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오늘 오전 10시 현재 사전투표율이 14.2퍼센트를 기록했습니다. 무려 600만 명 이상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한 겁니다. 이번 대선은 역대 최다 후보인 15명이 후보로 나왔고(사퇴자 2명 포함) 선거 기간이 짧은 게 특징입니다. 후보가 너무 많다 보니 주요 후보 5명 위주로 선거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선거 기간에 돌입하면 일상생활에서 가장 먼저 느끼는 변화는 바로 '소리'입니다. 유세 차량에서 각 당의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확성기 소리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큰 특징은 후보별 선거 캠페인 로고송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은 유권자가 아닌 청소년과 아이들에게도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대중적인 로고송을 만드는 것이 유행인 듯합니다. 어린이날이자 대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오늘 주요 대선 후보 5명의 선거 로고송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선거에 임하는 각 당은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노래를 섭외하는 데 혈안이 되기 마련입니다. 대중가요나 드라마 OST를 선거 로고송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인지도 높은 노래의 가사를 후보 특색에 맞춰 개사함으로써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겠죠. 선거마다 가장 인기 있고 각인되는 노래가 있기 마련이지만 선거 캠페인 로고송이 꼭 한 곡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각 당의 캠프는 보통 4~5곡 정도를 준비해두고 반응을 보며 로고송의 노출도를 조절합니다.


출처 - 유튜브


외국곡이긴 합니다만 대중가요를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로고송으로 공식 도입한 이는 노태우입니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때 노태우 캠프는 〈베사메무초〉를 로고송으로 사용했습니다. 후보의 애창곡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김영삼 후보 캠프는 〈군정종식가〉를 히트시켰습니다. "군정 종식 김영삼, 민주 통일 김영삼"이라는 가사로 이전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을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분위기 잡는 방송부터 코미디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베사메무초〉가 끝도 없이 흘러나왔죠.

 

그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록수〉(양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넌 내게 반했어〉(노브레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핫 이슈〉(포미닛) 등 대중가요를 대통령 선거 캠페인송으로 애용하는 흐름은 계속되었습니다. 특히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 DOC의 〈DOC와 춤을〉이란 노래를 〈DJ와 함께 춤을〉로 개사해 캠페인송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노래는 아마 우리나라 국민에게 가장 친근하고 인상 깊은 선거 캠페인 로고송이 아닐까 싶군요.


출처 - 허핑턴포스트


이번 장미 대선 주요 선거 캠프의 로고송도 만만치 않습니다. 트와이스와 신해철, 홍진영 등 유명 가수와 그룹의 노래가 선택되었습니다. 아이돌, 록그룹, 트로트 등 음악 장르도 다양합니다. 이는 다양한 세대의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위함이겠죠.


출처 – 문재인 공식채널 유튜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경우 기호 1번을 강조하기 위해 〈엄지 척〉(홍진영)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부산 쪽을 노린 〈부산 갈매기〉(문성재), 호남을 노린 〈남행열차〉(김수희), 젊은층을 노린 〈Cheer up〉(트와이스) 등 다수의 히트곡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출처 – 자유한국당 유튜브


기호 2번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자신의 이미지를 굳힌 〈모래시계〉 OST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지나치게 장중한 노래라 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선지 자신의 지지층이 호응할 트로트인 〈무조건〉과 〈아 대한민국〉 등을 같이 선택했습니다.


출처 – 인동초TV 유튜브


기호 3번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고 신해철의 노래인 〈그대에게〉와 〈민물장어의 꿈〉을 주요 캠페인송으로 선택했습니다. 의료사고로 아깝게 세상을 떠난 신해철과 같은 사례를 막고자 발의한 신해철법의 발의자가 안철수 후보였던 인연이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지난 대선에선 〈그대에게〉가 문재인 후보의 로고송이었습니다. 신해철은 2012년 대선 당시 단일 후보가 된 문재인 후보에게 곡을 준 이후 다음에는 안철수 후보에게 곡을 넘기겠다는 생각을 SNS에 남기기도 했습니다. 안 후보 측은 동요인 〈떴다 떴다 비행기〉도 함께 쓰고 있습니다.


출처 – 바른정당 유튜브


기호 4번인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바른정당의 색깔을 고려했기 때문인지 동요인 〈파란나라〉와 〈샤방샤방〉을 선거 캠페인송으로 선정했습니다. 트와이스의 〈Cheer Up〉은 인기가 많아 문재인 후보뿐 아니라 유승민 후보 측에서도 캠페인송 중 하나로 쓰고 있습니다.


출처 - 정의당TV


기호 5번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광장과 가장 가까운 후보답게 세월호 추모곡인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캠페인송으로 삼았습니다. 특이하게 애니메이션 〈쾌걸 근육맨 2세〉의 여는 노래인 〈질풍가도〉를 개사해서 함께 쓰고 있습니다.



 

2017 K 대선 후보자 정보(KBS) : http://dj.kbs.co.kr/resources/2017-04-17/


대통령 선거 로고송이 마음에 든다고 대통령으로 뽑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각 방송사와 인터넷 서비스들은 대통령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자 각 대선 후보의 정보와 공약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예를 들면 KBS에서 선관위 자료를 기준으로 만든 사이트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각 후보의 개인 정보, 재산, 병역, 납세, 체납, 전과 등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 누드대통령

 

누드대통령(피노컬노트 코리아) : https://nudepresident.com/


투표할 대선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분이라면 SNS에서 유행하는 사이트도 참고할 만합니다. 누드대통령은 각 대선 후보의 공약을 무기명 보기로 흩어놓고 가장 마음에 드는,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보기를 선택해 나가면 최종적으로 자신과 가장 잘 맞는 후보가 누구인지 그 결과를 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해보시면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후보와 테스트 결과가 사뭇 다르게 나와 난감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공약에 가장 근접한 후보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사전투표로 장미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박근혜 탄핵으로 짧은 기간에 치러야 하는 선거입니다. 투표일인 5월 9일까지 크고 작은 일이 계속 생기겠지만,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을 합리적으로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추운 광장에서 지난겨울 목이 터지도록 외쳤던 우리의 바람을 이루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어린이날입니다. 이전과 다른 대한민국이 우리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입니다. 꼭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장미 대선 투표일을 며칠 남겨두고 방송 참사로 난리였습니다. SBS 8시 뉴스가 단독 보도한 기사 때문이었죠. 기사 제목이 자극적이게도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였습니다.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을 지연한 이유가 문재인 후보에게 공을 갖다 바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죠. 물론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세월호 인양 지연은 2014년 11월부터 줄곧 있었는데요, 그때는 총선도 치르기 전이라 문재인과의 관련성은커녕 최순실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을 때였고 새누리당 정권이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자랑할 때였죠. 해수부가 신내림을 받은 예언가도 아니고 그때 장미 대선을 예상하여 문재인 후보에게 줄을 섰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깁니까?


출처 - SBS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SBS는 즉각 김성준 보도본부장이 사과문을 내고 가짜뉴스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과 문재인 후보에게 사과했습니다. 기사 작성과 편집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데, 찌라시도 아닌 공중파 TV가 사전 투표 이틀 전 황금시간에 대놓고 가짜뉴스를 살포한 잘못은 방송 참사 이외의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일입니다. 

 

출처 - SBS

 

이 때문에 SBS미디어그룹 회장 윤세영과 부회장인 아들 윤석민이 4대강 건설에 연루된 태영건설의 회장과 부회장이기도 하다는 점이 부각되며 4대강 비리를 재조사하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 때문에 무리해서 가짜뉴스를 살포한 것 아니냐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민심이 들끓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가짜뉴스로 공중파 방송인 SBS는 이미지가 실추되었습니다. 중앙선관위에서도 SBS의 허위방송을 조사하기로 했죠.


 

(인공기를 활용한 자유한국당 홍보자료 사진 - 삭제함)

 


박근혜가 적을 둔 당으로서 국정농단을 일으켜 실질적인 장미 대선을 만든 당사자들인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은 사전 투표 하루 전날까지 경악을 금치 못할 불법적인 선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후보와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에서 사전 투표 홍보 이미지로 북한 인공기를 다른 후보 번호에 덧씌웠기 때문입니다. 돼지 발정제로 강간을 모의한 공범다운 저열한 인격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인공기까지 동원하는 어처구니없는 색깔론을 끝까지 놓지 못하는 작자들이 소위 대한민국의 '보수'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국익을 중요하게 여기는 진짜 보수층이 이런 작태를 보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죠.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다른 정당을 당명 대신 북한 인공기로 표시한 자유한국당의 선거홍보물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 등 혐의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글을 올리고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찾아보니 자유한국당이 올린 인공기 홍보물은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군요. 경남도선관위는 문제의 홍보물이 SNS 등 온라인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는 상태라, 위법 홍보물임을 알리고 삭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저희도 위에 게시했던 사진 자료를 삭제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21


잘 생각해보시죠. 장미 대선을 만든 시발점도 사실은 선거에 대한 여론 조작이었습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은 이미 밝혀진 바이지만, 최근 국정원이 돈을 주고 알파팀이라는 이름의 민간 여론조작 조직을 운영하고 한국자유연합 등 극우단체를 설립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이명박근혜 정부를 옹호하는 온라인 활동을 하는 한편 용산참사 집회 등에서 동영상 채증조로 활동하는 등 이명박근혜 정권을 위해 일했음이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 작성 문서를 전달받고 용산참사 관련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확인되어 국정원의 여론조작 민간조직 활동을 이명박근혜의 청와대가 지원했다는 정황이 확인되었습니다. 여기서 활동했던 내부자가 활동 내역과 이메일 그리고 입금 내역을 폭로해 이 모든 사실이 알려진 겁니다. 알파팀의 수괴는 현재 홍준표 후보 캠프에서 활동 중인 김성욱 씨로 드러나 대통령이 탄핵당한 마당에도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은 그 나물에 그 밥임이 만천하에 밝혀졌습니다.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방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운 겨울 촛불을 들고 광자에서 박근혜 탄핵을 부르짖은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장미 대선 사전투표일입니다. 오늘과 내일(5월 4~5일) 양일간 사전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4월 말부터 진행된 해외 부재자 투표에서 역대 최다 참여율을 보여 이번 장미 대선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선관위에 따르면 사전투표 첫째 날인 오늘 전국 평균 투표율은 11.7퍼센트로 집계되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4.13 총선 당시 사전투표율 4.46퍼센트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황금연휴 기간 놀러 가시는 길에 잠깐만 시간을 내시면 됩니다. 편하게 투표하실 수 있도록 거주지 주민센터는 물론 서울역, 용산역, 인천공항 등에도 사전투표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가까운 투표소를 중앙선관위 누리집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전 투표가 대선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린이날인 내일까지 사전투표를 할 수 있으니 어른인 우리가 본을 보여야겠죠? 우리의 한 표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도 감옥에서 투표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면 너무 부끄러운 일 아닐까요?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찰칵 하는 셔터음이 나 부담스러울 때 있으시죠? 조용한 레스토랑 안에서 음식 사진을 찍을 때나 사진 촬영이 가능한 미술관, 박물관에서 셔터음이 새삼 크다는 생각도 듭니다. 스마트폰에 카메라 기능이 있으니까 셔터음이 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층도 있겠지만, 사실 그건 옛날 기계 카메라 시절의 얘기죠. 스마트폰 카메라는 원래 그런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녹음된 셔터음이 재생되는 것일 뿐입니다. 사실 전화기에서 셔터음이 나는 건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같은 삼성, LG 스마트폰이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출시되는 폰은 셔터음이 나지 않죠.

 

우리나라 스마트폰에서 카메라 기능을 쓸 때 셔터음이 나는 것은 법으로 이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몰카 방지'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일상 필수품인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몰카에 사용될까 법으로 셔터음을 강제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몰카 방지에 민감하다면, 왜 일상생활에서 쓸 일이 없어 보이는 진짜 몰카는 아무런 제재 없이 아무에게나 팔리고 있는 걸까요?


출처 - 허핑턴포스트


지난달 31일 걸그룹 여자친구의 팬사인회에서 소란이 있었습니다. 팬사인회에 이른바 몰카 안경을 쓰고 참석한 남성이 걸그룹 멤버에게 걸린 거죠. 연예인으로서 수많은 카메라 샤워를 받는 입장이겠지만 최소한 그건 자신이 찍힌다는 걸 자각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아무리 연예인이더라도 자신이 카메라에 노출되어 있다는 감각도 없이 몰래 찍히는 건 인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근거가 희박한 꼬투리를 잡아 많은 음식점을 망하게 한 〈먹거리 X파일〉도 이런 몰카 안경을 쓰고 무리한 취재를 한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기술이 발달해 몰카용 장비를 육안으로는 식별해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졌습니다. 이미 논란이 된 안경 모양은 물론 자동차 키홀더, USB, 만년필, 라이터, 넥타이 단추 같은 형태의 초소형 위장 카메라를 10만 원대부터 비싸야 4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습니다. 문제는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릴 수 있는 몰카에 대한 관리나 제재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운상가 등 몰카 장비 관련 전문가들도 소리나 영상을 실시간 전송하는 송수신기가 달려 있다면 모를까, 초소형 몰카로 상대방이 지금 나를 찍고 있는지는 그 자리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단언합니다. 더구나 몰카를 파는 사람들은 이용 목적을 확인하지 않습니다. 암묵적인 금기사항이랍니다. 괜히 손님 비위 상하게 해서 물건을 못 팔면 손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요즘 같은 인터넷 환경에서는 몰카를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마음껏 살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일상을 망가뜨리는 '스토킹'에 이어 성행위 촬영물을 복수할 목적으로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마저 횡행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므로 몰카를 일상적으로 팔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구매자의 양심에만 기대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총을 무제한으로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위험한 일입니다. 몰카와 리벤지포르노의 메카로 십수 년을 끌어온 소라넷이 지난해에야 겨우 사라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사람들의 양심에만 기대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 아닐까요?


출처 - 한국일보


몰카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자 국회는 디지털 성폭력 고발단체인 디지털성범죄아웃(DSO)이 시민입법플랫폼 국회톡톡에 제안한 몰카판매금지법을 정식으로 검토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진선미 의원과 남인순 의원이 입법화를 검토 중입니다. 이 법은 몰카 구매에 대한 전문가 제도 마련, 몰카 구매자 관리 시스템 도입, 전문가 외 몰카 소지 불법화,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인식 개선 의무교육 등을 제안해 일주일 만에 1만 5000여 명의 시민이 지지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강남역 살인 사건 같은 여성 혐오 범죄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하는 분석입니다. 

 

현 20대 국회 출범 1호 발의 법안도 스토킹 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었습니다. 벌금 10만 원에 불과한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으로 개정하려는 겁니다. 또한 현재 명예훼손죄로만 다뤄지는 리벤지 포르노도 성폭력으로 처벌토록 하는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발의된 상태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몰카 야동이 피해자에 대한 인격 살인이라는 걸 비춰보면 당연한 개정입니다.


출처 - 채널A


그런데 너무나 당연한 이런 법안들이 무사히 통과되어 공포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우리 각자의 인식 개선과 제도 개선도 필요하겠지만, 돼지 발정제를 이용한 강간 모의를 젊은 시절의 치기와 추억으로 치부할 정도로 성범죄에 대한 개념과 젠더감수성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현실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출처 - 경향신문

 

지난 2017년 2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7년 대학 졸업시즌에 우리나라 실업자가 135만 명으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로 실업자가 양산된 것은 근 20년 만이라고 합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 세계 도시 중 서울의 물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생활비지수(WCOL index)가 44계단이나 뛰어올라 조사 대상 133개 도시 중 6위에 올랐습니다. 아래 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는 파리, 뉴욕보다도 높고 도쿄와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정규직 취업 경험이 있는 20대 청년은 고작 5.5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었습니다. 지난 2월 15일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청년활동지원사업 운영모델 구축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8~29세 청년 중 취업 경험이 있는 이들은 78.5퍼센트였는데 이 중 정규직은 7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전체 청년 비율로 따지자면 잠깐이라도 정규직으로 취업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5.5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므로 나머지 절대다수인 95퍼센트에 달하는 청년들은 아예 취업 자체를 해본 적이 없거나 비정규직 경험밖에 없다는 충격적인 결과인 셈입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


창업을 고려하고 있는 청년은 21.6퍼센트였습니다. 높은 수익이나 인생을 걸 만한 비전 같은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취업이 안 돼서 였습니다. 뉴스에서 떠드는 평균연봉은 대체 어느 환상 속의 나라 얘기인지 모르겠고 청년들은 월 200도 바라지 않고 그저 180만 원만 벌면 소원이 없겠다고 고백하는 현실입니다. 이 수준으로는 결혼이나 자녀는 언감생심, 독립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발표한 청년 근로빈곤 사례 연구에 의하면 근로빈곤 위기계층 비율은 전체 청년의 47.4퍼센트에 달했습니다. 청년들이 질 낮은 일자리 덫에 갇혀 비정규직만 전전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 워킹푸어로 전락했다는 얘깁니다. '노오오력'으로는 도무지 극복이 안 되는, 이 시대 청년들이 처한 헬조선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자료들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그렇다면 취직한 이들은 행복할까요? 이들이라고 마냥 행복한 건 아닙니다. 직장인 고용 불안감 현황이 지난 2007년 51.3퍼센트에서 2016년 80.2퍼센트로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무려 약 30퍼센트나 폭증했습니다. 이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를 따로 한다는 직장인이 20퍼센트 수준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비정규직의 부업률은 정규직의 2배 이상이어서 비정규직은 '멀티잡'을 갖지 않으면 기본적인 생계유지가 곤란하다는 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2위일 정도로 폭력적인 상황입니다. 일상생활을 포기하다시피하며 죽도록 일하는데 왜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이리 힘들까요? 아무리 이명박근혜 정권을 두둔하던 이들이라도 이런 현실 앞에선 취업을 준비하는 개인의 잘못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박근혜 정권은 지난 4년간 무려 52조 원의 예산을 일자리 정책에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청년실업률 12.3퍼센트, 실업자 150만을 헤아리는 역대 정권 최악의 실패를 기록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철저히 무능했거나 도둑놈들만 모였거나 둘 중 하나겠죠. 아니, 둘 다일 가능성이 더 크겠군요. 이런 상황에서 전경련과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은 뼈와 살을 깎아 혁신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노동시간 단축이나 기타 선진적인 노동환경 조성을 요구하며 볼멘소리뿐입니다. 그러면서 정권에 뇌물 갖다 바치는 편이 기업 성장에 더 효과적이라는 안이함에 빠져 있었죠.

출처 - 경향신문


대한민국은 기로에 서 있습니다. 부패하고 무능한 잃어버린 10년을 20년으로 만들 겁니까? 도덕성에 흠결이 있어도 좋으니 잘살게 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던 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소리였는지는 이명박근혜 정권 10년을 보면 깨닫고도 남음이 있을 겁니다. 지난 10년 우리는 어떤 일을 겪었습니까? 4대강 파괴, 정경유착, 언론 및 방송 장악, 방산비리, 자원외교 비리, 국정원 정치 개입, 남북관계 경색, 개성공단 폐쇄, 노동법 개악, 양극화 심화, 진보정당 해체, 전교조 법외노조화, 역사국정교과서 추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비밀협상,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사드배치, 등으로 우리의 일상이 파괴되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심히 불안한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나려면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가 우선인 정책과 공정한 근로환경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그런 정책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바로 투표입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장미 대선에서 미래를 위한 투표를 꼭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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