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릴 것 같던 폭염이 수그러들고 8월도 마지막 주에 접어들었습니다. 작년 8월 31일에 <내 방 안의 영화제, EIDF 다시보기>라는 기사로 EBS국제다큐영화제 소식을 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1년이란 시간이 훌쩍 흘러 올해도 EIDF가 시작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놓쳐선 안 될 진수성찬 같은 영화제입니다.

 

출처 – EIDF 2015


올해는 '세상과 통하다(Connecting with the World)'라는 주제를 내걸고 현대 사회 속 개인의 삶과 타인의 삶, 공동체의 관계를 재고함과 아울러 다양한 생각이 존중받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오늘로 500일이 되었습니다. 불통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올해 EIDF 주제가 큰 울림으로 다가오네요.


현재 한창 진행 중인 EIDF 2015는 8월 30일(일)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극장, TV, 인터넷 다시보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실 수 있습니다. 따끈따끈한 다큐멘터리를 모두 볼 수 있는 상영관은 EBS스페이스, 서울역사박물관, 미로 스페이스, 아트하우스 모모 4개관입니다. 영화관을 직접 가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TV 방영과 인터넷 다시보기 D-BOX도 운영하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출처 – EIDF 2015 누리집

 

EIDF 2015 누리집: http://www.eidf.co.kr/2015kor/


EIDF 2015 극장 예매 시간표: http://www.eidf.co.kr/2015kor/screen/play


EIDF 2015 TV방송 편성표: http://www.eidf.co.kr/2015kor/screen/tvSchedule


EIDF 2014/2015 VOD 다시보기: http://www.eidf.co.kr/dbox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을 반영해 EIDF 2015도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변화했습니다. 얼마 전 개편한 생각비행 블로그처럼 말이죠.

 


2014년 인기 다큐멘터리들을 VOD 구매로 편히 볼 수 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지요. EIDF 2015 상영작은 작년처럼 TV 방영이 끝난 후 무료 VOD 보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기간이 1주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찜해둔 다큐멘터리는 이번 일요일까지 얼른 보시기 바랍니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씨입니다. 주말을 이용해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문화제에도 참석하시고 나와 타인, 세계와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다큐멘터리도 보면서 뜻깊은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출처 – EIDF 2015


시티즌포(Citizenfour)http://www.eidf.co.kr/2015kor/movie/view/146


미국국가안전보장국(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과 그 프로그램을 폭로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의 인물이 된 에드워드 스노든에 관한 다큐멘터리의 대표작입니다. '시티즌포'는 2013년 당시 NSA에서 일하고 있던 스노든의 별칭이었죠. 스노든을 직접 촬영하고 인터뷰한 희소성 있는 영상은 물론 NSA의 기밀문서도 직접 볼 기회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국정원 해킹 사건을 겪은 우리네 일상의 이면을 들여다볼 여지도 생기겠지요. 올해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해 큰 화제를 일으킨 다큐입니다. 아쉽게도 금/일 2회에 걸쳐 극장 상영만 합니다. 집중해서 관람하실 분은 어서 예매하세요.

 


출처 – EIDF 2015


월스트리트의 예언자(The Forecaster)http://www.eidf.co.kr/dbox/movie/view/163


중국발 경제 위기가 세계를 덮치고 있는 이때, '10월 1일 경제 위기가 전 세계로 번져 공황에 이를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1999년에 마틴 암스트롱은 오늘날 국가 부채 위기의 도래를 예언하며 2015년 10월 1일 이후 경제 위기가 전 세계로 번져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개발한 경제전환예측 프로그램과 이 예언 때문에 FBI에 연행되어 재판도 없이 7년간 수감되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미네르바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월스트리트의 예언자>는 극장, TV, 인터넷/스마트폰을 통해 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 EIDF 2015


인도의 딸:그날 버스에서 있었던 일(India's Daughter)

http://www.eidf.co.kr/dbox/movie/view/132


인도 델리에서 23세 여성이 잔인하게 버스에서 강간당하고 살해된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바다 건너 우리나라에서도 천인공노한 사건이었죠.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인도 전역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큰 항의 시위가 일어났고, 전 세계적으로 성폭행과 연관된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를 촉발하기도 했습니다. 권력관계를 악용한 성추문, 데이트 성폭력 등이 우리나라에서도 끊이지 않고 일어납니다. '인도의 딸'을 살해한 혐의로 교수형을 선고받은 범인이 처형 직전에 한 인터뷰를 보면 성범죄와 폭력의 원인이 일그러진 사회와 그 사회의 도덕성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도의 딸> 역시 극장, TV, 인터넷/스마트폰을 통해 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주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 저녁부터 주말 동안 이뤄지는 행사도 있으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 9시, 서울 대한문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기다림과 진실의 버스'가 있습니다. 아직 바닷속에 있는 희생자를 기억합시다. 그들을 기다리는 유가족의 아픔을 기억합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는 그 날까지, 가만히 있지 말고 행동합시다.

 

출처 - 4.16연대

 


한국의 미래, 차라리 붕괴해버리고 새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청년이 다수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KBS) : http://news.kbs.co.kr/news/NewsList.do?SEARCH_MENU_CODE=0849&



KBS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에서 청년들의 충격적인 현 상황이 인용되었습니다. 지난 9일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이 주최한 '한국인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란 토론회에서 20~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바라는 미래상이 무엇이냐'라는 설문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라고 응답한 청년은 23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붕괴, 새로운 시작'이라고 답한 청년은 두 배에 가까운 42퍼센트나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노력한들 성장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 모조리 붕괴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것 외에는 답이 안 보인다는 인식이 청년 대다수의 저변에 깔렸습니다. 살인적인 스펙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도 여태까지는 경쟁을 견뎌내기만 하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리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현실이 전혀 그렇지 못하기에 이제는 모든 걸 놓아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이투데이


앞선 설문 결과를 두고 6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분들은 고도성장기에 열심히 하기만 하면 적어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 땅의 청년들은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성공회대 대학원 김연아 박사의 논문인 <비정규직의 직업이동 연구>에도 나왔듯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가 자라서 또한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대물림되는 비정규직


부모가 비정규직이면 자녀도 비정규직일 가능성은 무려 77.78퍼센트, 정규직일 가능성은 21.6퍼센트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정규직의 사정이 그리 나은 편도 아닙니다. 논문을 보면 부모가 정규직이어도 자녀가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67.8퍼센트, 정규직일 가능성은 27.4퍼센트였습니다. 이를 보면 한국 사회가 지위 이동의 기회가 균등하지 않고, 빈곤의 세습 구조가 이미 굳어졌이 드러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부모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지금 같은 경제구조에서는 자녀가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지금과 같은 정책하에서 가면 갈수록 더 안 좋아질 겁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청년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하는데, 이명박근혜 정권의 기조는 한결같이 반대로 가고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2년 비정규직을 4년 비정규직으로 연장해주겠다는 이른바 '장그래법' 따위의 말을 내뱉을 리는 만무하니까요.

출처 - 경향신문


지금 세상에선 기성세대가 흔히 청년에게 요구하는 노력과 야망, 진취성 등을 갖춰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야말로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가 되고 맙니다. 청년들의 비관적인 인식이 현실에 더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은 사회 구조가 차라리 모조리 붕괴된 이후 새 출발을 하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것일 테니까요. 아쉬운 위로일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나마 일본의 상황과 비교하면 우리 청년들은 새 출발에 대한 인식이라도 남아 있어 불행 중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포기하면 편해, 일본의 사토리 세대


고도성장기 때부터 이런 말이 있었죠. 일본의 현재는 한국의 10년 후다. 실제로 고령화 문제뿐 아니라 청년 문제에 있어서도 한국은 일본을 뒤따르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청년들을 대표하는 말은 '사토리 세대'입니다. 희망이 없기에 행복하다는 그들은 고령화 위주의 정책 때문에 사회안전망에서도 소외되었고, 잃어버린 20년으로 인한 경기 불황 때문에 비정규 계약직으로 내몰려 철저한 빈곤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경제력이 없다 보니 아무것도 탐내지 않는, 자신의 욕망마저 거세해버린 일종의 득도 상태에 내몰려 있습니다. 

 

일본 청년 세대의 연봉은 15년 새 4000만 원대에서 3000만 원대로 대폭 줄었으나 청년의 생활 만족도는 오히려 50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올랐다고 합니다. 버블 경기 때 모두가 욕망에 가득 차 있을 때는 아무리 벌어도 공허하더니 이젠 사회, 경제 등 현실적인 문제로 욕망을 거세할 수밖에 없게 되니 오히려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는 기형적인 심리 상태에 다다른 겁니다.

출처 - JTBC


이렇다 보니 오히려 비상이 걸린 쪽은 정부와 기업입니다. 고령화로 점점 줄어드는 인구 구조, 청년층의 경제력 상실 같은 이유 때문이죠. 당장 일본 자동차 내수 산업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돈이 없는 청년들은 자동차를 사지도 않을 뿐더러 자동차를 몰고 싶다는 욕망마저 희박합니다. 실제로 20대 운전자 비중이 10여 년 새 반토막이 났습니다. 최근에는 운전면허조차 따지 않으려 해서 자동차 기업들이 운전면허를 따기를 권하는 캠페인성 광고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만혼을 넘어 일본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 자체에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비정규 계약직을 전전하다 보니 돈이 없어서 이성을 못 만나고,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으니 혼자만의 소소한 즐거움에 천착해 초식남 수준을 넘어 절식남이 되었습니다. 실제 일본은 50세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인구 비율이 30년 전에는 단 2.6퍼센트였으나 현재는 무려 20.1퍼센트로 8배가 증가했습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이지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청년 세대의 암울한 현실 앞에서 일본 경제는 물론이고 나라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현재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6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 대비 64퍼센트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신규 취업 청년 5명 중 1명은 1년 이하 단기 계약직이며, 이렇게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청년 중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청년은 고작 11퍼센트에 불과합니다. 한국도 일본처럼 청년을 죽여서 기업을 먹여 살리는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청년층에 과감히 투자하고 그들을 구제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합니다. 지난번 세계 금융위기로 위기에 봉착했던 그리스와 아이슬란드의 흥망성쇠를 보면 답은 자명합니다. 그리스와 아이슬란드는 세계 금융위기 이전 저금리 시대에 무작정 돈을 끌어와 묻지마 투자로 단기적인 호황을 누렸으나 2008년 금융위기가 도래하자 순식간에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그리스는 우리나라가 흔히 그랬듯 은행과 대기업을 살리기 위해 세금 재정을 모조리 끌어모아 퍼부었고 국민들의 복지를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습니다. 특히 청년층의 육아와 교육 예산은 최우선 삭감 대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청년층은 졸지에 복지도 줄고 은행과 대기업의 빚마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처지로 몰락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러분이 잘 아시는 대로입니다. 그리스는 –3.3퍼센트의 최악의 경기침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현재 유로존 탈퇴라는 도박을 걸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나라 경제가 피폐해졌습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아이슬란드도 처음에는 부실 대기업과 은행을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집에서 가지고 나온 냄비와 솥을 두드리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부실 대기업과 은행은 자기들의 탐욕으로 묻지마 투기를 하다 그렇게 된 것이니 그들 스스로 책임지도록 그냥 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무책임함을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준다면 이는 미래 세대인 청년들을 죽이는 일이고 나아가 나라를 죽이는 일이라고요. 정부는 IMF 원조를 못 받을 수 있다며 국민을 협박했지만 국민들은 청년 세대의 미래를 빚더미로 몰아넣느니 차라리 그편이 더 낫다고 했습니다.

 

결국 성난 민심에 총리가 물러나고 부실 은행과 대기업, 연루된 정치가 등 90여 명이 금융위기의 책임을 물어 기소되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경제위기에 오히려 청년과 복지를 대폭 확대합니다. 이로써 사회보장 지출이 금융위기 전보다 36퍼센트나 늘어났습니다. 예산은 법인세와 부유세로 충당했습니다. 이렇게 강화된 사회안전망 덕분에 아이슬란드 청년들은 직업훈련과 재취업의 기회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고, 그 활력이 아이슬란드 경제 자체를 일으키는 기적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현재 아이슬란드는 유럽 평균을 뛰어넘는 3.5퍼센트라는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반면 실업률은 절반인 4.9퍼센트로 저조합니다.


그리스와 아이슬란드는 똑같은 위기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사는 것이죠!


자본주의란 무엇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니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구소련의 붕괴 이후 사실상 세계는 자본주의로 재편되었습니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에 오른 자본주의의 그늘은 날로 짙어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같이 실물 없이 돈이 돈을 낳는 파생상품의 남발로 전 세계가 금융위기의 역풍을 맞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자본으로 얽혀 있는 수많은 세계 국가의 경제와 개인의 살림살이를 위협했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은 경제는 물론 사회와 정치, 문화, 예술 등 인간의 손길이 미치는 모든 곳에 엄청난 위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생각비행은 가정 경제의 구조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위인 100만 원에 주목해보려 합니다.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100만 원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출처 - 연합뉴스



100만 원,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허위진술서의 대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유우성을 어떻게든 간첩으로 만들려 했던 국정원이 건넨 비리의 대가가 100만 원이었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김우수) 심리로 열린 간첩 증거조작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 중국 출입국관리소 직원 임아무개(49)씨는 "국정원이 요구하는 대로 진술서를 써주고 현금으로 1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동포인 임씨는 중국 길림성 소학교에서 자신의 담임교사였던 국정원 협조자 김원하(62·구속 기소)씨 소개로 만난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자신이 쓴 진술서를 조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허위진술서 대가 100만원 건네"(한겨레)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선량한 시민 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할 거짓 진술서를 써준 대가로 전직 중국 공무원에게 건넨 돈이 100만 원이라는 이야깁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에 100만 원이란 액수가 너무 적다고 느낄 수 있으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부와 국가기관이 나서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기에 충분한 액수입니다.



100만 원, 눈감아 줄 수 있는 리베이트의 최소 단위?



출처 – 메디파나 뉴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23일 지난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도 시행되기 전 100만원 이하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약 1만 여명에 대해서는 행정처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행정처분 면제의 이유는 리베이트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이 리베이트 내역이 제약사가 일방적으로 기록한 것이라 실제 조사해보면 의사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이같이 판단했다고 전했다.


100만원 이하 '리베이트 '받은 의사 행정처분 면제(약사공론)


의료민영화 혹은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며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의료계이지만 사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상위 계층에 속합니다.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쌍벌제도 시행 이전 100만 원 이하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은 행정처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88만원 세대에게는 한 달 월급을 훌쩍 넘는 큰돈입니다. 만일 100만 원을 훔쳤다면 사회적으로 큰 범죄가 되지만, 보건복지부의 논리에 따르면 가져다 바친 돈을 받았다면 눈 감아 줄 수 있는 돈이 되는 셈입니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요?


100만 원, 10년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월급



출처 - 한국일보


 

부천지역 홈플러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모(45·여)씨는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는 40대다. 자녀를 부양하느라 허리가 휘어지고 다리가 찢어지도록 일하는데도 월급이 100만원이 안된다”며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의 월급을 달라”고 말했다. 울산 지역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조합원은 “벽보를 붙이고 일을 하다 보면 고객들이 정말 월급이 100만원이 안되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이라고 답을 해주면 정말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조, 10년 일해도 월급 100만원 안돼(위클리오늘)


카트에 아이들을 태우고 들어가는 손님에게 "어서 오세요, 고객님"이라고 매번 인사하는 직원들, 붐비는 시식 코너에서 잰 손놀림으로 쉴 새 없이 시식용 음식을 만드는 직원들. 이들은 대개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지난 7월 24일 글로벌 기업 홈플러스의 비정규직 노조가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며 경고성 파업을 단행했습니다. 10년을 몸 바쳐 일해도 월급이 100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홈플러스 상임이사 4명은 1년에 100억이라는 막대한 돈을 보수로 받고 있습니다. 할 말을 잃게 하는 뼈아픈 현실입니다.

 


 

100만 원, 황우여 후보자가 딸에게 주는 용돈



출처 - KBS


 

황우여 후보자 소유의 2층짜리 건물입니다. 보증금 1억 원, 월세 750만원에 임대를 줬습니다. 황 후보자는 임대료에서 매달 100만원 가량을 대학원생인 딸에게 줘왔습니다. 건물 관리인 명목이었습니다.


황우여, 대학생 딸에게 ‘건물 관리’ 명목 월 100만 원 지불(KBS)


빈곤층에겐 가정 경제의 전부이지만 부유층에겐 딸 용돈에 지나지 않는 돈이 100만 원입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황우여는 현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상태입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황우여 후보자는 건물 임대소득 중 일부를 대학원생 딸에게 관리인 명목으로 매달 지급해왔는데요, 딸에게 용돈을 주면서 이 돈을 모두 경비로 처리해 세금까지 줄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꼼꼼함이 돋보이는군요.

 

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자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뒤늦게 670여만 원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합니다. 학림사건[각주:1]의 배석 판사로서 사과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교육부장관 후보가 될 자격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딸에게 주는 용돈으로 세금을 아끼려는 사람이 사회부총리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입니다.

 

 

100만 원, 삼성전자 주식 1주를 살 수 있는 돈

출처 - 한국경제

 

고가주의 경우 1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다 보니 개인이 구매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배당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배당소득증대세제' 등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국내 증시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30%를 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배당을 늘리면 고스란히 국부유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주에 100만원 훌쩍 '그림의 떡'… 배당 늘면 외인 배만 불릴 판(서울경제)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본을 놓고 보면 국경은 무의미합니다. 돈으로 돈을 버는 주식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100만 원은 참으로 초라한 돈입니다. 이른바 황제주로 통하는 삼성전자의 주식은 100만 원으로 달랑 1주 살 수 있습니다. 이런 황제주는 개인투자자들이 감히 넘보지 못해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져 국고가 유출되고 있습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더니 정말 그런 형국입니다.



100만 원, 미래를 담보하는 연금의 최소 기대치



출처 - SBS

 

개인연금에 가입한 직장인들이 기대하는 연금 수령액과 예측 금액 차이가 약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입자 절반은 본인의 예상 연금수령액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매월 수령할 수 있는 연금액은 약 23~25만원이다. 하지만 기대하는 연금수령액은 실제 수령가능한 연금보다 약 4~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금 가입자 중 19.2%가 월 100~125만원을 적정 연금 수령액으로 꼽아 보험료와 기대하는 연금액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보여줬다.


“개인연금, 기대수령액은 100만원↑…현실은 25만원”(현대경제신문)


사회적 안전망을 갖춰주지 않은 채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많은 시민이 노후 대책의 일환으로 연금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민연금 이외에 개인연금을 따로 붓는 직장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실상 그들의 바람과 현실의 괴리가 심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훗날 연금으로 적어도 월 100만 원을 받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연금은 4분의 1인 25만 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직장인이 연금을 얼마 받게 될지도 모르면서 헛된 희망을 품고서 무작정 연금을 붓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힌 결과가 불확실한 미래라니 참으로 암담한 현실입니다.



100만 원, 아이돌 가수들이 고등학교 축제에서 노래하는 이유는?


 

출처 - 시사프레스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아이돌이 최근 고등학교 축제 무대에 '출몰'하고 있다. 한 해 매출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 까지 오르는 이유는 뭘까. 돈 때문만은 아니다. 1000만원대의 행사비를 받는 아이돌이 고등학교 무대에서 받는 돈은 10분의 1인 100만원 수준. 무대 의상, 헤어 메이크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절대 ‘남는 장사’가 될 수 없다. 파급력 때문도 아니다. 1만여명 정도가 모이는 대학축제와 비교하면 고등학교 축제에 모이는 인원은 미미한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의 '교문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100만원에 4곡 부릅니다' 아이돌, 고등학교 축제 러시 왜?(일간스포츠)


대학축제 단골손님이자 이를 주 수입원 중 하나로 삼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 이들이 최근 고등학교 축제에선 100만 원에 4곡 정도를 불러주는 파격적인 서비스에 나섰습니다. 자신들의 노래를 주로 소비하는 고등학생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홍보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인지도가 낮은 아이돌 가수들일수록 절실하다고 합니다. 아이돌 가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져 고등학교 축제를 타개책의 일환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줄 아이돌 가수들이 자본주의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세월호 침몰 사건을 목격한 뒤 생각비행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을 출간했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연대해왔으나 하나의 사건이 책 자체의 기획에 이렇게 직접 영향을 준 사례는 없었습니다. 저희는 세월호 사건을 자본주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병폐가 드러난 현상을 무수히 목격했습니다. 오늘 논의의 초점인 100만 원과 세월호가 연결되는 사례도 그중 하나입니다.    

 

 

100만 원, 세월호 출항 시 지급된 이름값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침몰한 세월호가 출항할 때마다 청해진 해운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게 상표권 사용료로 100여만 원씩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지난해에 세월호는 100여 차례 출항했고 상표권 사용료로 낸 금액이 1억 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전에 돈을 밝히던 유 전 회장은 얼마 전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인 의심을 증폭시켰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장도리 만평


 

100만 원,  정미홍 대표가 주장하는 세월호 집회 참가비 
 

출처 - 서울신문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져 있던 지난 6월 23일 한 언론사 주최 워크숍에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가 초청강사로 나와 <대한민국 건국사의 진실과 오해>라는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이날 정 대표는 5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됐던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 청소년 알바 동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자신의 발언이 사회 문제로 비화하자 사과의 글을 올린 바 있었던 정 대표는 뜻밖에도 이날 강연에서는 청소년들이 세월호 시위에 나가서 100만 원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여 재차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정미홍 대표는 강연에서 "시위 나가서 100만 원 받아왔다, 그 얘기를 들은 거예요. 아무튼 선거캠프에 영향을 줄까 봐 얼른 사과를 올리고 말았지만, 제가 그 자료를, 인터넷 알바 사이트에다가 시위에 참가하면 일당 준다고 광고하는 거 다 모아놨어요. 제가 그거 고소해 가지고 다 고발하고 조사를 시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정 대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책임 회사인) 그 청해진(해운)에 가서 데모하지 않는다. (시위대는) 대통령 물러나라고 하지 않냐”면서 “전부 피켓을 들고 나와서 전국을 성황당처럼 노란 리본으로 만들어 놓고, 돌아오라? (죽은 사람이) 어떻게 돌아와요? 이성을 찾아야 될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사회 양극화, 자본주의가 낳은 괴현상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100만 원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는 굉장히 분열적이고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가족을 위한 벌이의 모든 것이 100만 원이건만, 누군가에겐 용돈에 불과한 금액입니다. 이 같은 극단적인 양극화 역시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중 하나입니다. 

 

출처 - 이투데이

 

지난 7월 16일 《이투데이》가 보도한 <[멈춰버린 기적-③]도 넘은 사회양극화...국민행복은 갈수록 먼 길>이라는 기사는 소득과 고용의 사회 양극화가 우리 경제를 좀먹고 있는 현실을 잘 알려줍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소득 불균형에 따른 양극화가 이미 위험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발표한 '아시아의 불균형 상승과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소득 불균형 악화 속도는 최근 20년간 아시아 지역 28개국 가운데 5번째로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상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기간제 파트타이머 같은 '시간제' 일자리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 하나를 둘로 쪼개는 형식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고용시장의 양극화를 불러오고, 신규로 만들어져야 할 청년 일자리마저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부가 내세운 2017년 고용률 70퍼센트 목표를 맞추기 위해선 올해 청년층 고용률은 2.2퍼센트 포인트 증가해야 하지만 올해 5월까지 청년고용은 1.1퍼센트 포인트 증가에 그쳤습니다. 

 

부자(富者)를 규정하는 절대적 기준은 없습니다. 사회적 인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14 한국부자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국내 부자가 총 16만 7000명에 달합니다. 전 세계 부자 100명 중 1명은 한국에 살고 있는 꼴입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성장과 경기 부양에 매달리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져 사회적 갈등만 커진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 초기에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향후 재정정책이 자본 소득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근로소득과 저소득층의 세 부담은 줄이는 식으로 가야 합니다.
 

생각비행은 일개 출판사이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안해왔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생각비행)

 

호봉제 폐지? 불평등의 대가
http://www.ideas0419.com/460


국민이 봉인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한국의 비즈니스
http://www.ideas0419.com/454


사회문제 해결책, '예방'인가 '사회적 안전망'인가
http://www.ideas0419.com/414


노숙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http://www.ideas0419.com/319


왜 우리는 자본의 벽을 넘어야 하는가 - '착한 자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http://www.ideas0419.com/186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이 우리 사회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이상,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놓지 않겠습니다. 좋은 정보를 공유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1. 학림 사건(學林事件)은 1981년 군사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이 민주화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학생운동단체 등을 반국가단체로 몰아 처벌한 사건이다. 당시 전민학련이라는 대학생 단체가 첫 모임을 가진 대학로의 '학림다방'에서 유래한 말로 경찰이 숲처럼 무성한 학생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_위키백과 [본문으로]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주제를 자세히 다뤄볼까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쳐 기업이 부강해지면 그 부가 넘쳐서 서민에게 돌아간다는 '낙수효과'를 내세웠습니다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많은 기업이 부를 축적하여 대물림하고 있으며, 소규모 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 꾸려가는 분야에까지 침투해 배를 불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기업 친화적인 이명박 정부와 기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비정규직 문제, 비합법적인 노동자 해고 등으로 불거진 노동계의 상황으로 말미암아 한국사회는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주목하는 이유

과거 개발독재 시절, 권력층은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했습니다. 선량한 시민은 국가발전이라는 황금빛 이데올로기 앞에서 개인의 자유를 포기해야 했고,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감내하여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피와 땀으로 일군 성장의 몫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어찌 된 영문인지 국민은 배제되어 버렸으니까요. 그리고 1998년 IMF 구제금융체제로 돌입하면서 노동계는 무한경쟁 상황에 내몰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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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남발로 고용 불안은 날로 심해졌고, 실질적인 빈부의 격차도 점차 커졌습니다. 그럼에도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일념하에 대한민국 국민은 큰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최악의 양극화 현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셋값, 교육비, 기름값이 치솟는 가운데 물가도 동반상승하고 고용은 더 불안정해져 수많은 국민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인간적인 노동 조건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고, 이유 없이 직장에서 퇴출당하는 부당함에 대한 항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에게서 거둬들인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지 않는 기업, 상속을 위해 불법을 불사하면서도 솜방망이 처벌로 빠져나가는 기업을 보면서 사람들의 실망은 날로 커졌습니다. 

이러한 경제 상황에서 하나의 대안처럼 등장한 논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입니다. 생각비행은 기업문화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경제 상황의 변화도 없다는 생각으로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알리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이런 취지의 연장선상에 있는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핵심전략》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함은 물론 지역의 발전을 위해 임직원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참여(Corporate Community Involvement, CCI)해야 함을 화두로 제시합니다.
 
최근 경제계의 큰 화두로 떠오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여러분께 상세히 설명한 뒤, 한국 사회에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해보겠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과연 무엇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영업 이익에만 집착하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자각하여 이를 실천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말합니다. 전통적인 기업 경영에서는 경제적 이윤이 최대의 화두였지만,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경제적 수익성 이외에 환경적 건전성이나 사회적 건전성까지 고려하게 된 것이지요.

Daum이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시작한 인터넷 기부 서비스 '희망해'

구미에선 오래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는 서양에서는 기업의 CEO들이 앞다투어 기부 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비단 개인뿐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표준화기구는 사회책임경영 표준(ISO 26000)을 채택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 지속가능경영지수(FTSE4GOOD),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도미니사회지수400(Domini Social 400), 요하네스버그 증권거래소 SRI지수(JSE SRI Index)와 같은 유수한 사회책임투자지수가 마련된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처럼 전 세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주목하는 가운데 한국에선 이와 관련하여 어떤 담론이 오고가고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데로 한국은 과거 개발독재 시절,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했고 국가경제 발전을 염원한 국민은 그 요구에 순응했습니다. 1998년에 시작된 IMF 구제금융 체제에 돌업하던 시기에도 많은 국민은 구제금융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 '비정규직'을 받아들였고, '금 모으기 운동'이라는 세계에서 그 사례를 찾기 어려운 연대로 경제적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과거 개발독재시절 국민들은 산업의 역군이라는 미명하에 희생을 강요당했다. IMF 구제금융시기에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이유로 국민들은 금모으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노동 유연화를 강조하는 시장 논리를 기반으로 이명박 정부는 낙수효과를 강조하며 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조성한 환경은 일부 재벌의 배만 불릴 뿐이었습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영역을 일부 재벌이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같은 방법으로 침범하면서 국민의 분노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국가와 국민에게서 받은 이익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임에도, 그간 기업은 '자본주의'라는 미명하에 그러한 책임을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우리 사회에서 점점 커지자, 2011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언급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현대 일가는 사재를 출연해 장학재단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엇갈리지만, 국민의 원성이 높아지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챙기는 사회적 이슈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벤트성으로 기부하는 듯한 모습에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재벌은 여론이 좋지 않을 때마다 일회성 대응으로 위기를 넘기기 급급한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그때마다 국민의 실망은 컸고 이젠 홍보성 이벤트에 속지 않을 정도로 시민의식도 성숙해졌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유

과거 기업의 주된 목적은 이윤 추구라는 것을 정설로 받아들였습니다. 지금도 이윤을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회적 책임만을 강조하다간 기업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경제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한때 세계는 값싼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습니다. 그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우리 손으로 오는지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죠. 그저 값이 싸고 품질까지 좋다면 응당 최고의 제품으로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오늘날 전 세계의 인식은 달라졌습니다.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요즘 한국은 커피공화국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엄청난 수의 커피 전문점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면 어디든 커피 전문점이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커피 원두가 어떤 과정으로 수입되는지는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커피 농가의 고된 노동과 저임금에 대한 상황이 널리 알려져 공정무역을 통한 커피를 소비하겠다는 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은 기업의 이윤 추구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무조건 싼값으로 상품을 거래하여 수익만 올리면 그만이 시대는 끝났습니다. 21세기에 사람들은 단순히 상품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으니까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

이렇듯 인간다움을 강조하는 세계 풍조의 변화에 발맞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날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서 좋은 이미지를 홍보하는 일이 기업의 이윤추구과 관계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이것을 무조건 강요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좋은 변화라도 강요로 진행되는 일은 타성에 젖기 마련이고, 위기의 순간을 면피하는 순간적인 대책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마찬가지죠.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그저 면피용으로 큰돈을 기부하고, 형식적인 재단을 설립해서 '나 이렇게 했소!' 하고 선전하는 것을 두고 진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ISO 26000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표준일 뿐이지만, 많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 표준을 수용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은 중요하다.

강요하지 않되 지속적으로 기업의 변화를 촉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고자 한다면, 응당 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고민 끝에 기업의 핵심전략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이런 시각에서 전 세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적 표준 'ISO 26000'을 앞으로 많이 이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표준에 근거하여 기업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많은 기업이 참여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어 어느 정도의 힘을 갖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고 해서 모든 사회문제의 책임을 기업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IMF 구제금융 시기부터 지금까지 문제가 되는 비정규직 문제는 기업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노동자와 회사의 관계가 일단 중요하지만 한국 사회 전체의 변화가 뒤따를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인권과 복지가 사회의 핵심이슈로 떠오르면서 많은 고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그저 뜬 구름 잡는 정도로만 막연하게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본주의 경제를 실험한 미국이나 유럽은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핵심전략》이 전하는 '기업사회참여(Corporate Community Involvement CCI)'를 강조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저 말만 번지르르하게 책임 운운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시민'으로서 기업이 한 지역에 뛰어들어 지역주민과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비전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다음 기사에서는 '기업사회참여'에 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다루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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