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이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렸습니다. 화창한 날씨였지만 슬픔만이 가득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희생자 유족은 올해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해 4월 16일 "8주기에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지 않고 추모만 할 수 있게 해달라"면서 울먹이던 그들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또다시 강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유족들을 탄압했고, 문재인 정부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인 윤석열 정부가 이를 책임지고 완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 학생이었던 장애진 씨는 이제 스물여섯 살로 응급구조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기억식에서 그는 이제까지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한 결과인 세월호 인양, 특별법 제정, 특조위 구성, 미수습자 수습, 사참위 법 개정 가운데 정부가 주도적으로 알아서 해준 일이 무엇이냐고 정치권을 꼬집었습니다. 유가족과 국민이 사력을 다해 밥상을 차려놓으면 정치권은 숟가락을 올리기 바빴을 뿐이죠.

 

출처 - 경향신문

 

장애진 씨는 자신이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할 때쯤이면 진상 규명에 가까워져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며 지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끝까지 가보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는 사고가 아니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구할 수 있었는데 구하지 않은 것은 사고가 아니라고요. 장애진 씨는 윤석열 당선인이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면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꼭 함께 해달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출처 - KBS

 

기억식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는 추도사를 통해 정부가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정부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지금도 특조위가 활동하고 있다며 활동기한 내에 조사 결과를 잘 정리해 보고하고 피해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출처 - 트위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 SNS를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성역 없이 밝히는 일은 아이들을 온전히 떠나보내는 일이고, 나라의 안전을 확고히 다지는 일"이라고 추모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세월호 특검으로 진실에 한발 다가섰지만, 아직도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다면서 "진상규명과 피해지원, 제도개선을 위해 출범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했습니다.

 

출처 - 페이스북 / 뉴데일리

 

윤석열 당선인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가장 진심어린 추모는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좌우와 진영을 가릴 것 없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4월 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생명안전사회 건설을 촉구하는 서한을 인수위 측에 전달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번 기억식에서 강조한 것처럼 차기 윤석열 정부가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텐데요, 과연 어떨까요?

 

출처 - JTBC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진 유족을 모욕하고 음해하던 이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대표적인 타깃이 된 분이 46일간 단식투쟁을 했던 김영오 씨(유민 아빠)였습니다. 그는 작년 세월호 7주기 즈음 사람이 무서워서 인적이 드문 시골에서 감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고 근황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일베, 극우단체, 기레기들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자신을 조롱하는 건 그래도 참을 수 있었는데, 같이 촛불을 들었던 시민 중에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것에는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가짜뉴스와 루머와 조롱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영오 씨는 인터뷰 당시 정권이 바뀌어 세월호 참사의 장본인들이 다시 돌아와 진상규명이 영원히 힘들어질 것을 걱정했습니다. 2014년 단식투쟁을 함께한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은 알겠지만 최대한 속도를 내어 판가름을 내고 규명해달라고도 당부했습니다. 이게 10년, 20년, 30년 계속되어 유족이 계속 투쟁만 하게 될까 두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출처 - 뉴시스

 

그러나 그의 염원은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2월 국정원이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냈기 때문입니다. 특조위 2기에서 정보 요원 이름이 뭔지, 어디 사는지 다 밝혔고 심지어 국정원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사찰 당사자가 인정했는데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현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에 직면한 유가족 입장에서는 검찰을 지휘하던 당선인과 참사의 주역들이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진상 규명을 이어나가기 위해 그들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점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출처 – 4.16재단

 

대선 결과로 정권이 곧 바뀌기 때문일까요? 세월호 참사 8주기에 아직도 세월호 타령이냐며 타박하거나 세월호도 5.18처럼 우려먹을 거냐며 빈정거리는 이들이 넘쳐납니다. 8주기 기억식에서 생존자 장애진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만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저도 그만하고 싶다. 항상 진상규명을 위해 힘들고 무서웠던 기억을 꺼내야만 하는데 누가 하고 싶겠나"라고 말했습니다. 7주기에 김영오 씨는 "응원은 바라지 않으니 지겹다고만 하지 말아 달라"라고 했습니다. 제발 지켜만 봐달라고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요원한데 추모만이라도 온전히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4년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에서 여러 저자분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피력하셨는데요, 여기 간략히 정리합니다.  

 

 

요즘은 문밖을 나서 조금만 걸으면 거리에 걸린 노란 바탕색 현수막 천에 박힌 검정색 글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중에는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안산의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유가족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애도도 있고,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행위도 있습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후 참 많은 진단의 언사가 있었습니다만, 단연 정확하고 포괄적인 진단은 ‘대한민국 전체가 침몰 중’이라는 선언(!)일 것입니다.


대체 우리는 어디에 빠져서 침몰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서방 식민 제국의 자본주의가 무차별적으로 이식되면서 자체의 역량을 키울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급격하고 과격하게 자본주의로 편입되었습니다. 한국은 전후 복구와 재건이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자본의 개발과 성장 논리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사회가 되었고, 급기야는 사회 전체가 무한 증식하는 자본의 거대한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그 무서운 바다에서 구명해줄 보트나 조끼 따위가 있긴 하지만 그 수는 턱없이 모자라고 또 아무나 타고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야말로 피튀기는 생존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보트를 탄 사람들과 구명조끼라도 입은 사람들,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버티며 살벌한 각축전을 벌이는 사람들 사이에는 그 어떤 연대도 연민도 없습니다.


 까딱 잘못하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타인을 향한 서슬 퍼런 차가움만 있을 뿐입니다. 살기 위해 싸워야 하는 삶 속에선 자존감은커녕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갖기 어렵습니다. 쌍용자동차 부당 해고 노동자들의 힘겨운 투쟁이 그렇고, 평생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하루가 그렇습니다.

 

자본 권력의 공격에 ‘인제, 그만!’이라고 외칠 때도 되었는데, 아니 한국 사회의 내구력은 진작 ‘임계점’에 달했는데, 왜 우리는 ‘허망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죄 없는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고 있는 것일까요?

 

―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 옮긴이 후기 중에서

 

 

 

 

이 글은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분들과 그 가족들을 위로하려 쓰는 글은 아닙니다. 저는 그런 고통을 겪어본 적이 없기에 그 무게를 알지 못하고, 글 몇 줄로 나서서 위로할 자격은 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참사를 목도한 우리도 심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야기하는 분노와 환멸도 있지만, 어린 학생들의 때아닌 희생, 그리고 그로 인해 환기된 죽음 자체의 어두움이 전하는 절망과 허무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종교가 있는 사람은 믿음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저 자신에게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우리는 죽어서 우리를 만들어준 별로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시 세상을, 새로운 삼라만상을 탄생시킵니다. 이 광대한 순환의 드라마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인간적인 처연함과 안도감이 교차합니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용을 써 본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요. 부자가 되고 유명인이 되고 나아가 세계를 정복한다 한들 광대한 시공간 속에서는 티끌이자 찰나일 뿐입니다. 은하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세운다 한들 긴 세월이 지나면 결국 폐허로 변하고 맙니다.


하지만 우리가 별에서 와서 별로 돌아가는 우주적 순환 과정의 신성한 일부라는 사실과 우리를 이루던 요소들이 머나먼 시공을 넘어 새로운 세상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떤가요. 그간 세상을 떠난 모든 사람과 앞으로 죽음을 맞이할 우리와 한때라도 여기 존재하던 모든 것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죽음의 허망함이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절실한 소중함으로 뒤바뀝니다.


그렇다 하여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이 거대한 의미만을 붙잡고 살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 이 자리의 일은 이곳에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죽음은 삶의 귀결이지만, 삶이 죽음을 ‘목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특히 때아닌 어린 죽음에 관해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삶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고통과 슬픔을 줄이고 악을 단죄하는 일은, 탄소나 인 같은 원소로 이뤄진 존재가 아닌 의지와 양심이 있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당연한 책무입니다. 지옥 같은 배 속에서 먼저 떠난, 어쩌면 아직도 버티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남은 우리 자신을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분노를 표출하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생각만으로는 이미 떠난 사람들로 인한 공허함을 채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훌륭한 세상을 만든다 한들 아이들이 되살아나 그곳에서 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천국이 정말 있어서 모두가 그곳에 갔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 비뚤어진 나라에서 어려서부터 겪어야 했던 삶의 무게와 죽음의 공포가 한낱 꿈이었을 뿐이고 이제 영원한 평화와 행복을 누리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그런 게 아니더라도 저는 순진했던 우리 아이들이 조금 먼저 별을 향해 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도 천천히 그곳을 향해 가고 있고요. 언젠가 때가 되면 만나서, 살아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거대한 기적의 신성한 일원으로 함께할 거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미안하지만, 그때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중에서

 

 

 

 

2014년 4월 16일… .
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공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 중에서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여 탑승자 476명 가운데 29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7년 11월 현재까지 5명은 실종(미수습) 상태다. 대참사가 일어난 그날,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대통령이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약 7시간 행적이 공백으로 남아 무수한 추측이 난무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행적은 국가 기밀 사항이라 절대 발설할 수 없다. 만약 그랬다가는 북한의 공격 목표가 되어 국가 안보가 위험해진다. 세상 어디에도 대통령의 행적을 일일이 다 국민들한테 밝히는 나라는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잘못된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600년 전 조선왕조 시절에도 국가 지도자의 행적은 국가 공식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에 사관들의 손에 의해 낱낱이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태종 임금은 말을 타고 사냥을 나갔다가 낙마한 일이 창피해서 실록에 적지 말라고 했는데, 그런 발언조차 고스란히 실록에 담겨 있을 정도다.

 

이런 문화유산이 남아 있는데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과 관련된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거나, 그나마 남아 있는 기록조차 폐기한 흔적이 역력하다. 행여 기록이 남겼다가 비판을 받을까 봐 없애버린 것이다. 이것이 역사 말살이 아니고 무엇인가?

 

조선이 구시대적인 전제왕권 국가라서 현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론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한국과 같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이자, 보수층이 본받아야 할 선진국이라고 그토록 선망하는 미국은 어떨까? 미국의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은 전 세계 테러리스트들의 최고 공격 목표다. 이 때문에 미국 백악관에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중무장한 경호 부대가 배치되어 있다. 그렇지만 미국 대통령의 모든 행적은 낱낱이 기록되고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다.

 

똑같은 국가 지도자인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행적을 다 공개했고, 한국 박근혜 대통령은 행적을 끝까지 숨겼다. 이제 와서 보면 2014년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일을 했느냐보다 대체 7시간의 행적을 왜 감추려고 했는지가 더 많은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 《부끄러운 이명박근혜 9년》 중에서

 

생각비행은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 한 분 한 분을 잊지 않겠습니다. 시대적 소명으로 사회에 유익한 책을 펴낼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세월호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는 그날까지 연대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에 대한 봉인이 풀리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청와대 캐비닛 문건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발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간 잃어버린 7시간에 대한 숱한 루머가 있었죠. 정윤회와의 밀회설, 종교의식 참석설, 프로포폴 투약설, 미용 시술설 등 온갖 추측과 보도가 난무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 발표로 드러낸 진실의 일부를 보면 어떤 의미에서 루머보다 더 황당합니다. 박근혜는 최순실이 데리러 올 때까지 그냥 멍하니 있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다녀온 일정 외에는 종일 관저에 머물렀고, 최순실과 미용사 등을 제외한 외부인은 출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동시에 당시 박근혜의 청와대와 김장수, 김기춘, 김관진 등 연루자들이 입을 맞추고 문서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검찰은 대통령 보고 및 지시 시간을 임의로 바꾸고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무단 수정한 김장수, 김기춘, 김관진 등을 재판에 넘기고 그 밖에 해외로 도주한 부역자들도 적색수배 등을 내렸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무엇보다 박근혜가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구조를 전화로 지시한 시각은 오전 10시 15분이 아니라 골든 타임이 지난 10시 22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첫 서면 보고도 10시 19~20분으로 드러났고요. 탄핵 이전 10시에 첫 서면 보고가 들어갔다는 주장과 10시 15분에 첫 전화 지시가 있었다는 당시 박근혜 청와대의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세월호 탑승객이 외부로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보낸 시각이 10시 17분이었으니 이미 배가 전복되어 구조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에야 비로소 박근혜와 청와대는 꿈지럭거리기 시작했던 겁니다.

 

더 참담한 건 김장수 전 실장이 박근혜에게 전화를 2번 했으나 받지 않아서 안봉근 전 비서관이 차를 타고 관저로 가서 직접 침실 문을 두드리자 그제야 박근혜가 밖으로 나왔다는 겁니다. 박근혜는 정말로 무슨 생각으로 대통령이 되고 청와대에 있었던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진실은 이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 첫 보고와 지시 모두 세월호 구조의 골든타임이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또한 실시간으로 11회 서면보고했다는 것도 거짓입니다. 늦은 오후와 저녁에 2회에 걸쳐 출력 보고한 게 다였습니다. 이 모든 상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거합니다.

 

사고 당일 오후 2시 15분 최순실이 청와대 관저에 들어와 박근혜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등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문고리 3인방의 5인 회의가 개최되어 박근혜가 중대본부를 한 번 방문하도록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하죠. 이때 나온 작품이 박근혜의 올림머리입니다. 그리고 중대본을 방문한 박근혜는 "구명조끼 입었는데 그렇게 발견이 힘듭니까?" 하고 질문했습니다. 

출처 - 부끄러운 이명박근혜 9년

 

탄핵심판 과정에서 박근혜는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당일 간호장교와 미용사를 제외하고 어떤 외부인도 관저에 들어온 사실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까지 최순실과 국정농단의 실체를 숨기려 든 겁니다.


출처 - 한겨레

검찰의 수사 발표를 접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반응은 분노 속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그럴 줄 알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검찰의 수사 발표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청와대와 박근혜에게 세월호 참사는 중요하게 다뤄지는 일이 아니었고, 박근혜 개인의 일탈을 숨기기 위해 국가기관이 나서서 공문서와 여론을 조작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검찰 수사 결과 외에 참사 원인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지휘 체계가 어떻게 개입했는지 수사가 더 진전되어야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 변호사로 국회의원이 된 박주민 의원은 박근혜의 7시간 중 4시간의 행적은 의혹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2014년 4월 들어 박근혜는 수요일엔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했다는데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도 수요일이었습니다. 쉬느라 늦게 일어났더라도 어쨌든 안봉근 비서관이 침실에서 불러낸 10시 남짓부터 오후 2시 최순실이 올 때까지의 4시간의 행적은 이번 발표로도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다음 달이면 세월호 참사 4주기가 됩니다. 그날의 진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지만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억울함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미진한 박근혜 4시간의 행적과 공문서 조작 등과 관련한 여죄를 검찰이 명명백백하게 풀어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내일신문


세월호 참사 3주기인 지난 4월 16일, 이전과 다른 애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정부 합동 분향소와 인천가족공원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등지가 노란 리본을 달고 노란 조화를 든 시민 2만여 명으로 붐볐기 때문입니다. 국가적 참사를 추모하는 물결이 당연한 것 아니냐 싶으시겠지만, 사실 그동안은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죠.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지우기에 열을 내던 1년 전 2주기 추모 행사에는 2500명이 참석했을 뿐이었으니까요. 그때와 비교하면 3주기 행사 참석 인원은 족히 10배 규모로 늘었습니다.


출처 - MBN


국내 추모 물결만큼이나 해외에서도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일본 피겨 스케이팅 대표 선수였던 안도 미키는 자신의 SNS에 "같은 하늘 아래서 2014~2017년 4월 16일을 기억한다. 유족들이 미소를 찾길 바란다. 일본에서 기도를"이라는 글과 함께 노란 리본을 올렸습니다. 안도 미키는 세월호 참사 당시 피해자들을 위해 1000달러를 기부한 바 있고 매년 4월 16일에 꼬박꼬박 추모해왔다고 합니다.


출처 - 국민일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 중 하나인 콜드플레이도 지난 16일 내한 공연 중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했습니다. 10만여 관객 앞에 노란 리본을 착용하고 무대에 오른 콜드플레이는 공연 두 번째 곡으로 자신들의 1집 수록곡 〈Yellow〉를 불렀습니다. 세월호의 노란 리본을 염두에 둔 선곡이었죠. 관객의 야광 팔찌가 노란색으로 빛나고 전광판에 노란 리본이 띄워져 자연스레 추모 분위기가 연출되었습니다. 콜드플레이 멤버들과 관객들은 10초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이후 콜드플레이는 한국인을 위로하는 마음을 담아 부르겠다며 〈Fix You〉를 불러주었습니다. 그리고 지난겨울 박근혜 탄핵을 부르짖는 현장에서 즐겨 불리던 히트곡 〈Viva La Vida〉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한국 특유의 떼창으로 화답했습니다. 이 노래는 프랑스 대혁명으로 단두대 앞에 선 루이 16세의 시점을 가사로 쓴 혁명 찬가이기에 뜻깊은 점이 있죠.


출처 - 뉴스핌


이렇게 국내외에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가운데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과거 속에 사는 구시대 인물들도 없진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덮으려 했던 박근혜의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홍준표는 유일하게 세월호 3주기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은 인물입니다. 그는 다른 대선 후보들이 세월호 3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진실 규명을 약속할 때 3년이나 우려 먹었으면 많이 했다는 망언으로 세월호 유가족의 마음을 후벼팠습니다.  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뉴스1


한편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유족인 김영오 씨의 SNS에 한 누리꾼은 어묵으로 리본 형태를 만들어 보내며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한 짓" "4·16 오뎅데이 오늘은 오뎅 먹는 날" "애 살아 있을 때 교육비 한 푼 안주다 죽으니 찾아와 애비 행세" 같은 메시지를 보내 국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지난 3년간 세월호 유족을 모욕하고 괴롭힌 일베 등 극우 커뮤니티 회원의 소행이 아닌가 싶은데요, 자신들의 악행을 깨닫지 못하고 구시대의 미몽에 빠져 사는 모습이 한심스럽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3주기에 앞서 세월호 인양이 완료되었습니다. 육상 거치도 무사히 끝나 참사 1098일 만에 세월호 선내 수색이 시작되었죠. 수색 첫날 신발, 가방, 의류, 구명조끼 등 총 18점이 나왔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 이제 시작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안전사회를 위한 시설 조성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구속된 박근혜는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 중이고 그 후임이 되겠다며 나온 대선 후보라는 사람은 망언을 일삼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대통령이 선출되어 세월호 4주기에는 모든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고 우리 사회의 안전 의식도 더 높아지길 빕니다. 그때야말로 세월호 희생자들이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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