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방재 능력과 재해 대처 수준을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범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가 빈번한 일본에서 정부의 신속한 대처는 물론 사회 곳곳에 비상 시 따라야 할 매뉴얼이 잘 정비되어 있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일본 정부의 무능력,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정당한 배상 판결을 무시하고 오히려 경제 보복을 시도하는 일본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이전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일본의 모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게 국민 대부분의 심정일 겁니다.


출처 - KBS


일본을 강타한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피해 상황만 봐도 그렇습니다.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이 80명을 넘고 다친 사람은 200명이 훌쩍 넘었고 주택은 1만 2000채가 넘게 침수됐습니다. 이번 태풍이 최대급 태풍이라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곤 하지만, 하기비스가 오기 전 도쿄 인근을 휩쓸고 간 다른 태풍으로 인해 수도권 지역의 정전이 곳에 따라 한 달을 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처럼 도쿄전력 같은 시설을 민영화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폐단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이번 하기비스 태풍이 휩쓸고 간 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폐기물의 유실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교도통신이 지난 1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다무라시(田村市)에 보관돼 있던 2700여 개의 폐기물 자루가 침수됐고 이 중에 일부가 강으로 흘러갔다고 합니다. 다무라시는 강을 따라 내려가 10개의 자루를 회수했지만 실제로 몇 자루가 유실됐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사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성 폐기물을 담은 자루의 전체 유실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유실된 자루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주변 학교나 주택가에서 긁어낸 스트론튬, 세슘 등이 들어 있는 방사성 오염토가 들어 있습니다. 일본 정부에 의하면 자루는 1세제곱미터에 공간방사선량이 시간당 1마이크로시버트 이하라고 합니다만, 일본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외에도 이번 태풍으로 침수된 하천이 중간에 다른 강과 합류해 태평양으로 흘러간다는 겁니다. 방사성 물질인 만큼 엄중한 관리가 요구되지만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2015년 9월 간토, 도호쿠 폭우 당시 이런 방사성 폐기물 자루 439개가 유실된 적이 있는데도 엄청난 규모의 태풍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도 일본 정부는 사실상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출처 - 아사히 신문

 

다무라시는 유실된 자루에서 폐기물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아사히 신문》 기자가 포착한 현장 영상에는 이미 내용물이 빠져나가 홀쭉해진 자루들이 여러 개 포착됐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태풍 경로에 있던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처리 시설 등에서는 오염수 누수를 알리는 경보가 총 10차례 울렸다고 하죠. 도쿄전력 측은 오염수 누수를 감시하는 기기에 빗물이 유입되거나 기기 고장으로 인한 오작동 경보였다고 하는데 이 말 또한 그대로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경보 영향으로 건물 지하에서 오염수를 퍼올리는 작업이 17시간 넘게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으니 실로 문제가 하나둘이 아닙니다.


출처 - 세계일보


예전부터 환경 단체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폐기물 관리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관리 방법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었죠. 후쿠시마에 있는 폐기물 임시 보관소는 1300여 개이며 야적장까지 합하면 13만 7000여 곳에 달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렇게 쌓아놓기만 한 방사성 폐기물들이 제대로 관리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때는 구 소련 정부가 원전 사고 지점을 중심으로 30km 내부로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게 땅을 국유화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사고 후처리를 하고 폐기물을 모은 다음 돔을 씌워 바깥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처리했죠.

출처 - 탈핵신문

 

하지만 석관이 노후되어 방사성 물질 누출이 우려되자 새 덮개를 제작했습니다. 덮개는 설계수명 100년으로 높이 110미터, 폭 260미터, 길이 16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입니다. 덮개 바닥 면적은 축구장 12개 규모이며, 사용된 철근의 양이 에펠탑 3배에 달한다고 하죠. 새 덮개는 방사능 피폭과 안전 문제로 체르노빌 핵발전소 옆에서 조립되었으며, 유압장비를 이용해 체르노빌 발전소 위로 옮겼습니다. 새 덮개 공사가 완료됨에 따라 석관과 구조물 사이 틈새를 메우고, 노후 구조물을 해체하는 과정을 진행해 올해 7월 10일 드디어 가동에 들어갔죠.

 

출처 - 중앙일보

 

그러니 방사성 폐기물을 그저 자루에 담아 쌓아놓기만 했을 뿐인 일본 정부의 대처는 무려 30년 이전에 벌어진 공산국가 소련 정부만도 못한 수준이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렇게 무능하게 대처한 것도 모자라 후쿠시마 지역 농산물을 먹어서 응원하자, 후쿠시마 주민을 복귀시키겠다, 2020 올림픽은 안전하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소리만 지껄이는 악행까지 저지르고 있습니다. 폐기물이 담긴 자루가 얼마나 유실됐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주제에 일본 환경상은 "환경에 영향이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여 전 세계의 지탄 대상이 됐습니다.


출처 - 환경일보


방사성 폐기물 유출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폐기물은 일본 하천과 태평양을 거쳐 우리나라 해역으로 유입될 수도 있습니다. 짧으면 석달, 길면 여섯 달 후에 부산, 진해, 울산, 진주 이쪽의 어패류, 갑각류, 해조류 등에 방사성 물질이 쌓이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별도 대응팀을 꾸려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폐기물과 오염수 여향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며 현재 전국 19개 지역에 설치돼 있는 방사능 감시망도 실시간 점검하고 있습니다.

 

출처 - 미래일보

 

지난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우리 정부가 '국외방사능비상사태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원자력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성수‧김해영‧남인식‧박재호‧우원식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추혜선 의원,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 무소속 손금주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습니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공개한 제한된 정보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번 하기비스로 인해 폐기물 유출이 현실로 드러났기에 이에 국회가 대응한 겁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 (WHO) 서태평양 지역총회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내년부터 WHO 집행이사국으로 내정된 우리나라는 이런 국제기구들을 통해 일본의 후쿠시마 대책에 관해 국제적인 압력을 더욱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출처 - 그린피스

출처 - KBS

 

일본의 방사성 폐기물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단순히 태풍만으로도 우리의 삶의 터전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원전의 위협 또한 성큼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나라의 탈원전 논의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란다면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입니다.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입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내년에는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립니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맞는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입니다. 동아시아가 우호와 협력의 기틀을 굳게 다지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와 번영을 이야기하면서 올림픽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를 주요한 대응카드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 열릴 도쿄 올림픽의 일부 경기장이 후쿠시마 사고 현장에 인접해 있는 등 안전 문제가 심히 우려됩니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선수단장 회의에서 방사능 안전문제를 공식 제기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색당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이 상태로 도쿄 올림픽이 개최되면 선수 참가자뿐 아니라 관중들이 모두 참여하는 피폭 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IOC는 도쿄 올림픽을 취소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꿍꿍이는 겨우 올림픽이 문제가 아닙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지난 7일 아베 내각과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 톤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폭로했죠. 오염수 100만 톤을 희석하려면 17년에 걸쳐 깨끗한 물 7억 7000만 톤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사실상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고 오염수를 방류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방사능 오염수가 후쿠시마 해안으로 흘러나오면 어업은 궤멸하고 말 것입니다. 해류를 타고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를 순환하기 때문에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으며 특히 옆 나라인 우리나라가 치명적인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숀 버니 수석은 강조했습니다.


출처 - JTBC


그린피스는 지난 1월 후쿠시마 오염수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의사결정의 오류, 전문성 부족, 부적합 기술 채택 등으로 제염에 실패했으며 앞으로도 제대로 처리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아베 내각은 비용을 줄일 목적으로 값싼 기술만 고집하다가 제염의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그러자 이제 그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오염수에서 고위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지 못해 제염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아베 정권의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전기분해해 공기 중으로 증발시켜 해결하겠다는 어이없는 방법을 해결책이랍시고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만화를 너무 많이 본 모양입니다.


출처 - KBS


아울러 도쿄전력은 2022년 여름이면 저장탱크 용량이 더는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 밝혔는데 이는 오염수 방류를 설명하는 기본적 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 자체가 이미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지역인만큼 추가로 오염수 저장소를 설치하면 해결되지만 일본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오염수 방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버니 수석의 설명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아베 정권은 2031년까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물질을 제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반감기를 고려한다면 최소 125년은 오염수를 보관해야만 합니다. 도쿄올림픽 유치를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계획을 공지한 것이나 다름없죠. 그렇기에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아베 내각이 오염수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침묵으로 일관하다 어떻게든 몰래 태평양으로 방류하려고 한다며 국제적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출처 - MBC


제염에 실패한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면 동해 쪽에 있는 우리나라 바다는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보게 됩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규제하는 정도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죠. 현재 정화 처리되었다며 저장된 오염수도 안전치의 2만 배에 이르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문제입니다.


출처 - MBC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리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지난가을 후쿠시마 핵발전소 실태를 조사한 IAEA의 보고서에는 오염수가 여전히 방사능 기준치를 넘고 있으며 이런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죠. 또 일본 정부가 오염수의 방사능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투명한 공개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체르노빌 참사 때도 그 사고의 영향과 위험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는 IAEA로서는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준의 보고서를 내놓은 셈입니다. IAEA는 일본이 허용치를 초과한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명백한 유엔해양법협약 위반이며 세계적인 인권침해 문제로 대응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올해 2월 처음으로 녹아내린 원자로 하나에 로봇이 들어가 잔해 중 일부를 들어 올린 바 있습니다. 로봇이나마 여기까지 들어간 건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8년 만에 처음이었죠. 하지만 방사능에 회로가 튀겨져 로봇은 잠시 후 망가졌습니다. 이 작업만으로도 당시 수많은 노동자가 피폭되었죠. 당시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의 조사 결과는 원전 잔해에 로봇을 쓸 수 없겠다고 하는 정도뿐이었습니다. 피폭된 노동자나 후쿠시마 주민들에 대해 일본 정부는 어떤 대책이나 유감의 표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의 대응을 일관해온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계획하고 있다니 도대체 생각이라는 게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13일 외교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혐수 방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018년 10월 일본 측에 우리의 우려와 요청 사항을 담은 입장서를 전달하고, 양자 및 다자적 관점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해 나가자고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향후 필요시 국제기구 및 피해가 우려되는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후쿠시마 문제는 경제보복이나 올림픽 보이콧의 수준을 넘어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하여 모두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일입니다. 아베 정권의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 끼치는 해악이 대체 어디까지 확장될지 모르겠군요.

우리나라 핵발전소가 20세기 핵발전소 사고의 대명사인 체르노빌 사고 직전까지 갔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으신 분이 많으실 겁니다. 지난 5월 10일, 전남 영광군 한빛 핵발전소 1호기에서 체르노빌 사고와 유사한 열 출력이라는 중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핵발전소 시험 중 출력 통제 불능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는데 원전 및 규제당국의 늑장 대처로 핵발전정지 조처가 12시간이나 지체된 것으로 드러났죠.


출처 – 이투뉴스


지난 20일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9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아 이튿날 오전 원자로 특성시험을 벌이던 한빛원전 1호기에서 문제가 터졌다고 합니다. 원자로 출력을 높이기 위해 핵연료를 덮고 있는 제어봉을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갑자기 보조급수폄프가 저절로 작동했습니다. 한수원은 당시 원자로 냉각재 온도 상승으로 증기발생기 수위가 올라가 모든 주급수펌프에 정지신호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는데요, 보조펌프 자동 기동은 단순한 고장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한빛 1호기는 원자로 내 열 출력이 운영지침서의 제한치인 5%를 3배 이상 초과한 18%까지 치솟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원자로의 냉각재 온도는 302도까지 치솟았고 증기발생기 수위도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출처 - 한국일보


핵발전소 전문가들에 의하면 원자로는 저출력 상태에서 제어가 매우 어려워 자칫 출력이 폭증하는 열폭주 상태로 치닫기 쉽다고 합니다. 열 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했다면 즉각 원전을 정지시켜야 하는 위험천만한 상태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핵발전소 참사도 마찬가지로 터빈 출력시험 중 제어봉을 조작해 무리하게 출력을 올리다가 짧은 시간에 원자로가 폭주하면서 발생했다는 걸 생각하면 한빛 1호기와 체르노빌의 차이는 안전장치가 작동했고 안 했고의 차이, 그러니까 세우는데 성공했고 실패했고의 차이밖에 없는 셈입니다.

 

출처 -JTBC

 

만약 '아차' 하는 순간 체르노빌처럼 한빛 1호기가 폭주하기 시작했다면 최악의 경우 사람들은 자기가 죽는지도 모르고 죽었을 일이고, 전라도 일대가 증발하고, 경상도와 충청도, 그리고 수도권까지 낙진으로 2차 피해를 입었을 일입니다. 체르노빌, 후쿠시마가 남 얘기가 아니게 될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을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쳤다는 겁니다.


출처 - JTBC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런 중대사고를 일반 원전 고장정지처럼 대응했다는 사실입니다. 한빛 1호기의 이상을 1시간 전에 알았으나 무리하게 가동을 강행한 겁니다. 그리고 원자로 출력 제한치 초과 등에 대해 12시간이 지나서야 공개했습니다. 원전 측이 제한치 초과 사실을 알리지 않아 규제 기관인 원안위가 상황을 파악하고 수동정지를 지시하기까지 무려 12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지역 원전 감시 기구나 주민에게 알린 시점도 이상이 발생한 지 6시간이 넘은 뒤였습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상 열 출력이 제한치를 넘으면 원자로 가동을 즉시 멈춰야 합니다.


출처 - 뉴스1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조사결과 이 사건 당시 조작한 사람이 무면허인 것으로 드러난 부분입니다. 당시 설비 운전자의 제어봉 조작실수로 빚어진 일이었다고 하는데요. 원래 면허자의 직접 운용 또는 감독, 지시하에 제어봉 조작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중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은 셈입니다. 결국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만들어낸 인재였음이 드러났습니다. 한수원은 한빛발전소장과 발전팀장 등 책임자 3명을 직위해제해 사실상 자신들의 원자로 설비 운용 실수를 시인했습니다. 또한 한수원은 규제 감독 기관인 원안위에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즉시 원자로 가동 중지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않아 운영 면에서든 지휘 면에서든 심각한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드러냈습니다. 원안위는 현재 특별사법경찰을 한빛원전에 투입해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특별사법경찰은 원자력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해 수사권을 가진 공무원이며, 과거 벌칙이나 과징금 등 행정처분에 그쳤던 것과 달리 2017년 특사경 제도 시행 이후 긴급체포, 압수수색, 구속영장 신청 등의 수사활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조사를 철저히 하려는 건 불행 중 다행이지만 이런 운영 미숙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올해 5월 재가동 승인을 내준 것 또한 규제 및 감독 기관인 원안위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체르노빌조차 무자격자 운전 사고는 아니었습니다. 이번엔 운이 좋아서 참사를 면했지만 과정만 놓고 보면 체르노빌보다 더한 인재입니다. 꼬리 자르기가 아닌 원전, 한수원, 원안위까지 원전 마피아들을 완전히 도려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사건입니다.


출처 - 서울경제


인류 최악의 원전사고로 일컬어지는 체르노빌 사고가 30년도 더 된 얘기라 사고 현장 처리가 다 끝난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처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체르노빌 사고 현장을 수백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돔으로 봉인한 것이 겨우 2년 전인 2017년입니다. 이 돔을 만드는 데만 20년이 넘게 걸렸죠. 그나마 봉인은 했으나 사고가 난 핵발전소 4호기 안에는 핵 연료가 80% 남아 있으며 돔 안에서 이제부터 해체에 들어갑니다. 이 봉인된 주변 오염 지역은 2600제곱킬로미터에 이르고, 이 지역에 사람이 다시 살려면 3000년은 넘게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시 공식적으로만 7000명이 사망했고 70만 명이 관련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런 참사가 같은 핵발전소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핵발전이란 기술을 운영하는 인간, 나아가 탐욕으로 점철된 원전 마피아들을 믿을 수 없다는 점이 이번 한빛 핵발전소 사고를 통해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이제는 정말 탈원전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 어디로 가는가?》의 저자 신동한 에너지전환연구소장의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에너지 체제는 시대에 따라 바뀐다

 

인류는 150만 년 전 불을 사용하면서 엄청난 변화를 시작하였다. 인간의 힘은 미약하기 짝이 없지만 자연의 에너지를 활용하면서 다른 동물들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서기 1년에 2억 명이던 인구는 오늘날 76억 명이 넘는 대가족으로 불어났다.


오랫동안 인류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였다. 세월이 흘러 부잣집이나 대장간에서는 연기가 적고 열량이 많은 숯을 쓰기도 했지만, 이 역시 나무를 이용한 것이다. 목재와 숯을 사용하는 바이오연료 시대는 150만 년을 이어왔다. 지금도 약 27억 명은 가정용 연료로 나무를 때고 있다.


석탄이 에너지원으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900년 전의 일이다. 석유는 1859년에 비로소 상용화되었다. 천연가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수십억 년 지구가 기르고 분해하고 압축하고 걸러서 만들어낸 화석연료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수송하기도 편해 인류의 문명을 극적으로 발전시켰다.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무렵 약 5억 명이던 세계 인구는 석유를 사용하기 시작한 19세기 말 약 12억 명으로 늘어난 뒤 20세기에만 5배 이상 늘었다. 오늘날 인류의 물질문명은 온전히 화석연료에 힘입은 바 크다.


제2차 세계대전의 막을 내리게 한 원자폭탄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핵분열 에너지를 활용하는 길을 열었다. 1960년대 상용화한 핵에너지는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약 5퍼센트를 차지하지만 근본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안전 문제로 이미 세 차례 원자로 용융 사고를 일으키고, 핵폐기물 처리라는 난제를 안은 채 점차 경제성마저 다른 에너지원에 뒤떨어지게 되었다.


1970년대의 두 차례 석유 파동은 화석연료가 한정된 매장 자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각국은 새로운 대체에너지 개발에 나섰고 늘 우리 곁에서 힘을 보태주었던 풍력과 지열, 태양에너지가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화석연료의 도움으로 놀랍게 발전한 과학기술은 이런 재생가능에너지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공해주었다.


1992년에 유엔환경회의가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한 이후, 당사국 정상들은 1997년 교토의정서에 이어 2015년 파리협정이라는 행동계획을 수립하였다. 파리협정에서 G7 정상들은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온실가스의 80퍼센트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21세기 안에 종식시키자고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원자력발전 비중이 가장 높은(75퍼센트) 프랑스는 2026년까지 그 비중을 50퍼센트로 낮추는 대신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두 배로 높이기로 하였다.


이렇듯 에너지 체제는 당시 사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변화해왔다. 21세기 현재의 에너지 체제는 화석연료와 핵에너지 중심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에너지 체제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세를 장악한 건 재생가능에너지입니다. 태양에너지, 풍력, 지열, 해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수력 등 재생가는에너지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르는 50억 년 후까지 고갈되지 않습니다. 에너지 생산에 따른 환경 파괴도 가장 적은 편입니다. 기후변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변화는 화석연료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 경제는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해마다 수십조 원을 해외로 내보낼 필요 없이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쓸 수 있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에너지 체제의 전환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멜트스루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의 보도가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녹아내린 원자로 내에 핵연료가 머물러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원자로 바닥을 뚫고 나온 멜트스루 상황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지난달 30일 촬영된 2호기 원자로 콘크리트 격납용기 내 사진을 분석해본 결과 1미터 크기의 녹아내린 구멍이 생겼고 방사선량이 시간당 최대 530시버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는 사고 발생 이듬해인 2012년 실측치 방사선량의 7배가 넘는 것으로 30초만 쐬면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인 수치입니다. 이 때문에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폐로를 위해 세운 조사 계획과 피폭 안전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출처 - 뉴스1


하지만 이런 일이 사고가 터진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로 착각하시면 곤란합니다. 후쿠시마 방사능이 한국까지 덮쳐온다며 인터넷을 떠도는 소문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 원전이 우리나라 국민을 피폭시키고 있음이 밝혀졌다는 얘기를 하려는 겁니다.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의 심각한 방사선 피폭 상황


출처 - 오마이뉴스


경북 경주 월성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의 몸속에서 방사성물질이 100퍼센트 검출되었습니다. 5세부터 19세까지 아이들도 9명이나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죠. 지난 21일 환경운동연합과 경주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가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에 의뢰해 나온 검사 결과 검사받은 주민 전원에게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나왔음을 확인했습니다.


삼중수소는 원전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방사성물질로 크기가 매우 작아 금속과 콘크리트 구조물을 통과한다고 합니다. 일단 발생하면 원자로 외부로의 유출을 막기가 어렵습니다.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방사성물질인 베타선의 에너지 크기 자체는 약한 편이지만 몸속으로 들어올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체내에서는 베타선의 에너지가 주변에 집중되어 세포 손상을 일으켜 암과 백혈병 등 질병이 발생하게 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원자력 계는 기준치에 못 미치는 양이므로 걱정할 것 없다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사성물질은 기준치 이하라도 암 발생과 연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의학계에 알려진 사실입니다.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은 저선량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소린데 특히 갑상샘암 환자가 많다고 합니다. 다섯 살로 몸무게가 16킬로그램에 불과한 아이 몸에서 리터당 17.3베크렐이 검출되었습니다. 킬로그램당 1베크렐이 검출된 일본산 고등어가 불안하다며 아이들 급식에서 일본산 수산물을 아예 제외했던 일을 생각해봅시다. 사람의 몸 안에서 이 정도의 방사선이 검출되었다니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요?

 

출처 - 경향신문

 

2022년까지 원전 완전 폐쇄를 결정한 독일 정부는 거주지가 원전에 가까울수록 만 5세 전에 암과 백혈병에 걸릴 위험성 사이에 연관 관계가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때 독일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방사성물질의 영향은 0.0000019밀리시버트였습니다. 우리나라 한수원의 안전 기준치의 100만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로 적은 수치로도 독일 정부가 원전 폐쇄를 결정할 정도라면 월성원전 주민들이 당하는 피폭량은 대체 어느 정도인지 심각하게 생각하며 당장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영화 〈판도라〉,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출처 - 다음 영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부산행〉, 700만 관객을 돌파한 〈터널〉에 이어 사실적인 원전사고의 모습을 묘사한 〈판도라〉는 2016년 재난 블록버스터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원래 '판도라'라는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것으로 열지 말았어야 할 상자를 열어 인류에게 재앙이 닥친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영화 〈판도라〉는 이런 이야기 구조를 차용해 사상 초유의 재난을 초래한 원전사고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원자력은 인류에게 '판도라 상자'와도 같았습니다. 핵분열은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인류가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발견한 지극히 인위적인 현상이었으나 이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죠. 핵분열 과정에서는 다양한 방사성물질이 생성되고 주변에 있는 물질들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킵니다. 이런 방사성물질들은 방사선을 방출하고 안정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요오드-131과 같이 반감기가 8일 정도 되는 것에서부터 플루토늄-239(24만 100년), 우라늄-235(7억 년)과 같이 수만, 수억 년에 이르는 것도 있습니다.

 

인류가 첫 핵분열에 성공한 지 불과 79년입니다. 원자력 에너지가 우리의 삶을 변모시킨 건 확실하지만, 그 위험성을 감당할 준비를 하지 않은 채 잠재적 위험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핵분열이 인간과 자연에 끼치는 영향을 다 알지 못하며 완전히 통제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인류에게 경종을 울린 것처럼 우리나라 내에서도 이런 원전사고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에너지 안보가 중요하다  

 

이제는 '에너지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할 때입니다. 에너지 안보적 측면에서는 세 가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기술적 그리고 국제관계적으로 할용가능한가? 경제적으로 감당할 만한가? 지속가능한가? 그런데 원자력은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중에서 에너지 안보상 가장 취약한 에너지원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의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우라늄광은 함량이 0.03퍼센트라 개발하기엔 경제성이 낮습니다. 게다가 우라늄광은 그대로 사용할 수 없고 농축해야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라늄광을 사서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진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4개국 가운데 한 곳에 농축을 의뢰해야 하는 상황이죠. 만일 이들 국가가 농축우라늄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24기 원자로는 그냥 애물단지가 되는 겁니다. 이처럼 원자력은 기존 에너지원보다 안보상 취약한 에너지원입니다.

 

한편 원자력 에너지는 안전하지도 않습니다. 라스무센 보고서로 널리 알려진 〈원자로 안정성 연구〉는 1975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수행했는데요, 이 보고서는 '100기의 원전 운영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도가 비원자력 산업 및 인공재해로 인한 위험도에 비해 100배 이상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자로에 완전한 노심용융이 일어날 확률은 1년에 1기당 2만 분의 1'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1998년 울진 3호기를 첫 한국 표준형 원전으로 가동하면서 우리 정부는 무슨 근거인지는 몰라도 중대사고 확률을 '100만 분의 1'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척 낮은 확률일 것 같죠?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로또 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로 원전 노심용융 사고 발생 확률보다 훨씬 희박하지만 매주 평균 6명의 1등이 당첨금을 타가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은 2만 분의 1이라고 하고, 우리나라는 100만 분의 1이라고 해도, 전 세계에 약 400기의 원자로가 50년 이상 돌아가고 있는 거니까 그동안 스리마일 아일랜드,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3번의 노심용융 사고는 확률상 나오는 값입니다. 확률이란 실제로 그런 겁니다. 확률이 0이 아닌 이상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죠.

출처 -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

 

원자력은 결코 값싼 에너지원이 아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원자로를 해체할 시기가 되어 부족한 비용은 정부의 지원으로 채우든지, 전기료 인상을 통해 미래의 소비자에게 전가해야만 하는 것이죠. 우리가 쓰는 전기 때문에 미래 세대에게 방사성폐기물을 물려주는 것도 미안한 일인데, 비용마저 후손에게 지우는 것은 너무 염치없는 짓 아닐까요? 프랑스는 2006년 제정된 법에 따라 원전기업들의 해체 예치금과 해체 예상 비용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객관적인 위원회를 구성해서 해체 예상 비용을 산정하고, 독립적인 기관에서 이를 적립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정부의 보조금과 후손에게 미룬 비용 덕에 원자력의 발전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야기의 거짓이 그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게 될 테니까요. 

 

 

관피아의 나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나 몰라라 하는 박근혜 정부가 작동을 멈춘 사이, 탄핵정국을 틈타 관피아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호랑이 없는 곳에서는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죠. 컨트롤 타워도 상실되었겠다 자기네 멋대로 해 먹고 있는 겁니다.

 

 

출처 - 국민일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최근 5개월 사이 22명의 공공기관장이 관피아로 채워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눈에 띄지 않는 감사 등 고위 간부직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권력의 공백기에 공직 나눠 먹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죠. 

출처 - 한국경제

 

공무원의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강화된 공직자 재취업 심사가 박근혜 정부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다시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 한 원인입니다. 재취업 심사도 받지 않고 임의로 취업했다가 적발된 공무원도 크게 늘었습니다. 심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면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사라진 ‘관료→산하기관·공기업→협회·조합’ 코스가 부활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원전계 역시 '원전 마피아'란 말이 있을 정도로 관피아가 득실거립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AI 대란 등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생명, 안전, 재산을 지키는 데는 관심이 없고 자기 몫 챙기기에 바쁜 존재들을 그냥 둬서는 안 될 일입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이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주권자로 살아가기, 참 쉽지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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