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 가상화폐 판이 현재 얼마나 도박판으로 변질되어 버렸는지 많은 분이 알게 되셨을 것 같습니다. 투기를 넘어 도박에 가까워진 가상화폐 판에 대해 정부는 대대적인 규제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을 국세청에서 조사에 착수했으며 법무부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거론하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죠.


출처 – YTN 유튜브


정부의 규제가 시작되자 가상화폐 거래소의 국내 신용카드 거래도 막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신금융협회는 최근 국내 카드사 8곳이 국내 투자자가 해외 사이트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할 수 없도록 신용, 체크카드 거래를 모두 금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의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침을 틈타 이를 우회한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한 조치인 것으로 보입니다. '코리안 프리미엄'이라고 외신이 보도할 정도로 국내 가상화폐 시세는 다른 외국 거래소 시세에 비해 40퍼센트나 비싼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없어서 못 팔 정도의 광풍이 휩쓸었죠.



출처 - 한국경제


정부의 강경 안이 발표되자 가상화폐 시세는 빠르게 폭락하기 시작했고 이에 투기에 열을 올리던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의 불씨를 죽인다며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성토를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너무 몰린 나머지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한동안 먹통이 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투기로 묻은 자기 돈에 대한 핑계로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는 건 잘못입니다. 공부 핑계로 컴퓨터를 사놓고는 오락밖에 안 했던 어린 시절의 나쁜 습관이 아니라면 그만두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투기에 혼을 뺏긴 사람들은 그럼 주식시장도 폐쇄하라며 울부짖고 있습니다. 주식투자는 기업의 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참가해 그 기업의 경영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로 실적이 개선되면 배당금을 받을 수 있고 법적으로 각종 규제와 보호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죠. 반면 가상화폐는 실체도 없고 주주총회나 배당금이 없으며 법적 규제나 보호장치는 고사하고 법적인 지위조차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주식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되는 일도 발생하긴 합니다만 그걸 위해 법이 존재하고 계속 개정해나가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주식을 사면 그 돈이 모여 기업이 기술개발과 경제활동을 하게 해주어 사회와 세계 속에서 돈이 돌게 하고 경제 시스템을 순환시켜줍니다. 기업의 존재 목적을 주주 이익 극대화에 두는 주주 자본주의에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투자된 돈을 빨아들이기만 하고 아무것도 낳는 게 없는 현재의 가상화폐 시장을 주식과 똑같다고 보는 건 근본적인 오류입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나, 어제까지만 해도 주식과 부동산 투기자들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으라고 비난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 자신의 가상화폐 투기를 규제하는 것은 서민 죽이기 적폐라고 우기는 건 누워서 침 뱉기가 아닐까요? 주식 자체가 굉장히 공격적이고 고위험군의 투자상품인데 그보다 더 위험한 가상화폐를 하면서 안전을 보장받고 싶다는 심보는 뭔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게다가 엄밀히 따져서 4차 산업혁명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투명한 전체 공개 장부인 '블록체인 기술'이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가상화폐 그 자체가 아닙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가 중앙집중적인 전통적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의문과 불신으로 만든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기술들은 무정부주의적인 이상론에 입각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업과 정부에 의해 크게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볼 수 있고 조작할 수 없는 장부라니 이런 기술을 세금과 선거 시스템에 적용한다면 일대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출처 - 이데일리


우리 국민의 78.2퍼센트는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정부의 규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세대, 모든 연령, 심지어 가상화폐를 투자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조차도 가상화폐 규제에 손을 들어준 겁니다. 적어도 지금의 가상화폐는 거품이고 도박판입니다. 이제 그 거품이 꺼질 때가 왔습니다.

 

고등학생들의 사기로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50조 원가량 빠지며 가상화폐 시장이 송두리째 흔들렸습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자체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죠. 사건의 발단은 '비트코인 플래티넘'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새 가상화폐가 분리돼 나오는 것을 '하드포크'라고 하는데, 이 하드포크로 비트코인에서 갈라져 나온 비트코인 플래티넘이 나올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하드포크가 이뤄지면 기존 가상화폐 보유 수량만큼 추가로 새 가상통화를 얻을 수 있어 수익이 배가될 수 있습니다. 이미 하드포크로 탄생한 비트코인 캐시와 비트코인 골드는 각각 수백만 원대에서 수십만 원대까지 거래되고 있었기에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호재로 다가왔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11일 미국 주식시장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 출시와 함께 비트코인 플래티넘 출시예정 소식은 비트코인 가격을 2400만 원대까지 급등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기였다는 겁니다.


출처 - 한겨레


비트코인 플래티넘 공식 계정에 하드포크가 연기된다는 소식이 올라오더니 놀란 투자자들이 묻는 질문들에 공식 계정이 한국어로 "그러게 누가 사랬냐. 숏 개꿀띠"라는 조롱을 퍼부은 겁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투자자들이 IP 추적을 한 결과 이 공식 계정으로 조롱한 사람은 우리나라 고등학생으로 밝혀졌죠. 전모를 파악하고 보니 해킹 사건이 아니라 이 모든 게 고등학생들이 저지른 사기극이었습니다. 

 

사람들의 항의와 분노가 빗발치자 결국 "죄송합니다. 사실 (비트코인 플래티넘은) 스캠(속임수) 코인 맞습니다. 500만 원 벌려고 그랬습니다"라는 사과문이 올라왔습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시장은 공황 상태에 빠졌죠. 이날 하루 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40퍼센트 폭락했습니다. 500만 원 벌려던 고등학생들의 사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50조 원이 증발한 겁니다. 비트코인 광풍이 부른 정말 웃지 못할 촌극인 셈입니다. 사기를 벌인 장본인인 고등학생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천만 원짜리 게임 아이템 때문에 게임 회사에 조폭이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세상이니 수십조를 증발하게 한 발칙한 자기네를 죽이러 누가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한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편 1990년대에 〈오늘 같은 밤이면〉이라는 노래로 큰 인기를 구가한 가수 박정운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예전 〈무한도전〉의 토토가처럼 옛날 가수들이 재조명을 받는 프로그램의 영향 때문인가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으나 사실은 그가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한 2000억 대 가상화폐 다단계 사기 사건에 연루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기단은 1년 동안 이더리움을 채굴할 수 있는 채굴기에 투자하면 많은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투자자 2만여 명으로부터 2700억 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 사기 사건처럼 어이가 없는 점은 이 투자자들이, 아니 이더리움 채굴기를 만들겠다고 사기를 친 다단계 회사라도 채굴기가 아니라 그냥 그 타이밍에 그 돈으로 이더리움을 샀다면 사기가 아니라 대박 사례가 되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최근 해킹으로 파산을 선언한 코인거래소 유빗의 경우도 사기와 비슷한 눈초리를 받고 있습니다. 해킹으로 인해 전체 자산의 17퍼센트에 해당하는 코인손실액이 발생해 파산을 선언한 유빗이 알고 보니 사고가 나기 18일 전에 30억짜리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애초부터 보험 금액을 노린 보험 사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이 모든 촌극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를 둘러싼 사기극을 처벌할 명확한 규정이 없는 현실입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는 화폐나 금융상품 등의 법적 지위가 없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피해를 보더라도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금융감독원장도 가상화폐 거래를 도박에 비유하며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구제책은 없다고 못 박았죠. 금융상품도 화폐도 아니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조심하라는 것뿐이라고 말입니다. 핀테크와 가상화폐 거래는 확실히 구분하겠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유빗 파산의 경우에도 가상화폐는 금융업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파산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손실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피해자들이 점점 많이 생기기 때문인지 정부는 내달부터 가상통화거래소에 본인확인시스템을 가동하겠다며 규제를 본격화할 의지를 밝혔습니다.


출처 - JTBC



생각비행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렸던 6월 21일, 비트코인 세계 평균 시세는 290만 원대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올리는 현재 세계 평균 시세를 보면 약 2000여만 원입니다. 겨우 6개월 만에 7배가 뛴 겁니다. '그때 투자하기만 했어도...'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광풍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인플레를 고려해도 인류 최대의 거품이었던 '튤립 버블'을 비트코인 광풍이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출처 - 나무위키

 

네덜란드인들의 비정상적인 사랑은 1637년 2월 3일을 기점으로 종말을 향해 치달았습니다. 튤립의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투기 거품이 꺼지면서 튤립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의 여러 도시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빚을 받으러 다니는 사람과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 간의 말다툼과 야만도주가 성행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채권자인 동시에 채무자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의회가 중재에 나서서 "조사가 끝날 때까지 튤립 거래를 보류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했죠. 모든 계약서가 일괄적으로 무효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두 부류의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가난에 허덕이며 평생 빚을 갚다가 죽거나 혹은 자살하는 사람과 벼락부자가 되어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작은 꽃 한 송이가 빚은 진풍경치고는 그 대가가 너무 혹독했습니다.

 

출처 - 팩트올

 

튤립 파동의 역사를 보면 지나친 투기 행위가 사람들에게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거품은 꺼지기 마련입니다. 가상화폐에 과열된 투기 열기가 식을 때의 충격을 우리 경제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 질문에 대해 "로또 번호를 알아두겠다" "상장될 때 삼성전자 주식을 사두겠다" "IMF 직전에 재산을 현금화하고 건물을 사두겠다" 등이 사람들의 흔한 댓글입니다. 일확천금의 타이밍을 노리겠다는 생각이 보편적인 생각이겠죠. 그런데 같은 질문에 대해 조금 생소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으로 되돌아가 비트코인을 채굴하여 쟁여놓겠다" "2015년으로 되돌아가 이더리움에 투자하겠다" 같은 댓글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뉴스에 자주 오르내려 이름은 들어봤지만 누군가에게 설명할 정도로 잘 아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실물이 아닌 가상화폐입니다. 암호화폐라고도 하며 최근 10년간 금융·경제 분야에서 논란과 관심의 핵심 중 하나였습니다. '이것을 과연 화폐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실물 경제에서 사용 가능한가' 등의 논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투기 세력이 생길 정도로 급속히 현실 경제의 한 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화폐를 대체해나가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 유튜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는 '해시 함수'라는 컴퓨터 수학적인 알고리즘을 통해 화폐를 생성하고 거래 내역을 검증합니다. 이 때문에 '인터넷 뱅킹'이나 '사이버 머니'와 비슷한 건가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나 그 근본은 상당히 다릅니다. 

 

출처 - 동아일보

 

 

비트코인은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로서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고 개인이나 사기업이 '채굴'을 통해 돈을 만들어냅니다.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고 거래 기록을 남기기 위해 '블록체인'이라는 일종의 공공 거래 장부를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본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해킹해 위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비트코인 이후에 나온 이더리움은 현재 2위의 가상화폐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거래 내용뿐 아니라 계약서, SNS, 이메일, 전자투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출처 - 유튜브


기존의 가상화폐와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화폐라는 점에 있습니다. '도토리' '네이버 캐쉬' '페이스북 크레딧' '초코' 등은 가상화폐지만 한국은행의 원화로 교환되거나 교환가치가 일정한 전자화폐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죠. 하지만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는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P2P로 빠르고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며, 그 생성이 암호화된 수학적 알고리즘을 컴퓨터로 풀어내는 것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예를 들어 비트코인 개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가 짜놓은 함수에 따라 향후 100년간 발행될 화폐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2100만 개까지만 발행되는데요, 2015년 현재 1500만 개 정도가 발행되었으니 600만 개 정도가 남은 셈입니다. 개인이 됐든 기관이 됐든 정부가 됐든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로 암호화 문제를 풀면 비트코인이 일정량 만들어지도록 보장되어 있습니다. 이를 채굴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이 달러라는 기축통화로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현 세상을 금본위제로 되돌려놓을 미래의 황금으로 취급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많은 컴퓨터가 문제를 풀수록 문제의 난도가 높아져 전체 비트코인 시스템의 보안성이 한층 강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2100만 개로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은 보통 4년 주기로 반감기를 갖습니다. 채굴을 계속하다 보면 한정된 양에 따라 보상이 반감하는 것으로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이죠.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반으로 줄고, 그렇기에 자본과 기술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더 달려들어 채굴을 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생성 함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집니다. 

 

출처 - 전자신문

 

2009년 비트코인이 생긴 직후에는 비효율적이긴 해도 똑똑한 사람이 달려들어 종이와 연필로 풀려면 풀 수는 있는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양자 컴퓨터라도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개인은 물론 국가의 슈퍼컴퓨터도 풀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2016년 말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연산력은 20080812.13페타플롭스라고 합니다. '페타플롭스'는 보통 슈퍼컴퓨터처럼 처리량과 처리속도의 단위가 일반 PC와는 다른 컴퓨터에 쓰이는 단위입니다. 현재 전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의 연산능력을 모두 합해도 363페타플롭스입니다. 그러니 전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를 전부 합한 것의 5만 5000배에 달하는 연산능력 네트워크인 셈이죠. 보안 수준과 문제 풀기는 나날이 어려워지고, 그렇기에 그 가치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의 '골드러시'라고나 할까요?


출처 - 중앙일보


2010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비트코인으로 이뤄진 첫 거래가 있었습니다. 비트코인을 달러로 환전하지 않고 비트코인 송금만으로 현실의 물건을 살 수 있는지 궁금했던 한 사람이 비트코인 1만 개로 피자 두 판을 샀습니다. 당시 피자 두 판은 30달러 정도였으나 비트코인 1만 개는 40달러(4만 원) 정도의 시세였다고 합니다. 비트코인으로 시도하는 첫 거래 기념으로 웃돈을 주고 피자값을 계산한 건데요. 그런데 그 피자를 산 비트코인 1만 개가 3달 뒤에는 600달러, 연말이 되니 2600달러가 되더니 이듬해 4월에는 1만 8000달러가 되어 있었고, 급등한 비트코인의 가치 때문에 2017년 초 기준으로는 낮춰 잡아도 10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피자를 샀던 이 시기에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10만 원어치 샀다면 10년도 안 된 지금 1600억 원이 되어 있다는 소립니다. 후발 주자인 이더리움 역시 지난 1월 1일 8.52달러였으나 반년 만에 250달러를 돌파해 가치가 2839퍼센트 수직상승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경제


어마어마한 가치에 눈독 들인 투기 세력이 몰리고 있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변동성이 굉장히 높은 투자상품이 되었습니다.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하루 거래 대금이 이미 1조 원을 넘고 있습니다. 코스닥 시장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1600년대 네덜란드 튤립 사재기처럼 거품이 되어 투자자들이 자칫 하루아침에 깡통차게 될 위험성도 커지고 있죠. 비트코인 커뮤니티에는 중국계 환치기 세력까지 한국 가상화폐 시장에 대량 유입됐다는 루머가 돌고 있을 정도라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짧은 기간에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출처 - CBS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손쓰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애초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은 중앙은행 없이 전 세계에 분산된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화폐다 보니, 일단 이 가상화폐가 법적으로 증권인지 재화인지에 대한 기본적 정의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겁니다. 게다가 어느 나라 정부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규제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 역설적으로 그 나라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공식 화폐의 지위를 획득했다는 것으로 여겨져 투기 세력이 더 몰리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가 '지대추구행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죠.


겨우 20년 만에 인터넷이 없던 시절을 까마득히 잊고 지내고, 10년 만에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실물 경제를 움직이는 가상화폐까지 등장한 세상입니다. 최근 인구에 회자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를 어떤 세계로 이끌어 갈까요? 기대와 걱정이 맞물리는 세상입니다. '모르는 게 약이다'는 말이 더는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기술을 잘 통제하지 않는다면, 기술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삶을 피할 수 없습니다. 집단지성의 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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