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평가가 일주일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2017년 수능은 11월 16일이 아닌 11월 23일에 치르게 되었습니다. 예정된 수능일을 하루 앞두고 일어난 포항 지진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지역을 강타한 규모 5.4의 지진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고층에 있거나 민감한 분들은 서울에서조차 흔들림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는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5.8 규모의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입니다. 포항 시내는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건물 외벽이 깨지거나 금이 가는 등 실로 아찔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학생들은 수능을 앞두고 예비소집이 이뤄진 날이기도 해서 포항 지역 학생들은 난데없는 지진에 혼비백산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진 직후 정부의 입장은 수능을 예정대로 치른다였습니다. 이 때문에 수능 전날 저녁 수능을 일주일 연기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학부모와 입시생들의 혼란과 반발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천재지변은 인간이 예측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천재지변이라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수능을 치르는 도중에 지진이 일어난 게 아니라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포항 시내의 상황과 작년 경주 대지진 때의 정부의 대응을 비교하여 생각하면 '수능 연기'라는 전격적인 결정은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나아가 입시생 전체의 형평성을 고려한 의미 있는 결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스포츠경향


우선 포항에서는 오늘 수능 고사장으로 사용될 전체 시험장 건물 14곳 중 10곳이 벽 등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예비시험장으로 마련해두었던 포항중앙고에서조차 균열이 발견되었죠. 포항고는 균열이 너무 심하고 포항여고는 뒷담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심지어 포항여고 과학실에서는 보관 중이던 실험용 포르말린이 지진으로 깨지면서 누출되었다고 합니다. 떨어진 타일이나 파편들은 밤 사이에 치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균열이나 넘어진 담을 하루 만에 복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만에 하나 건물에 균열이 간 상태로 시험을 강행하다 여진이라도 일어나 2차 균열과 파괴가 발생한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학생들에게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이 때문에 수능을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포항교육청이 교육부와 청와대에 수능 연기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책임 있는 당국자가 현장에 가도록 지시했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포항으로 급파되었습니다. 현장을 눈으로 직접 본 김부겸 장관은 이대로는 도저히 수능 진행이 어렵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교육부 역시 마찬가지의 입장을 보였습니다. 지진으로 파괴된 현장을 보면 겨우 일주일만 연기하고 복구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이를 취합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긴급 보고를 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수능을 강행할 수 없다고 판단, 전격적으로 수능일 연기를 발표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로 이에 따른 후폭풍이나 심리적 물리적 어려움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우리가 목도한 안타까운 죽음과 안전불감증을 생각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이 얼마나 상식에 근거한 판단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서 책임과 권한이 있는 자를 현장으로 내려보내 사태를 파악한 후 최고 결정권자가 책임을 지고 그 보고를 받아들인 과정은 지난 9년간 정부에서 보지 못한 의사결정 과정이 아닙니까? 

 

출처 - SBS


참고로 역대 최대였던 작년 경주 대지진 당시 박근혜 정부의 대응은 어땠습니까? 국민이 죽든 말든 감히 장관이나 대통령의 단잠을 깨우려 하다니 무엄하도다, 이런 식이 아니었나요? 현재 문재인 정부 같이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을 하라는 뜻에서 우리는 지난겨울 촛불을 들고 거리에서 외쳤던 것 아니겠습니까?

 

출처 - 경향신문

 

도저히 시험을 치를 수 없는 처지인 포항 학생들만 따로 나중에, 혹은 다른 장소에서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은 전체 학생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어긋나고 수능 보안에도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수능 강행이냐 연기냐,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는 셈이었고, 학생들의 안전과 형평성을 고려해 현 정부는 수능 연기라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난데없는 천재지변으로 일주일을 더 고생해야 하는 학생들과 학부모의 처지는 안타깝지만, 시험보다 학생들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중앙일보


원래 예정된 수능일이었던 오늘 수능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는 예정대로 휴교한다고 합니다. 아울러 포항의 모든 학교는 휴교에 들어갔습니다. 전국 지역별 85개 보관소로 배포된 수능 시험지는 보안에 문제가 없도록 경찰과 교육청 관계자가 합동으로 경비를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능 출제위원들도 일주일 더 감금(?)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수능 끝나자마자 여행 가려고 예약한 사람들, 시험을 앞두고 교과서, 참고서, 문제집 등을 다 버려버린 학생들 등, 천재지변으로 꼬여버린 일정에 마음이 아프겠지만, 생명과 안전보다 귀한 것이 없음을 생각하면서 일주일 뜻깊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학생들은 자기 실력만큼 좋은 성과 거두시길 빕니다.

 

이틀 후면 수능이 있습니다. 출근 시간과 비행기 이착륙 시간까지 조정하며 치르는 국가 행사이자 학생/학부모에게는 인생이 걸린 시험일 겁니다.

 

 

해마다 많은 학생이 같은 질문을 되풀이합니다.


"왜 수능을 보는 걸까?"
"대학에 가면 인생이 달라질까?”


뒤늦은 중2병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 질문은 대학교에 가서도 계속됩니다.

 

 

기를 쓰고 대학에 들어왔지만 입사시험, 취업으로 목표가 바뀌었을 뿐 인생의 쳇바퀴는 그대로 돌아갑니다. 뭔가 잘못됐다고 깨닫지만, 그간 시키는 것만 해온 탓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부모가 바라니까, 남들이 하니까 대기업, 공무원을 노립니다. 그러나 진짜 하고픈 건 뭘까 싶죠. 결국 '대2병'에 걸립니다.

 

출처 - SBS

 

그러나 부모라도 막막하긴 마찬가집니다. 좋은 대학 가면 좋은 직장 얻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자녀를 대학에 보내지만, 현실을 보면 졸업한다고 해도 뭔가 풀릴 것 같지 않기 때문이죠.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가 된다 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2016년 e나라지표에 의하면 대학생은 64.4%, 전문대는 69.5%의 취업률을 보였습니다. ‘SKY’ 대학 취업희망자 대비 취업률이 60%가 안 됩니다. 바늘구멍을 뚫고 취업한들 4분의 1은 1년 안에 퇴사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러니 대학 졸업의 가치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봐야 하겠죠.


대기업, 공기업, 전문직 같은 선망 직종의 신규 취업 규모는 2만 명이 안 됩니다. 매년 대학 졸업자가 54만 명이니, 그중 단 3.7%만이 바늘구멍을 통과한다는 얘깁니다. 4년의 시간과 1억이 넘는 돈을 4%도 안 되는 확률에 쏟아 넣는다는 것이니, 이게 도박이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에서 학력별 임금 격차는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우리 사회가 평등해져서가 아니라 중·고등학교, 전문대 졸업자의 임금은 거의 그대로인 반면 대졸자의 임금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대학이 좋은 직장, 높은 임금으로 직결되던 시대가 저물어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이 노도처럼 밀려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알파고는 이미 사람이 닿을 수 없는 경지에 올랐고,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에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데, 그중 60%는 아직 생겨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 꿈의 일자리로 각광받는 것들은 곧 사라질 것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간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명문대→대기업→중산층 코스'가 몰락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입니다. 지금 필요한 공부는 대학을 위한 '국영수'가 아닌 직업을 위한 '진짜 공부'입니다. 책의 저자이자 커리어 PD인 손영배 선생님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직업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첫째, 자신의 강점과 흥미를 찾는다.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다.
둘째, 다양한 현장을 체험한다. 직접 체험하기 어렵다면 독서, 미디어 자료로 보완한다.
셋째, 관심 분야를 찾았다면 몰입한다. 몰입하는 동료를 만나면 의사소통 능력과 협응능력이 길러져 문제해결력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인생이 재미있어집니다.

 

출처-이제석 광고연구소

 

기발한 광고를 만드는 광고천재 이제석도 인생을 스스로 재미있게 사는 사람입니다. 공부를 안 해 불량학생으로 낙인찍힌 편견에 대한 분노를 그림으로 풀었죠. 그림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에 흥미를 느낀 그는 자기 실력을 믿고 뉴욕으로 가 광고에만 몰입합니다. 그 결과 무수한 광고제를 석권하고 금의환향했습니다.


출처- 한겨레

 

이미 많은 학생들이 대학을 중단하고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하거나, 직업을 가진 이후에 필요에 의해 대학에 진학하기도 합니다. '선취업 후진학'도 생각해볼 법합니다. 무조건 대학에 가기보다는 직장생활을 먼저 하다가 자기계발의 필요성을 느낄 때 대학을 진학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란 뜻입니다.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다》의 저자인 손영배 선생님은 아이들과 부모님에게 특성화고를 적극 추천합니다.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설립한 학교라서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통해 학생이 좋아하는 일, 평생 지속하고 싶은 직업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성화고는 졸업 직후 대학 진학도 가능해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졸업 후 재직 3년 경력을 쌓으면 고려대, 중앙대, 경희대 등에 수능 없이 재직자 전형으로 응시할 수도 있습니다. 직무 경험이 쌓였을 때 더 깊은 학문으로 직업에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셈이죠.

 

출처 - tvN


〈어쩌다 어른〉에서 심리학자인 허태균은 사교육에 돈을 쏟아 부어 '대기업에 보낸 첫째' VS '일찍부터 기술을 배우게 하고 포클레인을 사준 둘째'의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교육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죠. 무작정 대학을 선호하는 우리의 인식을 돌아보고 평생 즐기면서 할 자신만의 업을 찾아 떠나볼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다》에는 갓 성인이 된 나이에 취업과 진학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학생들의 실제 사례가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선취업 후학습'의 길을 선택하고 평생학습시대의 문을 연 학생들의 사례도 여럿 수록되어 있습니다. 같은 시대에 다른 선택을 한 친구들의 길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보다 빨리 자신의 평생직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명문대→대기업→중산층 코스가 몰락하고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는 현재. 대학이라는 허울뿐인 스펙보다 각자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하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진짜 공부'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다 

 

연구 조사에 의하면, 학생들의 진로 결정에 영향력을 끼치는 1순위는 단연 부모였다. 다음이 인터넷, 언론 순이었다. 결국 아이들의 진로와 관련한 문제의 핵심은 부모다.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그리고 인생의 롤모델로서 부모의 역할이 아이의 인생에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먼저 학부모가 달라져야 한다.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학이 아니라 아이들의 진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 중요한 시대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중퇴한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가 이미 성공적인 삶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이제는 알아야한다. 대학 진학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일 뿐, 취업이나 창업 그리고 창직 등 다양한 진로의 출구가 있다는 것을! 필요를 느낄 때 대학에 진학해 학습을 이어가는 길도 있다는 것을! […] 이 책이 이 땅의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미래 비전에 따른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책을 닫으며〉 중에서

 


지은이 손영배

 

시골 중의 시골인 공주군 정안면 내촌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공주사대부속고등학교에 입학하여 ‘개천에서 용 났다’는 칭찬을 받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사범대학 진학을 권유한 2~3학년 담임선생님과 초등학교 교사이던 아버지의 말씀을 뒤로 한 채 충남대학교 기계설계과로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현대그룹 공채에 합격하여 현대모비스 본사에서 회사원으로 6년간 치열하게 일했다. 이후 스위스 인타민사로 전직하여 1년간 외국계 회사원으로 근무했다. 잘나가던 회사원으로서 맡은 분야의 기술로 극일(剋日)을 하고자 열심히 일했으나 점점 그 격차는 벌어져만 갔다. 잦은 해외출장과 지방출장으로 가정을 돌보기 어려워지자, 자식 교육에 더 이상 소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특성화고 교사로 전직하게 되었다.


특성화고등학교는 사회 진출로 방향을 정한 학생들이 오는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성적이 괜찮은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학교의 특성을 살리고 취업과 연계할 방법을 고민한 끝에 전국 최초로 ‘학교기업’을 인가받아 학교 안에서 자동차정비 학교기업을 운영했다. 이후 창업동아리 지도를 통해 학생 CEO를 배출함과 아울러 취업 업무를 수행했다.


제자들이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여 산업체에서 성공을 향해 열심히 도전하는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한 결과 ‘취업의 달인’ ‘취업의 미다스 손’이라는 닉네임도 얻었다. 그 소문이 일본까지 전해져 일본 전문계고등학교에 학교기업을 전파한 이래 10년간 일본과 한국 교사의 정례적인 학술교류를 주도하고 있다. 결국 교육으로 극일(剋日)을 한 셈이 되었다.


적성이나 특기가 아닌 성적으로 줄 세워 진학과 취업이 이뤄지는 진로교육을 바로잡기 위해 진로진학상담교사로 또 한 번 인생의 직무를 바꾸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대, 기술교육대, 인천 및 충남·북 교육연수원 등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로 특강을 했고, 인천시교육청이 주관하고 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진로설명회 특강강사로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게 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소임을 다하고 있다.


사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한 뒤 결국 교사가 되었으니 아버지와 담임선생님은 나의 적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신 셈이다. 진로상담교사가 되기까지 다양한 인생을 경험한 것은 학생들에게 적성 발견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인생의 가치를 찾아 떠나도록 독려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되고 있다. 아울러 대학 졸업 후 13년 만에 인천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기계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후 14년 만에 호서대학교 벤처전문대학원에서 만학도로서 박사학위를 취득함으로써, ‘선취업 후학습’이라는 평생학습 롤모델로 살고 있기도 하다.


집필활동으로는 《한국교육정책 현안과 해법》 (공저) , 《교과서, 공업일반》(공저), 《교과서, 성공적인 직업생활》(공저, 대표저자)이 있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대학 진학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일 뿐, 취업이나 창업 그리고 창직 등 다양한 진로의 출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다》를 집필했다.

 

 

차례

 

책을 펴내며 |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진학’이 아닌 ‘진로’를 모색하자

 

CHAPTER1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다
1 명문대를 졸업한 백수들이 넘쳐나는 사회의 등장
2 특성화고 출신의 고졸 사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3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직職이 아니라 업業을 선택하라
4 박사 학위가 주는 지식의 유효기간도 5년 이내
5 대학졸업장을 받기 위해 4년의 시간, 1억 원의 돈을 쓴다
6 명문대를 졸업한 무능인 VS 실력을 갖춘 인재
7 대2병,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가고 대학에서 방황하는 학생들
8 사회가 직업의 시대로 바뀌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루저들!
9 명문대를 들어가는 이유가 졸업 후 직업 때문이라지만

 

CHAPTER2 직업의 시대, ‘진짜 공부’를 하라
1 지금 필요한 건 국영수가 아니라 직업을 위한 ‘진짜 공부’다
2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이들의 공통점은 대학 중퇴자
3 대학 간판에 기대지 말고 ‘생각하는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라
4 지방대를 나온 이들, 한국 최고의 인재가 되다
5 내면을 키우고 살찌우는 독서를 하자
6 지식과 정보는 흘러간다, 배우고 또 배워라

 

CHAPTER3 직업시대를 준비하는 힘
1 평생 할 일을 정하고 전력으로 매진하고 연구하라
2 대기업이 아닌 강소기업에서 꿈을 실현하라
3 신입사원에겐 졸업장이 필요하지만 CEO에겐 졸업장이 필요 없다
4 성찰과 사색을 통해 ‘본질을 보는 눈’을 길러라
5 개성을 살리면 ‘낙오하지 않는 성공’을 할 수 있다
6 공부의 목적은 혼자서 살아갈 근력을 키우는 데 있다

 

CHAPTER4 직업 시대를 아는 대학생,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1 4년제를 마치고 전문대로 유턴하는 학생들
2 9급 공무원이 된 전교 2등생, 명문대를 졸업한 9급 공무원
3 ROTC 등을 통한 직업여군의 경쟁률이 크게 올라갔다
4 스타트업 창업을 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5 명문대를 졸업한 농부, 새로운 분야로 뛰어드는 의사·변호사
6 ‘명문대→대기업→중산층 코스’가 몰락하고 있다

 

CHAPTER5 특성화고 학생들의 선택,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1 김시현, 군부사관에서 체육관 관장으로 미래를 개척하다
   -칠전팔기의 용사, 자이툰 부대를 거쳐 헬스 트레이너로 거듭나다
  알아봅시다 | 군부사관 제도 & 군특성화고등학교
2 박태준, 삼성중공업 입사 후 부산대에 진학하다
   -세계여행을 즐기는 배낭족 삼성맨, 여행작가로 등극하다
  알아봅시다| 사내대학
3 김선호, 학교기업 창업 후 자동차부품기업에 취업하다
   -고교 창업CEO 경험을 살려 해외영업으로 뻗어나가다
  알아봅시다 | 학교기업과 창업동아리(인천기계공고 학교기업 스쿨모터스 사례)
4 이고은, 대학 진학 대신 한국산업은행에 취업하다
   -인천특성화고 중에서 최초로 4차 최종면접까지 통과하다
  알아봅시다 | 은행권 공개채용 가이드
5 단예진, 19살에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7급을 바라보다
   -취업도 진학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물류특성화고등학교에서 길을 찾다
  알아봅시다 | 공무원 시험 가이드
6 최한음, KT&G 입사 후 평생학습을 시작하다
   -칠전팔기의 도전으로 마침내 꿈을 이루다
  알아봅시다 | 평생학습 가이드
7 김현지, 외국계 기업에 취업한 뒤 숭실대학교에 진학하다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기르는 길을 모색하다
  알아봅시다 | 재직자 특별전형 가이드(수도권 대학 중심)
8 오미양, 강소기업에 취업한 뒤 산업대학교에 진학하다
   -취업해서 경력을 쌓고 대학은 내가 번 돈으로 다니겠어
  알아봅시다 | 산업대학교 진학 가이드
9 신우흠, 창업동아리에서 배운 정신을 발휘하여 도전, 또 도전하다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일본 어학연수를 마치고, 영국 유학을 준비하다

 

CHAPTER6 직업의 시대, 이렇게 준비하자
1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자
2 평생 학습의 시대, 끝없이 배우면서 끈질긴 승부를 하자
3 자기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진로를 결정하자
4 인공지능이 못하는 융합력과 협업력을 길러라
5 직업교육을 위한 마이스터고, 직업명문학교 진학을 고려하자
6 진로 탐색은 어릴 때부터,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책을 닫으며 | 비전이 현실을 만든다
참고자료

생각비행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군 의문사 문제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고 김훈 중위 사건에 고 허원근 일병 사건까지 군 의문사 문제가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었던 일로 치부해서는 곤란합니다. 지난 9월 26일 강원도 철원에서 진지 공사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6사단 이 모 상병의 사례도 있으니까요.


출처 - KBS


사고 초기에 국방부는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어딘가 딱딱한 물체에 맞고 튕겨 나온 총알인 도비탄에 의한 사망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도비탄이란 국방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사망한 이 상병 몸에 있는 총탄 엑스레이를 봐도 탄두가 모양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비탄일 경우 탄두가 찌그러져 있어야 하고 총상 역시 더 커야 할 텐데 이 상병의 머리에 난 상처는 총알을 그대로 맞았을 때 나타나는 동그란 상처였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사태가 커지자 그제야 부랴부랴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국방부는 재조사를 통해 당시 사격장에서 직선거리로 날아온 유탄에 의해 사망했다고 정정합니다. 진지 공사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이 상병 일행의 귀로는 사격장 뒤쪽이라 사격 시에는 출입을 통제해야 하는데 사격장 쪽도, 이 상병 쪽도 통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 젊은이 한 명이 목숨을 잃은 셈입니다. 국방부가 사실을 인정하자 이 상병의 부모는 당시 사격장에 있는 누구의 총알이었는지는 밝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른 장병이 죄책감에 휩싸여 사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우리 군에서 총기 사고에 의한 장병들의 죽음은 계속 발생하는 일입니다. 철원에서 유탄에 이 상병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경기도 화성에서는 군부대 사격장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이는 기관총탄이 인근 플라스틱 제조공장으로 날아드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지난 9월 29일 일어난 일이었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에 군 사격장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려 사고가 일어났는데도, 군이 이를 제대로 시정하지 않아 또다시 사고가 일어난 사례입니다. 이런 체계 속에서는 군대에서 언제든 의문사가 양산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명박근혜 정권처럼 군 개혁 의지가 없는 정부였더라면 국방부는 버티기에 나서 이 상병의 사례도 의문사로 처리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출처 - 연합뉴스


군이 자정 능력을 잃었다는 점은 이른바 '공관병 갑질 사건'으로 유명했던 박찬주 대장이 군 검찰의 조사 끝에 결국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만 봐도 분명합니다. 수많은 공관병이 위험을 무릅쓰고 제보를 하고 수많은 증거와 증언이 나왔지만 팔이 안으로 굽은 군 검찰은 무혐의 처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갑질을 한 건 맞지만 직권남용을 한 건 아니라는 해괴한 이유입니다. 이는 군 의문사 사건 유족의 주장대로 군 내부의 조직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보다는 덮어서 은폐하려는 습성을 보인다는 추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출처 - 뉴스1

 

지난 2일 군인권센터는 갑질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데 대해 여론이 좋지 않자 군 검찰이 센터로 전화를 걸어 사건 재수사에 착수했음을 알려왔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군인권센터는 박찬주 대장 수사를 담당한 송광석 국방부 검찰단장을 국방부 장관에게 징계 의뢰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사실 군의 제 식구 감싸기 행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달 30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대장이 구속된 뒤 8번 가진 면회 중 4번이 갑질 혐의 공범 관계에 있는 부인 전 모 씨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현행법은 가족이라 하더라도 공범 간 면회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모의해서 입을 맞추거나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으니까요. 형집행법 41조와 군 수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군형집행법 42조가 바로 이런 경우 면회를 금하고 있는 조항입니다. 이 때문에 박주민 의원은 "갑질 사건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박 대장과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부인 간의 면회를 허용한 것은 군 당국이 증거인멸을 도운 꼴"이라고 지적했죠.

 

출처 - JTBC

 

이와 같이 군의 적폐는 군 의문사 같은 문제만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 여론조작 활동에 관여한 혐의를 받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일 새벽 구속되었죠. 검찰은 사이버사령관 등에게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정치관여 활동을 지시한 혐의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습니다. 또한 사이버사령부가 댓글 공작에 투입할 군무원을 추가 채용할 당시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도록 하는 등의 직권 남용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계속 의혹을 부인해왔으나 법원이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입니다. 

 

출처 - JTBC

 

JT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 인력을 늘리라고 지시한 문건은 비단 2012년에만 발견되는 게 아닙니다. 2010년 12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그리고 2012년 그리고 3월 이때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문건에서 'BH' 또 'VIP' 같은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령부 인력구성 그리고 또 댓글활동 내역을 지속적으로 보고받았다,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김 전 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댓글부대 운영에 대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 등의 혐의를 일부 인정했기 때문에 향후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서 김 전 장관이 직접 대면보고를 했는지 혹은 청와대 관련 수석실을 통해서 간접 보고를 받았는지 이런 부분들이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서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군이 특정 세력을 위해 정치활동을 펼쳤고, 이러한 일을 국방부 장관이란 사람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까지 했으니 얼마나 심각한 일입니까? 군 적폐의 끝이 과연 어디일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출처 - 이재명SNS-일요신문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군 사이버사 여론 공작 개입 혐의 등으로 구속되자 청와대 온라인 청원 등으로 출국금지 여론이 일기도 했으나 출국금지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2일부터 15일까지 마이 빈트 모하메드 알 칼리파 바레인 문화 장관의 초청 강연을 위해 두바이로 출국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은 정치보복"이라며 "과거에 집중하면 미래 대비 못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불거지는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 향방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낸 것이죠.  

 

이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당신이 갈 곳은 바레인이 아니라 박근혜 옆"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도둑퇴치가 도둑에겐 보복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선량한 이웃에겐 상식의 회복일 뿐"이라며 "권력이 있었다는 이유로, 권력을 이용한 범죄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던 구시대는 이제 박근혜와 당신으로 마감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행여나 해외에 눌러앉지 마시고 다녀오신 후 검찰 수사 잘 받으십시오"라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 군의 부패가 심각합니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각종 문제 때문에 군 검찰을 해체하고 민간 검찰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여론도 거셉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군 의문사 의혹은 여전하다"면서 "군의 태도를 보면 고루한 뭔가를 지켜야 한다는 데 집착하며 늘 방어적으로 대응한다. 주요 사건에 대해 군 발표를 믿지 못하고 불신이 계속되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라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 밝힌 의지대로 군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과 개혁에 나서 주길 바랍니다. 군의 적폐청산은 군 자체적으로 해낼 수 없다는 증거가 차고도 넘치니 말입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에 이어 MB 단죄가 대한민국군의 적폐를 청산하는 시발점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지난번 소개했던 김훈 중위 사건은 19년 만에 순직으로 인정되었지만, 죽음 자체는 의문사인 채로 남아 있습니다. 김훈 중위 사건이 장교의 의문사 사건으로 가장 유명한 사례였다면 허원근 일병 사건은 병사의 의문사 사건 중 가장 유명한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허원근 일병은 1984년 강원도 7사단 GOP 전방소대의 폐유류고 뒤에서 가슴 2발, 머리 1발의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7사단은 자체 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M-16 소총으로 오른쪽 가슴과 왼쪽 가슴을 쏘고 마지막에는 오른쪽 눈썹에 밀착해 사격한 자살로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당연히 유족들은 반발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게 당연합니다. 공기총이 아니라 군의 제식 소총을 밀착하고 쐈는데 3발을 쏠 동안 사람이 죽지 않고 흔들림 없이 겨눴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됩니다. 게다가 허원근 일병이 죽은 날은 첫 정기휴가 전날이었습니다. 복무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첫 휴가를 기다리는 심정이 어떤지 아실 겁니다. 그런데 첫 정기휴가 전날에 A급 군복까지 다려놓았는데 별다른 동기도 없이 자살했다? 이게 말이 될까요?


김훈 중위 때처럼 약 20여 년을 기다린 유족들은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재조사로 술에 취한 허 일병의 상관이 총을 쏴 그를 살해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날 밤 술판을 벌인 선임하사와 중대장이 말다툼을 시작했고 선임하사가 내무반으로 와 병사들에게 화풀이하다가 행정반 입구 근처 있던 M16 소총을 들고 술에 취한 채 병사들을 위협했다고 합니다. 이에 말리던 병사들과 승강이를 벌이다 발사된 총알에 허 일병이 맞았다는 겁니다. 사건이 터지자 중대장, 대대장 등은 은폐 시도를 합니다. 그러고는 허 일병이 자살했다고 허위 보고를 하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허원근은 복무 중 중대 간부들이 규정을 어기고 술을 마신 것이 발단이 되어 상관인 노○○(19소초 선임하사)가 발사한 총탄과 나머지 2발의 총탄(주체는 불확정)을 맞고 사망에 이르렀고, 중대 간부들은 허원근이 최초 총격으로 쓰러졌을 때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자살로 위장하였는 바, 허원근의 사망은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에 의하여 사망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2010년 1심 재판부는 허 일병이 타살되었음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맙니다. 희박한 가능성이긴 하지만 특정 자세를 취하면 소총으로 자살할 수도 있다는 황당한 이유에서였습니다. 2015년 마지막 3심에서 대법원은 허 일병의 사인을 알 수 없다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군의 부실수사를 인정해 유족들에게 3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사건 당시 40대였던 허 일병의 아버지는 이제 70대가 되었습니다. 아들이 없는 30년을 의문사 해결을 위해 싸우고 또 싸운 그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르겠으면 판결을 내리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보상금이고 위로금이고 다 필요 없다고 토로합니다. 

 

그렇습니다. 허 일병의 아버지는 돈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전두환 시절 벌어진 군 의문사라서 육군 수사관에게서 더 이상 들쑤시면 생명에 지장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협박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다 독재정권이 막을 내리자 또다시 농성에 나섭니다. 진실을 규명해달라는 요구였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0년의 세월은 평범한 농부를 법의학과 법학에 능통하게 만들었습니다. 2004년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며 추운 겨울을 거리에서 났으나 국회 법사위는 이 법안을 두 차례나 반려해 폐기했습니다. 그때 법사위원장이 지금 국정농단으로 구속된 김기춘이었습니다. 법사위원장이던 시절 김기춘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하기도 했죠.

 

출처 - 연합뉴스


허 일병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처럼 진실이 파묻힌 채 죽음을 맞이하는 젊은이가 더는 생기지 않도록 검시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검시를 행할 자의 자격 및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안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일명 허원근법으로 2005년 발의됐으나 2008년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이죠.

 

그러다 2015년 9월 대법원이 자·타살 규명이 어렵다는 판결을 내리자 허 일병의 아버지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재심청구를 합니다. 하지만 2016년 12월 말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심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한 허 일병의 아버지는 국민권익위원회에 허 일병의 순직 처리를 해달라는 민원을 넣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년여의 조사를 거쳐 허 일병의 사망 원인과 상관없이 공무 중 사망했다면 순직으로 인정하라며 순직 권고를 합니다. 이에 따라 2017년 4월 국방부에서 사망심사를 진행하여 고 허원근 일병 사망 33년 만인 지난 5월에 순직을 인정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우리나라에서 한국전쟁 이후 군 사망자는 공식적으로 6만 명에 달합니다.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5000명을 제외하고도 말입니다. 이는 한국에서 전쟁을 하지 않아도 매년 1000여 명의 군인이 죽어 나간다는 얘깁니다. 이라크전쟁 9년간 미군 사망자가 연평균 900명이었다죠. 전쟁 없는 평시에 대한민국군에서 더 많은 군인이 죽었다는 의미가 되니 참으로 기가 막히는 노릇 아닙니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죽고, 맞아서 죽고, 교통사고로 죽고 산사태로 죽고, 눈사태로 죽고, 홍수로 죽고, 일사병으로 죽고,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등 갖가지 이유로 죽는 군인이 이렇게나 많다는 건 우리나라 군과 시스템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민주정권 시기인 1998~2005년 사이에도 173명이나 죽었습니다. 아직 갈길이 멉니다. 군 적폐 개혁만이 군 의문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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