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13 지방선거 막판에 '이부망천'이란 망언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지난 6월 7일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 방송에 출연해 "서울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 데 잘 살다가 이혼 한 번 하면 부천 정도 간다. 부천에서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 쪽으로 간다"라며 지역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죠. 이에 자유한국당은 정태옥 의원의 대변인직을 박탈했고, 정태옥 의원은 자진 탈당했습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망할 게 뻔한 지방선거여서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었죠.


출처 – JTBC 유튜브


정치인의 망언만이 아니라 지역이나 출신, 성별에 대한 편견으로 우리가 무심코 쓰는 차별 용어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일상적으로 쓰는 구어뿐 아니라 공식적인 행정 용어에도 차별어가 쓰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일상 속에 잠재한 차별어와 그 대체어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4월 서울시는 차별 철폐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행정 용어를 고치고자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행정 용어를 다듬었습니다. '미망인, 학부형, 정상인'처럼 얼핏 생각하면 '뭐가 잘못됐다는 거지?' 싶은 말들입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문제가 있는 어원을 가진 말이 꽤 많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미망인'은 남편을 여읜 여자를 가리키지만 정확한 유래를 따져 어원을 살펴보면 남편이 세상을 떠날 때 따라 죽었어야 했는데 미처 그러지 못하고 아직 세상에 남아 있는 여자를 뜻하는 말입니다. 양성평등이라는 현대적 성 관념에 비추어 맞지 않을뿐더러 부부 관계를 마치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부속된 존재로 치부하는 말이라 인권 의식에도 맞지 않습니다. 이제 서울시는 '미망인'이 아니라 '고 OOO 씨의 부인'이라는 말로 대신한다고 합니다.


'학부형'이란 용어도 마찬가집니다. 학부형은 학생의 보호자를 이르지만 엄밀히 아버지와 형만을 이르는 말입니다. 현실적으로도 어머니가 제일 교육에 관여를 많이 할 텐데 이상하죠. 따라서 학부형 대신 학부모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또한 편부와 편모는 특정 성을 지칭하지 않는 중립적인 단어인 '한부모'로 바꿨습니다.


'정상인' 역시 순화 대상입니다. 정상인은 사전적으로 상태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사람을 의미하는데 장애인과 대조돼 장애가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종종 쓰여왔죠. 이는 장애인이 정상이 아니라는 사회적 차별을 전제로 한 말입니다. 따라서 정상인 대신 비장애인이라는 단어로 고치기로 했습니다.


특정 지역을 범죄 도시로 설정한 영화로 논란이 되었던 '조선족'이란 용어도 순화 대상입니다. 중국에 사는 우리 겨레를 가리키는 말인 조선족은 '중국 동포'로 바꿨습니다. 생각해보면 미국에 살면 재미 동포, 일본에 살면 재일 동포인데 중국만 조선족으로 부르는 건 이상하기도 하고 형평성에 맞지 않죠.


이 밖에도 '불우 이웃'은 어려운 이웃으로 '결손 가족'은 한부모 가족이나 조손 가족 등으로 바꾸기로 했으며 '포트폴리오'나 'RMS' 같은 어려운 외래어도 실적자료집이나 기록관리시스템으로 순화해나가도록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이슈가 되는 성 평등이라는 관점에서는 수정되어야 할 더 많은 단어가 있습니다. '주부'라는 단어는 이미 집에서 일하는 것이 여성으로 전제되어 있죠. 맞벌이가 늘고 있고 살림을 하는 남편도 늘고 있는 시대인 만큼 대체어가 필요합니다. '부녀'라는 용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혼한 여자와 성숙한 여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지만 그 기준에 남성을 중심에 두고 그 아내 또는 딸을 이르는 말이니까요. 남성과 마찬가지로 오롯이 한 인간으로 존재하는 여성이라고 쓰면 될 일입니다.


문단에서 자주 쓰는 '처녀작'이란 용어도 마찬가집니다. 처음으로 지었거나 발표한 작품을 이르는 말이지만 이 역시 과거 여성의 순결에 대한 강박에서 나온 용어이니 첫 작품이나 데뷔작이 더 나은 표현이겠죠. 처녀성과 관련된 '윤락'이란 단어도 바꿔써야 합니다. 여자가 타락하여 몸을 파는 처지에 빠졌다는 뜻인데, 성매매의 사회 구조적 원인을 무시한 채 성매매가 여성의 성도덕에만 문제가 있어 발생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그냥 성매매라는 표현을 쓰면 될 것입니다.

출처 - 〈사회적 의사소통 연구: 성차별적 언어 표현 사례조사 및 대안마련을 위한 연구〉

 

〈사회적 의사소통 연구: 성차별적 언어 표현 사례조사 및 대안마련을 위한 연구〉를 보면 성차별적 언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을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사회․문화적 영향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시각이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페미니즘 언어학의 공헌이 컸다고 하죠. 페미니즘 언어 연구에서는 ‘성차별적 문화의 표현물로서 언어’를 조명하기 때문입니다. 

 

성차별적 사회에서는 여성이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만큼 언어 역시 필연적으로 차별을 표현합니다. 1980년대를 기점으로 페미니즘 연구는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를 활발하게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어의 차별성을 사회 실천적인 개념으로의 전환을 통하여 페미니즘 연구는 전반적인 여성차별체계에서 언어, 사회적 상호작용, 사회구조, 문화현상을 통합해 파악하는 시도로 나아갔습니다. 그 결과 최근의 페미니즘 연구는 언어가 성차별성을 띄게 되는 과정이 여성성, 남성성에 대한 가치와 태도, 성역할 규범, 성별에 따른 권력관계 등이 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전개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프레시맨’ 같이 성중립적이지 않은 표현이 주법 등 공문서에서 점차 사라졌습니다. 주법에 사용된 남성 중심적 용어를 성중립적인 표현으로 바꾸기 위해 워싱턴주는 꾸준한 개정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워싱턴주는 소방관을 '파이어맨' 대신 '파이어파이터'로, 경찰관도 '폴리스맨' 대신 '폴리스오피서' 등으로 바꾸어 사용하도록 권장해왔고 주법을 개정하여 '옴부즈맨'은 '옴부즈'로 '왓치맨'은 '안전요원(safety guards)' 등으로 대체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워싱턴주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미국 주의회의 연합 모임인 전국주의회회의(NCSL)는 미국 주의 절반 이상이 법에 성중립적인 표현을 쓰도록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도 성중립적인 시도는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뉴욕 지하철은 과거에는 "신사 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이라고 방송했으나 현재는 "승객 여러분(passengers)"과 같은 성중립적 표현을 쓰고 있죠. 런던 지하철도 안내방송을 "신사 숙녀 여러분" 대신 "여러분 안녕하세요(Hello everyone)"로 바꿨습니다. 이처럼 성차별적 문화의 표현물로써 언어를 대하는 양상은 동서를 막론하고 주요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앞서 소개한 '미망인, 학부형, 주부, 부녀, 처녀작, 윤락' 등의 용어만 봐도 우리 사회에서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 그로 인한 여성의 불평등한 위치 등이 언어에 어떤 식으로 고착화되어 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정치인의 망언에 화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도 일상 속 차별어에 관심을 두고 순화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21세기 백주대낮에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나치 깃발을 나부끼며 길거리를 행진하고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차로 치어 죽였습니다. 나치가 창궐했던 독일에서 벌어진 일이냐고요? 아닙니다. 독일에서는 지난주에도 나치식 경례를 했던 술취한 미국 관광객이 독일 사람들로부터 극심한 비난을 받고 경찰에 체포된 바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나치와 관련된 모든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죠. 나치 깃발을 나부끼며 행진한 폭동은 믿을 수 없게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싸우다 20만 명의 전사자를 남긴 나라, 미국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출처 - news2share


미국 버지니아주 샬럿츠빌에서는 지난 11일 밤부터 백인 우월주의자를 비롯한 6000명의 극우단체가 대규모 시위를 열어 나치 깃발과 남부연합기를 들고 폭력 시위를 저질렀습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이에 맞선 항의 시위대를 향해 차로 돌진해 1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을 입는 말 그대로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백인 극우 민병대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 시위대를 보호하겠다며 소총 등 개인 화기를 들고 거리를 활보했습니다. 이 폭동으로 3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부상하면서 버지니아주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죠.


출처 - news2share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샬럿츠빌 폭동은 남북전쟁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당시 남부연합군 사령관 로버트 E. 리 장군 동상 철거 문제가 원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샬러츠빌 시의회가 인종주의의 상징물이라며 리 장군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하자,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잇달아 열기 시작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알 수 있다시피 리 장군은 남부 최고의 영웅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만, 한편으로 남북전쟁의 원인인 노예제와 인종차별을 상징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출처 - 문화일보


괜히 리 장군 동상을 들쑤셔서 이 사달이 났다고 주장하는 한심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다면 철거에 반대하는 청원이나 서명운동을 하면 될 일이지 나치 깃발을 들고 나와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을 하겠다는 것은 적반하장도 유분수 아닐까요? 애초에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원인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총기난사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2015년 백인 우월주의자가 흑인 교회에 총기를 난사해 흑인 9명이 사망한 찰스턴 총격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의 유산인 남부연합기 퇴출 운동 및 남부연합군 장군들의 동상 철거 요구가 광범위하게 벌어졌죠. 민주화가 이루어지면 독재자의 동상이 철거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듯, 노예제가 인류 사회에 용납될 수 없는 일이 되었는데, 그 세력을 위해 부역한 자들의 상징물이 남아 있어서는 안 될 일이죠. 하지만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긴 양 적반하장 식으로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출처 – news2share


물론 이 폭동의 불을 댕긴 원인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었습니다. 대선 때부터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일삼던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들은 점령군이 된 양 날뛰기 시작했죠. 대표적인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의 대표를 지낸 극우 컬럼니스트인 데이빗 듀크는 지난 12일 "우리는 나라를 되찾기로 결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선 기간에 한 약속을 이행하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는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나는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I think there is blame on both sides)."라며 KKK와 나치가 일으킨 폭동과 이를 막기 위해 시위에 나선 인권단체 등 선량한 사람들을 마치 똑같은 잘못을 한 것처럼 비난했습니다.

출처 - 뉴스1


이 때문에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과 증오는 미국의 가치가 아니라며 맞불집회가 곳곳에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종주의자들의 폭동이 미국과 세계에 안긴 충격을 없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출처 – news2share


이민자를 반대하는 영국 극우정당의 전 대표조차 "21세기 미국에서 나치식 경례를 목격하다니 믿기 어렵다"며 경악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극우파의 막가파식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오랫동안 FBI의 표적이었던 KKK의 부활보다 우후죽순으로 튀어나온 젊은 나치 추종자들의 폭동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그들의 할아버지 세대가 20만 명이나 죽어가며 나치로부터 지켜낸 나라입니다. 하원의원을 지냈고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한 군인은 "난 73년 전에 나치와 싸우려 입대했고 지금도 그래야만 한다면 다시 그럴 것이다"라며 "증오와 편견, 파시즘이 이 나라에 자리 잡으면 아 안 된다"며 이번 폭동에 대해 탄식했습니다.


출처 - 미주중앙일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이후 미국은 확실히 전체적으로 사회가 망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국정농단에 몰두하던 박근혜를 본 이후라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집니다. 역사적 퇴행에 대해 우리는 그 해결책을 알고 있으며, 실제로 이뤄냈습니다. 미국 시민들도 이성적인 판단으로 이번 사태를 잘 봉합하길 바랍니다. 트럼프 정권이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려 전쟁이라도 시작하려 하기 전에 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9일 충격적인 영상이 전 세계로 전파되었습니다. 항공기에서 한 남자가 거칠게 끌어내려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을 이륙해 테네시 루이빌로 가려던 유나이티드 항공 기내에서 4개 좌석이 초과 예약되어 내릴 자원자를 받았으나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승무원이 무작위로 4명을 뽑아 내리도록 명령했습니다. 그중 1명인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다오 씨는 다음 날 자신을 기다리는 환자 때문에 내릴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자 유나이티드 항공은 공항 경찰 3명을 동원해 다오 씨를 강제로 끌어내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오 씨는 앞니 2개를 잃었고 코뼈가 부러져 피를 흘렸으며 뇌진탕 증세까지 보였다고 하죠.


출처 - 한겨레


일명 유나이티드 오버부킹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사태는 인종차별이라며 전 세계의 비난을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승객을 내리게 해야 했던 원인은 초과 예약이 아니라 자기네 승무원을 그 공항으로 보내려고 뒤늦게 비행기에 탑승시키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4명을 무작위로 뽑았다고 하는데 어째서 동양인만 내리게 된 걸까요? 오바마 대통령에게까지 검둥이라는 욕을 할 정도로 인종차별이 만연한 시카고 경찰이 내릴 승객이 백인 남성 의사였더라도 그렇게 폭력을 행사하며 강제로 끌어냈을까요? 초반에 다오 씨가 반항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하던 유나이티드 항공은, 인종차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쳐 주식 폭락으로 수천억이 증발하고 미국 셀럽들과 중국의 보이콧 등 전 세계적인 반발 움직임이 포착되자 다급히 사과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습니다.


출처 - 인터풋볼


이것이 21세기 미국의 현실입니다. 동양인으로서 한국인이 당하는 차별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2월 한국계 미국인인 서다인 씨는 친구들과 빅베어 마운틴으로 여행을 갔다가 인종차별을 당했습니다. 공유 숙박의 대명사인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잡았는데 여행 당일 호스트가 일방적으로 숙박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강한 눈보라와 번개 경보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다급했는데 호스트는 서다인 씨를 동양인이라는 지극히 인종차별적인 이유로 숙박을 거부했습니다. 호스트는 당신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한 사람이라도 방을 내주지 않겠다면서 그건 당신이 동양인이기 때문이라고 조롱까지 했다고 하죠. 이에 대해 서다인 씨가 신고하겠다고 하자 호스트는 "신고해라. 이게 우리에게 트럼프가 있는 이유다"라며 재차 조롱했다고 하죠.


유타이티드 항공 사건과 에어비앤비 사건은 미국 시민권자라도 동양인처럼 보인다는 이유 때문에 인종차별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트럼프가 집권하게 된 배후에 이처럼 만연한 미국 내 인종차별이 있음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인종차별이 트럼프가 대통령인 미국에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선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겪게 되는 인종차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미국은 인종의 용광로라 불릴 정도로 다인종 사회라 갈등이 심하다고 한다면, 한국은 지나친 단일민족 신화의 영향 때문에 다른 인종을 배척하거나 무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출처 - 조선일보




콜롬비아 남편-한국인 아내로 살아가기의 힘겨움(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21473533



얼마 전 부산에서 멘도사 부부가 겪은 황당한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콜롬비아인 남편 멘도사(44) 씨와 한국인 부인 신진영(36) 씨 부부가 쇼핑몰 주차장에서 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소리를 질러 구해줬는데 함께 있던 할아버지가 고마움을 표현하기는커녕 왜 남의 일에 참견하느냐며 윽박을 지르더니 급기야 멘도사 씨를 밀쳐 쓰러뜨렸습니다. 이 장면을 촬영하던 부인 신씨의 슈대폰을 빼앗은 아이 엄마는 멘도사 부부에게 욕까지 했습니다. 경찰을 불러 일단 서에 갔으나 거기서도 할아버지의 인종차별적 욕설이 계속되었고 이를 제지해달라는 멘도사 씨의 요구가 있었으나 경찰관은 적극적으로 할아버지를 만류하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멘도사 씨의 게시글이 SNS에서 한국 체류 외국인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얻은 덕분에 그나마 할아버지와 경찰서장이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이는 정말 반성했기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다문화센터에 실제로 다문화는 없어 김치·한국어 전수 한국문화센터 불과"(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21454659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광주대 욤비 토나 교수도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이 굉장히 심하다고 꼬집습니다. 그는 콩고 2차 내전 중 정권 비리를 공개하려다 투옥되었다가 탈출한 후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가족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가 거리를 지나면 "진짜 새까매" "흑형"이란 말을 듣는 건 예삿일이고, 공장에서 일할 땐 "흑인 힘 세고 일 많이 해" 같은 소릴 들었는데, 정작 자신은 힘도 별로 안 세서 피부색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는 한국 사회가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한국의 다문화센터, 다문화학교가 실제로는 다문화가 아닌 한국문화센터라고 꼬집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말 배우고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려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니 이게 무슨 다문화냐는 겁니다.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피부색에 따른 편견이 문제 의식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할 정도로 깊숙이 박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얘깁니다.


출처 - 국민일보


이는 인종차별이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어제의 피해자가 오늘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오늘의 가해자가 내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앞선 사례만 봐도 한국인인 우리가 미국에선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반대로 한국에선 외국인을 차별하는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종차별을 하지 않으려면 미처 신경쓰지 못한 편견으로 평상시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하겠지만, 제도적인 장치인 차별금지법 같은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인종차별금지법안 통과 시도가 3번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되었죠. 대한민국은 유엔 인종차별 조약에 서명했으나 국내 법이 없어 인종차별 사례를 구체적으로 처벌할 법적인 근거가 없는 이상한 상태입니다. 

 

출처 - 한국일보

 

한국 법무부는 2016년 6월 30일 기준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200만 1828명을 기록해 전체 인구의 3.9퍼센트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 외국인 수는 2007년 100만 명을 넘어선 이래 9년 만에 2배로 뛰었습니다. 2021년 국내 체류 외국인은 30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5.82퍼센트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국인 200만 시대, 차기 정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문화를 가지고 공존할 수 있도록 이 부분도 소흘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16년 동안 피해자만 1400명에 달해

 

산업혁명 당시 제철공장이 들어서며 빠른 속도 발전한 영국의 공업지대 로더럼. 인구 20여만 명의 마을에서 영국 전체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큰 사건이 최근에 폭로되었습니다. 16년 동안 로더럼에서 조직적인 아동 성매매가 벌어졌건만 경찰과 정보기관 그리고 지역 정치권이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온 것이죠. 로더럼 아동 성매매 사건에 연루된 피해 소녀만도 최소 140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마을 전체 인구의 최소 1퍼센트가 아동 성매매 사건의 피해자라는 얘기인데, 가해자를 포함하면 마을 인구의 몇 퍼센트가 사건에 연루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 대개 16세 이하의 소녀들이어서 사상 최악의 아동학대 사건이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로더럼 아동 성매매 사건은 폐쇄된 커뮤니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점에서 도가니 혹은 은지 사건과 닮은 점이 있고, 국가기관이 제때 개입하여 해결하지 못해 문제를 키워 참사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세월호 사건과도 유사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족과 인종문제까지 섞여 아주 복잡합니다.





《타임스》와 BBC 등 영국 언론은 알렉시스 제이 교수의 연구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며 로더럼 아동 성매매 사건의 끔찍한 실상을 알렸습니다. 제이 교수의 보고서를 보면 1997년부터 2013년까지 16년간 벌어진 조직적 아동 성매매 사건의 피해자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최소 140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러니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데 피해자 대부분이 16세 이하의 영국 백인 소녀였고, 11세 소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가난, 가정불화 같은 열악한 환경에 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담배, 술, 마약 등을 매개로 가해자를 만나거나 가출한 경우 잘 곳을 제공하겠다거나 혹은 이미 성매매 피해자가 된 친구의 소개로 가해자들과 알게 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가해자들은 소녀들을 지속해서 성폭행하고, 집단으로 성폭행하거나 다른 도시로 인신매매하는 등 조직적으로 관리하며 성매매를 일삼았습니다. 

 

피해 소녀들은 이 학대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약물 등으로 주변에 낙인 찍힌 시선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자포자기한 나머지 어떤 소녀들은 이 집단 성폭행을 로더럼에서 성장하는 통과의례로 받아들일 정도로 정신세계가 망가졌다고 합니다. 소녀들의 가족이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에게 불태워 죽이겠다거나 가족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도움이 되지 않는 공권력을 향한 불신이 깊어 16년이나 이런 참사가 이어졌습니다.




 

왜 이렇게 문제가 커졌나?

 

행정 당국은 불황과 실업 문제에 정신이 팔려있었으므로 마을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습니다. 소녀들이 다니는 학교의 한 교장은 학교에 정체불명의 차가 와서 성적인 서비스를 목적으로 아이들을 태우고 가는 것을 목격하고서 경찰에 세 번이나 신고했지만 경찰은 두목을 잡아야 한다며 이를 무시했다고 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12세 소녀가 남자 5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음을 알고서도 경찰은 그중 2명에게 주의만 주는 선에서 조사를 마무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관련 인터뷰를 보면 마을 사람들이 비행 소녀로 낙인 찍힌 아이들이 연루된 일상적 폭력에 익숙해진 모습으로 별다른 문제로 보지 않는 경향마저 보였다고 합니다. 비정상이 일상화된 끝에 정상처럼 보이게 된 것입니다. 경제 불황, 실업 문제, 이로 인한 슬럼화와 아이들에 대한 무관심, 그로 인한 일탈과 지역사회와 관계 당국의 무신경함이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더럼 아동 성매매 사건이 더 복잡해지는 것은 가해자들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으로 8000명 정도 되는 파키스탄 커뮤니티 소속 남자들이 대부분의 사건을 주도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주한 나라의 소녀를 아동 성매매한 사건이라는 겁니다. 이들은 대상을 물색한 후 돈이나 거처를 제공하겠다며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돈, 담배, 술, 마약으로 소녀들을 종속시킨 후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희생자를 끌어들이게 했습니다. 택시 운전사로 많이 일하는 파키스탄 커뮤니티의 특수성도 로더럼 아동 성매매 사건에 크게 연관된 것으로 보입니다. 소녀들을 물색하거나 희생자가 된 소녀들을 성매매 장소로 옮기는 일들을 주로 택시기사들이 맡아서 했으니 범죄의 운반책이었던 셈입니다. 

 

이들은 학교로 택시를 몰고 가서 성매매 대상을 태우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유사 성행위, 성매매 영업을 뛰기도 했습니다. 1997년부터 16년간이나 벌어진 이 경악할 만한 참사가 알려지지 않은 건 파키스탄 이민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구축된 폐쇄성이 한몫했습니다. 외부에서 문제 제기가 들어오더라도 파키스탄 커뮤니티의 종교 지도자인 이맘은 이 문제를 묵인했습니다. 폐쇄적인 커뮤니티 성격상 어떠한 자정 노력도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여기에 갇힌 피해자들은 도움을 요청할 꿈도 못 꾸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파키스탄은 세계에서 여성 인권이 바닥인 다섯 나라 중 하나로 꼽힙니다. 결혼 제도가 돈 주고 여자를 사는 매매혼에 가깝고, 가족이 저지른 죄를 대신해서 여성이 마을 사람들 앞에서 윤간을 당하기도 하고, 강간을 당했다는 이유로 한 해 1000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죽어가는 나라입니다. 이런 문화권에서 살던 사람들이 영국으로 이주한 뒤 영국 사회에 편입되려는 노력 없이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공고히 하려고만 했으니 여성을 도구처럼 사용한 로더럼 아동 성매매 사건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 터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파키스탄 커뮤니티의 민족적 특수성이 로더럼 아동 성매매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역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해 점점 늘어가는 무슬림 커뮤니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런 사실을 묵인해 문제를 키웠고, 관계 당국은 자칫하면 인종차별로 비화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 이를 방관하고 손대기를 꺼렸습니다.

 

 

이민자를 차별하는 극우정당의 약진 현상을 우려하며


 


알렉시스 제이 교수의 보고서가 발표되자 로더럼 카운슬 의장은 즉각 사퇴했고 당국자들과 지도자들이 비난과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2003년 이후 세 차례나 유사한 보고서가 나왔음에도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당국과 경찰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벨이란 가명을 쓴 피해 여성은 "지금 와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바뀔 것은 없다. 이미 너무 늦었고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예방했어야 했다"며 절규했습니다. 이로써 영국 사회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알렉시스 제이 교수는 보고서에서 청소년 복지와 인권에 대한 제안을 하면서 눈에 띄는 것은 예외를 두지 말고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문제가 인종/민족 문제가 결부된 사건임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공론화하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이죠. 실제로 로더럼 아동 성매매 사건의 실체가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파키스탄 이민자들은 스스로 인종차별의 근거를 마련해준 꼴이 됩니다. 여성을 도구로 취급하는 그들 문화의 특질이 이번 참사의 중요한 축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안 그래도 경제 불황으로 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좋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는 이때에 자칫 편견을 유발하지는 않을까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올해 초 로더럼에서 시행된 지역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이 제1야당이 되었습니다. 이런 대약진은 당사자인 UKIP조차 기대하지 않은 결과였죠. 경제불황과 물가상승 그리고 이민 노동자 문제를 방기한 기존 정치권에 넌더리가 난 유권자들은 예상 밖으로 극우정당에 몰표를 줬습니다. 이후 유권자들이 옳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 로더럼 사건이 터져 나온 것이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사건으로 자칫하면 유럽에서 이민자를 박해하는 극우정당의 대약진 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파키스탄 커뮤니티가 엄청난 잘못의 원인이 된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종차별 자체를 정당화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미국 퍼거슨 시 사태와 같은 인종차별 논란이 현재 진행형인 세상이니 말입니다. 차별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또 다른 차별로 향하는 지름길일 뿐입니다.



참고 기사

 

Rotherham child abuse scandal: 1,400 children exploited, report finds(BBC)

http://www.bbc.com/news/uk-england-south-yorkshire-28939089


영국의 1400명 성폭력 희생자 사건 정리(클리앙)

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park&wr_id=31773943&page=2


영국로더럼에서 벌어진 최악의 아동학대 사건(중앙일보)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5658655&cloc=rss%7Cnews%7Cglobal


극우정당 UKIP 영국 지방선거에서 공식 야당으로 부상(아시아투데이)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405230100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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