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부터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맛있는 먹거리, 반가운 가족·친지들과의 만남, 정겨운 이야기를 기대하는 설렘도 잠시,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끝없이 이어지는 귀성 행렬입니다. 한마디로 귀성 전쟁이죠. 한국도로공사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는 일평균 446만 대로 전년 대비 11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귀성은 26일 오전, 귀경은 추석 당일인 27일 오후가 가장 혼잡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예년보다 소요시간이 2시간 이상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추석에도 자동차를 몰고 움직이시는 분들은 각오를 단단히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국 사람치고 10시간 가까이 차 안에 갇혀 있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설이나 추석 때 고속도로는 사실상 주차장에 가깝기 때문이지요. 하염없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노라면 이 철덩어리들을 헤치고 독일의 아우토반처럼 무제한의 속도로 달리고 싶은 마음에 엑셀을 때려 밟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합니다.

 

출처 - 한국도로공사

 

 

속도 무제한, 아우토반의 비결 ― 약속과 규칙을 지키는 운전

 

문득 궁금해집니다. 독일의 아우토반에선 어떻게 속도 무제한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걸까요?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인 독일에 차가 적을 리가 만무한데 말입니다. 차가 좋아서일까요? 아니면 도로를 잘 지어서일까요? 아닙니다. 중요한 요인은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독일의 자동차 문화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책,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의 저자는 독일 운전자들의 기본적인 인식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이완 / 생각비행 / 2015


 '아우토반'은 독일의 속도 무제한 도로를 뜻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속도 무제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요즘 독일 아우토반은 속도 제한 구간이 많은 편입니다. 제한 속도는 도로의 상태에 따라 시속 100킬로미터에서 130킬로미터까지인데, 이런 곳을 달리다 속도 무제한 구간을 만나면 10년 넘은 소형차부터 최신 스포츠카에 이르기까지 성능과 연식에 상관없이 자동차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스피드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속도 무제한 구간이라고 해도 시속 130킬로미터를 권장 제한 속도로 두고 있으나 무제한 구간에서 이를 굳이 지키는 운전자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속도 무제한 구간에서 독일 운전자들은 어느 정도의 속력을 낼까요? 편도 3차로 아우토반의 경우, 가장 느리게 주행하는 오른쪽 끝 차로가 보통 시속 120킬로미터, 가운데 2차로는 시속 140~160킬로미터, 추월 차로인 1차로는 시속 16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릴 때 이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힘든 속도인 시속 180킬로미터로 달리고 있어도 시속 250킬로미터로 달리는 슈퍼카가 번쩍번쩍 비키라는 신호를 보낼 정도로 엄청난 속도를 만끽합니다.

 

출처 –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의 저자이자 자동차 관련 파워블로그(스케치북 다이어리)의 운영자이기도 한 '이완' 작가는 독일에서 처음으로 아우토반을 달렸던 경험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어느 날 시속 200킬로미터로 아우토반을 달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도달해본 적 없는, 아니 도달할 수 없는 속도였습니다. 손에 땀이 났습니다. 가속 페달에 서서히 힘을 줬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시속 110킬로미터로 달릴 때보다 더 여유롭게 느껴졌습니다. '이건 뭐지?'


처음에는 도로 설계가 잘된 탓이겠거니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우토반은 공장 조립 라인처럼 체계적 공간이었고, 스위스 장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시계처럼 정확하게 돌아갔습니다. 그곳에서는 모두가 약속된 운전을 했습니다. 기본 규칙만 잘 지킨다면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운전이 긴장되거나 피곤한 일이 아니라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짜릿했습니다.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서문, <자동차는 문화다> 중에서

 

이완 작가는 아우토반에서 무제한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비결은 기본 규칙을 준수하는 약속된 운전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독일 아우토반의 운전자들이 지키는 약속과 규칙이란 무엇일까요?

 

1차로는 추월 차로, 무조건 비워둔다

기본적으로 아우토반이나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나 1차로는 추월 차로입니다. 추월할 때만 1차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뜻이죠. 평상시에는 비워둬야 하고, 내가 추월하기 위해 1차로를 이용하더라도 뒤에서 더 빠른 속도로 차가 달려온다면 비켜주게 돼 있습니다. 아우토반에서는 이 규칙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죠.


우측 차로로 추월하지 않는다

앞서 무제한 속도 구간에서 차로별 평균 속도를 설명해드렸죠? 편도 3차로의 경우 맨 오른쪽이 가장 느리고, 추월 차로인 1차로가 가장 빠릅니다. 이 차로별 속도 차이가 아우토반에서는 무척 중요한데, 오른쪽 차로로 추월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우리나라도 우측 차로를 이용한 추월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1차로를 막고 달리는 차들로 인해 추월을 단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비어 있다면 무조건 오른쪽 차로 이용

아우토반을 직접 경험하셨거나 동영상을 통해 유심히 본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아우토반은 좌측 차로들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월 차로는 물론이고, 2차로 역시 비워둔 채 맨 오른쪽 차로를 이용해 달립니다. 왜 그럴까요? 앞서 위에 소개한 두 가지 규칙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128p~134p,

2. 우리의 교통 문화, 독일의 교통 문화  / (15) 아우토반이 안전한 세 가지 이유 중에서


속도별, 용도별로 구분된 차로를 운전자들이 칼같이 준수하기 때문에 아우토반에서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속도 무제한인 아우토반의 교통사고 위험이 클 것 같지만, 자동차 사고는 오히려 제한속도가 시속 100킬로미터 수준인 국도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출처 –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이는 아우토반이 잘 설계된 덕도 있지만 부모와 사회의 가르침 속에서 철저하게 규칙을 지키는 문화가 운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죠. 잘 맞아 돌아가는 기계처럼 아우토반이 작동되어 전체적으로 안전할 뿐 아니라 흐름이 매끄러워 장거리 운전을 한다 해도 상대적으로 덜 피곤하다고 합니다. 도로 위에서 아무리 안전 운행을 해도 규칙을 어기거나 잘못된 운전 습관으로 위험하게 운전하는 사람이 많다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이 때문에 사고나 교통정체가 일어나고 도로 전체 상황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매년 추석 때 벌어지는 겁니다. 운전자가 기본적인 규칙을 준수하는 약속된 운전만 하더라도 귀경길 정체는 대폭 완화되지 않을까요?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의 저자는 "배웠으면 하는 독일 자동차 운전 문화 10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운전을 해보고 독일에서도 해본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두 나라 운전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며 다음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출처 –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1.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서울만큼 도로가 크고 복잡한 곳은 없지만 여기도 출퇴근 시간 때나 도심의 복잡한 도로는 차들로 늘 뒤엉키게 됩니다. 곳곳에서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릴 법한 상황임에도 묘하게 경적 소리 듣는 게 쉽지 않습니다.   

 

2. 횡단보도에서는 사람 냄새만 나도 Stop!

가장 부러웠던 점이 바로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 의식이었습니다. 독일 교통법에 이런 문구가 있던 것이 떠오릅니다. "자동차는 시동이 걸리는 순간부터 사람과 동등할 수 없다. 따라서 차와 사람 간에는 자동차에 더 큰 책임이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3. 아우토반 1차로는 추월 차로

오른쪽 차로를 이용해 앞지르기를 하거나 1차로에서의 정속 주행이 만연한 우리나라 고속도로도 빨리 이렇게 바뀌면 좋겠네요. 훨씬 안전하고 쾌적한 고속도로가 될 것입니다.

 

4. 급제동 급가속은 구경하기 힘들어

아무리 좋은 차, 슈퍼 스포츠카라고 해도 도심이든 외곽 도로든 신호 떨어지기 무섭게 굉음을 내고 달려나가는 차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5. 뒷좌석도 안전벨트!

이런 습관 역시 어렸을 때부터 그리고 운전면허 취득 시 아주 철저하게 교육해야 합니다.

 

6. 속도가 보장된 나라

'마음껏 달려라! 보장된 스피드를 최대한 누려라! 대신 달리지 말아야 하는 곳에선 철저히 규칙을 지켜라. 어기면 예외 없다!' 달릴 때와 그러지 않아야 할 때를 명확하게 구분해 지키는 모습은 지금도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7. 차에 문제가 있을 때 부탁하면 자기 일처럼

일단 도움을 구하면 태도가 180도 달라집니다. 자신의 일인 양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는 모습을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되는데요, 운전과 관련해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8. 닦고 조이고 기름 치자!

정비소 등에서나 볼 법한 구호가 독일에선 집집마다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물론 진짜로 그렇게 차고에 써놓는다는 건 아니고, 그만큼 차량 관리에 결벽증 환자들처럼 철저하다는 의미입니다.

 

9. 공공 교통 우대 자세

독일의 대중교통(버스, 전철, 트람)은 도심 주행에서 우선순위가 주어집니다. 법적으로도 자가용 운전자들은 버스나 트람 등을 함부로 앞질러 가거나 주행을 방해해선 안 됩니다.

 

10. 깜빡이, 그건 양보 신호

독일에서는 방향 지시등을 켜면 100대 중 98대는 들어오라고 속도를 줄여줍니다. 아우토반에서 진출로 쪽으로 빠져나갈 때도 200~300미터 전부터 깜빡이로 자신이 이번에 우측으로 빠질 것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밝혀둡니다. 혹이라도 속도를 줄였을 때 뒤차가 추돌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방향 지시등 사용은 매우 일상적이고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186~195p

2. 우리의 교통문화, 독일의 교통 문화 / (24) 배웠으면 하는 독일 자동차 운전 문화 10가지 중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죠. 에티켓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오히려 운전의 즐거움과 속도를 보장해준다는 평범한 진리입니다. 자동차를 제조업의 유산으로, 운전을 테크닉 정도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이해할 때 우리의 도로 환경은 분명 지금보다 더 나아지겠죠.



가을철 자동차 운전, 독일은 이렇게 한다


아무리 운전 실력이 좋다 한들 자동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얘기가 안 되겠지요. 가을철에 운전할 때는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통안전공단에서 발간하는 교통사고 백서에 따르면 10월과 11월에 교통사고가 가장 자주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른바 '가을 운전의 위험'입니다. 가을철에 안전하게 운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완 작가 알려주는 팁을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1. 낙엽을 눈이라 생각하자

일교차가 심한 가을에는 낙엽들이 젖어 있기 쉬운데요, 이런 젖은 낙엽은 미끄럽기 때문에 자동차 제동력이나 주행에 꽤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점이 긴장하며 운전하는 겨울철보다 가을을 더 위험하게 만듭니다.

 

2. 차에 쌓인 낙엽은 무조건 치워야

차의 앞유리 아래엔 '카울'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엔진룸의 열기와 소음을 막는 방화벽 역할을 하고, 또 그곳을 통해 외부의 차가운 공기가 차량 안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곳이 낙엽 등으로 막혀 있으면 유리에 습기가 잘 차게 됩니다.

 

3. 낙엽은 포트홀의 위장막

아스팔트 도로에 충격으로 인해 생긴 구멍(포트홀)이 낙엽으로 은폐되기도 합니다. 포트홀에 걸려 타이어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낙엽에 가려진 작은 돌멩이도 주의해야 합니다.  

 

4. 가을 안개, 조심 또 조심

짙게 깔린 안개는 운전자의 시야를 생각 이상으로 방해합니다. 독일에서는 50미터 정도의 거리를 기준으로 삼아 그보다 가시거리가 짧으면 안개등을 켜고, 그렇지 않을 땐 전조등을 사용해도 괜찮다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5. 바람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일기 변화가 심한 가을에는 돌풍을 만나기 쉽기 때문에 다리 위에서 운전할 때는 두 손으로 운전대를 쥐고 운전하셔야 합니다.

 

이상의 다섯 가지에 하나만 덧붙이자면, 일교차가 큰 가을에는 부쩍 히터와 열선을 자주 사용하게 되므로 미리미리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차 실내를 건조하게 유지하는 게 좋은데요, 이를 위해 방습제를 차 안에 비치하는 것도 가을철 자동차 관리 비법 중 하나입니다.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408~413p

부록2 위험한 가을 운전, 꼭 알아야 할 5가지 중에서

 

추석 명절의 운전은 가을 운전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추석 연휴에 교통사고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이번 명절엔 앞서 소개해드린 독일 운전 문화와 가을철 운전을 위한 팁을 생각하시면서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 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분이 많으실 줄 압니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은 정지선을 칼 같이 지키는 운전자들의 수준 높은 교통 문화로 유명합니다. 또한 마음껏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아우토반'이 생각납니다. 자동자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아우토반에서 질주하는 자유를 마음껏 누려보고 싶다고 열망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최근 생각비행은 독일의 자동차 문화를 담은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1500만 네티즌이 방문한 블로그(스케치북다이어리)의 운영자이기도 하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는 데 열심인 분이기도 합니다. 그가 자동차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독일이 자랑스러워하는 자동차의 특징과 그들의 교통 문화를 이해하면 독일 사회와 독일인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나아가 독일인들의 운전 태도, 신호 체계, 도로 시스템 등을 이해하게 되면 우리나라 교통 시스템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수시로 경적을 울리고, 정지선을 잘 지키지 않을 뿐 아니라 곡예 운전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을 보면서 국민성을 의심하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독일에 거주하면서 오랜 시간 그들의 교통 문화를 관찰한 결과 독일과 한국 교통 문화의 차이는 국민성이 아닌 교통 시스템의 차이에서 기인한 결과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세요.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

독일에서 전하는 자동차 문화 이야기

 

▸분야: 인문교양  ▸지은이: 스케치북 이완  ▸판형: 신국판(152*225)

▸쪽수: 416  ▸가격: 18,500원  ▸ISBN 978-89-94502-43-43 (03300)

 

 

아우토반, 독일 자동차 문화의 진수!

 

저자는 어느 날 시속 200킬로미터로 아우토반을 달릴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달려보지 못한 속도를 느끼며 자연스럽게 아우토반의 매력에 빠졌다. 아우토반에 대해 하나둘 알아가다 보니 독일이 자랑스러워하는 자동차의 특징과 우리나라와 다른 교통 문화, 그리고 독일인의 성격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독일의 자동차와 교통 문화를 몸으로 알아가면서 그들의 운전 태도, 신호 체계, 도로 시스템 등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쏟아지는 자동차 관련 정보들은 저자에게 재미와 고민을 동시에 던져주었다. 그는 자동차를 통해 독일이란 사회를 알아갔고, 반대로 독일이란 나라를 통해 자동차를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종합적 기록이다.

 

 

수준 높은 자동차 문화는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자동차 운전을 할 때 독일인들은 속도와 신호를 잘 지키고, 정지선이나 고속도로 통행 규칙 등을 잘 지키는 국민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평소보다 두세 배 빠른 속도로 아우토반을 달리는 독일인들을 보면 꿈틀대는 반전의 욕망을 읽을 수 있다. 그들에게 자동차는 실용적 생활의 도구지만, 아우토반을 만나면 자유를 향한 강한 욕망을 표출하기도 한다. 그러니 독일인들과 독일 사회를 보려면 먼저 자동차와 아우토반을 이해해야 한다.


《스케치북 다이어리의 할로 아우토반》에는 독일의 자동차 문화뿐 아니라 최초의 자동차, BMW를 구한 땅콩차 이세타, 자동차 엠블럼 등 자동차 제조사들의 숨겨진 이야기, 디젤차를 퇴출시키는 프랑스 등 환경을 고려한 유럽 각국 정부의 움직임, 하이브리드와 전기, 수소연료차, 자율주행 등 미래의 자동차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와 연관된 다양한 읽을거리가 곳곳에 담겨 있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독일의 자동차 문화는 남다르다. 안전한 교통 문화 시스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아우토반,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ADAC)와 전문 자동차 잡지, 그리고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 등. 이런 토대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1500만 명이 즐겨 찾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독일과 같은 수준 높은 자동차 문화를 우리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통 시스템을 고치고 기초부터 철저하게 교육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비판을 아끼지 않는 언론과 소비자의 뜻을 대변하는 단체를 만든다면 우리도 독일과 같은 자동차 문화를 가질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바가 이것이다.

 

 

국민성을 논하기 전에 시스템을 바꿔라
아우토반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 만나는 독일 운전자들은 그야말로 운전 모범생 자체다. 설 때 서고 갈 때 가며, 속도를 늦출 때 늦추고, 보행자를 배려하는 운전 등등 자동차 운전의 기본과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정지선을 넘어서거나 스쿨존에서 빠르게 지나는 모습, 아무 때나 경적을 울리는 행위 등을 독일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혹자는 이를 국민성의 차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저자는 이를 국민성의 차이가 아니라 시스템의 차이라고 강조한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신호등은 횡단보도 바로 위나 앞에 설치되어 있다. 정지선을 지나면 신호등을 볼 수 없으므로 운전자가 굉장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독일에서는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서 기능과 함께 신호 체계, 운전자가 꼭 지켜야 할 원칙 등을 체득하지 않고서는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 이런 차이가 교차로의 꼬리물기, 정지선 지키기 등을 단속으로 개선하려는 우리와 사뭇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시스템의 문제는 단속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것은 선진국과 비교하면서 교통 시스템은 독일 등 자동차 문화 선진국과 왜 비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교통 문화의 차이는 국민성의 차이가 아니라 시스템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독일 자동차 문화는 운전자가 만든다
노란 천사라는 별명을 가진 아데아체는 독일 자동차 클럽으로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유료 클럽인 아데아체는 회원들을 위해 긴급 출동 서비스뿐 아니라 자동차 테스트는 물론 도로, 휴게소, 주유소 등 자동차와 운전에 관련된 모든 것을 검사하여 얻은 정보를 회원들과 공유하고 잘못된 점들을 바로잡게 한다. 아데아체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스스로를 위해 만들어낸 독일 자동차 문화의 열매인 셈이다.


매주 70~80만 부를 판매하는《아우트빌트》를 필두로 한 자동차 전문 잡지들은 유료 구독자들 덕분에 막강한 힘을 가진 자동차 제조사들이나 광고주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그래서 자동차 운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공정하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처럼 선진적인 자동차 문화의 이면에는 단결하는 독일 자동차 운전자들의 저력이 있다.

 

 

독일 자동차 문화를 보면 독일인이 보인다
독일 자동차의 발전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히틀러가 차지하는 몫이 크다. 국민차 프로젝트나 아우토반 건설, 자동차 경주를 통한 홍보 및 기술 향상 등은 독일 자동차 발전의 밑바탕이 되었다. 특히 아우토반은 독일 자동차의 엔진 내구성과 조종의 안정성, 단단한 하체와 우수한 제동력 등 자동차 성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밑바탕이었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자동차 번호판에서 히틀러와 그의 시대를 상징하는 글자조차 쓰지 못하게 하는 등 독재자의 얼룩을 자동차 문화에서 지워나가고 있다. 이처럼 역사의 과오를 고쳐나가는 독일 자동차 문화를 통해 독일인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지은이  스케치북 이완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다. 지나다니는 자동차를 보며 이름을 맞히고 엔진이 몇 기통으로 되어 있는지 읊어대는 등 제법 마니아다운 점도 있었다. 만화책보다 자동차 잡지에 빠져 몇 년을 보냈고 모형 자동차를 만들어 책장 앞에 쭉 늘어놓으면 왜 그렇게 뿌듯했던지. 하지만 그 정도였다. 자동차는 어릴 적 취미나 관심 이상의 대상이 되지는 못했다. 잊고 지냈고 전혀 다른 공부를 했다. 한동안 기획하고 대본 쓰고 인터뷰하는 등 방송국 밥을 먹기도 했다. 결과적이지만 그때의 소소한 경험이 자동차를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독일에서 서울로 휴가 나온 아내를 만나 사랑에 빠져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여 독일에 둥지를 틀었다. 독일은 자동차에 미친 나라다. 그 덕분에 잊고 지내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되살아났다. 우리 사회와 너무나 다른 교통문화를 경험하며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다. 배워야 할 점을 더 많은 사람에게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에 펜을 들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자동차 덕분에 블로거로 그리고 칼럼니스트로 살고 있다.

 
현재 프랑크푸르트 인근,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작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어쩌면 내 인생의 진짜 전성기는 지금부터가 아닐까 한다. 흰머리 가득해질 때까지 자동차와 자동차 문화에 대한 담론을 이어가려는 꿈과 욕심이 가득한 사내에겐 말이다. 요즘은 작은 자동차 박물관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준비 중이다. 사람 이야기 가득한 ‘독일 자동차 박물관 기행’이 될 것 같은데, 과연 언제쯤 끝낼 수 있을는지.

 

 

책 속으로

 

긴급 출동 서비스가 아데아체의 핵심 서비스라면 두 번째로 중요한 일은 각종 자동차 관련 테스트입니다. 이는 아데아체의 주요 업무이자 자랑거리로, 신차에 대한 꼼꼼한 분석과 연간 150대 이상의 충돌 테스트를 통해 차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이 자료들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습니다.

아데아체는 충돌 테스트 외에도 에코 테스트, 타이어 테스트, 바이크와 스쿠터 테스트, 어린이 카시트 테스트 등 다양한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기본적인 테스트 외에도 정비소 비교 테스트, 터널 테스트, 고속도로 휴게소 비교 평가, 자전거 헬멧 테스트, 자동차의 각종 첨단 장치 테스트, 주차장 테스트, 주유소 테스트 등 이동 수단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시험하고 그 결과를 공유합니다. 심지어 어느 해변의 모래 상태가 어떻다거나 어느 지역 도로가 어떻다는 등의 시시콜콜한, 하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세부적인 내용까지도 점검하고 있습니다. ―20~21쪽

 

 

그런 자동차 전문지는 운전자들을 위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억울한 일에 대신 발 벗고 나서줍니다. 독자들은 그런 잡지를 위해 아까워하지 않고 기꺼이 구독료를 지불하죠. 그리고 그렇게 지불한 돈은 다시 잡지사가 독자를 위해 새로운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됩니다. 멋진 순환구조가 아닐 수 없죠. 이제 우리도 이런 자동차 전문지 하나쯤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34쪽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 보호는 단속과 시민 의식 촉구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죠. 더 나은 제도를 마련하고, 그렇게 마련된 제도를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홍보하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이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일관되게 이어져야 할 기본 정책이라는 점도 분명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덧붙여 요즘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들이 늘고 있는데, 이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또 신호가 바뀌기가 무섭게 뛰어 건너는 아이들에 대한 주의도 필요합니다. 횡단보도는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대각선으로 건너는 것이 조금이라도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점도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146쪽

 

 

토요타가 이끌었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더 이상 시장을 이끌지 못하게 됐습니다.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같은 다른 대안들이 점점 그 기세를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하이브리드가 열어준 새로운 길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없었더라면 친환경과 연비 효율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더 늦게 우리를 찾아왔을지 모릅니다. 또 하이브리드 기술이 없었더라면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의 기술 발전은 더뎠을 것입니다. ―349쪽

 

 

현대차 내부에서도 요즘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입차의 성장은 이런 위기를 가중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정말 위기를 느끼고 있다면 그리고 어떤 해답을 찾고자 한다면 몸으로 부딪쳐보길 권합니다. 백날 연구원들만 경쟁 차량 타고 숫자 가득한 보고서 올리게 하지 말고, 과감하게 회사 차원에서 임원들이 경쟁 차량을 제대로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적극적 전략을 세워보길 권합니다.
외제차가 사내에서 보이기라도 하면 '애사심' 없는 어떤 이가 다른 브랜드 차를 타고 다닌다며 눈총을 주기도 하는데 좋은 물건을 써봐야 그게 왜 좋은지, 어떻게 그 수준에 다다를지 배울 수 있는 것 아닐까요? 현대차 자신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현대차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진정성 있는 도전과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395~396쪽

 

 

차례

 

 

서문 자동차는 문화다

 

CHAPTER 1 자동차로 읽는 독일
독일인을 통해 보는 자동차, 자동차를 통해 보는 독일인

 

01 독일인을 알면 독일 자동차가 보인다
02 독일 운전자들의 노란 천사, 아데아체를 아시나요?
03 이런 착한 자동차 잡지를 봤나
04 독일인들은 아우디, BMW, 벤츠를 어떻게 생각할까
05 똥차가 아니라 오래된 차입니다
06 독일 노인들은 제복 안 입은 경찰관?
07 자동차 번호판에서조차 나치 역사 용납 않는 독일
08 히틀러, 자동차 대중화 공약으로 무얼 노렸나
09 히틀러는 왜 포드에 열광했나
10 나치 시대가 낳은 전설의 경주차 은빛 화살
11 아우토반을 만든 작은 히틀러, 프리츠 토트
12 아우토반은 어떻게 독일 차를 키워냈나?

- 독일 중고차 딜러와의 솔직한 인터뷰

 


CHAPTER 2 우리의 교통 문화, 독일의 교통 문화
한국과 독일에서 운전하며 느낀 교통 문화 이야기

 

13 횡단보도 정지선은 지킬 수밖에 없다
14 독일 도로에는 왜 김여사가 없을까?
15 아우토반이 안전한 세 가지 이유
16 착한 사마리아인 법 그리고 교통사고 목격자
17 횡단보도는 교통 문화 수준을 알려주는 바로미터
18 프랑스는 왜 디젤차를 버리려 하나
19 과속방지턱은 과연 사라질 수 있을까
20 유럽 문화를 이해하는 열쇠, 해치백과 왜건
21 SUV, 이기적인 차로 남을 것인가
22 독일 초등학생의 자전거 면허 따기
23 당신의 차에 있어야 할 것과 있어서는 안 되는 것들
24 배웠으면 하는 독일 자동차 운전 문화 10가지

-평범한 독일 아저씨, 몬제 씨와의 자동차 수다

 


CHAPTER 3 일상, 삶 그리고 자동차
자동차, 그 안에 담긴 일상의 이야기들

 

25 자동차 접촉 사고로 울고 웃었던 하루
26 자동차, 그 욕망의 이름
27 자동차 주행 막는 세 가지 저항, 우리 인생 같아
28 화물차와 택시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
29 운전하는 아내, 난 이래서 예쁘다
30 어느 88만원 세대로부터 온 글
31 넌 세상에서 가장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야
32 세월호 그 후, 우리 도로는 더 안전해졌나
33 자동차로 미래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안철수 의원과의 자동차, 교통 정책 인터뷰

 


CHAPTER 4 자동차,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영리한 비즈니스 세계

 

34 부가티, 대당 60억 넘게 손해 보면서 파는 이유
35 알파 로메오에서 볼보까지, 자동차 회사 이름의 유래
36 프랑스, 자동차 역사를 빛낸 히든 챔피언
37 BMW를 위기에서 구해낸 땅콩차 이세타
38 페라리 엠블럼과 한 도시에 얽힌 수수께끼
39 삼각별의 영리함: 고객의 마음을 훔치는 방법
40 SUV, 그녀를 유혹하다
41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42 자율주행, 유토피아로 갈 것인가
43 에어백보다 더 많은 사람 살린 ESP의 개발 비화
44 아우디 A1, BMW 1시리즈 맞수 맞나요?
45 유럽의 자동차 보증 기간, 어느 수준일까?
46 현대차 안팎의 불편한 분위기들

-현대차 임원들이 수입차를 타야 하는 이유

 

부록 1  독일 전문가가 전하는 내 차 관리 요령 15
부록 2  위험한 가을 운전, 꼭 알아야 할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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