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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제주도 바닷가엔 보말[각주:1]이 아주 통통합니다.
6월이 되면 또 고메기가 한창입니다.
보말이나 고메기[각주:2]는 아마도 바다 다슬기 종류일 겁니다.
보말이나 고메기로 죽을 쒀 먹으면 맛이 특이하고도 맛이 있습니다.
건강에도 좋다고 합니다.
5, 6월의 제주도 사람들은 바닷가 검은 돌에 붙어사는 보말이나 고메기 따는 일이 부업입니다.
부업으로 끼니를 대신할 때도 있습니다. 죽이라도 배가 든든하거든요.
이들의 간식 같기도 한 보말죽이나 고메기죽이 가끔은
제주도로 옮겨와 사는 외지인에게도 한 그릇 담겨 옵니다.
제주도 이웃인심이지요.
한 그릇의 인심이 참으로 그득합니다.
바닷가의 한 펜션에 머물던 관광객들이 바다로 나와 보말을 채집하고 있습니다.
예, 보고 있으면 어른이든 아이든 채집 같습니다. 마치 학교에 도로 내야 할 숙제라도 하는 듯합니다.
서툴러서 그런 게지요.
이런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우리도 오늘 밤 죽 쒀 먹자!”
그냥 했을 것 같은 이 말이 왜 그렇게도 웃기던지요.
‘죽 쒔다.’ ‘죽 써서 남 준다.’
평소 새겨하지 않던 이런 말들을 새겨봅니다.
이러면 죽 쑤는 일도 즐거울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바닷가 동네 식당에 나가 보말죽 한 그릇을 사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인심이 언제나 내 맘에 맞게 채워지진 않거든요.
인심이 박해서가 아닙니다.
인심을 기대하는 얄궂은 공짜심이 어느덧 생겨났나 봅니다.
돈 주고 사먹어도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침 장마가 시작되었다니 그릇 감싸는 두 손마저 따뜻하게 하는 죽을 더 먹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혼자 가서는 안 될 듯합니다.
지난번 보말죽을 받으면서,
“저는 드릴 게 없는데….”
했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말 한마디도 허투루 하며 살아선 안 되겠지요.
손수 죽을 끓이는 정성은 못 나눠도 식당은 함께 가서라도 인심을 나눠야 할 것 같습니다.
막걸리도 마시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지만, 뭐 어떤가요.
마음을 어찌 돈 따위 것으로 환산할까요?


  1. 보말은 제주도 지방의 사투리로 ‘고둥’을 뜻한다. 고둥은 숙취, 해독, 간, 위를 보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본문으로]
  2. 제주도에만 서식하는 연체동물. 바다에 아주 작게 더덕더덕 붙어산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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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졌어. 올레길인가 뭔가 생긴 뒤로 우리네 마당을 빼앗긴 것 같아. 사람들이 다니니 옷도 맘대로 입고 나오질 못하니, 이거야….”
“자네도 그런가? 나도 여기로 나올 땐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 입고 나올 수가 없다네.”

“그전이 좋았어.”
“하기여, 우리 바다도 아닌 것을 뭐.”

“근데 왜 이렇게 섭섭한지 모르겠네.”
“그렇지? 나도 그렇다네.”

“함께 나눠야 한다지만 왠지 내 앞마당을 잃은 듯하네.”
“손님을 잘 맞아야 하지만 그들이 주인 된 기분이라네.”

“태어나서부터 주인이었을 우리가 손님 같으니….”
“그래도 외지 사람들이 우리 동네를 찾아주니 반갑긴 하지, 뭐.”

“훌쩍 지나가고 마는 사람들에게 우리 것을 너무 내놓은 것 같아.”
“기억한다지 않는가, 다들 좋다 하지 않는가, 돌아가서도 말일세. 그러면 됐지, 뭘 더 바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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