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고 신임 이사진이 구성되어 첫 이사회를 하자마자 달려간 곳은 세월호합동분향소였습니다. 최승호 사장 이하 본부장 등 7명은 분향대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무거운 표정으로 304명의 희생자께 헌화했는데 최승호 사장은 방명록에 “MBC의 잘못을 사죄드립니다”라고 남겼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출처 - 미디어오늘


세월호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희대의 방송 참사를 일으킨 것이 이명박근혜 정권의 적폐들로 가득 찼던 MBC였기 때문입니다. 이후로도 그들의 세월호 참사 왜곡 및 유가족 헐뜯기는 차마 언론이라고 할 수 없는 지경이었죠. 그 언론장악의 희생자였던 최승호 PD가 MBC의 사장이 되었으니 MBC를 근본부터 쇄신하기 위한 첫 행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명박근혜 정권이 끝나고 그 적폐들이 해임되어 파업도 끝이 났지만 MBC 전임 사장들이 싸질러놓은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정권의 폐부를 찌르는 유능한 언론인들은 어이없는 이유를 대며 자르더니 기자라고 불러도 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경력기자라는 사람들을 헐레벌떡 채용해 언론인으로서의 비판의식도 균형감각도 찾아볼 수 없는 이명박근혜 정권 비호 뉴스들만 쏟아냈습니다. 한때 뉴스의 대명사였던 MBC 뉴스데스크는 언론으로서의 신뢰도와 시청률 모두 최하위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언론사의 얼굴인 뉴스가 이 정도였으니 기타 제작현장은 말할 것도 없을 정도였죠.


출처 - 뉴스1


MBC는 최승호 신임 사장에 이어 부사장에 변창립 아나운서 등 각 본부장에 대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조직도 개편하여 보도본부 내에 탐사보도부를 신설하고 이명박근혜 정권의 눈엣가시라 해체됐던 교양제작국을 시사교양본부로 격상해 다시 만들었습니다. 또 뉴스콘텐츠센터를 설치해 영상취재부의 기능을 부활시켰고 프로그램 제작본부는 사장 직속 조직으로 개편했습니다.


출처 - MBC


한편 MBC 최승호 사장은 MBC재건위원회를 통해 MBC 정상화와 인적 쇄신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MBC의 얼굴이었던 〈뉴스데스크〉에 먹칠을 한 배현진 아나운서는 8일부로 교체되었고, 십수 명에 이르는 아나운서들이 떠나가도록 만들고 이와 맞먹는 숫자의 아나운서들이 부당 전보되도록 만든 책임이 큰 신동호 아나운서에게도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같은 8일 이용마 기자를 비롯해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 6명은 모두 MBC로 돌아왔습니다. MBC 구성원들은 레드카펫을 깔고 그들의 복직을 우레와 같은 박수로 반겼습니다. 부당 해직 기간에 병을 얻은 이용마 기자가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안타까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한편 전임 안광한 사장이 만든 MBC의 유배지인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와 신사업개발센터는 사라졌습니다. 이에 따라 정권에 거슬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거나 파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유배지 등 비제작 부서로 밀려났던 기자, PD 등이 제작부서로 속속 돌아오고 있습니다. MBC가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선'과 '제작 능력'을 갖춘 이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환골탈태가 시작되나 봅니다.


그런데 MBC에 남아 있는 적폐들은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장겸 전 MBC 사장 체제에서 선임된 문화방송 이사들이 억대 규모의 특별퇴직위로금을 주지 않으면 사퇴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MBC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죠. 정권의 비호가 사라졌으니 돈이라도 챙겨야겠다는 심보입니다. 1인당 3억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어 총 20억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명박 정부 당시 소말리아 해적단에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이 치료를 받고 내지 않은 치료비를 국가가 대신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오늘(14일) 아침 보건복지부가 밝혔습니다. 석 선장의 치료비는 모두 2억 5500만 원이었는데 국민건강보험에서 낸 8800만 원을 뺀 1억 6700만 원을 받지 못해 아주대병원은 이를 결손 처분한 바 있습니다. 석 선장을 아덴만의 영웅으로 칭송하며 자기 칭찬에 바빴던 이명박과 정부가 이를 나 몰라라 한 겁니다. 이명박 정부는 석 선장이 소속된 삼호해운이 경영난으로 파산하면서 내지 못한 치료비를 모른 체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정부 홍보는 할 대로 다하고서는 정작 영웅에게는 도움의 손길을 뻗지 않은 겁니다. 수십조를 4대강에 퍼붓고 자원외교로 탕진할 시간은 있었어도 국민을 살릴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한 겁니다. 박근혜와 박근혜 정부는 더 노골적이었죠.

 

      출처 - MBC 〈PD수첩〉

 

지난 12일 〈PD수첩〉은 'MBC 몰락, 7년의 기록'이란 제목으로 7년간 MBC에서 벌어진 일들을 파헤쳤습니다. 아울러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을 공개했습니다. 이 문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 당시 국정원이 MBC를 장악하기 위해 작성한 시나리오였습니다. 문건의 내용에 따라 정권에 불리한 의제와 이슈를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들은 퇴출 대상이 되었습니다.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백종문, 박상후 등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채워진 MBC가 이명박근혜 시절 동안 몰락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사필귀정이라 할까요. 이명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였던 언론장악이 오랜 시간 동안 치열한 투쟁을 거친 지금에 이르러 제자리로 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저질러버린 잘못이 산재해 있어 단숨에 정상화되기는 어렵겠지만 공중파에서 제대로 된 언론의 모습을 볼 날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처 - 한겨레

 

호전되어 가는 MBC를 보며 KBS가 못내 안타까웠는데 이제 돌파구가 보입니다. 방통위는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업무추진비 유용 혐의가 적발된 강규형 KBS 이사에게 해임 사전 통보를 하고 해임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이 1명의 자리만 바뀐다면 KBS 노조가 요구하는 고대영 사장 해임이 가능한 상황이라서 KBS 파업 사태도 종지부가 찍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참 언론으로 다시 태어날 MBC와 KBS를 응원합니다.

 

MBC 해직자의 대명사였던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해임된 김장겸 사장의 후임으로 MBC의 새 사장에 취임했습니다. 임기는 해임된 김장겸 전 MBC 사장의 잔여 임기인 2020년까지입니다.

 

지난 2012년 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돌입했을 때 이를 응원하는 '으랏차차 MBC' 콘서트가 있었는데요, 그 자리에 최승호 PD도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50여 명이 넘는 시사교양 PD 중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경위서를 안 쓴 이가 별로 없다. 현 정부는 4대강의 보를 막듯이 언로를 막았다"고 MBC 내부의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생각비행은 2012년 으랏차차 MBC 콘서트 현장을 사진 위주로 소개하는 기사(사진으로 보는 '으랏차차 MBC' 공연 참관기)에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겠다는 MBC 노조원들의 약속을 믿습니다. 끝까지 투쟁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바랍니다"라는 글로 마무리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승호 MBC 사장은 MBC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이던 〈PD수첩〉의 책임 PD로 활동했으며 〈경찰청 사람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3김 시대〉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시사 프로그램들을 연출한 바 있습니다. 2010년 〈PD수첩〉 제작진으로서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다루는 방송을 준비했다가 경영진과 갈등을 빚었고, 2012년 파업 참여를 이유로 해직되고 말았죠. 

 

해직된 후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PD와 앵커로 활동하며 탐사보도에 집중해 굵직한 뉴스들을 발굴해내는 한편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파헤친 〈자백〉과 이명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을 고발한 〈공범자들〉로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어 큰 반향을 얻기도 했습니다. 특히 MBC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지난 7일 〈공범자들〉로 제17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올해의 비전상을 수상해 뜻깊은 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5년을 훌쩍 넘는 세월이 흐르긴 했지만 해직되었던 최승호 PD가 MBC 신임 사장이 되어 돌아왔으니 그야말로 사필귀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최승호 사장은 MBC가 너무 긴 세월 동안 어려운 과정을 겪었고 국민들게 많은 실망을 끼쳐드렸는데 이제 다시 국민에게 돌아가게 되었다며, 다시 국민의 신뢰를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이 모든 외압을 막는 방패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구성원이 받을 수 있는 압력을 막아내고 스스로는 이거 보도해라 저거 보도해라는 얘기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남녀 평등 고용 문제에 있어서도 여성 인사를 늘리기 위해 신입사원 채용 때도 반드시 여성 면접관이 참여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MBC노조와 언론시민단체들은 최승호 사장 취임에 환영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하지만 최승호 MBC 사장 선정을 놓고 자유한국당은 MBC가 이제 공영방송이 아닌 노영방송이 됐다고 비난했습니다. 지금껏 MBC를 망가뜨리는 데 일조한 그들이 노영방송이 되었다고까지 하는 걸 보니 MBC의 경영에 노조가 적극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더욱 기대하게 됩니다. 사실 이번에 보궐이사로 선임된 이진순 이사도 최승호 PD는 너무 정부에 비판적이지 않겠느냐는 비판이 있다는 내용을 페이스북까지 소개했을 정도로, 최승호 신임 사장은 상식과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어떤 정파나 인물에 휘둘리지 않고 탐사보도의 본령인 자율성을 보장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언론의 본질적 역할이 바로 거기에서 시작되니까요.

 

출처 - 미디어오늘


"문화방송 노사는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의 해고를 무효로 하고 2017년 12월8일자로 전원 복귀시킨다."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은 8일 오전 '해고자 복직 노사 공동선언'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최 사장은 "신동호 아나운서는 11명의 아나운서들이 떠나가도록 만들고, 열 몇 명의 아나운서들이 부당 전보되도록 하는 데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가 합당한 절차를 거쳐서 충분히 조사하고 책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배현진 뉴스데스크 앵커와 관련해서도 "보도본부에서 새로운 앵커 체제를 마련하리라고 본다"고 밝혀 앵커 교체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최승호 MBC 사장은 《뉴스타파》가 계속될 것이라 말힌 바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KBS를 그만두고 온 기자들이 중추이기 때문이겠죠. 독립언론으로서 《뉴스타파》의 소명이 계속되겠지만, 한편으로 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KBS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승호 사장 취임을 계기로, 정권 눈치 보지 않고 탐사보도로 사회문제를 고발했던 과거의 MBC가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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