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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바다소풍30

《오동명의 바다소풍 5》올레길 단상 올레길 단상 봄비도 봄바람도 유채꽃을 따라 걷는다. 어제도 20km, 오늘도 어제만큼이란, 아빠의 말에 보폭 짧은 아들은 출발부터 늦장이다. 유채꽃이 참 예쁘다. 엄마가 외친다. 보폭 짧은 아들은 길게 뻗은 유채꽃길이 끝이 없는 길이다. 어제는 5코스, 오늘은 4코스, 지난번엔 7코스를 돌았다. 아빠는 20년 전에 군대를 다녀왔다. 정했으니 가야 해! 아들은 10년 후엔 군대에 가야 한다. 꼭 가야 하나? 내겐 동네길인 올레길. 가짜 올레길 옆 더 진짜다운 올레길을 일러줄까 하지만, 귀를 콱 막고는 코스만을 따라 쫓는다. 올레길은 코스요리를 시켜놓고 기다리는 중국요리점의 원탁이다. 유채꽃밭, 이 아름다운 길이 행군길이 된다. 돌하르방이 조교가 된다. 2011. 5. 2.
《오동명의 바다소풍 4》바다가 외롭다 새로 꽉 찬 천수만의 하늘은 막힌 바다처럼 좁다 제주도 최남단 4월 바다의 하늘은 그러나 넓다 너무 맑아 지나치게 투명한 바다 새가 없다 너무 지나쳐도 바다가 외롭다 하늘도 외롭다 상상으로 바다를 에두르니 새가 날아든다 달도 에우듯 둥글어야 덜 쓸쓸하다 *천수만(淺水灣)은 충청남도에 위치한 남북으로 긴 만이다. 동쪽은 서산시, 홍성군, 보령시에 접하고, 북쪽과 서쪽은 태안군의 태안반도와 안면도와 접한다. 가창오리 등 겨울 철새의 도래지로 유명하다. 2011. 4. 25.
《오동명의 바다소풍 3》Mountains of Mourne mountains of mourne을 차 안에서 듣는다 차 안에서 mountains of mourne을 듣고 있다 들었다, mountains of mourne을 차 안에서 들려왔다 차 밖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면서도 중얼거리고 있었다 mountains of mourne…을 기름값이 너무 올라 집마당에서 거의 빼내질 못하는 집차도 가끔은 내가 바다를 보며 음악이 듣고 싶을 때면 덩달아 외출한다. 30년 전 LP판으로 참으로 많이 듣던 노래들을 MP3로 옮겨 듣곤 하는데, 그중 하나가 돈 맥클린의 다. 자동차가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듯이 산도 그렇다. 를 듣고 있으면 한라산도 슬프다. 아마도 떨어져 있어서일 것이다. 외로움도 슬픔도, 모두 떨어져 있기에 생기는 보지 못함의 다른 마음이다. 외롭고 슬픈 마음이 더.. 2011. 4. 18.
《오동명의 바다소풍 2》생명의 봄 제주도 서귀포 南元 포구 앞 봄이 왔다 바다도 바쁘기 시작한다 다 먹고 살기에 바빠지는 봄 그래서 생명의 봄이다 끼~~우! 갈매기가 짓는 소린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해녀가 3~4분간 잠수하고 물 위로 나올 때 내는 숨 고르기였고, 해녀들끼리 주고받는 일종의 위치 신호이기도 한 셈이다. 바다에선 갈매기나 해녀나 같은 노랠 부른다. 갑자기 해녀 한 분이 말한다. "노래요? 이 양반, 참말로 속 편한 소리하고 있네! 숨이 차서 내지르는 생명유지의 소리로소이다. 구경꾼은 저리 가소~~" 지상에 봄바람이 매서운 3월이 되면 제주의 바다엔 해녀가 부쩍 는다. 한 해녀가 잠수를 준비하고 있고 그 뒤로 다른 해녀가 올해 첫 물질을 시작한다. 높이 나는 갈매기를 기도하는 해녀에게 상상으로 붙여본다. * 해녀가 .. 2011.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