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목적 살인 등으로 기소된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신군부의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이 자신의 권력을 위해 국민을 학살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1997년 대법원이 내린 확정 선고입니다. 1997년과 2002년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항구적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됐으니,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5.18은 군부독재의 총칼을 앞세운 폭압에 대해 일어선 시민들의 무장 저항이었음이 명백합니다.


출처 - 뉴시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제1야당이자 동시에 그 군부독재의 단물을 빨아먹던 자들과 그 후계자들은 지금 이 시점까지도 5.18을 욕되게 일컬으며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2월 8일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원인 이종명, 김순례, 김진태 3명은 5.18이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거나 종북 좌파들이 세금을 축내는 5.18 유공자 집단을 만들었다는 둥 망언을 쏟아내며 유족들과 우리 사회의 상식을 모욕했습니다.


출처 - 뉴스1


당연히 전 사회적인 반발이 일어났습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원내 정당이 5.18 망언을 입에 담은 의원 3명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에 나섰으며 시민단체들의 비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수뇌부는 역사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며 변명하는 태도를 보였는데요, 오히려 수습 시기를 놓치게 되어 망언 파문으로 번지게 되었죠. 5.18 망언에 대한 자유한국당 수뇌부의 해석은 마치 과학에 다양한 가설이 있을 수 있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지구 편평설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인 사람들입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뒤늦게 자유한국당은 5.18 망언으로 논란이 된 이종명 의원을 제명조치하고 김진태, 김순례 두 의원은 징계 유예 처리를 했습니다.. 모조리 제명해도 모자랄 판국에 오는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만 신경을 쓰다 지지자와 반대자 모두를 놓칠 물타기 결정을 한 셈입니다.


출처 - 리얼미터


실제로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통해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던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5.18 망언으로 단단히 발목이 잡혔습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7% 떨어지며 25.2%가 되었습니다. 5.18 망언에 김진태, 김순례에 대한 징계 유예 결정이 나오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겁니다. 이는 다른 여론조사 기관 집계에서도 뚜렷이 나타납니다. 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19%로 나와 다시 10%대로 폭락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의 상승세는 황교안, 오세훈, 홍준표 등의 후보들이 언론의 조명을 받은 덕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들이 잘해서라기보다 여권의 악재로 인한 반사 이익에 가까웠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러한 정황은 자유한국당의 아성인 TK와 PK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이던 핵심 계층인 60대 이상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5.18 망언과 꼼수 징계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전주 대비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 모든 직업군, 모든 이념 성향에서 하락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한 줌뿐인 태극기 부대 같은 극우 세력을 제외하면 모든 국민이 인정하는 보편적인 상식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망언을 한 김진태의 지역구인 춘천에서는 즉시 제명 요구 및 지역구 추방 운동이 일어나는 등 지역 사회의 반발도 명확히 보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상황이 이런데도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뻔뻔합니다. 다른 정당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 그리고 청와대의 비판에 대해 자신들은 이미 사과하고 징계했는데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제정신이 아닌 소리를 떠들고 있습니다. 전두환도 처음 듣는다던 북괴 공작원 침투설 같은 가짜뉴스를 만들어낸 지만원 같은 자를 자기네 당 5.18 조사위원으로 고려한 바를 부끄러워할 줄은 모르면서 자기네가 추천한 5.18 조사위원 임명을 청와대가 거부한 것을 두고 전례 없는 국회 무시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할 텐데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출처 - MBC


평소 5.18 왜곡 시도는 용납지 않겠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의 망언 파문에 대해 내놓은 말이 대부분의 국민의 뜻일 겁니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처신은 5.18을 비롯한 민주화의 역사와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며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특히 국회가 만든 법으로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한 5.18을 국회의원이 나서서 폭동 운운하는 건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자기부정이며 정략적 행태에 불과합니다. 이제는 색깔론과 지역주의로 편 가르고 혐오를 조장함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모든 행태를 단호히 거부해야 합니다. 그래야 혐오에 기생하는 자들이 발을 붙일 수 없을 테니까요.

연초에는 지난해에 좋지 않았던 기억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마련입니다. 가급적 좋은 기억과 더불어 좋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게 되는데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망언을 하는 자들이 생겨 벽두부터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멀리는 초계기 레이더 논란을 일으킨 골치 아픈 이웃 일본이 있고, 가까이는 구시대적인 세계관에 파묻힌 학살자 전두환 같은 이가 있습니다.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 씨가 최근 남편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로 지칭하는 망언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죠.


출처 - MBC


새해 벽두부터 극우매체인 뉴스타운TV와 인터뷰를 한 이순자는 전두환의 재판 기피 이유인 알츠하이머를 언급하며 "조금 전의 일을 기억 못 하는 사람한테 광주에 내려와서 80년대 일어난 얘기를 증언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코미디"라고 주장했고 한술 더 떠서 "광주 5.18 단체도 이미 얻을 거 다 얻었는데 그렇게 해서 얻을 게 뭐가 있겠느냐"며 소송을 제기한 광주 5월 단체들을 폄훼했습니다. 이때 나온 망언이 바로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예요.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해요"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 인터뷰를 한 뉴스타운TV는 대표가 지난 2017년 박근혜 파면 당일 사망, 부상자가 발생한 과격 집회,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실형을 받았고, 지만원과 더불어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하는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곳입니다. 애초 극우 지라시라 불려도 시원찮을 매체와 인터뷰한 내용이라고는 해도 도를 넘은 망언이었죠. 학살자 전두환과 부창부수여서 그런 걸까요?


출처 – MBC 유튜브


국민들과 시민단체, 정당들은 분기탱천해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를 막론하고 각 정당은 실성에 가까운 망언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며 전두환과 이순자의 망언을 비판했습니다. 여기서 자유한국당은 예외입니다. 전두환을 비롯한 친일과 군사독재의 면면을 배출하고 또 이어온 자유한국당은 국회 내외를 가리지 않고 공식 논평을 낸 다른 정당들과 달리 단 한마디의 논평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 얼굴에 침 뱉기인 줄은 아나 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했던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전두환은 회고록을 통해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하여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뒤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지난 7일 구인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전두환은 그간 알츠하이머, 독감 등을 핑계로 재판에 불참했는데, 광주지법이 3월 11일로 공판기일을 다시 잡은 뒤 또다시 불출석할 경우 강제구인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겁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법원은 구인영장을 발부할 수 있고 강제로 재판정에 인치하기도 합니다. 구인영장 발부는 전두환이 꼼수를 부려 재판에 나오지 않을 경우 법원이 강제 소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전두환을 추종하는 무리가 지난 7일 전두환의 집 앞에 모여 법원에서 전두환을 강제구인하러 온다면 우리를 먼저 밟고 가라며 시대착오적인 충신 행위를 펼쳤습니다. 군사독재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진 200여 명이 참석한 이 집회에 5.18 관련으로 여러 차례 소송당하고 패소한 지만원이 나서서 가짜뉴스를 또 퍼뜨렸습니다. 차고도 넘치는 증거가 있는데도 아직도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소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참으로 가련합니다.


출처 – 뉴스1


이번에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이 확보한 미국의 3급 비밀전문 〈전두환 대통령 광주방문: 뒤섞인 신호〉에 따르면 전두환은 광주를 총칼로 진압하고 대통령에 취임한 지 4일 만인 9월 5일 사건 현장인 광주를 찾은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당시 전남도청에서 전남도지사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이제 더 이상 광주사태를 논의하면 안 될 것이다"라며 "이 지역이 명예와 자존심을 되찾고 다른 지역보다 더 모범적이 되라"며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말을 했다고 하죠. 수많은 시민이 군홧발에 짓밟히고 총탄에 죽어간 학살이 일어난 지 넉 달도 안 돼 직접 현장을 찾은 전두환의 저의는 무엇이었을까요?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사회적 불만을 조기에 진화하여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군대를 동원해 국민을 학살해놓고 자기 이익에만 눈이 멀었던 학살자 전두환이 29만 원으로 호의호식하며 잘살고 있는 현실입니다.

 

출처 - 이하


이 때문인지 전두환이 죽었을 때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하는가에 대해 국민의 과반인 61.5%가 반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국립묘지 안장을 막아야 한다고 답했다고 하죠. 사면이 됐으므로 안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사람은 26.8%에 그쳤습니다. 성향별로 보면 진보층과 중도층은 압도적으로 반대했으며, 보수층도 반대와 찬성이 같은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누리꾼들이 5.18 희생자들이 안장된 국립5.18민주묘지 입구에 사람들이 드나들 때마다 밟을 수 있는 위치라면 국립묘지 안장도 인정한다며 전두환의 무책임함을 조롱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5.18 관련 단체들은 이번 강제구인 소식을 듣고 "이제 전 씨가 스스로 걸어 나오든지, 아니면 강제소환돼 재판정에 나오는 두 가지 선택 사항밖에 없게 됐다"며 환영했고,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전 씨가 떳떳하다면 재판정에 나와 조 신부와 전 씨 중 누가 사탄인지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번 구인영장 발부를 계기로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평범한 가치를 재확인할 뿐만 아니라 학살자가 피해자들의 땅에서 법의 심판을 받아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짓밟은 학살자 전두환이 불구속 기소되었습니다.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기총소사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전두환은 회고록에서 '광주사태 당시 헬기의 기총소사는 없었으므로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인 주장이다.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기술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었던 것입니다. 5.18 특조위의 조사 결과 광주 전일빌딩에 남은 총알 자국, 미 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전문 등을 통해 헬기 사격이 실재했음이 이미 밝혀졌습니다. 이 결정적 증거들은 검찰이 기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죠.


출처 – KBC 광주방송


SBS 탐사보도팀은 미국 국무부 비밀 전문을 통해 최종 진압 작전이 누구의 지시였는지, 광주에 북한군이 투입되었다는 설을 누가 처음 퍼뜨렸는지 밝혀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바로 전두환이었습니다. 미국 시간으로 1980년 5월 25일 오전 9시 머스키 당시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 대사관 등에 보낸 비밀 전문에는 '군의 실력자 전두환 장군이 군사 작전이 필요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보고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협상 시도가 실패하면 진압 작전이 시작될 예쩡인데, 이 경우 합참의장이 미국에 먼저 알려주기로 약속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5.18 기간 중 한국 문서에는 전두환이란 이름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 미국 비밀 문서에서 그 이름을 발견했고 결정적인 증거라는 점이 의미 있는 일입니다.


출처 - SBS


비밀 문서를 보면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해 모르는 척하던 미국이 당시 전두환 신 군부와 학살에 대해 조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은 계엄군의 강경 진압 문제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는데 이에 관해 성명을 내면서 신군부와 사전에 상의했던 것입니다. 미국 문서에서는 최초 사망자가 농아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는데, 당시 광주에서는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었습니다. 미국은 거의 5분, 10분 단위로 광주에서 일어난 학살에 대해 세밀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출처 – SBS


전남도청 집단 발포가 있었던 다음 날인 1980년 5월 22일 주한 미국 대사관이 미국 국무부에 보낸 비밀 전문을 보면 23일 발행되는 한국 신문에 실릴 수 있도록 22일 국무부가 성명을 발표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전문에는 신군부와 청와대가 성명 초안에 동의하며 이를 환영했다고 기록돼 있죠. 미국이 나서서 학살을 막아줄 것이라 믿었던 당시 광주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출처 – KBS


KBS에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의 암매장에 관한 군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당시 출동 부대에 가매장 장소 보고를 지시했고 수색 결과를 실제로 보고한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5.18 직후 암매장 처리를 위해 시신 수습반을 운영했다는 증언은 있었지만 암매장 장소를 보고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문건으로 확인된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군부의 입장과 달리 5.18 당시 군은 암매장 사실을 인지했고 수색 결과까지 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군 기록에 대한 추가 조사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출처 – MBC


이처럼 명명백백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은 호의호식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광주 시민들과 민주화 운동의 의인들을 모욕하는 회고록까지 냈으니 이를 묵과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올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기입니다. 개헌을 위한 헌법 전문에 우리나라 민주화의 핵심적 사건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실린 역사적인 해이기도 하죠. 전두환에 대한 단죄를 더는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될 일입니다.

2.18, 3.1, 4.3, 4.16, 4.19… 날짜만 나열해도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압니다. 2.18 대구 지하철 참사, 4.16 세월호 참사와 같이 많은 인명이 희생된 슬픈 역사로 간직될 날이 있는가 하면, 민중이 변혁의 주체가 되는 역사의 교훈을 남긴 혁명이 일어난 날도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5.18은 어떤 의미인가요?  

출처 - 연합뉴스


올해 5.18은 그 의미를 조금 더 진지하게 되새겨야 할 듯합니다. 최근 "나는 광주사태 씻김굿의 제물"이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광주민주화운동을 짓밟은 장본인 전두환입니다. 얼마 전에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전두환은 자신이 광주사태의 상처 치유를 위한 제물이라며 억울함을 표현하는 한편 시대적 상황이 12.12와 5.17을 불렀다며 자신이 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건 시대의 부름이라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아울러 그는 5.18은 폭동이란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도 썼습니다. 회고록 출간일이 4월 5일로 되어 있는데 식목일에 나온 '책 같지도 않은 종이 뭉텅이'에 담긴 역사왜곡을 보고 있자니 '나무야 미안해'라는 말부터 떠오릅니다.


출처 - JTBC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전두환이 군대를 앞세워 광주 시민들을 잔인하게 짓밟는 학살에 맞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역사적인 항쟁이었습니다. 1982년 보안사령부에서 발간한 '제5공화국 전사'라는 문건을 보면 1980년 5월 21일 새벽 4시 30분 전두환을 비롯해 군 주요 지휘부가 참석한 회의가 열렸으며, 계엄군의 자위권 행사 문제는 그 회의에서 자동적으로 결정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군을 동원해 시민들을 학살하기로 결정한 최종 의사결정을 전두환이 내렸다고 보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법원 또한 '이 회의에서 자위권 행사라고 표기된 무력 동원은 목적과 다르게 내린 내란 목적의 살인'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죠. 포괄적으로는 법원이 전두환 발포의 책임에 대해 유죄 판결을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두환 회고록》에서 발포 명령이 없었고 자위권 차원이었다는 억지 주장이 역사적 사실과 상반됨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전두환 회고록》 발간일인 지난 4월 5일, 5.18 기념재단은 미국 CIA 기밀 해제 문서 분석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날 재단 측은 5.18과 관련된 CIA 기밀 해제 문서 44건을 분석한 결과 5.18에 북한이 전혀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1980년 6월 6일 CIA 일급 기밀 해제 문서에 "김일성은 현 상황에서 북한이 취할 어떤 위협적 조치도 전두환에게 이용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달 북한은 불개입을 여러 차례 천명하고 확연한 조치를 회피하면서 전두환이 북한의 위협을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하려는 의도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5.18이 가까워지면 '북한 빨갱이 타령'을 하던 이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미국 정보부가 북한의 개입이 없었음을 공식 확인해준 셈이 되었습니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상식 없는 자들의 억측과 종북 몰이 때문에 끊임없이 5.18과 관련된 역사적 증거를 들이대야 하는 현실은 참으로 뼈아픕니다.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도 무조건 북한 빨갱이 탓이라고 우기는 사람들과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자기네 하고 싶은 말만 내뱉는 일본 정부가 어떻게 다른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5.18을 북한 탓으로 모는 약빨이 점점 떨어진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다른 프레임으로 사람들을 선동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대입과 취직에 대한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방식입니다. 대구 중앙도서관 근처에서 배포됐다는 전단지와 노량진 학원가에 붙어 있다는 포스터를 찍은 사진이 최근 SNS에 올라왔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가관입니다.

 

출처 – 트위터(@Kimgrae2359)


대구 중앙도서관 근처에서 배포된 전단지는 '네가 왜 취업이 힘든지 알고는 있니?' 하는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며 해마다 늘어나는 5.18 유공자 때문에 가산점에 밀려 원래는 네가 취업했어야 할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식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전단지 뒷면의 내용은 더 기가 막힙니다. 5.18 유공자가 귀족 대우를 누리고 있다는 겁니다.


출처 – 트위터(@by9CM2hlhT86jlT)


노량진 학원가에 붙은 포스터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제목은 더 자극적으로 '공무원 싹쓸이'로 뽑았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봐야 5.18 유공자들이 입양까지 하며 혜택을 연명하기 때문에 너희들은 가산점에 밀려 불합격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정보는 허위이며 날조입니다. 2006년 공무원 시험 가산점의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국가유공자는 10퍼센트, 그 유족은 5퍼센트의 가산점을 받지만 과다합격 문제 때문에 합격률은 전체 합격자의 30퍼센트 이내로 제한됩니다. 게다가 10퍼센트의 가산점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5.18 사망자 또는 행불자 유가족이 아닌 전몰 군경 유가족입니다. 가짜뉴스가 자리를 싹쓸이 하고 있다던 5.18 유공자 유가족은 국가보훈처 통계에 의하면 183명에 불과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처럼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지면 5.18 유공자 운운하는 거짓 프레임에 현혹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헬조선에서 일자리를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대학가와 학원가를 중심으로 배포된 전단지와 포스터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 유가족을 비방하던 방식과 똑같은 저열한 수법이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겁니다. 3년 전에도 세월호 유가족이 어마어마한 보상금을 받고 자녀들이 대입 혜택마저 취한다는 등의 말도 안 되는 프레임으로 국민을 편가르고 싸우게 만든 이상한 우익들이 있었죠. 가짜뉴스의 폐단은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노컷뉴스》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이러한 선동을 조장하는 기사를 극우 언론이 2013년을 기해 쏟아내고 있다고 합니다. 뭔가 구린 냄새가 납니다. 대한민국의 온갖 구린 사건 뒤에 있는 국정원이 이번에도 뭔가 기획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되는군요. 

 

출처 - 노컷뉴스 (사진=여선웅 구의원 제공)

 

얼마 전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150여 명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놈현, 문죄인의 엄청난 비자금!' '문재인을 지지하면 대한민국이 망하고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제목의 가짜뉴스를 올려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죠. 이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습니다. 이에 대해 여선웅 강남구의원은 지난 4일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배포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비방글을 전직 국정원 직원이 최초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여 의원은 "대규모 가짜뉴스의 최초 작성자를 확보한 첫 사례인데다, 그 작성자가 전직 국정원 요원이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의 망령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며 "가짜뉴스에 '국정원 기술'이 들어갔다면, 유포에도 '국정원 기술'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역 갈등에 이어 세대 갈등, 계층 갈등의 이면에 국민의 분열을 선동하고 있는 세력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국정원의 대선 조작 개입과 더불어 들어선 박근혜 정권은 반민주, 반민생, 반평화, 반통일의 행보로 역사의 시곗바늘을 끊임없이 되돌렸습니다. 지난 3월 20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과 22명의 국회의원들이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대 긴급현안’과 ‘30대 촛불 개혁입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한 일을 기억합니다. 2016년 《교수신문》이 뽑은 사자성어  ‘군주민수(君舟民水)’는 1600만 촛불의 염원이 담긴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구속으로 사필귀정의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친일의 역사, 유신의 잔재, 군사독재의 폐해에서 벗어나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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