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목일은 강원도 일대 산불로 생각할 거리가 많았습니다. 대규모 산불로 걱정이 많았지만 신속한 대응으로 화재 규모에 비해서는 큰 인명 피해 없이 진화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산불 신고를 받고 초기 대처가 신속했고, SNS 등을 통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보 공유,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활동에 나선 용감한 시민들의 행동이 빛났습니다. 산불 사태의 심각성을 조기에 진단하여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한 정부의 대응이 빨랐고, 우리 군과 미군까지 지원을 나온 덕분에 더 큰 피해 없이 화재 진압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전국에서 일사불란하게 모여 온몸으로 산불을 진압한 전국 소방관들의 공로가 컸습니다.

 

출처 - 뉴스1


이로 산불 사태를 겪으며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달라는 국민청원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청원이 올라온 지 3일 만에 20만 명이 동의할 정도로 관심이 남달랐습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군, 경찰 등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이 국가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 달리 소방공무원은 대부분 지방직 공무원으로 시, 도 소속입니다. 이 때문에 지방마다 소방공무원들의 처우나 예산, 장비 등이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죠.


출처 – 청와대 청원 게시판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개정안은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국회 법사위에서 개정이 막힌 뒤 계류 중이죠. 원흉은 역시 자유한국당입니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수뇌부는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습니다. 소방관의 처우 개선과 소방 장비 완비를 위해 변화가 필요한 건 인정하지만 이를 국가직화를 통해 할지 다른 방식의 재정 지원을 통해 할지는 논의해봐야 된다는 겁니다. 경찰의 지방자치화 흐름에도 배치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정작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내놓은 자치경찰제안에는 또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릴 계속 해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YTN


작년 예산 충원 당시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은 노는 공무원을 왜 늘리냐며 예산을 삭감한 바 있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노는 공무원이라고 지칭한 것은, 인력 충원이 시급했던 소방관, 경찰, 사회복지사, 집배원, 해경, 119 구조대입니다. 놀고 먹는 공무원이 너무 많다는 자유한국당의 발언은 속기록에도 남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소방관들이 놀고 먹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반박했죠. 하지만 결국 자유한국당의 몽니로 이번에 강원도 산불 진화에 나설 수 있었을 소방관들의 수와 처우가 낮아진 셈이 됐죠.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서 없죠. 이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지난 10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령층, 지지층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국가직 전환에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있었습니다. 국회에서 발목을 잡는 자유한국당 지지층조차 찬성 65% 반대 28.3%로 과반이 찬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자유한국당은 자기네 지지층의 여론까지도 무시하는 막무가내식 정당입니다. 한마디로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는 셈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소방관 100여 명이 동원되어 눈을 치우고, 의자를 닦았던 모습을 기억하실 겁니다. 행정안전부는 이에 대해 '행정착오'였다고 답했지만 추후 거짓으로 드러났죠. 행정안전부 소속 대통령취임행사위원회가 영등포소방서장에게 공문을 보내 제설작업을 공식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공문 내용을 보면 "18대 대통령 취임식이 2013년 2월 25일 국회 의사당 앞마다에서 거행될 예정"이라며 "취임식 관련하여 국회 의사당 앞마당 제설작업, 주변 도로 청소 등을 협조 요청드린다"고 적혀 있습니다. 협조를 요청하는 날짜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소방관에 요청한 건 제설작업만이 아니라 주변도로 청소까지 포함하고 있었으니,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소방관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인식 수준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시점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 대상 명단 1차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책임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책임자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당시 청와대와 정부·해경·기무사·국정원 등 관계자 18명에 대한 실명을 공개했습니다.

 

출처 - YTN

 

세월호 관련 수사나 재판이 이곳저곳에서 나뉘어서 진행되다 보니 집중적으로 대응을 못하고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도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구조였습니다. 이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별도의 전담 조직을 구성해서 수사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형참사는 반복될 것입니다.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사고는 결단코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생명보다 돈과 이윤을 우선시하는 권력이 풀어놓은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민낯을 드러낸 참사였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사건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속도를 늦추고 세상의 참상을 정직하게 보고 대면하도록 요구합니다. 아울러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짜놓은 생존경쟁의 무대에서 내려와 우리의 일상을 유지하게 하는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묻게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면서 세월호라는 죽음의 공간을 평화와 화해가 넘치는 역사적 화해의 공간으로 되살려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은 이를 위한 일보 전진이기도 합니다. 자유한국당처럼 국민의 안전에 발목을 잡는 세력이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소방관들의 처우와 업무환경이 조금씩이지만 개선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생각비행에서 불법주차 차량이 화재 진압에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그 위험성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에 관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소방차 방해하는 불법주차 차량, 6월부터 밀어버린다 : https://ideas0419.com/795

 

출처 - JTBC


지난 4월 3일 서울 도심에서는 소방차의 이동 경로를 막은 주정차 차량을 부수고 지나가거나 밀어붙이는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번 훈련은 폐차를 놓고 진행된 것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불법주차 차량을 저런 식으로 실제로 밀어버릴 예정입니다. 대형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재난에 대비한 매뉴얼이 필요할 뿐 아니라 현장 지휘자가 적확한 판단을 내리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출처 - 세계일보

 

이번에 많은 국민이 다시 뜻을 모으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원도 산불 진압을 위해 각지에서 소방관을 모으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신속하게 화재 진압을 할 수 있었을까요? 이건 그나마 이번 정권에서 법 개정을 했기에 할 수 있었던 조처였습니다. 국가재난사태를 해결한 해결사인 소방관들의 처우와 지위 그리고 실제 화재 진압의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신속히 국회가 처리하길 바랍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생산한 문건이 쌓여 있는 일명 마법의 캐비닛이 청와대에서 발견되어 정국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7월 14일 민정비서관실에서 이전 정부에서 작성한 문건이 발견된 후 민정 총무비서관실에서 일제 점검을 시행했는데, 현재 국정상황실과 안보실 등에서 다량의 문건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간 발견된 전체 문건의 규모만도 약 2000여 건으로 마치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캐비닛이 문서를 마구 쏟아내는 수준입니다.


출처 – 〈브루스 올마이티〉, 유니버설 스튜디오

 

이 문건들은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된 것들로, 당시 민정수석은 법꾸라지 우병우였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은밀히 지원한 치부도 다수 적혀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이후 국정농단 및 우병우 재판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 많은 문서 중에는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이라는 문건도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개입할 것인지, 정부가 개입한다면 의결권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과 더불어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위원 구성을 신중히 하고 관계 부처가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는 표현도 들어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삼성을 위해 국민연금 의결권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죠. 

출처 - 경향신문

 

또한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문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을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이라는 대목이 나와 박근혜가 국민연금의결권 등을 이용해 이재용 삼성 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을 것이라는 정황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재판과 관련해 박근혜가 이재용으로부터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 청탁을 했느냐는 사실과 더불어 뇌물 298억 원을 받은 혐의가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발견된 이전 정부의 문건 중 국정농단과 관련해 범죄 사실과 상관 있는 문건들의 사본을 특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JTBC


이번에 발견된 문건을 통해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와 관련해 천인공노할 지시를 내린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무능함과 무책임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는 세월호 특조위를 무력화하라는 명시적 지시를 내렸음이 이번 수석비서관 회의 정리 문건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언론과 협조해 세월호 유가족 개개인의 일탈 행위 등을 부각하여 세월호 특조위 자체를 무력화하라는 비열한 주문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증은 당시에도 있었지만 세월호 특조위를 청와대가 앞장서서 무력화하려 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건 이번 문서가 처음입니다.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내용이 담긴 문건도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박근혜 정권에서 편향된 특정 이념 확산을 직접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입니다. 또한 카카오톡 검색 기능과 관련해 좌편향적인 자동연관 검색어 논란이 있으니 이를 개선토록 하라는 주문도 보입니다. 참 별것을 다 집적거렸구나 싶은 대목입니다.


자신들 편에 서지 않는 지자체에 대해 직접적 보복을 불사하는 문건도 나왔습니다. '중앙정부, 서울시 간 갈등 쟁점 점검 및 대응방안'이란 문건에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정부가 무조건 반대한다는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서 서울시 계획을 부당하다고 몰아가야 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 수당 지급을 강행하면 지방교부세 감액 등 불이익 조치를 하라고 지시하는 문건도 발견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 모든 문서가 우병우가 민정비서관, 민정수석일 당시 생산된 것들이어서 국정농단 사건을 교묘히 빠져나갔던 법꾸라지 우병우를 이번에는 감옥에 집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우병우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잡아떼고 있습니다. 이에 특검은 청와대 캐비넷 문건을 작성한 전직 행정관들을 이재용 재판에 증인으로 불렀습니다. 삼성 승계를 비롯한 문건들을 상부의 지시로 청와대 행정관들이 작성한 것일 테니 이번에 우병우의 직권 남용 사실과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도운 혐의가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래선지 박근혜, 최순실 변호인은 캐비넷 문건을 검찰이 기습적으로 증거로 제출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죠. 

 

한편 국정농단의 수괴인 박근혜를 따르던 자유한국당은 캐비넷 문건에 대해 대통령기록물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개했다며 브리핑을 한 대변인을 고발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문건들이 대통령기록물인지 불분명할 뿐더러 대통령기록물에 속한다 하더라도 지정기록물을 제외하고는 열람이 가능합니다. 지정기록물은 국회의 인준과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만 볼 수 있죠. 그런데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지정기록물의 목록까지 지정기록물로 지정하는 해괴한 짓을 해놓은 바람에 캐비닛 문건이 지정기록물인지 아닌지도 현재로선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지정은 문서 생산 당시 대통령이 각 문서마다 개별적으로 이관하기 전에 보존기간을 정하는 방식으로 하게 돼 있으므로 그런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캐비닛 문건은 지정기록물이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이 있는 만큼, 황교안의 꼼수는 스스로의 발등을 찍은 셈이 되어버렸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박근혜, 이재용, 우병우 등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들 때문에 미궁으로 빠질 뻔한 국정농단 재판에 탄력이 붙게 되어 다행입니다. 국정농단의 주범들이 최종 판결을 받아 죗값을 치르고 부정한 방법으로 취한 이득을 모조리 토해내게 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닙니다. 국정농단 세력의 꼼수가 통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매년 4월 25일은 법의 날입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 앞에 평등'이라는 말이 무색한 역사를 살아온 우리는 법에 대해 할 말이 많습니다. 권력의 횡보를 막고 폭력의 지배를 배제하고 인권을 옹호하며 공공복지를 증진하려면 무엇보다 법적 질서가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3월 10일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국정농단으로 한국 사회를 문란케 한 현직 대통령을 파면한 역사적 결단은 의미가 큽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으로 3개월여 탄핵심판 절차가 마무리됐습니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대통령이 법적 절차에 의해 구속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원칙을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순실로 대표되는 비선과 현직 지도부의 결탁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어지럽히던 일부 세력이 법의 철퇴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국정농단 이후 이어지는 사건들을 보면 준법정신, 법의 존엄성 이전에 법에 미안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일투성이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우선 국정농단의 핵심이자 이 사태로 가장 오랜 기간 수사를 받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구속영장 기각이 있었습니다. 박영수 특검 당시 영장이 기각되어 국정농단의 마지막 보스는 박근혜도 최순실도 아닌 우병우가 아닌가 하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죠. 보강 수사로 수많은 자료를 모아 영장을 재청구했을 땐 100퍼센트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검찰이 호언장담했습니다. 물론 국민도 그렇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12일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혐의와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출처 - 노컷뉴스


우병우가 혐의를 잘 감춰서 그러한가 했는데, 밝혀진 이야기를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정황이 보입니다. 지난 13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이 청구한 우병우 구속영장의 분량은 20쪽 정도였습니다. 검찰이 특수본을 세워 우병우의 범죄를 밝히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정작 특검 때보다 범죄 사실 분량을 3분의 1로 줄여 영장 청구를 했기에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라는 질타가 쏟아졌죠.

 

출처 - 경향신문

 

검찰이 우병우를 손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 검찰총장을 비롯해 국정농단 당시 수천 번 전화 통화를 했던 검찰 수뇌부가 물귀신처럼 함께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박영수 특검이 우병우 일가가 가족회사의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하고 자료를 넘겼으나 검찰이 이를 뭉갠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법의 칼날이 누구 앞에선 무뎌지고 누구 앞에선 날카로워진다면 '법 앞에 평등'이라는 헌법 정신이 훼손됨은 명명백백합니다.


출처 - 뉴스1


법의 정신을 짓밟는 것은 검찰만이 아닙니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도 유야무야 지나가는 중이죠.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 수뇌부가 법관들의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탄압했고 이른바 진보 성향의 법관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죠. 문체부의 문화계 인사를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드러나 사회적 충격이 컸는데, 공명정대한 법 집행을 해야 할 법원 안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컸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직접 임명한 진상조사위원회는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부당한 압력은 일부 인정했지만 법원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조사 자체가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내놨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제기한 판사들이 블랙리스트 파일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법원행정처 컴퓨터 조사를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고 이후 이 컴퓨터의 파일이 대거 삭제됐다는 진술까지 나왔습니다.


법의 날을 맞이해 묻고 싶습니다. 법과 관련된 종사자들이 과연 대한민국 국민에게 법을 계몽할 자격이 있습니까? 검찰과 법원의 부끄러운 자화상만 드러나는 법의 날이 아닌가 합니다.

 

진경준, 홍만표에 이어 실세 중의 실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얽힌 부패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작은 사건에서 시작된 청와대 실세의 의혹이 나비효과처럼 비리의 태풍으로 비화한 겁니다. 넥슨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직 검사장 최초로 진경준 검사장이 구속된 그다음 날, 넥슨이 진경준 검사장 소개로 우병우 청와대 수석 처가가 보유한 부동산을 사주어 우병우 수석 가족의 가산세 부담을 덜었다는 보도가 나왔죠. 여기서 시작된 비리 의혹은 가산세 회피에 그치지 않고 우병우 처가와 넥슨의 수상한 땅 거래 의혹, 진경준 검사장 인사검증 봐주기 의혹, 효성그룹 형제의 난 개입 의혹, 군 복무 중이던 아들의 꿀보직 전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걸쳐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애초 처가의 땅 거래를 알지도 못하고 관여하지도 않았다던 우병우 청와대 수석은 여느 비리 연루자들처럼 증거가 속속 드러나자 말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바꾼 말들이 앞뒤가 전혀 맞지 않습니다. 우병우 수석의 처가가 2011년 넥슨에 매각한 강남역 인근 땅은 국세청 신고기준으로 1364억 9000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였죠. 우병우 수석의 말과 달리 이 매매 계약 자리에 본인이 직접 나와 계약서를 검토했다는 증언이 나오자 그는 말을 바꿔 현장에 있었다고 인정은 하면서도 넥슨 김정주 대표에게 땅을 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 영남일보


그런데 이상한 건 넥슨이 당시 판교에 사옥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사옥으로 쓸 용도도 아닌데 강남역 인근의 비싼 땅을 1300억이 넘는 돈을 주고 굳이 산 셈이 됩니다. 그러다 넥슨은 이 땅을 1년 4개월 만에 20억여 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급히 팔았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멀쩡한 사옥 부지를 두고서 권리관계가 복잡한 땅을 굳이 샀다가 1년 만에 수십억을 손해 보면서 판 일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병우 수석은 장인이 사망한 뒤 부과된 500억여 원의 상속세 등의 미납으로 수백억 원대의 근저당이 잡혀있었는데 강남땅 매매로 가산세 폭탄을 피하게 됐고 매각대금으로 근저당도 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강남역 인근 땅 매매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뻔히 보이는 상황입니다.


넥슨과 먼저 얽혀 있던 진경준 검사장은 현직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구속되었죠.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 승진의 최종 승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합니다. 진경준 검사장과 2년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두터웠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근무할 때였죠. 이때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 등 인사 검증에서 하자가 발견되어 검증 실무팀이 부적절한 인사라는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진경준은 검사장이 되었습니다. 이후 진경준은 궁한 처지의 우병우에게 넥슨을 소개해준 겁니다. 비리를 인지하고도 승진시켜주는 민정수석과 비위를 권하는 검사장, 쿵짝이 잘 맞는 관계로군요.


출처 - MBN


비리로 얼룩진 아버지가 아들은 또 얼마나 살뜰하게 챙겼겠습니까? 의경으로 복무하던 우병우 수석의 아들에 대한 특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정부서울청사 근무를 배정받은 우 수석의 아들은 근무 두 달 반 만에 이례적으로 인근 서울청 운전병으로 전출됩니다. 원래대로라면 최소 4개월 이상 돼야 가능한 일입니다. 당시 입대 동기들과 간부들 사이에서는 청와대 실세의 아들이 온다고 이미 수군대고 있었다고 하는군요.

 

우병우 수석 아들은 복무 기간이 517일인데 외박을 59일이나 했고, 외출이 85차례에 달합니다. 비정상적으로 휴가와 외출이 잦은 셈입니다. 자차가 없다고 공직재산 신고를 했던 우병우 수석의 말과 달리 그의 아들은 포르쉐를 타고 다녔고 집에는 외제차가 5대나 있었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근혜 대통령부터 여당은 우병우 수석을 감싸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고위 공직자 임명에 흠결이 없는지 인사 검증을 하는 것이 주요 임무인 민정수석이 다양한 비리 의혹에 연루되었는데도 말입니다. 정진석 새누리당 대표는 우선 우병우 수석에 대한 의혹이 규명되는 것을 지켜보자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까지 4명의 민정수석을 공안통,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앉힐 정도로 애지중지했는데, 이번에는 신변 보호까지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명백히 비리 범죄에 연루되어 있는데 검찰이 아닌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들어간 것을 보면 우병우 수석은 정말 대통령의 남자인가 싶습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4촌 이내 친족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의 비위 감찰을 위해 지난해 3월 임명됐으며 민정수석 감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명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법이 정한 대로 하겠다면서 우병우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뒤에 저지른 비위 행위만 감찰 대상으로 삼았죠. 주요 혐의인 넥슨과의 부동산 매매 등의 사안은 빠지는 겁니다.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감찰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야당은 즉각 반발하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특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안통 검사 출신을 검찰이 턴다고요?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한반도 안에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진경준, 홍만표 등이 구속 상태에서 우병우 수석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도 없습니다. 서슬 퍼렇게 수사해도 밝혀내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그래서 특검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한편 야당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국회가 나서겠다며 박근혜 대통령 여름휴가가 끝나는 8월 초를 데드라인으로 제시했습니다. 또한 검찰을 견제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이른바 공수처 신설 논의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검찰의 자정능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공수처 TF는 공수처 신설 법안을 마련해 곧 더민주와 공동 발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28일 현재 특별감찰 대상에 오른 우병우 민정수석은 휴가에서 복귀해 근무 중입니다. 아직은 자진해서 사퇴할 의향이 없다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될까요?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으로 박근혜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새누리당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특검을 해서라도 우병우 수석의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것이 떨어질 데까지 떨어진 신뢰와 명예를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며 그것이 국민의 뜻임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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