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주년 광복절을 맞아 대표적인 국민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뜻깊은 이야기를 전해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과 그의 가족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재조명한 겁니다. 미국과 상해 등지에서 타향살이를 하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만 살았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인생은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한편 독립운동가의 가족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잘 모르고 살았던 우리에게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출처 - MBC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이번 8월 15일은 광복 71주년이 아닌 건국 68주년이라는 의미가 더 중요했나 봅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시작된 날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부터 논란이 된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의 침략 만행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위로조차 생략하면서 건국절을 언급했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했습니다.


출처 - JTBC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새누리당의 대표가 됨으로써 모처럼 청와대와 밀월 관계로 돌아갔죠. 그래서 그런지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절 타령에 추임새를 넣기 바빴습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한 것은 역사를 사실 그대로 적시한 것이라며 진영 논리로 대한민국의 건국 논리를 훼손하지 말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왔으며, 친박의 입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건국절 문제는 중대한 문제라며 국회 5분 발언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죠.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한술 더 떠서 8월 15일을 건국절로 만들도록 법제화 작업에 들어갈 것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출처 - JTBC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새누리당의 건국절 타령은 애초에 말이 안 됩니다. 광복절 대신 건국절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대한민국이란 나라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죠. 대한민국 헌법은 첫머리부터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이는 현재의 대한민국이 조선 왕조가 망한 이후 1919년 일제강점에 맞서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전국민적인 운동인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나라라는 천명입니다. 국가의 기초인 헌법에 따라 3.1운동일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기념일로 삼겠다면 그럴 수 있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1948년 8월 15일을 건국기념일로 삼겠다는 논리에는 3.1운동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현재의 대한민국과 상관없는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욕망이 숨어 있습니다. 1948년 이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온갖 패악질을 한 친일파들의 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니 역사의 죄인들이 꿀릴 게 없는 세상이 되는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아버지가 만주국 장교 출신이었던 박근혜 대통령부터 그 이하 정권의 수뇌부와 사회지도층들에 얼마나 많은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포진해 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동원해 71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흔적을 지우려고 하나 싶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 때문에 야당과 광복회를 비롯해 독립운동과 연관된 역사 단체들은 건국절 법제화는 친일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절 경축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며 비난했고, 이종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임시정부를 비롯해 항일 독립운동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일제 관동군에 복무한 아버지 때문이냐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항일 독립운동가 단체인 광복회는 독립운동을 폄하하고 선열 모두를 모독하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망론이라며 비판했습니다. 건국절 운운할 거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처음 쓴 1919년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생일로 정하면 되지 않는가 하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등 20개 단체와 역사학계 원로 20여 명은 건국절 논란에 대해 항일시대 선열들의 독립운동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건국과 관련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일침을 놓았습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이라고 주장하고 광복절 대신 국경일로 지정해 기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1945년 8월 15일 이후 3년 동안 건국운동에 참여한 사람, 즉 반민족 행위자인 친일파라 할지라도 건국공로자가 되는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또한 김구 선생처럼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치고 해방 이후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면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참여하지 않은 유수한 독립운동가들 모두가 반국가사범이 되고 만다면서 건국절 주장은 친일파들의 역사 세탁이 그 본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무한도전〉에 등장해 우리에게 역사의 교훈과 큰 감명을 준 도산 안창호 선생과 그 가족 역시 대한민국과 전혀 상관없는 중국인, 미국인이 되어버리고 만다면, 이게 말이 되는 얘깁니까?



이번 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건국절 논란을 야기함과 더불어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감옥에서 순국했다고 발언해 비웃음을 사기도 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기초적인 사실조차 점검하지 않았다니 직접 읽은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경축사 원고를 작성하고 점검했을 주변 인물들 역시 역사에 무지하기 짝이 없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그네들의 뿌리를 생각하면 그게 중요했겠습니까?

 

지난 5월 케이블 방송 온스타일 라이브 '채널 AOA'에 출연한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가 안중근 의사를 몰라 역사 인식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며 대중의 지탄을 받은 일이 있었죠. 하지만 일각에선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 활동을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옳은 이야기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른 나이에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여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의 욕망과 전인격적인 교육보다 춤과 노래 위주의 경쟁적인 스타 양성 시스템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의 저자 김용택 선생님은 학생들이 순치의 대상,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당당한 권리의 주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오늘날 교육 위기는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니며 신자유주의 시대의 교육은 자본의 입맛에 맞는 인간을 양성하려 한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우리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민주적인 인간을 양성하기를 거부하고 국정교과서로 충성스러운 국민을 양성하려고 했던 가슴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왜 오늘날 학교에서는 평생을 노동자로 살아갈 아이들에게 노동 3권조차 가르치지 않는 걸까? 지금이야말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건만, 학교는 학생들에게 민주의식, 정치의식을 길러주기보다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자본과 정치가 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법전은 교육의 중립성을 보장하지만, 현실은 국정교과서를 부활시켜 5.16 군사쿠데타와 10월 유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이를 위해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부역한 친일세력과 유신의 후예, 전두환 정권 일당 그리고 이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무리가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겉으로는 ‘보수’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학교교육을 통해 비판의식이 거세된 인간, 자본의 논리에 순응하는 인간을 길러내는 모리배일 뿐이다. 또한 이들은 자기네 생각과 다른 이들을 공존 대상이 아닌 제거 대상으로 간주한다. 입만 열면 종북타령이요, 흑백논리 혹은 냉전논리를 꺼내는 이유도 비판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과거를 감추려는 세력과 매판자본, 이들과 하나가 된 수구언론, 권력에 빌붙는 대형교회 지도자, 권세를 바라며 곡학아세하는 지식인…. 이 모두가 학교에서 역사의식과 비판의식을 갖춘 민주적 시민을 양성하기를 원치 않는다.

 

_《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 중에서

 

출처 - JTBC


박근혜 정부의 역사 왜곡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지금도 큰 반발을 받고 있지만, 이네들은 초등학교 아이들 교과서에 이미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일이라고 슬쩍 바꿔 써넣었습니다. 지난 3월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으로 발행된 국정 교과서인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는 박정희 유신을 정당화하고 위안부 용어와 사진을 삭제해 극우 편향성 논란을 일으켰죠. 교육계가 발견한 오류만 해도 124군데가 넘었습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국정 운영과 달리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는 일에는 참으로 기민하게 행동하고 있는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명박 정부 때 잃어버린 10년 운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박근혜 정부는 대체 어디까지 역사를 퇴행시키고 싶은 걸까요? 자기네가 떵떵거리던 일제강점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가 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교육의 기본은 진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잊어서는 안 될 일을 기억하고 후대에 물려주는 일, 변화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시국이 어수선할 때일수록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잔혹 동시에 대한 논란이 있었죠? 표현의 자유를 두고 충분히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사안이긴 합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초등학생인 아이(시의 저자)를 대상으로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아, 저희는 이런 측면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입장에서 기사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바로 눈앞에 드러나지 않는 대상에 대한 과도한 폭력은 사회의 인성적 측면을 드러내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 자살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증인 서명을 받아오라고 하여 인성교육이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나눠준 서약서의 내용만 놓고 본다면 '청소년 자살 예방 조치'의 한 형태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나눠준 서약서라는 데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어린아이들에게 '생명 사랑 서약서'를 나눠주고 부모님의 서명까지 받아오라는 학교의 대응 방식을 보면, 우리 교육계의 문제가 참으로 심각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이 서약서를 인터넷에 올린 이는,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표현도 아이들 수준에 맞는 안내장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고 자살율 낮추기라는 실적 내기에 급급한 교육청과 학교는 진심으로 아이들 수준에 맞는 생명교육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반성하길 바란다고 성토했습니다.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궁지에 몰린 아이라면 저런 서약서 따위로 생각을 바꿔 도움을 요청할 리 만무합니다. 따라서 '생명 사랑 서약서'는 우리나라 교육계에 내재한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사례요, 전시 행정의 끝판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성교육진흥법, 네 인성은 몇 등급이니?


하지만 놀라기엔 이릅니다. 이는 예정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통과된 인성교육진흥법으로 말미암아 각급 학교는 인성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교육청과 교육부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라면 필요할지도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인성교육은 사실상 '복종을 강요하는 교육'이기에 문제가 심각합니다. 더구나 특정한 인성을 상정하고 주관적으로 채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담임의 주관적 기록으로 인성발달 사항에 실리는 '인성'은 대학 입시에 중요하게 반영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영원히 남게 됩니다. 대학입시에서 학과 성적처럼 학생들의 인성이 몇 등급인지 채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우리나라의 인성교육이 복종교육인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1920년대에 일제가 조선인을 통제하기 위해 시작한 제도이기 때문이지요. 인성교육은 일제가 중학교 입시 방식을 공개 선발에서 학교장 추첨제로 바꾸며 시작되었습니다. 고등교육을 받으려는 조선인이 급격히 늘었지만, 일제는 학교를 늘리는 대신 입시의 문을 좁혔습니다.

 

식민지인 조선인의 교육열을 일차적으로 꺾고, 고등교육을 받아 출셋길에 오르고자 하는 이들을 일제의 통제에 순종하는 지식인으로 순치하고, 이들에게 식민지 조선인들의 지배를 맡기려는 의도였습니다. 1926년 6.10 만세 운동 이후 이는 더욱 심해져 "입학 전형 과정에서 지원 학생들의 성행 등을 충분히 고려해 지조가 견실한 학생을 입학시켜야 한다"고 전국 중학교 교장들에게 지침을 하달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우리 교육계에서 많이 들리는 얘기 아닙니까? 하지만 이런 발상 자체가 일제에 저항하는 학생을 입학 전형에서 모조리 떨어뜨리려는 인성교육에서 비롯되었음을 알아야 합니다.



복종을 강요하는 인성교육은 군사독재 정권도 그대로 답습했습니다. 박정희 정권에서는 유신교육 심화와 국민총화를 위해 인성교육이 거론되었고, 전두환 정권은 전인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인성교육을 강조했습니다. 이점에서는 문민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민주화가 진전된 이후로도 사회 갈등의 원인을 인성의 타락으로 지목해 인성교육을 통해 말 잘 듣는 사람을 양산하려 했으니까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안' 역시 그런 흐름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백 명의 승객을 저버리고 서둘러 탈출한 선장과 선원의 직업윤리 의식을 보면 누구나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할 법합니다. 법안 자체는 인성교육을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인성교육진흥법의 접근 방법은 긍정적인 면보다 우려스러운 면이 더 많아 보입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생각비행) : http://ideas0419.com/442


저희가 펴낸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의 저자인 김용택 선생님은 《경향신문》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인성교육은 기존 교육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지 별도로 할 이유가 없다"며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과도한 경쟁교육, 입시제도 등의 구조문제를 은폐한다"고 일갈했습니다.



심화하는 학교의 병영화, 한국 어린이 세계 행복 체감도 꼴찌


현재의 인성교육은 복종을 내재화한 학생이 커서 선생이 되고, 그들이 다시 제자들에게 복종을 가르치는 사회적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에 고착되면 고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사실상 초등학교를 군대보다 더 심하게 병영화한 사례도 등장했습니다. 국립인 서울대 사범대 부설 초등학교 얘깁니다. 이 학교 학생들의 교복에는 계급장이 있습니다. 학급 부회장은 1개, 학급 회장은 2개, 전교 부회장은 3개, 전교 회장은 4개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서로가 동등함을 배워야 할 초등학생 시기에 눈에 보이는 계급이 있다는 것부터 학습하는 셈입니다. 학부모 단체 임원 자녀들은 따로 또 우대를 받는다고 하니 정말 만화나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든 계급사회를 구현한 셈입니다.

 

출처 - 한겨레


학생이 계급으로 구분된 마당에 학교의 교사라고 그런 풍토에서 벗어날 수 없겠죠. 교사들은 전입 순서에 따라 기수가 있고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을 때도 엄격하게 정해진 서열과 규율을 따라야 했습니다. 아래 기수 교사들은 식사 시간에 20~30분 먼저 와서 음식과 식탁 준비를 해야 하고, 교장 → 교감 → 선배기수 순서로 착석 후 수저를 들면 그제야 식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후배 교사들은 각종 임원 경조사에 차출되어 억지로 일을 떠맡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말 사병부터 장교에 이르는 군대문화의 폐단이 초등학교에 이식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 학교는 이것을 인성교육이자 전통이라고 부릅니다.

 

출처 - 한겨레


그런데 문제는 이 학교가 학부모 사이에선 '로또'로 통한다는 사실입니다. 등록금을 받지 않는 국립이지만 사립학교 수준의 교육을 하고 교사들이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들이다 보니, 그곳의 아이들이 노예처럼 교육을 받더라도 들여보내지 못해 안달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18일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에서 발표한 아동의 행복감 국제 비교연구 결과는 우리 교육계의 참담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루마니아, 콜롬비아, 노르웨이, 이스라엘, 네팔, 알제리, 터키, 스페인,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등 12개국 아동 4만 256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 한국의 어린이들이 가장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어린이의 행복감과 만족도는 가족, 물질, 대인관계, 지역사회, 학교, 시간 사용, 자신에 대한 만족 등 모든 조사 영역에서 전체 평균을 밑돌았습니다. 독일이나 노르웨이 같은 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둘째치고 내전과 IS로 부침이 심한 에티오피아 어린이들보다도 우리 아이들의 행복감이 낮은 현실입니다. 행복을 누릴 환경을 조성하기는커녕 자살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서약서를 종용하는 우리나라의 현실. 어린이날과 스승의날이 낀 5월을 보내며 부끄러운 교육계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프랑스 언론 《샤를리 에브도》를 향한 총기 난사 테러로 이슬람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때, 터키에서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김 군이 자발적으로 IS(이슬람국가)에 투신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은 21일 발표에서 단순 실종이나 납치 관련성은 현재까지 없어 보이며 김 군이 자발적으로 IS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까지 이슬람 테러는 우리나라 같은 극동 아시아와는 다소 동떨어진, 서방의 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속한 세계에 영향을 미칠지언정 우리 국민이 직접적인 테러의 공격 대상이 되거나 그런 테러에 우리나라 국민이 가담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2004년 6월 22일 이라크 무장 단체에 납치되어 3주 만에 피살된 김선일 씨 사건 정도가 우리 사회에 충격을 안긴 적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새해 벽두부터 한국 소년이 IS에 스스로 가담하겠다며 시리아로 떠났다는 다소 황당한 뉴스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 군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출처 - SBS



터키에서 시리아로 넘어간 김 군의 행적


김 군은 동행자인 40대 홍 씨와 함께 1월 8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남부 도시인 가지안테프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여행객은 잘 가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김 군과 홍 씨는 여기서 하룻밤을 묵은 후 9일 아침 터키 국경 근처 도시인 킬리스로 이동해 호텔에 묵었다고 합니다. 다음 날 아침 김 군은 홍 씨를 남겨두고 배낭을 멘 채 사라졌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터키 경찰이 확보한 CCTV 자료에 의하면 김 군은 아랍계 남성의 손짓을 따라 저항 없이 시리아 번호판을 단 차량에 올라탔다고 합니다. 수사 결과 이 차량은 불법 영업 택시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운전사를 조사한 경찰은 김 군이 킬리스에서 18킬로미터 떨어진 베시리에의 시리아 난민촌에서 내렸으나 그 이후 행적은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 군이 이전에 트위터에 올린 기록을 살펴보면 자진해서 IS를 찾아간 것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은둔형 외톨이였던 김 군의 극단적 선택


18세 김 군은 초등학교를 나온 뒤 은둔형 외톨이가 된 학업 중단자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부모와의 관계도 깊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김 군이 책상 위에 남긴 'joint IS'라는 메모의 내용처럼 가족과도 쪽지로 소통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합니다. 경찰이 김 군의 통신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봐도 대부분 동생과 통화한 것뿐이라고 합니다. 가족 중에서 대화의 상대가 동생 정도밖에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가뜩이나 일탈을 꿈꿀 질풍노도의 시기에, 사회로부터 스스로 격리된 삶을 살았던 김 군으로서는 제대로 된 관계 맺기가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배울 의지도 없고 가르쳐줄 사람도 없었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만으로 접한 세상을 통해 IS에 매혹되어 거기에 가담하려고 시도하는 동안, 이를 말릴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출처 - SBS


김 군의 트윗 내용 때문에 페미니스트가 싫어 IS에 가담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으나 사실 그건 김 군이 비뚤어지기 위한 자기 합리화에 가까운 얘기였을 겁니다.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사이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에서 일베 등의 누리집을 통해 여성 혐오 관련 정보를 습득한 결과 나름의 마초 의식 등이 섞여서 튀어나온 내용 정도였겠지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자면 탓할 대상이 필요했는데, 대부분 그러하듯이 아마도 만만한 여성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김 군의 경우 주위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마음을 나눌 대상이 없었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따라 IS에 가담한 것 같습니다.



18세 소년의 테러 가담을 막지 못한 어른과 사회


정작 문제는 테러의 전문 기술이 없는 18세 소년이 세계를 위협하는 무장 테러 단체에 가담을 시도하기까지 그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주변 어른들부터 국가와 사회조차도 말이죠. 이는 세월호 이후 불거진 우리 사회 시스템의 마비와도 연관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현재 밝혀진 정황만 봐도 그렇습니다.


출처 - MBN


김 군과 동행한 40대 홍 씨는 방심하다 일을 크게 만들었습니다. 김 군 부모가 다니는 교회 목사가 소개해준 인물로 알려진 홍 씨는 아이를 홀로 여행 보내면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김 군 부모가 동행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는 김 군이 가지안테프 이후 어디로 갔는지 알지도 못하고 있었으며 킬리스 호텔에서 같은 방을 썼음에도 사라진 김 군을 찾으려 하지 않다가 오후가 돼서야 호텔 직원에게 경찰로 신고를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홍 씨는 터키어는 물론 영어도 제대로 하지 못해 호텔 직원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시간만 흘려보냈다고 합니다.


다음 날인 11일 홍 씨는 호텔 직원에게 부탁해 주 터키 대사관과 주 이스탄불 영사관에 전화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휴일인 일요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대사관과 총영사관 측은 일요일 등 휴일은 당직 전화로 자동 연결되는 시스템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왜 연결이 안 되었는지는 이유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도연 주연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이 묘사하다시피 해외에서 한국 대사관의 보호를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힘든가 봅니다. 오죽하면 한국인 여행객 사이에선 외국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한국 대사관 말고 미국 대사관으로 호소하라는 말까지 나오겠습니까? 결국 월요일인 12일이 되어서야 홍 씨의 실종신고를 받은 대사관은 13일에 현지로 직원을 파견했습니다. 김 군이 사라진 뒤 3일이나 지나서야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 당국도 안이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IS 가담 가능성이 있는 용의자 명단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터키 정부는 자국이 외국 테러 전투원의 IS 가담 경로로 활용되자 각국에 용의자 명단을 공유해 입국 과정에서 적발해 추방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로부터는 들어온 정보가 없었다고 합니다. 김 군은 석 달 전부터 자신의 트위터 등에 공개적으로 IS에 가담하는 방법을 물어보고 다녔는데 우리 정부는 종북몰이에만 바빴는지 이런 이상 징후를 감지조차 못한 셈입니다.



테러는 이제 남의 나라 일 아냐



출처 – SBS


만약 이 상태로 김 군이 IS에 합류해 테러에 가담하게 된다면 후폭풍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IS에 가담한 82개국 출신자의 국적은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 10개국에 이른다고 합니다. 김 군이 IS에 가담한 사실이 유튜브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첫 국제 테러리스트로 기록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테러와 관련된 법이 없습니다. IS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할 법적 근거조차 없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가담한 행위 자체만으로는 처벌이나 규제가 힘든 상황입니다. 여행금지 지역인 시리아를 허가 없이 불법 입국했으니 여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있겠지요.

 

현 상황에선 추후 일어날 일을 추정하기보다는 김 군이 그냥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한순간의 일탈이든 해방감을 맛보기 위해서 저지른 일이든 간에 마음을 고쳐먹으면 좋겠습니다. 김 군 어머니의 인터뷰처럼 이 모든 일이 오보였으면 합니다.


출처 - 한국일보


작년에 IS 대원과 결혼하겠다며 시리아로 들어간 철없는 10대 딸을 어머니가 잠입 끝에 구출해낸 일이 있었습니다. 또한 영국에서는 터키로 봉사활동을 갔다 IS에 가담한 아들을 아버지가 설득 끝에 구출해 세계적인 화제가 된 적도 있었지요. 한편 이웃 나라 일본은 IS에 붙잡힌 일본인 인질 2명을 놓고 곤경에 처한 상황입니다. 김 군의 일이 어떤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지 걱정스럽습니다.


"나라와 가족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김 군이 한국을 떠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김 군은 학교폭력에 시달렸지만 교육 당국이나 주변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김 군이 초등학교 시절 심각한 학교폭력에 시달려 6학년 한 해 동안만 학교를 세 번 옮겼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래집단을 통해 사회성을 키우는 청소년기에 폭력을 경험한 학생을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어른과 사회의 책임을 통감합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의 저자인 김용택 선생님은 40년 가까이 교직 생활을 하는 동안 잘못된 교육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전교조 활동, 방송 출연 및 제작, 신문 논설위원 등으로 온몸을 던진 분입니다. 정년퇴임을 한 이후에도 학교에서 못다 한 얘기를 전하기 위해 블로그를 통해 교육 개혁을 외치고 있습니다. 김 군의 이야기가 언론에 회자하는 동안 김용택 선생님의 글을 꺼내어 다시 읽었습니다.    

 

사람이 사람다워지게 하는 교육은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별하고 사리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적응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류대학에 입학시킨다는 명분으로 학교가 정작 가르쳐야 할 교육을 포기한 채 진학에 필요한 지식만 가르치다 보니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을 하다 잘못되면 원점으로 돌아가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온갖 해법만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는 동안 그렇게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닌데, 모든 지식과 기술을 다 통달해야 할 필요는 없는데, 남보다 하나라도 더 알면 훌륭한 사람으로 대접받다 보니 전인(全人) 인간이 아니라 만능(萬能) 인간이 되려고 욕심을 부리고 있다. 더 좋은 집, 더 멋진 옷, 더 맛있는 음식, 더 화려한 생활…. 그러다 보니 사람까지도 물질적인 가치에 기준을 두고 서열을 매기고 있다.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과연 안전하고 행복하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일까? 이대로 가면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만족하는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 실타래처럼 꼬이기만 하는 세상에 살다 보니 산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목적으로 뒤바뀌어가고 있다. 성공을 위해, 출세를 위해, 행복한 삶을 찾기 위해 정작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사는 건 아닐까?


살아가는데 그 많은 지식이 다 필요한 게 아닌데, 그 많은 돈이며 재산이 다 필요한 게 아닌데,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낭떠러지로 내달리는 만용을 부리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가야 할 길이 있고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있다. 그런데 방향감각을 잃고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정작 더 무서운 건 방향감각을 잃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왜 사는지,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고 목적 없이 달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은 불행한 사회다. 내일이 없는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이란 공허할 뿐이다. 살면서 가끔은 뒤돌아볼 줄도 알아야 하건만 막연한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저당 잡혀 사는 사람이 많다.


이유 없는 죽음이 없다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이유가 다양하다. 출세하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행복을 얻기 위해서…. 그런 과정에서 잃어버린 자아와 철학과 믿음과 신용을 어떻게 보상받으려 하는가? 안타깝게도 그들은 인생이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과정이 끝나면 끝나는 게 인생인데 한순간을 위해 모든 세월을 팽개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부모와 대화할 시간도 없이 학원으로 학교로 내몰린 아이들, 사랑보다 경쟁을 먼저 배우고 믿음보다 미움을 먼저 알아버린 아이들, 자신만이 최고요, 자신을 위해 부모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안하무인인 마마보이로 자란다. 부족한 것 모르고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남의 고통을 알 수 있겠는가? 그런 아이들 머리에 지식만 집어넣는다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_《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중에서

 

IS를 선택한 김 군의 행동 기저에, 젊은이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모는 그리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때 제대로 막지 못하는, 병든 한국 사회 시스템이 있는 것 같아 착잡합니다. 김 군의 사례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미래를 비관하는 인식이 어른들의 일반적인 생각보다 아주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라고 봐야 할 겁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의 정도는 OECD 회원국 가운데 6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하지요. 지금 여러분의 자녀, 조카, 동생, 손자, 손녀는 행복한가요? 교육은 백년의 큰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교육의 현실을 생각해봅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달 저희가 출간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의 저자 김용택 선생님께서 7월 24일 CBS방송 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하셨습니다. 3부 [집중 인터뷰] 코너에서 한국 교육의 현재와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방송에 소개된 김용택 선생님의 교육 철학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생각비행,

2013년 7월 24일(수) 방송에 소개된 김용택 선생님

3(오후 7:35-8:00)

[집중 인터뷰]
"훈장거부한 선생님의 참교육 이야기"
-퇴직교사 김용택 선생님 (다시 듣기)


약 22분간 진행된 집중 인터뷰였으나 우리나라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두루 살피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김용택 선생님의 교육철학을 깊이 이해하시려면 꼭 책으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경남도민일보》와의 특별한 인연

지난 7월 31일자《경남도민일보》에 <뜨거운 교육철학 담긴 책이 나왔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김용택 선생님의 출판기념회 소식이 실렸습니다.


애초에 선생님께선 조촐한 축하 자리로 책 출간을 기념하려고 하셨습니다. 일부러 많은 분께 책을 냈다는 말씀도 하지 않으셨답니다. 그런데 CBS 방송을 듣고 책 출간을 축하한다며 연락하는 분이 많았다고 하시더군요. 동료, 후배, 지인, 제자 등 선생님을 귀하게 여기는 많은 분이 자발적으로 축하 자리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출판기념회는 8월 9일(금) 오후 5시에 태봉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출판기념회 기사

7월 19일자 《경남도민일보》에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서평이 실린 적이 있습니다. <추락하는 교권…무너지는 교실, 40년 교직경험 바탕으로 쓴 에세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는 김용택 선생님에 대해 "퇴임할 때까지 불합리한 교육 정책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 같은 문제를 현장에서나마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은 올바른 교사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에서다"라고 책 출간의 의의를 밝힙니다. 또한 참된 삶을 안내하는 스승의 역할을 강조하며 아이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철학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생각비행, 교실붕괴, 추락하는 교권, 교육현실

7월 19일자 경남도민일보

사실 김용택 선생님과 《경남도민일보》는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1999년 경남도민일보창간준비위원장, 2000~ 2010년 1월 경남도민일보 논설위원, 2003 경남도민일보 이사, 2005~2012년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 대표, 2011년~현 경남도민일보 독자권익위원 등으로 활동하셨기 때문입니다.  

김용택 선생님 정도는 아니겠지만 《경남도민일보》를 바라보는 생각비행의 관심 또한 특별합니다. 저희는 서울에서 《경남도민일보》를 정기구독하고 있습니다. 약 2~3일 지나 도착하기 때문에 매번 과거의 소식을 접하는 셈이지만, 그래도 중앙지에서 볼 수 없는 소중한 정보에 놀라는 일이 잦습니다. 생각비행은 《경남도민일보》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피플파워》를 창간호부터 정기구독하고 있는 열혈 독자이기도 합니다. 지방의 소식은 지방 매체가 가장 정확하게 전달해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각지에 많은 지방지가 있지만 《경남도민일보》를 향한 애정은 각별합니다. 《경남도민일보》가 권력화된 '토호 언론'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 6,000여 명의 도민이 주주로 참여하여 창간한 '개혁적 지역정론지'이기 때문이죠. 이 신문의 지향점은 창간사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두렵고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존 신문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지역언론 하나를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6,000여명의 각계각층 도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일간신문을 만들었다는 것은 경남 언론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거니와, 이를 위해 우리의 모든 정열과 노력을 쏟아 부었던 지난 6개월을 돌이켜 볼 때 벅찬 감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먼저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경남도민일보 창간을 위해 기꺼이 피와 살점을 떼어 준 6,000여 주주들의 높은 기대와, 예사롭지 않은 신문에 쏟아지는 전국적인 관심이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두려움과 중압감 속에서도 우리는 경남도민일보의 창간이 경남의 역사는 물론 한국언론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일로 남을 것이라 믿습니다.

우선 경남도민일보는 '신문'의 주인과 '신문사'의 주인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도민의 신문'으로서 특정 대자본의 이해관계에 흔들려 온 한국언론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것입니다. 언론의 자유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국민 모두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언론은 민주화의 과정에서 국민들이 피흘려 쟁취한 언론자유를 소유자본이나 언론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왔던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과정에서 언론은 부도덕한 권력과 자본의 횡포를 감시하고 비판하기보다 스스로 권력화 함으로써 참언론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려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우리는 이런 문제의 근본이 언론의 잘못된 소유구조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경남도민들은 전국에서도 유례가 드문, 전혀 새로운 신문의 소유구조를 창출했습니다.

예로부터 경남은 외세의 침탈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의병의 구국혼과 형평사운동으로 표출된 인간해방의 정신, 그리고 3.1독립운동과 3.15의거, 10.18항쟁으로 이어져온 자주.민주.정의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고장입니다.

개혁언론의 기치를 든 경남도민일보가 이 고장에서 창간하게 된 것도 이처럼 불의를 용납치 않는 경남인의 혼이 살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찍이 경남도민일보는 지역언론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덕목으로서 도민에게 드리는 21가지 약속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스스로 깨끗한 언론만이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인식에 따른 것입니다. 뒤틀린 현실 속에서 바른 길을 걷는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압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첫마음으로 돌아가 스물 한가지 약속을 되새기겠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만이 경남도민일보에 쏠린 300만 도민의 관심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길이라 생각하며, 오늘의 이 두려움과 설레임을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1999년 5월 11일

생각비행이 창립 이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올린 다양한 기사에 《경남도민일보》가 자주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기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생각비행의 책이 소개되어 반가운 마음에 글이 길어졌습니다. 다른 언론 지면에 소개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기사를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많이 사랑해주세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