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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인생을 놓고 보면
크게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공격을 잘하는 사람과 수비를 잘하는 사람입니다.
공격을 잘하는 사람은 수비가 약한 게 약점이요,
수비를 잘하는 사람은 공격이 약한 게 약점이겠지요.
그러니 누구에게나 약점이 있고 모자란 부분이 있는 셈입니다.

조련사의 신호에 따라 움직이긴 해도 곰은 보기보다 영리합니다.
야생에서 사냥할 때는 물개의 숨구멍 앞에서
물개가 물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하고,
눈[雪]을 파서 안에 숨어 있는 먹이를 찾아내어 잡아먹기도 합니다.
물에서는 빠른 속도로 먼 곳까지 헤엄쳐갈 수 있습니다.
순간속력은 순록보다도 빠르다고 합니다.

그런 곰에게 사람들은 재주를 부리게 하고 뒤에서 돈을 챙깁니다.
하지만 이런 게 어쩌면 인간의 호기는 아닐까요?
남을 공격하고 잘 이용하는 본능이 종국에는
부메랑처럼 돌아오지는 않을까요?
그러니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공격을 잘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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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고무신

고무신에 얽힌 추억이 있습니까?
어릴 적 제게 고무신은
고기를 잡아서 넣어두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고무신을 벗고 흰색 운동화를 신어보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어느샌가 운동화를 신고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때까지도 고무신을 고집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할아버지 주무시는 사랑방 앞에만 검정 고무신이 있었습니다.
핏기 없는 할아버지 얼굴처럼
고무신은 운동화에 밀려 마루 밑 깊숙이 감춰졌지요.
한때는 활기찼지만 연로한 탓에 움직이시기가 벅찬 할아버지처럼
고무신은 보잘것없는 신발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때 잘나가고 소중한 우리의 청춘이
마루 밑으로 내던져진 초라한 고무신처럼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꽃이 화려하면 질 때를 준비해야 하는 마음이 이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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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자
  
여자를 아름답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여자가 아름다운 순간은 정말 많지요.

저는 어머니가 바느질하시는 모습을 볼 때
여자를 정말로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이불 홑청 같은 흰 머리를 묶고
바느질하시던 어머니.

낮에 고된 일 때문에 힘드셨을 텐데도
밤을 꼬박 새우시면서 다음 날 입을 자식의 옷을
바느질하시던 모습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가 어른이 되어 보니
어머니처럼 밤새우며
자식을 위해 헌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더군요.

자식들 때문에 마음이 흔들릴 때면
어머니가 밤새워 바느질하시던
그 모습을 그리면서
아이들을 향해 홀로 중얼거려 봅니다.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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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뒤뜰에 감나무 세 그루가 있습니다.
우리가 삼 형제라서 감나무 세 그루를
심었다는 아버지...
하나는 내 것이고,
다른 감나무는 동생들 것이죠.

감나무에 하얀 눈깔사탕 같은 꽃이 피면
우리는 감나무 밑으로 달려가
꽃을 주워 먹기도 하고
꽃으로 목걸이를 만들기도 했지요.

우리 형제가 공부하고 일하느라
객지로 나간 지 몇십 년이 지난 어느 날,
문득 감나무 생각이 났습니다.

뒤뜰에 가보니
감나무는 썩어서 비들비들 곁가지만 풍성한 채
꽃 하나 피우지 못하고 담장 밑에 웅크리고  있더군요.

바라보는 내 어깨를 만지시고
아버지는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저 옆에 감나무를 하나 더 심을 생각이란다.
꽃을 보며 손자에게 말해주고 싶구나.
네 아빠가 무척 좋아했던 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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