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전직 대통령으로는 네 번째로 박근혜가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에 출석하는 날 삼성동 자택 앞에서 40대 한 남자가 발가벗고 자신이 정도령이라며 고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또한 박근혜 극성 지지자들은 소리를 지르고 길바닥에 누워 오열하며 난데없이 하나님 아버지를 찾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한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석하며 송구하다는 짧은 감상만 남겼습니다.


출처 - MBN

 

22시간의 긴 조사를 진행한 검찰은 박근혜를 맞이하는 준비부터 이미 죽은 권력의 눈치까지 보는 견찰, 떡찰 버릇을 아직도 못 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탄핵으로 파면되어 법적으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박근혜를 위해 교통 통제 및 에스코트를 해서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특검이 끝나자마자 자신들을 그 자리에 앉혀준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이 정도에 그치지 않습니다.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자연인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호칭해주는가 하면 우병우 때 초장거리 촬영으로 데인 적이 있는 탓인지 이번에는 검찰청 한 층 전체를 블라인드로 가리기까지 했습니다. 조사실 옆방인 휴게실에는 침대와 소파 등 휴게실까지 만들어 '피의자께서 피로하실까' 걱정하는 노력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당연히 하게 되어 있는 영상 녹화를 박근혜 대리인단 쪽에서 동의하지 않아 진행하지 않는 배려까지 해주었습니다. 자연인 신분인 피의자에게는 조사과정의 녹음, 녹화를 고지만 하면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직권남용, 뇌물수수 등 무려 13가지 범죄의 피의자인 박근혜에 대해 이렇게까지 배려해주는 저의가 과연 무엇이냐 하는 질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자연인 박근혜의 검찰 조사를 앞두고 청와대가 JTBC의 태블릿PC 보도 이후 26대가 넘는 쇄절기를 구매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대낮에 증거를 인멸하는 정황이 뚜렷한데도 검찰은 청와대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소극적이었습니다. 다른 평범한 피의자에게도 이런 배려를 할 것이 아니라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대한민국의 법치를 검찰이 나서서 훼손하고 있는 꼴이 아닙니까?

출처 - 한겨레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근혜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조만간 재판에 넘길 계획이라고 하는데 현재까지 적용된 혐의만 13개에 달해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아무리 빨라도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뇌물수수 혐의입니다. 뇌물수수 혐의가 어떤 방식으로든 법원에서 인정될 경우 피의자 박근혜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것이며, 이 경우 이재용, 최태원 등 재계 서열 수위의 대기업 총수들도 징역형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박근혜는 뇌물수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나 대기업 총수들은 강요에 의해 헌납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죠. 그런데 피의자 박근혜는 이 부분에 대해 선의에 의해 한 일이고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강요죄조차 부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근혜와 대기업 사이의 비틀어진 주장을 검찰이 파고들어 집중적으로 더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경인일보


법원에서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중형에 처해지는데 1억 원 이상 뇌물을 받은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해집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봐도 삼성에서 433억 원, 롯데에서 70억 원 등을 모았습니다. 이런 부분의 혐의가 제대로 입증될 경우 피의자 박근혜에게 법정 최고형 선고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뇌물뿐 아니라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 여러 혐의가 겹쳐 있어서 가중처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검찰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증거를 인멸 중인 박근혜를 구속 수사하고 그 죄상을 낱낱이 밝히기 바랍니다. BBK 사건 때 주어가 없다는 식으로 MB에게 어이없는 면죄부를 준 사실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검찰이 또 그런 잘못을 저지른다면 국민의 분노를 피할 수 없음을 엄중히 느끼기 바랍니다.

 

드디어 봄이 왔습니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며 마음 졸이던 겨울이 갔습니다. 지난 10일(금)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에 상식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며 8:0 전원일치로 탄핵을 인용해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했습니다. 파면의 효력은 즉각 발동됩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며칠을 뭉개다가 지난 주말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습니다. 한 줌 남은 친박과 탄기국의 보잘것없는 마중 속에서 말이지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에 묻어난 미소는 세월호 참사로 300여 명이 희생되었을 당시 보였던 미소와 같았습니다.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이 있던 날, 헌재 판결 불복으로 격해진 시위에서 자신을 옹호하던 사람이 3명이나 죽었는데도 청와대를 떠나 사저로 돌아가는 내내 웃음을 보인 겁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택으로 돌아가며 발표한 변을 보면 박근혜와 그 추종자들은 여전히 자기들만의 세상속에서 살고 있는 듯합니다. '자신이 모두 안고 가겠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말을 남겨 많은 언론이 헌재의 판결에 불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사실 이 대국민 메시지마저도 대독해서 박근혜가 직접 작성한 건인지는 확인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한줌 남은 친박도 '정신승리'를 꽤하긴 마찬가집니다. 대표 친박 인사인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근혜가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며 역사적 판결은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출처 - JTBC


진짜 민심을 살펴볼까요? 5:3으로 탄핵이 기각될 거라고 믿고 5단 케이크를 준비하고 있었다던 박근혜와 추종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국민의 뜻은 너무나 분명했습니다. MBN과 매일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탄핵 결정에 승복한다는 답변이 92퍼센트, 불복한다가 6퍼센트였고, 탄핵 인용을 잘한 결정이라는 답변이 86퍼센트, 잘못한 결정이라는 답변이 12퍼센트로 나왔습니다. 어용 언론들에 의해 마치 국론이 둘로 분열되고 있는 것처럼 떠들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의 뜻은 박근혜는 탄핵당함이 마땅하고 탄핵당하여 잘됐다는 겁니다.


출처 - SBS


SBS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검찰 수사와 관련해 국민의 68.4퍼센트가 지금 당장 박근혜를 수사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61.2퍼센트의 국민이 박근혜를 구속수사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전 국민의 3분의 2 이상인 압도적인 다수가 박근혜를 지금 당장 구속해서 수사해야 한다고 답한 겁니다. 이는 전 세대에 걸쳐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을 당장 단죄해야만 우리나라에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은 삼성동 자택으로 자리를 옮겨 농성으로 헌법에 도전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과연 제정신인지 의심스럽습니다. 탄핵 판결을 내린 헌재의 결정에 불복할 방법은 없습니다. 헌법 재판은 법원 재판과 달리 단심제이고 헌재법에도 이미 심판을 거친 동일한 사건은 다시 심판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탄핵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출처 - JTBC


지난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세종시 수도 이전에 대해 8:1로 위헌 결정을 내리자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법치주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며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헌법에 대해 도발하고 체제를 부정한다면 나라는 근본부터 흔들리고 말 것입니다"라고까지 말한 장본인이죠.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김현희 저, 생각비행 출간)

 

일전에 저희는 '박적박',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 즉 박근혜의 모든 생각은 자신이 이전에 했던 말로 부정하고 반박할 수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디스하는 것만은 잊지 않는 일관성을 유지하는군요. 그런 일관성과 꼼꼼함은 MB를 많이 닮았습니다.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하는 일에 일관성을 지켰다면 헌법 사상 탄핵당한 첫 대통령이라는 치욕을 받을 일은 없었을 텐데요. 국민을 받드는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을 죽이는 권력과 자본의 노예가 된 자의 결말이 어떤 모습인지 다시 한 번 역사에 똑똑히 남겼습니다. 촛불집회 현장에 늘 세월호 유가족이 있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아픔을 기억하고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할 시점입니다. 


출처 - 스페셜경제


탄핵당한 이후 행동을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추종했던 이들마저 등을 돌릴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과정은 단 하나입니다. 특검에서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하루빨리 검찰 수사가 진행되어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벌을 받는 것뿐입니다. 오늘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21일 9시 30분 검찰청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공식 통보했습니다. 진실은 밝히고 박근혜는 감옥으로 보내야겠죠.

출처 - 경향신문

 

아직도 박근혜를 뒤따라 국민을 기만하고 억압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이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내보내려면 탄핵으로 열린 조기 대선 정국 속에서 더 고민해야 합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