴이었던 〈뉴스데스크〉에 먹칠을 한 배현진 아나운서는 8일부로 교체되었고, 십수 명에 이르는 아나운서들이 떠나가도록 만들고 이와 맞먹는 숫자의 아나운서들이 부당 전보되도록 만든 책임이 큰 신동호 아나운서에게도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같은 8일 이용마 기자를 비롯해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 6명은 모두 MBC로 돌아왔습니다. MBC 구성원들은 레드카펫을 깔고 그들의 복직을 우레와 같은 박수로 반겼습니다. 부당 해직 기간에 병을 얻은 이용마 기자가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안타까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한편 전임 안광한 사장이 만든 MBC의 유배지인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와 신사업개발센터는 사라졌습니다. 이에 따라 정권에 거슬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거나 파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유배지 등 비제작 부서로 밀려났던 기자, PD 등이 제작부서로 속속 돌아오고 있습니다. MBC가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선'과 '제작 능력'을 갖춘 이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환골탈태가 시작되나 봅니다.


그런데 MBC에 남아 있는 적폐들은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장겸 전 MBC 사장 체제에서 선임된 문화방송 이사들이 억대 규모의 특별퇴직위로금을 주지 않으면 사퇴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MBC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죠. 정권의 비호가 사라졌으니 돈이라도 챙겨야겠다는 심보입니다. 1인당 3억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어 총 20억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명박 정부 당시 소말리아 해적단에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이 치료를 받고 내지 않은 치료비를 국가가 대신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오늘(14일) 아침 보건복지부가 밝혔습니다. 석 선장의 치료비는 모두 2억 5500만 원이었는데 국민건강보험에서 낸 8800만 원을 뺀 1억 6700만 원을 받지 못해 아주대병원은 이를 결손 처분한 바 있습니다. 석 선장을 아덴만의 영웅으로 칭송하며 자기 칭찬에 바빴던 이명박과 정부가 이를 나 몰라라 한 겁니다. 이명박 정부는 석 선장이 소속된 삼호해운이 경영난으로 파산하면서 내지 못한 치료비를 모른 체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정부 홍보는 할 대로 다하고서는 정작 영웅에게는 도움의 손길을 뻗지 않은 겁니다. 수십조를 4대강에 퍼붓고 자원외교로 탕진할 시간은 있었어도 국민을 살릴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한 겁니다. 박근혜와 박근혜 정부는 더 노골적이었죠.

 

      출처 - MBC 〈PD수첩〉

 

지난 12일 〈PD수첩〉은 'MBC 몰락, 7년의 기록'이란 제목으로 7년간 MBC에서 벌어진 일들을 파헤쳤습니다. 아울러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을 공개했습니다. 이 문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 당시 국정원이 MBC를 장악하기 위해 작성한 시나리오였습니다. 문건의 내용에 따라 정권에 불리한 의제와 이슈를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들은 퇴출 대상이 되었습니다.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백종문, 박상후 등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채워진 MBC가 이명박근혜 시절 동안 몰락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사필귀정이라 할까요. 이명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였던 언론장악이 오랜 시간 동안 치열한 투쟁을 거친 지금에 이르러 제자리로 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저질러버린 잘못이 산재해 있어 단숨에 정상화되기는 어렵겠지만 공중파에서 제대로 된 언론의 모습을 볼 날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처 - 한겨레

 

호전되어 가는 MBC를 보며 KBS가 못내 안타까웠는데 이제 돌파구가 보입니다. 방통위는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업무추진비 유용 혐의가 적발된 강규형 KBS 이사에게 해임 사전 통보를 하고 해임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이 1명의 자리만 바뀐다면 KBS 노조가 요구하는 고대영 사장 해임이 가능한 상황이라서 KBS 파업 사태도 종지부가 찍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참 언론으로 다시 태어날 MBC와 KBS를 응원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