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 실패와 더불어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국격 추락 사태였던 세계 잼버리 대회를 기억하실 겁니다. 대회가 끝난 지 8개월이 지났습니다. 전 세계에서 욕을 먹은 말도 안 되는 파행을 두고 신속한 결과를 내놓아도 모자랄 판국에 감사원은 미적거리고만 있죠. 그런데 세계스카우트위원회가 잼버리 대회 파행의 원인이 담긴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에 적시된 문제의 원인은 당연하게도(?) 윤석열 정부였습니다.

 

출처 – MBC

 

지난해 8월 부안 새만금 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치달아 제대로 된 기간조차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렸습니다. 우리나라 정부와 전라북도, 조직위는 책임을 떠넘기느라 바빴습니다. 전북도지사는 대통령이 명예총재로 있는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주최기관이고 국무총리가 정부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니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주관을 맡았던 여성가족부 장관은 조직위 사무국에서 허위 보고에 가까운 부실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몰랐다며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감사원이 국제적 망신의 파행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며 감사에 착수했는데 8개월 동안 뭐 하나 내놓은 게 없었죠.

 

출처 - MBC

 

그런데 지난 4월 16일 세계스카우트연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명백하게 "한국정부가 개입해 여러 구조적 문제를 야기"했으며 이로 인해 잼버리가 "실패"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는 "실패"라는 단어가 10번 넘게 강조됐습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지난해 10월부터 새만금 잼버리의 문제를 짚고 개선 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내·외부 인사 6명으로 꾸린 전문가 집단을 통해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반년 간의 자료 수집과 조사를 거쳐 나온 결론은 "한국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주된 실패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대회를 주도했어야 할 한국스카우트연맹은 소외됐고 예산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한국 정부가 잼버리 대회를 좌지우지하면서 여러 구조적인 문제를 일으켰다고 비판했습니다.

출처 - MBC

 

그렇게 끼어들 거면 컨트롤 타워라도 명확히 정해 소통해야 할 텐데 컨트롤 타워의 부재도 심각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장은 애초 여성가족부 장관과 전주가 지역구인 국회의원, 이렇게 2인 체제였는데, 잼버리를 반년도 안 남긴 시점에 행정안전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를 공동위원장으로 추가 선임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머리가 많다 보니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습니다. 정부가 만든 조직위는 공무원들로 구성됐는데 1년에도 수차례 교체되고 인수인계와 역할 분담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잼버리 파행은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출처 – 세계스카우트연맹

 

25th World Scout Jamboree: Report of the independent Review Panel : https://learn.scout.org/resource/25th-world-scout-jamboree-report-independent-review-panel 

보고서에서 세계스카우트연맹은 무책임, 소통 부재, 불투명, 부적절한 리스크 관리 때문에 한국에서 열린 25회 세계 잼버리의 필수품이 너무나도 부족한 혼돈 상황이 야기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잼버리 협회는 의도적으로 세계스카우트연맹을 속였으며, 실질적 주최자인 한국 정부가 사태를 더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는 얘깁니다. 이에 따라 안전, 보안, 청소년들에 대한 보호, 의료지원, 음식, 위생 등의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실패하여 예정된 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철수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폭염으로 문제가 발생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는데도 대회 초기엔 일부 진료소에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으니 먼 타국까지 온 아이들만 불쌍합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윤석열 정부는 잼버리 후처리조차 안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이 임명한 감사원은 세월아 네월아 뭉개기 바쁩니다. 잼버리가 끝난 지 8개월이나 지났으면 행사장이었던 새만금 현장은 원상복구가 진즉 됐어야 합니다.

 

출처 - MBC

 

하지만 철거작업이 지체되면서 당초 계획이 틀어져 여전히 복구 공사중이라고 하죠. 농식품부와의 계약에 따라 지난해 12월까지 새만금 원상복구를 마쳐야 하는 일정이었는데 말이죠. 한 차례 미룬 것이 4월 말까지 기한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최소 3개월은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원이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어 잼버리 조직위는 아직도 해산하지 않고 있습니다. 감사 결과가 나와야 어딘가 책임을 질 텐데, 감사 결과가 안 나오니 행사를 파행으로 끝낸 조직위가 해산도 안 하고 예산 지출만 계속 해대고 있습니다. 감사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 전주 두 곳에 사무실을 운영 중인데 임대료만 월 700만 원이 편성되어 있다고 하죠. 행사를 망치고 아무 일도 안 하는 사무총장 보수로 매월 1300만 원이 책정되어 있어 인건비도 무지막지하게 나갑니다. 그런데 정작 원상복구에 필요한 폐기물 처리와 소송비 등 실제 뒷수습 예산은 전체의 8%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수천억 혈세를 들인 잼버리 대회를 그 꼴로 끝내고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금을 축내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러고도 윤석열은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난립니다. 잼버리와 엑스포에 수천억의 혈세를 날리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군요. 국제적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해 국격도 떨어질 만큼 떨어졌으니 이제 감사원은 명확한 결과를 내고 책임질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게 해야 합니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일을 못 한다 못 한다 해도 이렇게까지 최악인 정권은 처음 봅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21일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습니다. 춘계 예대제를 맞아 개인 자격이 아니라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공물을 봉납한 겁니다. 아시다시피 야스쿠니 신사는 도조 히데키 같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A급 전범 14명과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 중 사망한 군인·군속(군공무원)·정치인·민간인 등 246만 6000여 명이 합사돼 있습니다. 이들 중 213만 3000여 명이 태평양전쟁 때 사망했죠. 일제 군국주의에 의해 큰 피해를 본 우리나라나 중국 등은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공물 봉납을 과거 침략 전쟁에 대한 미화와 정당화로 해석합니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취임 이후 춘계와 추계 예대제, 8월 15일 패전일 때마다 공물을 봉납해왔습니다. 외교부는 21일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면서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MBC

 

하지만 국민은 외교부의 논평이 지난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가 처절히 박살났기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내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아울러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이후 일본에 얼마나 납작 엎드리며 굴욕적인 외교를 해왔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외교부를 '왜교부'로 보는 시각까지 생겼을까요?

일본 극우 언론이 칭찬하는 ‘왜교부’ 만든 취임 100일 윤석열 대통령 : https://ideas0419.com/1311 

강제징용 피해자 두 번 죽이는 윤석열의 매국 외교 : 
https://ideas0419.com/1370

 

출처 - JTBC

 

일본 외무성이 지난 4월 16일 내놓은 2024년 외교청서에 "윤석열 덕분"이라는 표현이 참 많이 나옵니다. 2023년 윤석열 덕분에 한일 관계가 크게 움직였다며 한국을 '파트너'로 격상하여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파트너'를 대하는 예의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죠.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는데, 이번 외교청서에도 이러한 견해가 담겼습니다.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소송에서 일본 피고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판결에 대해서도 일본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일본을 찬양하고 중국을 때려서 얻을 수 있는 '국익'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출처 - MBC

 

현재 미국과 중국의 알력 사이에서 일방적으로 웃고 있는 건 일본입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이 일본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줄을 잇고 있죠. 미중 갈등의 영향으로 좋은 건 다 일본으로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출처 - SBS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는 일본 소니 등과 합작해 JASM을 만들어 구마모토에 제1공장을 돌리고 있으며 2027년까지 7조 원을 들여 제2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오라클은 올해부터 10년 동안 데이터센터 증설을 위해 일본에 11조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시다 총리의 방미에 맞춰 4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앞선 지난 1월에는 아마존이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위해 2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고요. 미중 대립 사이에서 일본이 반사 이익을 독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출처 - YTN

 

최근 엔저 현상까지 겹쳐 일본 증시는 연초 대비 26%가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에 코스피는 11%에 그쳤죠. 일본의 절반도 안 됩니다. 외화가 몰리자 침체되어 있던 일본 대도시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된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31년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에 납작 엎드리는 굴욕적이고 치욕적인 외교를 하면서도 정작 국익을 얻는 일에는 실패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출처 - KBS

 

IMF는 올해 일본 경제 성장률을 2%로 내다봤습니다. 우리나라는 1.4%에 불과합니다.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은 건 25년 만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죠. 30여 년간 쌓아 올린 경제마저 일본 앞에서 주저앉게 된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23년 만에 디플레이션 탈출을 공식 선언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잃어버린 30년이 끝났음을 선언하려고 한다는 얘깁니다. 간과 쓸개까지 빼서 도와줄 '파트너'인 한국 정부가 있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군요.

 

출처 - JTBC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9월 중국이 코로나에서 벗어나면 우리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전망은 여지없이 빗나갔습니다. 중국 경제는 침체 국면에 돌입하며 이른바 '애국 소비'가 심화되어 우리 쪽으로 돈을 잘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한다면서 중국과 갈등을 증폭시키기만 했습니다. 섣부르게 '탈중국' 논란을 자초해놓고 이제 와서 중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외교의 ABC를 알기는 하는 걸까요?

 

출처 - 한겨레

 

생각해보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외교가 윤석열 정부의 전매특허는 아니었습니다. 중국 전승절에 갑자기 참석했다가 사드 배치 문제로 미국과 중국 양국의 뒤통수를 치는 일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한 적 있으니까요. 그 후예답게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동맹에 열을 내고는 콩고물을 받아먹은 것도 아니고, 중국과 척을 진 만큼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이익을 얻은 것도 아닙니다.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결과만 초래했을 뿐이지요.

 

출처 - JTBC

 

정신 못 차리는 윤석열 정부를 4.10 총선으로 국민이 심판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직도 제정신이 아닙니다. 4월 29일 오늘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720일 만에 처음으로 이재명 제1야당 대표와 마주 앉았습니다. 의제 조율에 무슨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남북 정상회담이라도 하는 줄 알았네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이재명 대표의 얘기를 좀 많이 들어보려고 그래서 용산 초청이 이뤄진 것이고, 서로 의견을 좁힐 수 있고 합의할 수 있는 이런 민생 의제들을 좀 찾아서 국민 민생 안정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몇 가지라도 좀 하자는 그런 얘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고 말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건 뭔가 하겠다는 건지, 듣는 시늉만 하겠다는 건지 당최 알 수 없는 화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이번 영수회담이 중국의 향방을 가를 변곡점이 될 수 있을까요?

 

출처 - MBN

 

대통령실은 영수회담 성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 국민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고, 23일과 25일에 걸쳐 실무 협상이 진행됐으나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표가 지난 26일 의제 제한 없이 만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영수회담이 성사됐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의 성격을 '상견례' 정도로 국한해서 보고 있습니다. 의제 없이 모여 얘기를 들을 뿐이라니 대체 무슨 성과가 나오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불통의 이미지를 희석하고 협치하는 시늉으로 어떻게든 막힌 정국을 뚫으려는 심산일 겁니다. 하지만 그의 뜻대로 정치판이 움직일 리 만무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 전환부터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 수용 요구 등 구체적인 성과를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으니까요. 현재 상황을 볼 때 이재명 대표가 영수회담으로 잃을 게 없습니다. 영수회담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윤석열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는 국면입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일본에 다 퍼주고 720일 만에 영수회담에 임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를 지켜볼 때입니다.

지난 주말 완연한 봄의 절정을 느끼려는 마음으로 외출하신 분이 많을 줄 압니다. 그런데 이런 '외출'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들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4월 20일은 제44회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조차 장애인들의 이동권은 찬밥 신세였습니다. 하루 전인 19일부터 1박 2일의 단체 행동을 진행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의 장애인 단체 활동가 4명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전장연의 이규식 공동대표와 활동가 한 명을 특수재물손괴와 폭행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했습니다. 혜화역에서 승강기 문을 고장내고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머리카락을 잡았다는 혐의였습니다. 승강기 문에 부딪혀 고장을 낸 건 실수였고 직원의 머리카락을 잡은 적이 없다고 했지만, 그들의 항변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성북경찰서는 집시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전장연 활동가 2명을 현장에서 체포했습니다. 한성대입구역 인근 횡단보도에서 경찰이 앞을 가로막자 휠체어로 경찰 방패를 밀어냈다는 혐의였습니다. 경찰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위 자체를 막아서는 바람에 길을 건너려고 항의했을 뿐인데 그 자리에서 연행됐다고 하죠.

 

출처 - JTBC

 

이런 뉴스를 볼 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애인들이 집에 가만히 있으면 될 텐데 괜히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장애인들이 과도하게 이동권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그렇게 볼 일이 아닙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이렇게까지 주장하는 이유를 우리 사회가 귀담아 들었더라면, 그들이 과연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은 시혜적이고 일회성인 '장애인의 날' 행사를 거부한다는 취지로 22년 전인 2002년부터 이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정하고 해마다 노동, 인권 관련 사회단체와 더불어 공동투쟁단을 꾸려 연대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왜 이들은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시위를 펼쳤던 걸까요? 2번 출구를 나서서 바닥을 살피면 '장애인 이동권 요구현장' 동판을 만날 수 있습니다. '1999년 6월 28일, 혜화역 장애인(이동권연대 투쟁국장 이규식) 휠체어 추락 사고 이후, 여기서 이동권을 외치다’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중증 뇌병변 장애인인 이규식 씨는 노들야학 학생 시절이던 1999년 6월, 혜화역에 갔다가 장애인용 리프트에서 추락사고를 당한 뒤로 이동권 운동에 매진하는 활동가로 살았습니다. 이 때문에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은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는 투쟁의 현장으로 뜻깊은 장소죠. 

출처 – 연합뉴스

 

올해는 장애인들이 지하철 승강장에서 죽은 듯 드러누워 항의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슬로건처럼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고 싶습니다.'였습니다. 이들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중증장애인노동권 보정특별법을 제정해달라며 각 정당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또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올해 전액 삭감한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의 예산 복원, 해고당한 장애인 노동자 400명에 대한 권리도 주장했습니다.

 

출처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건 '무차별 연행'뿐이었습니다. 혜화역에 수많은 경찰이 모여 장애인들을 끌어냈습니다. SNS에 퍼진 여러 글에 의하면 혜화역 출구마다 장애인이 아닌 것을 확인한 뒤 역으로 입장하게 하는 차별 행위가 벌어져 시위와 상관없는 시민들조차 기분이 나빴다고 합니다. 이 정도의 경찰력을 10.29 참사 때 동원했더라면 안타까운 일을 막을 수 있었을 테죠.

 

출처 - 디미토리

 

이날 스크린도어 고장으로 연착되는 열차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역내 방송을 통해 전장연 시위 때문에 지하철이 연착되고 있다는 거짓 방송을 들었다며 관련 증언을 익명 정보 커뮤니티 서비스인 디미토리에 올렸습니다. 익명의 사용자들은 "지하철에서 시위 때문에 연착된다는 공지 믿지마", "지하철 타는 장애인이 그렇게 미워서 공기업이 시민 상대로 사기를 치는데 이건 넘어가도 됨? 저는 이거야말로 진짜 사기행각이고 시민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라고 봅니다", "이상한 내용이 보이면 다들 재깍재깍 문자로 정정해 주시라... 고의면 심각한 악의인 데다 장기적인 장애인 인권을 위해서라도 절대 넘겨서는 안 되는 문제라 생각이 듦..."이라며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을 욕받이로 쓰고 있는 문제점을 성토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제44회 장애인의 날이던 지난 4월 20일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국가인권위원장 등 장애인들이 면담을 요구했던 이른바 '높으신 분들'은 근엄한 원론만 되풀이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예산을 삭감해 장애인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겼다는 논평을 냈고,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장애인들도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적극 참여, 활동할 환경이 조성돼야 마땅하다고 논평을 냈습니다. 국가인권위원장은 장애인 탈시설의 국제적 흐름에 지역사회가 발맞춰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장애인들의 형편을 끌어다 쓰기 바쁜 모양새입니다. 장애인의 삶을 바꿀 힘이 있는 이들이 장애인들의 형편을 되레 자기네 필요를 위해 끌어다 쓰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출처 - MBC

 

킴 닐슨이 쓴 《장애의 역사》를 번역한 김승섭 씨는 옮긴이의 말에서 "차별은 공기와 같아 기득권에게는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보이지 않지만,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은 삶의 모든 순간을 차별과 함께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책의 저자 킴 닐슨은 "민주주의의 본래 모습이 그러하듯,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의존하며 살아간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고 또 보살핌을 받는다. 납세자, 공교육을 받는 학생, 부모의 자식, 공공 도로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 공적 자금이 들어간 의학연구의 수혜자, 삶의 다양한 순간에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 밖의 수많은 경우에 우리는 서로에게 의존한다. 우리는 상호의존(Interdependent)하는 존재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해석노동》을 쓴 양정호 작가는 해석노동을 "타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판단하려는 습성이자 나를 타자에게 대상화하여 스스로 타자에게 종속시키려는 성향이 습성화된 심리노동"으로 규정하며 이렇게 얘기합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이동권 시위를 하며 자신들의 시위가 초래한 불편함 때문에 장애인들에게 백 번 욕할 때 단 한 번이라도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욕해달라고 했다. 약속 후 20년이 넘도록 장애인의 이동권을 홀대한 주체가 누구인지 생각해 봐달라는 뜻이다.
지난 약속을 이행하지도 않고서 선거철에만 장애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제시하는 정치꾼과 정부에 돌아가야 할 손가락질이 엉뚱하게도 시위하는 장애인들을 향하고 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똑같은 시민이다.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따로 있건만, 우리는 책임자들의 입장에 서서 우리 스스로의 사고방식을 제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장애인 관련 이슈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문제에서 약자가 약자를 비방하고 손가락질하는 일이 만연하다면 그 사회는 '해석노동'에 길든 사회라 할 수 있다.

'해석노동'의 문제는 그것을 수행하는 당사자가 해석노동의 수혜자인 상급자를 비판하는 대신 자신보다 약한 동료나 하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불합리한 행태를 그대로 전수한다는 것입니다. 숱한 산업재해를 은폐하고, 조직 내 성적 괴롭힘을 못 본 척하고, 윗사람으로부터 해서는 안 될 명령을 받았을 때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는 해석노동에 길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은 타자가 아닙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고, 그들이 받는 차별은 우리에게 돌아올 차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출처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우리는 전장연의 이동권 요구 시위를 욕하기보다 그들이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를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장애인들이 "경찰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장애인 불법 연행의 날'로 만들지 마라!"는 구호를 경찰서 앞에서 외쳐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인식의 변화, 제도의 변화를 함께 고민할 때입니다.

이란이 현지 시간으로 지난 4월 13일 밤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 공격을 했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수년째 대리전을 치렀으나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죠.

 

출처 - MBC

 

이스라엘군은 전략적 파트너인 다른 나라 군대와 함께 300발 이상의 순항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과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이란이 발사한 드론이 185대, 순항미사일이 36기, 지대지 미사일이 110기에 이른다고 하죠. 주 이스라엘 한국 대사관에서도 긴급 안전공지를 전파했습니다.

 

출처 - YTN

 

이란이 쏜 대부분의 무기는 이스라엘 국경 밖에서 대부분 요격됐습니다. 하지만 이란의 무기가 과거보다 정교해지고 강력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친이란 무장세력이 최근 사용하던 무기보다 사거리나 비행거리 면에서 길고 정확도가 높다는 겁니다.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큰 탄도미사일 능력을 갖추고 대부분 자국산 미사일을 갖추고 있죠.

 

출처 - YTN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로 미사일을 발사한 이유는 지난 4월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이 공격을 받아 최고 사령관을 비롯한 7명의 장교가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란은 영사관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이스라엘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란 입장에서는 이번 드론과 미사일은 그때의 보복 공격이었습니다. 이란의 가장 강력한 군대인 이란혁명수비대는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영사관 공격 등 시오니스트 정권의 반복되는 범죄에 대한 보복으로 공격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대응 공격을 하면 다음 작전은 두 배로 증강해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단 이란이 외교 시설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며 이 문제를 종결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다시공격하지 않는 한 여기서 끝내겠다는 것이죠. 이란이 이번에 발사한 300여 기의 공습 무기 중 대부분이 드론이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스라엘에 대응할 시간을 충분히 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편 미국은 이란의 공격을 사전에 예측하고 이스라엘과 대응책을 논의해왔다고 하죠. 이 과정에서 미국은 이란의 공격이 제한적일 경우 상황을 통제 불능 상태로 악화시키지 말라고 이스라엘 정부에 못을 박았다고 합니다. 이란 역시 오만을 통해 미국에 통제된 공격을 단행할 경우에는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확약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고요. 미국이 뒤에서 이렇게 백방으로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이스라엘 정부 수반이 극우매파인 네타냐후 총리이기 때문이겠죠. 이스라엘 내부에서조차 퇴임 요구 시위가 일어날 정도이다 보니, 이번 중동에서의 긴장을 폭발시킨 건 네타냐후가 본인의 사법문제를 피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라는 것과 권력을 유지하길 원하는 개인적인 욕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출처 - 데일리메일

 

우리나라에서 심심하면 인용되곤 하는 유대인들의 애국심과 참전 의지와 달리 네타냐후의 아들은 이 엄중한 시기에 월세만 700만 원이 넘는 미국 마이애미의 고급 아파트에서 놀고먹는 모습이 공개돼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직업도 없는 백수인데 무슨 돈으로 저렇게 놀고 먹고 있는지 이스라엘 국민들도 궁금해할 정도랍니다. 이걸 보면 네타냐후를 비롯한 이스라엘 극우매파가 진짜 국가를 위한 전쟁을 하고 있는 건지 정권 유지를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건지 답이 나오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속이 타는 바이든은 네타냐후와 통화하며 재보복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이란을 겨냥한 어떤 공세 작전에도 참여하지 않고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도 이해했다고 일단 얘기했다고 하죠.

 

출처 - SBS

 

하지만 이스라엘은 지난 4월 19일 새벽(현지 시간) 이란   이스파한 지역에 대한 재보복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코멘트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이 지역을 포함하여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계속 협의하고 있으며, 위험이 추가적으로 고조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확전을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출처 - MBC

 

이스파한 지역에는 이란 육군 항공대 기지뿐 아니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핵 시설이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측은 이스파한 핵시설이 무사하다고 밝혔다고 하죠. 미국의 고위 당국자는 CNN에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지 않았다고 밝혔고요. 그러니까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에 대해 핵시설을 타격하는 초강수는 피한 셈입니다.

 

출처 - 뉴시스

 

CNN에 따르면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번 공습이 지난 13~14일 이란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제한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4~48시간 이내에 보복에 나선다는 계획을 미리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하고요. 여기서 우려스러운 점은 확전을 우려하는 미국과 국제 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굳이 재보복에 나섰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재보복에 사용된 무기를 놓고서는 이스라엘과 이란 측의 주장이 엇갈립니다. 《뉴욕타임스》 는 서방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이스라엘 전투기에서 발사된 미사일 1기가 이란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고 중부 나탄즈 부근 방공망에 손상을 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란 레이더망을 우회하는 기술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이란에 보낸 경고 메시지"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이란은 이스라엘이 사용한 무기가 드론 3기뿐이라고 주장했다고 하죠.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미 NBC와의 방송 인터뷰에서 "그건 아이들 장난감에 가까운 것으로 드론도 아니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후속 공격 등) 결정적인 행동을 한다면 우리는 최대 수준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네타냐후가 동맹국들의 확전 우려를 고려해 제한적 보복에 나선 것은 분명합니다.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습에 대해 이란 측이 "드론 공격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고 드론도 격추했다"고 밝힌 것을 볼 때 이번 상황이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되길 바랄 뿐입니다. 현 상황에서 이란이 다시 공격을 감행한다면 1973년 제4차로 끝난 중동전쟁이 51년 만에 재발할 수도 있으니까요.

 

출처 - 서울신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중동의 평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와중에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공격이 반복되는 모습이 발생하여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지난 4월 12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신임 총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모으기로 다짐하는 회담을 했습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일이 훨씬 더 가까워지고 있다며 스페인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 함께 움직일 것이라고 했는데, 이스라엘이 곳곳에서 분쟁과 전쟁 상황을 연출하는 모습을 보면 중동의 평화가 대체 어떻게 조성될 수 있을지 암담한 상황입니다.

 

출처 - SBS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은 물론 이란과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며 세계를 격랑 속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대외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요? 4.10 총선으로 국내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가 했는데 국제 정세를 생각하니 걱정이 생기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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