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쉴 수 없다. 제발, 목에 무릎이…"


지난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이 무릎으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짓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망 전 마지막으로 눈을 감은 채 "어머니.."를 외쳤다고 하죠. "숨을 쉴 수 없다"고 토로했던 플로이드의 호소는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에 숨 막혀 하는 흑인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슬로건이 되었습니다. 

 

연합뉴스

 

당시 백인 경찰은 플로이드의 목을 8분 46초 동안 짓눌렀고 현장에 응급 의료진이 도착한 후 1분이 지날 때까지 풀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도착한 구급차가 영구차가 되었죠. 목을 짓눌린 플로이드가 의식을 잃자, 당시 한 목격자가 "그에게서 떨어지라"라며 백인 경찰을 향해 소리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경찰은 플로이드를 풀어주기는커녕 목격자를 노려보며 위협하듯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명백히 인종차별에 기반해 공권력을 휘두른 살인 동영상이 미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격분한 시민들이 미국 전역에서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출처 – AFP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플로이드가 사망한 다음 날 목을 짓누른 경찰과 보고만 있던 경찰까지 4명을 해고했습니다. 하지만 검사는 주범 한 명만 3급 살인인 우발적 살인으로 기소해 흑인들의 분노에 불을 댕겼습니다. 며칠 후 플로이드 유족의 요청으로 부검을 진행한 부검의는 목과 등 압박으로 인한 질식이 뇌로 향하는 혈류를 부족하게 해서 사망한 것이라며, 이 사건을 백인 경찰에 의한 살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출처 -  Chad Davis / 위키미디어 공용


부검으로 경찰의 대응이 사실상 살인 행위였음이 명백해지자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습니다. 미네소타주는 뒤늦게 나머지 백인 경찰 3명을 포함해 가해자 4명에게 2급 살인 공모 및 2급 우발적 살인에 대한 공모 혐의를 새로 적용했습니다. 3급 살인은 살해 의도 증거가 없지만 매우 위험한 행위를 저질렀을 때 적용되지만 1, 2급 살인은 살해 의도가 있다는 증거가 있을 때 적용됩니다. 1급은 살해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범행했을 때, 2급은 우발적일 때 적용됩니다. 3급 살인의 경우 최고 형량이 15년이지만 2급 살인의 경우 최대 40년형이 구형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플로이드 사건의 경우 영상과 부검 결과가 말해주듯이 1급 살인으로 봐야 하며 미네소타주법이 아닌 미국 전체의 국가적 사안을 다루는 연방법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종차별에 기반해 공권력을 자행한 백인이 흑인에게 증오범죄를 저지른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거죠.


출처 - 연합뉴스


흑인만이 아니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양식 있는 미국 시민들은 75개 이상의 도시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뜻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무릎으로 목 누르기 체포 행위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5년간 이런 식의 대응으로 인해 44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드러났죠. 그리고 피해자의 60%가 흑인이었습니다. 심지어 14세 소년이나 단지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목 누르기를 당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이런 체포 방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만, 미니애폴리스 경찰국 정책 매뉴얼에는 이 행위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그동안 자행된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재인식하게 했습니다.


출처 - 트위터


플로이드 사건으로 시작된 시위는 미국 내 인종차별 현실에 대한 분노 표출과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고 고발하는 의미의 시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집회는 대체로 평화로웠지만 일부 도시에서는 폭력 사태와 약탈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사건 전체의 의미를 조망하지 않고 지나치게 약탈과 방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기사들에 주목해서는 안 됩니다. 플로이드 사건으로 시작된 시위는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이뤄졌습니다. 폭력이나 약탈이 벌어진 곳이라고 보도된 곳에서 오히려 백인들이 날뛰거나 프락치인 경찰이 시위를 선동하다가 발각된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백인들이 약탈하는 상점 앞에서 이를 저지하는 흑인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또한 좌초된 백인 경찰을 나서서 보호하는 흑인 시위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뉴스1


비무장 평화시위 중이었던 시민의 안전을 무시하고 사람들을 차로 밀어버리는 뉴욕 순찰차 영상은 전 세계로 퍼져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리고 일부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자신의 유튜브에 '플로이드 챌린지'라면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장면을 희화화하는 악마적인 행태마저 보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민낯입니다.


출처 - 뉴스1


물론 백인이라고 나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경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루이스빌에서는 경찰로부터 흑인 시위대를 지키려고 거리에 나선 백인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캔자스, 산타크루즈, 플린트, 캘리포니아에서는 경찰청장이 직접 시위대 앞에 무릎을 꿇고 플로이드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인종차별에 맞서 인권을 지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겠죠.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시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지지를 업고 대통령이 된 트럼프였습니다. 비정상적인 코로나19 대응으로 줄곧 비판의 대상이었던 그는, 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의 근본을 훼손했습니다. 내전에 준하는 사회 갈등이 발생했을 때는 국민을 통합하려고 노력해야 할 텐데, 트럼프는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심화시키는 원흉이 되고 있습니다. 정당한 분노를 드러내는 시위대를 ‘폭도’와 ‘깡패’로 규정하고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을 시작한다"라는 저열한 언어로 시민을 위협했죠.


출처 - 연합뉴스


온갖 폭력적인 언어로 시민들을 비난하던 트럼프는 시위대가 백악관 앞으로 모여들자 졸렬하게 지하 벙커로 피신해 비웃음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시에나 띄울 블랙호크 전투 헬기를 출동시키고 최루액을 뿌리는 등 폭압적인 진압으로 시위대를 짓밟고 있죠.


출처 - 뉴스1


기본적인 상식조차 망각한 트럼프의 행보에 지쳐버렸는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공화당조차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전 합참의장 등 미군 장성들도 우리의 적은 시민이 아니라면서 트럼프 정부의 대응에 경고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특히 지난 2일 부시 전 대통령은 플로이드 피살 사건이 미국 내 인종차별 관련 정책의 충격적 실패를 반영하고 있다며 시위대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으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백악관 앞 광장에서 시위대를 몰아낸 것은 미국이란 국가의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지 부시의 이전 행적을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입니다만, 조지 부시한테서 훈계를 들어야 하는 트럼프는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인물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시위는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영국, 독일, 덴마크 등 미국 대사관 앞에서 수많은 시민이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느냐고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독일의 한 축구 선수는 득점 후 유니폼을 걷어 올리며 ‘플로이드에게 정의를’이라는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6일 오후 4시 시청역 5번 출구 앞에서 주한 미국 대사관 앞까지 침묵 행진을 하자는 뜻이 퍼지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이른바 '선진국'의 민낯이 드러나는 가운데 수없이 많은 무고한 생명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시국에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에 맞서는 시위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시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존엄한 생명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인권의 개념을 고민하게 되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한인 상가 약탈에 초점을 맞춰 이번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한인 상가 약탈이라는 '팩트'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차별과 혐오는 지금 우리의 현실에도 존재합니다. 비극의 역사를 끝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조지 플로이드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해야 합니다. 아울러 큰 진실을 보는 혜안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미국이 또다시 총기난사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습니다. 지난 주말 겨우 13시간 만에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연쇄적으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백인 범죄자들에 의한 총기난사 사건이었죠.


출처 -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10시경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은 인종 우월주의에 기반한 증오범죄였습니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와 쇼핑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많은 대형 쇼핑몰에서 총기를 난사해 20명이 죽고 26명이 다쳤습니다. 부상자는 2세 어린아이부터 82세 노인까지 무척 광범위합니다. 주말을 맞아 쇼핑몰을 찾은 가족들이 변을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찰은 댈러스 출신의 21세 백인 남성인 패트릭 크루시우스를 체포했습니다. 그는 범행에 앞서 이번 범행을 예고하는 성명서를 온라인상에 게시했다고 하죠. 성명서에서 그는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략을 반대한다는 인종차별적 주장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텍사스는 애초 멕시코 땅이었고 미국이 전쟁으로 빼앗은 곳이었죠. 그렇기에 히스패닉이 많이 사는 겁니다. 침략 행위는 자기네가 해놓고선 히스패닉이 침략해온다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인종차별적 주장으로 증오범죄를 저지른 겁니다. 무식함이 지나쳐 화를 부른 경우라고나 할까요.


출처 - 연합뉴스


끔찍한 참상이 수습되기도 전에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또 다른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총기난사로 9명이 죽었습니다. 총기난사 범행을 저지른 이는 코너 베츠라는 24세 백인 남성이며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지 1분 만에 주변을 순찰 중이던 경찰에게 사살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최소한 100발 이상의 총알을 소지했고 방탄복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사망자가 9명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었던 겁니다. 사살된 범인의 총에 여동생도 사망한 사실을 미루어볼 때 남매간의 갈등을 포함한 가족 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연이은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즉각 애도를 표했습니다. 백악관과 관공서는 조기를 게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모든 미국인은 인종주의와 편견, 백인 우월주의를 비난해야 한다며 단결을 호소했습니다. 그러고는 두 총기난사 사건을 야만적 공격이자 모든 인류에 대한 범죄, 악의 공격이라 규정하고 총기규제 강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으며, 총기 구매자에 대한 더욱 강력한 신원조회 법안을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대량살상 가해자들이 신속히 처형될 수 있게 새로운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적절한 발언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인종주의를 기반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설득력이나 진실성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숭고한 이념을 이루기 위해 순교한다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지르는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범인을 신속하게 처형한다 한들 범죄율이 내려갈지 의문이 드는 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인 총기 자체를 그대로 두고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13시간 만에 연달아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지만, 사실 일주일 사시에 미국에서 일어난 대형 총기사고는 이 2건을 포함해 모두 4건이었습니다. 나머지 2건 또한 큰 총기사고였지만 삽시간에 묻혀버릴 정도로 미국에서 총기난사는 크나큰 사회문제입니다. 올해 미국 내에서 다수가 사망한 총기난사 사건은 32건에 달합니다. 이 사건들의 사망자만 해도 125명이나 됩니다. 《USA투데이》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일어난 모든 총기난사 사건을 따지면 오하이오주 총기난사 사건은 251번째라고 합니다. 이를 보면 하루에 1건이 넘는 꼴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JTBC


총은 칼이나 불과는 달리 오로지 살상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도구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총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합니다. 대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총 그 자체가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요. 총기 규제를 바라는 수많은 미국 시민의 삶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지는 때입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인과 똑같은 임금을 주는 건 불공정하다."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기여가 없고 기여한 바가 없다."


인종차별주의 극우 단체의 발언인가 싶으시겠지만, 지난 19일 우리나라의 제1야당이라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한 발언입니다.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말이었죠. 황 대표는 심지어 법 개정을 통해 당 차원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덜 주는 방향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까지 밝혔습니다. 자유한국당의 망언이야 하루이틀 일이 아닙니다만, 이번에 나온 발언 내용과 발언의 주체와 관련하여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지적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엉망진창이라 황당한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우선 내외국인의 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언을 살펴봅시다. 이는 대한민국의 현행법은 물론 국제 노동기구(ILO) 협약과도 정면으로 대치됩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6조는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국제 협약으로 비준한 ILO 협약 제11호도 국적을 이유로 한 임금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별을 법제화할 경우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위반됩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의 FTA를 자기네 정권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내세우던 정권의 대통령 권한 대행까지 했던 사람이자 현재 자유한국당의 대표직을 맡은 사람이 나서서 FTA를 위반하자는 발언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법무부 장관이었던 사람이 국내법부터 국제협약까지 싸그리 무시한 발언을 저렇게 어이없게 내뱉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끝간데 없이 무식하거나, 최소한의 법은 물론 과거 자기네가 뱉었던 말조차 무시할 정도로 이득에 눈이 멀었다고 봐야겠지요. 어느 쪽이 됐든 공당의 대표이자 공인의 자리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출처 – Canadian Press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을 때처럼 정말 부자가 되는 것에만 눈이 멀어 법이고 협약이고 깡그리 무시하고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의 말처럼 한다고 쳐봅시다. 그런데 실상 그렇게 했다가 실패한 나라가 있습니다. 의외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으나 캐나다가 그런 사례입니다. 보수당에서 창출한 정부인 하퍼 정부는 2012년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합법적으로 15% 임금을 덜 줘도 되는 속칭 15% 룰을 도입했죠. 하지만 문제가 터져 나오는 데는 채 1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캐나다의 가장 큰 은행 중 하나는 IT 직업군을 뽑으면서 100% 외국인만을 뽑았으며, 가장 구하기 쉬운 일자리인 패스트푸드점들 역시 100% 외국인만 뽑았습니다. 당시 알버타에서는 새로 생긴 직업의 75%가 외국인들로 채워졌으며, 캐나다인들이 직업을 잃은 자리마다 외국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당연합니다. 무려 15%나 합법적으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데 미쳤다고 기업들이 자국인을 쓰겠습니까? 인종차별이라 할 법한 아마추어적인 마인드로 경제정책을 추진했던 캐나다 보수당의 이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법은 결국 1년만에 폐지되었죠.

 

출처 - 뉴스퀘스트

 

결국 자유한국당 황교안의 이번 망언은 명분도 실익도 없고 심지어 검색 한번만 해보면 알 수 있는 외국 사례조차 모르는 '경알못'이었음을 자기고백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러고는 자유한국당이 무슨 자신감으로 경제만큼은 보수가 잘한다는 헛소리를 해대는 걸까요?


출처 - 국민일보


너무 어이없는 망언이었는지 자유한국당의 전 대표였던, 그리고 망언제조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하는 홍준표조차 과거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서독, 중동 나가던 시절을 생각해야 한다며 황교안의 외국인 근로자 임금 차등 적용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출처 - 뉴시스

 

홍성문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황교안 자유한국당가 "연일 쏟아내는 망언으로 '스펙'만 출중한 헛똑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습니다. 홍 대변인은 "(황 대표는) 스펙보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치인으로서 역량을 쌓으라"면서 "'제발 일 좀 하라'는 국민의 요구에도 국회 정상화를 거부하는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 경제 기본도 모르고 뚱딴지 같은 소리만 쏟아내는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 외국인 임금차별 발언에서 드러난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넘어 국민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국알못'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한편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는 지난 21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외국인 노동자 차별임금 발언에 대해 '청년 일자리를 없애는 망언'으로 규정했습니다. "청년의 일자리를 고민하기보다는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극우적 시각에 기대어 표심을 자극하려는 '청년 무시' '양질 일자리 포기’ 선언'"이라는 것입니다.

 

출처 - 녹색당

 

녹색당 또한 지난 6월 19일 논평을 통해 "한국 경제의 필요에 의해 적극적으로 유치해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투입'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가차 없이 돌려보내는 '일회용 휴지'처럼 이주노동자를 대우하는 것이 지금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부당하고 부끄러운 상황을 개선하자고 나서지는 못할망정, 앞으로도 계속 차별적이고 열악한 처우를 유지하자는 선동은 그 자체가 변명의 여지 없이 끔찍한 인종차별이다"라면서 "노동자의 기본권과 인권을 무시하고 노동착취를 정당화하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반감을 조장하고 선동한 황교안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자질도 자격도 없다. 당장 전 국민 앞에, 이 땅의 이주노동자들 앞에 백배사죄하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노동권과 인권에 대한 기본 소양부터 쌓아라"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막말 논란에 대해 황교안 대표는 '삼사일언', 즉 3번 생각하고 말하라며 주의를 당부한 바 있죠. 그런데 황 대표는 아예 생각 자체가 없는 아무말 대잔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직 국무총리, 대통령권한대행일 때도 의전 타령으로 숱한 질타를 받은 바 있죠. 황교안 대표는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대표직을 내려놓기 바랍니다. 아울러 입 다물고 진짜 경제 공부를 좀 하길 바랍니다.

단군에서 반만년 이어진 대한민국이 단일 민족의 나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를 지나 21세기를 맞이한 대한민국에서 단일 민족의 환상이 깨진 지 오래입니다. 국제간 교류가 활발해져 외국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얼마 전에 있었습니다.


출처 – 서울대동초등학교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대림에 있는 대동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 72명이 전원이 다문화 학생이라고 합니다. 서울에서는 첫 사례라고 하는데요, 대동초등학교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교생의 62.4%가 다문화 학생일 정도로 원래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긴 했지만 신입생 전원이 다문화 학생인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입학생 중 다문화 학생이 50.7%였던 걸 보면 매우 늘어난 겁니다.


출처 – YTN 유튜브


이는 중국 교포들의 선호와 한국 학부모들의 기피가 맞물려 일어난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중국 교포 사이에서 대동초등학교는 명문교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교포 학생이 많은 편이어서 아이들이 적응하기 쉽고 이들을 위한 수업 환경도 다른 학교에 비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대동초등학교는 다문화 예비학교로 지정돼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특별학급이 갖춰져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다문화 학생이 많기 때문에 교포들이 안심하고 자식을 학교에 보낼 수 있다고 하죠.


한편 다문화 학생이 많다 보니 지원 정책과 학사의 초점이 다문화 교육에 맞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 학생들이 역차별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죠. 학교 현장에서도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초등학교인 만큼 우리나라 정규 교과과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 때문에 교사와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더운 날씨에 웃통을 걷어붙이고 나다니면 안 된다는 등의 문화적인 차이까지 반복해서 가르쳐야 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입학식 같다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교사도 많습니다.


중국 교포가 많은 영등포, 구로, 금천구의 초등학교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동초등학교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다른 학교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가 많고 부담이 커 교사들이 다문화 학생이 많은 학교 근무를 꺼린다고 말합니다. 일각에서는 다문화 학생 쏠림 현상으로 이 학교들이 다문화 격리구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죠.


출처 – YTN 유튜브


모든 선생님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누구보다 다문화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할 선생님까지 편견에 빠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인 전학생을 당연하다는 듯이 "야, 다문화!" 하고 부르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한국어가 서툴러 숙제를 제대로 못 한 다문화 학생을 한국인 학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선생님도 있습니다. 이는 비단 동남아시아나 중국 교포의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닙니다. 일본 전학생에게 일본놈, 쪽바리라며 모욕을 주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학부모들의 편견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일부 한국인 학부모들은 이주민 가정에 대한 편견으로 자녀들에게 외국에서 온 친구랑 가까이하지 말라는 주의를 주는가 하면, 학부모 정보 공유 단톡방에 외국인 학부모를 초대하지 않는 사례도 비일비재합니다. 

출처 - 서울신문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아직도 편견에 빠져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차별을 하는 겁니다. 다문화라는 테두리 안에 사는 이주민들은 제도적인 차별보다 더 무서운 게 인식의 차별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출처 - 서울신문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지난해 영등포, 구로, 금천구를 묶어 교육국제화특구 지정을 추진했는데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닥쳐 무산됐습니다. 다문화 학생이 많은 특징을 살려 제2외국어 교육 강화 등 교육과정 자율성 부여를 하려고 했는데 특권 교육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주장에 밀려 무산된 겁니다. 글쎄요. 학교 구성원의 특성을 무시한 채 모든 아이가 똑같은 교육만 받게 되어 있는 현재 교육체계야말로 잘못된 게 아닐까요?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것을 계기로 학생들의 특성에 맞춰 이제는 개별적이고 자유로운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단군 설화를 보면 아버지인 환웅은 하늘에서 내려왔고, 어머니인 웅녀는 마늘과 쑥만 먹은 지상의 곰이었죠. 이런 이야기가 보여주는 게 무엇입니까? 천상계와 지상계의 조화이자 신, 인간, 자연이 어우러지는 이상적인 세상의 모습 아닐까요? 바야흐로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야 하는 세상이 열렸습니다.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실천한다면 더 좋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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