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에 경찰 수천 명이 치닫고 졸업식이 파행을 겪으며 정권에 대한 비판과 총장 퇴진을 외치는 모습... 아마 1980년대 독재 타도 시절 대학가 풍경인가 하고 생각하실 분이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2016년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여자대학교인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이런 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화여대의 학내 분규 사태가 한 달을 맞은 지난 8월 26일, 교내 대강당에서 개최된 2015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은 마치 독재 시대 때처럼 여러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출처 – 헤럴드 경제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학위수여식사를 낭독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서자 2층에 자리 잡고 있던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해방 이화, 총장 퇴진"이란 구호를 외치며 일어났습니다. 학부모들과 일반 학생들이 자리 잡은 대강당 2층에서는 최 총장을 반대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 설치 문제를 놓고 학교 측과 학생 측이 충돌을 빚었습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이 나서서 교직원들을 막아서는 일도 생겼습니다. 한 달 동안 벌어진 교내 충돌 상황이 그대로 재연된 겁니다.


출처 - 한국일보


이화여대 내의 단과대학사업이 이런 사태로 비화한 원인은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때문입니다. 미래라이프대학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사업입니다. 2년 6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직장인들이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코스죠. 

 

학생들로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든 욕구를 참아가며 인생을 올인해 이화여대에 입학해 허리가 휘는 등록금을 내고 4년 동안 공부해야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직장인들은 2년여 만에 간단히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하니까요. 게다가 학교 측은 학생들과 충분히 논의하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미래라이프대학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돈벌이를 위해 학문을 버렸다며 학교 측이 노골적인 학위 장사를 시작했다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출처 - 뉴시스


문제를 인식한 이화여대 학생들은 지난 7월 28일 SNS를 통해 소통하며 삼삼오오 이화여대 평의회 위원들이 회의 중이던 본관에 모여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사업 방침에 반대하는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몇 명에서 시작된 농성이었으나 점점 참여하는 학생이 수백 명으로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또다시 황당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대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학교 측에서 112에 신고하여 자신들이 감금되었다고 한 것이죠. 사태를 관망하던 경찰은 옳다구나 싶었는지 무려 1600명의 경찰을 이화여대 시위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200여 명의 여학생이 있었으니 무려 8배 정도의 경찰력이 투입된 겁니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여성의 힘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제50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차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을 거부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학생들에 의해 가로막혔던 일이 기업 납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모교를 방문한 대통령에게 국정교과서와 노동개악 추진을 중단하라고 외쳤습니다. 당시 손솔 총학생회장은 "박 대통령은 대학가에서 커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은 적이 있느냐”며 "유신시대로 되돌리려는 박 대통령의 방문은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대 사태 때 이례적으로 1600명의 경찰력이 동원된 것이 지난번 일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대통령을 욕보인 학생들을 벌하는 듯한 느낌은 저희만 받은 걸까요? 아무튼 학교와 경찰이 계속 악수를 두며 이대 사태가 커지자 이화여대는 우리가 안 불렀는데 경찰이 왔다며 거짓말로 사태를 수습하려다 일을 더 크게 키웠습니다. 회의장에 감금된 위원을 나오게 해달라고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명의로 들어간 공문도 공개되었죠. 정황을 잘 살피면 대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을 총장과 학교 측이 경찰에 팔아넘긴 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이후 이화여대 사태는 점입가경입니다. 지난 8월 1일 미래라이프대학사업에 반대하는 재학생들의 점거 농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공권력 투입에 반발한 이화여대 졸업생들과 학부모들까지 가세해 경찰 추산 7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문제로 논란을 겪고 있는 동국대, 외대 등도 성명을 내고 각기 시위에 돌입했지요.


출처 - 한국일보


이번 이화여대 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그 근원에는 정부가 주도한 대학 구조조정 사업이 있습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 가시화되어 대학 부실에 대비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시작한 것인데요, 학내 의견 수렴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어 끝없는 갈등을 빚었죠. 진행 방법도 문제였습니다. 재정지원사업을 경쟁 구조로 재편해 대학들의 복종을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등록금을 멋대로 올리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으로 재정의 상당 부분을 충당해야 하는 대학으로서는 이 사업을 따야만 했습니다. 결국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다 보니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아닌 직업훈련 양성소로 탈바꿈했고, 학과 통폐합을 진행한 것도 모자라 돈벌이에 급급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이대 사태 역시 돈이 되는 사업을 따내기 급급해 벌어진 일입니다. 돈을 미끼로 학교를 쥐고 흔드는 정부와 학생들을 소외시키는 학교 당국의 독단적 의사 결정 구조 및 후진적 마인드가 사태의 본질인 겁니다.


출처 - 한국일보


이화여대는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들과 학부모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자신들을 경찰에 떠넘기고 대화조차 회피해온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독재 정권 치하에서 운동권 문화가 이끌던 1980년대 대학 시위나 농성은 독재 타도와 민주화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를 위한 학원 자율화 등의 외침이 학교가 연루된 시위의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제는 시위의 양상이 바뀌었습니다. 이대 사태처럼 학생들은 이제 외부 사회가 아닌 학내 문제, 자신의 문제에 거세게 분노합니다. 시위 현장에선 민중가요가 아닌 소녀시대의 노래를 합창합니다. 과거 의식화 교육을 해주던 선배와 조직의 힘 대신 공감과 SNS를 통한 느슨한 연결이 농성 현장으로 학생들을 견인합니다. 시위의 주모자가 없는 이대 사태에서 주모자 색출에 전전긍긍하는 학교나 경찰을 보노라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시대가 바뀌었고 사회도 달라졌습니다. 1980년대는 시위를 했더라도 졸업하고 나면 대기업을 골라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역설적으로 사회적 문제와 민주주의, 정의 등의 대의에 학생들이 청춘을 불사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이름 있는 대학을 나와도 자기 한 몸 건사하기 어렵게 되어버렸습니다. 거의 모든 대학생이 3000만 원에 달하는 빚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이번 이대 사태에서 학생들이 이례적으로 시위와 농성을 꾸준히 이어가고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적극 참여하여 힘을 실어주는 것은, 고생하여 손에 넣은 이대 졸업장을 헐값으로 만들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뇌가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바뀐 시대, 바뀐 사회, 바뀐 학교... 변해가는 현실 때문에 입맛이 쓰기도 하지만 결국 대학은 학생이 주체로서 당당히 설 수 있을 때 가치 있는 교육의 장이 되는 겁니다. 학생들의 권리와 행복을 앗아가는 어떠한 현실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학교와 정부 당국이 깨닫기 바랍니다.

 

71주년 광복절을 맞아 대표적인 국민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뜻깊은 이야기를 전해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과 그의 가족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재조명한 겁니다. 미국과 상해 등지에서 타향살이를 하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만 살았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인생은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한편 독립운동가의 가족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잘 모르고 살았던 우리에게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출처 - MBC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이번 8월 15일은 광복 71주년이 아닌 건국 68주년이라는 의미가 더 중요했나 봅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시작된 날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부터 논란이 된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의 침략 만행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위로조차 생략하면서 건국절을 언급했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했습니다.


출처 - JTBC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새누리당의 대표가 됨으로써 모처럼 청와대와 밀월 관계로 돌아갔죠. 그래서 그런지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절 타령에 추임새를 넣기 바빴습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한 것은 역사를 사실 그대로 적시한 것이라며 진영 논리로 대한민국의 건국 논리를 훼손하지 말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왔으며, 친박의 입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건국절 문제는 중대한 문제라며 국회 5분 발언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죠.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한술 더 떠서 8월 15일을 건국절로 만들도록 법제화 작업에 들어갈 것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출처 - JTBC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새누리당의 건국절 타령은 애초에 말이 안 됩니다. 광복절 대신 건국절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대한민국이란 나라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죠. 대한민국 헌법은 첫머리부터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이는 현재의 대한민국이 조선 왕조가 망한 이후 1919년 일제강점에 맞서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전국민적인 운동인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나라라는 천명입니다. 국가의 기초인 헌법에 따라 3.1운동일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기념일로 삼겠다면 그럴 수 있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1948년 8월 15일을 건국기념일로 삼겠다는 논리에는 3.1운동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현재의 대한민국과 상관없는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욕망이 숨어 있습니다. 1948년 이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온갖 패악질을 한 친일파들의 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니 역사의 죄인들이 꿀릴 게 없는 세상이 되는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아버지가 만주국 장교 출신이었던 박근혜 대통령부터 그 이하 정권의 수뇌부와 사회지도층들에 얼마나 많은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포진해 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동원해 71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흔적을 지우려고 하나 싶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 때문에 야당과 광복회를 비롯해 독립운동과 연관된 역사 단체들은 건국절 법제화는 친일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절 경축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며 비난했고, 이종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임시정부를 비롯해 항일 독립운동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일제 관동군에 복무한 아버지 때문이냐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항일 독립운동가 단체인 광복회는 독립운동을 폄하하고 선열 모두를 모독하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망론이라며 비판했습니다. 건국절 운운할 거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처음 쓴 1919년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생일로 정하면 되지 않는가 하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등 20개 단체와 역사학계 원로 20여 명은 건국절 논란에 대해 항일시대 선열들의 독립운동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건국과 관련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일침을 놓았습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이라고 주장하고 광복절 대신 국경일로 지정해 기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1945년 8월 15일 이후 3년 동안 건국운동에 참여한 사람, 즉 반민족 행위자인 친일파라 할지라도 건국공로자가 되는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또한 김구 선생처럼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치고 해방 이후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면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참여하지 않은 유수한 독립운동가들 모두가 반국가사범이 되고 만다면서 건국절 주장은 친일파들의 역사 세탁이 그 본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무한도전〉에 등장해 우리에게 역사의 교훈과 큰 감명을 준 도산 안창호 선생과 그 가족 역시 대한민국과 전혀 상관없는 중국인, 미국인이 되어버리고 만다면, 이게 말이 되는 얘깁니까?



이번 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건국절 논란을 야기함과 더불어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감옥에서 순국했다고 발언해 비웃음을 사기도 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기초적인 사실조차 점검하지 않았다니 직접 읽은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경축사 원고를 작성하고 점검했을 주변 인물들 역시 역사에 무지하기 짝이 없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그네들의 뿌리를 생각하면 그게 중요했겠습니까?

 

지난 5월 케이블 방송 온스타일 라이브 '채널 AOA'에 출연한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가 안중근 의사를 몰라 역사 인식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며 대중의 지탄을 받은 일이 있었죠. 하지만 일각에선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 활동을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옳은 이야기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른 나이에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여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의 욕망과 전인격적인 교육보다 춤과 노래 위주의 경쟁적인 스타 양성 시스템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의 저자 김용택 선생님은 학생들이 순치의 대상,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당당한 권리의 주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오늘날 교육 위기는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니며 신자유주의 시대의 교육은 자본의 입맛에 맞는 인간을 양성하려 한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우리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민주적인 인간을 양성하기를 거부하고 국정교과서로 충성스러운 국민을 양성하려고 했던 가슴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왜 오늘날 학교에서는 평생을 노동자로 살아갈 아이들에게 노동 3권조차 가르치지 않는 걸까? 지금이야말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건만, 학교는 학생들에게 민주의식, 정치의식을 길러주기보다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자본과 정치가 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법전은 교육의 중립성을 보장하지만, 현실은 국정교과서를 부활시켜 5.16 군사쿠데타와 10월 유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이를 위해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부역한 친일세력과 유신의 후예, 전두환 정권 일당 그리고 이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무리가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겉으로는 ‘보수’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학교교육을 통해 비판의식이 거세된 인간, 자본의 논리에 순응하는 인간을 길러내는 모리배일 뿐이다. 또한 이들은 자기네 생각과 다른 이들을 공존 대상이 아닌 제거 대상으로 간주한다. 입만 열면 종북타령이요, 흑백논리 혹은 냉전논리를 꺼내는 이유도 비판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과거를 감추려는 세력과 매판자본, 이들과 하나가 된 수구언론, 권력에 빌붙는 대형교회 지도자, 권세를 바라며 곡학아세하는 지식인…. 이 모두가 학교에서 역사의식과 비판의식을 갖춘 민주적 시민을 양성하기를 원치 않는다.

 

_《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 중에서

 

출처 - JTBC


박근혜 정부의 역사 왜곡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지금도 큰 반발을 받고 있지만, 이네들은 초등학교 아이들 교과서에 이미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일이라고 슬쩍 바꿔 써넣었습니다. 지난 3월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으로 발행된 국정 교과서인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는 박정희 유신을 정당화하고 위안부 용어와 사진을 삭제해 극우 편향성 논란을 일으켰죠. 교육계가 발견한 오류만 해도 124군데가 넘었습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국정 운영과 달리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는 일에는 참으로 기민하게 행동하고 있는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명박 정부 때 잃어버린 10년 운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박근혜 정부는 대체 어디까지 역사를 퇴행시키고 싶은 걸까요? 자기네가 떵떵거리던 일제강점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가 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교육의 기본은 진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잊어서는 안 될 일을 기억하고 후대에 물려주는 일, 변화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시국이 어수선할 때일수록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최근 출간한 책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의 저자 홍서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편의를 위해 총 2회 진행되며 구체적인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책에 풀어내지 못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여행 정보를 알려드릴 예정이니 많이 참석해주세요.

 

1차

일시: 8월 23일(화) 저녁 7시
장소: 라이크잇커피앤북스 (이수역 인근)
참가비: 5000원 (다과 포함)
사전신청: 070-7769-3921

*커피숍에서 진행되는 만남의 자리인지라 휠체어 사용자는 신청 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참석하시는 분께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엽서 세트를 선물로 드립니다.


2차
일시: 8월 27일(토) 저녁 7시 30분
장소: 서울혁신파크 22동 청년청 1층 공용공간 (불광역 2번 출구 인근)
참가비: 무료
신청: https://goo.gl/forms/6mS97iEjFOM2iKfM2

*주차 가능.
**참석하시는 분께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엽서 세트를 선물로 드립니다.

 

출판 편집자, 기자, 공무원 등 한국어로 업무를 하며 맞춤법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분들이라면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의 도움을 꽤 받으셨을 줄 압니다.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는 부산대학교 인공지능연구실과 ㈜나라인포테크가 함께 서비스 하는 검사기죠.


출처 – 부산대학교 맞춤법 검사기

 


부산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 권혁철 교수가 'SNS'와 '인터넷'은커녕 '컴퓨터'라는 말조차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던 1992년부터 개발해온 서비스로 이를 통해 은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죠.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는 저사양 컴퓨터나 느린 인터넷 환경에서도 큰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에 부담을 주지 않고 가볍게 돌아갑니다.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는 문맥에 따른 오류를 고치는 규칙 2만 3000개, 오류 패턴 20만여 개 이상을 탑재해 입시 철이나 입사시험 기간에는 하루에 약 40만 건 이상의 문건을 처리한다고 합니다. 또한 도움말이 8만 가지 이상으로 풍부히 제공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말 배움터'는 한국어 평생 교육에 대한 뜻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지요. 이처럼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는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 환경에서 한국어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아예 안 써봤을 수는 있어도 한 번만 써봤을 리는 없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인기 있는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최근 제작자인 권혁철 교수의 페이스북에 안타까운 글이 올라왔습니다. 24년 동안 개발한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대형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에서 거의 베끼다시피 가져가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출처 – 권혁철 교수 페이스북


권혁철 교수의 설명을 보면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는 규칙 하나 만드는 데 하루가 걸리지만 다른 사람이 만든 걸 보고 추가하는 데에는 1분도 안 걸린다고 하는군요. 그러므로 자본력과 컴퓨팅 파워 그리고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포털 사이트라면 26년 동안 개발한 결과물을 6개월 만에 거의 따라잡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출처 - 네이버

출처 - 다음


권혁철 교수가 페이스북에 공유한 글의 내용으로 설명해 드리자면, 10년 전 네이버 과장이 와서 맞춤법 검사기 서비스를 네이버에서 하게 해줄 테니 돈을 내라고 했답니다. 이를 웃어넘겼더니 6개월 후쯤 무료로 해주겠다고 하고 6개월쯤 더 지나자 연 5000만 원 줄 테니 달라고 했답니다. 그 이상은 비싸서 안 된다고요. 네이버의 무례함에 화가 난 권 교수는 월 5000만 원은 내야 하고 너희 회장이 직접 와야 한다고 쏘아줬다고 합니다. 그러자 네이버는 부산대가 돈독이 올랐다는 소문을 퍼뜨렸다고 합니다.

 

권 교수가 로마자 변환기를 만들었더니 곧바로 네이버도 따라 만들었고, 다음의 경우는 API를 무료로 공개해버렸답니다.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 때문에 부산대 권 교수 측이 진행하던 은행과의 계약 건이 모두 엎어졌다고 하네요. 현재 99퍼센트가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무료로 사용하는 사람들이어서 권 교수 측은 1년 수입이 2억 정도에 불과하지만 어렵게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두 대형 포털 중 한 곳은 권 교수 측의 결과물의 자료 조사(리버스 엔지니어링)에만 8명을 투여했다고 합니다. 그 돈만 따져도 권혁철 교수팀 연수입의 2배입니다. 참고로 부산대 인원은 5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현재 그나마 부산대 팀이 내는 매출은 방송사와 신문사의 오류 검사용 판매분이라고 하는군요.

 

현재 맞춤법 검사기의 성능은 부산대 권혁철 교수팀의 것이 앞서고 이후 다음, 네이버 순이라고 합니다. 네이버는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를 참고했다고 밝혔고 다음은 부산대와 네이버를 참고했다고 밝혔죠. 맞춤법 검사기의 API를 공개했던 다음 측은 권혁철 교수의 페이스북 글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자 API를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그렇지만 부산대 권혁철 교수팀과 계약하려던 업체 일부들은 다음이 공개한 API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 분야든 선행 연구의 업적을 분석하여 개선하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긴 합니다만, 네이버와 다음의 서비스가 포장만 바꾼 수준의 표절인지 아닌지는 법적으로 다룰 사안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거대 기업이 작은 대학연구팀을 상대로 벌인 일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도 충분히 비난받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출처 - 한국경제


사실 이 문제가 IT 산업이 제대로 발달해 있는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를 사이에 두고 대기업인 네이버와 다음이 인수·합병(M&A) 전쟁을 벌였겠죠. 선도적인 연구와 결과물을 낸 권혁철 교수팀은 합당한 부를 거머쥐고, 인수한 포털은 이를 가다듬어 더 좋은 서비스를 내는 것이 순리였을 겁니다.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 구글과 페이스북에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인수되어 시대를 대표하는 서비스로 성장했죠.


출처 - https://medium.com/@iox


하지만 이번 한국어 맞춤법 검사기 사례만이 아니라 한국의 스타트업의 출구(Exit) 전략은 절대 다수가 주식상장, IPO입니다. 인수·합병을 통해 스타트업이 '엑시트'하는 경우는 2퍼센트가 채 안 됩니다. 미국 스타트업의 경우 반대로 엑시트의 80퍼센트 이상이 M&A로 이루어집니다. 앞서 말씀드린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하고,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처럼 말이지요.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IPO에 이르는 기간은 평균 12년에 달합니다. 7년인 미국 스타트업 평균에 비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기간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IT 산업이 정당하게 기업을 인수하거나 아이디어를 사기보다 하청업체를 쥐어짜거나 적당히 베껴서 규모로 찍어 누르는 걸 선호한다는 뜻입니다. 가장 창조적이어야 할 IT 산업조차 제조업 재벌의 구조를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포켓몬 고를 우리도 만들어야 한다'느니, '닌텐도 같은 게임업체를 우리는 왜 못 만드나' 같은 소리만 하다 세금 도둑들에게 사기만 당하기 일쑤입니다. '창조경제' 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는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삼아 더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기업 문화부터 정착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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