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25일은 법의 날입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 앞에 평등'이라는 말이 무색한 역사를 살아온 우리는 법에 대해 할 말이 많습니다. 권력의 횡보를 막고 폭력의 지배를 배제하고 인권을 옹호하며 공공복지를 증진하려면 무엇보다 법적 질서가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3월 10일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국정농단으로 한국 사회를 문란케 한 현직 대통령을 파면한 역사적 결단은 의미가 큽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으로 3개월여 탄핵심판 절차가 마무리됐습니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대통령이 법적 절차에 의해 구속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원칙을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순실로 대표되는 비선과 현직 지도부의 결탁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어지럽히던 일부 세력이 법의 철퇴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국정농단 이후 이어지는 사건들을 보면 준법정신, 법의 존엄성 이전에 법에 미안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일투성이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우선 국정농단의 핵심이자 이 사태로 가장 오랜 기간 수사를 받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구속영장 기각이 있었습니다. 박영수 특검 당시 영장이 기각되어 국정농단의 마지막 보스는 박근혜도 최순실도 아닌 우병우가 아닌가 하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죠. 보강 수사로 수많은 자료를 모아 영장을 재청구했을 땐 100퍼센트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검찰이 호언장담했습니다. 물론 국민도 그렇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12일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혐의와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출처 - 노컷뉴스


우병우가 혐의를 잘 감춰서 그러한가 했는데, 밝혀진 이야기를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정황이 보입니다. 지난 13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이 청구한 우병우 구속영장의 분량은 20쪽 정도였습니다. 검찰이 특수본을 세워 우병우의 범죄를 밝히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정작 특검 때보다 범죄 사실 분량을 3분의 1로 줄여 영장 청구를 했기에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라는 질타가 쏟아졌죠.

 

출처 - 경향신문

 

검찰이 우병우를 손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 검찰총장을 비롯해 국정농단 당시 수천 번 전화 통화를 했던 검찰 수뇌부가 물귀신처럼 함께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박영수 특검이 우병우 일가가 가족회사의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하고 자료를 넘겼으나 검찰이 이를 뭉갠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법의 칼날이 누구 앞에선 무뎌지고 누구 앞에선 날카로워진다면 '법 앞에 평등'이라는 헌법 정신이 훼손됨은 명명백백합니다.


출처 - 뉴스1


법의 정신을 짓밟는 것은 검찰만이 아닙니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도 유야무야 지나가는 중이죠.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 수뇌부가 법관들의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탄압했고 이른바 진보 성향의 법관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죠. 문체부의 문화계 인사를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드러나 사회적 충격이 컸는데, 공명정대한 법 집행을 해야 할 법원 안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컸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직접 임명한 진상조사위원회는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부당한 압력은 일부 인정했지만 법원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조사 자체가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내놨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제기한 판사들이 블랙리스트 파일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법원행정처 컴퓨터 조사를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고 이후 이 컴퓨터의 파일이 대거 삭제됐다는 진술까지 나왔습니다.


법의 날을 맞이해 묻고 싶습니다. 법과 관련된 종사자들이 과연 대한민국 국민에게 법을 계몽할 자격이 있습니까? 검찰과 법원의 부끄러운 자화상만 드러나는 법의 날이 아닌가 합니다.

 

이규철 특검보가 마지막 브리핑에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약 90일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활약하는 동안 이규철 특검보의 브리핑 한마디에 수많은 국민이 가슴을 졸이기도 하고 쓸어내리기도 했습니다. 이규철 특검보는 수사는 끝났지만, 더 중요한 공소유지가 남았다고 힘주어 얘기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월 27일 특검수사 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박영수 특검팀의 대장정은 90일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1999년 특검이 처음 출범한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된 박영수 특검은 수사 기간 만료 직전인 2월 28일 17명을 무더기로 기소했습니다. 수사 기간 내 재판에 넘긴 이만 총 30명에 달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비선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등을 구속기소하며 법대로만 해도 이렇게 잘할 수 있는 걸 그동안 왜 안 했느냐 하는 국민의 기쁨 섞인 핀잔도 많이 들었죠.


출처 - 뉴스1


특검이 불도그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져 결국 총수 구속이라는 성과를 얻어낸 박근혜―삼성 뇌물 수수 건은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였습니다. 박영수 특검은 마지막에 박근혜에게 5가지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면서 검찰이 적용했던 8가지 혐의와 합해 총 13개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특검은 마지막 정례 브리핑에서 박근혜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명백히 밝혔습니다. 공모혐의가 결정적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하나은행 인사 개입 혐의가 추가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렇다고 해도 안심하긴 이릅니다. 30일을 연장해 발본색원해야 했을 박근혜 게이트를, 부역자인 황교안이 특검 연장을 거부하면서 1차 무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기소한 30명의 혐의를 입증해 유죄를 끌어내야 하는데, 그 상대가 정부, 재벌, 법조계를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초 엘리트 계층이라 어마어마한 변호인단을 동원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런 시국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4당은 28일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골자로 한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원래 연장됐어야 할 수사기간 30일을 더 확보했고 박영수 특검팀 유지에도 방점을 뒀습니다. 충실하고 통일성 있는 수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함입니다. '특검 시즌 2'로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한편 법무부는 박영수 특검팀의 요청을 승인해 8명의 파견검사를 잔류하게 했습니다. 이로써 윤석열 수사팀장을 비롯한 8명의 파견검사가 특검팀에 남아 국정농단 사건 공소유지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원이 줄어드는 만큼 삼성 뇌물 건 이외에도 잘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군요. 특검이 제대로 연장됐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출처 - 뉴스1


헌법재판소는 2월 28일 최종변론 후 첫 평의를 열었습니다. 헌법재판관들이 박근혜의 헌법, 법률 위반의 중대성과 탄핵심판 결정이 국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1시간 30분 동안 집중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2주간 평의 진행 후 선고가 났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이번 탄핵심판 선고기일로 3월 10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오늘은 삼일절입니다. 1919년 삼일운동은 민주공화국을 표방한 역사적 계기였습니다. 대한민국 헌범은 삼일정신을 건국이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번 탄핵심판은 국민의 뜻에 반하며 인정할 수도 없는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를 해주고, 역사의 근간을 뒤흔드는 왜곡된 국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하며, 1948년 건국절 논란을 야기한 세력을 단죄하는 시발점이기도 합니다. 자주, 민주, 평화를 위해 몸 바친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헌재가 잊지 말기 바랍니다. 헌재의 결정에 대한민국의 앞날이 걸려 있습니다. 법이 사회 상식의 마지막 보루임을 확인할 수 있는 판결이 나오길 바랍니다.

 

평범한 회사원이 탄핵을 공부한 이유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끝내 탄핵심판 최후진술마저 대리낭독하게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진술서를 통해 이미 여러 사람이 자백한 사실조차 부인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때에 한 평범한 회사원이 탄핵을 공부해 책을 펴냈습니다. 《평범한 주권자의 탄핵 공부》의 저자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20년 이상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한 분입니다.

 

 

'가족이 있는 삶'을 지향하며 주말저녁 식사를 직접 준비한 지도 15년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간 선거를 통해 정치적 의견을 표현할 뿐, 일체의 공사 모임에서 정치적 의견 표명을 자제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가 왜 탄핵을 공부해야 했을까요? 

 

2016년 겨울 대학생 딸의 손에 억지로 이끌려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한 저자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고 합니다. 광장에 울려 퍼지던 사람들의 외침이 마음속에서 계속 울렸기 때문입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차치하고라도,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 2016년 11월 이후 조류 인플루엔자 대란 등에서 과연 대통령은 무엇을 했는가? 드러나는 숱한 진실 앞에 선 대통령이 여전히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자격이 있는 걸까?" 이런 의문이 계속 들었습니다.

 

평범한 주권자들의 궁금증은 커져만 가는데, 이 땅의 법률가와 정치인들, 학자와 엘리트들 가운데 그 누구도 민주주의와 공화국과 대통령과 탄핵에 대해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는 갑갑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광장의 주권자들과 마음의 울림에 응답하기 위해 2016년 12월부터 2달간 퇴근 후 공립도서관과 집을 전전하면서 새벽 3~4시까지 숱한 문헌을 뒤적이며 탄핵을 공부했습니다. 그 투박한 공부의 결과를 숭고하고 의연한 광장의 주권자들에게 바친다고 밝혔습니다.

 

 

평범한 주권자의 외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통령을 탄핵하라며 수많은 주권자가 광장으로 나왔다. 그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소리쳤다. 이는 과연 무슨 의미인가?

 

국왕은 탄핵되지 않는다. 군주정체(君主政體) 하에서는 국왕이 주권자이기 때문이다. 국왕이 존재하는 한 그가 보유한 주권이 실질적이건 명목적이건 마찬가지다. 주권은 국가권력의 통일성으로서, 국가 내에서 최고의 정치적 결정권을 의미한다. 이념적으로 최고성, 독립성, 시원성을 본질적 속성으로 하는 주권은 현실적 국가권력인 통치권의 원천이 된다. 모든 통치권은 주권으로부터 파생되기 때문에 부수적 권력인 통치권은 본원적 권력인 주권을 경질할 수 없다. 국왕은 처형될 수 있을 뿐 탄핵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탄핵하라”던 광장의 외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민주정체(民主政體) 하에서는 국민이 주권자이며, 국민이 주권자인 사회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대리인 또는 대표자일 뿐이다. 파생된 권력에 불과한 통치권이 주권을 배신하는 경우 이에 대한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탄핵이다. 하지만 복수인격의 집합체인 국민은 현실적으로 국가권력을 행사하기 곤란하다. 따라서 주권자의 또 다른 대리인인 의회가 대통령의 배신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된다.

 

대통령은 탄핵되고, 기소되고, 처벌될 수 있다. 주권자의 명령에 따라 온전한 대리인이 배임적 대리인을 쫓아내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대통령, 비선실세에 둘러싸여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 직권을 남용하여 기업들을 갈취한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주권자들의 외침은 너무나 정당하다. 하지만 탄핵 심판대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에 수많은 국민이 아연실색했다.

 

탄핵심판 절차 내내 형사소송법 적용을 줄기차게 외쳐온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말을 바꿔 대통령 심문기일에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검사의 피의자 심문 시 변호인의 대리답변이 금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박근혜의 경우 소추위원 심문 시 변호인이 대리답변하겠다고 한다. 이런 대통령의 국가가 법치국가라면, 우리의 국가는 과연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시국이다.

 

진보인가 퇴보인가, 갈림길에 놓인 대한민국

 

평범한 회사원이자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저자는 탄핵제도의 연원과 근거,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본질을 깊이 공부했다.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의 탄핵제도와 우리나라의 탄핵제도는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지도 밤을 새며 공부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 헌법에 의거해 뇌물, 직권남용 등과 같은 형사법적 쟁점과 맞물린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의 정당성을 규명한다. 아울러 다음과 같은 헌법적 쟁점에 대한 답을 찾는다.

 

① 대통령이 공적기구가 아닌 사적조직에 의존하여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② 국가적 변란 중의 대통령의 행적이 사생활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되는가? ③ 탄핵절차 개시 이후 대통령의 임의적 사퇴가 가능한가? ④ 탄핵심판절차에 형사소송절차가 엄격히 적용되어야 하는가? ⑤ 직무정지 기간 중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개최가 정지된 직무범위에 포함되는가? ⑥ 피소추자 신분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출석을 거부하고 직접 언론과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행위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행위가 변론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가? ⑦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 중 국무총리의 권한대행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평범한 주권자인 우리는 이런 쟁점에 대답할 만큼 헌법을 이해하고 있는가?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탄핵과정에서 제기된 헌법적 쟁점이 주로 탄핵심판절차의 적법요건 및 본안판단과 관련된 절차적 문제였다면,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과정에서 제기된 헌법적 쟁점은 주로 ‘통치권행사의 절차적 정당성’ ‘기본권의 내용과 한계’ ‘탄핵재판의 본질’ ‘공직자의 헌법상 의무’ ‘통치기구 구성원리로서의 민주적 정당성’ 등과 같은 본질적이고 실체적 문제들이다.

 

탄핵심판은 진영 논리에 의해 휘둘려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헌법에 근거해야 한다. 평범한 회사원이자 주권자로서 탄핵을 공부한 저자가 더 많은 주권자들과 더불어 이 사안을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는 어떤 답을 내렸는지 같이 들여다보자.

 

지은이

 

신상준
연세대 법학학사·법학석사, 서울시립대 법학박사(과정). 한국은행 법규실, 조사국, 금융안정분석국 근무.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Basel Comittee on Banking Supervision), 바젤III 개정을 위한 자본정의 그룹(Capital Group) 참여.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가족이 있는 삶’을 지향하며 주말저녁 식사를 직접 마련한 지 15년이 넘었다. 2016년 11월, 대학생 딸의 손에 억지로 이끌려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난 뒤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광장에 울려 퍼지던 평범한 주권자들의 외침이 마음속에서 계속 울려오는 것이다.
길거리 분식점에서 커피 자판기 앞에서 평범한 주권자들의 궁금증은 커져만 가는데, 이 땅의 수많은 법률가와 정치인들, 학자와 엘리트들 가운데 그 누구도 민주주의와 공화국과 대통령과 탄핵에 대해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는 갑갑함을 느꼈다.
이 글은 숭고한 광장의 주권자들과 내 마음 속의 울림(Dimonion)에 응답하기 위해 지난 2달간 새벽 3∼4시까지 숱한 문헌을 뒤적이며 정리한 투박한 공부의 결과다.

 

차례

 

들어가며

 

1. 탄핵제도의 연원

 

2. 탄핵제도의 근거
   -국민주권주의
   -민주주의 원리
   -공화제 원리

 

3. 탄핵제도의 본질

 

4. 주요국의 탄핵제도
   -영국의 탄핵제도
   -미국의 탄핵제도
   -독일의 탄핵제도
   -프랑스의 탄핵제도

 

5. 우리나라의 탄핵제도
   -우리나라의 통치구조
   -우리나라의 탄핵제도

 

6. 쟁점적 현안에 대한 검토

 

나가며

 


참고 문헌

 

지난 11일, MBC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PD수첩》이 방송한 <검사와 스폰서> 후속편을 다룬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 화제의 책입니다. <검사와 스폰서>는 2010년 한국 PD연합회가 주관하는'올해의 PD상'을 수상할 정도로 사회적인 큰 이슈를 제공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사와 스폰서>를 제작한 최승호 PD는 급작스레 PD수첩에서 하차하게 되었고, 다른 PD들 또한 방송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사회적인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인 '검사'에 대한 수사는 기일을 넘겨 항소가 기각되는 어이없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책,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은 권력의 힘으로 묻혀버릴 뻔했던 검사들의 부정과 비리를 다시금 알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탐사보도'라는 장르를 개척한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을 함께 읽으시면 사회 정의와 미디어의 역할을 바로 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먼저 그동안 생각비행이 지속적으로 다뤄온 주제 '탐사보도' 관련 기사를 추천합니다.



검사와 스폰서 사건

2010년 4월 20일, 《PD수첩》은 부산에서 건설업에 종사했다는 한 사람이 57명의 전·현직 검사에게 금품, 향응, 성 상납 등의 스폰서 행위를 해왔다는 제보를 취재하여 방송했습니다. 이른바 '검사와 스폰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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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PD(1차방송)


《PD수첩》은 제보자를 비롯한 주변 인물을 집중취재하고 인터뷰하여 검사에 대한 스폰서 행위의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그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명이 거론된 두 명의 검사는 제보자의 발언은 신빙성이 전혀 없다며 부인했지만, 제보자를 비롯한 주변 인물의 증거와 정황을 보면 이미 결론이 난 상태였습니다.

진실을 향한 《PD수첩의 노력, 그리고 탄압

《PD수첩》이 보도한 내용은 즉각적으로 사회적인 파문을 일으켰고, 수많은 시민이 검찰의 부정·부패에 치를 떨었습니다. 《PD수첩》 홈페이지에 5000건이 넘는 격려의 글이 쏟아졌으며, 사람들은 탐사보도와 언론의 존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는 <검사와 스폰서> 방송에 대해 "집권세력이 왜 MBC를 장악하려는지 잘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PD수첩》 방영 이후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스폰서 검사 의혹 규명을 위한 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습니다.

두 달이 지난 6월 8일. 《PD수첩》은 <검사와 스폰서> 2편을 방송했습니다. 이 또한 큰 반향이 일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검찰의 비리문제와 기소독점주의(검사가 법원에 특정 형사사건의 재판을 청구한다는 뜻의 공소를 제기할 권한은 검사만이 가진다고 하는 주의) 같은 부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여, 6월 18일 여야가 검사들의 향응접대나 금품수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특별검사(이하 특검)를 도입하기로 합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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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운 PD(2차 방송)


하지만 위원회와 특검의 도입으로 뭔가 해결되리라는 생각은 오산이었습니다. 위원회는 제보자가 주장하는 내용 가운데 향응접대 수백 회 중 10여 회만 인정했고, 100건이 넘는다는 성매매 중 단 한 건만 인정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특검은 위원회에서 인정한 단 한 건의 성매매조차 무혐의로 처리하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위원회와 특검은 사건을 조작·은폐했고, 오히려 제보자와 증인들에 대해 계좌 추적을 비롯한 무차별적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에 《PD수첩》은 <검사와 스폰서> 문제의 후속편에 해당하는 <검사와 스폰서 - 묻어버린 진실>을 방송합니다. 위원회와 특검의 행태를 비판하고, 좀 더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려는 '탐사보도'의 기본에 충실한 방송이었죠. 이 프로그램은 방송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안타깝게도《PD수첩》이 와해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PD수첩》 제작진 11명 가운데 6명이 다른 부서로 발령났습니다. 6명 중에는 <검사와 스폰서> <4대강 6m의 비밀> 같은 프로그램을 제작한 최승호 PD와 홍상운 PD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최승호 PD는 <검사와 스폰서> 방송 이후 소망교회를 취재하는 도중이었다고 하는군요. 《PD수첩》에 대한 탄압은 폭압적이었고 신속했습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이자 탐사보도를 탄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습니다.

탐사보도의 화신,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을 추억함

《PD수첩》 프로그램은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 인력이 빠진 상태여서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평이 자꾸 나오는 상황입니다. 정치적 탄압에 굴복하여 프로그램을 재편한 게 명백한데 MBC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스로 개혁했다는 이상한 헛소리를 늘어놓았습니다. 바른 소리를 내다 뺨 맞고 온 아들을 엄마가 잘못했다고 쥐어박는 격이지요.
생각비행은 《PD수첩》을 보면서 언론의 사명을 다시금 돌아보았습니다. 진실을 향한 길은 멀고 험합니다. 올곧은 기자정신과 진실을 향한 열정이 없으면 끝까지 가지 못합니다. 언론이 탄압받고 진실의 행방이 묘연할 때마다 생각비행이 소개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저널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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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장르를 개척한 위대한 여성 저널리트의 삶과 기자정신을 다룬 책,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과 견검, 떡검, 섹검으로 대표되는 검사의 부정, 부패를 다룬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매클루어 매거진》에 미국의 석유재벌 존 D. 록펠러와 그가 세운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독점기업의 비리를 고발하는 탐사보도  기사를 연재했습니다. 타벨은 유년 시절을 석유 개척기에 보냈으며, 석유를 저장하는 용기를 납품하는 사업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소규모 석유 생산업자들과 독점 재벌인 스탠더드 오일의 부당한 경쟁을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석유 개척기에 록펠러는 '트러스트'라는 방식으로 경쟁자를 흡수했습니다. 굴복하지 않는 회사에는 각종 제재를 가해 망하게 하는 악독한 방식을 사용했죠. 결국 힘없는 중소 석유 생산업자들은 스탠더드 오일에 흡수되거나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로써 록펠러는 미주리 주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90퍼센트 이상을 독점하고 어마어마한 부를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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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더드 오일의 역사를 연재한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하지만 록펠러와 스탠더드 오일의 폭압적이고 부당한 행태를 지켜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수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여러 증인을 인터뷰하여 스탠더드 오일이 부당하게 사업을 확장해왔음을 밝혀내기 시작합니다. 이런 사실을 담은 기사를 《매클루어 매거진》에 연재합니다. 현대적 탐사보도의 시작이었죠. 1902년부터 19회에 걸쳐 연재한 기획기사, <스탠더드 오일의 역사> 로 말미암아 철옹성 같았던 록펠러와 스탠더드 오일은 1911년 미국 연방대법원으로부터 기업분할 명령을 받아 해체되기에 이릅니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과 탐사보도의 승리였던 셈이죠.

현재 최승호 PD를 비롯하여 《PD수첩》 관계자들이 <검사와 스폰서>를 방송한 이유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부패 검사에 대한 수사도 위원회와 특검에 의해 은폐되고 조작되어 흐지부지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진실을 알고자 하고 관심을 보여주신다면, 최승호 PD를 비롯한 《PD수첩》 관계자들도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과 같이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시민의 눈과 귀가 되어 부정, 부패를 조사하고 폭로하려는 올바른 프로그램마저 속박하는 이해타산에 발 빠른 이들이 득세하는 현실이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의 출간은 그래서 더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탐사보도의 맥을 잇는 프로그램인 《PD수첩》 관계자와 <검사와 스폰서>의 진실을 증언한 정용재 씨를 다시 한 번 기억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에 있는 문구로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진실은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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