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얼마 전에 출간한 《천상의 소리를 짓다》 북토크 & 콘서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책이 출간된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잠깐 책 소개를 하겠습니다.

 

오르겔(Orgel)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관을 음계에 따라 배열하고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건반 악기를 의미합니다. 제작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큰 성당이나 교회,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콘서트홀 등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악기죠. 아직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악기지만, 서양에서는 ‘악기의 왕’으로 불립니다.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의 악기이기도 하거니와 장엄하고 웅대한 오르겔 한 대가 수십, 수백 가지의 소리를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천상의 소리를 짓다》는 오르겔바우마이스터(오르겔 제작 장인) 홍성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13년간 기록한 사진작가 김승범의 사진집이자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오르겔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인문서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서양의 악기에 한국의 소리를 담으려 노력해온 마이스터 홍성훈의 땀과 고뇌를 엿볼 수 있습니다.

 

북토크 & 콘서트

 

책 출간을 기념하여 북토크 & 콘서트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2016년 12월 1일(목) 7시 30분 새사람교회(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89-20)에서 진행됩니다. 많은 참석 바랍니다.

 

 

《천상의 소리를 짓다》
출판기념 북토크 & 콘서트

 

영혼의 소리, 생명의 소리

 

-북토크-

 

사회자: 김민웅(경희대학교 교수)
패   널: 홍성훈(오르겔바우마이스터)
            김승범(《천상의 소리를 짓다》 저자)
            이상만(음악평론가)
            김동철(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장우형(서울장신대학교 교수)
            문병석(가톨릭대학교 교수)
            이은영(서울문화투데이 대표)

 


-콘서트-

 

----------------------------------------------------------- ---------------------------Org. 김서휘

Concerto in A minor BWV 593 중 1악장                                                   J. S. Bach


----------------------------------------------------------------------대금. 정재우 / Org. 김서휘

어메이징 그레이스, 캄캄한 밤


--------------------------------------------------------------------------------------Org. 문병석

Toccata in B minor                                                                          Eugene Gigout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565                                              J. S. Bach


연주자: 김서휘(오르가니스트), 정재우(대금연주자), 문병석(오르가니스트)

 

 

일시: 2016년 12월 1일(목)  7:30
장소: 새사람교회(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89-20)
주관: 생각비행

 

 

천상의 하모니

 

이 책의 지은이 김승범은 2003년 4월 덕수궁에서 홍성훈을 처음 만났다. 당시 44세의 활기 넘치는 홍성훈은 영락없는 예술가의 모습이었다. ‘오르겔바우마스터’라는 직업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생소하고 드문 터라 사진작가로서 본능적 관심이 발동했다. 첫 만남의 인연을 시작으로 김승범은 13년간 홍성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록했다.


홍성훈은 독일에서 오르겔 제작에 투신해 독일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앞만 보고 달렸다. 만 12년 반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오르겔바우마이스터라는 직함을 가슴에 안게 되었다. 독일에서 마이스터가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는 일이어서 보통 명예로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바쳐 노력한 끝에 독일에서 순탄한 삶을 보장받았으나 홍성훈은 모든 것을 마다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서양의 악기가 아닌 ‘한국적 오르겔’을 만들고 싶었다. 독일에서 마이스터 도제 과정을 밟기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세운 흥사단에서 사물놀이, 봉산탈춤 전수 등의 활동을 한 이력과 주체할 수 없는 끼를 서울시립가무단(현 서울뮤지컬단)에서 발산하기도 했던 청년 홍성훈의 몸속엔 이미 한국의 신명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르겔 제작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홍성훈은 18년의 세월 동안 한 대씩 한 대씩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오르겔을 지어왔다. 그가 만드는 오르겔 소리는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천상의 소리이자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소리이기도 하다.

 

“무형의 공기가 수백 개의 파이프를 타고 들어가 천상의 하모니로 다시 태어나는 그 놀라운 순간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38쪽


 

홍대용의 꿈을 잇다
 
기원전 1100년 중국에는 생황이 있었고, 기원전 264년 알렉산드리아에는 수력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물-오르겔이 있었다. 바람을 불어넣어 공명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다. 풀무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소리를 내게끔 발전한 오르겔은 13세기 교회의 규모와 크기가 대형화되던 시점과 맞물려 거대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르네상스 시기(15세기 후반~16세기)에 제작기술이 발전하면서 바로크 시대(17~18세기)에는 오르겔 문화가 전성기를 이루게 된다.


유럽 가톨릭과 기독교와 함께한 오르겔 역사에 비하면 한국의 오르겔 역사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 그런데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 있다. 조선 중기의 실학자이자 과학자였던 남양 홍씨 담헌 홍대용이 선진 문물을 접하기 위해 떠난 중국의 북경 천주교회당에 있던 오르겔 소리에 감명을 받아 그 구조와 원리에 대한 탐구심을 펼친 일이다. 거문고 명인으로 음악적 조예가 깊었던 그로서는 크고 복잡하고 특이한 형태의 서양 악기에 관심이 동했다. 그는 즉석에서 음을 짚어가며 조선의 가락으로 옮겨보려는 시도를 했을 뿐 아니라 짧은 시간에 오르겔의 기계적 원리까지 파악하여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만약 홍대용이 나라의 지원을 받아 조선에서 오르겔을 만들었다면 그때부터 현재까지 오르겔은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2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홍대용과 같은 남양 홍씨 홍성훈이 한국 땅에서 오르겔을 지어내고 있으니, 홍대용이 이룰 수 없었던 꿈을 홍성훈이 잇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독일에서 오르겔 제작자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홍성훈이 고국으로 돌아온 까닭도 여기에 있으니.


홍성훈은 세종과 정조 때 조선이 문화의 황금기를 이룬 것처럼 앞으로 머지않아 올 그때를 위해 계속해서 한국적인 오르겔 작품을 세우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문화의 토양에 어울리는 오르겔과 미래 지향적이고 예술적 감흥이 넘치는 또 다른 세계로의 오르겔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의 소리를 담다

 

“오르겔은 보이는 소리로서의 형태와 들리는 소리로서의 음색이 합쳐져서 하나의 생명체로 탄생한다.” ―58쪽

 

홍성훈이 오르겔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그는 서양 악기인 오르겔에 “보이는 소리로서의 형태”를 부여할 때 한국적인 색채를 담고자 노력해왔다. 오르겔 외관을 한국적 격자무늬나 비천상으로 장식한 것, 양평의 아름다운 자연을 고스란히 담아낸 산수화 오르겔을 만든 것, 한국의 전통적인 경첩과 칠보공예, 채화기법을 오르겔 제작에 적용하는 것이 바로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홍성훈은 “들리는 소리로서의 음색”에 한국의 소리를 담아내고자 노력해왔다. ‘홍플루트’ ‘프린치팔코리아’ ‘피리’ 같은 한국적 소리를 담은 레기스터(악기)를 오르겔에 넣은 것이나 블루오르겔이란 작품의 레기스터에 ‘푸르아라’ ‘가온누리’ ‘샛바람’ ‘아련나래’ ‘새암’ ‘미리별’이라는 순우리말 이름을 부여한 것이 바로 그런 시도의 일환이다.


홍성훈은 한국 전통문화 작가들과 고민을 나누며 더 다양하고 한국적인 오르겔을 제작하고싶어 한다. 나전칠기 기법을 적용한 채색 파이프를 넣은 오르겔, 한지를 이용해 일월오봉도를 입힌 오르겔, 편종과 편경이 함께 작동되는 오르겔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13년간 홍성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록한 지은이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고 ‘홍성훈의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아울러 그가 짓는 오르겔이 세상의 번뇌를 씻어주고 평화를 선물하는 천상의 소리가 되길 바란다. 《천상의 소리를 짓다》는 홍성훈을 응원하는 지은이의 우정의 선물이다.

 

 

속으로

 

박근혜 정부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과 집필진이 공개되었습니다. 역시나 집필진 31명 중에 뉴라이트 활동 이력이 있거나 박근혜 정부를 찬양하는 학자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국가의 독단에 의해 만들어진 우편향 교과서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겁니다.


출처 - 세계일보


교육부는 28일 교육부 국정 역사교과서 특설 페이지에 현장검토본을 공개하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혼이 비정상"인 정부가 "무당에게 홀려" 만든 교과서가 올바르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일단 그래도 살펴보기는 해야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알 수 있겠죠.





교육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특설 페이지(교육부) : http://www.moe.go.kr/history/real_index.jsp?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북 형태로 전용 웹사이트에서 받아볼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각 시도 교육청에 현장 검토본을 택배로 배포해 한 달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의견을 내려면 공인인증서나 휴대전화, 아이핀 등으로 전용 웹사이트에서 본인 인증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참 시대에 뒤떨어진 의견 수렴 방법입니다. 이건 사람들을 귀찮게 만들어 의견을 받지 않겠다는 심보 아니면 비판하는 이의 정체를 낱낱이 파악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닌가 싶군요.


출처 - 세계일보


이번에 공개된 집필진을 살펴보면 참으로 가관입니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였던 현대사 집필에 참여한 학자 6명 중 역사학자는 단 한 명도 없어 실소를 자아냈습니다. 역사학자가 쓰지 않은 역사교과서라니 대체 말이 됩니까? 그나마도 현대사를 집필한 학자 6명은 경제, 법, 북한학, 정치외교학, 군사학 전공자들이라 대체 무슨 정신으로 역사교과서를 쓰겠다고 덤벼들었을까 싶은 면면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박근혜 정권은 박정희를 위해 역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싶었나 봅니다. 현대사 집필진 과반인 4명은 뉴라이트 단체 출신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기 때문에 잘살 수 있게 되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한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장이었던 사람입니다. 이런 자격 미달의 우편향 인사들만으로 집필된 이유는 지난해 국정화 논란 당시 역사학자 대부분이 국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해 집필진이 급조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역사학자들이 집필을 거부한 역사교과서라니 감이 딱 오지 않습니까?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 필진들이 제대로 된 원고를 쓰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이른바 국정교과서 대필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원래 집필진은 초고본, 개고본, 최종본 총 3번의 원고를 넘기는데 그때마다 심의를 받습니다. 이 심의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이 맡기 때문에 원래 국사편찬위원회 직원들이 간여할 여지는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국정 역사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 직원들이 초고를 거의 다시 쓰다시피 수정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죠. 지난해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역사학계가 국정교과서에 부역하지 않겠다고 천명하자 시간과 인력 풀이 부족해지자 박근혜 정부가 자기들 입맛에 맞는 집필진을 모았기 때문에 집필진 역량이 상당히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초고를 받아보니 자기들이 보기에도 도저히 교과서로는 쓸 수 없는 수준의 졸문이 들어왔다고 하네요. 시간상 다시 작업할 수도 없으니 국사편찬위원회 직원들이 동원돼 대대적으로 고쳐 쓴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아무리 국정 역사교과서의 저작권이 국사편찬위원회에 있다고 하더라도 집필진이 아닌 편집진이 거의 책을 다시 쓰는 수준으로 손을 본 셈입니다. 이럴 거면 집필진은 왜 있고, 심의위원은 왜 있습니까? 국정 역사교과서는 국정 논란 이전에 교과서 그 자체로서의 질도 떨어진다는 증거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가 이 정도로 심각하니 내용은 더 볼 것도 없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국정 역사교과서는 건국절 타령으로 현대사를 시작합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란 표현 대신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대한민국 수립일을 헌법 전문에 기술된 1919년 3월 1일이 아닌 1948년 8월 15일로 왜곡한 겁니다. 이는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건데요. 그렇게 되면 과거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은 면죄부를 받게 되어 친일 행적이 희석됩니다. 1948년 8월 15일 이전에 있던 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니게 되니까요. 그렇게 되면 독립운동가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나라를 위해 싸웠던 게 되고, 친일파들은 대한민국이 아닌 나라에서 부역한 셈이니 대한민국에 죄를 지은 건 아니게 되는 이상한 논리가 생기죠.


출처 - 브릿지경제


이승만, 박정희 역시 지나치게 미화됐습니다. 한미 상호방위 조약 체결의 역사적 의미나 민주화 운동은 경제, 사회 발전 과정에서 국민의 자각으로부터 비롯됐다는 표현은 일견 맞는 표현처럼 보이지만,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를 슬쩍 넘기고 사회가 그냥 발전해서 일어난 일인 양 치부하고 있습니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가장 안 좋은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일견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 표현으로 학생들을 현혹하지만 실상 뜯어보면 이는 친일파에 대한 면죄부와 독재에 대한 찬양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겁니다. 마치 박근혜를 현혹한 최태민, 최순실처럼 말이죠. 참 교활하죠.


출처 -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와 교육부, 새누리당은 문제를 만들어놓고도 대한민국의 긍지를 일깨우는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학계의 권위자들, 전문가, 현장 교사들이 참여해 만든 최선의 결과물이라고 말입니다. 나라를 말아먹는 철면피들이 지금 같은 시국에서도 참 강심장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국정 역사교과서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야 3당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로 규정하고 국정 역사교과서가 강행될 경우 교육부 장관 해임, 교육부 폐지 등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민단체들도 하나같이 반헌법적 건국절 사관에 입각해 집필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당장 폐기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뉴라이트 역사관의 완결판 같은 역사교과서이기 때문이죠.


이뿐 아니라 일선 학교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배포해야 할 전국 시도 교육감들도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서울, 경기, 광주, 충북, 경남 등 진보교육감들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공개본에 대해 친일, 독재를 미화했다며 폐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란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퇴행적 행위이기 때문에 교육부에서 주도하는 국정교과서 검토본의 검토 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가가 일방적으로 주도한 역사교과서는 원칙적으로 잘못됐기 때문에 검토할 가치도 없다는 거죠. 출판계에서는 국정 교과서를 대체할 대안 교과서를 잇달아 출간하고 있습니다. 현장 교사와 역사학자 등이 모여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출판하는 등 역사 교육의 다양성만큼 출판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25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방침을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사실상 박근혜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며 청와대는 뇌사 상태에 빠졌음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이후 일선 학교에서 국정교과서와 검정, 대안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어떻겠냐는 조삼모사 같은 제안 정도로 밝혀지긴 했지만, 이 역시 청와대와 조율된 것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교육부를 통제할 힘조차 없는 것이 청와대의 현실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렇게 논란이 큰 박근혜 정부 안에서도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일이 진행되다 보니 고스란히 피해는 학생들이 보게 되었습니다. 수정본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어쨌든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미 국민들이 거부했고, 직접적으로는 교육감들이 배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당장 내년 학생들은 역사교과서 없이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를 혼용하거나 지난 검정 교과서를 쓰면 되지 않나 싶지만, 현재 대통령령에 국정교과서가 있을 때는 국정교과서로만 가르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니 국정교과서를 무효화하려면 대통령령부터 바꿔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세계사를 먼저 가르치자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죠.


출처 - 뉴스1


자신들의 치부 가리기와 이권 따먹기에 급급해 무리하게 진행해온 국정 역사교과서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그 동력을 잃고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친일 독재 세력의 생명력은 무척이나 질깁니다. 국정교과서가 실제로 사라지고, 박근혜와 이 사태의 책임자들이 처벌받는 그 순간까지 신경을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순간이 미래 역사교과서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2일 청와대는 최순실 특검법을 재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으로서 피의자가 된 박근혜 대통령은 변호사를 통해 특검만 받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2차 대국민 담화 때 특검을 포함한 모든 수사를 성실히 받겠다던 약속을 뒤집어버린 것입니다. 국정농단이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에 맞서 100만 촛불이 일어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는 주변의 조언에 대해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하고 사이코패스처럼 되물었다는 소리도 흘러나오고 있죠. 대통령 임기 내내 유체이탈 화법의 극치를 보여주었는데 과연 '박근혜스럽다'고 해야 할 듯합니다. 애초에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지만, 더는 대통령이어서도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게 명약관화합니다.


출처 - 한국경제


현 시국을 생각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대한민국이 피해를 계속 본다는 점입니다. 대통령 자신을 수사하는 최순실 특검법을 재가했던 지난 22일, 박 대통령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도 재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늘 일본과 서명식을 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국방부에서 이뤄지며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서명에 참여합니다. 서명하면 협정은 곧바로 발효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지금까지 미국을 거치던 군사정보를 한국과 일본이 직접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입니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 구출을 위한 자위대 파병을 위해 한국 공항과 항만 정보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국내 사드 배치까지 생각하면 일본은 사드 레이더 정보로 북한 미사일과 중국 정보까지 탐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과거사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전쟁국가를 향해 개헌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아베 정부의 야욕을 생각하면, 섣불리 일본과 군사정보를 주고받아도 되는 것인지에 관한 논란이 컸습니다. 이명박 정부조차 협정 체결을 시도하다 국민의 반발에 부닥쳐 없던 일로 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졸속 추진한 위안부합의로 과거사를 단돈 10억 엔에 팔아넘기더니 국정농단 사태로 시국이 난장판인 이때를 틈타 군사정보보호협정마저 밀어붙여 국가 안위에 중요한 군사정보까지 팔아넘기려 합니다. 만주군 장교였던 아버지 박정희의 대를 이어 박근혜 대통령 자신도 뼛속까지 친일파임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뒤 이틀 만에 국방부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재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3차례의 실무진 회의 뒤 양국은 협정안에 가서명을 했고, 국방부와 외교부는 체결을 위한 국내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야권은 이에 반발했지만 국방부는 군사정보보호협정 재논의 선언 26일 만에 모든 심의 절차를 끝내버렸죠.

 

23일 예정된 협정 서명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는 혹여 일본의 심기를 거스를까, 예정되었던 독도방어훈련까지 연기했다고 합니다. 박근혜는 과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맞긴 한 걸까요? 국방부는 과연 대한민국을 수호할 의지가 있긴 한 걸까요? 일본 앞에서 왜 이렇게 저자세로 일관하는 걸까요? 

 

출처 – 스포츠경향

 

독도방어훈련은 매년 해군, 해병대, 해경이 참여하는 훈련으로 일본 해상 자위대 등 외부 세력의 침략을 가정한 정례 훈련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지속되던 훈련을 국방부 장관 보고까지 끝난 지금 와서 갑자기 연기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떨어졌다는데, 헌정 사상 초유의 게이트로 자기 목숨 부지하기도 힘든 때에 일본의 이익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다니 참으로 충성스러운 친일파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야 3당은 굴욕적 매국협상이라고 일제히 반발하며 국정농단도 모자라 외교와 안보까지 박살 내는 사람에게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이 있는 거냐고 맹비난했습니다. 독립유공자 유족들 또한 허수아비 같은 무뇌 대통령이 국민 동의 없이 멋대로 협정을 추진해 외교안보 참사를 일으켰다며 원천무효를 주장했습니다. 이에 야3당은 국방부 장관 탄핵과 폐기법안 제출 등으로 강력히 대응할 예정입니다.


출처 - 동아일보


박근혜와 최순실이 차은택을 내세워 유린했던 우리나라 문화계의 충격도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우려했던 중국의 보복 조치가 현실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한류 금지령, 일명 한한령(限韩令)인데요, 중국 외교부는 공식적으론 이를 들은 바 없다고 답변했으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민중들의 불만으로 민간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드러내놓고는 아니지만 민간 차원에서 한류 금지령이 사실상 진행되고 있음을 내비친 거죠. 일당독재의 중국에서 정부가 은근히 저런 뜻을 내비치는데 민간 기업이 가만있을 수 있을까요? 중국 내 한류 관련 공연과 방송, 각종 투자 등이 이미 규제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합니다.


출처 - 매일경제


실제로 중국 내 한국 연예인들의 활동이 지난달부터 완전히 끊겼습니다. 중국 문화부 공식 홈페이지를 봐도 지난달 이후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공연 승인이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중국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까지 한국 연예인이 주연이거나 한국 기획사, 투자자가 참여할 경우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00억 투자를 받은 이영애 주연의 〈사임당〉은 〈대장금〉에 이은 대작 드라마로 중국에서도 기대를 받았지만 중국 정부가 심의를 보류해 방영이 무산되었고, 천만 영화로 홍콩에서 이미 흥행에 성공한 영화 〈부산행〉도 특별한 이유 없이 중국 본토 상영이 6개월째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YG엔터테인먼트 등 한류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했고 이어 화장품과 관광 등 중국에 기댄 기업들과 상품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잘 보도했습니다.

 

◆ 박신희> 이번에 한한령이 발표가 되기 전부터 전지현, 이민호 씨 나오는 ‘푸른 바다의 전설’이라든가 이영애 씨의 ‘사임당’이라든가 이런 부분이 비준을 못 받은 상황이고요. 지금 비준을 다시 해 달라고 요청을 한 상황이지만 현지 관계자들은 어렵지 않느냐 이런 반응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아까 광고 얘기도 하셨는데 실제로 한국 연예인이 나오는 중국 광고 굉장히 많았는데 지금 어때요?

 

◆ 박신희> 현재 가장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은 송중기 씨가 하고 있는 휴대폰 광고 내려라. 그래서 대체가 이미 됐고요.

 

◇ 김현정> 중국 연예인으로 바뀌었어요, 주인공이?

 

◆ 박신희> 네. 중국 연예인으로 바뀌었고요. 그러면서 한국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광고가 온라인상에서 상품광고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리고 방송에서도 광고가 나오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다 대체되고 있는 상황인 거죠.

 

◇ 김현정> 분명히 송중기를 썼을 때 돈 엄청나게 지불했을 거고 지금 광고 반응도 좋은데 그걸 굳이 다른 중국 연예인으로 바꿨다는 건 속사정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 박신희>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예전에 한국 연예인이나 한국 콘텐츠가 TV에 나왔던 정도를 100이라고 본다면 지금 어느 정도로 준 거예요?

 

◆ 박신희> 지금 제 생각에는 거의 0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0에 가까워지고 있다고요?

 

◆ 박신희> 콘서트 예를 하나 들어보면, 콘서트를 하려면 비준을 받아야 됩니다. 엑소나 방탄소년단이나 이런 친구들이 콘서트를 하려면 비준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비준이 8월에는 4건 그리고 9월에는 3건 정도 됐거든요. 그런데 10월 이후에는 하나도 없습니다.

 

◇ 김현정> 지금 들으시는 분들이 아니, 그러면 기획자들이 혹은 방송국에서 우리는 하겠다라고 자율성 달라라고 요청할 수 없나라고 물으실 수 있는데 지난번에 설명해 주셨어요. 아직 사회주의적인 잔재들이 남아 있다고, 중국은?

 

◆ 박신희> 중국의 방송국들은 대부분 중국 정부가 컨트롤을 하고 있는 방송국입니다. 때문에 정부의 지침이나 지시를 위반해서 일들을 진행할 수가 없고요.

 

이럴 때야말로 정부가 나서서 교섭하고 외교로 풀어 국가 경제와 문화 융성을 이뤄야겠지만, 나라를 팔아먹는 박근혜 일당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외교부는 22일에야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뒷북만 치고 있습니다. 뽑혀선 안 될 대통령의 어설픈 외교와 안보가 문화 융성과 국가 경제를 망치는 지경으로 돌아온 겁니다. 바로 이것이 그들에게는 창조경제이기 때문이겠죠.


출처 - 연합뉴스


범죄자 박근혜는 내정뿐 아니라 외치조차 맡아선 안 됩니다. 이제껏 드러난 그의 행적이 이를 여실히 증명합니다. 박 대통령이 자리에서 뭉개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대한민국의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박근혜는 하루빨리 퇴진해야 합니다. 특검과 환수를 통해 다시는 이런 국정농단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에서 65만 명 이상의 국민이 촛불을 들고 행진했습니다. 지방에서 촛불을 든 사람들을 합하면 지난 12일 민중총궐기 때와 마찬가지로 100만 명이 전국에서 모인 셈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민중가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의 가사를 기억합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거짓으로 거짓을 덮으려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 권력은 유한합니다. 더구나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 권력이 지속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민심이 곧 천심이기 때문입니다.

 

11월 12일, 민중총궐기가 있던 지난 주말 전국의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이 광장으로 뛰쳐나와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출처 - 디지털타임즈


서울에서 외치는 사람들의 수는 무려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집회 때마다 참석자 수를 줄이기 바쁜 경찰도 지난 민중총궐기 때는 26만 명으로 추정하다가 세기를 포기했다고 하지요. 당시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인근 지하철역 12곳을 이용한 시민을 통계치로 추정하자면 집회 참석자가 무려 125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파동 당시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운집한 것은 물론 민주화를 쟁취해낸 6월 항쟁 때보다도 많은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출처 - 헤럴드경제

 

참석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청와대 바로 앞 광화문부터 시청광장을 지나 모든 거리를 가득 메우는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지방 각 도시에서도 수백, 수천, 수만 명씩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을 뿐 아니라 10만 명이 넘는 시민이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 참석하기 위해 KTX, 전세버스, 비행기를 타고 서울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에 모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인원이 운집했음에도 평화롭고 깨끗한 시위를 해냈다는 사실입니다. 집회 참석자 중에 탈진으로 쓰러진 사람을 제외하면 사실상 인명 피해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경찰의 폭력 진압이 없다면 폭력 시위도 없다는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출처 – CNN

 

South Korean protesters march against President again(CNN) : http://edition.cnn.com/2016/11/12/asia/south-korean-protest-president-park/


South Koreans Rally in Largest Protest in Decades to Demand President’s Ouster(뉴욕타임스) : http://www.nytimes.com/2016/11/13/world/asia/korea-park-geun-hye-protests.html


South Koreans gather en masse to protest against president(워싱턴포스트) :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south-koreans-gather-en-masse-for-protest-against-president/2016/11/12/602cf658-a85c-11e6-ba46-53db57f0e351_story.html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이는 시위를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전 세계 언론과 방송이 대서특필했습니다. 우선 미국 CNN은 12일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 민중총궐기 소식을 긴급 타전했습니다. 집회의 직접적 원인은 최순실 게이트이나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수년간 누적된 각종 스캔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상 최저 지지율과 하야 시위의 이유라고 분석했습니다. CNN과 인터뷰한 한 시민은 박근혜의 사과가 순전히 거짓말이며 죄책감이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대통령으로 있는 것이라고 답변했고, 이 내용이 미국 전파를 타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도 이번 집회를 1987년 6월 항쟁에 비유하며 한국에서 부패 스캔들이 낯선 일은 아니지만, 이번 일은 국민이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느껴 사상 최대 시위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고 분석했습니다.


출처 - BBC


Seoul protest targets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BBC) : http://www.bbc.com/news/world-asia-37958037


Tens of thousands march demanding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 resign(가디언) :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6/nov/12/tens-of-thousands-march-demanding-south-korean-president-park-geun-hye-resign


영국의 대표적인 언론인 BBC와 《가디언》도 민중총궐기를 보도했습니다. 특히 BBC는 메인 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노출했는데요, 시위 참가자들이 목이 쉬도록 대통령 하야를 외쳤고 청와대에 분명 그 소리가 닿았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평화롭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큰 외침이 있었다고 현장을 묘사했습니다. 


출처 - 트위터


한편 서울에서 취재하던 외신 특파원들의 SNS 계정에는 실시간으로 현장 사진과 소식이 올라왔고 그 와중에 재밌는 소통도 있었습니다. 이제 막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고 만 어느 미국인이 영국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이었던 다니엘 튜더가 광화문광장에 전시된 단두대 사진을 올리자 워싱턴 D.C.에서도 필요해질 테니 시위가 끝나면 꼭 좀 보내달라며 세태를 풍자한 것이죠.


출처 - NHK


세월호 7시간을 보도해 수사까지 받았던 《산케이 신문》 기자 때문에 관련 내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큰 관심을 보여오던 일본 언론들도 민중총궐기를 비중 있게 보도하고 분석했습니다. NHK, 《아사히 신문》 등 주요 언론은 한국에서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집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청와대까지 1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거리와 광장이 사람들로 가득찼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정됐는데 이는 국민적 분노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방송에서는 100만 명이 넘는 집회 참석자들이 연출한 장엄한 촛불 파도타기는 물론 전국에서 전세버스를 대절해서 시위에 참석한 후 뒷정리까지 깔끔히 마치는 성숙한 시위 문화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프랑스, 독일, 홍콩, 대만, 스페인, 중국, 태국 등 크고 작은 나라의 주요 외신도 11월 12일 100만 명이 넘게 모여 박근혜 하야를 외친 민중총궐기를 생생히 보도했습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100만 촛불은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를 드러내는 상징입니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까지 줄곧 1번만 찍었다는 시민들이 그동안 속고 살았다며 뉘우치고,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에서 지지율이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지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졸업한 성심여고의 후배를 대표해 한 학생은 "선배님과 다른 후배가 되고 싶어 다른 이의 대필 없이 저희의 생각을 담았다"면서 "박근혜 선배님께서는 지금도 진실이 아닌 거짓을 말하고 계신다. '순실'이 아닌 진실한 의견을 듣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선배님께서는 정말 국민을 아끼는 마음으로 대통령직에 앉아 계시는 것인가. 국민을 사랑으로 안을 자신이 없다면 결코 선배님의 자리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으면서 "대한민국은 스스로의 노력이 아닌 부모의 능력과 돈으로 꿈이 실현되는 사회가 되었다"며 학생의 입장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을 비판하며 부끄러운 선배에게 책임을 요구했습니다.  

 

민중총궐기 당일 노동자, 농민, 청소년, 대학생 등 각계각층이 현 대한민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했습니다. 한 초등학생은 박근혜 대통령을 성대모사하며 "제가 여기 나와서 이런 얘기하려고 초등학교에 가서 말하기를 배웠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서 잠이 안 옵니다"라고 말한 뒤 "이렇게 촛불을 들어서 게임만 해도, 돈이 없어도 모든 사람들이 평등해지는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대통령과 친한 사람이나 재벌만 잘사는 나라는 선진국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한 게 자괴감 들고 괴로우면 그만두세요"라고 비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2주 연속 역대 최저치인 5퍼센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차범위율을 감안하면 조사 대상 중 20~50대에게는 전혀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대통령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평생을 다른 사람의 생각에 의지해 살아온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조차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매듭지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민중총궐기를 통해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내려놓으라고 명령했습니다.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참석을 돌연 취소한 것도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의 죄인으로 남지 말고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법 앞에서 자신의 죄를 달게 받기 바랍니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대한민국을 더는 혼란하게 하지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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