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주모자', '국가 반역자', '독재자', '학살자' 등으로 불리며 우리나라 현대사에 짙은 어둠을 드리웠던 전두환이 지난 11월 23일 오전 집 화장실에서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12.12 군사 쿠데타 동지인 노태우가 세상을 떠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뒤를 따른 셈이죠.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을 앓고 있었기에 사망 원인은 지병으로 파악되는데요, 많은 이들이 전두환은 평화롭고 평범하게 죽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12.12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 전두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대한민국 민주주의 암흑기의 주범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단 한 번도 국민의 직선제 투표로 당선된 적 없는 유일한 대통령이죠. 이처럼 정통성과 거리가 먼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후 1995년 반란수괴, 내란수괴, 내란목적 살인 등의 죄목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애초 사형이 구형되었으나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국민 여론과 관계없이 그해 사면되고 말았죠. 수감 기간은 2년에 그쳤습니다.

 

출처 - KBS

 

그는 죽는 순간까지 5.18을 비롯한 무수한 민주화운동 피해자와 희생자들에게 참회하거나 사죄하지 않았습니다. 죽기 전 추징금을 완납한 노태우와 달리 전두환은 1000억여 원에 이르는 추징금마저 미납한 채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인면수심'이라는 말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인간입니다.

 

출처 - 뉴스1

 

유유상종이라는 말처럼 전두환의 유가족 역시 ᄈᅠᆫ뻔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부인인 이순자는 관련 비리나 의혹이 끊이질 않았고, 그의 가족은 건국 이래 최대 금융사기였던 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에 연루된 바 있습니다. 친인척을 동원한 부동산 투기 소문 또한 끊이질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순자는 2019년 남편 전두환에 대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망언까지 하여 국민을 분노하게 했죠.

 

출처 - PD수첩

 

전두환의 자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출판사를 운영한 장남 전재국은 2013년 아버지의 추징금 완납을 위해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하더니 그 뒤로 감감무소식입니다. 최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유령법인을 만들어 비자금 계좌를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을 샀습니다. 차남인 전재용은 탈세 혐의로 수사받던 중 차명계좌에서 160억가량의 뭉칫돈이 발견되었고, 이 중 70억가량이 비자금 계좌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확인돼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전두환의 빈소에는 5공 정치인이나 하나회 출신 군인들,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이 조문했고 이명박, 반기문, 노태우 부인 김옥숙 등이 근조 화한을 보냈습니다. 일반 시민의 조문은 거의 없다시피 한 반면 극우 유튜버나 태극기 부대들이 빨갱이 운운하며 소란을 피웠죠.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은 전두환 사망과 관련해 조문을 가겠다고 하더니 2시간 동안 오락가락하다 결국 안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비웃음을 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전두환을 명백한 내란 학살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사죄 없는 그에게 조문 계획이 없다고 하여 선을 그었습니다. 전두환의 유가족은 5.18 관련 사죄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며 끝내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전두환은 국립묘지에 안 가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북녘땅이 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 남고 싶다고 했는데요,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겠죠. 그는 안 가는 게 아니고 못 가는 겁니다.

 

출처 - JTBC

 

국가보훈처는 빈소가 차려진 날 전두환 측에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명확히 통보했습니다. 청와대 역시 "끝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히며 청와대 차원의 조화와 조문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국가장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장례에 대한 지원 역시 없다고 했죠. 노태우 사망 당시 '추모 브리핑'이라는 이름으로 발표가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사망 관련 브리핑'이라고 표현도 달리했습니다.

출처 - 뉴욕타임스

 

전두환에 대한 해외 언론의 평가도 비슷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1월 23일 한국에서 가장 비난을 많이 받은 군 장성 출신 독재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을 살육했다(mowdown)고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한국인 사이에서 전두환이란 이름은 폭압적인 군사 독재자와 동의어라며 올림픽 등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독재 정치와 학살이라는 부정적 유산이 이를 압도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출처 - MBC

 

대부분의 시민은 전두환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한편으론 기뻐하고 한편으론 아쉬워했습니다. 학살자가 죽은 건 기쁘지만 죗값을 치르지 않고 사과 한마디 없이 죽은 건 너무 파렴치하다는 거였죠. SNS에서는 오늘 저녁은 타코야키나 문어숙회라며 독재자의 죽음을 풍자하는 얘기가 넘쳤고, 일부 정육점과 식당은 전두환 사망 기념으로 할인 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역사를 기록하고 전두환을 단죄하는 것입니다. 20년 넘도록 뭉개고 있는 추징금을 전두환 일가로부터 받아내는 것도 남은 일입니다. 전두환은 약 956억에 달하는 추징금 외에 지방세 10억여 원을 미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8년째 서울시 고액 체납자 명당에 그이 이름이 올라 있기도 했고요.

 

출처 - CBS

 

당사자인 전두환의 사망으로 말미암아 향후 추징금 환수가 불투명해진 상황입니다. 추징금은 가족 등 타인에게 양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법 재산인 것을 알고도 취득한 제삼자로부터는 추징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미납 추징금 집행에 대해 법리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6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두환 사망 뒤에도 상속재산에 대해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전두환 재산 추징 3법을 대표 발의했으나 법사위에 계류 중입니다. 조속히 처리하여 전두환 일가의 범죄 수익금을 모조리 받아내야 할 것입니다. 전두환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역사에 어둠을 드리웠던 독재자가 모두 죽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을 반면교사 삼아 대한민국 역사에 다시는 독재자가 등장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일일 것입니다.

지난 12월 12일은 전두환 신군부가 군사 반란을 일으켜 불법적으로 권력을 찬탈한 지 4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5.18을 비롯하여 신군부의 폭거에 희생된 분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며, 관련 소송 역시 여럿 걸려 있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추징금 액수로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힐 1000억 원이 넘는 금액조차 전두환은 체납하고 있죠. 학살자 전두환은 적어도 군사 반란 40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에 온 국민에게 사죄해도 모자랄 판국에 기념 만찬을 열었습니다. 군사 반란의 파트너였던 노태우의 장남은 최근 5.18 묘역을 방문해 겉모양새로나마 사죄의 뜻을 밝혔습니다. 학살의 당사자가 아니고 이 시점에 사죄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말입니다.


출처 - 뉴시스


형식적인 사죄라도 하는 노태우와 달리 전두환과 12.12 쿠데타의 중심 인물인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 최세창 전 3공수여단장 등은 압구정 고급 음식점에 모여 자축연을 벌였습니다. 멸종 위기 때문에 어획 금지 캠페인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어 요리인 샥스핀에 고급 와인까지 곁들여 자신들의 쿠데타 무용담을 덕담처럼 주고받았다고 하죠. 모인 이들은 전두환과 이순자를 여전히 각하와 영부인으로 호칭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10여 명의 인간이 정말 우리와 같은 종족인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출처 - MBC


이 영상은 정의당 부대표인 임한솔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임 부대표가 오늘이 12월 12일 군사 쿠데타 당일인데 하다못해 오늘은 근신하고 자중해야 할 날에 이렇게 축하 기념회를 하면 되겠냐고 말을 꺼내자 한 여성이 반말을 날리며 임한솔 부대표의 입을 막아버리려고까지 합니다. 현 야당 부대표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는 걸 보면 그들의 무도함은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지경입니다. 분위기를 감지한 전두환은 차에 올라 황급히 현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자축연에 참석한 이들은 1인당 20만 원 상당의 코스 요리를 즐겼고, 전두환이 대화를 주도하고 건배사도 여러 번 오갔다고 합니다.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안 되는 양반이 재산 대부분을 한 끼 식사에 털어 넣다니, 이는 최후의 만찬이었던 걸까요?


출처 - 뉴시스


전두환은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면서 5.18 관련 명예훼손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외의 활동은 참 열심히 하고 있죠. 이번 쿠데타 기념 파티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8일에는 골프를 치던 전두환에게 정의당 부대표인 임한솔이 1000억이 넘는 추징금을 언제 낼 거냐는 질문을 하자 그는 뻔뻔하게도 "네가 좀 내주라"라고 대답한 바 있습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이 멀쩡히 그라운드를 걸어 다니면서 골프 타수도 정확히 외우고, 40년 전에 저지른 쿠데타에 대해서도 명확히 기억하며 자축연을 벌이는 학살자 전두환,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신군부에 의해 희생된 분들과 상처받은 국민들은 대체 언제까지 이 무뢰한의 언사를 지켜보고 있어야 할까요?


출처 - JTBC


분노한 시민들은 12.12 쿠데타 40년이 되는 날, 광화문 광장에 모여 전두환을 규탄했습니다. 기념파티 중인 전두환을 끌고 오지는 못했지만, 대신 포승줄에 묶인 전두환의 동상을 광화문 광장 앞 쇠창살에 가두는 예술로 승화시켰습니다. 쇠창살에 갇힌 전두환의 동상을 만들 돈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냈습니다. 이날 5.18 시국회의, 5.18 구속자회, 5.18 민주운동부상자회는 이 전두환 단죄 동상을 광화문에 설치하며 12.12 군사 반란 40주년을 맞아 반란 수괴, 광주학살의 주범인 전두환을 즉시 구속할 것을 사법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주최 측은 전두환이 구속될 때까지 이 동상을 계속 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창살에 갇혀 포승줄에 묶인 전두환 동상이 설치되자 시민들은 너도나도 몰려와 전두환 동상을 향해 구둣발을 날렸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전두환의 쿠데타 40주년 자축연을 촬영한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의 기자회견대로 정부는 즉각 전두환을 구속하고 고액 상습 세금 체납자에 대해 최대 30일 동안 유치장에 가두는 감치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는 전두환은 추징금은 1020여억 원, 이에 더해 세금 31억 원, 지방세 10억 원 등까지 체납한 채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광주 재판에 더 출석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전두환을 구속하거나 체포해서라도 법정에 세워 단죄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학살자 전두환이 호의호식하는 모습을 대체 언제까지 대한민국 시민이 감내해야겠습니까?

학살자 전두환을 드디어 광주 법정에 세웠습니다. 그의 측근들 핑계대로 치매기라도 있다면 정신을 놓은 틈에 혹시 사과하는 얘기가 나오지는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역시나 전두환은 철면피였습니다.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취재하던 기자들이 "5.18 발포 명령을 부인합니까?"라고 묻자 "이거 왜 이래!"라며 역정을 내는 모습에서 그는 5.18 이후로 조금의 반성도 해본 적 없는 학살자였음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출처 - JTBC


3월 11일 오전 8시 30분,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전두환의 자택 앞에는 취재진과 극우 단체 회원 들이 운집해 어수선했습니다. 경찰 6개 중대 350여 명의 병력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으나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전두환의 광주행에는 그를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며 망언을 일삼은 부인 이순자와 변호사가 동행했습니다. 서대문 경찰서 형사들과 평소 전두환을 경호하는 경찰 경호대도 같이 이동했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12시 30분경 광주지법에 도착한 전두환은 승용차에서 내려 스스로 걸었습니다. 경호원의 부축은 없었습니다. 정신이 또렷하고 건강 상태도 좋아 그가 여태까지 재판을 기피했던 모든 이유가 핑계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보여주었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전두환이 자진 출석하여 출석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법원과 협의해 구인장을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전두환이 자기 발로 광주를 찾은 것은 1987년 이후 32년 만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재판이 시작되자 전두환은 재판장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며 헤드셋을 이리저리 고쳐 쓰고 중간에는 지루한지 꾸벅꾸벅 졸았다고 합니다. 다른 곳도 아닌 광주 법정에서 이런 행동을 보이다니 학살자 전두환의 뻔뻔함에 기가 막힙니다. 이번 재판은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전두환이 펴내 출간정지를 받은 회고록에서 저열하게 비난하여 사자명예훼손으로 불구속기소 되어 열린 공판입니다. 법정에 선 전두환은 변호사를 통해 5.18 당시 헬기 사격과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모두를 부인했습니다. 재판은 1시간 15분 만인 오후 3시 45분에 끝났습니다. 전두환은 광주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피해 자택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2019년 3월 11일 광주는 1980년 5월로 되돌아간 듯했습니다. 법원 후문과 내부 곳곳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정가〉 등이 울려 퍼졌고 당시 학살을 저지른 전두환과 신군부의 만행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혹시 모를 전두환의 참회를 기대하고 법원 주변에 갔다가 전두환이 역정을 내고 밥 먹으러 갔다는 소리가 들리자 분노와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도 많았습니다. "전두환을 구속하라!", "5.18 망언 국회의원과 극우 인사 구속하라!"는 구호가 연이어 나왔으며 5.18 당시 가족과 친지를 잃은 희생자 유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한편 법원 후문 앞 광주동산초등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 초등학생 20여 명이 창문 쪽에 서서 "5.18 진실을 밝혀라!", "학살자 전두환을 처벌하라!", "전두환은 물러가라!"며 구호와 노래를 외쳐 부르기도 했습니다. 정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을 규탄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건 학살자 전두환의 전면 부인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별다른 충돌 없이 전두환의 공판이 끝나기까지 광주 시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습니다. 학살자 전두환을 고소한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법원에 출석한 전두환에게 "정말 잘못했다고 한마디라도 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출처 - 뉴스1


자국 군인들에게 학살을 명령했던 전두환에게 상처 입은 광주 시민들이 바라는 건 과오를 인정하고 잘못했다는 진심 어린 참회의 한마디였습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마지막 화해의 손길을 학살자 전두환은 뿌리치고 말았습니다. 5.18에 대한 전체의 죄를 묻는 재판이 아니어서 아쉬운 감도 있지만 전두환을 광주 법정에 세우기까지 32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습니다. 강산이 세 번 변할 오랜 세월이 흘렀으나 우리나라 현대사의 비극이 대부분 그러했듯 가해자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피해자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1997년 전두환은 선고 받은 추징금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50% 남짓 납부하는 데 그쳤습니다. 전두환은 광주의 영령들과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사과할 뜻이 전혀 없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학살자 전두환이 광주 법원으로 향하는 날 각 당에서 논평을 냈습니다. 당마다 전두환에 대한 호칭이 달랐습니다. '전두환 씨', '피고인 전두환', '전두환 전 대통령', '살인마 전두환', 이렇게 서로 다른 호칭은 각 당의 입장이 서로 다름을 상징합니다. 학살자와 5.18 광주에 대한 입장의 차이 속에 '5·18 진상조사위'는 반년째 표류하고 있습니다.

 

출처 - SBS

 

하지만 이번 광주 법정에 전두환을 세운 것은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5.18 광주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주의 진실이 드러날수록 망언을 했던 자들의 입지는 좁아질 테지요. 지난날 과오에 대한 용서를 구하지 않는 가해자에게 법의 단죄가 내려지길 기대합니다.

연초에는 지난해에 좋지 않았던 기억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마련입니다. 가급적 좋은 기억과 더불어 좋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게 되는데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망언을 하는 자들이 생겨 벽두부터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멀리는 초계기 레이더 논란을 일으킨 골치 아픈 이웃 일본이 있고, 가까이는 구시대적인 세계관에 파묻힌 학살자 전두환 같은 이가 있습니다.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 씨가 최근 남편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로 지칭하는 망언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죠.


출처 - MBC


새해 벽두부터 극우매체인 뉴스타운TV와 인터뷰를 한 이순자는 전두환의 재판 기피 이유인 알츠하이머를 언급하며 "조금 전의 일을 기억 못 하는 사람한테 광주에 내려와서 80년대 일어난 얘기를 증언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코미디"라고 주장했고 한술 더 떠서 "광주 5.18 단체도 이미 얻을 거 다 얻었는데 그렇게 해서 얻을 게 뭐가 있겠느냐"며 소송을 제기한 광주 5월 단체들을 폄훼했습니다. 이때 나온 망언이 바로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예요.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해요"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 인터뷰를 한 뉴스타운TV는 대표가 지난 2017년 박근혜 파면 당일 사망, 부상자가 발생한 과격 집회,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실형을 받았고, 지만원과 더불어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하는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곳입니다. 애초 극우 지라시라 불려도 시원찮을 매체와 인터뷰한 내용이라고는 해도 도를 넘은 망언이었죠. 학살자 전두환과 부창부수여서 그런 걸까요?


출처 – MBC 유튜브


국민들과 시민단체, 정당들은 분기탱천해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를 막론하고 각 정당은 실성에 가까운 망언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며 전두환과 이순자의 망언을 비판했습니다. 여기서 자유한국당은 예외입니다. 전두환을 비롯한 친일과 군사독재의 면면을 배출하고 또 이어온 자유한국당은 국회 내외를 가리지 않고 공식 논평을 낸 다른 정당들과 달리 단 한마디의 논평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 얼굴에 침 뱉기인 줄은 아나 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했던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전두환은 회고록을 통해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하여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뒤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지난 7일 구인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전두환은 그간 알츠하이머, 독감 등을 핑계로 재판에 불참했는데, 광주지법이 3월 11일로 공판기일을 다시 잡은 뒤 또다시 불출석할 경우 강제구인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겁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법원은 구인영장을 발부할 수 있고 강제로 재판정에 인치하기도 합니다. 구인영장 발부는 전두환이 꼼수를 부려 재판에 나오지 않을 경우 법원이 강제 소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전두환을 추종하는 무리가 지난 7일 전두환의 집 앞에 모여 법원에서 전두환을 강제구인하러 온다면 우리를 먼저 밟고 가라며 시대착오적인 충신 행위를 펼쳤습니다. 군사독재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진 200여 명이 참석한 이 집회에 5.18 관련으로 여러 차례 소송당하고 패소한 지만원이 나서서 가짜뉴스를 또 퍼뜨렸습니다. 차고도 넘치는 증거가 있는데도 아직도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소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참으로 가련합니다.


출처 – 뉴스1


이번에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이 확보한 미국의 3급 비밀전문 〈전두환 대통령 광주방문: 뒤섞인 신호〉에 따르면 전두환은 광주를 총칼로 진압하고 대통령에 취임한 지 4일 만인 9월 5일 사건 현장인 광주를 찾은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당시 전남도청에서 전남도지사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이제 더 이상 광주사태를 논의하면 안 될 것이다"라며 "이 지역이 명예와 자존심을 되찾고 다른 지역보다 더 모범적이 되라"며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말을 했다고 하죠. 수많은 시민이 군홧발에 짓밟히고 총탄에 죽어간 학살이 일어난 지 넉 달도 안 돼 직접 현장을 찾은 전두환의 저의는 무엇이었을까요?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사회적 불만을 조기에 진화하여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군대를 동원해 국민을 학살해놓고 자기 이익에만 눈이 멀었던 학살자 전두환이 29만 원으로 호의호식하며 잘살고 있는 현실입니다.

 

출처 - 이하


이 때문인지 전두환이 죽었을 때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하는가에 대해 국민의 과반인 61.5%가 반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국립묘지 안장을 막아야 한다고 답했다고 하죠. 사면이 됐으므로 안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사람은 26.8%에 그쳤습니다. 성향별로 보면 진보층과 중도층은 압도적으로 반대했으며, 보수층도 반대와 찬성이 같은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누리꾼들이 5.18 희생자들이 안장된 국립5.18민주묘지 입구에 사람들이 드나들 때마다 밟을 수 있는 위치라면 국립묘지 안장도 인정한다며 전두환의 무책임함을 조롱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5.18 관련 단체들은 이번 강제구인 소식을 듣고 "이제 전 씨가 스스로 걸어 나오든지, 아니면 강제소환돼 재판정에 나오는 두 가지 선택 사항밖에 없게 됐다"며 환영했고,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전 씨가 떳떳하다면 재판정에 나와 조 신부와 전 씨 중 누가 사탄인지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번 구인영장 발부를 계기로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평범한 가치를 재확인할 뿐만 아니라 학살자가 피해자들의 땅에서 법의 심판을 받아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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