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만 원으로 영화 한 편도 못 보는 세상이 됐습니다. 업계 점유율 1위인 CGV가 4월 들어 기습적으로 영화 관람료 1000원 인상을 발표했고, 뒤이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똑같은 인상안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3대 체인의 극장 점유율이 90퍼센트가 넘으니 사실상 전국 모든 극장의 영화 한 편 관람료가 1만 원을 넘기게 된 셈입니다. 몇 년 전 CGV가 좌석 차등제를 도입하며 프라임 타임, 프라임 좌석에서 1만 원 시대에 돌입한 바 있는데요, 이번 인상으로 영화 한 편 보는데 11,000원 이상이 들게 됐습니다.


출처 - 이뉴스투데이


영화 체인들은 관리비와 임대료 인상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서 불가피하게 관람료를 올리게 되었다고 공통적으로 말합니다. 최근 신촌 맥도널드가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폐점을 결정할 정도니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은 거대 프랜차이즈마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더라도 거대 영화 체인들이 일괄적으로 관람료를 올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좌석 차등제를 시행한다면 임대료가 낮은 곳은 관람료가 훨씬 싸야 맞는 것 아닙니까?


출처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더구나 거대 영화 체인들은 관람료를 인상한 타이밍 때문에 사람들의 욕을 먹고 있습니다. 25일 개봉이 예정된 슈퍼 히어로 무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개봉을 노렸다는 게 너무나도 뻔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죠. 마블 스튜디오 10주년 기념 작품이자 슈퍼 히어로 무비의 클라이맥스가 될 영화여서 영화 관계자들은 무난하게 1000만 관객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 작품 개봉 직전에 영화 관람료를 일제히 올린다는 건 속내가 뻔히 보이는 행위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한편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라는 그들의 핑계는 옹색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나라 극장의 장애인 접근성은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어지러워서 보기 곤란한 맨앞자리 한두 군데를 장애인석으로 만들어 구색만 갖춘 곳이 대부분이죠. 배리어 프리 영화는 가뭄에 콩나듯합니다.

 

반면 미국 극장의 경우 장애인석이 중앙 프라임석인 경우가 많고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잡는다고 하죠. 또한 청각 장애인을 위한 'Closed caption device for subtitle'과 시각 장애인을 위한 'Closed caption device for sound'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Closed caption device for subtitle'는 소리를 들을 수 없거나 시력이 나빠 글씨를 가까이 보기 원하는 관객을 위해 영화의 모든 것을 자막으로 처리해 개인별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Closed caption device for sound'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자막을 포함한 영화의 모든 것을 소리로 들려주는 개별 장치입니다. 이런 장치는 티켓 박스에서 신청하면 무료로 대여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돌비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극장들은 가격을 올리고 관리 향상을 입으로는 떠들면서 장애인을 비롯해 노약자들에게 유용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극장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자의로 이런 서비스를 도입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장애인이나 기타 약자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고소당하기 일쑤이고 이런 부실한 서비스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강력히 제재하는 문화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돈이 들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장애인뿐 아니라 노약자들까지 관객으로 흡수할 수 있을 테니 극장으로서도 손해만 보는 서비스는 아닐 겁니다.

 

출처 - 뉴시스


매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알고 계실 겁니다. 1981년에 전두환 정권은 민간에서 개최하던 '재활의 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365일 중에 하루를 특정하여 그날만 장애인을 동정하는 풍토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시혜적, 동정적 시선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들을 존중하는 사회로 변모해야 합니다. 지난 2002년 100여 개 단체들은 4월 20일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했습니다. 그 의미를 이해해야 합니다.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영화 체인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영화 관람료를 올리기만 하는 거대 체인들이 장애인을 위해 진심 어린 서비스를 한 적이 있습니까? 계속 올라가는 관람료만큼 폭넓은 관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서비스 개선을 요구합니다.

출처 – 네이버 웹툰


남녀노소 쉽게 읽을 수 있는 웹툰이 때론 우리 생각의 사각지대를 메워주곤 합니다. 네이버의 수/토 웹툰인 〈나는 귀머거리다〉(라일라)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청각장애인인 작가 라일라는 어린 시절부터 대학생활에 이르기까지 귀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비장애인과 다르게 느낄 수 있었던 면면을 재밌게 표현하여 공감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수어'에 대해 연재하고 있는데요, 수어에 외국어는 물론 사투리, 나아가 에스페란토 같은 국제수화가 따로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비장애인들이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이런 시도가 비장애인들로 하여금 장애인의 삶을 생각하고 배려하게 해주는 작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스타벅스 유튜브


생활 속에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서비스도 조금씩 확산하는 추세입니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찾아가는 스타벅스 매장에는 '사이렌 오더'라는 게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앱 서비스인데요, 스타벅스 앱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접수, 음료 제조, 그리고 픽업까지 모두 때에 맞춰 알려주기 때문에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비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일일이 다 알려주고 볼 필요가 있나 싶겠지만, 청각장애인에게는 정말 편리한 서비스입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자기 차례가 언제 돌아올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이렌 오더를 이용하면 픽업대를 보면서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고, 매장에서 무선호출기를 받는 수고로움도 없어집니다. 청각장애인의 일상에서 보면 우리가 배려해야 할 부분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출처 - 국립국어원



국립국어원 한국수어사전 : http://sldict.korean.go.kr



국립국어원은 장애인의 날인 오늘(4월 20일)부터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온라인 한국수어사전에서 손가락 모양으로 단어 뜻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수형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여태까지는 한글로만 수어를 찾을 수 있어 실제 이용자인 청각장애인들이 수어로 사전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컸습니다. 이런 미진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국립국어원은 의견 보내기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간극을 조금씩 좁혀가곤 있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현실입니다. 특히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사회적 편견이 문제입니다. 

 

사이렌 오더로 호평을 받은 스타벅스는 2007년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손잡고 체계적인 장애인 바리스타를 양성해 현재 190여 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청각장애인이 물을 떠주자 옆의 비장애인에게 아이가 마실 거니 당신이 다시 떠달라며 장애인을 마치 전염병자 취급을 하거나, 술 취한 아저씨가 자기 말을 무시한다며 청각장애인 바리스타에게 뜨거운 커피잔을 던지는 등 안하무인의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하죠. 이런 어이없는 사례를 볼 때마다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이 너무 낮은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습니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장애인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공약으로 발표한 대선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 1명에 불과합니다. 장애인등급제는 장애인을 소득과 중증, 경증 등 의학적 판단에 따라 1~6등급으로 나눠 복지 서비스를 차등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중증장애인이어도 인프라가 좋을 경우 공공서비스가 필요 없을 수도 있고 경증장애인이라도 처한 환경에 따라 더 많은 서비스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필요 없는 곳에 과잉 서비스가 되는 곳도 있고 절실히 필요한데 등급 때문에 지원을 못 받는 경우도 생깁니다. 

 

선진국은 장애 서비스를 우리나라 같이 의학적 등급이 아닌 개인의 필요와 욕구에 따라 분류하여 시행합니다. 필요한 곳에 적합한 복지를 제공하는 세심한 서비스가 우리 사회에도 필요합니다. 박근혜도 대통령 후보 시절 장애등급제 폐지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국정을 농단하며 기업들로부터는 돈을 챙기면서도 예산 핑계를 대며 장애인등급제 폐지 공약을 공수표를 날려버렸죠.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려면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들의 복지 관련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또한 후보들이 자신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인지, 각자의 평소 인권감수성이 어떠한지까지 아울러 따져보시길 바랍니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진정한 국격의 기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어제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어서 관련 행사 소식을 알려드렸습니다. 오늘은 기념일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특별한 사과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지난 4월 21일(토)은 '과학의 날'이었습니다. 또 지난 4월 22일(일)은 '정보통신의 날'이었죠. 과학의 날과 정보통신의 날 같은 법정 기념일은 정부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특정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합니다. 기념일에는 각종 의식과 기념행사를 엄숙하고 검소하게 시행하는데요, 의식과 행사의 절차·방법·규모, 기타 필요한 사항은 해당 행정기관의 장이 정하여 시행합니다.

1973년 3월 30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 공포되기 이전에는 무려 53종의 기념일이 생겨 예산 낭비와 인력 동원과 같은 폐해가 컸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위 규정에 따라 2011년 4월 현재 43종의 법정 기념일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입양의 날' '가정의 날' '발명의 날' '방재의 날' 등 17종의 기념일이 개별 법령에 의해 지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4월엔 유독 법정 기념일이 많은데요, 어떤 날이 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기념일

날짜

주관부처

행사내용

어업인의 날

4월 1일

농림수산식품부

어업인의 위상을 확립하고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행사를 한다.

향토예비군의 날

4월
첫째 금요일

국방부

모든 예비군이 참가하여 향토방위의 임무를 새롭게 다짐하는 행사를 한다.

식목일

4월 5일

농림수산식품부

국민식수에 의한 애림사상을 높이고, 산지의 자원화를 위한 행사를 한다.

보건의 날

4월 7일

보건복지부

국민보건향상을 위한 관련 분야의 각종 행사를 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기념일

4월 13일

국가보훈처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역사적 의의를 기리는 행사를 한다.

4·19혁명기념일

4월 19일

국가보훈처

4.19혁명을 기념하는 행사를 한다.

장애인의 날

4월 20일

보건복지부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행사를 한다.

과학의 날

4월 21일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높이고 모든 국민생활의 과학화를 추진하는 데 관련된 행사를 한다.

정보통신의 날

4월 22일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의 중요성과 의의를 높이고 정보통신사업의 발전을 다짐하며 관계 종사원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행사를 한다.

자전거의 날

4월 22일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시행령)에 따름.

새마을의 날

4월 22일

행정안전부

새마을운동조직 육성법에 따름.

법의 날

4월 25일

법무부

국민의 준법정신을 앙양시키고 법의 존엄성에 관련된 행사를 한다.

충무공탄신일

4월 28일

문화체육관광부

충무공의 높은 충의를 길이 빛내는 행사를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한국어판)

과학의 날, 정보통신의 날

'과학의 날'은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국민 생활의 과학화를 추진한다는 목적으로 제정된 기념일입니다. 원래 과학의 날은 일제시대에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잡지인 《과학조선》을 창간하고 과학기술보급회를 창립한 김용관 선생님이 "생활의 과학화! 과학의 생활화!"를 목표로 1934년 4월 19일에 '과학 데이'라는 행사를 개최하여 온 국민에게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몽운동을 전개한 데서 비롯했습니다.

제45회 과학의 날(달) 포스터

 최초의 과학의 날 행사를 4월 19일로 정한 이유는 인류의 사상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다준 진화론의 주창자 찰스 다윈의 5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강점기에 과학의 날을 핑계로 민족운동을 전개한다고 하여 이 행사의 지도자인 김용관 선생님을 감옥에 가두고 행사를 계속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결국 이 기념일은 흐지부지되고 맙니다.

그 이후 1967년 4월 21일 과학기술처의 발족일을 기념하여 창립 1주년이 되는 1968년 4월 21일을 '과학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과학의 날에는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과학의 생활화로 국민생활의 향상을 위하여 과학기술진흥에 힘써온 과학기술계 유공자들을 표창 또는 수상하는 한편, 이날을 전후하여 ‘과학주간’ 을 정하고 여러 가지 행사를 전개하기도 합니다.

'정보통신의 날'은 조선 후기인 1884년(고종 21) 4월 22일, 국내 최초의 통신업무 주무기관인 '우정총국'이 개설된 날을 기념하는 한편 정보통신의 중요성과 의의를 높이고,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을 다짐하며 관계 종사원들의 노고를 위로할 목적으로 제정한 기념일입니다. 1956년 '체신의 날'로 지정해 행사를 계속해오다가 1994년 체신부가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되면서 '정보통신의 날'로 바꾸어 해마다 4월 22일 정보통신부가 주관해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그러다 2008년 2월에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2008년부터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주관해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6개의 사과

4월은 과학의 달입니다. 과학의 날, 정보통신의 날을 보내면서 문득 세상을 바꾼 사과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과학, 정보통신, 사과가 무슨 관련이 있기에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  혹시 여러분은 세상을 바꾼 사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사과 자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하나의 과일에 불과한 사과가 어떤 사람과 어떤 관계로 연결되느냐에 따라 인류의 역사에 큰 변화를 가져온 일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세상을 바꾼 세 개의 사과라는 이야기가 인구에 회자한 일이 있습니다. 아는 분도 많이 계실 텐데요, 다름 아닌 모리스 드니(Maurice Denis)가 이야기한 내용이었죠.

세계 역사상 유명한 사과 세 개가 있다. 첫째는 이브의 사과이고, 둘째는 뉴턴의 사과이며, 셋째가 세잔의 사과이다.


이제부터 역사상 유명한 3개의 사과에 생각비행이 선정한 3개의 사과를 더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6개의 사과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1. 이브의 사과 - 인류의 시작

알브레히트 뒤러의 아담과 이브(출처: 위키피디아)

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이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창조주 하나님이 에덴의 동쪽에 동산을 만들고 흙을 빚어 최초의 인류인 아담을 창조한 다음 혼자 지내는 것을 가엽게 여겨 이브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지요.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행복하게 잘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뱀이 나타나 이브를 유혹합니다. 뱀은 이브에게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명령한 선악과의 열매를 먹어보라고 꼬드깁니다. 이 열매를 먹으면 하나님처럼 선악을 분별하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유혹했던 것이죠. 뱀의 유혹에 이브는 그만 넘어가고 맙니다. 그런데 혼자만 이 열매를 먹은 게 아니라 남편인 아담에게도 과일을 먹으라고 권합니다. 

성격은 이때부터 사람이 선악에 눈을 떠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기록합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어긴 아담과 이브는 결국 에덴동산에서 추방을 당하고 맙니다. 그리고 창조주는 아담과 이브에게 인간으로서 겪어야 할 고통―이브는 아이를 낳는 고통을, 아담은 먹고살기 위해 땅을 일궈야 하는 고통―을 주었습니다.

서양의 그림을 보면 아담과 이브가 먹은 선악과를 보통 사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성경에는 사과라는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왜 많은 사람이 선악과를 사과로 표현했을까요? 궁금하지 않습니까? 성경을 보면 수치심을 느낀 아담과 이브는 '무화과 잎'으로 몸을 가렸습니다. 그러니 선악과의 정체를 추정한다면 무화과의 열매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고대인에게 무화과 잎은 정욕과 성의 의미가 있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왜 종교화가들은 모든 그림에 무화과가 아닌 사과를 그려놓았을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추측이 있습니다.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선악과를 사과로 혼동했다는 설이 있기도 합니다만, 종교화가들이 동그란 형태의 붉은색 과일로 선악과를 표현한 것이 나중에 사과로 인식되었다는 추측이 더 일반적인 해석이라고 합니다. 즉 상상의 과일을 특정한 과일로 그릴 수는 없었으므로 붉은 색깔로 유혹의 상징을 강조한 결과 '금단의 열매=사과'라는 인식이 생겨났다는 얘기죠. 어쨌든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사과?)를 먹음으로써 인류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슬프고도 놀라운 이야기지요? ^^

2. 뉴턴의 사과 - 위대한 법칙의 발견

아이작 뉴턴(출처: 위키피디아)

인류의 탄생에 일조한 사과는 훗날 과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아이작 뉴턴이란 과학자를 모르는 분은 없으시겠지요? 만류인력의 법칙, 즉 인류에게 중력이라는 개념을 정립해준 영국의 위대한 과학자입니다. 그와 사과에 대한 일화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1665년 유럽을 강타한 무서운 전염병인 흑사병이 영국에도 유행했습니다. 당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다니던 뉴턴은 자신의 고향인 링컨셔의 울즈소프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사과 하나가 툭 하고 떨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뉴턴이 무심코 떨어진 사과가 과연 왜 떨어졌을까를 생각한 결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일화죠. 

사실 역사가들은 사과 때문에 뉴턴이 만류인력의 법칙을 고안해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흑사병을 피해 고향으로 내려간 뉴턴은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과학과 철학에 관해 깊은 사색에 잠길 여유가 있었고, 그 때문에 수학, 광학, 천문학, 물리학의 중요한 발견을 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뉴턴 자신도 2년간의 휴학기를 두고 '발견에 있어서 전성기를 이루었다'고 평가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마도 이 시기에 일어난 뉴턴의 위해한 발견은 호사가들이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해 이런 사과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요?

참고로 뉴턴은 과학자, 철학자, 연금술사, 신학자, 그리고 정치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런 그가 돈을 벌기 위해 거품이 낀 남해회사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거품경제'라는 말을 낳은 사건 - 남해 거품 사건을 참고하세요.)

3. 세잔의 사과 - 마음에 말을 건네다

폴 세잔(출처: 위키피디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 은행가의 장남으로 태어난 세잔은 아버지의 뜻대로 법률을 공부했지만 그림을 향한 열정을 잠재울 순 없었습니다. 그는 고향의 낯익은 풍광을 화폭에 담아내며 사물의 본질의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아울러 세잔은 인상주의 화법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그림을 탄생시키는 데 몰두했습니다. 폴 세잔은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었습니다. 자기중심적이었던 세잔은 매우 신경질적이어서 자신의 작품을 찢어버리는 자학적이고 충동적인 행동도 잦았다고 합니다. 또한 당대 인상주의자와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고 사교계 사람들에게도 미움을 샀습니다. 하지만 그는 신경을 쓰지 않고 "나는 사과 한 알로 파리를 정복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신과 영웅의 이야기, 왕과 귀족의 초상화를 그리는 당대의 화가들과 달리 조그마한 정물화에 몰두하는 세잔을 보고 사람들은 비웃었습니다. 

세잔은 정물을 그저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자신의 주관대로 느끼며 영원히 지속가능한 형태로 그리고자 공간, 형태, 색을 연구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기까지 창조하는 그림을 그리고자 힘을 쏟았습니다. 어떤 날은 사과가 썩어버려 밀랍으로 만든 모형 과일로 대체했을 정도라고 하니 그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겠지요. 결국 세잔은 자신의 말처럼 사과 한 알로 파리를 정복했으며 후기인상파의 대표적인 거장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폴 세잔, 사과가 있는 정물, 1890, 35.2 x 46.2cm


앞서 소개했지만 세잔과 동시대 화가였던 모리스 드니는 "평범한 화가의 사과는 먹고 싶지만 세잔의 사과는 껍질을 벗기고 싶지 않다. 잘 그리기만 한 사과는 군침을 돌게 하지만, 세잔의 사과는 마음에 말을 건넨다"고 평가하여 근대미술에서 표현성의 현대미술을 암시한 폴 세잔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여러분은 과연 어떤 사과로 세상을 정복하시렵니까?

4. 튜링의 사과 - 천재 수학자의 죽음

앨런 튜링(출처: 위키피디아)

사과는 뉴턴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통로였습니다. 그런데 훗날 이 사과는 천재 수학자를 죽음으로 인도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앨런 튜링이라는 수학자이자 암호학자에 관해 알고 계시는지요? 

튜링은 영국사람으로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사람입니다. 그의 계산이론(Theory of computation)은 오늘날 컴퓨터의 이론적 바탕이 되기도 했습니다. 계산기 학회(ACM 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라는 곳에선 이런 앨런 튜링을 기리기 위해 '튜링상(Turing Award)'을 제정해서 컴퓨터 과학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수여하기도 합니다.

앨런 튜링의 업적은 정말로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튜링 테스트'와 봄브(The Bombe)라는 암호 해독기가 유명합니다. 튜링 테스트는 앨런 튜링이 1950년에 제안한 개념으로 기계가 얼마나 인간과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를 판별하는 테스트입니다. 튜링 테스트의 골자는 '컴퓨터에서 나온 반응을 인간과 구별할 수 없다면, 그것은 컴퓨터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컴퓨터와 대화를 했을 때 사람처럼 느낀다면 그것은 지능적인 존재로 여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튜링 테스트는 A.I(인공지능)의 뼈대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아이폰 4S의 기능 가운데 Siri라는 기능이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하고 있습니다. 마치 비서와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다들 신기하게 여깁니다. 아이폰 4S의 Siri를 튜링 테스트에 적용해보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튜링이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봄브는 2차 세계대전을 사람들의 생각보다 이르게 종식하는 데 기여한 암호 해독기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9년에 앨런 튜링은 정부 암호학교에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독일군의 암호체계인 에니그마를 이론적으로 해독하게 됩니다. 에니그마는 오랫동안 난공불락이었지만, 앨런 튜링의 이론적 해독과 다른 암호 해독자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여 연합군이 전쟁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많은 분야에서 공을 세운 앨런 튜링은 대영제국 훈장까지 받는 등 각계에서 찬사를 받습니다. 하지만 동성애 혐의(당시 영국에서는 동성애를 범죄로 인식했음)로 체포되어 수모를 받습니다. 감옥과 화학적 거세라는 삶의 기로에서 앨런 튜링은 연구를 위해 화학적 거세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그는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 하다가 결국 1954년 6월 8일 삶을 마감합니다. 사망한 그의 곁에는 반쯤 먹은 사과가 놓여 있었습니다. 시안화칼륨을 주사한 사과를 먹고 자살했던 것이죠. 천재적인 수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과일이 바로 사과였습니다. 뉴턴과 튜링의 삶을 겹쳐서 보면 왠지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지 않나요?

5. 기무라 아키노리의 사과 -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

일본 생명농법의 창시자인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법》이라는 책을 읽고 감명받은 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사과 농사를 지은 한 농부가 있습니다. 그는 대자연의 생명력을 굳게 믿는 소박한 마음으로 불가능을 과감히 뒤집고 무농약 사과재배에 성공했습니다. 일명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를 재배한 이는 일본 아이모리현 이오키마치에서 6만 평의 사과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기무라 아키노리라는 늙은 농부입니다.

그는 1978년부터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새벽부터 농장에 나와 온종일 사과나무에 붙은 벌레를 손으로 잡고, 분무기에 식초를 넣어 뿌리거나 식용기름으로 나무껍질을 닦았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9년간 걸친 시행착오 끝에 가지가 휠 정도로 사과가 열리는 결실을 거뒀습니다.

기적의 사과는 기무라 아키노리가 재배한 사과로 수프를 만들던 한 레스토랑 주방장이 우연히 발견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 사과는 반으로 갈라 냉장고 위에 내버려둬도 2년이 지나도록 썩지 않을 뿐 아니라 갈변 현상도 없이 달콤한 향을 내뿜으며 시든 것처럼 조그맣게 오그라든 상태로 유지된다고 합니다.

오늘날 인류가 먹는 사과는 19세기에 농약이 발명된 이후로 이제는 농약 없이는 재배할 수 없게끔 개량된 품종이라고 하는데요, 유기농·무농약 사과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뜨린 기무라 아키노리의 사과는 대자연의 섭리와 생명의 경이로움, 땀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6. 스티브 잡스의 사과 - '혁신'의 상징이 되다

스티브 잡스(출처: 애플 홈페이지)

자신이 세운 회사의 로고와 이름을 사과로 택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스티브 잡스입니다. 그는 세계 최초로 퍼스널 컴퓨터(PC)를 만든 사람(엄격히 이야기하자면 동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이 만들었고, 그는 판매를 맡았습니다)으로, 요즘은 PC를 만든 사람이라기보다는 알파벳 소문자 'i'에 생명을 불어넣은 사람으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그가 만든 아이폰, 아이팟, 맥북 등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고 '혁신'은 그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세운 회사는 애플, 이름 그대로 '사과'입니다.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와 친구들이 애플이라는 회사명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공동으로 창립한 스티브 워즈니악은 얼마 전 인터뷰에서 애플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정해졌는지에 관해 밝힌 적이 있습니다. 워즈니악은 "1976년 창업 당시 잡스는 공동체를 이뤄 경작하고 있었던 한 과수원을 방문한 뒤 '애플'이라는 이름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애플 로고를 직접 디자인한 롭 자노프 또한 "잡스는 유기농 사과 과수원에서 일을 했고 애플이란 이름을 좋아했다"고 얘기했습니다. 잡스가 사과를 좋아한 이유에 대해 롭 자노프는 "사과는 영양가가 풍부하고 포장하기 쉽고 쉽게 손상되지도 않기 때문에 완벽한 과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애플이 완벽한 회사가 되길 원했고 더 좋은 이름은 생각해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좌측부터 1976년, 1977년, 1998년, 2001년, 2007년 순으로 바뀐 애플의 로고


다들 아시다시피 애플의 첫 로고는 사과가 아니었습니다. 이름도 애플이 아닌 '애플컴퓨터'였죠. 애플의 첫 로고는 뉴턴의 사과를 상징한 그림이었습니다. 이 로고를 그린 이는 애플의 공동 창립 멤버였던 론 웨인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애플이라는 이름을 생각해냈고, 론 웨인은 아이작 뉴턴의 사과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에 사과나무에서 책을 보는 아이작 뉴턴의 모습을 그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애플은 한 입 베어먹은 사과 로고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완전한 사과가 아니라 베어먹은 사과를 두고 여러 속설이 떠돕니다. 초기 애플의 광고를 제작했던 켈리 애드버타이징 측은 "한 입 깨문 모양은 지식의 습득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달리 앞서 소개한 앨런 튜링의 사과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속설도 있습니다. 평소 앨런 튜링을 존경했던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존경심을 나타낸 것이라는 얘기지요.

스티브 잡스를 기념하는 애플 로고

혁신과 융합의 상징인 스티브 잡스는 세상에 또 하나의 사과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많은 이가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그가 이뤄낸 정보화 혁명은 애플 이전과 이후, 아이폰 이전과 이후로 시대를 구분할 만큼 혁신적이었다고 사람들은 평가합니다. 물론 그 모든 일을 스티브 잡스 혼자서 이룬 것은 아닙니다만 스티브 잡스의 사과에 쓰디쓴 실패를 딛고 일어선 불굴의 열정이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항상 갈망하고, 항상 무모하라.

그가 남긴 이 유명한 말과 함께 역사는 스티브 잡스의 사과를 영원히 기억하겠지요. 여러분은 이 세상에 어떤 사과를 남기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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