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중 미니 대선이라 일컬어지는 종로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후보가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후보를 꺾고 당선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낙연 의원은 기쁨은 잠시 뒤로 하고 선거사무소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내일(4월 16일)이 세월호 6주기이니 환호와 악수는 자제해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출처 - 참여연대


제21대 총선 바로 다음 날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6주기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수많은 국민에게 크나큰 상처로 남았으며 박근혜 탄핵의 도화선이 된 사건인 세월호 참사. 현재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최선의 방역으로 세계인의 찬사를 듣는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2014년 세월호 참사의 무력감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발로에서 나온 일입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3일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4와 나눈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코로나19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대응을 성찰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강경화 장관은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대응이 부적절한 탓에 304명이 숨졌다고 설명하며 이 참사가 한국인 전체에 집단적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말했습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정부 대응이 불투명하고 심각성을 무시하는 듯해 큰 비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전 정권의 일련의 참사들을 성찰한 결과 재난 상황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국민 고통의 최소화는 현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인 동시에 전 국민의 의지가 되었다는 것이죠.


출처 - 유튜브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민의 저력은 세월호 참사 때 느낌 다짐과 노력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부끄러운 나라를 물려주지 말자는 다짐과 노력이 지금의 한국을 만든 것이기에 우리는 세월호의 아이들에게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 발목 잡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총선 과정 중 미래통합당에서 튀어나온 입에 담지도 못할 막말들은 세월호 참사가 현재진행 중임을 일깨운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MBC


세월호 참사의 원흉이자 메르스 사태 당시 참으로 무력했던 미래통합당 후보들은 유세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와 유족들을 또다시 모욕했습니다. 경기 부천 병 지역구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후보 차명진은 입에 담기도 더러운 세월호 텐트 막말을 했다가 미래통합당 후보에서 제명당하기까지 했죠. 그러나 법원 가처분 신청으로 우여곡절 끝에 총선을 완주하긴 했으나 총선 결과는 낙선이었습니다. 세월호에 대한 모욕과 막말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상식 있는 국민의 단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편 춘천, 철원, 화천, 양구 갑 지역구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김진태의 선거운동원이 세월호 참사 6주기 현수막을 훼손하다 현장에서 적발되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춘천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김진태의 선거운동원이 세월호 현수막을 면도칼로 훼손하는 행위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40대 남성 선거운동원은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고 김진태 후보 포스터가 부착된 선거 차량에서는 면도칼로 찢어발긴 세월호 참사 6주기 현수막이 무려 27장이나 쏟아져 나왔습니다. 김진태는 선거운동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다며 꼬리를 잘랐습니다. 그런데도 해당 선거구 개표 초반에 가장 많은 득표를 한 것으로 나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정착된 것이 아니라는 현실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코로나19 상황의 여파로 세월호 6주기 행사는 조촐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13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사고 해역을 찾아 배 위에서 추모식을 열었습니다. 바닷바람 속을 3시간 넘게 달려 노란 부표 하나로 표시된 세월호 인양 장소에서 유가족들은 오열했습니다. 자식을 잃었는데 6년이 지나도록 책임자 처벌은커녕 진상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지, 어떻게 유가족들에게 막말하는 정치인이 아직도 발붙이고 있는지 한탄했습니다.


출처 - KBS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참사의 원흉인 미래통합당의 총선 참패로 인해 진상 규명의 길에 볕이 들기를 기대합니다. 지난해 11월 2기 특조위 격인 사회적 참사 특조위와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꾸려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수사 외압과 특조위 조사 방해 의혹에 대한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이 들었지만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사법 처리를 피해간 김석균 해경청장 등 지휘부 11명을 기소하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압수수색 돌입 등으로 소기의 성과를 내긴 했지만 그 이후로 지지부진입니다. 박근혜 당시 청와대 등 정부 고위관계자가 얽힌 세월호 진상 은폐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가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가족 측은 감사원의 세월호 참사 감사보고서 축소와 옛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지시, 개입한 사실을 밝혀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중입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이 2014년 세월호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규명이 되지 않고 있죠. 민변 세월호 참사 법률 대리인단은 지난달 말 황교안의 외압 행사를 포함한 12가지 의혹에 대한 추가 수사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출처 - 한국일보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교훈을 통해 우리는 이제 적어도 국민을 보호하는 정부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그날의 진실은 안갯속에 있고 책임자 처벌은 요원합니다.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보낸 이 시점에 수많은 국민이 진실을 요구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 계대욱 | 오마이뉴스

출처 - KBS

출처 - 굿모닝충청

출처 - 아시아경제

 

세월호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것만이 희생자들에게 진 빚을 갚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지난 1월 12일, 안산 단원고에서 눈물의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학생과 교사 등 262명이 희생되어 2000년대 최악의 사건으로 한국 역사에 기록될 세월호 참사. 해가 두 번 바뀌어 살아남은 사람들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지만 아직 배에 희생자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세월호 참사의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 아이들과 유족들의 억울함도 풀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생존 학생들이 졸업할 정도로 시간이 지난 지금, 세월호 참사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요?


출처 – 서울신문



망언만 무성했던 세월호 청문회

 

생각비행은 지난 연말 피해자들의 뒤통수를 치듯 한일 양국 간 졸속으로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말씀드리며 박근혜 정부가 과연 세월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아니 최소한 방해는 하지 않을지 우려된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예상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진상 규명은 커녕 이를 수습할 의지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밝혀지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뿐입니다.


출처 – 세월호 유가족방송 416 TV 유튜브


지난해 12월 14일에 열린 세월호 참사 특조위 1차 청문회 당시 구조에 나섰던 해경이 유족들 앞에서 배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철이 없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아 탈출하지 못했다는 망언을 해 큰 분노를 샀습니다. 그 외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로 일관했습니다.


그들로서는 기억이 나면 큰일 나긴 할 겁니다. 《미디어오늘》의 취재 결과를 보면 당일 구조 임무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해경123정은 현장 도착 직후부터 사진과 영상을 카톡으로 보내느라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청와대는 세월호 승객을 구조해야 할 골든타임에 해경 핫라인 등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진과 영상 자료를 보내라며 최소한 7차례 이상 독촉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청와대는 다른 일 하지 말고 영상부터 띄우라고 독촉하기도 했습니다.


10시 25분의 핫라인 통화에선 다음과 같은 지시가 내려진다. 


청와대: 오케이, 그다음에 영상시스템 몇 분 남았어요?

해경: 거의 10분정도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청와대: 예.

해경: 10분 이내에 도착할 거 같습니다.

청와대: 거 지시해가지고 가는대로 영상바로 띄우라고 하세요. 다른 거 하지 말고 영상부터 바로 띄우라고 하세요.

해경: 예.


[단독] 해경 세월호 현장 도착해서 한 일은 청와대에 카톡 전송


구조하러 간 해경에게 구조보다 먼저 영상부터 띄우라고 했으니 박근혜 정부의 일 처리가 얼마나 엉망진창이었는지 잘 드러납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한 사진과 영상 자료를 요구하던 청와대는 정작 구조를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고, 구조를 위한 지원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보고를 받아야 할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은 지금도 오리무중입니다.



해수부 공무원이 세월호 유족 고발하라고 사주했다


사태 예방과 수습에 놀랍도록 무능했던 박근혜 정부는 이후 세월호 참사를 국민의 기억에서 지우는 데는 기가 막힌 조직력과 행동력을 선보입니다.

 

출처 - KBS


세월호 참사 보도가 어느 순간부터 TV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들지 않으셨나요? 청와대에서 직접 개입해 세월호 보도를 막은 사실이 폭로되었습니다. 그것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망언으로 논란을 낳았던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이 폭로한 것입니다. 청와대가 길환영 KBS 사장을 통해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해경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가 KBS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습니다. 과연 청와대의 이런 개입과 조작이 KBS에 국한된 것이었을까요?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열렬히 지지하며 전범기를 꺼내 들기까지 한 홍위병들처럼 세월호 416연대 내에 보수단체 회원이 암약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 유가족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몰래 가입해 동향을 살피고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확산시켜온 것이죠. 이들은 416연대 내에서 활동하며 흠이 될 법한 발언이나 행동을 스파이처럼 훔쳐 듣고는 이를 보고서로 만들어 박근혜 정부 쪽에 보고해왔다고 합니다. 외부든 내부든 세월호 특조위를 흠집 내려는 정보 유출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죠.

 

출처 - 미디어오늘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이 보수단체와 결탁해 특조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해온 사실이 폭로되었다는 겁니다. 세월호 특조위에 파견된 해양수산부의 3급 공무원이 세월호 유족에 대한 고발과 특조위 해체 주장을 해온 보수단체와 결탁한 정황이 드러난 것인데요, 당시 해수부 공무원은 보수단체 대표에게 세월호 유가족 중 홍모 씨를 왜 고발하지 않느냐며 "다 조국을 위하는 일이니 홍씨를 재차 고발해 달라"고 사주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사주로 인해 유족인 홍 씨는 대통령 명예훼손과 국가보안법으로 고소를 당했죠.

 

이는 일반 공무원 몇몇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인 특조위 활동 방해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들의 '최고 존엄'을 위해서는 아이를 잃고 슬퍼하는 엄마조차 빨갱이로 몰아 고소하기까지 했으니, 박근혜 정부는 무능할 뿐 아니라 사악하기조차 합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결국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26일 광화문광장에서 해수부의 세월호 유가족 핍박 사주와 특조위 조사활동 방해에 대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주한 해수부 공무원과 직원을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릅니다.

 

출처 - 뉴시스


같은 날 오후 한강에서 125톤 규모의 유람선이 운항 도중 가라앉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승객과 승무원 등 11명은 무사히 구조됐지만 영동대교 부근에 가라앉은 유람선은 아직 예인되지 못했고 침몰 원인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크고 작은 선박 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젠 서울 한복판에서 유람선이 가라앉는 일마저 생겼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출처 - 다음 영화

 

얼마 전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의 1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를 본 관객수가 3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저희도 이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만, 사실 독립영화의 특성상 1만 관객을 동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나쁜 나라》의 흥행은 경이적인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영화에 소개된 《나쁜 나라》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2014년 4월, 진도 앞바다에서 생중계된 세월호 침몰사건은 304명의 희생자가 속해 있는 가족들에게 평생 지고 가야 할 상처를 안겨줬다. 그중에서도 단원고 학생들의 유가족들은 자식 잃은 슬픔을 가눌 틈도 없이 국회에서, 광화문에서,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 앞에서 노숙 투쟁을 해야만 했다. 그들의 질문은 단 하나, 내 아이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것. 하지만 그 진실은 1년이 지나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평생 ‘유가족’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마주친 국가의 민낯, 그리고 뼈아픈 성찰의 시간을 그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투쟁 1년의 기록.

 

지난 30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나쁜 나라》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토론토 사람들'이 노스욕 시청 대회의실을 빌려 무료 공동체 상영을 한 것이고 합니다. 해외에서 세 번째로 열린 상영회였는데, 250여 명의 관객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세월호 진실 규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영화 상영 후 요크 대학교에서 온 현지 학생은 "그런 사고가 일어났는데 어떻게 바로 조사를 들어가지 않았는지, 가족들이 어떻게 저렇게 해야 하는지 여기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지요.


세월호 인양은 7~9월로 예정돼 있는 데 반해 특조위의 활동기한은 6월까지입니다. 특별법 7조 1항에 따르면 위원회의 의결로 한 차례 활동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대체 얼마나 무능하길래, 혹은 대체 무엇이 밝혀지는 게 그렇게 두려워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이렇게까지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걸까요?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습니다.

 

내일(7월 24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됩니다. 전대미문의 의혹을 남긴 세월호 사건은 무엇 하나 확실히 밝혀진 게 없어 보입니다. 미궁을 헤매는 것과도 같았던 98일간의 수사. 세월호 참사 100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 세월호 사건의 중심인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전 국민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세월호 참사가 한 사람의 죽음으로 그냥 덮여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이에 세월호 참사 100일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해결책이 나오기는 했는지, 안전대책은 세워졌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출처 -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출처 - 뉴스1



유병언 사망, 그동안 헛다리 짚은 경찰과 검찰


경찰과 검찰의 미흡했던 초동 대응은 세월호 참사뿐 아니라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두고도 똑같았습니다. 지난 6월 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에서 2.5킬로미터 떨어진 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유 전 회장은 40일 동안 누군지 모르는 노숙자로 취급되어 순천의 한 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출처 - YTN


변사자의 시신이 유병언의 시신으로 판단된 날, 검찰은 숨어 있는 유병언을 찾겠다며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습니다. 검찰이 재수사의 의지를 밝힌 지 불과 4시간 만에 경찰은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 DNA가 유 전 회장의 것과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식 결과를 알립니다. 지난 6월 12일 순천에서 변사체를 발견한 경찰은 다음 날 순천 지청에 변사 보고를 했지만 담당 검사는 이를 허투루 넘겼습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유 전 회장의 검거를 촉구한 사건을, 검찰은 바빠서 잘 몰랐다며 방치해놓고 죽은 유 씨에 대해 6개월짜리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그야말로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출처 - 한겨레

 

출처 - 경향신문

 

시신이 발견된 6월 12일은 검경이 합동으로 구원파 금수원 2차 진입 수색을 시도했던 날이기도 합니다. 당시 총 1만여 명의 경력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허탕을 치고 끝났습니다. 그 이후 검경은 유 전 회장의 추적을 계속해왔다고 밝혀왔는데요. 이 시점에서 돌아보면 유 전 회장의 변사체를 확보해놓고도 망자를 찾아 국민의 혈세를 어이없이 낭비한 꼴입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과 정부가 보였던 무능함에 어깨를 견줄 만하네요.



출처 - 연합뉴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유 전 회장을 검거하고 못 하고의 문제를 떠나서 소위 '국가 개조'에 버금가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사태이며 최종적으로 국가의 의무인 구난과 후속 조치에 실패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일입니다. 그간 대한민국 정부, 대통령, 검경이 대대적으로 유 전 회장을 쫓은 건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여파를 어떻게든 한 개인의 부정과 비리로 몰아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의혹이 컸죠. 그런데 이번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 발견으로 이들은 스스로 설정한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하는 무능함의 극치를 온 국민에게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유병언 전 회장이 죽었으니 검경 입장에서는 세월호 관련 유병언 수사를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설정해놓은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자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유 전 회장의 장남이나 가족을 잡아봐야 연좌제를 적용할 수도 없고 사건 자체가 공중에 뜨게 되었죠. 세월호 참사 배상 책임을 위한 재산 추적도 유병언의 죽음으로 취소됩니다. 재산 가압류도 당사자의 죽음으로 상속 절차에 들어가기 때문에 법리 해석이 새로 필요할 듯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살인지 타살인지 각종 음모론만 횡행하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정부나 여당에서 피의자의 사망을 이유로 세월호 참사 수사 자체가 종결되었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무엇 하나 바뀐 것도, 누구 하나 벌한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 국회 헛바퀴 100일


세월호 참사 이후 드러난 정치권의 행보는 분노를 넘어 헛웃음마저 나올 지경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던 국무총리는, 후임 총리 후보가 부패와 비리로 청문회 문턱도 못 가보고 줄줄이 낙마한 탓에 결국 유임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해체를 공표했던 해경은 스리슬쩍 남겨두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으며, 세월호 특별법을 당장에라도 입안할 것처럼 굴던 국회는 당리당략으로 말미암아 표류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가리고 후속 조처를 위한 입법을 해야할 국회는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다짐이 무색하게 100일을 허송세월하고 있습니다. 여야는 지난 6월, 19대 국회 후반기 첫 임시국회를 소집하면서 세월호 국회로 명명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주요 법안을 단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안마다 여야 간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데다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 각자의 이익을 위해 대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우선 입법 과제로 꼽은 세월호 특별법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여야가 TF까지 꾸려 협상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파행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진상조사위가 수사권을 가진 특별사법경찰관을 두어 조사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애써 진상조사위의 권한을 축소하고 싶어 합니다. 자신들의 비리와 무능함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조사위 구성도 여당은 여야추천권을 배제한 채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과 희생자 가족 측 추천 인사로만 꾸리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정부와 여당 입장을 대변할 인적 구성을 할 수 있으니까요. 조사위의 의결 정족수도 여당은 3분의 2 찬성을, 야당은 과반 찬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를 보다 못한 세월호 참사의 유족들이 국회 앞에서 열흘에 이르는 단식 농성을 하며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구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은 표류해도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날 의료민영화에 대한 법은 착착 진행되고 있더군요. 전대미문의 참사 앞에서 유족들의 슬픔을 덜어주지는 못할망정 유족들이 직접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자기 이익만 챙기는 치졸함 때문에 국민은 다시 한 번 국가가 과연 무엇인지 되묻게 됩니다.



세월호 유족을 직접 공격하고 나선 천박한 보수단체들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간 세월호 참사의 가족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이 오죽하면 직접 나섰겠습니까. 그런데 이들의 마음에 또다시 대못을 박는 사건이 지난 21일 벌어졌습니다.


 

출처 - 한겨레


보수성향 단체인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 봉사단이 세월호 가족의 단식 농성장에 난입해 세월호 참사가 거짓 폭력이라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 후에 세월호 유가족들의 집기를 뒤집어엎고 소리를 지르는 추태를 보이며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것도 아닌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이해라 수 없다며 유가족을 비난했습니다. 이들은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 봉사단'이라는 단체 이름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봅니다. 어떻게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이리 짓밟을 수 있단 말입니까.

 

하지만 이들 보수단체의 주장은 애초에 틀렸습니다. 세월호 유족들이 직접 내놓은 가족대책위의 세월호 특별법에는 의사상자 지정이나 특례입학 같은 혜택 조항이 없습니다. 그런 혜택은 정치권에서 여야가 자신들의 입장에서 내놓은 별도의 세월호 특별법안에 포함되어 있을 뿐입니다. 유가족이 내놓은 세월호 특별법에는 어디까지나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세월호 유가족 특별법에는 의사상자 지정, 특례입학 없다(슬로우뉴스)

http://slownews.kr/28079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다 되도록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진상규명도 되지 않았으며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는데, 이제 그만하라는 보수단체의 주장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박근혜 정권의 안위를 위한 것에 불과해보입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 '100일 100리 행진'



출처 - 참세상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참사 100일을 맞아 약칭 '100일 100리 행진'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23일 오전 9시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 대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1박 2일 행진에 돌입하는 것이죠. 안산 단원고등학교, 하늘공원, 광명시민체육관까지 행진한 후 국민대토론회와 촛불문화제를 개최합니다. 이튿날에는 광명시민체육관에서 국회로 행진해 단식 중인 유가족을 만날 예정입니다. 이후 서울역 광장을 경유해 저녁에는 광화문 광장을 거쳐 문화제가 열리는 서울시청광장까지 행진합니다. 23일 행진과 함께 서울에서는 반대로 팽목항으로 가는 기다림의 버스가 운행됩니다.

 

희생된 아이들과 가족들의 영정 앞에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한 특별법을 올려놓기 전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 참사 100일이 다 되도록 아무것도 변한 게 없고,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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